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뭘 하든 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조차 전부 너한테는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나는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 될테니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48240>874 미스미 에리카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situplay>1597047117> situplay>1597047643> situplay>1597048240> situplay>1597049307> situplay>1597049845>
"....바보." "저번에 말했었잖아. 유우가랑 있는 거 싫어한 적 없어. ....좋아한다고."
왼쪽 손목을 살짝 잡고, 엄지로 흉터를 쓸면서 말하는 유우가를 보다가 툭 말했다. 분명 저번에 말했던 것 같은데. 하긴 그때 유우가 술 마셨었고, 기억 안 나는 걸지도. 그대로 오른손을 들어서 유우가의 손을 감쌌다. 크게 흔적이 남을 정도로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그 일이 일어나게 된 것도 내가 유우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좋아해서 그랬던 거니까.
".....알았어."
몇 달 전이면 모를까, 오해도 풀린 지금은, 유우가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유우가가 좋다고 말한 지금은 나갈 생각이 없으니까. ....뭐랄까, 맨 처음엔 복수하려고 유우가를 찾아왔던 거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단 생각도 들고. 그냥 이대로 같이 지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여자친구가 따로 있는 건 좀 걸리지만, 그건 조만간 내가 담판지으러 갈 거고.
그래서 당장은 나갈 계획 자체가 없지만, 그냥 알겠다고 말하면서 유우가의 손을 슬쩍 쓸었다. 그러다가 문득, 조금 전에 집에 오자마자 봤던 걸 떠올린다. ....좀 미안해지네. 내가 중간에 들어와서 그, 방해했던 거 아닌가. 지금이라도 유우가를 배려해서 잠시 나갔다 오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 그렇게 하자. 엄청 부끄러운 기억이라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유우가도 나한테 그런 배려를 해줬던 적이 꽤 있으니까..... 그래..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지. 응.
"...아, 그래도... 지금은 잠깐 나갔다 올게. 한 30분 정도 카페에서 쉬다올테니까... 그... 마저...."
슬그머니 유우가의 손을 내 손목에서 떼어놓고 사사삭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과 함께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하고 말하면서 현관으로 향했다. ...아, 그냥 편의점 갔다 온다고하고 나갈 걸 그랬나? 아니야. 편의점은 갔다오는 시간이 짧으니까 마음놓기 어렵겠지. 그래. 그냥 카페라고 해서 다행인 거 같기도.
나도 매번 이랬다. 메이사가 들킬 때면 "하하하 난 정말 신경쓰지 않는다고 젊으면 그럴 수 있지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 라고 해놓고 카페에 갔더랬지. 그리고 커피를 홀짝이며 '메이사의 OOO는 350엔짜리네...' 라고 생각했었다. 난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걸리고 보니까 이거 진짜 개 쪽 팔 리 잖 아......!!!!!!!!!!
...메이사가 옷장에서 발견됐던 때는 괜찮았다. 그건 뭐 둘다... 그것도 그렇고 보인 게 아니니까 아무튼 뭔가 비교적 덜 쪽팔렸는데 이건 진짜 망신살이 뻗쳐서 고개도 못 들겠고 그냥 죽고 싶기만 하다.
"아됐어이제글렀다고쪽팔려서O지도않으니까그냥와...!!!"
실온에 납둬서 미지근해진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고양이 쿠션에 머리를 박았다. 아 젠장 젠장젠장 다시 떠올리니까 그냥 죽고싶기만 하다...... 누나한테 들켰을 때도 생각나고 그냥 하........ ㅅㅂ.......... 하.....................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고양이쿠션에 머리를 부벼대다가, 부시시한 채로 벌떡 일어났다.
술을 더 마셔야겟다...라는 결론과 함께. 내 몫의 맥주를 꺼내고서 메이사를 흘긋이며 물었다. 여전히 눈을 마주치긴 좀 그랬다. 내가 요깃거리로 하던 생각 때문에 좀. 거. 음. 그래.
그렇구나. 그거 뭔지 알지. 지금껏 유우가가 나한테 했던 그런 거니까. 나도 유우가가 그렇게 배려해준다고 나가고 나면 뭔가 싸해졌다고 할까 식어버려서 말이지.... 자괴감에 몸부림치면서 정리하기나 했었고. 뭔가 애매모호하게 불완전연소인 채로 있으니까 결국 다음 자기정비의 시간이 땡겨져 오는 악순환만 이어지고. 하여간 나도 그게 뭔지 잘 아니까, 슬그머니 다시 들어와서 유우가가 쿠션에 머리를 박고 부비고(쿠션이 조금 걱정됐지만 애써서 무시했다) 그러는 것들을 그냥 다 이해한다는 얼굴로 끄덕이면서 보고 있었다.
