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아앨라나는 그녀를 뷔르트겐 호수로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뷔르트겐 호수는 여기서 지금 당장 출발해도 이틀, 사흘 정도가 걸리는데다가, 아앨라나는 오늘 나오면서 그 정도의 장기 일정을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단한 보급품을 챙겨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뷔르트겐 호수가 있는 동쪽으로 가는 와중에 아앨라나가 살고 있는 집에 들를 수 있다는 점일까요?
베스니는 신나서 방방 뛰고 있는데, 한쪽이 말다리라 그런지 일반적인 인간보다도 더 잘 뛰는 느낌입니다.
"저희가 있는 장소로부터 호수는 먼 곳에서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그만한 준비를 갖춰야만 하겠지요"
저희가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정했지고 그녀는 정말 신나보였어요. 하지만 바로 호수로 향하기 전에 우선 그에 합당한 준비가 필요했어요. 처음에 거처에서 나올때 호수에 갈 예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요. 하지만 때마침 여기에서 간다면 그 길에 완전히 오르기 전에 들르고 갈 수 있을 거에요
"그전에 저의 거처로 먼저 가기로 해요. 호수와도 가야하는 뱡향이 같답니다~"
거기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겨야 겠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야영을 하게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이때 하는 경험과 행동이, 만약에 숲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돌아다녀 볼때 비슷한 상황에서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예비 연습을 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아 그리고 아앨라나주는 혹시 가말라시엘의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 풀려나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악마, 대체 어떻게 봉인했는지 궁금해지는 대악마(이건 모티브가 너무 많다) 2. 악마다운 무시무시하고 전능한 능력을 보여주지만, 세상에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악마만이 가능한 인내심과 설계로 사람에게 현실이 지옥처럼 보이게 몰아감 3. 길모퉁이 마족 등 일본계 창작물 등지에서 보이는 좀 호구같은 악마
셋 중 어떤 게 좋아? 지금 당장은 셋 다 전부 차이가 없겠지만, 전개를 하면 할수록 차이가 드러나야 해서 그래.
베스니는 눈을 반짝이면서 방방 뜁니다. 뭔가 엄청 대단한 걸 기대하는 눈치로 또 수첩을 꺼내는군요. 글을 잘 쓸 수 있는 걸 빼면 어린아이처럼 귀엽고 순수합니다. 그리고 물어보는 것도 어린아이 같군요. 알고 싶은 건 많은데 말할 시간은 부족할 때, 딱 저렇게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혹시 그 집은 얼마나 커요? 골렘이나 앤트도 살아요? 아니면 버섯인간? 혹시 집은 어떻게 지은거에요? 토굴 파서? 나무 속을 파서? 아니면 고대의 건축양식? 혹시 거기는 몇 명이나 사나요? 동물들도 키워요? 약초는 어떤거 키워요? 혹시 안에 연금술 시약대도 있어요? 마법 인챈트 장비는요?"
베르야는 그렇게 말하면서 옷감을 잘라냅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간격과 마감으로 자르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옷감이 어느순간 말이 되게 붙습니다. 그리고 베르야는 바늘을 들고,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손을 움직여 옷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마법이 깃든 손이 빛나고 베르야는 미친듯이 손을 움직여 바지 하나를 만들더니 건넵니다.
그녀는 제 말을 듣자, 아주 신나보여요. 미지의 것 자체를 즐기고 파헤치는 순수한 마음의 모험가! 그녀의 행동이나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그 열정을 향한 노력만큼은 본받아야 될 수 있겠네요
"설명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좋을거에요,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어요~"
저는 눈웃음을 한번 지어보이고는 그녀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기 보다는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도달해서 스스로 보고 느껴보는 것이 더 좋을 거에요. 놀라움을 간직하는 거라고 할까요? 우거진 숲 속에 큰 집이 있으니까 가깝게 되면 그 존재를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거에요
덩쿨이나 이끼도 좀 자라나 있는데 그것이 일종의 장식 같은 역할을 해줘요, 겉모습도 뭔가 고고하게 서있어 분위기가 있는 느낌이지요~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고 마음에 들어요. 다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렇게 있으니까 어떻게 보여지게 될까요. 하지만 그녀만큼 어쩐지 좋아해줄 것 같다는 예상을 해볼 수 있겠어요
"쏟아지는 말의 비에 젖는다면 그럴수 있겠네요. 많은 줄기때분에 몇 단어들은 금세 묻히고 말아요"
>>531 "가짜 뱀파이어라. 누가 어디서 코르셋이라는 이상한 걸 조인다길래 세상이 미쳐간다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군요. 동생년이 여태껏 저지른 짓 중에 가장 맘에 드는구만."
