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뭘 하든 전부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조차 전부 너한테는 없었던 일이 될테니까. 나는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 될테니까.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48240>874 미스미 에리카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situplay>1597047117> situplay>1597047643> situplay>1597048240> situplay>1597049307> situplay>1597049845>
🤔🤔🤔.... 동거지아는 이제 왕코쨩도 합류했고...... 여름에 미묘하게 사이 좋아지고 독점력 자각 못해서 추둔을 보여주는 유우가가 나올 거 같고 해포지아는...🤔 다같이 호그와트 탐험이라도 하나...? 근데 이건 제가 해포를 잘 몰라서 아마 평범한 일상이 될 거라 생각해요 2P지아의 데뷔전...? 이라던가...........도 해야 될 때가 왔네요.............
2P지아로 해볼...까요.... 다른 거 제안해주시면 그거로 마음이 홀랑 바뀌어버릴지도 몰라요 맘껏 제시해주시길 🤭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얼굴을 바짝 갖다댄다. 뭇 여자아이들이라면 이케맨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는 이런 상황에 얼굴을 붉히겠지만, 지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첫째, 상대가 그 헤카 프로키온이고. 둘째, 내가 개빡쳤기 때문이다.
심드렁해 보이는 헤카땅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그건 바로 우리 부실에 놓여진 서류 한 장이었다. '님들 이번 학기 내로 데뷔전 못하면 퇴학임' 이라고 적혀 있는. 슬슬 주니어 시즌 5월 후반, 학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있을 호프풀과 케이오배 등을 위해 힘써야 할 시기.
정작 우리는 트레이닝만 열심히 했지 다른 레이스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헤카땅이 데뷔전에서 번번이 16착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착벽.
나와서 뛰다 말고 그냥 우뚝 멈춰버리는 그 기질. 이제 800m 정도는 달리게 되었다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레이닝 때도 멈추면 그걸 위한 훈육이라도 할 텐데 레이스 때만 그러니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우리 진짜 이대로면 안 돼. 한 달 반 안에 데뷔전을 못 치르면 그대로 퇴학, 트윙클 시리즈 따위는 꿈도 못 꾼다고. 기껏 열심히 트레이닝한 게 소용없게 되잖아..."
한숨을 푸욱 내쉬고, 파이프 의자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리고 헤카에게 손짓했다, 너도 이리 앉아서 얘기 한 번 진지하게 하자고.
"...못 달리겠어? 레이스가 그렇게 버거워?" "그런 녀석들도 있어. 헤카땅이 이상한 게 아냐. 만약 헤카땅이 도저히 못 달리겠다고 한다면, 그래서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면, 더 이상 강요하진 않을게." "...그리고 팀 하이드렌지아는 다음 학기 때 해체 수순을 밟도록 해야겠지."
손짓하는대로 파이프 의자에 앉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너를 응시한다. 그러다 슬그머니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 학기 내로 데뷔전을 통과하지 못하면 퇴학이라는 내용의 서류다. 이번 학기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네 말대로 한 달하고도 반절 밖에 안 남은 기간 안에 데뷔전을 통과하라는 말이다.
사실 이미 다른 아이들은 데뷔전을 통과하고-아직 나처럼 하지 못한 아이도 있긴 하지만-호프풀이나 케이오배 내지는 한신JF 같은 경기의 출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아무리 못해도 op레이스를 준비하고 있을 때니까. 데뷔전을 통과하지 못한 나만 멈춰선 채로 어영부영 트레이닝만 하는 나날들.
못 달리겠어? 라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달리지 못하겠다던가, 레이스가 버겁다던가 그런 건 아니다. 다만....
"....달리는 게 싫은 건 아니야." "...하지만 달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그런 것도 모르면서 왜 트레센에 온 거냐고 한다면, 어째선지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한 날부터 이미 트레센의 학생이었다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신의 관측자를 츠나센에서, 트레이닝 센터에서 트레이너라는 형태로 만났으니까. 그 아이와 같은 나도 그렇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대로 있었을 뿐이다. 나만의 반짝임, 나만의 관측자를 찾는 것이 아닌 레이스 같은 건 별로 관심도 없으니까, 달리라고 한다면 달릴 수는 있지만 언제나 중간에 흥미가 없어져 버린다. 전혀 반짝이지도 않는 달리기 같은 건 재미없는걸.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이유를 모르니까 발이 멈춰버려. 어째서 달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
트레이닝 중에는 네가 있으니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반짝인다고 느끼는 네가 있으니까. 그 아이의 관측자가 그러했듯, 너도 나의 관측자인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인지 발을 멈추는 일은 적어졌지만, 레이스장은 완전히 다르다. 귀가 아플 정도의 소란스러움, 답답한 게이트, 안 그래도 약한 반짝임을 잔뜩 흐리게 만드는 수많은 인파가...