이제 끝났나. 자고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부스스한 유우가가 일어나서 맥주를 꺼낸다. 소파에 앉으면서 들려오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셔야지. 밖은 너무 더웠고, 이런 날 집까지 걸어온 다음에 마시는 맥주는 꿀맛이니까.
"응, 마실래. ...우리 냉동실에 에다마메 남아있었나?"
그거랑 같이 마시면 술술 들어가지 진짜. 유우가가 조금 전까지 머리를 부벼대던 쿠션을 폭 끌어안고, 유우가 쪽을 돌아봤다. ....애매하게 눈을 피하는 느낌. 왜지. 분명 아까 나갈 생각 없다고 했는데...
"....아직도 기분 안 좋아? 나 진짜 안 나간다니까... 아니면 왕코쨩 때문에 그래?"
둘이 처음 만났을 때도 뭔가 서로.. 뭔가... 뭔가였지.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어색해하는 것보다는 뭔가... 좀... 서로 싫어하나?같은 느낌이 들어서. 착각이겠지 하고 넘겼지만 아직도 이러는 걸 보면 역시 뭔가 마음에 안 들었던걸까.
"애가 좀 덜렁대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나쁜 애는 아니니까. 그냥 귀엽게 봐 줘. 후배잖아."
"한 봉지 있... 내가 분명 삶아서 세 봉지 넣어놓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없어졌지 이거."
내가 못 살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무척 땡길 때 먹으려고 잔뜩 삶아놓았더니 이런 식으로 2주에 한 번 풋콩을 대량구매하게 될 줄은. 다음번에 장보러 갈 때 풋콩 사와야겠다.
메이사에게는 무알콜 맥주를 꺼내줬다. 아니, 나도 좋아해. 메이사랑 있는 게 마음 편하고 뭐랄까, 집안이 썰렁하지도 않고 좋다. 근데 그거랑 불신은 별개. 멘헤라를 오래 지켜봐온 멘헤라 대응 1급 자격증의 히다이씨는 그렇게 생각한다.
풋콩을 전자레인지에다 해동으로 돌리고 갖고 왔다. 아직 차가운 기운이 약간 남아있는데 그래서 더 입맛이 돋는다. 그러고보니 저녁을 아직 안 먹었는데 이거로 끼니 때우면 되겠지 싶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건... 아닌데."
곁눈질로 쿠션을 끌어안은 걸 보고 나서야 좀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메이사를 가지고 이거저거 상상한 건 좀 그렇지만. 이럴 때면 나도 양심이란 게 있구나 싶긴 하다.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빌려온 것도 없고 폰으로 틀어놓기엔 귀찮았으니까. ...아니다, 이런 생각 그만 하자. 그러려고 했는데.
"나쁜 애가 아냐~?"
얼탱이 없는 말에 맥주를 마시다 말고 기겁을 했다. 참나, 걔는 그냥 용기도 객기도 없을 뿐이지 전혀 착해빠진 녀석이 아니다. 남자는 다 그래~ 라는 뻔한 말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
"걔는 너 보자마자 가슴부터 쳐다봤거든? 남을 그렇게 힐끔힐끔 쳐다보고 기분 나쁘다고. 너는 걔가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해 빠진 앤 줄 아는데 전혀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난 알아."
그 그러게 왜 그렇게 없어졌을까. 잠깐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슬그머니 앞에 차려진 풋콩을 집었다. 그리고 신나게 맥주캔도 들었다가 무알콜인걸 확인하고 좀 기분이 다운됐어. 살랑이던 꼬리가 그대로 소파 위로 툭 떨어졌다. 으으. 왜 무알콜인데에. 뭔가 부족한 맛이라고 이건.....
"풋콩에 무알콜이라니 말도 안돼...."
그래도 맛있어 풋콩... 우물거리면서 끌어안은 쿠션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그러다보면 옆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말이 들려온다. 하? 그게 무슨 소리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유우가...." "그리고 잘못 본 거겠지. 왕코쨩은 그런 애 아니라니까. 애가 좀 순진한 면도 있고."