베르야는 손을 분주하게 움직여 엘리를 위한 상의도 만들면서,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상의는 바지보다도 더 품이 많이 들어가는지, 손이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베르야가 잘라놓았던 천들이 하나둘 재봉선을 따라 붙으면서 엘리도 알 법한 옷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무슨 원단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신축성과 주머니 여럿이 달려있어 기능도 챙기고, 결정적으로 멋지게 보입니다. 베르야는 상의도 주면서 입어보라고 권하고, 다시 묻습니다.
"그 년,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이야기 들었을때는 틀락즈카텍 대륙인가? 아무튼 이름도 어려운 거기서 뭘 때려잡고 있었댔는데."
>>532 나무를 이루는 어두운 갈색과 짙은 초록색, 그리고 바닥을 이루는 이끼의 밝은 초록색. 검은 숲의 대부분을 이루는 색깔들 사이에서, 수관 사이에 뻥 뚫린 하늘에서 햇빛을 받고 있는 집은, 흰색의 벽돌과 빨간색 지붕이라는 이곳에서 보기 힘든 색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집이 나타납니다. 초록색 덩쿨과 이끼가 조금씩 조금씩 넘보지만, 그것마저도 이 집의 색깔에 독특한 패턴을 추가할 뿐 이 집을 숲의 색깔로 채 물들이지는 못했습니다. 마녀의 집, 아앨라나가 눈을 뜨고 세상을 담고, 기억하던 그 세상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이어진 곳.
"이게... 마녀의 집?"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평범한지, 아까 전과는 다르게 호들갑을 덜 떨지만, 그래도 베스니는 열심히 적습니다. 그러는 동안 아앨라나는 집에 딸린 곳간을 엽니다. 조금 낡은 야영용 도구 일체와 식량들이 다 여기 모여 있군요. 하지만 야영용 도구를 전부 가져가면 두 명이라도 식량을 충분히 챙기지 못하고, 식량을 다 챙기면 야영이 아니라 노숙이 될 지도 모릅니다. 적절한 양을 고르는 게 중요하겠군요. 가말라시엘 님이 부연합니다.
"저 음유시인의 말다리를 구워먹을 게 아니라면, 식량도 잘 챙겨야 할 겁니다. 이곳에서는 비를 잘못 맞다가는 머리에 버섯이 자라날 수도 있구요."
충분한/빈약한 캠핑도구, 충분한/빈약한 식량. 한 쪽이 충분하면 나머지 한 쪽이 빈약해질 것입니다. 아앨라나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저는 자랑하듯이 으쓱이며 그녀에게 말했어요. 이곳은 제가 마녀 님과 함께 그 시간을 줄곧 보내왔던 곳, 말 그대로에 의미 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제 집에 왔으니 온 목적을 달성해야 겠지요. 그런데 달성하기 위한 문제에서 선택해야 될 순간이 왔어요. 식량인가? 비품인가? 하는 것이에요. 숲 주변에 찾을 수 있는 식용 버섯이나 열매를, 아니면 소동물을 잡아서 먹을 수도 있겠지만 찾거나 얻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요. 또한 비품이 부족하다면 크게 불편할 수 있겠지요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수단도 줄어들 거에요
"그 버섯을 채취해서 시료로 사용한다면 어떠한 약을 만들수 있을까요? "
머리에 난 버섯? 재미있는 농담이에요. 그건 곰팡이들을 머리에 쒸우고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어쩌면 농담이 아닐 수도 있어요. 마력이 깃든 것들은 다르게 행동하거나 작용 할 수도 있으까요
"앨리스 님~ 집에 계세요~?"
저는 앞선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짦게 생각하다가 그것을 결정하기 이전에 마녀 님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제가 몇일 동안 말 없이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걱정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숲 밖으로, 세계로 떠나지 않았고 지금처럼 호수로 향하는 것이 아닌 적당히 채취하고 돌아오려고 했었으니까요
>>538 엘리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에레야가 동방 닌자 왕국에 가서 5천년 동양 신비의 닌자 무술을 배워와 분신술을 쓰거나, 알고보니 에레야의 형태를 베낀 악마였다거나, 그게 아닌 이상 에레야는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사는 곳에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베르야는 눈을 크게 뜨더니 묻습니다.
