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시작이라. 확실히 연애의 시작은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는 법이긴 했다. 자신이 혜성에게 먼저 말을 걸고 사진 찍는 것을 가르쳐달라고 했던 것처럼. 그 이후로 연애를 다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그건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현실에 찌들면서 좋다,라는 순수한 감정보다는 서로의 조건을 따지게 된 것일지도 모르고.
“그렇죠. 그래도 선전포고 같은 걸려나요. 뭔가..... 저한테 적극적으로 대시하시려는 분이 있을거라곤 그닥 생각하지 못해서서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나쁘지 않다는 듯 아람은 배시시 웃었다. 아람은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노래방 리모컨을 들었다.
“음, 슬슬 노래 한 곡 부를까요? 먼저 부르는 쪽이 좋으세요? 아니면 제가 먼저 부를까요?”
"제가 아니어도 한 명 정도는 더 있을 것 같은데요. 딱 보니까 티가 나던데. 뭐,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좋은 것이 좋은거지. 할 생각은 없지만요! 선전포고라고 해도 좋아요. 애들 가르칠 때도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치는데, 정작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애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그렇게 말하겠어요?"
정말로 다른 여성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다른 누가 아람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자신은 물러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그는 강하게 선언했다. 한 우물을 파는 그의 성향 그 자체였다. 물론 아람이 부담감을 느낀다면 조금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오히려 자신만만한 눈빛과 미소를 보이며 민호는 아람의 제안에 마이크를 먼저 들었다.
"그럼 제가 먼저 부를게요. 그래도 이런 것은 역시 맨 처음에 분위기를 좀 띄워야죠!"
리모컨을 받은 후, 그는 검색 기능을 돌려보다 경쾌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을 선택했다. 딱히 사랑 관련 곡은 아니었다. 그냥 지금 이 분위기를 즐겁게 바꿔보겠다는 듯이, 경쾌한 멜로디를 방 안에 가득 울리게 하며 그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전문가 수준으로 아주 잘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딱 무난한 중간 정도의 실력. 하지만 음이 꽤 안정적이었고, 가사 또한 꽤나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거나 그런 모습이 아니라 그냥 이 자체를 즐기겠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비추며 어깨까지 들썩이며 노래에 집중하던 그는 싱긋 웃으면서, 마지막 파트까지 무난하게 불렀다.
나는..조금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제부터 쉬면 되지 뭐! 주말도 코앞이다! ㅋㅋㅋㅋㅋ 아무튼...ㅋㅋㅋㅋ 아람이..ㅋㅋㅋㅋㅋ 회피한 것 치고는 엄청 신경쓰고 있잖아! ㅋㅋㅋㅋ 정작 혜성이는 그때의 기억을 그냥 뭐, 아는 사람 하나 늘렸다 정도로만 기억하겠지만 말이야.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하...추워... 이게 날씨가 맞는건가..겨울이니까 맞네! ㅋㅋㅋㅋ 아무튼 내일 연차로구나! 축하해! 난 다음주 수요일 연차다! 하하! (엄지척) 아무튼 아람주도 하루 수고 많았어!! ㅋㅋㅋㅋ 일단 아람이도 현재 별 생각은 없구나. 민호가 알면 시무룩 할지도 모르겠는걸? ㅋㅋㅋ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닌법이지!
ㅋㅋㅋㅋ큐큐ㅠㅠㅠㅠㅠ 진짜 겨울 싫어......... 담주 수요일 연가 축하해~~!!! 담주 수욜에 뭐하는데? 약속가? 혜성주도 수고 많았어~~~ 아마 답레는 내일 가져올 듯 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쉽지 않지~~! 민호처럼 한눈에 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
딱히 일정은 없어! 그냥 어차피 올해내로 연차 한번 더 써야하니..그냥 수요일에! 후후..이걸로 난 3주 연속 주 4일제다! 답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확실히..쉽지 않지. ㅋㅋㅋㅋ 맞아. 한눈에 반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진짜 엄청난 확률이니 말이야. 그만큼 아람이가 예쁘고 귀엽고 최고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내일 연차라고 너무 늦게 자나......? ㅋㅋㅋㅋㅋㅋ 혜성주 3주 연속 주4일제냐구 ㅋㅋㅋㅋㅋㅋ 축하해(?) 확실히 한눈에 반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 아니 ㅋㅋㅋㅋ 그게 아람이가 그런 덕이냐고~~ 그냥 혜성주가 아람이를 좋아하는 것 뿐이잖아~! 지금 시간이면 자고 있을테니까 잘자구 내일도 힘내기야~!
