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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의 얘기를 들으니 얼추 감은 잡혔다. 아무래도 그 날 이상한 체험을 한 사람은 스즈네 자신이나 아마네 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일일이 찾아가서 물어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둘 이상이 이상한 체험을 했구나 하는 심증을 얻은 것으로 충분하다. 애초에 그런 거 조사하고 다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흐흥~ 별 일도 다 있네~"
그러니 스즈네도 깊이 파고들지는 않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무엇보다 그 일로 인해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니까. 혹시나 생기면 그 일을 부탁했던 사람에게 단단히 따지면 된다는 생각이 안심장치로 작용한 것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뭐야~ 카나쨩 범생이처럼 생겨선 엄청 잘 노네~"
여기저기 놀러 갈 곳을 쉽게 얘기하는 카나타에 스즈네는 꺄륵거리며 대꾸했다. 카나쨩~ 휴일에도 집에서 공부만 할 줄 알았는데~ 라며 놀리듯이 말하기도 했다. 스즈네는 나가봤다 해봤자 교토나 학교 수학여행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어디든 훌쩍 다녀오면 된다는 카나타를 보며 그러게~ 라며 키득키득 웃으면서도 마냥 속 빈 웃음은 아닌 이유였다.
"...글쎄~ 어~ 에~ 나도 배고파~ 카나쨩~"
일부러 흐릿하게 말을 한 스즈네가 초코바나나 쪽으로 가려는 카나타를 붙잡아 세우려 했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꼬치구이 부스에 가자는 듯이. 그러나 붙잡은 것과 달리 잠시 머뭇거리다가 에헤헤~ 웃더니 붙잡은 카나타를 툭 놨다.
"저기~ 가서 잠깐만 기다릴래~? 나 꼬치구이 사서 금방 갈게~"
그리고 스즈네는 주저하지 않고 꼬치구이 부스 쪽으로 휙 돌아섰다. 혼잡한 인파 사이였으니 휩쓸릴 법도 하건만 전혀 그래보이지 않게 그 사이로 사라질 것처럼 걸음을 내딛었다.
나 그렇게 생겼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어 가만히 셀카모드로 돌린 후에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딱히 공부만 할 것 같이 생기진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가만히 팔짱을 꼈고 조용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스즈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납득하기로 하며 그는 굳이 더 캐묻진 않았다. 언제나처럼 보이는 그의 스타일이었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으며 말을 흐리는 그녀의 모습을 카나타는 정말로 뚫어져라 바라봤다. 뭐야. 뭘 숨기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가만히 팔짱을 끼면서 더더욱 스즈네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물론 배고프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알았어. 천천히 갔다와."
자신을 붙잡아 세운 것에 이어 갑자기 머뭇거리더니 자신을 놓고 기다려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그냥 같이 가자고 해도 상관은 없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긴 했으나,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많으니 부딪치지 않게 천천히 다녀오라는 말을 하며 그는 그녀가 방금 이야기한 위치로 천천히 향했다. 김에 마실 것이라도 사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걸어가다 근처 부스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은 바로 메론 소다를 파는 부스였다. 역시 이런 더운 여름날에는 메론 소다라도 마시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판단하며 그는 점주에게 이야기했다.
"메론 소다 두 개요. 시원하게."
지갑을 꺼낸 후, 돈을 계산한 그는 잠시 메론 소다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집어넣고, 녹색 메론 소다를 채우는 모습을 카나타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봤다. 이어 메론 소다가 나오자 그는 메론 소다 두 개를 챙긴 후에, 다시 그녀가 지정했던 위치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면 그는 조용히 그녀가 오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조금 신경이 쓰이네. 방금 그거. 말 끝을 흐린 것이 너무나도 노골적이었기에 그는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추측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황 속에서 추측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굳이 설명하자면 스즈네의 남매 중 유일하게 교사직을 하는 히비키 같은 느낌이지만. 설명이 귀찮으니 스즈네는 이번에도 어물쩍 말을 흘려버렸다. 혼자 히히~ 웃다가 카나타가 핸드폰의 셀카 모드로 얼굴을 보자 옆에서 빼꼼 고개를 들이밀어 브이~ 하고 깐족거렸다. 그래봐야 화면 끄트머리에 눈가와 손가락 정도만 겨우 잡혔겠지만.