힐끔힐끔이라니, 잘못 본 거 아냐? 왕코쨩이 그럴 애가 아닐...걸...? 사실 잘 모르지만. 너무 나쁘게 말하는 거 같아서 좀 그렇네. 무엇보다 유우가는 왕코쨩 잘 모르잖아. 나는 일단 1년 정도는 알고 지냈고. 뭐 1년도 짧다면 짧지만.... 사실 1년 동안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나도 잘 모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그나저나 풋콩 벌써 한 봉지만 남은 건가.... 더 사와야겠네. 맞다, 살짝 매콤하게 하는 레시피도 있던데 다음엔 그렇게 할까. 맛있을 것 같고."
이러니 저러니해도 풋콩은 맛있으니까. 뭔가 얘기하면서도 끊임없이 들어간다. 무알콜이지만 술도 그만큼 들어가고. 진짜 최고의 안주라니까. 이걸 살짝 매콤하게 하는 것도 엄청 맛있을 것 같고. 한 봉지도 오늘 안에 전부 사라질 것 같으니까 내일은 풋콩 사러 가야겠네...
"원래 그런 찐따 같은 애들이 진짜로 분위기 잡을 용기는 없으면서 아는 누나 바라보고 있기만 좋아한다니까? 그래놓고서 자기는 짝사랑 좋아하는 순수한 청년이라고들 하는데, 아 진짜 그거 아니라고!"
거기에 홀랑 속아 넘어가는 녀석이 메이사라니 믿기지가 않네! 사람 보는 눈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라고 이 녀석! 아 속터져. 빈속에 맥주만 벌컥벌컥 쏟아붓는다.
"너는 아직 세상이 얼마나 응큼하고 매운지 몰라. 내가 보기엔 그 녀석이 네 까탈진 성격을 받아준 건 다 이 살,덩,어,리 때문이라고."
쿠션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서 말하느냐고 하면... 뭐어 남자는 다 그런 법이잖아? 당장 나도 메이사의 짜증을 받아주는 건 그 덕분이 아니라고 아주 확신해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오자마자 가슴에 눈부터 간 건 120%라고. 물론 여기서부터는 좀 악의가 없진 않다. 마음에 안 드는 놈팽이긴 했지.
애초에 아저씨들이랑 놀아봤으면 알 거 아냐 그런 거. 메이사 정말이지 여러모로 망가졌구만.
쿠션을 꾹꾹 누르면서 살덩어리라고 말하는 유우가를 싸하게 식은 눈으로 봤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너무한 거 아냐? 안고 있던 쿠션을 들어서 유우가를 가볍게 퍽퍽 때렸다. 흥.
"까탈지고 뭐고, 그럴 사이도 아니었어. 그냥 같이 스터디 좀 하고 라이센스 시험보고 그랬을 뿐인데."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차갑게 굴었었나 싶기도 하네. 별로 관심이 없어서 맨날 하는 얘기도 흘려듣고 그랬는데...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땐 중앙에 와서 유우가한테 복수할 거라는 생각만 가득했으니까. 다른 데에 신경쓸 여유가 없어서 더 그랬지. 지금 생각하면 미안할 뿐이다. 나름대로 살갑게 말도 붙여주고 그랬었는데.... 미안한만큼 중앙에선 좀 잘 해줘야겠다. 후배니까 신경도 써주고 그래야지. 동향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 굳이 꼭 둘이 친해질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해. 너무 싸우진 말고."
왜 만나자마자 헐뜯고 싸우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왕코쨩이 오자마자 뭔가 했던가. ...유우가 말이 진짜인가? 봤다는게? 하지만 난 못봤는데... 그렇다고 이걸 본인한테 물어보는 것도 좀 그렇고. 으으음....
"......나 맥주 하나 더 꺼내줘. 무알콜 말고."
머리아프고 속이 타네. 이럴 땐 무알콜 말고 그냥 맥주 마시고 싶어. 그래서 슬쩍 유우가한테 기대면서 애원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제발 하나만🥺
몰랐는데 천연인 걸지도. 메슥가키에다가 천연이라니 너 태그 과한 거 아니냐? 히로인도 이렇게 만들면 갈드컵 밸붕이라고 욕먹어. 인기는 확실하겠지. 아저씨들도 환장하고... 속이 꽉 막히는 기분에 술만 먹힌다. 약간 술기운이 돌길래 에다마메도 까서 입에 넣었다. 까는 김에 메이사 손에도 몇 개 탈탈 털어주고. 그렇게 금세 한 캔을 다 마셨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이사의 요청이 들어왔다.