연차는 잘 보냈니? 아람주? 오늘 쉬는 날이면 늦게 잘 수도 있지! ㅋㅋㅋㅋ 아침에 늦잠은 푹 잤을지도 궁금하네! 그리고..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 다음주 수요일 연차. 그 다음주 수요일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다음주는 1월 1일! 와! 나 3주 연속 주 4일제야!!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람이는 단체스레에 올라갔어도 진짜 다들 아람이와 연플 찍으려고 엄청 노렸을 거라니까! 나만 그런거 아니라구! 아람이는 충분히 한눈에 반할만한 존재야! ㅋㅋㅋㅋ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 것이니까. 연애 프로그램이라고 빼지 않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참여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민호가 최선을 다해서 다가온다면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나름 중요한 것이라고 아람은 생각했다.
그리고 민호의 첫 곡이 흘러나오고 경쾌한 분위기에 아람은 탬버린을 흔들고 소리를 내며 조금은 따라부르기도 하면서 이 분위기와 노래를 즐겼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탬버린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민호의 너스레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호가 노래를 부를 때 예약해 놓은 곡이 시작된다. 노래는 아람이나 민호가 학창 시절 때 인기 있던 걸그룹의 노래였다. 유명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신나는 곡. 물론 걸그룹 노래다보니 사랑 노래이긴 했다. 의미가 있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아람은 마이크를 들고 앞으로 나오면서 몸을 까딱까딱 가볍게 흔들었다.
밝고 경쾌한 곡을 부르며 손동작으로 가벼운 안무를 흉내내기도 하는데 꽤나 즐거워 보인다. 노래도 안정적이고 꽤나 잘 부르네, 싶은 정도이고. 안무 중에 손가락 총으로 민호를 겨눠 장난스럽게 쏘기도 했고.
노래가 끝나자 아람이 와르르 웃음을 쏟아내고는 자리에 앉았다. 추억 소환 노래다보니 부르면서도 재밌었던 듯.
진짜 쉬는거 너어어무 좋아!!! 이번주 진짜 바빴던 만큼 집에서 늦잠도 엄청 자구 그랬다~~! 거의 점심 넘어서 일어났어 ㅋㅋㅋㅋ 와~~~!! 진짜 그렇네~~ 나도 휴일 많아서 너무 좋아~~ 그렇지만 일은 기다려주지 않겠지만 ㅋㅋㅋ큐ㅠㅠㅠㅠ 진짜 담주에도 열심히 일해야지이이이 혜성이도 다인스레에서 인기 많았을걸? 츤데레라니 너무 귀엽잖아~~~!~!~! 진짜 츤데레 최고.........
멋있다는 말이 아람의 입에서 들리자 민호는 예스! 소리를 크게 내면서 아자하는 느낌으로 포즈를 취했다. 정말로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하기사 자기가 마음에 두고 있는 이의 입에서 자신이 멋있다는 말이 나왔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는, 아람을 진심으로 자신이 데려가려고 노리고 있었기에.
자신의 노래가 끝난 후, 아람의 노래가 시작되자 민호는 절로 오-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곡이 무슨 곡인진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거 자신의 학창 시절 때 잘 나가던 걸그룹의 노래가 아니던가. 뭔가 되게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탬버린을 흔들면서 조용히 곡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아람의 안무를 눈에 담았다.
귀엽다.
예쁘다는 감성에 이어 귀엽다는 감상이 절로 나왔다. 사랑 노래이긴 하지만, 애초에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에 대해서 민호는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아람의 귀여운 안무를 즐기는 것에 만끽했다. 안정적으로 잘 부르는 노래 실력에 감탄하다 그녀가 손가락 총으로 빵야 쏘자 민호는 심장을 잡고 으윽. 소리를 내면서 어느 정도 그녀의 행동에 맞춰줬다.