그렇게 매사 적당히 구는게 일상인 스즈네였으니. 카나타가 의문을 갖고 빤히 봐도 눈을 동그렇게 뜬 채 우웅~? 하고 태연하게 굴었다. 가만 보기에 그저 대답하기 귀찮아서 대충 넘긴 듯한 느낌이 든다. 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했거나. 진실은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스즈네는 카나타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연파랑 유카타 자락이 휘릭 날리며 돌아섰다.
"응~"
천천히 다녀오란 말에 밝은 대답까지 하며 종종 걸어간 스즈네는 꼬치구이 부스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며 섰다. 여러 사람이 오가고 스치는 와중에 잠깐 표정이 풀렸다. 맥을 탁 놓은 듯한 그 얼굴이.
"...아~ 아저씨이 안녕하세요~ 저어 이거랑 이거랑~ 저것도 하나 주세요~"
...자신의 차례가 되어 주문을 하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스즈네는 활짝 웃었다. 웃으며 맛있게 구워지는 꼬치구이를 셋 골랐다. 그 중 하나는 빨간 양념이 묻어 있어서 괜찮겠냐는 물음을 받았지만 스즈네는 완전 괜찮아요~ 라며 달라고 했다. 그러자 곧 초벌구이 된 꼬치들이 하나 둘 구워졌고 스즈네는 꼬치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걸으면서 먹기에 꼬치는 위험하니까. 야끼소바와 같은 투명한 포장용기에 담긴 꼬치구이와 나무젓가락이 나오자 스즈네도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아~"
따끈한 음식의 포장용기를 든 스즈네가 가리켰던 장소에 돌아온 건 카나타가 메론 소다를 사서 돌아온 직후였다.
"카나쨩~ 나 왔어~ 어레~ 메론 소다네~"
저러다 치이겠다 싶은 종종걸음이지만 용케도 재주 좋게 사람 사이를 비집고 나온 스즈네는 그새 카나타의 손에 들린 메론 소다를 보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분명 가기 전에는 없었던 거니까 말이다. 메론 소다와 카나타를 번갈아 보던 스즈네가 우히~ 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두~ 혼자서 두 잔은 너무 많지~ 카나쨩~ 배불러서 초코 바나나 못 먹을 거라구~?"
카나타가 메론 소다 두 잔을 혼자 다 먹을 거라고 생각한 듯이 말하는데 표정은 아무리 봐도 놀림의 기색이 역력하다. 에~ 카나쨩 군것질도 무지 해~ 라며 혼자 키득키득 웃기까지 한다. 그러곤 끝까지 모른 채 굴 셈인지 나무 젓가락을 뜯으며 이거 맛있겠다~ 하고 중얼거렸다.
아직 잘 모르겠다. 스스로 떠안은 수수께끼만 해도 벅찬 소년에게, 또다른 수수께끼는 더욱이 어려운 것이었다. 이 잘그락대는 웃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안개 끝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맷돌을 돌릴 때, 뒤에서 다가붙는 감촉보다 그 온도가 더 생경스러워서 움직임이 뻣뻣해져 버리고 마는 소년에게, 이 수수께끼는 금방은 풀 수 없는 것임이 자명하겠다. 아니, 풀 필요가 있기는 한 걸까. ...소년은 일단 자신의 손에 쥐인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저는 효과를 꽤 봤어요."
