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62 라제스는 적당히 넘깁니다. 할머니는 허허 웃고 다른 아낙들도 약속한 것처럼 물러나는군요. 그리고 라제스는 돌아서서, 문득 생각해봅니다. 마을 사정을 알려는 외부인을 껅는건 당연하지만, 여긴 정도가 심합니다. 그런데도, 물어봐서 해주는 마을의 이야기들은 마치... 판에 박힌 것처럼 정형적입니다.
활달하고, 도전적인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계획과 비전 없이 들이박는 것에 가까울지도.
나이 : 83 능력치(기본 강함 2 보통 2 약함 1) 근력 - 약함(낯의 경우 약함) 체력 - 강함(낯의 경우 약함) 지능 - 보통(낯의 경우 약함) 민첩 - 보통(낯의 경우 약함) 매력 - 강함(낯에는 햇빛에 노출당해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해, 얼굴을 모두 덮은 가면을 쓴 모습이 사뭇 수상하다. 또한, 겉 보기의 연장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에게 존대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함)
과거사: 흡혈귀. 밤의 지배자, 따위의 거창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종족.
오래도록 살아가기에 개체수가 적으며, 자연적인 생태계에서도 상위 포식자에 위치하기에 서로 큰 다툼 없이 살아갔다.
살아가기 위해선 다른 생물의 피 따위가 필요하기에, 분쟁을 빚기도 했지만...
흡혈귀는, 싸움에도 강한 종족이었으나 밤 속에 숨어드는 것에 더더욱 능했다. 누군가에게 쫓긴다면, 밤의 어둠 속에 숨어서 도망치면 될 뿐.
그녀의 동족들은 그렇게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갈 뿐이었다. 수십 년이고, 수백 년이고.
일족의 젊은 흡혈귀인 엘리로썬 영 맘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우리도, 밝은 낯의 세상에서 살아가면 안되는걸까? 밤의 세상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걸까?
우선은... 태양을 극복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 했다. 흡혈귀는, 맨몸으로 태양 아래에 노출될 경우 활활 타다 사망. 태양빛을 막을 수 있도록 꽁꽁 싸매도 모든 능력이 심히 약화되는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그녀는 당당하게, 낯의 세상으로 나섰다.
...어떻게 태양을 극복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현재 상황: 인간들이 자주 드나드는 성에 출입하기 위해, 검문을 받는 줄에 서있는 상태. 온몸을 가리는 칙칙한 검은 로브와, 가면을 쓴 채로. 과연 자신이 수상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까?
궁극적 목표: 태양의 극복. 당당히 낯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원하는 서사: 수상하게 취급받던 뱀파이어가, 인간 사회에 당당히 들어가 서서히 낯의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는 이야기. 태양을 극복하기 위해 강해지는 모험도 한 스푼!
기타: 낮에는 전신을 가리는 검은 로브와 가면을 착용한다. 햇빛이 들어오는 걸 최대한 틀어막기 위한 복장 선택.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복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도둑처럼 보이지 않을까.
목소리는 소녀의 그것. 괴한(?)차림과는 다른 언밸런스한 목소리가 포인트.
좋아하는 피는 닭의 피. 낯의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 지성체 흡혈은 자제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체력이 강한 것은, 뱀파이어의 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재생력. 낮이거나 태양 계열의 힘으로 입은 게 아니라면, 어지간한 상처는 금새 재생된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옐리사베타, 바토리, 블라드 등등 부르는 방법도 다양했지만... 너무 '귀족적'인 이름은 원치 않았던 그녀는 지금 세스타우 성문 앞에서, 다른 수많은 이들처럼 줄을 서서 능선과 능선을 잇는 뱀 같은 인파의 한 부분을 이뤘습니다. 이글이글 끓는 햇빛은 온 몸을 감싸도 그깟 천쪼가리로 천벌을 막을 생각이었냐는 듯, 보이지 않는 빛의 족쇄를 채운 것 같습니다. 아무튼 살아있으니 아무래도 좋고, 엘리는 앞을 바라봅니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검문을 받으며, 대충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주는군요.