"하하하. 엄청 잘 부르시는데요? 안무도 출 줄은 몰랐는데. 너무 귀여우시다. 아람씨. 귀엽다는 평 많이 듣지 않았어요? 응. 진짜 눈이 갈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쩌지. 아람씨 진짜 더 욕심 나는데."
직설적으로 그녀에 대한 호감을 강하게 표현하면서 민호는 그녀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혜성에겐 조금 미안할지도 모르나, 역시 아람은 자신이 데려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음에는 듀엣 곡 어때요? 사랑곡 안해도 상관없어요. 그냥 아람씨와 듀엣 한번 부르고 싶어서."
물론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아람의 자유였다.
/ㅋㅋㅋㅋㅋ 진짜로 푹 쉰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아람주..한동안 엄청 바빴으니까. 일은...ㅋㅋㅋㅋ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휴일은 즐겨야지! 연차도 즐기고 주말도 즐겨야 하고 그런 법이야! ㅋㅋㅋㅋㅋ 글쎄..혜성이가 인기가 많았으려나. 모르겠다! 아람주에게 인기가 있었으면 그걸로 족했을 것 같긴 해! ㅋㅋㅋㅋ
아람은 솔직하게 자신의 기분을 드러내는 민호가 웃기기도 하고 귀엽게 느껴지기도 해 작게 웃었다. 자신이 손가락 총을 쏘자 반응해주는 것도 재미있었고. 확실히 맘 편하게 재미있게 놀기에는 좋은 상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시나 상대를 잘못 만나 어색하거나 대화가 힘들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나름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다.
“아하하.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녜요? 자자. 칭찬 세례는 이제 그만ㅡ.”
아람이 작게 웃으면서 아이를 대하는 듯 장난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다.
“듀엣곡? 좋아요. 재미있겠다.”
아람이 작게 키득키득 웃으면서 “노래는 뭘로 부를까요?” 물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듀엣곡을 몇 개 후보로 읊는다. 보통 듀엣곡이라는 게 사랑 노래가 많다보니 만남, 이별 등등 주제도 다양하다. 살짝 발랄한 곡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분위기로 보면 발랄한 곡이 좋으려나?
/ㅋㅋㅋㅋㅋㅋㅋ 왴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부끄러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한테 익명 앓이 엄청 보낼 수도 있지!!!!!!!!
"하하. 부끄러워요? 그런데 이거 띄워주기 아닌데. 그래도 아람씨 부담스러울테니 이 정도로만 할게요."
괜히 눈웃음을 보이면서 그는 하얀 이를 내보이며 키득키득 웃었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서도 호감을 표현하는 것. 아무래도 이 남자는 그런 스타일인 모양이었다. 물론 그 모습이 마냥 좋은 모습일진 알 수 없었지만. 이어 탬버린을 내려두고 그는 물을 다시 천천히 마셨다. 목을 천천히 정리하려는 모양이었다.
"오. 여러가지 생각하셨네요? 그럼 이 곡은 어때요?"
그가 선택한 곡은 다름 아닌 발랄한 분위기의 만남을 상징하는 가사가 담겨있는 곡이었다. 어떻게 보면 딱 지금 이 순간을 보여주는 듯한 곡이 아니었을까? 이어 그는 그녀의 자리에 과자를 몇 개 내려주고 자신도 과자를 두개 집어서 입에 넣었다. 허나 그 이상 과자를 더 먹으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체육 교사라고 나름대로 자기 관리는 철저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고마워요. 오늘 하루, 솔직히 말해서 조금 불안한 것도 있었거든요. 솔직히 저도 전 여친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라서... 물론 마음적으로는 이미 정리했지만, 그래도 아예 생각이 안 날 순 없잖아요? 아마 아람씨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재밌게 시간 보내주셔서."
필시 어떤 곳은 전 여친, 전 남친을 생각하며 어색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가는 곳도 있지 않겠는가. 아직은 초기였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리모컨으로 곡을 입력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 재밌게 논다는 느낌으로 시간 보내다가 가요. 아. 그러고 보니 인증샷도 찍어야하네. 언제쯤 찍는 것이 좋겠어요?"