하며 맷돌을 돌리던 미카즈키는, 문득 스즈네가 무언가 또 보여주는 시범에 스즈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과연, 저렇게 하면 일일이 맷돌을 멈추고 찻잎을 다시 부을 필요가 없겠다. 미카즈키는 한 손으로 맷돌의 관성을 유지한 채로 한 손을 떼고는 주걱으로 조심스레 찻잎을 떠서 맷돌에 흘려넣어본다. 오히려 이 편이 맷돌이 헛도는 느낌 없이 계속 일정하게 찻잎을 갈아내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지다 보니, 작업을 일관성있게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기복 없이 그르륵그르륵 돌아가는 맷돌 소리에, 발이 탁탁 부딪는 소리가 박자를 얹는다. 그리고 소년의 귀에 걸리는 스즈네의 노랫소리.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노래다. 누군가 부르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분명 누군가가 다른 허드렛일을 하면서 내게 이 노래를─ 아아, 자장가로, 불러주었었다. 차분히 돌아가는 맷돌 소리와, 기복 없이 따박따박 이어지는 박자.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향수가 한 숟갈 가득 묻은 노랫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문득 스즈네의 귓가에 맷돌 소리가 바뀐다. 텅 빈 맷돌이 헛도는 소리다. 무슨 일인가 하고 옆을 돌아보니, 미카즈키는 더이상 찻잎가루가 흘러나오지 않는 맷돌을 하염없이 돌리고 있다. 고개가 꾸벅, 하고 한번 고꾸라졌다가 그 풀에 흠칫 놀라 들려올라온다. 깜짝 놀란 푸르른 눈을 뜬 소년은 잠깐 어버버하다가, 아직도 맷돌을 돌리고 있는 자기 손을 인지하고는 후다닥 주걱으로 찻잎을 다시 떠서 맷돌 구멍에 기계적으로 부어넣는다.
"...실례했습니다."
언제 졸았냐는 듯이 평소의 그 무표정으로 빠릿하게 되돌아와 있는 미카즈키였지만, 새빨개진 귓바퀴는 감출 길이 없다.
츠키의 가벼운 농담에, 나름대로 이쪽도 실없는 소리 장단 맞춘다고 맞춘 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녀석은 장단 맞추는 것을 끔찍하게 못한다.
"네, 그렇죠. 아무튼 잘 찍으셨다고..."
어색한 인사치레지만, 없는 말을 꾸며낸 것은 아니다. 멋진 라인업으로 정성들여 찍은 포스터이니 누가 보기에도 잘 찍은 포스터라 할 만하다. 다만, 그 뒤에 다른 본론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굳이 추궁할 필요는 없겠다. 무언가 말을 꺼낼까 말까 주저하던 미카즈키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저기, 하나쨩은."
그리고 그 무덤덤하니 표정변화 전혀 없을 것 같던 차분하니 차가운 얼굴이, 순간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아차 하는 파문으로 흔들린다.
"호리이 씨는, 잘 지내고 있었나요."
애써 말을 주워담아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니 애초에 호리이 씨라고 제대로 성을 불러서 안부를 물었더라도, 참지 못하고 말문을 열어버린 순간 이미 물을 엎지르는 셈이었지만.
적어도 자신은 범생이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루종일 공부를 하기보단 개나 고양이, 혹은 동물과 노는 것이 더 좋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좋았다.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렴 어떠랴.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고, 자신이 그렇게 정의한다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러다 셀카 모드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와중, 그녀의 모습이 아주 살짝... 끄트머리에 정말로 살짝, 그것도 눈가와 손가락 정도만 겨우 잡힌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참 예상을 못할 녀석이라니까. 그런 혼잣말은 마음 속에 묻어두며 그는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어쨌든 그는 메론 소다를 구입한 후, 그녀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투명한 용기에 담겨있는 고기를 바라보며 그는 꼬치가 아니라 따로 포장해서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저렇게 먹는 것이 좀 더 편하기는 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말에 이어 대답했다.
"응. 메론소다. ...역시 일본의 여름하면 메론소다지. ...축제하면 메론소다고."
