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206 ◆MjRAeKhiz2 (SGG1.MfRME)

2024-08-27 (FIRE!) 21:18:12

>>204
본 스레는 최대한 통념적인 판타지를 따라가려 하는데, 내가 알기로 뱀파이어가 물에 약한 판티자가 있던가..?

207 엘리주 (I6Hmds/C8g)

2024-08-27 (FIRE!) 21:21:30

>>206 하긴. 판타지 기준이면 태양 약점 말곤 거의 없지!

뱀파이어는 드라큘라라는 호러 소설을 기원으로 하니까, 호러 소설에선 주인공 측이 대항할 수 있도록? 도망칠 수 있도록? 약점을 늘리니까. 마늘에 약하다, 흐르는 물을 못 건넌다, 집주인에게 초대받아야 한다.

태양 말고도 이런저런 약점이 있지만 판타지 기준이라면 괜찮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

208 ◆MjRAeKhiz2 (SGG1.MfRME)

2024-08-27 (FIRE!) 21:48:43

우우우우우ㅡ

지하수로를 걸어가던 엘리는, 바람소리와 물소리 이외의 소리가 점점 섞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찌찍, 찌찌직... 쥐가 우는 소리와 함께 두두두두 하는 발소리가 들리는군요. 엘리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한 손을 벽에 댄 채 천천히 걷기 시작합니다. 엘리가 밤눈이 밝긴 하지만 이곳에서 살 생각을 하는 괴물들은 최소한 엘리만큼 밤눈이 밝거나, 눈이 안 좋은 걸 만회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신전에도 못 가는 진짜 빈민들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리고 엘리가 발견한 것은...

"그르르르륵, 그릉..."

....초록색의 척 봐도 질겨보이는 가죽, 물 위에 둥둥 뜬 눈과 길쭉하고 거대한 아가리, 가끔씩 물살이 칠 때마다 드러나는 거대한 몸뚱아리... 엘리는 박물학 서적에서만 보았던 '악어'입니다. 사시사철이 한여름인 남부 지방에서는 전쟁보다도 사람을 더 많이 죽이는 원인이라고 하는 맹수들 중 하나인데... 이게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아무튼, 악어가 수로를 막고 둥둥 떠 있습니다.

209 엘리 - 진행 (I6Hmds/C8g)

2024-08-27 (FIRE!) 22:20:50

"어, 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팔 하나 정도는 내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힘 대 힘은 어불성설. 송곳니를 박아도... 가죽을 뚫고 유의미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까.

그리고, 물에서 악어를 상대하는 건 척 봐도 어려워보였다. 밤이 나의 무대이듯, 물은 저 생물의 무대. 그런 느낌이 팍팍 오지 않는가. 환경으로 인한 이점은 나만 얻는 게 아니라는 거겠지.

'그 서적에 써있었던 것 같아! 악어의 치악력은 굉장해서, 뭐든지 씹을 수 있지만... 그와 반대로 입을 여는 힘은 약하다고'

그러니까 악어의 입을 노려서 닫아버리면...

응, 폐기. 아무리 입을 여는 힘이 약해도 나보다 약해지는 않겠지.

어차피 죽을 일은 없다고, 스스로의 재생력에 자신을 가지고... 일단 악어 쪽으로 접근해, 가족을 송곳니로 뚫어보려고 시도한다.

210 ◆MjRAeKhiz2 (SGG1.MfRME)

2024-08-27 (FIRE!) 22:31:24

엘리는 기척을 죽인 채 천천히 다가갑니다. 엘리가 워낙에 동작이 빠른데다가, 오밤중이라 악어가 앞이 잘 보이지 않다보니 거의 뒤통수까지 왔는데도 악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어지간한 동물들은 배가 약점이니 악어도 배가 약할 것 같지만... 엘리는 악어의 배를 물자고 잠수하는 자살 행위를 할 수도 없고, 설령 그런다 해도 악어가 순순히 배를 물리진 않을 것 같으니 등 쪽으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악어의 등판은 인간의 팔뚝이나 목과는 달리 워낙에 넓어서, 이빨을 댈 부위도 마땅치 않습니다. 엘리는 목만 빼고 악어의 등판을 물어보려 하지만, 턱이 빠질 것처럼 아픈 느낌이 듭니다.

"그르르르르..."

악어의 등가죽을 물어뜯으려고 했지만, 쩍 벌린 입에 느껴지는 건 피맛이 아닌 물비린내와 이끼의 쓴맛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역설적으로 엘리가 이 공격으로 악어한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기에 악어는 등에 이상한 간지러움만 느끼고 몸을 잠깐 비틀기만 했고, 엘리가 입으로 냠냠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는데도 악어는 엘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엘리가 일부러 악어한테 잡아먹히려고 몸을 던지지 않는 한, 이 악어는 (엘리에 한해) 없는 셈 쳐도 된다는 뜻이죠.