"저는 베겐이라고 아랫골 사는 농노인데, 교회에다 이번달 계란 바치러 왔습지요."
"슈미스라 이르는 대장장이요. 성벽 안쪽에 귄터라고 살 텐데 주문한 못 납품하러 왔수다."
그리고, 졸려 죽으려 하는 경비 앞에 드디어 엘리가 서고, 경비는 엘리의 꽁꽁 싸맨 옷을 보고 묻습니다.
"덥지도 않나... 됐고, 이름, 목적." //처음부터 난관을 주면 싫어하는거같아 일단 성 입장은 어지간해선 그냥 할 예정. 그런데 해뜬 날에는 강제로 약함 고정이면 강함을 몇개 더 넣어도 되지않나 싶네!
어차피 평생 갈 약점이 아니라 극복할 약점이니 그대로 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극복 시점이 개인서사 끝물이었어! (진행중엔 수혜 못본다는 뜻)
근력 - 약함(낯의 경우 약함) 체력 - 강함(낯의 경우 약함) 지능 - 보통(낯의 경우 약함) 민첩 - 강함(낯의 경우 약함) 매력 - 강함(낯에는 햇빛에 노출당해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해, 얼굴을 모두 덮은 가면을 쓴 모습이 사뭇 수상하다. 또한, 겉 보기의 연장자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에게 존대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함)
그렇다면 민첩 강함과 뱀파이어의 종족 특성? 마법? 인지는 모르겠지만 [박쥐 변신]까지 더 넣어도 될까나! 밤에는 박쥐로 변해 빠르게 날 수 있다는 느낌으로!
>>71 스탯 배분을 해둔게 밸런스 문제라기보단 솔직히 말해 대책없이 강하면 뭔 난관이 있어도 '짱쎈캐릭이 다죽였다'로 끝나서 도저히 재밌게 글을 쓸수가 없어서 그런건데, 엘리의 경우에는 페널티가 워낙에 강하다보니 박쥐 변신... 도 진짜 박쥐떼로 변해서 움직이는 정도, 뱀파이어의 힘이 강해지는 황혼-새벽 사이에만 쓸 수 있음으로 설정하면 ㅇㅋ로 할게! >>70에 반응 줘!
태양을 마주보러 왔다, 그 이야기에 경비는 저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보았다가, 땅 사람들의 눈길이 너무 부끄러운 햇님 아가씨에게 뜨거운 불빛을 쏘였습니다. 뭐, 좀 더 쉬운 말로 말하자면, '눈뽕'을 맞은 것이죠. 어우 내 눈! 경비는 그런 식으로 불평을 하고 나서, 엘리를 바라봅니다. 엘리가 죽기 싫어서 온 몸을 꽉꽉 뒤엎어쓴 덕분에 엘리의 본모습을 알아볼 순 없었지만, 어떻게든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한 모양입니다. 좀... 뱀파이어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 있는 방식이지만 말입니다.
"그, 태양 교단의 분파인가?"
태양 교단?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맨몸으로 나갔다간 산 채로 화장당하는 고통을 맛보는 엘리가, 태양 교단이요? 것 참 웃깁니다! 하지만 경비는 그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휘휘 손을 젓는군요.
>>76 엘리는 무사히 세스타우 성으로 들어갔습니다. 성 안에서는 아까 전에 계란 바치러 온 사람, 못 납품하러 온 사람들이 슬쩍슬쩍 보이고, 엘리를 제외한 다른 '정상적인' 뱀파이어들은 끔찍하게 여길 광경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이곳저곳에서 무언가 두들기질 않나, 그리고... 사람! 사람! 사람! 그놈의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엘리는 일족 중 한 명이 고작 집 몇 개 모인 마을에 갔다가 혼절할 뻔한 것을 생각하면서, 가면 아래에서 웃음을 흘리고 안쪽을 구경합니다... 물론, 신전은 멀리멀리 피합니다. 태양을 마주보는 것은 정말로 도전할 만한 일이지만 지금 당장 할 만한 짓은 아니고, 그건 신전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좋게 말하면 배려심이 깊고,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이 더럽게도 넓군요. 어떤 할머니가 엘리의 손목을 꽉 잡았습니다.