물론 그렇게 정해진 것은 없었으나, 카나타는 굳이 그렇게 정의하며 주장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더운 무더위 속에서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메론소다를 먹으면 그렇게 시원한 것을. 이어지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말. 혼자서 두 잔은 너무 많다는 말과 함께 초코 바나나를 못 먹을 거라고 놀리듯이 이야기하는 그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난 성장기 남자니까 다 마실 수 있는데?"
당연히 주려고 산 것이지만, 정말로 혼자서 다 먹을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가 그 역시 장난스러움이 녹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장난을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에게 메론소다 하나를 내밀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역시 나눠먹는 것이 좋아. 가져가. 네 꺼야."
가자. 초코 바나나 사러.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메론소다를 손에 잡고 빨대를 입에 물고 천천히 빨았다. 시원한 메론소다가 목구멍을 통과하며 톡톡 튀자 그는 정말로 시원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거 또 뭐하고 싶어? ...먹을 거는 먹을 거고 할 것도 생각해야지. ...사격 게임 해볼래? ...해봤는데 나름 상품 따기 쉬웠어."
과연 풀 필요가 있을까. 수수께끼는 가끔 수수께끼인 채로 두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 두루뭉술한 형태 그대로 두어 그 모호함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운무의 시작과 끝을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누구도 알려 하지 않는 것처럼.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흐음~"
재채기를 조심하라던 조언처럼 작업 중에는 말을 아끼는 걸까. 스즈네는 짧게 반응한 후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른하고 차분하며 어딘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노랫소리가. 마스크를 썼음에도 고른 호흡으로 이어진다. 한 소절 한 소절 이어짐에 어디선가 들리지 않을 반주가 더해지는 듯 하다. 노래하며 찻잎 갈기에도 소홀히 하지 않으니 이런 과정 자체가 어지간히도 익숙한 듯 보인다. 그리고 제법 집중했는지 노래가 끝나고서야 그 소리를 깨달았다.
공회전하는 맷돌의 소리를.
"으응?"
스즈네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때마침 꾸벅 고꾸라지다가 휙 올라오는 소년의 머리가 보였다. 딱 봐도 분위기에 잠겨 졸았음이 명백하다. 순간이지만 졸다 깨어 무방비하게 풀어진 얼굴이 마스크 여백으로 언뜻 보였다. 그리고 새빨개진 귀에 어떻게든 태연하게 작업을 이어나가려는 저 행동까지. 스즈네도 신경써주듯 응~ 지금이 제법 졸릴 시간이지~ 라며 그러려니 넘어가는 듯 했으나...
"...푸흣."
돌리던 박자마저 놓칠 정도로 어깨를 들썩이더니. 결국 빈 자리 쪽으로 와르르 무너지듯 몸을 숙이며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와하하! 호쾌한 웃음소리가 적막하던 작업실 안을 와랑와랑 울린다.
"조, 졸았, 으하, 어떻게 그렇게 꾸벅 하고 졸아 사람이~~ 아하하! 나, 나 그렇게 조는 거 처음 봤, 봤어, 히익, 히, 흐, 하하, 아하하하하~"
빈 자리에 엎드려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웃어대는게 얄밉기도 짖궂기도 하다. 웃겨 죽겠다는 걸 전혀 숨기지 않으니 말이다. 어찌나 가감없이 웃는지 곧 숨이 차서 히익대는 소리도 나기 시작한다. 나아 웃다가 죽겠다아~ 라며 힉 히힉 거리다가 미카즈키를 힐끔~ 돌아보더니 재차 아하학~ 하고 웃어댔다. 또 금방 히익거리긴 했지만.
묻지도 않은 말을 술술 하는 카나타를 보며 그게 뭐냐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메론소다는 사시사철 다 맛있지만 역시 여름 축제에서 마시는게 제일이다. 그리고 살짝 일탈을 하는 느낌이라 더 좋달까. 카페 부스에 있을 말차류를 마시지 않는다는 점이 말이다.