211 엘리 - 진행 (I6Hmds/C8g)

2024-08-27 (FIRE!) 22:40:21

"싸우는 걸 피하라기도 했고..."

기록해두면, 나중에 심문관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머리통에 총알이라도 박아넣지 않을까?

퉤. 이끼를 조용히 뱉으며, 수로를 계속 나아간다.

실종 사건에 조금의 기여는 했을지언정, 이 녀석이 내막은 아니겠지. 뭔진 몰라도 주식이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배고플때 사람만 잡아먹는다고 쳐도, 유의미한 수치를 남기기 어렵다.

어쩌다가 하수구로 흘러왔는지는 모를 일이겠지만... 놈은 수문장, 비슷한 걸지도. 일단 세워두면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 팍팍 드니까.

앞으로 뭐가 있을지 상상하며 한 걸음을 내딛었다.

212 ◆MjRAeKhiz2 (SGG1.MfRME)

2024-08-27 (FIRE!) 23:19:38

엘리는 다시금 나아갑니다. 악어를 지나치고 나가니, 이번에는 말소리가 들리는군요... 하지만 거리가 워낙에 멀고, 말소리가 지하수로의 벽에 이리저리 울려퍼지는 바람에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나마 일부라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엘리는 귀를 바짝 댄 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들으려 노력합니다.

"....내려올 거야......때는...온갖...들겠지."

"우리가...있을까?"

"항상...우리가...정 안 되면...알지?"

뭔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일단 지금 들을 수 있는 건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오고 우우우 스산한 바람 소리만 들립니다. 아무래도 더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도, 도망쳐...!!"

어둠 속에서 누군가 양 팔을 허우적거리며 달려오더니, 엘리와 부딪쳐 넘어집니다. 나동그라진 이를 바라보니, 한 사내인데 한쪽 팔이 잘려 있습니다. 그는 고통스럽게 구르다가, 엘리를 보더니 히익...! 하면서 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고 합니다.

"사, 살려줘!"

//오늘은 여기까지, 잘 자!

213 엘리주 (I6Hmds/C8g)

2024-08-27 (FIRE!) 23:25:10

굿나잇~~ 재밌엉ㅎ다~~

214 엘리 - 진행 (I6Hmds/C8g)

2024-08-27 (FIRE!) 23:58:33

>>212

짝! 양 손슬 마주쳐 손뼉을 친다. 한 팔이 없는 남자를 놀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니고.

"집중."

넋이 나가있는 남자의 주의를 돌리기 위함이었다.

"앞에는 악어가 있으니까, 더 나아가지 말고 여기서 대기해. 그리고 앞에 뭐가 있는지도 말하고."

도우러 왔다느니, 안심하라느니. 달래는 건 나랑 맞는 일은 아니었다.

"위험한 녀석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그냥, 이런 말이나 한 마디 하는 정도면 됐겠지.

215 ◆MjRAeKhiz2 (ABjRa6mWDc)

2024-08-28 (水) 08:08:12

>>214
"힉...!"

남자는 엘리가 박수를 치자 정신을 차리고 엘리를 올려다봅니다. 어두워서 다른 건 보이지 않지만 백은색 머리칼은 이 어둠 속에서도 저 멀리서 반사된 침침한 빛을 받아 약하게나마 제 존재를 드러내며 인사하고... 뱀파이어임을 나타내는 핏빛 눈동자는, 분명 광원이 별로 없는 환경인데도 기이하게도 잘 보입니다. 남자는 벌벌 떨다가, 숨을 몇 번이나 몰아쉬고는 상황을 설명합니다.

"여, 여여여... 여기에 내 짐들을 숨겨놓은 걸 찾으려고 내려왔는데... 제, 제길... 고, 고고고블린이랑... 쥐새끼들이... 평소보다도 더 빨리 활개를 쳐서... 내 물품 창고를 덮쳤어요."

상황을 설명하자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사내는 주머니에서 붕대를 꺼내서 한쪽 끝을 입으로 물고, 성한 나머지 한쪽 손으로 더러운 절단면을 칭칭 감아서 지혈하는군요. 대충대충 응급처치를 마친 남자는 그제야 팔이 잘렸다는게 실감되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엘리에게 부탁합니다.

"이, 이봐요... 꽤 강해보이는데... 수로 따라서 쭉 가다보면 이끼가 전혀 끼지 않은 벽이 나올텐데, 거기에 달려있는 문고리를 밀고 오른쪽으로 돌려서 당기면 내 창고가 나와요. 거기에 노란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 하나가 있을건데 그걸 가져와주면 안될까요?"

물론, 온갖 괴물이 설치는 이곳에서 맨입으로 그런 일을 시키면 안된다는 건 잘 아는지, 보통의 용병이라면 꽤나 솔깃할만한 제안을 하는군요.