어쨌건 지금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니 그것으로 민호는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그게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이 싫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아닌가. 긍정적으로 봐야지. 긍정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눈웃음을 잔잔하게 지으면서 물을 다시 천천히 마셨다. 이어 그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 즐거운 시간이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저와 함께 한다면 말이에요. 미션 다른 사람과 할 수도 있잖아요?"
쿡쿡 웃으면서 그는 곧 사진을 곡이 끝난 후에 찍자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이야기했다. 이어 아람이 먼저 시작을 하고, 민호 역시 자신의 파트가 되자 노래를 시작했다. 나름 부드럽게 흘러가긴 했지만, 그래도 아람보다는 조금 실력이 덜했다. 그래도 아예 못 부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냥 평타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런 자신의 실력을 아는지, 합주 포인트가 되자 민호는 아람이 먼저 들어오게 유도하면서 자신은 살며시 아람의 노래를 지탱해주는 느낌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같이 섞이는 것도 좋겠지만, 실력이 동일하지 않기에, 그녀의 노래가 조금 더 돋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아마 마무리까지 그렇게 확실하게 하면서 민호는 아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역시 노래 잘하시네요. 합주를 하니까 확실히 확 와닿아! 하하. 저희 학교 음악 선생님 실력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평소에 노래 많이 불러요? 아람씨?"
/ㅋㅋㅋㅋㅋㅋ 과연 그럴까?! 은근히 부끄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무튼 하루 잘 보냈니? 나는 하루 나름 잘 보낸 편이야!
다음 미션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지금 아람의 솔직한 심정이긴 했다. 민호일 수도 있고 혜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다른 참가자일 수도 있는 거고.
노래는 자연스럽게 민호에게로 이어지고 평범한 일반인 남성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노래를 잘 부르면 가수를 했겠지. 하지만 제가 노래를 부르는 것에 맞춰주며 서포팅 해주는 것에는 꽤 놀라긴 했다. 그에 힘입어 아람은 노래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민호 씨야 말로 잘 부르시는데요? 칭찬 감사해요. 일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틈틈이 배워두고 있어요.”
아람이 쑥쓰럽다는 듯 답했다.
“아참, 제 인스타 보신 적 있으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사진을 잘 못찍어서요. 셀카 실력도 엉망이라.”
뺨을 긁적이면서 하는 말이 민호가 휴대폰으로 찍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하긴 셀카를 찍는다면 보통 여자 쪽이 주도해서 찍으니 말이다.
"저야 학생들 가르치다보면 워낙 노래해! 노래해! 이런 말들을 들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연습한 것 정도에요. 요즘 애들 얼마나 짓궂은지 몰라요. 진짜."
그래도 그런 모습이 귀엽지만. 그렇게 말하며 그는 가볍게 키득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 방송 나간거 알면 애들이 또 무슨 요청을 할까.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미소만 지었다. 한편 아람이 사진을 잘 못 찍는다고 말하고, 셀카 실력이 엉망이라고 하는 것에 그는 괜찮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냈다.
"사람은 누구나 못하는 것이 있다고 하잖아요? 제가 찍으면 되죠. 사진. 뭐, 셀카봉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아서 조금 가까운 거리에서 찍어야겠지만."
그래도 팔을 최대한 뻗으면 얼굴이 다 나오게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람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조금 밀착하듯 붙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포즈는 아람씨가 정해줄래요? 저는 보다시피 팔을 뻗고 있어서 포즈를 생각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요."
그냥 평범하게 선 상태로 찍어도 괜찮고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아람의 답을 기다렸다. 카메라 기능을 켠 후, 적당히 초점을 맞추긴 하나 확실히 혜성만큼 전문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평범하게 사진을 찍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선레 쓰려고 하는데 개인 카메라맨들이 붙어 있는 상황이려나? 아니면 숙소 가는 길이나 그런 데에 카메라가 있으려나~~ 이런 연애 프로그램은 24시간 마이크 차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혜성주는 둘이 만나는 게 오프레인게 나아 아님 카메라에 잡힌다고 보는 게 좋아? 카메라에 잡혀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안잡힌다고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해서 고민된다~~!