...그런 환경을 신경쓰다보면, 레이스 중에 이런 생각이 들어버린다. 어째서 뛰어야 하는 거지. 이런 반짝임도 없는 곳에서. 그래서 발이 멈춰버린다. 흥미를 잃어버린다. 레이스 같은 거, 뛰지 않아도 되잖아.
하지만 하이드렌지아가 해체되는 건, 약하다해도 반짝이는 너를 잃는 건..... 싫어. 네가 다른 아이의 트레이너가 되는 건 더 싫고.
이렇게 말하는 우마무스메는 처음 본다. 물론 누구나가 달리는 이유를 찾는 건 아니다, 달리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우마무스메도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 알면서도 기이하게 느껴버린다. 그야 우마무스메는 다들 달리는 걸 좋아하고, 달리는 이유를 모르면서도 달리는 종족이잖아.
"...그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말이지 헤카땅."
생각해보면 그랬다. 내가 달리기를 관둔 건 실컷 달리고 일본 제일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고 메달도 잔뜩 따서, 이제 달리기는 내가 제패해서―라는 거만한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달리는 이유가 없어져서였다. 일본 제일이자 전세계 제일을 한 번 찍고 나니까 재미가 없어졌다. 한 번 그렇게 느끼고 나니까 아, 더 이상 상승 커리어를 찍을 수가 없겠지 깨달아버렸다.
"그러면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책상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턱을 괴었다. 종이를 책상에 올려놓고 손끝으로 톡톡 친다.
"헤카땅이 퇴학하거나, 퇴학하지 않고 매니징반에 들어간다고 치자. 퇴학하지 않는다면 팀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하지만 팀을 유지하려면 그를 위한 실적이 필요해. 실적 내지 못하는 팀을 위해 가뜩이나 없는 부실을 대여해주고, 설비를 지원해주고, 예산을 내어줄 이유가 없잖아 이유가. 이해하지?"
"그러니까, 헤카땅의 욕심을 나도 이해해. 그리고 이뤄주고 싶어. 그러려면 내가―" "하이드렌지아에 실적을 가져다 줄 새 우마무스메를 데려올 수밖에 없어."
조금은 냉정하게까지 들리는 말. 반짝이는 누군가와는 정반대로 선을 긋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상대의 심기를 긁는 축만큼은 동일했다.
네 고집을 그대로 받아줄 수는 없다고, 냉정하게 날아드는 말은 딱 잘라서 선을 긋고 있었다. 다른 아이의 트레이너가 되는 너를 보는 건 싫다고 생각한 걸 정확하게 꿰뚫어 본 듯한 말에 나는 조용히 뒤꿈치로 파이프 의자를 툭툭 쳤다. 해체하는 것도, 하이드렌지아에 다른 아이가 들어오는 것도 싫다. 그러면 답은 딱 하나다. 데뷔전을 통과하고, 하이드렌지아를 유지할 만한 실적을 가져오는 것. 남은 선택지따위, 애초에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 다시 너를 응시한다. 턱을 괴고 종이를 톡톡 손끝으로 두드리고 있는 너를.
"....그것도 싫어." "다음 데뷔전에서 1착하면 되는 거지."
레이스의 이유는 모르겠지만, 필요하다면 달리는 수밖에. 도중에 발이 멈출지도 모르겠지만... ....급격하게 흥미가 떨어지면 멈춰버리는 걸. 어쩔 수 없어. 애초에 무언가를 오래 한다는 것 자체가, 반짝임을 찾는 것 말고는 없었으니까. 대화조차도 내가 질리면 금새 중단하고 떠나버리는 식이었고. 그래서 자신은 없지만, 남은 선택지가 그것뿐이라면.
날 처음 달리기로 이끌어준 코치. 그 육성방법이 학생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 것을, 절대 프로라고 부를 수 없는 잘못된 방법인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난 내 재능도 모른 채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바람빠진 공만 차고 살았을 테니까. 그게 고마워서 종종 와카야마를 찾아갔었다.
마음이 말랑말랑한 어린 녀석들은 어른에게 너무 쉽게 애착을 가진다. 분산되는 것이 죽어도 싫다. 만일 분산되어야만 한다면 내가 제일이어야 한다. 난 그걸 알고서 이용했다.
"잘 생각했어. 그럼 트레이닝 하러 갈까! 좋아, 기합 넣고 가자고!"
