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뭘 하든 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조차 전부 너한테는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나는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 될테니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48240>874 미스미 에리카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situplay>1597047117> situplay>1597047643> situplay>1597048240> situplay>1597049307> situplay>1597049845>
그리고 유우가는 왕코쨩의 눈이 멧쨔의 붑에 잠깐 들렀다 가는 걸 똑똑히 봤겠죠 😏 멧쨔가 하도 갠차나 갠차나😸 유우가보다 착한 애라구? 해서 조금은 🤔 (오카마나 게이 같은 건가...) 했지만 확신의 이성애자관상이라서 🙄 (이 십새가..) 했을 거 같아요wwwww 그리고 멧쨔 너 얼마나 눈치 없는 건데라고 속으로 길길이 화낼지도www
히히... 유우가는 또 금방 새빨개지고 티가 나는 편이니까ww 😏 쉬었다 갔던 에피소드 이후로 엄청 의식할 거 같고요wwwww 왕코쨩 마중나갈 때 즈음이면 옷장에 들어가도 보고 유우가랑 개인정비시간에 대한 약속도 하고 😏 개인 정비를 위해 종종 외박도 할 즈음이니까 바로바로 눈치챌 거란 게 멧쨔 좋은wwww 이힉히..
하하 혈당... 저도 요즘 습격을 자주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말딸 플랭크를 시작했어요 말딸들이 레이스 1배속으로 뛰는 동안 저는 플랭크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아리마기념이더라도 국화상이더라도.........효과 좋더라구요 🙄 매 육성 때마다 그러고 있으니까... 뭔가 염원이 담기기라도 하는 건지 Ug랭도 종종 뜨고요 😌
내가 레이스를 그만두고, 레이스로는 더 이상 갈 수 없게된 중앙으로 가기 위해 트레이너 라이센스를 준비하던 때, 그때 같이 라이센스를 준비하던 애가 있었다. 이름은.... ....뭐였더라. 왕코쨩이라는 별명은 기억나는데. 뭔가 졸졸 따라다니고 같이 공부하고 그랬던 것도 기억나고. 그 당시엔 여러모로 병들어 있어서(물론 지금도 그렇긴 한데) 제대로 웃지도 않고 대답도 잘 안했던지라 금방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끝까지 같이 공부해서 놀랐었지. 제일 놀란 건 나만 합격하고 왕코쨩은 불합격 했었다는 거지만. 그대로 츠나지를 떠난 다음엔 따로 연락도 잘 안하고, 그냥 잊어버린 채로 살고 있었다. 사실 왕코쨩을 기억해내기엔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쪽에 가까울 것 같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으니까. 유우가랑 다시 만나고, 같이 살게 되고.... ...조금 안 좋은 일도 겪고.
그런데 며칠 전에, 그렇게 잊고 살았던 왕코쨩이 우마톡을 보냈다. 중앙 라이센스를 따서 중앙 트레센으로 올 예정이라고. 뭐랄까, 잊고 지냈던 사람의 소식이 닿으니 반갑기도 했고, 내 후배로 들어온다길래 조금 더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모처럼이니까 마중을 나가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동향 사람이고, 같이 공부도 했고, 후배로 들어오는 애니까 좀 잘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다만, 지금 좀 마음에 걸리는 건.... 슬쩍 옆에 따라붙은 유우가를 보고, 작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근데 진짜 따라오는 거야...?" "유우가는 왕코쨩 잘 모르잖아...."
유우가가 중앙으로 가버린 다음에야 알게 된 사이라서, 유우가는 왕코쨩을 모르지. 왕코쨩은... 조금 알지도. 내가 몇 번 얘기한 적이 있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혼자 마중 나가려고 했는데, 나가기 전에 유우가랑 잠깐 얘기하다보니—
- 꽤나 친했나보네? 마중도 나가고 "응~ 누나누나하고 잘 따르던 애였어~" - ...누나? "아 말 안했었나? 왕코쨩 남자애니까~" - ......................
—이러고 나서 갑자기 자기도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따라왔다. 아니 뭐냐구 갑자기. 그냥 집에 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자기가 꼭 가야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서 결국 같이 역까지 오게 됐다. 왕코쨩이 탄 기차가 도착하기까진 조금 시간이 있어서, 역사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중이다.
"왕코쨩 옷은 잘 챙겨왔으려나. 츠나지랑 달라서 꽤 더운데..."
