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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나쁘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카나타는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이런 밤에 물에 빠지면 보통 추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여기는 연못이 아니라 호수. 깊이도 장난이 아닐터. 절대로 안된다는 듯이 그는 다시 한번 빠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렇구나. ...돌아올거야?"
내년에는 없을 확률이 더 높다. 그 말을 들은 카나타의 표정일 살며시 어두워졌다. 그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적어도 카나타는 제 입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작은 고집일 뿐이었으니까. 이즈미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역시 모두... 거기까지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다시 빠르게 저은 후에 두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강하게 쳤다.
"...응원해. 어느쪽이건."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린 후,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밀크 커러멜을 꺼냈다. 그리고 이즈미에게 하나 내밀었다.
"이거 먹을래? ...그리고 슬슬 띄우면 될 것 같아. ...기분이 묘하네. 이 넓은 호수에 빛나는 등불이 우리가 띄우는 등불이라니."
하지만 나쁘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살며시 뒤로 물러섰다. 이런 것은 소원을 담은 이가 띄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현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서 나아진 것이랑 그걸 좋아하지 않는 거랑 싸우기도 했고.. 그 외에 가장 최근 전설상 인물(*아키라)은 좀 돌아있다가 결국 물에 빠져서 가셨으니까 과보호가 좀 있어서 싸우기? 혹은 일종의 타협?도 했어서 생각보다 가족간의 관계가 데면데면한 느낌이 있어서.. 그래요.
뭐랄까. 나는 솔직히 이번 일상이 끝나면 모르겠네. 참 이게 뭐라고 해야할까. 카나타와 친분이 있는 이들은 모두 시트를 내리거나 사라져버렸으니 말이지.
솔직히 망망대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야. 지금 와서 새롭게 친분을 쌓아 올리자니 그건 너무 늦었고 말이지. 역시 초기에 선관을 깊게 막막 짜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난 선관 막 엄청 많이 늘리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사실 선관에 너무 얽매이면 선관=엔딩때까지의 관계. 이렇게 되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 그래서 좀 적당히 짜고 그랬는데.. 이게 패인이었나! (털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조금 생각해봐야겠네! 아..불평은 아니야. 그냥 간만에 망망대해 느낌이라서!
어두운 밤에 제한된 조명에서 보기 때문에 더욱 짙게 느껴지는 걸까? 미카는 웃고 있지만, 깊고 차분한 심해의 물고기처럼 히라무를 본다. 히라무는 잠깐 의아해졌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움직이는 미카는 태양빛에 썬캡을 쓰고 땀방울을 흩날리는 채로, 수면을 거슬러 뛰어오르는 날치처럼...
"어, 그런가요...죄송합니다."
히라무는 꼬리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흩을 겸 인사를 던졌다. 목소리도 상상했던 것보다 낮은 느낌이다. 왜 덜 낮게 상상했더라? 그야 그라운드 위에서의 그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는데, 맞다!
"아!"
그제야 히라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말했다.
"저, 혹시 야구하세요? 그러면 왠지 낯익은 이유를 알 것 같아서요...몇 번 봤을지도. 학교에서."
미카의 질문에 히라무는 들고 있던 등불을 내려다보았다. 밤바람에 등불이 한들한들 흩날리고 있다. 좀 어렵겠지만 불은 배 위에서 붙일 심산이었다. 지금 붙이면 잘못했다간 꺼져버릴 테고 그것대로 귀찮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를 할 수 없었는지, 카나타는 괜히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특별히 무슨 말이 더 있진 않았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결국 변하는 것은 변해가기 마련이었다. '변화'가 일어난다면 스스로 그것을 응원해주는 것이 맞는 법이니까. 아쉬움은 가라앉히면서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물결을 바라봤다.