실없는 청년으로 다시 돌아와서, 에이 에이 오―! 하는 유치한 구호를 혼자 외쳤다. 헤카땅은 당연히 무시했다.
그리고 어느덧 6월 후반. 헤카땅의 적성에 맞는 데뷔전 레이스 날이 다가왔다. ...이게 마지막 레이스는 아니다. 7월 초반에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지만, 그걸 뛰러 가고 싶진 않다. 여기서 데뷔하고 G3 경주로 가고 싶다. 헤카가 잘 협조해줄 때의 이야기지만.
난 헤카가 좋다. 가능하다면 계속 둘만의 하이드렌지아로 있고 싶다. 날 성가시게 하지 않고 다른 우마무스메들을 물리는 토템 역할을 생각보다 잘 해줬거든. 그리고 아닌 척 하면서 내심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게 귀염성도 있고. 트레센에서 충분히 경력을 쌓고 안식년을 가질 때까진 함께 있길 바란다.
패덕으로 들어서기 전, 헤카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주물렀다. 작고 가녀리지만 분명 나보다 강할 어깨를.
6월 후반. 미승리전이자 데뷔전 레이스 날. 그동안 트레이닝은 잘 해왔다. 거리도 제법 늘고 기록도 갱신했다. 달리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레이스에서도 그럴지는 역시, 아직은 모르겠지만. 평소처럼 무표정이겠지만, 사실 조금은 초조하다. 지금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던 압박감 같은 것이 다소 느껴졌다. 하이드렌지아의 해체가 이 레이스에 달려있어서일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치챈 건지, 아니면 그냥 격려해주는 건지, 패덕으로 나가기 전에 네가 어깨를 부드럽게 주무른다. 살짝 긴장이 섞인 숨을 길게 내쉬었다.
".....갔다올게."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패덕으로 나섰다. 다른 아이들은 힘차게 손을 흔들거나, 자기만의 포즈를 하거나 하고 있지만... 나는 역시 그런 건 서툴러서. 그냥 뻣뻣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3번 인기라는 애매한 말을 듣고서 게이트로 들어선다. ...오늘따라 게이트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발 끝으로 괜히 잔디를 긁다가....
—아차하는 순간 게이트가 열리고 다른 아이들이 튀어나간다. 곧바로 뛰쳐나갔지만 누가봐도 늦게 출발한 것이 역력한 상황. 입술을 꽉 물었다. 팀 해체가 걸려있는 레이스에서 늦출발이라니. 이전에도 종종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오늘만큼 마음에 걸린 적은 없었다. 도주 각질에게 늦출발은 치명적이다. 초반부터 선두를 잡아 쭉 이어가야하는데 늦게 출발하면 당연히 좋을 것이 없으니까. 이미 선두를 차지한 다른 아이를 쫓아 달리고, 또 달린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땅을 박차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면서. 하지만 이미 놓친 선두를 따라잡기란 어려웠다. 달리고 달려도 전혀 좁혀지지 않는 거리, 뒤에서 울리는 다른 아이들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글렀어. 어차피 글렀다고. 왜 하고 있는 거지 이런 거. 이런....
평소의 루틴처럼, 불쑥 그런 생각이 든다. 이미 글렀고, 왜 뛰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리가 멈추려고 한다. 이미 글렀는데, 달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래도, 이번에는..."
팀을 유지하려면, 데뷔전을 통과해야 한다. 확신은 못하고 있어도, 그래도 간신히 찾아낸 반짝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달려야 한다. 내 어깨를 다독이며 믿고 있다고 해준 네가, 관중석에서 지금 나를 보고 있으니까.
- 마지막 코너를 돌아서 선봉을 끊는 것은 네코타츠무리! - 헤카 프로키온 끈질기게 따라붙습니다!
멈추려는 발을 다시 내딛는다.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뛰어서, 결승선을 향해서, 조금만 더, 더——
-네코타츠무리, 지금 골인! -네코타츠무리! 데뷔전을 제압했습니다! -2착으로는 헤카 프로키온, 3착은 산넨에이구미.
전광판에 적힌 1착은 다른 아이였다. 1/2마신의 차이로, 2착. ....역시 무리였구나. 멍하니 전광판을 보다가 몸을 돌려 대기실로 향했다. 조금은 지친 걸음으로.