이쯤부터 확 선선해지는 츠나지와 다르게, 도쿄는 여전히 끈적거리는 습기와 후끈한 공기가 가득했다. 최대한 얇게 입었는데도 이렇게 덥다니 죽는다고 진짜... 손부채질을 멈출 수가 없네...
나한테 늘 마음에 걸리던 게 있었다. 츠나지 때랑 달리 여기는 도쿄, 내가 연수를 갔다오거나 해서 자리를 비울 때 메이사는 정말로 덩그러니 혼자 있게 된다. 수련회라던가 그런 건 내가 모든 방법을 다 써서 메이사를 데려갔지만, 세상이 그렇게 내 편의만을 봐주진 않는다.
게다가 메이사는 멘헤라이기까지 하니까. 그동안은 이 말을 붙여야 하는 걸까 고민했지만, 생일 부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메이사는 멘헤라고, 머리가 아프다. 정신머리도 많이 아프다.
그래서 난 메이사를 도쿄에 혼자 두는 게 정말이지 마음이 불편해서 늘 걱정이었다. 나 없는 동안 식사는 잘 할까, 아프면 어떻게 하나, 혹여나 갑자기 멘헤라가 도지기라도 하면―
그런 불안감에, 메이사가 츠나지에서 새로 사귀었다는 아는 동생 이야기를 할 때 기껍게 받아들인 거다. 아, 그 친구라도 있으면 훨씬 낫지. 우리 인근에 살게 되면 좋겠다. 종종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사례하고 도움을 구할 수도 있고. 내가 어디 갈 땐 집 열쇠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겠다. 좋아, 마중갈 때 같이 가서 좋은 인상을 만들어볼까나. 우마뾰이전설을 흥얼거리며 셔츠에 페브리즈를 뿌리고 있을 때.
- 아 말 안 했었나? 왕코쨩 남자애니까~
흥얼거리던 콧노래가 끊겼다. ...누나? 남자애? 하? 아는 동생? 인데 남자야? 내 경험상 아는 누나들은 죄다 아는 남자 동생을 잡아먹었다고. 불순해질 수밖에 없는 관계잖아. 그 새끼도 저 무지막지한 흉부에 이끌렸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누나를 잡아먹을 생각 뿐이겠지.
뭔가 심기가 불편했지만 애써 감추며 "그럼 더더욱이 가야겠네."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메이사는 내심 안 내킨다는 듯이, 둘의 만남에 외부인이 끼어드는 게 싫다는 것마냥 약간 사양해서.
"아니, 무조건 갈래."
하고 따라왔다. 예정 도착 시간보다 한 15분 일찍 와버려서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데, 역사 내도 만만찮게 더웠다. 도쿄의 여름은 정말이지 최악이야. 셔츠 괜히 입고 왔네, 나도 메이사처럼 민소매만 입을 걸 그랬나. 생각하며 무심코 내려다봤다.
땀이 스며나와 여름 햇볕에 번들거리는 피부와, 맞닿은 골짜기에 송글송글 맺힌 땀. 그리고 그걸 겨우내 받아내고 있는 땀에 젖은 나시. 흉곽에 달라붙는 천은 이미 흉부 아래의 땀으로 젖어 축축해보였다.
"..."
난, 난 맨날 보는 거라고? 새삼 이런 거 가지고 동요하는 그런 허접이 아니니까. 물론 자꾸 눈길이 가긴 하지만 나는 뭐어 자고 일어나면 맨날 보이는 광경이라고? 하하하. 하하하하. 나 완전 동요 안 했다고.
갑자기 입고 있던 셔츠를 벗더니 나한테 내미는 유우가. 말이 좋아서 내미는 거지 거의 입혀버릴 기세였다. 아니, 갑자기!? 그리고 지금 무지 덥다고 어필한 거 안 보여?? 아까부터 손부채질도 엄청하고 있는데?? 맨날 걸치던 가디건도 놓고 나올 정도로 덥다고 지금?
"뭐야 그게? 갑자기 시비거는 거야? 더우니까 어쩔 수 없잖아!" "으..... 덥다구우.. 유우가아... 이거 꼭 입어야해???"
닦달하는 듯한 시선에 조금 쭈그러들며 일단 소매에 팔을 꿰어본다. ...우왓, 그냥 팔만 넣었는데도 엄청 덥다고!! 순식간에 체감온도가 확 올라간다니까!? 호들갑을 떨면서 셔츠와 유우가를 번갈아 본다. 하지만 유우가의 눈은 변함없이 셔츠 입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크윽.... 진짜 뭔데...
