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뭘 하든 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조차 전부 너한테는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나는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 될테니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48240>874 미스미 에리카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situplay>1597047117> situplay>1597047643> situplay>1597048240> situplay>1597049307> situplay>1597049845>
누나가 연락이 없는 건 괜찮았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오히려 나는 그렇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누나가 좋았달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모습이 좋았거든. 그런데 반 년 간 연락이 전혀 없다가 다시 만나게 된 누나한테는 웬 시꺼먼 남자가 붙어있었다. 그것도 꽤 친해보였고. 뭔가 뭔가 말하긴 어려운데, 나를 잠깐 보고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시 누나만 보고 있는 게 뭔가 사람 열받게 하는? 게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그 사람이 느긋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성격 안 좋아보이는 눈매를 접어 웃으며 말한다. 자기는 누나의 담당 트레이너였고, 지금은 보호자라고. 같이 트레센에서 일하는 처지에 잘 해보자고. ...짐작하자면 선배인 모양이다. 직장 선배로 마주치기 가장 싫은 타입인데에...
아니 그보다 몇 살이지? 나보다 연상인 건 확실하고 누나보다도 연상일텐데. 아니 그보다 재학중에 담당을 했단 건 나이차가 최소 5살은 된단 소리잖아 누나―! 왜 이런 사람이랑 친한 건데 지금―
속으로 울부짖고 있는 내 속에서,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 아... 메이쨩의 취향? 으음 어렵네에~ - 마음에 들어한 게 한 명밖에 없었거든. - 검은 곱슬 머리에다가... 음... 안경...? 좋아했던 거 같애. - 근데 자세히 본 적 없어서 나는 어디가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어! - 그래두 왕코쨩이 원한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펌해줄 수도 있구~? - 왕코쨩 좋은 사람 같으니까, 웃지 않게 된 메이쨩을 기운 내게 해달라구~
그리고 내 눈앞의 사람은, 검고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안경을 쓴 녀석이었다. 히다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는 허락해주지도 않던 누나의 머리카락, 그걸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와삭와삭 헤집던 그 손을......
...둘 사이의 유대감을 내가 뚫을 수 있을까? 자연스레 그런 질문이 떠올랐다.
......뚫을 수 있겠냐고?
"이누키 시로임다. 잘 부탁함다 아저씨!"
당연하지, 난 젊고 창창하다고. 나보다 몇 살은 더 많을 아저씨하고 승부해서 절대로 지지 않는단 말이다. 뚫을 수 있고 말고. 각오를 다지고서 악수했다. 서로 손을 꽉 쥔 것처럼 느껴진 건... 착각이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각오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에? 집이요?"
아..............................음......................합격하자마자 누나한테 갈 생각에 바로 짐싸서 올라오긴 했는데. 그런 건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 사숙이라도 일단 신청해볼까요?! 누나 혹시 어디서 신청하는지 알아요? 그, 그 방이 아직 남아있을까요.............???!?!?!"
- 남아있을걸? 일단 8월까지는 기존에 있던 사람이 있겠지만. "젓정말료...????!?!!" - 응. 부상으로 담당 정리한 녀석들이 이번에 좀 있었거든. 그래서 티오가 많이 났던 거니까... 8월까지 머무를 곳만 찾아두면 낙승으로 얻을 수 있겠지. 여유롭게 해, 여유롭게. "웃 우우우으으으 다행임다아... 홈리스 되는 줄 알았네......" - 그러니까 메이사, 도와주지 말고 스스로 하게 냅둬. "아?"
- 이런 건 몸으로 겪으면서 배우는 거니까. 메이사가 다 해주면 버릇 나빠진다?