명백한 늦은 출발. 게이트에서 고착되었나 조금 쫄아붙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페이스를 올려서 앞서나가는 헤카 프로키온. 스태미나 소모가 빠르다. 마군을 기어코 뚫고 나가 도주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서부터는 한껏 태울 뿐이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1착도 넉넉히 할 수 있을 다릿심이다. 거기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스태미나 소모가 너무 빨랐던 탓인가, 도주 자리를 꿰차긴 했지만 좀처럼 제치지 못한다. 자리를 잡으려 스피드를 올리면서, 조급했는지 너무 스퍼트를 올린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차이는 점점 좁혀진다. 4마신에서 3과 1/2, 3, 2...... 근성을 조금만 더 태운다면 따라잡을 수...
없다. 오래 누적된 달리기 경험과 트레이너의 안목이 말해줬다. 이번 승부는 글렀다고. 이번 레이스에서 얻어갈 것은 1착 대신 완주면 족했다. 그렇게 바로 목표를 좁혔다. 4코너 이전에서부터 견적은 나왔다. 스태미나가 바닥난 헤카는 대도주를 최대한 붙잡으려 하지만 이미 기진맥진. 스태미나를 절약할 테크닉조차 없어 완전히 바닥이었다. 결국 1/2마신까지 좁혀졌던 차이에 2마신이 더 붙어버렸다.
2착, 그러나 완주.
결승선 전광판을 바라보고 혀를 쯧 차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발을 직직 끄는 걸음소리가 들려오자 내 쪽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활짝 웃었다.
"완주 축하해 헤카땅!"
땀과 흙으로 범벅인 헤카를 그냥 냅다 끌어안았다. 물론 잘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는 없다. 1착이 아니면 의미가 없으니까. 이건 데뷔전이기 때문에 더더욱.
기진맥진해서 품에 안겨있는 헤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땀으로 범벅이었다.
"드디어 고착벽을 이겨냈구나. 장해!" "이제 다음 레이스에서 1착으로 들어오면 우린 계속 함께 있을 수 있겠지." "오늘도 달성할 뻔 했는데 조금 삐끗했었지? 아쉽다 아쉬워. 응. 그래도 고질병을 이겨냈으니까 앞으로 한 발짝이야 헤카땅."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보자고. 할 수 있을 거야." "어이쿠, 지친 애한테 내가 뭐한 거람. 자자, 일단 땀부터 식히고 수분 보충."
품에서 헤카를 풀어주고 수건을 머리에 덮어준다. 오늘은 칭찬으로 적시고 내일 반성회를 열어야겠네. 일단은 첫 위닝라이브의 달콤함부터...
활짝 웃으면서 완주를 축하해주는 너에게 딱히 돌려줄 말이 없었다. 데뷔전이니까, 1착이 아니면 소용이 없는데... 그래도 끌어안아준 품이,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 손길이 그렇게 싫지는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고착벽을 이겨냈다는 말보다, 다음 레이스에서 1착으로 들어오면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쫑긋 움직였다. ....기회는 한번 더 남아있다. 마지막 기회가. 마지막... 거기서도 1착을 놓치면, 내 반짝임은, 나의 관측자는... 너는....
"....위닝라이브 연습..." "...했어."
머리에 덮인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조용히 대답했다. 위닝라이브 연습이라면 충분히 해뒀다. 1착도, 아닌 쪽도. 1착인 쪽을 좀 더 많이 해놨었지만. 네가 모르는 사이에도, 틈틈이 연습하곤 했으니까. ...데뷔전은 통과해놓고 위닝라이브는 통과 못하면 그건 그거대로 웃음거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2착 파트도 했었으니까.. 괜찮아."
라이브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다. 잠시 소파에 앉아서 수건으로 얼굴을 푹 덮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에― 대단하잖아― 진심으로 놀라버렸다. 트레이닝하고 나면 밥 먹이고 집에 보낼 뿐이었는데 언제 연습을 한 거지? 점심시간... 은 나랑 보내고 있고. 수업 시간...에는 그냥 멍하니 있던데. 쉬는 시간에 교실 뒤에서 춤을 출 이미지는 전혀 아니고, 집 거실에서 연습하는 걸까나. 그렇게 상상하고 나니까 귀여워서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준비성 철저하잖아 헤카땅~ 다시 봤어. 로컬시리즈 1면을 몸치인 2착이 차지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럴 일이 없었네."
소파에 풀썩 누워버린 헤카땅에게로 다가가려다, 무심코 새어나온 말에 흠칫했다. 인간 육상 선수와 우마무스메는 비슷해서 어렵지 않게 위로해줄 수 있었지만 이런 건 낯설다. 난 말딸로 따지자면 대도주에다 1착을 놓치지 않은 녀석이니까. 아쉽게 2착을 해서 분한 기분, 2착을 할 걸 알면서도 3착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달리는 기분따위는, 솔직하고 재수없게 말하자면, 모르기 때문에. 헤카에게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잠깐 고민했다.