아람은 민호와의 노래방에서의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노래부르고 잡담하면서 놀았었으니까.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끝나게 되면 친구로라도 남진 못하겠지. 민호가 확실하게 호감을 표시해오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 전에 이 프로그램에서 서로 사귀기를 선택할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그런 쪽으로까지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람은 혜성이 생각이 났다. 자신처럼 다른 참가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겠지? 그래도 혜성의 신청을 받아줄 걸 그랬나? 하지만 혜성과 노래방 데이트라도 했다간 진짜 숨이 막힐 것 같이 불편할 것 같았다. 전남친과의 재회를 연애프로그램에서 하게 될 줄이야,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다음 미션 하기 전에 한 번 쯤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션과 별개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딱 마주칠 줄은 몰랐지.
“......안녕?”
어색하게 숙소 입구에서 딱 마주쳐 버렸다. 아니 오히려 잘된 걸지도.......
/나가기 전에 선레 투척! 쓰다보니 카메라 이야기는 1도 안들어가긴 했지만 카메라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중!
나희와 식사를 마친 혜성은 그녀를 배웅했다. 하지만 숙소로 바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지, 그는 주변을 잠시 서성였다. 여러모로 이런저런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녀는 다음 미션에서 자신을 지목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진지하게 생각해달라는 말에 그는 바로 뭐라고 답을 하지 않았다. 왜 답을 하지 않았는가. 그 답은 명확했다. 아람이 자신을 지목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으니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못해 제로에 가가울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식사를 할 때는 아람에 대한 생각을 그다지 떠올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막상 혼자가 되니 아람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직 아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니까. 그래서일까. 숙소 입구에서 아람과 딱 마주치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깜빡이며 멍하니 아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응. ...어... 안녕."
아람이 인사를 하고 약 5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혜성은 어색하게나마 그녀에게 인사했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마주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꺼냈다.
스스로의 행동이 찔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아람이 자신을 택하지 않았기에, 자신은 나희와 만나서 식사를 하지 않았던가. 이건 백보 양보하려고 해도 자신의 잘못이 절대로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여기에 잘못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긴 할까. 자신과 아람은 더 이상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도 그저 전남친, 전여친이라는 관계이기에 참여하게 된 것 뿐.
사실 자신이나 그녀나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에게 뭐라고 할 순 없는 사이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아람에게 미련이 많았다. 그렇기에 그는 당당하게 있기 힘들었다. 차라리 오늘 아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조금은 속이 편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도 하며.
이내 아람 쪽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어 눈을 감고 뭔가를 고민하는 듯 하더니,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눈을 다시 뜬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알았어. 어차피 시간은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주는 것이 맞으니까."
자신이 아는 바, 근처 공원에 분명히 벤치가 있었다. 일단 사람이 적은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거니 그는 생각했다. 물론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 굳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공원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앞장서듯 나아갔다.
"...일단 묻는건데... 무슨 이야기인데? 아니.. 뭐. 딱히 무슨 이야기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까. 그 뿐이야."
/아앗...일...일...8ㅁ8 이제 아람주 연차가 끝났구나. 흑흑..괜찮아!! 평일 시간동안 일 정말로 화이팅이야!! (토닥토닥) 아람주도 오늘 하루 쉰다고 수고했어!
아람의 말. 미션 거절한 것에 대해서 오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는 것에 혜성은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참 애매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돌려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그는 막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 후에, 곱게 접었고 아람이 앉을 위치에 살며시 깔았다. 그리고 거기에 앉으라는 듯, 괜히 그는 손짓했다.
"너는 너대로 생각하고 결정한 거잖아. 네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선택한거라면 변명할 필요는 없지 않아? ...여기서 그렇게 말하면... 오늘 너와 시간 보냈을 이에게 실례잖아."
목소리가 조금 퉁명스러운 것은 내심 불만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화를 내는 것도 우스울 노릇이었다. 자신과 아람은 더 이상 연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냐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그는 그렇게 합리화했다.
"...화 안났어. ...화났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그런 거 아니니까 안심해."
하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던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서...음... 뭐... 이렇게 묻는 것도 웃기긴 한데... 어떻게 지냈어? 일단은... 그... 들은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직접적으로 듣고는 싶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