이 쓰 레기 가.................................................... .....................아냐...........누나는..........눈나는 그 긋그래도 나랑 그동안의 정이잇어서라도그렇게매정하게굴지는
이녀석도 아무 생각없이 올라왔구만. 마치 복수에 눈이 멀어 레드카드만 들고 중앙으로 향한 나때랑 비슷한 느낌. ...그, 그래도 난 사숙 신청은 해놨었다 뭐.... 단지 기한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했고 결국 떨어졌을뿐이지.... 어색하게 웃으면서 일단 생각을 해본다. 뭐어, 나도 마냥 얹혀서 살기만 할 생각은 없어서, 그리고 그, 아무래도 같이 살다보니 이런저런... 지금처럼 개인정비시간을 정하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일도 일어나고 그러니까. 그럴 때마다 외박한다고 나가면 유우가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다가 결국 냉전으로 이어지곤 그랬으니까. 그래서 집을 알아보러 다녔던 적이 있다.
물론 도쿄의 살인적인 부동산에 장렬하게 패배해서 없던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 알아보고 다녔던 매물 중에 적당히 괜찮은거.. 몇개 정도는 찔러줘도 되겠는데.
그런 생각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유우가가 도와주지 말고 스스로 하게 냅두라는 말을 했다. 하—아?! 너무한 거 아냐?? 유우가 몇 년 일찍 중앙생활 했다고 완전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도쿄인 다 됐잖아!! 냉정해! 시골의 정(약간 마피아)은 어디로 간 거냐고!!!
"에— 그건 좀... 너무하잖아." "그렇게 따지면 유우가도 날 주워갈 게 아니라 스스로 하게 냅뒀어야 하는데?"
양손을 허리춤에 얹고 유우가를 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사실 집 보러 다녔던 건 유우가한테는 말 안했었는데... ....어쩔 수 없나...
"왕코쨩, 사숙 신청하는 곳은 우마톡으로 보내둘게." "그래도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은근히 경쟁 심하고...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집도 좀 봐둬. 내가 봐놨던 집 몇 군데 알려줄테니까."
도와달란 눈빛을 정면에서 보고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강하지 않아서 말이지. 거기에 어쩐지, 막 올라왔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고. 결국 도와주게 된다구.
주워갔다는 말에 이누키가 눈에 띄게 동요했다.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서 어디로 갈지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도출되는 결론이 있다. 히다이 트레이너와 메이사 프로키온은 동거를 하고 있다. 그 사실에 이누키가 정신이 멍해졌고.
- 내가 봐놨던 집 몇 군데 알려줄 테니까.
집을 봤다는 말에 벤치에 도로 앉아있던 유우가가 벌떡 일어섰다.
"뭐―?!"
설마 메이사가 그런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이 "메이사, 넛, 너 뭔..." 입만 벙긋거리던 유우가가 결국 다그쳤다.
"니 나갈 기가?!" "와 그런 이득도 없는 일을 하는데!? 니가 내 없이 뭔 일을 그래 하겠다고 나서나? 니가 나 없이 무슨, 뭘―"
동거 확정. 누나가 부르는 말에 정신을 차릴락 말락 하던 이누키가 또 K.O 당했다. 멍해진 눈으로 메이사한테 다그쳐 묻는 히다이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과보호 트레이너라고. 누나도 1인분 몫 하는 한 사람인데 미성년 우마무스메 관리감독하던 때처럼 저렇게 굴어선 안 되지. 물론 누나가 저 시꺼먼 아저씨랑 같이 사는 건 싫은데, 말도 안 되는데...... 그래도 난 누나가 좋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 둘이 사이도 삐걱거리는 모양이고.
그러나 유우가는 제 3자 앞에서 말을 아끼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납득을 못한 채다. 셔츠 아래의 큼직한 흉터를 아는 그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혼자 사는 건 멘헤라에게 최대의 적이다. 메이사는 충동이 올라왔을 때 실행으로 옮길 결단력이 있어서 더욱이 위험하다. 자기 관리가 미흡한 건 당연하고. 그런 주제에 왜 밥해줘 세탁해줘 돌봐줘 달래줘 다 해주는 자기한테서 떠나려고 했는지를 도저히 이해를 못 하는 상황.
그 틈을 젊은 도전자가 파헤친다.