"...나는 여기에 쭉 있을 생각이야. ...얼마든지 오고 싶으면 와. ...호시노 이누네코랜드에."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아. 그렇게 말하는 카나타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한편, 호수 위에 등불이 떠오르자 그 고요한 빛이 모든 것을 감싸는 듯 했다. 어둠이 사라지며, 잔잔한 불빛이 호수를 감쌌다. 그 호수 너머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카나타는 살며시 앞으로 걸어가며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리고 어쩌면 투명하게 비칠 그 너머의 것도 보려고 했다. 가만히 손을 뻗어 호수에 대려고 하는 듯 했으나 곧 그는 손을 치웠다.
"...이나리님. 당신에게 바치는 등불을 받으시고, 니시키리의 소원을 부디 들어주십시오."
고요하고 건조한, 그러면서도 다정함이 살짝 녹아있는 목소리로 그는 호수에 자신의 기원을 바쳤다. 품에 안고 있던 소원은 아니었으나,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히라무의 회상은 틀리지 않다. 뭐 한때 날리던 유명한 투수의 손자가 마을에 돌아온다고 쑥덕대는 소리가 귀를 스쳐간 적이 있을까. 아무튼 이 이방인은 그 투수가 맞았다. 볼캡을 푹 눌러쓰고, 이따금 태양 아래 선명히 빛나는 새파란 색채의 눈동자가 히라무의 시선과 이따금 한 번씩 스쳐 마주치던, 멋진 슬라이더를 던지던 그 사람- 그러나 지금 여기에 있는 그는, 히라무가 기억하고 있던 낮의 모습을 허물마냥 벗어던지고 이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글쎄. 어디든 괜찮아. 지명 다 잊어버리기도 했고, 딱히 뱃삯도 없고..."
히라무의 목적어만 남긴 조심스런 질문에, 이방인은 선뜻 대답을 내어놓았다. 이방인다운 대답이다. 이제 딱히 자신을 가려줄 허물이 없기도 했고.
"하토가와라."
히라무의 말을 한번 되감고는, 그는 히라무를 가만히 바라보며 반문했다.
"합석할 자리가 있을까?"
그리고는 몇 번 본 기억이 있던, 아마 히라무도 몇 병인가 갖고 있을 브랜드의 라무네병을 꺼내어보인다.
꼭 이즈미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물론 여름방학이 끝나면 한동안은 그곳의 일을 도와주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역시 그곳에 계속 있을테니까. 이렇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는 것에 카나타는 안도했다. 누가 들으면 이해를 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왜 그렇게 생각을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그러겠다는데.
카나타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등불을 바라봤다. 조용히... 조용히... 그 불빛이 천천히 떠가면서 어둠을 빛내며 어쩌면 여우가 뛰어들었을지도 모르는 그 위치까지 흘러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돌아가자. 다른 등불도 봐야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등불. 그런 등불을 잔잔하게 바라보는 것 또한 하나의 여흥이었다. 오늘은 바로 돌아가지 말고 이렇게 근처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가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언제 생각해도 말재주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좀 더 이런저런 말을 할법도 하건만, 결국 나오는 것은 이런 건조한 목소리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이즈미를 바라보던 카나타는 "말재주가 없어서 미안."이라는 말을 살며시 남겼다. 물론 이즈미가 어떻게 생각할진 그로서도 알 길이 없었지만.
이내 카나타는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배는 천천히 호수 바깥을 향해서 이동했다. 호수 바깥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까. 조금 더 이런저런 곳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테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겠고, 아직 이어지는 축제장에 들려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면서 카나타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나리 신님. 안 나와주려나. ...이런 곳에서 유일하게 등불 하나가 빛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즈미에게 괜히 그렇게 물어보며 그는 점점 멀어지는 등불. 그리고 호수 중심가를 가만히 바라봤다. 육지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그의 시선은 아마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이다.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행이 맞으니까요. 말재주가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에는 글쎄요.. 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예측이나.. 숨은 것을 파헤치는 것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 또한 다 경험이 기반되어야 하는 것인 만큼, 확실하지 않습니다. 잘만 사용한다면 사람을 휘어잡을 수도 있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나리 신님께서 나와주신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나와주신다면 좋은 일일 텐데 말이지요. 라는 말을 하는 이즈미입니다. 이나리 신님이 나와주신다면 쓰담쓰담을 할 수 있어보일지도? 음. 근데 쿠레비호에 꽤 오랫동안 계셨다면 털말리는 데 한세월일지도 모릅니다. 등불도. 다른 주위광경도. 어딘가 멍하게 집중하게 되는 깜박임이 느껴지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게 됩니다...