"그 창고 안에 든 게 많아요. 엄청 귀한 약도 있고, 동방에서 온 코끼리 가죽도 있고... 아무튼! 그 유리병 말고는 창고까지 포함해서 아가씨가 다 가져도 되니까, 어떻게 안 될까요?"

216 ◆MjRAeKhiz2 (ABjRa6mWDc)

2024-08-28 (水) 08:08:22

굿모닝

217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09:24:12

엘리주한테 진행관련 묻고싶은거
1. 뱀파이어에 대한 인간들의 혐오표현이 피부에 와닿고 있는지?
2. 현재 스토리 진행 속도는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218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13:39:11

월요일 개강인데 기상시각 완전 망했구연~

219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13:41:31

>>217 비냐라던가, 경비원 친구들이라던가, 여관주인이 싫어한다는 게 확실히 기억에 남았어~~

속도는, 템포가 적절한 것 같아!!

220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3:53:39

>>215.

"오~?"

재물욕 같은 건, 스스로도 적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내가 착하단 의미는 아니다. 욕망이란 대게 결핍으로부터 비롯되는 거니까, 재물이 결핍된 경험이 없었기에 욕망도 적은 거겠지.— 인간들의 신기한 물건이라고 하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고블린과 쥐라... 뭐, 맡겨둬! 악어밥이 되기 싫으면 여기에서 쉬고 있고."

고블린. 그리고 쥐. 어려운 적은 아니었지만... 혹시 모를 위험 요소는 있을 수 있겠지. 어느정도는 경계하면서 나아가자.

221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4:43:50

>>220
"네, 으윽... 내 팔..."

남자는 주저앉아서 수로의 벽에 기댄채 눈을 질끈 감습니다. 워낙 상황이 급해 잊고 있었던 절단통이 뒤늦게 찾아온 모양입니다. 하지만 엘리는 잘 싸우는 뱀파이어지 소문난 명의는 아닌고로 그의 고통에 특별히 해줄 수 있는 뭔가는 없습니다. 엘리는 남자를 내버려둔채 수로로 더 깊이 들어갑니다. 워낙에 어둡다보니, 엘리마저도 손으로 한쪽 벽을 짚은 채 점점 구려지는 냄새로 자기가 점점 하수로로 가고 있다는 것만 알고 가는데...

키야아아악!!

갑자기 괴성을 시작으로 깡! 쾅! 쿵!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벽을 긁는 소리,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퍼집니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소리가 커지는 일 없이 점점 작아지더니, 엘리가 무슨 상황인지 알 때쯤이 되면 소리가 잦아들어 간신히 살아남은 승자들의 가쁜 숨소리와 상처를 할짝이는 소리만 들립니다.

"찌찍... 끼이익..."

"데호를 카매나리비둠. 츠크빅 아눅..."

"킷스타바리메님 야불..."

뭐라 하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이 목을 쥐어짠듯한 쇳소리와 안절부절 못하고 킁킁대며 훌쩍이는 소리... 엘리의 신경이 곤두서고, 어둠 속에서 보이는 움직임만으로 상대의 정체를 눈치챕니다.

랫킨, 다른 말로 "사람만한 쥐새끼"들이, 고블린 무리와 싸워 이기고 격렬한 싸움 이후를 수습하고 있습니다...

222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4:50:06

>>219
확인!

223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4:56:28

>>221

'어이쿠.'

저들도, 싸움 직후의 2연전은 피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리고 싸움을 수습하느라 주의가 산만해지기도 했고.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도 밤눈에 준하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겠지만, 수습에 눈치가 팔려 있을지도 모르고... 나를 발견한다 해도, 그저 지나갈 뿐인 나를 구태여 리스크를 지면서 공격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판단 하에, 나는 랫맨들의 사이를 은밀히 지나치려 시도했다,

224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5:09:56

엘리는 자신의 몸을 수많은 박쥐로 나눠서 그들 사이를 지나칩니다. 고블린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대형견만한 거미도 딸려있는 것으로 보아 고블린 쪽도 꽤나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박쥐도 쥐라고 뭔가 찍찍대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랫킨들이 무기를 치켜들지만 뭐가 지나간건지 겨우 감을 잡을때쯤, 엘리는 이미 그들을 넘어 백걸음이나 넘게 멀어진 뒤입니다. 그런데 잠깐... 그 자리에 선 엘리는 갑작스레 변한 냄새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냄새가 역겨워서? 아닙니다. 뭔가 무서운 존재가 있어서? 아닙니다!

...이 하수구랑은 연이 없을 것 같은, 정말로 달콤한 냄새입니다. 엘리는 정신을 집중하고, 눈을 감아 이 냄새에서 정보를 추출하려 합니다.