"아, 역시 누나다~ 고마워요 누나. 저 진짜 누나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슴다. 그러면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그, 집 이야기 좀 해봐도 될까요 누나? 공인중개사 번호도 받아야 할 테구......" "저, 오랜만에 누나 봐서 반갑기도 하구여. 그리고 그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도 듣고 싶은데... 안 될까요?"
병원비로 제법 깨졌으니까.... 슬그머니 왼쪽 손목을 감싸쥐었다. 어쩐지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지만 분명 착각이겠지. 그냥 흉터인걸... 그보다 뭔데 그 말은. 유우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아냐고. ....뭐 이것저것 손놓고 놀기만 하긴 했지만, 혼자라도 할 수 있다니까. 아마도. 백보 양보해서 전부 사실이라고 쳐도, 꼭 그렇게 말할 건 없잖아. ...짜증나게. 어쩐지 좀 기분이 나빠져서- 하지만 반박할 순 없어서 그냥 미간을 한껏 찌푸린채 있다가, 왕코쨩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럴까,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아, 사숙 신청하고 집 구할 때까지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봐야겠네." "나는 적당히 넷카페에서 지냈지만, 왕코쨩은... ...짐도 좀 있고, 어떻게 하지.. 일단 식사하면서 얘기할까."
일단 승낙. 근데... 혼자 왔으면 바로 밥 먹으러 가자고 나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슬쩍 유우가 쪽을 본다. 뭐 그래도 츠나지라는 공통분모도 있고 괜찮을라나. 앞으로 중앙 트레센 트레이너 선후배 관계로 지낼테니까... 둘이 친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어째 분위기가.
"유우가도 갈거야? 안 갈거면 어쩔 수 없고. 집에 먼저 가도 돼. 나도 너무 늦게 들어가진 않을테니까."
여기가 역사가 아니라 집이었으면 분명 냉전이 시작되고도 남았을 그런 느낌에, 일단 같이 안 간다는 걸 전제로 말했다. 아니 뭔가... ....어쩐지 말이지.
으히히🤭 흐린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욱신거리지만 역시 제일 욱신거리는건 유우가가 다그칠 때라고 생각해요😏 ....버튼 잘못 눌리고 혼자 있게 되면 그 욱신거림을 😿그렇구나.. 이번엔 제대로 하라는거지... 라고 해석해서 유우가의 불길한 상상대로 해버릴지도...라는 망상을 방금 했는데요🙄
🥺 유우가 트라우마 생겨서 멧쨔 없이는 아무데도 못가는 사람이 되어버릴지도요... 그건 진짜 유우가 정신 아프게 되는 하이패스라서 끔찍한 결말밖에 생각이 안 나요..🤔 어쩌면 그냥 사직하고 둘다 너덜너덜해져버린 채로 츠나지에 돌아갈지도...... 1년간은 둘이 변변찮은 말도 안 하고 그냥 동거만 할지도 모르겠어요 🤔 츠나센 시절에 유우가가 살던 그 집에서
히히... 암울한 거 생각했더니 저의 행복회로가 후히히할 때 유우가가 흉터 낼룸하는 걸 제시해준wwwwwww 아행복해 이래서 멘헤라 키우지
유우가는 🥺 그거 낼룸하는 것보단 키스가 더 좋아 하면서 츄츄할 거 같아요 😏 뭔가 간질간질하고 기분 이상해서 본능적으로 싫어할 거 같은wwww 멧쨔가 그래도 하고 싶다 하면 🫠 ...하고 싶으면 해야지... 하고 냅두겠지만요 비슷한 느낌으로 멧쨔가 빙글빙글하는 것도 싫어할 듯...🤔
멧쨔는 겨울에만 스위치가 켜진 게 아니라 그냥 평소가 그런 느낌인 거군요 😏 완전 알았다고 그랬다가 츄하는 거 트레센 우마무스메들에게 들킬 뻔하면 좋겠네요 히히히 😏 그리고 둘이 쉬었다가 손 잡고 나오는 거 목격당하면 좋겠다 🤤 완전 커플이잖아... 말딸들은 둘이 진짜 안 사귄다고는 상상도 못하고 🤔 사내비밀연애인듯...!!!!!! 하고 있겠네요
히히... 들킬 뻔해서 조마조마 숨죽이고 있다가 😸💦여 역시 위험하네에 그냥 쉬러갈까아 하고 가는 전개를 상상했어요 그리고 손잡고 나오는 거 목격도 당하고😏 다음날 말딸 몇몇이 와서 물어보면 🙀💦엣먓뺫 그 그 그그 그런 거 아니니깟!!!하고 강한 부정으로 긍정해버리고😏이히힉....