"에~ 카나쨩 먹ㅂ, 와아~ 고마워~"
딱딱. 갓 뜯은 나무젓가락을 부딪혀 소리내며 먹보라고 하려던 말이 쏙 들어갔다. 카나타가 메론소다 한 잔을 스즈네에게 내밀어서다. 도로 가져갈새라 얼른 받아들고서 냉큼 빨대부터 물었다. 상큼달달한 향이 화하게 느껴지는 음료를 쭉 흡입하니 입 안이 단숨에 시원해진다. 그래~ 역시 이거지~ 하는 표정으로 메론소다를 마신 스즈네는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음음~ 응~"
빨대를 문 채로 초코바나나 사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즈네는 한 모금을 더 꼴깍 마시고서야 입을 열었다.
"사격 할 거야~! 사격이랑 다트랑~ 아~ 조금 전에 들었는데~ 저어쪽에 버스킹 공연이 있대~ 기타랑 드럼이랑~"
얘기하다보니 누가 하고 있을지 대충 감이 잡혔지만 거기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그 쪽으로 안 갈 지도 모르니까. 말을 하던 스즈네는 입이 심심한지 메론소다의 빨대를 다시 물어 잘근거렸다. 그러면서 카나타의 유카타를 툭툭 당기고 저 사람들 사이로 초코바나나가 그려진 입간판을 가리켰다. 그리고 씨익 웃더니 한 걸음 앞서 종종 걸어가기 시작했다.
먹ㅂ라는 말에서 끊기긴 했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카나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런 거 아니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좀 많이 먹는 감은 있지만, 축제니까 그 정도는 되는 것 아니겠는가. 손에 쥐고 있는 야키소바를 바라보다가 이건 조금 있다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메론소다부터 집중해서 마셨다. 물론 다 마시진 않고 반 정도 남긴 후, 그는 빨대를 입에서 떨어뜨렸다.
한편 스즈네의 입에서 버스킹 공연이 있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것이 있었나? 누가 할까? 유명인이 하려나? 물론 이곳에 유명인이 올 것 같진 않았지만, 정보를 알고 있으니 누가 출연하는지도 알지 않을까 생각하며 카나타는 스즈네에게 질문했다.
"...누가 하는지 알아? ...알면 가르쳐줘."
조금 흥미가 생겼는지 그렇게 질문하며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그와는 별개로 유카타를 막 잡아당긴 스즈네의 뒤를 따라 초코바나나 부스로 향했다. 일단 소원권으로 얻어낸 먹을 것은 여기까지였다. 충분히 맛있게 먹으리라 다짐하면서 그는 사람들의 사이를 빠져나가면 메론 소다를 한 입 더 천천히 빨대로 마셨다가 입에서 떨어뜨렸다.
"...아. 맞아. 나 가다가 가면 부스가 있으면 잠깐 들려도 될까? ...여우 가면이 있으면 살까 해서."
이나리 신사에서 주관하고 있으니 여우 가면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기대감을 보였다. 없으면 조금 아쉽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물어보는 사이, 두 사람은 부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나나와 초콜릿 특유의 달콤한 향이 부스에서 가득 풍기고 있었고 카나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축제는 먹을 것이 많아서 좋아. ...당분간, 다이어트 조금 해야 할 것 같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그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면서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스즈네를 바라보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어두운 밤. 모두가 안대를 쓰고 꿇어앉은 가운데, 죽통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 소리가 텐트 안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 재료들이 하나씩 내려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나가시소멘이란 전분기가 쭉 빠진 탱글탱글한 소면을 차가운 쓰유에 찍어 먹는, 여름의 호젓하고 소박한 맛이 있는 풍물시였겠지만, 이것은 어둠 나가시소멘. 덩어리져 내려오는 정체불명의 재료들의 소리는 물론, 냄새부터가 일반적인 여름 별미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허공에 젓가락을 휘적대며 겨우 수로선을 찾아, 엉성한 폼으로 건져내기 시작했다. 입에 넣기 전까지는 재료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것이 어둠 나가시소멘의 묘미. ‘그러다가 젓가락이 입을 찔러 다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미 학창시절에 어둠 나가시소멘을 몇 번이고 주도했던 쿠로사와는 알고 있었다. 망설임이 무엇보다 강력한 완충재가 되어 준다는 것을······!