쿠션을 꼭 껴안은 채로 기대선 올려다보면서 제대로 된 맥주 달라고 애원하다니. 내가 다년간의 트레이닝으로 메이사에게 익숙해서 망정이지 남들은 여기에 두근! 했을 거라고 허접처럼.
나는 이런 거에 새삼 두근거리지 않거든요. 메이사 얼굴에 텁하고 손을 덮어씌우곤 앞머리를 마구마구마구 헤집었다.
"너 남들한테도 이러냐? 으휴."
그래, 메이사는 객관적으로 귀여운 애다. 얼굴만 보면 뭐 꽤 인기 있겠지. 문제는 그 성깔머리에 있고, 난 그 O랄맞은 성격을 속속들이 알고 난 다음이니까.
사람이 애원하는데 거기다 대고 손으로 덮어버리다니! 거기에 앞머리도 다 헤집어놨어! 너무해!! 손이 떨어진 후에 고개를 푸르르 털고, 손으로 앞머리를 정리하다가 남들한테도 이러냐는 말에 눈을 땡그랗게 뜬다. 아니, 영문을 모르겠는데...
"하? 유우가한테만 하는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는 잘 안해. ...파파랑 마마한테는 가끔 했었지만, 이젠 잘 안하고..."
가족이랑 유우가가 아니면 잘 안하지. 그만큼 친한 사람도 이젠 별로 없고.... 예전엔 나름 인싸무스메였는데, 히키코모리로 지낸 다음에는 말 그대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생각하니 조금 울적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아사히 드라이를 건네받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와아~ 아사히 드라이~" "윽, 하루에 하나라니 짠돌이... 아껴서 마셔야지."
안 그래도 양도 적은데 이게 끝이라니 너무해. 풋콩하고 같이 찔끔찔끔 아껴서 먹어야겠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풋콩은 술을 술술 들이키게 만들고... 아사히 드라이도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아니 분명 아까까지 있었는데!!!! 내가 다 마신 건가? 바닥에 구멍이라도 뚫린 거 아냐 이 캔?
"...유우가아...이거 너무 빨리 없어져어...."
나 진짜 아껴서 마셨는데 너무 빨리 없어지잖아🥺 하나만 더 주면 좋겠다아.... 또 다시 올려다보면서 말해보지만, 아마 안 된다고 하겠지. 그렇게 지레짐작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다. 그만 마시고 잘래. 좀 돌아다녔더니 피곤하고... 유우가는 더 마실 거야?"
나한테만 한다니 그건 다행이네. 메이사가 프라이드까지는 버리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 아빠는 논외고. ...뭔가 기분이 괜찮아져서 선뜻 드라이를 내줬다. 이 정도는 괜찮지 하고.
아껴먹는다는 말이 무색하게 풋콩이랑 맥주를 쏟아넣다시피해서 기겁했지만.
"아까 말했잖아? 하루에 한 캔이라고. 그렇게 올려다봐도 안 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할 걸 이미 예상한 듯 자러가겠다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데. 멘헤라한테는 그렇게 딱 잘라내는 스킬이 필요하다. 강아지를 달래는 거랑 비슷하지. 그러면서도 조금은 받아주긴 해야 하는데... 음, 그러고보면 메이사 응석을 요즘 좀 덜 받아주긴 했네. 요즘 더워서 벗고 자느라고 껴안지 않기도 했고... 으음, 고민이다.
"당연히 더 마셔야지. 아직 두 캔째라고. 이거로는 기별도 안 가."
캔에서 입을 떼고 찰랑였다. 대충 반절정도 남은 느낌. 250ml인가...... 조금 고민하다가, 메이사에게 캔을 내밀었다. 빈속에 술을 넣으니 금방 취기가 돌아서 내린 선택이기도 했다. 메이사에게 좀 잘 대해줘야겠다 싶기도 했고.
역시나. 단호하게 하루에 한 캔이라고 딱 잘라내는 유우가. 우우... 예상은 했지만 직접 들으면 데미지가아.... 귀도 꼬리도 축 처진 채로 쿠션을 내려두고 자러 갈 준비를 한다. 유우가는 당연히 더 마신다고 앞에서 티배깅을 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윽.... 왜 나는 하루에 한 캔이냐고오.... 자는 사이에 귀라도 간지럽혀줄까. 소소한 복수를 계획하다가 맥주캔을 내밀어주는 모습에 계획 전면 파기. .....비록 마시던 캔이지만, 반절 정도 남은 거지만... ....아니 뭔가 선뜻 기뻐하긴 좀 그렇네? ...원래 계획하던 것보다 조금 덜 간지럽히는 걸로 수정하자.