생명, 달콤한 생명입니다. 다른 동물의 생명을 훔쳐야 살 수 있는 그녀 같은 뱀파이어가 갈구하는... 피와 살의 냄새. 그것도 아주 제대로 숙성된 냄새입니다... 이게, 지하수로의 더러운 공기를 덮어버릴 정도로 잔뜩 퍼집니다.

...지하수로가 에레야 말마따나 진짜 하수만 씻어 흘려보내는 거라면 피냄새가 이리 날 일이 있나요? 어디서 고기파티라도 하나?

225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5:21:24

"...어라?"

여기서 나면 안되는 냄새같은데?! 냄새의 근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다. 의뢰가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일단, 창고 먼저 확인해야지. 응.'

이끼가 끼지 않은 벽을 찾아서. 어쩌면, 저 피냄새의 근원은 창고와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다.

226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6:10:07

피냄새는 피냄새고, 엘리는 엘리입니다. 저 피냄새의 근원은 찾을수도 안 찾을수도 있는거고, 지금 당장은 창고문을 여는 것에 집중해야지요. 그렇게 걸어가던 엘리는 창고를 금방 찾아냅니다. 이끼가 전혀 없고, 문고리도 있군요. 남자가 알려준대로 문고리를 조작한 엘리는 절꺽, 하고 걸쇠 같은 게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시범삼아 조금 당기자...

구궁... 끼이이이이이...

당겨지긴 하는데, 뭔 문을 통짜 바윗덩이 그대로 만들었는지 무겁군요. 계속 당기려 들자, 바닥이 긁히며 기분나쁜 쇳소리를 만듭니다.

이 창고에 숨기던 남자놈은 제 명을 재촉한 셈 같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 창고에 뭘 숨겨두다뇨! 그나마 다행인건, 엘리도 아예 못 당길 건 없어보입니다.

227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6:15:07

"이 정도 소리는, 이목을 끄는데..."

방금 두고 지나친 쥐들이던, 저 앞에 있을 무언가던. 자신의 위치는 지금 만천하에 공개된 샘이다.

하지만 이미 소리를 내버린 이상... 지금 내빼봤자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샘이었고. 들키는 걸 각오하고서라도 문을 열어젖혀야겠지!

"흐읍...!"

힘을 들여 문고리를 당기면서도, 사이사이 둘러보며 주위를 경계한다.

어떤 족속들이 나를 보러 올 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228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6:42:44

>>227
끼긱, 끽, 끼기기기기긱!

귓전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당깁니다. 쾅! 쾅! 쾅! 석문의 밑바닥이 어딘가에 닿을 때마다 채석장에서 기중기에 메단 추로 돌을 깨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시작한 김에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엘리는 문을 잡아당기고...

콰콰콰캉!!!!!

...이거 창고 맞...겠지? 엘리는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쯤 되면 이 남정네가 어떤 괴물놈들이랑 한패라서 함정을 팠나 싶지만, 그런 생각들은 안에 들어가서 램프에 불을 당기자마자 보이는 온갖 금은보화 앞에서 사라집니다.

남자가 말했던 예의 그 노란 액체가 든 유리병, 속을 꽉 채운 은화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금화가 매혹적인 돈자루, 마법 스크롤 더미, 황금으로 자아낸 것 같은 비단 원단 뭉치, 유니콘 뿔을 비롯한 고급 연금술 재료,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갈기갈기 찢긴 책? 아무튼 엘리는 이곳을 둘러보다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저벅저벅 발소리와 쇳덩이가 벽을 긁는 소리에, 자기가 지금 쇼핑할 때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지금 당장 챙길 것만 챙긴다 치면, 엘리는 위에 언급된 것들 중 유리병을 포함해 최대 4개를 들고 갈 수 있으며, 민첩 스테이터스 저하 없이 가져갈 수 있는 건 총 2개입니다.

아니면, 도망치는 대신 엘리의 싸움 실력을 시험해보거나, 목숨 걸고 문을 안에서 닫으려 시도하거나, 아예 존엄성을 좀 희생하고 하수가 되어버린 지하수로의 유류에 몸을 맡기거나, 다른 방법도 있겠죠?

229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6:54:24

유니콘의 뿔을 한 번 들어보고, 거부감이 없다면 손에 들어 챙긴다.

'정결과 청순을 상징한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그게 수호부와 같은 성질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거부할 가능성은 있었다.

들고 도망치기 위해 챙겼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

"덤벼!"

유니콘의 뿔이라는, 적당히 단단하고 관통력 있고 부정한 존재에게 추가 피해가 있을법한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30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7:44:15

치이이이익... 엘리의 손이 약간 뜨겁지만, 수호부와는 다르게 그냥 손난로처럼 따뜻하군요. 유니콘의 뿔이 엘리의 '불경한' 종족을 거부하는 것 같지만, 엘리가 나름 '깨끗한' 아가씨였던 덕분인지 유니콘의 뿔이 거부하려다가 만 것 같습니다. 엘리는 뿔을 살인 무기 삼아 들고 양쪽을 바라봅니다


"키키키키킷!"