잽싸게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그새 들었나 보다. 먹보 아니라며 콕 집는 카나타의 말에 스즈네는 입술을 비죽 내밀고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얼른 가져간 메론소다를 다시 뺏길까 보아 소중하게 챙기면서 우우~ 이래서 눈치 빠른 카나쨩은~ 하고 중얼거렸다. 굳이 끊은 말을 그렇게 콕 집었어야 했냐는 불만. 은 커녕 눈치가 빠른 것에 대한 농담이었다. 그도 그럴게 제가 말해놓고 스스로 웃겨 키득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히히히~ 으응? 에~ 그니까 그게~"
하지만 버스킹 공연에 대해 돌아온 물음에 스즈네는 명백히 망설이는 모습으로 대답을 어물거렸다. 이걸 말해도 될까 안 될까 하는 고민이 표정에 잠깐 스쳐간다. 감출 만큼 대단한 사실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말하지 말란 얘기도 따로 들은게 없으니까. 괜찮겠지 하듯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 대답한다.
"아마~ 히-쨩네 밴드일 거야~ 카나쨩도 알지~? 2학년 때 역사 쌤~ 이자 우리 집 둘째~ 취미로 하는 밴드인데~ 오늘 순찰 비번이라 나온댔어~ 아마 그거일 거야~"
밴드 이름이 뭐랬더라~ 맨날 까먹네~ 정말로 까먹었는지 으음~ 하고 앓는 소리를 내던 스즈네는 곧 모르겠다~! 하고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중요한 정보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자는 느낌이다. 그렇게 인파를 헤치며 초코바나나를 향해 가다가 가면 얘기에 우웅? 하고 돌아본다. 입에 빨대가 물려 있어서 소리가 울린 모양이었다.
"가면~? 그거 좋네~ 나도 살래~ 노오 가면이나 야차 가면~ 있을까나~"
어쩐지 취향 독특하다 싶은 가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스즈네는 키득거렸다. 석가면이나 철가면도 좋은데~ 라는 중얼거림이 조금은 섬찟할 지도. 그런 말을 하며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더더욱.
"맛있는 거 실컷 먹구~ 매일 아침마다 조깅하면 돼~ 카나쨩은 골든이랑 뛰면 되겠다아~"
어느새 도착한 초코바나나 부스 앞에서 카나타의 중얼거림을 들은 스즈네가 말했다. 그러면 다 된다는 듯이 아무 걱정도 없어 보인다. 실제로도 활동량이 많아 살이 잘 찌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침마다 가볍게 동네 외곽을 뛰는 조깅을 하고 있었다.
"아하~ 카나쨩~ 초코바나나가 그렇게 좋아~? 간식 달라는 링링이 같아~ 귀엽네~"
살은 둘째치고 먹을 기대에 찬 카나타를 마주 본 스즈네가 경쾌하게 웃었다. 아하하! 그러더니 금새 모옷된 표정을 지으며 속닥거렸다.
"다신 평범한 초코바나나는 못 먹을 몸으로 만들어주지~ 기대하라구~"
여기서 기다려! 라며 단호히 말한 스즈네는 호다닥 부스 앞으로 가서 초코바나나 두 개를 주문했다. 뭔가 손짓까지 해가며 장황한 주문이 보통이 아닌 듯 하다. 부스 주인도 진지하게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초코바나나를 만들기 시작했다. 갓 까낸 하얀 바나나를 제과용 꼬치에 꽂아 그 위에 초콜릿을 입히는 것까진 보인다. 평범한 초코바나나를 만든다기엔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폴폴 풍긴다. 그 뒤는 가판 등등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냄새에 이끌린 인파로 인해 부스 앞이 조금 더 북적이게 되었다. 그러고도 조금 더 지나서야 스즈네가 초코바나나로 보이는 것을 들고 돌아왔다.