후다닥 마시면서 풋콩도 오물오물 씹어먹는 메이사. 그걸 보곤 나도 모르게 픽 웃어버렸다. 새 캔을 꺼내서 한 입 마신다.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가 몸에 스미는구만. 나도 취기가 알랑알랑 올라오고, 술을 급하게 마신 메이사도 으헤~ 하고 나른해졌다. 벌써부터 몸이 까딱까딱하는 게 금방 잠들 거 같네. 이는 닦고 자야 할텐데.
내가 자리에 앉자 툭 하고 몸을 기대온다. 따듯한 우마무스메의 몸이 여름에는 버겁지만 식힌 맥주를 마시니까 견딜 만 했다.
"으휴, 이러면서 어딜 간다고."
사람을 가리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고파하지. 학생 때는 애정결핍까진 아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애정결핍 멘헤라다. 그러니까 날 좋아한다고 하는 거겠지. 좋아한다기보단 싫어하는 거에 가까우면서. 내가 아니라 사람의 체온과 살결을 좋아하는 거면서.
기왕 그럴 거라면 모르는 사람보다 내가 낫잖아. 난 메이사를 두고도 잘 자제하니까. 게다가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비오면 안아주고. 애정결핍 채울 다키마쿠라로는 나 만한 게 없는 걸 너도 알아야 할 텐데. 이렇게 쓸모가 많은 사람을 옆에 놓고 따로 살 생각을 하다니 메이사도 한참 멀었다. 사람 보는 눈이 형편없다.
옆을 내려다보면 벌써 가물가물해 보인다. 이대로 자게 냅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만―
"자자, 일어나. 이 닦고 자야지 아가씨."
딴 지 얼마 안 되는 캔을 내려놓고, 메이사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올렸다. 마치 고양이 옮기듯 들고선 화장실 욕조에 앉힌다. 그리고는 메이사 칫솔에 치약까지 묻히고 입에 넣어준다. 이렇게까지 해주는 사람 정말 없다니깐.
안 간다구우... 말꼬리를 쭈우욱 늘리면서 머리를 더 부볐다. 유우가랑 같이 있을 거야. 유우가가 좋다구우.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말하기 어려워서- 어질어질한 머리로도 유우가에겐 여자친구가 따로 있다는 걸 떠올려서, 그래서 결국 뒤의 말들은 입안을 맴돌다가 스르르 녹아 사라졌다. 괜히 아쉬워서 입맛을 조금 다시면 으, 에?
"에우으... 내가 무슨 고양이야...."
정신을 차리면 화장실 욕조에 도착해있었다. 에? 뭐야? 어리둥절한 내 앞으로 치약 묻힌 칫솔이 배달되는가 싶더니 다짜고짜 입으로 들어온다. 우그에에...
"히하히어..." "으우..."
치과라니 그런 끔찍한 말을.... 고개를 젓고 나서 칫솔을 잡고 이를 닦는다. 조금 졸리고 나른해서 느리지만 꼼꼼하게 3분 동안 닦고 물로 입을 행구면 끝. 이만 닦고 잘 순 없으니 세수도 하고, 샤워는... ...자고 일어나서 하지 뭐.
"후아암.... 난 먼저 잘래. 잘자 유우가아...."
슬쩍 보면 유우가는 이미 새 맥주캔을 딴 것 같고, 지금 잘 생각은 아닌 것 같으니까, 나 먼저 누워야겠다. 세수를 했는데도 영 깨지 않아서 계속 감기는 눈을 한 손으로 비비면서, 다른 손을 살짝 흔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는다. .....침구에선 익숙한 냄새가 난다. 유우가의 냄새가 가득해서, 물론 내 냄새라던가 담배냄새도 약간은 있지만... ....그래도 유우가랑 같이 자는 것 같아서 좋아....
소파에 앉아있다가, 침실에서 메이사가 부른 것 같은 기분에 찾아갔다. 그러나 메이사는 이미 술기운에 헤롱헤롱인데다 내 베개를 껴안고 딥슬립에 들어갔다. 이걸 깨우기도 뭣하고. 하는 수 없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잠든 메이사의 볼을 잡아당겼다. 젊은 녀석답게 탄력이 좋다. 그래, 메이사는 젊다. 나보다 열 살 정도. 그래서 내가 네 말을 못 믿는 거다.