"....진짜아. 갑자기 뭐냐고.... ....새것도 아니고 그새 땀냄새도 밴 걸..."
입이 댓발은 튀어나온 채로 마지못해 셔츠를 입는다. 하지만 뭐, 제대로 입어준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거든요~ 평소에 가디건을 걸치듯 대강 팔에 걸치고, 어깨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결국 가리는 부분은 최소화시키는 느낌이 되었다. 하지만.. 어쨌든 입긴 입었지? 그리고 제대로 단추까지 채워서 입기엔 인간적으로 오늘은 너무 덥다고.
"자. 이제 됐지? 하여간 고집은."
바득바득 따라와선 더워 죽겠는데 셔츠도 입히고, 대체 뭘하고 싶은 건지.... 벤치에 등을 푹 기대다가, 우마톡이 울려서 핸드폰을 본다. 아, 왕코쨩이네.
"—도착했대. 역사로 나온다니까 이제 곧 오겠는데."
어디지? 어디? 하고 일어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두리번거리..면.... .....왕코쨩 어떻게 생겼더라.... 생각해보니 꽤 예전이라 지금은 좀 바뀐 모습일지도 모르고,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서 봐도 모르겠네. 그냥 다시 벤치에 앉았다.
지금 무척 덥긴 하다. 입히는 게 인권 침해라는 건 안다, 가뜩이나 몸이 우리보다 더운 우마무스메한테라면 쥐약이기도 해서 뭔가 구실이 없다. 입히고는 싶은데. 아니, 입혀야만 하지.
어쩐다, 고민하다가...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하긴 그거밖에 답이 없긴 하다.
"흉터."
내 왼 손목을 톡톡 쳐보였다. 내 손에는 시계밖에 없지만 메이사 손목은 다르다. 큼지막한 게 하나 있지. 나도 볼 때마다 양심이 저려서 눈을 못 마주치겠는 게. 애도 참 한 번 긋는 거 시원하게도 긋는다. 자잘하게 여러 번 긋는 건 보겠는데 이건 진짜 죽겠다 싶을 정도로 커서 도저히 못 보겠다. 내 손목을 그렇게 툭툭 치고 나서 고개를 돌렸다.
"...동생한테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거잖아. 보여준다고 하면 말리진 않겠지만... 걔가 얼마나 걱정하겠어."
그러고보면 그날 병실에서 메이사랑 약속했었지, 이 이야기는 나중에 준비가 되면 하자고. 난 아직도 안 된 거 같다. 평소에 애써 의식하지 않던 걸 말로 꺼내고 나니까 입안이 썼다.
다행이도, 메이사는 내가 더 설득할 필요 없이 셔츠를 입어줬다. 역사의 어렴풋한 냉방이 듣는 거 같기도 했고.
그렇게 머리를 한 차례 가라앉히고 나니까 드는 생각이 있었다. 메이사가 그렇게 괜찮아 괜찮아~ 착하고 순한 애야~😸 라고 하는데 내가 걱정할 건 없지 않을까. 메이사는 사람을 무척이나 가리는 편이니까 그런 선을 잘 지킬 가능성도 있다. ...물론, 요즘의 메이사는 멘헤라라서 좀 다르긴 한데. 그래도.
어쩌면 게이라던가 오카마라서, 메이사가 좀 더 호모소셜적인 동질감을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근거없는 안심감이 이해가 가지. 남의 성정체성을 그렇게 밝히는 것도 무례랬고...(미스미가 그랬다.)
하지만,
- 어! 메이사 누나!!
서슴없이 메이사의 이름을 부르는 쾌활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거기엔, 손을 붕붕 흔드는 활기찬 남자... 애새끼가 있었다. 통 넓은 바지에 반팔, 멋을 잔뜩 부린 빈티지풍 캡모자로 금발 펌헤어를 덮고 목에는 헤드셋을 낀 겉멋 든 애새끼가.
그리고 봤다. 뿔테 안경 너머의 갈색 눈이 슬쩍 메이사의 가슴을 훑었다가 애써 시선을 캐리어로 꽂는 걸. 그러고서도 흘끔거리는 걸.
이 녀석, 메이사를 좋아한다. 본능이 바로 견적을 내줬다. 그리고 본능이 경박하게 일러준 말에 의하면, 메이사의 스타일을 좋아하면서도 먼저 손댈 객기는 없어서 옆에서 흘끔흘끔 골짜기를 훔쳐보는 거로 만족하는 핏덩이에 불과하다고.