...무언가 지나갈거라 생각도 못한 틈새에서 덩치가 작은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나옵니다. 짱돌, 몽둥이, 쇳조각 등 변변찮은 무기에 영양 상태도 안 좋은지 수척하지만, 눈빛에는 신선한 고기를 향한 열망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제기랄, 바로 위와 연결된 수직 우수관을 통해 대형견만한 거미들이 고블린을 등에 짊어진 채 내려옵니다! 이놈들은 준비가 나름 철저한지, 불길한 문양이 새겨진 두개골을 뒤집어쓰고 조잡하게나마 의식용 지팡이를 든 샤먼도 있군요.

반대편을 봐도 상황이 영 좋지 않습니다.

"연장 챙겨라!"

"오늘 고기파티다!"

엘리가 지난 밤에 사냥했던 식인종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블린만큼은 아니어도 수가 꽤 되고, '출처를 알기 힘든'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를 걸쳤고, 이런... 구울병 말기에 이르러 진짜 구울이 된 놈들, 식인의 부작용인지 뭔지 풍선마냥 부푼 돼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키킥?"

"저년 뭐냐?"

식인종들이 밤눈을 밝히려 불을 켜자, 엘리는 뻘쭘하게 유니콘 뿔을 든 채 양쪽 사이에 끼인 형국이 됩니다.

231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7:44:34

오늘도 6-8 공백 10 끝!

232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17:47:20

확인했당~~~

233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17:48:11

그리고 수위 때문에 언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입에서 맴돌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지만(?)

스레주와 통해서 생각한대로 반영된 것 같아서 좋다!!

234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8:03:14

>>230

"..."

드르르륵—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줄을 긋듯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끼를 가져와 유니콘 뿔에 묻히고는 선을 긋는다.

문으로부터 반경 1m 정도, 그다지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넘어오면 죽인다. 아니면 관심 없어."

고블린이 사람 말을 할 줄 아느냐고? 그런 건 아니겠지. 그치만 우연히 선을 넘은 고블린이 한두마리씩 죽고, 선을 넘지 않은 고블린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학습'을 할 지능은 있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괜찮지만, 굳이 건드리기엔 계륵. 손해만 되는 적. 그런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235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8:42:51

"..."

"..."

엘리의 계략은 타당했습니다. 눈 앞의 적도 짜증나는 마당에 굳이 적을 늘리는 건 대단한 병법서를 볼 것도 없고, 지성인의 일반 상식을 논할 것도 없이 동네 애들 맞짱 뜰 때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엘리에게 불행한 점이라면 상대들 상태가 죄다...

"야, 저 새끼까지 포함해 다 제껴!!!!!"

"뒤져어어!"

한쪽은 딱히 식량 사정이 타지에 비해 특별히 나쁜게 아닌데도 인육에 손을 대고 구울병이 오다 못해 아예 구울이 될 정도로 미친 식인종 집단이고

"키샤아악! 악 카 고바!!!"

나머지 한쪽은 고블린들 중에서도 지능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폭력성만 강한 야생 고블린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엘리가 서있는 위치상, 양쪽이 맞붙는다면 엘리가 있는 곳이 아예 안 휘말릴 수는 없다는 것도 불행을 더합니다


236 ◆MjRAeKhiz2 (nru2KLpnIk)

2024-08-28 (水) 18:44:35

사실 유니콘뿔 무기로 드는 전개를 생각을 못해서 쓰기전 두번생각핢

237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18:46:34

고맙다 캡틴... 정말 고맙다...!

238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8:55:50

"너무 멍청해도 문제구나—"

뭐어, 두드려맞고 걸레짝이 될 가능성이야 차고 넘쳤지만 "죽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에 나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선을 넘은 적들 중 유니콘의 뿔로 어느 쪽을 찌를까 고민하다, 고블린을 향해 겨누고는 뿔을 휘둘렀다

'지능이 낮고 수명이 적을수록 번식력은 뛰어나다... 라고 하지?'

나는 고블린생태학자 같은 게 아니었지만, 고블린은 딱 봐도 번식력이 좋게 생긴 종족이었다.

그렇다면 유니콘의 뿔이 유의미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라. 반면에 저 식인종들은? 딱 봐도 이성에게 인기 없게 생겼지 않은가. 아주 유니콘에게 환영받을 것 같다.

물론, 단체전의 경험은 이미 한 번 해봤다. 내가 한 방 날리는 사이 몇 방이나 되는 칼침이 나한테 꽂히겠지.

하지만 상관 없었다. 재생의 매개인 피만 있다면!

'고블린 피는 어떤 맛일까...'

조금 꺼려지긴 했지만, 그걸 가릴 때는 아니었으니까.