"그 년이 여기 있다고요?"
베르야의 입에서 온갖 욕이 다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라질년, 염병할 년, 지하수로 똥물에 삶아먹을 년, 이단이라면 갓난애기라도 부검할 년, 온갖 욕을 다 하더니 대뜸 동그란 눈구멍 뚫린 가면과 흰색 슬라임을 내놓는군요.
"빨리 일 끝내고 그년 조지러 가야지. 자, 가면은 착용자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숨겨야 한다 중 어느 쪽을 지지하시죠?" //
>>539 "사도님. 수사적 표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겠군요. 즉, 그렇게 비를 퍼맞게 된다는 뜻이지요."
농담의 핀트가 어긋나자 난감해하는 가말라시엘을 뒤로 하고, 안나는 앨리스를 찾아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실에 없으면 서재, 서재에 없으면 침실, 침실에 없으면 텃밭, 텃밭에 없으면 다락... 일텐데, 이상하게도 없군요. 그런데, 다락으로 가는 계단에 걸려있던 그림이 말을 거는군요. 도리언 씨의 초상, 마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가서 얻어온 거라고 합니다.
"미스 플레이오네! 분명 앨리스 님을 찾고 계신 거겠죠? 세계수의 지맥망? 삶의 거미줄? 아무튼 뭔가를 수리하러 일주일 정도 비운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급히 나갔지요."
>>540 "떠난다고? 이샤힘. 너 그 말 지난번에도 하지 않았니? 언제더라, 그 6달쯤 전에 6개월 됐으니, 9달쯤 전에 3개월 됐으니 하며..."
히샤히메는 몇 번 떠나려고 마음을 먹었고,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석달째 되던 때에는 겨울이었는데 비축한 건초에 비해 소가 너무 늘어나 씨암수소만 제외하고 죄 도살하느라 그 고기에 홀려 못 나갔고, 여섯달째 되던 때는 봄이었는데 그때 보리사탕을 준다는 말에 홀려 또 말뚝을 박았죠. 그래도 이번엔 다를 걸 느꼈는지 힘레먼 할범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누가 와서 물어도 대답 안 하려면 잊어버려야 할 테니, 잊기 전에 잔치나 하자꾸나. 이것저것 해둔게 있어서 말이다."
그 말대로, 힘레먼 할범은 그녀를 촌장댁으로 이끕니다. 이 동네에선 마을회관을 겸하는 곳입니다.
베르야는 슬라임을 엘리의 손 쪽에 휙, 하고 던집니다. 그러자 손을 휘감은 슬라임은 그녀의 옷과 몸을 따라 타고 올라가더니, 얼굴을 어떻게든 덮으려고 합니다.
"긴장하지 말고 숨 쉬세요. 입이랑 코 둘다로. 그러면 구멍 뚫릴 거고, 이게 손님 얼굴에 맞춰서 그럭저럭 예쁜 가면 하나 만들어줄 겁니다. 당황해서 떼어내려 하지 마세요. 그랬던 손님이 아주 웃긴 가면을 하나 만들어버렸거든요. 뭐, 본 직업이 광대라서 아무래도 좋았다지만."
...그러니까, 광대마냥 우스운 꼴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얼굴에 뭐가 붙어도 일단 기다리는 말 같습니다.
슬로인 왕성의 벽은 수백년간 슬로인의 깃발 아래에서, 수많은 것들을 바깥으로부터 지켜 왔습니다. 왕과 여왕, 왕세자녀와 대귀족들, 왔다 나가는 수많은 시종들, 수많은 암투들, 해자 밑바닥의 진흙보다 더 두껍고 숨막히는 망각에 가라앉은 수많은 역심과 야망들,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을 뿐인 이들, 그것만으로 죽은 이들의 백골, 그리고 지금 여기서 졸고 있는 경비병까지. 슬로인 왕성은 지난 몇백년간 그랬고, 슬로인 왕국이 망할 때가 오지 않는 이상 슬로인 왕성은 계속해서 이 자리에서 지켜야 할 모든 것들을 지킬 것입니다.
단 한 명, 샤토리아 필레미오르 루코 슬로인, 백색의 괴물 공주를 제외하면요.