결국 나도 소파에 풀썩 앉아, 헤카의 머리를 들어올리고 그 아래에 허벅지를 집어넣었다. 내 무릎베개는 귀한 건데 너무 일찍부터 줘버린 게 아닌가 싶네.
"헤카땅, 입 벌려봐?"
주머니에서 꺼낸 건 다름 아닌 포도당 캔디. 입술 틈으로 쏙 넣어주면 입이 오물거리며 잘 받아먹는다. 당 떨어진 때에 이걸 싫어하는 녀석은 못 봤다. 일단 저혈당 상태에서 끌어올려 놓고 위로해볼까나.
"헤카땅, 분했어?" "아마도 분한 거겠지?" "그건 말이지, 좋은 거야." "헤카땅이 그만큼 레이스에 진심으로 임한다는 거지. 난 그래서 오히려 기뻐. 헤카가 레이스를 싫어하는 건 아닌가, 싫은 일을 건성으로 하도록 내가 강요하고 있는 거 아닌가 걱정했거든."
이건 진심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후련하게 트레이닝 할 수 있을 거 같아. 헤카가 완주하고, 그렇게 말해준 덕분이야. 난 그것만으로 오늘의 레이스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이건 거짓말. 그래서 희미하게밖에 빛나지 않는다.
"체력을 보완하면 다음 레이스는 낙승이겠지 싶은 확신도 들었어."
이건 또 진심. 깜빡깜빡 광채를 내다 마는 거짓말쟁이가 수건을 끌어올렸다. 다정하게 웃고 있다. 이건 거짓말일까, 진실일까.
몸치라니.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어쩐지 열받아서 지이이 노려본다. 소파에 풀썩 누운 채라서 전혀 무섭지도 않겠지만. 그러다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네 모습에 눈만 꿈뻑거리다가, 갑작스런 무릎베개에 눈을 잠깐 동그랗게 떴다. 조금, 놀라서. 하지만 뭐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가. 금새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간다. 입을 조금 벌려서 네가 먹여주는 포도당 캔디를 받아먹고, 입안에서 살짝 굴린다. 달달한 맛이 꽤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기운도 조금 나는 것 같고.
"...그랬구나."
반짝이면서 빛난다. 이건 진심. 하지만 그 뒤의 말에서는 빛이 조금 희미해진다. 아, 관측했어. 거짓말이구나. 어떤 쪽이 거짓말일까. 오늘 레이스가 너에게 별로 가치가 없었던 걸까, 앞으로 후련하게 트레이닝을 못할 것 같은 걸까. ....1착이 아닌 데뷔전은 의미가 없으니까, 그쪽이겠지. 분명.
하지만 그 다음은 또 밝게 빛나. 진심이야. 깜빡거리는 빛은 여전히 날 혼란스럽게 만든다. 내가 찾는 관측자가, 내가 찾는 반짝임은.... 정말로 너일까. 그 아이의 관측자, 그 아이의 빛은 그 사람이 맞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같은 별인데도 너는 이렇게나 희미해서....
".......모르겠어."
네가 꺼낸 질문과 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대답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포도당의 단물을 삼키면서, 잠시 말을 고른다.
"...하지만, 잡을 수 있을지도." "희미하지만."
여전히 영문모를 말이겠지만, 너에겐 그렇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말하고선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북극성 같아."
밝아졌다가, 희미해졌다가. 그러면서도 그 자리에 계속 있어서 길잡이가 되는 별처럼 보여서. 그래서 떠오르는대로 툭 말해버린다.
저 헤카땅이 좋아요.......... 헐............완전 커엽어................바보........외로웟구나 헤카땅... 관측자도 없이 존재하는 게 외로워서 관측자인지 모르겟는 수상한 사람도 OK 해버리다니 헷쨔...헐..귀여워...애틋해 🥹🥹🥹🥹🥹🥹🥹🥹🥹🥹
으헤... 전부 마음에 드네요🤭 좌석이랑 집안 소파는 저도 예전에 러프로 끼적였던게 있어서 몬가 그리운 기분이 된wwww 아 근데 늦여름 초가을 감성 실외자동차극장도 못참...윽...으윽.....🫠고르기 어렵다..... 하지만 전부 다 그릴 자신은 없고...(?) 으 으으... 다 좋아요... 🤔하지만 일단 비율을 생각해서(??) 봄 꽃구경하고 겨울 캠핑(아마)이 실외니까 여름 가을은 실내 데이트여도 좋을 것 같고....라는 이유로 일단 좌석하고 집안을 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