239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19:03:54

와 전투할때마다 상대가 유니콘적으로 아웃인지 합격인지 매번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유니콘 뿔은 이번 전투까지만 쓰자!!

240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19:51:14

쌔액ㅡ

엘리가 처음으로 노린 건 고블린 떼입니다. 마치 식인종 그룹의 선두라도 된 것마냥, 고블린들 사이로 파고들어갑니다. 처음으로 달려든 고블린은 옆으로 슬쩍 피하자 제 속도를 못 이기고 물 속에 풍덩하고, 두번째는 그냥 수로 쪽으로 밀어버립니다. 그렇게 고블린을 무기 하나 없이 두놈이나 제낀 그녀는 바로 뿔을 치켜들어, 시범 삼아 한놈을 찌릅니다.

"키야아아아악!!!!!"

고블린이 찔린 부위가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을 느끼면서 드러눕고, 연이어 엘리는 뒤따르는 고블린들을 무릎, 쇄골, 팔뚝, 허벅지, 옆구리 등등 다양한 부위에 뿔침을 놓고, 상당수가 살점 타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지만...

"으아악! 죽어! 죽으라고!!!"

그새 끼어든 식인종과 고블린들이 공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엘리는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그냥, 칼은 맞으면 죽도록 아픈 겁니다. 엘리는 고블린들에게 칼침 한방씩만 놓으면서 밀어버리고, 고블린들이 아파서 발광하자 자연히 엘리 주변에 공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 순간, 엘리는 끔찍한 구토감을 느낍니다! 뭔 일인가 보니, 손가락 말단부터 혈관이 점점 검어지면서 점점 근육이 굳고 있습니다. 제기랄, 샤먼이 저주를 걸었습니다!

241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19:55:37

"저주...!"

이런 쪽이라면, 재생과는 무관하게 나를 제압할 수 있었다. 야생 고블린 치고는 꽤나 영악한 판단이다. 아니,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그냥 쓸 수 있는 수를 아무거나 썼는데 마침 나한테 유효했던걸지도.

샤먼은 어느정도 호위도 받고있을테니 뚫고 가기는 어려울지도. 어쩔 수 없다. 기왕 자주 쓰는 무기도 아니었던 거. 유니콘의 뿔을 잡고, 샤먼을 조준해... 빠르게 던진다!

놈이 주지육림을 즐긴 만큼, 저주를 수련한 만큼 큰 위력이겠지.

242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0:18:17

붕ㅡ

엘리는 근육이 마저 굳기 전에 유니콘의 뿔을 던집니다. 빙빙 돌아가있긴 하지만, 유니콘의 뿔도 끝의 날카로움을 생각해보면 엘리는 고블린 샤먼에게 송곳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엘리가 던지기 직전 고블린 무리에게 밀린 식인종이 엘리의 뒤를 덮치고, 앞에서는 고블린이 용기를 내 엘리의 배에 뼈칼을 찌르며 파고들면서 자세가 흐트러졌습니다. 게다가 근육이 굳어가니, 유니콘의 뿔은 그 이름이 무색하게 참 힘없이 샤먼에게 날아갑니다. 샤먼은 그걸 보고 지팡이를 들어 괴상한 주술을 외웁니다. 그리고 엘리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잠시 실명할 것 같은 섬광에 시력을 잃습니다.




콰콰쾅!!!!!!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오직 엘리만이 인지할 수 있는 찰나가 지나고 폭발이 일어납니다. 폭음 뒤에는 삐이이ㅡ 하는 소리가 귀청이 찢어졌음을 알려주고, 축축해진 귀에서 흘러내리는 액체에서 쇠비린내가 납니다. 제아무리 엘리가 빨라도, 눈이 먼 상태에서 폭압에 휩쓸린 수십명의 식인종과 수백 고블린의 무게를 이길 수 없어 그대로 나동그라지고, 엘리는 축축하지만 딱딱한 바닥을 짚고 숨을 쉬면서 그나마 자기는 물에 빠지지는 않은 운 좋은 누군가임을 상기합니다. 엘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아무 팔다리나 잡아 끌어서 꽉 깨뭅니다. 그리고 부들대는 걸 무시하고 이빨을 더 깊게 박고 한참을 빨고 나서야, 시야와 청각이 돌아오고 상황 파악이 시작됩니다.

"으아아윽... 뭐야 이거..."

"야! 일어나 씨발!"