괜찮다고 한 이유는 알겠다. 메이사의 한 발짝 뒤에서 따라붙자, 소년은 그제야 날 의식한 건지 우리 둘을 번갈아봤다. 조금은 불길한 눈빛이었다.
"아, 저 말이죠."
실실 웃었다.
"저는 메이사의―"
친구? 유사 아빠? 원수? 쓰레기? 뭐라고 말해야 하지. 머리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내 쓰레기같은 본능이 능청맞게 이미 말을 던지고 있었다. 그것도 무지 크리티컬한 거로.
그치, 우리 관계를 말하려면 이거밖에 적확한 게 없지. 메이사의 머리를 헤집다시피 쓰다듬었다. 귀가 손가락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담당 트레이너였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뭐어 보호자랄까, 그런 신분이네요."
"트레센에서 일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트레센에서 팀 블랙을 지도하고 있는 트레이너니까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메이사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그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듯이.
"잘 지내봐요."
내 손을 떨떠름하게 잡고 한 번 흔든다. 그리고 고개를 든 소년의 눈빛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뭐랄까. 그렇네. 날 연적으로 확실히 인지하고선 한껏 경계를 하는 낌새였다.
그랬지. 중앙에 와서 생긴 손목의 흉터. 제법 크고 진하게 남았고, 흐린 날이면 조금 욱신거리기도 하는 그거. 완벽하게 반박할 수 없게 됐다. 댓발 튀어나왔던 입도 조금은 들어갔다. 투덜거리는 것도 그만뒀고. ....할 말이 없어져서 말이지. 괜히 흉터 얘기가 나와서 그런가, 유우가도 조용히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나는... 나도 딱히 생각할 건 없지만 그냥 생각에 잠긴 척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러다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귀가 쫑긋 섰다. 오, 왔나보네.
"아, 왕코쨩! 오랜만~"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하면, 캐리어를 끌고 오며 손을 흔드는 왕코쨩이 보였다. 어라, 왕코쨩 저런 머리였던가...? ...사실 잘 기억 안 나니까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반갑긴 하네. 나도 손을 흔들면서 다가간다.
"얼마만이지 이게, 참, 라이센스 딴 거 축하해. 아 그리고 이쪽은—" "—아훗, 뭐, 뭐야 그게에."
왕코쨩한테 소개해주기도 전에, 어느새 뒤로 다가온 유우가가 내 머리칼을 마구 헤집는다. 아니이 뭐하는 거야~ 그리고 그 말은 뭐야. 사실이긴 하지만. 이리저리 휩쓸리는 귀를 파다닥 털어내고, 손이 떨어진 뒤에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이쪽은 그... 내 예전 트레이너. 히다이 트레이너야." "그리고 이쪽은 나랑 같이 라이센스 공부했던 왕코쨩... ....이누키 군."
이누키라는 것까진 생각났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서. 결국 이누키 군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서로 악수도 하고 뭔진 모르겠지만 눈빛 교환까지 끝난 모양이네.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츠나지에 있었던 사람들끼리 잘 지내보자고~" "맞다, 왕코쨩 집은 어떻게 했어? 사숙 신청? 아니면 자취?"
나는 그런 거 생각없이 올라왔다가 유우가한테 얹혀사는 중이지만. 아니 사숙 신청은 해놓긴 했었는데 완전 잊고 있었다가 얼마 전에 확인해보니까 당연히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 그냥 없었던 일로 치는 중이다. 하지만 왕코쨩은.. 후배는 잘 챙겨줘야지. 그게 선배니까. 어쩐지 그런 사명감에 젖어(?) 왕코를 보며 물어봤다.
누나가 연락이 없는 건 괜찮았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오히려 나는 그렇게 자기 일에 몰두하는 누나가 좋았달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모습이 좋았거든. 그런데 반 년 간 연락이 전혀 없다가 다시 만나게 된 누나한테는 웬 시꺼먼 남자가 붙어있었다. 그것도 꽤 친해보였고. 뭔가 뭔가 말하긴 어려운데, 나를 잠깐 보고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시 누나만 보고 있는 게 뭔가 사람 열받게 하는? 게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그 사람이 느긋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성격 안 좋아보이는 눈매를 접어 웃으며 말한다. 자기는 누나의 담당 트레이너였고, 지금은 보호자라고. 같이 트레센에서 일하는 처지에 잘 해보자고. ...짐작하자면 선배인 모양이다. 직장 선배로 마주치기 가장 싫은 타입인데에...