내가 집을 나올 때만 해도 나는 부모님이 먼저 사과하기 전까진 다시 보지 않을 셈이었다. 다년간의 핀잔과 투명인간 취급으로 마음이 닳아버릴 대로 닳았으니까. 가족마저도 내가 있지 못할 곳 같았기 때문에 홧김에 집을 나왔다. 그러고 몇 년간 식객이자 놀잇감 신세를 전전하다가 깨달았다. 역시 돌아갈 곳은 가족밖에 없다고. 결함있는데 가족조차 아닌 남을 사랑해주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내가 사랑하려고 애를 쓰고 나서야 깨달았다. 젊은 시기는 앎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 때의 영원할 것만 같은 마음은 쉽게 바뀐다. 네가 날 좋아했던 것처럼.
지금 내 옆에서 견뎌주는 것도 다 내가 어떤 쓸모가 있어서겠지. 그마저도 간당간당하지만.
"바보. 눈이 너무 높아졌다고..."
그래서 정말 바뀐다면, 네가 치기 아닌 정말로 깊게 생각해서 나보다 괜찮은 녀석을 찾아낸다면 그거야 흔쾌히 떠나보낼 수 있지만. 그래도 걔는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그딴 기생오래비 같은 녀석이 네 만만찮은 성격을 감당해낼까보냐.
바보, 멍청이. 잠든 메이사한테 핀잔을 퍼부으며, 그 얼굴을 안주 삼아 캔을 다 비웠다. 그리고 그날 밤은 에어컨을 얕게 틀고 꼭 껴안고 잤다.
부터 말해버려서 멧쨔가 😿 "그렇구나... 알고 있었어 유우가는 늘 이랬는걸. 정말 안 변했구나 유우가..." 하고 나가려던 걸 유우가가 메이사 손 잡고 붙들고서 🥺 "아니 내도! 내도 니랑 같이 있는 게 좋다..." 🥺 "아직,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 나도..." 🥺 "나도 널 좋아하는 거 같아......" 하고 꼬옥 껴안아버리지 않을까 싶어졌습니다...🤭
츄츄하다가 😽 "유우가는 이렇게 빨개지는구나~" 🫠 "앗.. 아니.. 그...... 그게💦" 🙄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니까... 그런 거겠지 💦" 하면서 어깨까지 새빨개지는 걸 본wwwwww
이히히🤭 귀여워.. 바보커플.. 바보순애커플... 유우가가 너무 많이 물어보면 멧쨔 처음엔 😽웅 조아해 해주다가 나중엔 좀 지쳐서 그냥 말없이 😽츄츄해버릴 것 같은데🤭 밀어내는 것도 완전완전인wwwwww 하지만 유우가가 시무룩하면 😾💦진짜아...하고서 또 츄츄해버릴지도..흐힉.....
그리고 멧쨔는 나 오늘 그럴 기분 아니야😾 하고 밀어내도 손 깍지끼고 꾸우욱해주면 😻으헿...유우가아... 되는 허접이니깐😏 이히히힉
wwwww한달 뒤엔 역전당하는구나😏 한달을 즐겨두라고 유우가... 하긴 멧쨔는 방학때마다 🥺유우가 우리 츠나지 한 번은 가야하지 않아? 부모님두 뵈러 가구... 할 것 같은데🤔 손 깍지 꽈아악으로 달래고 어르고 해서 😻알앗서 방학내내 후히히하자~ 해버리는건가...(???) 그러다 이제 유우히가 생겨서 🥺이번엔 진짜 가야할 것 같은데에 하고 멧쨔가 끌고 가는거구나... 신칸센에서 우울해진 유우가와 그 옆에서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하고 싸우는 멧쨔(...)를 상상하니 멧쨔 즐거워진...히히히....🤭
그래도 이 순애지아 세계선에서는 멧버지가 크게 화내진 않을 것 같네요🤔 전기톱은 꺼내오겠지만....🙄 프로키온씨는 아라아라😌하고 웃고있을 것 같구...흐히히....
😼 유우가 진짜 모쏠○○○다이였구나💕 🙄 아 니거 든💢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 거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다가 이제 순애 참교육 받는 거군요...😏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엎어져서 으 으우우😿 힘이 안 들어가아... 하는 멧쨔를 보고왔어요.. 앞으로는 못 놀리겠지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