비명을 지르거나 비명 지를 힘도 없어 끙끙대는 이들 사이에서 홀로 일어난 엘리는 뭔 일이 일어난건지 생각해봅니다. 유니콘의 뿔은 부정한 것을 배제하는 성질이 있고, 고블린들은 야금술부터 주술까지 뭐든 할 수는 있지만 참 개판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뭔가 얼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샤먼이 유니콘의 뿔을 막으려고 주술을 썼다가, 위력은 형편없는 주제에 엄청 '부정한' 것들을 많이 끌어다쓴 덕분에... 안 그래도 고블린의 피를 머금은 유니콘 뿔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 아닐까요? 아무튼 고블린 떼거리 한가운데에서 폭발한 유니콘 뿔은 전세를 단숨에 식인종 쪽으로 몰아세웠고, 그나마 피해를 덜 본 식인종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야, 밀어! 밀라고!"

식인종들은 꼬챙이로 널부러진 고블린들을 하나 둘 찍고, 아직 도망칠 여력이 남아있던 고블린들은 황급히 도망칩니다. 하지만 시력과 청력이 상한 나머지, 아무 곳으로나 막 뛰어가다가 식인종에게 제발로 뛰어들거나, 물 속에 쳐박히기를 반복합니다. 대부분의 식인종들은 고블린에 꽂힌 나머지 엘리의 어깨를 툭! 툭! 밀치면서 지나갔지만, 개중 누군가가 엘리에게 칼을 들이밀었습니다.

"너도 뒤져!!!"

243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20:23:49

휴 수위로 분쟁조정에 끌려가는 미래를 하나 없앴다!!

244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0:32:14

>>244
사실 나도 무서워서 폭파시켰다고 말못해...

245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20:35:35

"휴우."

흡혈의 고양감 덕에, 정신적인 피로는 잠시 뒤로 물러난다. 남은 건, 식인종들 뿐이다.

우선 칼을 들이민 식인종부터 노리고. 정면승부로 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끌린다. 흡혈로 제압하거나, 때려서 잡는 것 보다는...

'밀친다'

속도를 살려서, 대응하기 이전에 수로 쪽으로 떨군다. 가장 효율적으로 놈들을 처리할 방법이었다.

어느 소설에서는 적들이 이런식으로 주인공을 처리했다가 수로 아래에 숨겨진 비밀공간에서 힘을 얻고 돌아오지만... 뭐! 어디 놈들이 주인공이겠는가.

246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20:36:45

>>244 (끄덕끄덕끄덕) 할 땐 재밌을 것 같아서 집었지만 나와선 안될 물건이라고 직감했어...! 세계를 멸망시킬(스레 외적으로) 마검!!

247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1:04:21

"어... 어어?!"

식인종 몇 명을 떨어뜨리자, 누군가 엘리의 머리채를 잡습니다. 하지만 엘리는 저항하는 대신, 그대로 양 손으로 그 손을 붙잡고 몸을 돌려 그 놈을 물 속으로 빠트리고, 자기도 휘말리기 전에 박쥐의 형태로 바꿉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바뀐 나머지 벌써 피로 부른 배가 꺼졌다 싶을 때쯤, 누가 엘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콱 붙잡자, 엘리는 오히려 잘 됐다며 그 손을 붙잡고 손가락이 절단되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꽉 깨물어서 피를 빱니다. 비명이 들리지만 이 식인종도 사람 잡아먹을 때 그 사람 사정 신경 썼을까요? 엘리는 콱, 콱, 콱, 한번 열었다 다물면서 손목의 동맥에 송곳니를 박고 분수처럼 쏟아나오는 피를 마십니다.

"야 이 답답한 새끼들아! 고작 한 명을 못 죽여?!"

"다 붙어!!!!"

지난 밤보다 훨씬 많은 식인종들이 칼을 들고 엘리에게 달라붙습니다. 세 명이 아니라 여덟명이 넘는 놈들이 한번에 엘리를 포위하니 찔리는 부위도 다양하고, 피도 위험할 정도로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엘리는 문 사냥감을 놓치지 않고, 피를 너무 빨았는지 동맥에 이빨을 꽂았는데도 더 이상 나오지 않자 엘리의 목을 노린 칼을 턱을 빼서 피하고 손목을 또 깨뭅니다. 박쥐로 변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 좁게 포위당했지만, 그렇게 한참을 빨고 찔린 결과...

"헉... 헉..."

"뭐야 이년...!"

그녀를 찔렀던 식인종들이 힘이 빠져 먼저 나동그라지고, 그를 보자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거구의 덩치들이 달려들고, 식인종들이 묶어놨던 구울들을 엘리를 보게 한 뒤 풀어버립니다.

"아오 이 년, 진짜 귀찮게 하네."

"크아아아... 크아아아악!!!!"

248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21:12:43

'저건... 언데드 분류일까?'

구울이라는 이름부터 외모까지, 그런 느낌이 드는데. 언데드라면 피를 빨기 어렵겠지.

저 구울들의 지능이 맷돼지와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상대할 방법은 있었다.

'투우사가 되는거지!'

흥분해서 달려드는 적을, 날렵한 몸짓으로 피한다. 투우를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그런 건 투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강해보이고, 까다로워 보이는 상대는 구태여 상대해줄 필요가 없다.