그 말을 하는 카나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필시 이나리 신은 귀여움의 대명사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두 눈동자가 상당히 초롱초롱 반짝였다. 혹시나 어딘가에서 여우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라도 했는지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카나타의 표정은 이내 실망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둘러봐도 여우로 보이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하긴, 나올리 없겠지."
아쉬운 목소리를 내던 그는 배가 육지에 도착하자 재빠르게 내렸다. 그리고 이즈미에게 잡고 내려오라는 듯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만약 그가 붙잡았으면 안전하게 육지로 내려줬을 것이고, 잡지 않고 그대로 내렸다면 손을 아래로 내렸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정말로 자연스럽게.
"그럼...니시키리는 이제 어쩔거야? 나는 적당히 둘러보다가 갈 생각이야."
등불도 보고, 축제도 둘러보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이즈미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뭐라고 할지 나름 궁금하다는 듯.
/어... 뭔가 초고속으로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 오브 기분이네. 일단 막레에 비슷한 느낌이 되려나? 이거? 일단 등불을 띄우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야. 이번 이벤트!
어째서일까, 똑똑히 들었는데 들리지 않는 이름. 잘 안 들린다고, 한번 더 그 이름을 말해주길 재청해보았으나, 히라무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이방인은 의뭉스레, 안개같은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다.
히라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많은 게 달라져있는 모습. ...무겁다? 아니. 그 표현은 공정하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무언가가, 이 이방인을 학교에서 보았을 때보다, 그는 무언가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 이방인에게, 원래 응당 있었어야 할 것까지... 이 이방인을 이방인이 아니라 ■■■■ ■■■■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것들까지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끝에, 이것은 자신이 있던 자리에 자신을 붙들어주는 매듭들도 자신의 자리마저도 자기 자신마저도 모조리 잃어버리고 이 자리에서 히라무와 함께 부유하고 있었다. 게으른 주제에 욕심은 많았던 끝에, 전부 탕진해버린 게다.
이방인은 가만히 히라무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인사치레. 맞다. 인사치레였지만, 그래도 그 시바견같이 헤실하면서도 묘하게 야무진 구석이 있는 인상의 소년을, 히라무, 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잘 어울린다. 그렇게 느낀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네 열쇠를 쓸 곳, 아직 찾지 못했구나. 아직도 무언가를 연 일 없이 물결 따라 히라무의 가슴팍에서 춤추고 있는 열쇠를 바라보며, 이방인은 히라무의 말에 끝까지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도, 질문으로 마무리된 네 이야기.
"우리 할아버지는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인 나가쿠모 텐이치로야. 할아버지는 변화구를 엄청나게 잘 던지시는데, 마운드에서 쓸 수 있는 구종이 8종류가 넘었다던가. 그 중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 때마다 사용하신 게 커브야.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가 직선 궤도로 떨어지는데, 타자 입장에서 공이 둥실 떠올랐다가 포수 미트로 순간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대. 그 커브볼을 던질 때 할아버지의 투구 폼을 보고 메이저리그에서 그 커브에 붙여준 별명이 '크레센트 커브'... 내 아빠는 내가 할아버지를 뛰어넘길 원했고... 그래서 내 이름을 「미카즈키」라고 지어줬어..."
"정말로 바보같은 아빠야."
"내가 제일 잘 던지는 건..."
"왼팔로 던지는 직구거든."
이방인은,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호죠 히라무를 바라보며 흐릿하게 웃고 있었다. 보트의 물보라도 흔들림도 조금씩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