그리고 꽃집에서 파는 프리지아 꽃다발에 둘다 무심코 눈길이 꽂혔다가 😼 유... 유우가가 사고 싶으면 사라구~? 나는 꽃 싫어하지 않으니까? 😒 ...네가 갖고 싶어 하는 거 아냐? 꽃 좋아했잖아 하고 서로 눈치 살피다가 메이사가 우앗 유우가 팝업스토어갔다올래!! 꺗!! 하러 간 사이에 유우가가 프리지아 꽃다발 사오는 것도 봤다고요...
으히히...😏 😼 뭐야 결국 샀어? 하고 가는 길에 몰래 꽃병 사오는 멧쨔도 보인 것 같아요😏 다음 데이트 때는 멧쨔가 사고 그 다음에 유우가가 사오고🤭 꽃병에 꽂아둔 게 시들시들해지면 그거 보고서 😸유우가💕 데이트 하러가자💕하는 거겠죠 그리고 멧쨔가 튀어버린 다음엔 꽃병에 계속 시들어서 말라버린 프리지아만 꽂혀있다던가....🙄
꽃병도 갖다놓고...🤭 유우가 집에 메이사 흔적이 점점 많아지네요 겨울에 발 시렵다고 러그도 깔아버리자🤭 유우가 집을 메이사로 완전 덧칠해두는 거 보고싶어요...🤤 꽃만 있으면 쓸쓸하다고 선인장도 사오고 했는데 유우가가 메이사 찾아다니는 동안 다 말라죽어버렸으면 좋겠다 😏 물 나름 자주 주는데도 다 죽어버려서 유우가가 울적해할 거 같아요
러그도 완전 귀엽고 몽실몽실한걸로 사서 깔아두고 소파에도 막 고양이쿠션 햄스터쿠션 이런거 사두고🤭 완전 멧쨔 취향의 귀여운 것들로 채워두고.. 그러고 사라지는 거겠죠 멧쨔.. 나빴다,..😏 선인장도 사오고 둘이 같이 다른 화분도 사두면 좋겠어요🤭 트리 대신에 이거 좋지 않아~? 하고 포인세티아를 사온다던가🤭
멧쨔.. 돌아온 다음에 다 말라죽은 화분이랑 선인장 보고서 🙀엣?! 다, 다 죽었어!?!? 하고 놀랐으면 좋겠다😏 기억 속의 집하고 너무 다르게 엉망진창이고 자기 멘헤라 됐을 때 방이랑 똑같아서 놀라겠지 으히히....
😏히히히.... 멧쨔 돌아오면 쉴 시간도 없이 대청소 해야겠네... 버릴 건 버리고 좀 휑하게 변한 집이지만 멧쨔랑 유우가 둘이 붙어서 만족하고 자는 거 보였어요 다음날에 이제 새로 사러 가야겠지🤭 러그도 새로 사고 애기 용품들도 잔뜩 사야겠죠😏 가는 김에 유우가 미용실도 데리고 가고🤭🤭
메이사는 내가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식사에 안 간다는 전제로, 동향 친구와의 좋은 시간을 방해한다는 듯이 말하는 거에 조금은... 그래, 긁혔다. 그러나 실제로도 동향 친구와의 즐거운 만남을 내가 방해하고 있는 건 맞았지. 그래서 할 말은 없었다.