"이방인! 여기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무얼 하시는가?"
할머니는 뿌리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세스타우 성의 신전에 방문해야 할 이유들을 구구절절이 설명합니다. 결론이야 뭐... 똑같지만요.
"요즘 밤이 흉흉하이. 온갖 흉적들이 날아온다우. 아기를 채가는 나쁜 요정들, 걷는 모기들, 몽마놈들... 구경할 때가 아니야!"
>>78 "나중에 들어가면 늦어! 목소리를 들어보니 낯선게 이방인인 모양인데, 여기가 안전해보여도 낮에만 그렇지 밤에는 아주 지옥이야!"
...뭐 그렇답니다. 아무리 엘리가 햇빛에 약해졌다고 해도 할머니 한명을 못 털어낼 정도는 아니기에, 그냥 인파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렇게 엘리는 세스타우 성을 한나절 다 돌아보고 나서 대충 여기에 성주관저, 경비대 막사, 대장간 등 어지간한 성이면 다 있는 시설부터 여관, 신전, 상점가까지 있을건 다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뱀파이어의 특성상 인간보다야 훨씬 오래산 덕분에, 엘리는 인간이라면 죽을 날만 기다릴 80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농담도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돈이 많은 건 그네들이 무슨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뒷세계를 주무르고 암흑가에서 검은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막말로 수백년을 살수 있는데도 돈을 못 모으면 그건 머저리라는 농담 말입니다!
"방에서 잠만 자는데 동화 5개, 식사랑 목욕은 은화 1개. 더 싼데 있으면 거기 가슈."
엘리의 행색을 보고 수상히 여긴 여관 주인이 퉁명스레 대답할 동안, 엘리는 인간의 돈을 얼마나 갖고 나왔나 세봅니다. 가출할 때 대충 들고 나온게 은전 50개군요.
...하지만 수상한 건 수상한거고, 돈 주는 건 돈이죠. 돈이 나오자 태도가 갑자기 확 바뀌어서는, 여관 주인은 퉁명스런 태도를 치우고 급사를 불러 방 안내를 시킵니다. 비냐, 라 불린 하플링 여급은 짧은 몸으로 앞서 나갑니다. 끝단을 묶은 긴 머리가 발치에 닿을 듯 흔들리는 게 시선을 빼앗는군요.
"여기가 방이에요. 내일 점심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고, 식사는 오늘 저녁이랑 내일 아침에 제공된답니다!"
비냐가 안내한 방은... 음, 창문이 널빤지로 막혀있는 것만 빼면 괜찮군요. 침대는 짚 따위가 아닌 제대로 된 침대고, 책상과 선반도 있습니다. 그런데, 비냐가 문을 닫더니 소곤소곤 눈치를 보며 얘기하는군요.
"아, 그리고... 여관주인 아저씨가 손님 떨어질까 말 안한 것 같거든요... 여기는 한밤중에 날개 달린 괴물이 쳐들어와서 손님이 죽었어요. 지난주부터 치워서 겨우 다시 연 건데...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조심하라는 의미로, 신전에서 받아온 수호부를 건네는군요. 아주 이곳은 선의로 포장된 살인도구 투성이인 걸까요? // 반응이 늦어서 미안!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들어가볼게!
엘리는 잠에 듭니다. (엘리의 맨얼굴에 대면) 못생긴 가면도, 옷인지 족쇄인지 알 수 없는 두꺼운 천옷도 벗은 덕분에 피로가 풀리는 느낌입니다. 선반에 던진 수호부의 존재가 좀 재수 사납게 느껴지지만, 다행히도 면죄부보다 효능이 아주 조금 나은 수준이라 단순히 같은 방에 있다고 엘리의 단잠을 최악의 악몽으로 바꾸는 일은 없었습니다.