"...왕녀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잘 보이는 그녀의 백색 머리칼, 백색 피부, 붉은색 눈동자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달님의 이목마저 끌었는지 어둠 속에서 빛납니다. 어떤 귀족은 이 피부를 위해 얼굴에다가 백색 납분을 칠하고 머리카락을 온갖 유독하고 정체모를 화학 약품으로 물들여 탈색하는 동안, 그녀는 이 몸을 타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백색증 환자이고, 이 백색증이 공주인 그녀에게 '괴물'이라는 칭호를 붙였습니다. 이 왕성은 물론 그녀도 지켰지만, 그녀만큼은 지켜진다기보단 갇혔다고 보는 게 맞았습니다. 그 누구도 감옥섬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이가 파도치는 바다와 그 아래에 숨은 상어들 덕분에 지켜진다고 말하진 않듯이요.
하지만 테렌, 그녀를 위해서라면 지옥불에도 뛰어들 기사에게는 아닙니다. 그는 이 감옥을 벗어날 최적의 시간을 알아냈습니다. 그날의 경비 담당도, 경비병도 제일 멍청하고 게으른 놈일 때를 딱 맞춰서, 샤토 왕녀를 데리러 온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짐승 같은 눈이 빛납니다.
"이제 나오기만 하시면 됩니다. 제 말과 왕녀님의 말, 총 두 마리니 이번에는 꽤 멀리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554 몇 번의 호흡으로 숨구멍이 뚫리고, 자글자글하던 슬라임이 어느 순간 굳어버립니다. 베르야는 가면을 떼더니, 엘리의 눈과 가면을 번갈아보며 눈구멍을 파내고는, 거기다가 머리끈을 달고 엘리에게 돌려줍니다. 이렇게 가면이 하나 만들어졌군요. 이리하여, 엘리는 새로운 옷 한벌을 얻었습니다. 붉은색과 진홍색, 검은색을 위주로 하여 몸에 착 붙는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미감도 챙긴 옷입니다. 그리고 가면도 있으니, 이전에 입던 옷은 이 옷을 빨 때를 제외하면 굳이 입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557 "베스니라는 사람과 함께 뷔르트겐 호수로! 뷔르트겐 호수! 정말 좋은 곳이죠. 제가 이 액자에서 나갈 수 있다면, 하다못해 액자에 발이라도 달린다면 저도 가서 한번은 구경하련만!"
...이라고 말하자, 가말라시엘 님이 들어있는 지팡이가 떨립니다. 가말라시엘 님은 비웃음을 흘리면서 제안하는군요. 다만, 베스니의 부러진 다리에 일어난 일을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로 좋은 해결책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본인도 많은 대가를 언급하고 있군요. 뭐, 아앨라나가 원한다면 도리언 씨의 의사는 무시하고 그냥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뭐든 못 하겠나요? 다리도 달아주고, 액자에서 빼줄 수도 있고. 하지만 정말 많은 대가가 따르겠지요."
어쨌든, 바깥으로 나온 아앨라나는 베스니를 마주합니다.
"그래서 전 뭘 하면 되나요?"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사지 중 하나가 말이 되어버린 베스니와, 지팡이를 타고 다니는 아앨라나는 어떻게 짐을 꾸릴까요?
>>559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엘리는 문득, 자신이 걷고 있는 이 거리가 정말로 익숙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이 익숙한 바닥벽돌의 뒤틀림, 이 익숙한 자갈, 이 익숙한 간판... 이 왜 바닥에 떨어져있죠? 엘리는 앞을 바라봅니다. 멋들어진 2층 여관...은 검게 탄화되었고, 지붕에 뚫린 구멍은 천막때기로 대충 때워놨습니다. 엘리가 머물렀다가 어떤 괴물이 개박살낸 그 여관이군요. 그리고 그 여관 앞에는, 어떻게든 그 끔찍한 참화의 현장에 몸서리쳤을 수많은 이들의 기억을 만회하려는 듯 현수막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우리가게 정상영업합니다."
그리고, 그 밑에 현재 이용 가능한 서비스라 해서 주점, 요식업, 여관업(일부 방 이용 불가)라고 써 놨군요. 게다가 안에서 사람들이 몇명씩 오가는 것으로 보아, 장사가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세스타우에 여관이 여기 하나만 있는 건 아닌 것으로 그때 봤는데, 이 모양이 되고도 장사가 된다니... 여관 주인이 수완이 좋긴 좋은 모양이군요. 엘리는 이곳으로 향하나요? 아니면, 다른 여관을 찾아보거나, 아예 다른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