왜, 친구 셋이서 있다보면 더 친한 둘이 있고 한 명은 미묘한 소외감을 견뎌야 한다고들 하잖아. 겪어보진 못했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그게 맞을 거다.
"...아니, 됐어. 방해하기도 뭣하고. 집 얘기하는데 딱히 해줄 수 있는 조언도 없을 거 같아서..."
그래서 거절하고 돌아왔다. 혼자서 들어오는 집은 꽤나 썰렁했다. 메이사랑 있던 몇 개월이 벌써 날 이만큼이나 바꿔둔 모양이다. 2년 정도 이렇게 지냈었는데도. 집에서 담배만 갖고 나와서 맨션 옥상으로 가서 좀 피고 왔다. 그러고 나니까 입맛이 없어서, 소파에서 폰 하면서 멍을 때렸다.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된다. 둘이 나 없는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 둘이 살기에 LDK는 좁기도 하고, 그리고 아까 봤지? 엄~청 괴팍하게 군다니까. - 맞아여 조금 그렇더라구요... - 그래서 돈 좀 모이면 나가려구. 외박할 때마다 짜증나게 굴고 싫다니까~
그렇게 내 험담을 할 수도 있겠고, 어쩌면 알려주면서 겸사겸사 메이사도 사숙 신청을 넣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술이 당겨와서 캔 맥주를 빈속에 하나 땄다.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야 한다.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변하지 않았어도 메이사는 변했으니까. 그리고 이미 고착되어버린 나랑 다르게 메이사는 앞으로도 변할 거니까. 그런 나이니까. 멘헤라로 허비해버린 20대 초반을 지금이라도 만끽하기 위해 외박을 전전할 수도 있겠지. 그럴 때면 동거인의 존재가 불편할 거고... 아 외박, 그런가. 늦게까지 집 보러 다니느라 나다녔던 거구나. 내가 물으면 이렇게 나올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 말 안 했던 거고.
아무튼 간에, 우리 사이에 있던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취급하기엔, 20대 여자애한테는 좀 무거울 수도 있었을 거란 결론이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양 취급하는 내 태도가 짜증났을...... ...아, 젠장.
내려다봤고, 자괴감에 이마를 짚었다. 보통 술 마시면 안된다고 하던데 나는 뭐 이따윈지......
...아직 시간 여유는 있는 거 같은데.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개운해지려던 때. 도어락이 열리고 메이사랑 눈이 마주쳤다. 잡고 있는 채로.
"..................자, 잠깐 나가봐...아니들어와봐.아니그런의미가아니라. 아 ㅆ...아 O 진짜... 하... 눈감고 뒤돌아서있어. 제발."
그런 해프닝이 잠깐 있었다. 죽고 싶다...
"...그, 뭐 내가 대충 생각을 해봤는데... 일단 묻고 싶은 게." "왜 나가려고 하는 거야?" "나는 나대로 편했는데."
아니 사실 안 편했다. 월세는 그대로, 식비는 약간 절약, 하지만 세탁도 두 배고 청소해야 할 일도 네 배 정도 늘었다. 침대도 좁아졌고. 더 열악해졌다면 열악한데.
거절하고 돌아가는 유우가를 보다가, 왕코쨩을 데리고 식사를 하러 갔다. 그리고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내가 없는 사이에 츠나지에 있었던 일이라던가, 부모님 소식도 건너건너 듣고. 나는 나대로 중앙 트레센의 생활이라던가 사숙 신청, 그리고 부동산 회사의 연락처 같은 걸 알려줬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조금 일찍 먹기 시작했던 저녁식사가 다소 늦은 시간에야 끝났다. 일단은 시간도 늦었고, 왕코쨩도 피곤할테니까. 넷카페보다는 비즈니스 호텔이 낫겠다 싶어서 내가 묵어본 곳들 중에 제법 괜찮은 곳을 알려주고 그대로 헤어졌다. 어쩐지 왕코쨩, 비오는 날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같은 얼굴을 했지만.