아니 그보다 몇 살이지? 나보다 연상인 건 확실하고 누나보다도 연상일텐데. 아니 그보다 재학중에 담당을 했단 건 나이차가 최소 5살은 된단 소리잖아 누나―! 왜 이런 사람이랑 친한 건데 지금―
속으로 울부짖고 있는 내 속에서,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 아... 메이쨩의 취향? 으음 어렵네에~ - 마음에 들어한 게 한 명밖에 없었거든. - 검은 곱슬 머리에다가... 음... 안경...? 좋아했던 거 같애. - 근데 자세히 본 적 없어서 나는 어디가 좋았던 건지 잘 모르겠어! - 그래두 왕코쨩이 원한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펌해줄 수도 있구~? - 왕코쨩 좋은 사람 같으니까, 웃지 않게 된 메이쨩을 기운 내게 해달라구~
그리고 내 눈앞의 사람은, 검고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안경을 쓴 녀석이었다. 히다이라는 사람이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나한테는 허락해주지도 않던 누나의 머리카락, 그걸 별 것도 아니라는 듯이 와삭와삭 헤집던 그 손을......
...둘 사이의 유대감을 내가 뚫을 수 있을까? 자연스레 그런 질문이 떠올랐다.
......뚫을 수 있겠냐고?
"이누키 시로임다. 잘 부탁함다 아저씨!"
당연하지, 난 젊고 창창하다고. 나보다 몇 살은 더 많을 아저씨하고 승부해서 절대로 지지 않는단 말이다. 뚫을 수 있고 말고. 각오를 다지고서 악수했다. 서로 손을 꽉 쥔 것처럼 느껴진 건... 착각이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각오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에? 집이요?"
아..............................음......................합격하자마자 누나한테 갈 생각에 바로 짐싸서 올라오긴 했는데. 그런 건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 사숙이라도 일단 신청해볼까요?! 누나 혹시 어디서 신청하는지 알아요? 그, 그 방이 아직 남아있을까요.............???!?!?!"
- 남아있을걸? 일단 8월까지는 기존에 있던 사람이 있겠지만. "젓정말료...????!?!!" - 응. 부상으로 담당 정리한 녀석들이 이번에 좀 있었거든. 그래서 티오가 많이 났던 거니까... 8월까지 머무를 곳만 찾아두면 낙승으로 얻을 수 있겠지. 여유롭게 해, 여유롭게. "웃 우우우으으으 다행임다아... 홈리스 되는 줄 알았네......" - 그러니까 메이사, 도와주지 말고 스스로 하게 냅둬. "아?"
- 이런 건 몸으로 겪으면서 배우는 거니까. 메이사가 다 해주면 버릇 나빠진다?
이 쓰 레기 가.................................................... .....................아냐...........누나는..........눈나는 그 긋그래도 나랑 그동안의 정이잇어서라도그렇게매정하게굴지는
이녀석도 아무 생각없이 올라왔구만. 마치 복수에 눈이 멀어 레드카드만 들고 중앙으로 향한 나때랑 비슷한 느낌. ...그, 그래도 난 사숙 신청은 해놨었다 뭐.... 단지 기한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했고 결국 떨어졌을뿐이지.... 어색하게 웃으면서 일단 생각을 해본다. 뭐어, 나도 마냥 얹혀서 살기만 할 생각은 없어서, 그리고 그, 아무래도 같이 살다보니 이런저런... 지금처럼 개인정비시간을 정하지 않았던 때의 이야기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일도 일어나고 그러니까. 그럴 때마다 외박한다고 나가면 유우가의 표정이 안 좋아지고 이런저런 말이 오가다가 결국 냉전으로 이어지곤 그랬으니까. 그래서 집을 알아보러 다녔던 적이 있다.
물론 도쿄의 살인적인 부동산에 장렬하게 패배해서 없던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 알아보고 다녔던 매물 중에 적당히 괜찮은거.. 몇개 정도는 찔러줘도 되겠는데.
그런 생각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유우가가 도와주지 말고 스스로 하게 냅두라는 말을 했다. 하—아?! 너무한 거 아냐?? 유우가 몇 년 일찍 중앙생활 했다고 완전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도쿄인 다 됐잖아!! 냉정해! 시골의 정(약간 마피아)은 어디로 간 거냐고!!!
"에— 그건 좀... 너무하잖아." "그렇게 따지면 유우가도 날 주워갈 게 아니라 스스로 하게 냅뒀어야 하는데?"
양손을 허리춤에 얹고 유우가를 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사실 집 보러 다녔던 건 유우가한테는 말 안했었는데... ....어쩔 수 없나...