"저녁 시간이에요! 은화 낸 손님들! 빨리 식당칸 내려오세요! 늦으면 돈 내 놓고 밥 못 먹어요!"
쾅쾅쾅, 쾅쾅쾅! 비냐의 당찬 목소리와 함께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잠시 잠에 들었던 엘리는 일족이 모여살던 저택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천한... 아니, 거침없는 저녁식사 알림에 놀랍니다.
내려가니 비냐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은화 손님'들에게 음식들을 다 내려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화 손님이 은화 손님이라고 얼굴에 써둔 것도 아닌데, 비냐는 어떻게 잘 알아차리고 음식을 가져다 두는군요. 음식은 뭐... 크게 바랄 건 없습니다. 며칠이나 끓였는지 모를 스튜가 한 그릇 나가고 거기에 블랙 푸딩,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면 굳힌 돼지 피로 속을 채운 소시지 하나씩이 나가는군요. 뱀파이어 일족들 중 수천년째 최후의 전쟁 타령을 외치는 치들이 피를 저런 식으로 굳혀 먹는다고 하니, 아마 엘리자베스도 먹을 수는 있을 겁니다... 먹을 생각이라면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구경하는데, 비냐가 음식을 다 옮기고 주방으로 돌아가던 중에 엘리와 부딪칩니다.
"으엑! 앞에 좀 보고 다녀요... 에? 누구세요?"
비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그럴 법도 합니다. 들어올 때는 가면에 온갖 변장을 다 하더니, 이제는 풀어버리면 비냐 입장에서는 알아볼 길이 없죠. // 가능하다면 엘리 외모 묘사 답레에 부탁할게!
장난스러운 인상과 긴 편에 속하는 은색 머리는 그렇다치고, 톡 튀어나온 송곳니를 비롯해 내 붉은 눈은 꽤나 이질감을 불러일으켰다. 일반적인 "적안"이 광택 있는 붉은 빛깔이라면, 나의 그것은 말 그대로 피의 색깔. 이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용어를 빌려 설명해보자면, 동공 자체에 색소가 없어서 내부의 혈관이 비쳐 보이는 모습이었으니까.
목소리를 듣자 비냐는 굳어버립니다. 마치 고장난 인형 같이, 엘리자베스의 선혈 같은 눈동자와 은색 머리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비냐는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모양입니다. 생긴 건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딱 그 '은화 손님'이었을테니까요. 그런데 그 가면을 쓴 이가 알고 보니 이런 여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모양입니다. 비냐는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한 자리를 가리킵니다. 구석자리, 공교롭게도 아무도 없는 자리입니다. 비냐는 거기에 엘리를 앉히고 피소시지와 스튜를 가져다줍니다. 걸쭉한 밀죽을 기초로 뭉근하게 녹은 콩과 당근 덩어리, 그리고 네모난 크기로 썬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인상적인 스튜입니다. 피소시지도 갓 만들었는지 아직 싱싱한 쇠비린내가 조금은 느껴지는군요. 하지만... 옆에는 비냐가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고 있습니다.
비냐는 할 말을 잃고 잠시 서 있습니다. 공포일까요, 충격일까요, 황당함일까요. 어느 쪽이건 간에, 이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전혀 긍정적인 감정은 아닙니다. 계속 엘리의 선혈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비냐는 말없이 주방으로 돌아갑니다. 다행히도 왁자지껄 떠들기 바빠서 주변은 못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여기서 엘리의 일족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군요. 어쨌든 인간들이 먹는다는 피소시지를 체험을 끝마치고 스튜는 거르는 엘리 앞에, 여관주인이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오더니 맞은편에 앉고는 아직 따지 않는 술병 하나를 올려둡니다. 그리고 넌지시 턱짓으로 뒷편을 가리키며 이야기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