"나 왔ㅇ—"
그렇게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유우가가 보였다. .......거실 소파에서 자기정비시간을 갖는 모습으로.
"—나갔다 올게...."
일단 그대로 뒷걸음질쳐서 나가고 현관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어어, 잠깐 편의점이나 다녀올까. 서서 읽기 3권 정도하면 적당하겠지. 아니 그보다 왜 방이 아니라 소파에서.... 개, 개방감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아니 물론 정해진 장소에서만 하란 법은 없고 저긴 유우가의 집이고 유우가 명의로 계약한 곳이니까 내가 왈가왈부하긴 좀 그렇지만 아니 그래도 역시 현관문 바로 앞에 보이는 곳에서 그 그렇게 할거면 도어락 이중잠금이라도 좀 해두던가 그 그래 머리가 그 정비생각으로 가득차면 그런 생각은 잘 잊어버리기 마련이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진짜 당황했네. 후다닥 편의점으로 대쉬하기 전에 붙잡혀서 그냥 들어오게 됐지만, 뭔가 얼굴이 빨갛게 된 거 같아서 양손으로 뺨을 가렸다. .....뭐냐고...진짜...
"....아, 그런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전 단계? 현자타임을 위한?" "......미안. 농담이었어. 아무튼..."
왜 나가려고 했냐, 왜 말도 안 하고 나가려고 했냐고 물어보는 말에 한숨이 입을 비집고 나와버린다. 지금은 아니라고 했잖아. 돈도 없다고...
"하아.... 지금은 아니니까 됐잖아. 예전에 알아봤던 거라고 예전에." "유우가가 데리고 올 때도 그랬잖아. 집 구할 때까지만 지내라고... 그래서 그랬지. 비싸서 나가진 못했지만."
사실이긴 하지만 살짝 핑계도 섞인 말을 늘어놓는다. ...사실, 그런 생각이 더 컸다. 유우가는 내가 없어야 잘 사니까. 내가 없어도 잘 살고 있으니까. 나같은 건 그냥 없어지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내가 없으면 화내고 소리지르고 그럴 일도 없을 거고....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그래서 알아봤던 건데. 서로 오해하던게 좀 풀린 지금은 이제 필요없어졌다고 할까. 그래서 왕코쨩한테 넙죽 넘겨주고 왔던 거고.
메이사의 농담에 나도 얼굴이 새빨개졌다. 결국 개운하지도 못하게 됐고 머릿속으로 하던 파렴치한 상상에 메이사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겠다. 이성적으로 생각은 커녕 대화하기도 조금은 껄끄러울 정도라고. 그래도 간신히 물어봤고, 생각보다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랬던 거구나."
하긴 메이사가 한창 나다니던 건 7월 초 무렵이지. 그 때 하도 옛 여친을 떠올리게 하는 행동에 나도 심기가 불편했고 오랜만에 걔가 나오는 꿈도 꿨으니. 그 이후부터는 집순이에 가까운 패턴이 된 거 같다. 더운 것도 한 몫 했지만.
메이사의 얼굴을 보기에는 좀 어색해서 (무엇보다 얼굴 아래로 시선이 가기라도 하면 곤란해질 것 같았다) 시선을 떨군 채로 중얼거렸다.
"난 니가 나랑 있는 게 싫어졌나 해서......"
그러면서 슬쩍 잡는 건 메이사의 왼쪽 손목. 전혀 강하지 않은 세기로 잡고선 엄지로 흉터를 쓸었다. 아니 그야... 내가 무심코 말해버린 이후로 메이사도 좀 유해졌고 우리 사이도 원만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지울 수 없는 건 있지 않나. 마음이 하루 아침에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고.
"여기 계속 있어도 돼." "......나가고 싶어진대도 이해는... 하지만. 하려고 노력은 할 거지만, 그래도 말 없이 나가는 건 싫어. 결정하기 전에 말은 해달라고. 동거인끼리 그 정도는 요구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