"왕코쨩, 사숙 신청하는 곳은 우마톡으로 보내둘게." "그래도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은근히 경쟁 심하고...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집도 좀 봐둬. 내가 봐놨던 집 몇 군데 알려줄테니까."
도와달란 눈빛을 정면에서 보고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강하지 않아서 말이지. 거기에 어쩐지, 막 올라왔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고. 결국 도와주게 된다구.
주워갔다는 말에 이누키가 눈에 띄게 동요했다. 길에서 고양이를 주워서 어디로 갈지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도출되는 결론이 있다. 히다이 트레이너와 메이사 프로키온은 동거를 하고 있다. 그 사실에 이누키가 정신이 멍해졌고.
- 내가 봐놨던 집 몇 군데 알려줄 테니까.
집을 봤다는 말에 벤치에 도로 앉아있던 유우가가 벌떡 일어섰다.
"뭐―?!"
설마 메이사가 그런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듯이 "메이사, 넛, 너 뭔..." 입만 벙긋거리던 유우가가 결국 다그쳤다.
"니 나갈 기가?!" "와 그런 이득도 없는 일을 하는데!? 니가 내 없이 뭔 일을 그래 하겠다고 나서나? 니가 나 없이 무슨, 뭘―"
동거 확정. 누나가 부르는 말에 정신을 차릴락 말락 하던 이누키가 또 K.O 당했다. 멍해진 눈으로 메이사한테 다그쳐 묻는 히다이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생각했다. 과보호 트레이너라고. 누나도 1인분 몫 하는 한 사람인데 미성년 우마무스메 관리감독하던 때처럼 저렇게 굴어선 안 되지. 물론 누나가 저 시꺼먼 아저씨랑 같이 사는 건 싫은데, 말도 안 되는데...... 그래도 난 누나가 좋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다. 둘이 사이도 삐걱거리는 모양이고.
그러나 유우가는 제 3자 앞에서 말을 아끼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납득을 못한 채다. 셔츠 아래의 큼직한 흉터를 아는 그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혼자 사는 건 멘헤라에게 최대의 적이다. 메이사는 충동이 올라왔을 때 실행으로 옮길 결단력이 있어서 더욱이 위험하다. 자기 관리가 미흡한 건 당연하고. 그런 주제에 왜 밥해줘 세탁해줘 돌봐줘 달래줘 다 해주는 자기한테서 떠나려고 했는지를 도저히 이해를 못 하는 상황.
그 틈을 젊은 도전자가 파헤친다.
"아, 역시 누나다~ 고마워요 누나. 저 진짜 누나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슴다. 그러면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그, 집 이야기 좀 해봐도 될까요 누나? 공인중개사 번호도 받아야 할 테구......" "저, 오랜만에 누나 봐서 반갑기도 하구여. 그리고 그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도 듣고 싶은데... 안 될까요?"
병원비로 제법 깨졌으니까.... 슬그머니 왼쪽 손목을 감싸쥐었다. 어쩐지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지만 분명 착각이겠지. 그냥 흉터인걸... 그보다 뭔데 그 말은. 유우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아냐고. ....뭐 이것저것 손놓고 놀기만 하긴 했지만, 혼자라도 할 수 있다니까. 아마도. 백보 양보해서 전부 사실이라고 쳐도, 꼭 그렇게 말할 건 없잖아. ...짜증나게. 어쩐지 좀 기분이 나빠져서- 하지만 반박할 순 없어서 그냥 미간을 한껏 찌푸린채 있다가, 왕코쨩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럴까,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아, 사숙 신청하고 집 구할 때까지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봐야겠네." "나는 적당히 넷카페에서 지냈지만, 왕코쨩은... ...짐도 좀 있고, 어떻게 하지.. 일단 식사하면서 얘기할까."
일단 승낙. 근데... 혼자 왔으면 바로 밥 먹으러 가자고 나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슬쩍 유우가 쪽을 본다. 뭐 그래도 츠나지라는 공통분모도 있고 괜찮을라나. 앞으로 중앙 트레센 트레이너 선후배 관계로 지낼테니까... 둘이 친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어째 분위기가.
"유우가도 갈거야? 안 갈거면 어쩔 수 없고. 집에 먼저 가도 돼. 나도 너무 늦게 들어가진 않을테니까."
여기가 역사가 아니라 집이었으면 분명 냉전이 시작되고도 남았을 그런 느낌에, 일단 같이 안 간다는 걸 전제로 말했다. 아니 뭔가... ....어쩐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