249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1:32:32

"야, 야 씨발! 같은 편... 으아아악!!!"

달려드는 구울을 날렵한 몸짓으로 피하지만, 그 중 한 놈이 우연히 엘리의 갈비뼈에 손톱을 박아넣었다가 이내 빼버립니다. 그 사이로 피가 흐르는 것 같지만, 엘리는 그동안 빨아먹은 피로 빠르게 재생합니다. 엘리를 놓친 구울들이 손을 휘저으며 넘어진 동료 식인종들을 박살내다가, 뒤돌더니 다시 엘리에게 달려듭니다. 이번에도 요행으로 피했지만, 워낙에 공간이 좁은 나머지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박쥐로 다시 변하려는 순간에...

"아오, 이 모기 같은 년!"

수로에는 어떻게 들어왔는지 참 궁금한 식인종 덩치가 엘리의 종아리를 붙잡더니, 그녀를 거꾸로 듭니다. 고블린, 식인종, 구울, 지하수로. 이 모든 것이 순간 거꾸로 뒤집혔다가, 세상이 아주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가 멍멍해집니다! 쾅! 쾅! 쾅! 엘리를 좌우로 마구 패대기치더니 벽에 던져버리고, 고블린보다는 훨씬 나은 조직력을 가진 식인종들은 길쭉한 쇠막대기를 들고 오더니 엘리의 몸에 쇠막대기 여러개를 꽂아 밀어버립니다.

"야, 이 년 못 움직이게 막아! 한방울이라도 피 빨면 우리 다 좆되는거야!"

정확한 분석이고, 식인종들은 그 분석에 따른 당연한 대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엘리가 얼마 남지 않은 피로 박쥐로 변해야 하나 고민할 때, 식인종들은 아마 희생자를 포획하는 데 썼을 그물도 가지고 오는군요. 이거 잘못하면 진짜 망하겠다 싶을 때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거기까지! 내 직접 봐야겠다!"

그 목소리에 식인종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엘리를 감시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벌떡 일어섭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이어지는군요...

"내 뱀파이어는 최대한 극진히 모시라 신신당부했거늘."

250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1:37:10

일단 지금은 엘리가 제압당한 상태! 뭔가 박쥐 변신 능력이 마법 쓸 줄 모르는 상대+광역기 없는 상대한테는 대처방법이 절대 없어보여서 좀 페널티 고민하는중... 아니면 엘리가 낮에 나올수밖에 없는 제약 상황을 더 넣는다던지? 암튼 더 고민해봐야겠다...

251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21:42:46

>>250 음... 정석적이지만 제한시간?

252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21:48:20

>>249
돈다...

별이 돈다...

구울병이라는 거, 지능 열화는 생각보다 적은 편이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방금 전처럼 본 완전히 구울화된 개체가 아니면 시의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녀석들의 상층부는, 진작에 구울화됐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하구나."

하긴. 놈들의 조직력은 꽤나 유능한 상층부가 있어야 성립하는 그것이었다.

"그, 근데 이것부터 풀어줄 수 있을...까?"

253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2:00:31

식인종들 사이에서 정말로 높아보이는 누군가가 나옵니다. 후드가 달린 붉은 사제복을 입고 있고, 그 후드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빙빙 도는 시야로 그 사내를 바라보는데, 그 사내는 엘리 쪽을 보는 듯하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사과합니다. 아까 전에 식인종들이 엘리를 당장이라도 찢어죽이려 들던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밤의 귀족이시여. 이곳의 상황이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아가씨를 제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정반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빙글넹글 돌아버렸는뎁쇼? 어안이 벙벙해진 엘리에게 그 사내가 말합니다.

"이 결박은 금방 풀어드리겠나이다. 저희 쪽으로 오셔서, 저희가 무엇을 하는지 보시면 바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254 엘리주 (KefpJugPWU)

2024-08-28 (水) 22:05:37

수고했다~~~ 그냥 식인귀가 아니라 사교도 쪽이었구나

255 ◆MjRAeKhiz2 (ESpLtwTMLo)

2024-08-28 (水) 22:12:21

>>254
(딴청)

256 엘리 - 진행 (KefpJugPWU)

2024-08-28 (水) 22:43:52

"어떤 종교의... 사제일까?"

붉은 사제복. 묘하게 교양있는 어투. 이 녀석들과 함께하게 되면, 낯이 아니라 더욱 깊은 밤의 세계로 들어가게 될 것만 같아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눈 앞에서 티낼 정도로 상확 파악이 느리진 않으니깐.

"일단은, 따라갈게. 하지만 누군가와 한 선약이 있다는 건 알아줬음 해."

일단 뭐 하는 녀석들인지 기록하는 게 내가 받은 임무였으니깐. 그리고 팔 잘린 남자한테 노란 약도 전해줘야 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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