"기다렸지~ 짜잔~!"
의기양양하고 기쁜 표정으로 돌아온 스즈네가 들고 온 것 중 하나를 내밀었다. 그건 얇디 얇은 크레이프로 생크림과 함께 도르르 말려있는 초코바나나였다. 안에 들은게 생크림 뿐일까. 받아서 가까이 보면 생크림 사이사이 새빨간 생체리 조각이 보이고 상큼한 수제 사과잼의 향도 옅게 느껴진다. 제일 중요한 바나나는 초콜릿 코팅을 두 번이나 해서 깨물면 표면이 바사삭 부서질 것 같다. 초콜릿은 무려 밀크와 다크 두 가지 맛이라 과하게 달지 않게 신경 쓴 것이 보인다. 확실히 보통이 아닌 비주얼이었지만 취향에 맞을 지는 별개의 문제긴 했다.
"먹을 거는 이거면 되겠는데~ 어디 앉아서 먹어야겠어~ 손이 꽉 차버렸는 걸~"
카나타는 몰라도 스즈네의 손으로는 꼬치구이통에 메론소다와 초코바나나를 들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걸으면서 먹기는 힘드니 어디 앉자고 말하며 스즈네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인파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아 으잉~ 하고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지만.
"역사 쌤? ...아. 그 사람. ...보러 갈래? 보고 싶으면 말이야. ...나는 조금 흥미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면 그다지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나 아는 사람이기에 카나타는 살짝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스즈네의 입장에선 혈육인만큼 보고 싶을지는 또 애매한 편이었다. 아무래도 혈육이 공연을 하고 있으면 직접 바라보기 묘하게 부끄럽거나 얼굴이 간질간질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스즈네의 생각을 물어보며 카나타는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이어 그녀의 입에서 노오 가면과 야차 가면이 나오자 그는 침묵을 지키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축제인데 없지 않을까. 텐구는 있을 것 같지만... 뭐, 나중에 찾아보면 되겠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야차 가면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 카나타의 생각이었다. 전문 가면점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팔지 않으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찾아보고 있으면 사고, 없으면 넘어가고.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 와중에 무서운 가면을 찾는구나 싶어 그는 가만히 스즈네의 얼굴을 바라봤다. 머릿속으로 가면을 쓴 스즈네의 얼굴을 매칭하다 그는 별말없이 피식 웃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오직 그만이 알 일이었다.
"좋아해. 초코바나나. 자주 먹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 축제하면 역시 그거잖아. ...그래서 하나는 꼭 먹어야 해."
마치 나름의 신념이라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카나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간식을 달라는 링링 같다는 말에 카나타는 피식 웃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땐 원래 다 그래. 그런 말로 응수했다. 마치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고, 이것도 당연하다는 것처럼. 물론 그저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지만 뭐 어떻겠는가. 이런 날은 자기 합리화를 해도 괜찮은 법이라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이어 스즈네가 초코 바나나를 주문하고 그것을 들고 나오자 카나타는 가만히 초코 바나나를 바라봤다. 달콤한 향기가 가득 풍기고 있는 초코 바나나를 바라보던 그는 조심스럽게 초코 바나나를 챙겼다. 슬슬 손이 부족한 것은 카나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키소바에 메론 소다, 그리고 이제는 초코 바나나까지. 확실히 스즈네의 말처럼 어디에 앉아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는 사람이 많아서 힘들거야. 조금 한적한 곳으로 가자. 그런 곳이라면 앉을 자리도 있어."
아니면 공연 보러 가자. 앉을 곳 있겠지. 서 있더라도 먹을 거 먹기에는 충분해. 그렇게 의견을 제시하며 카나타는 스즈네의 답을 기다렸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그는 딱히 상관없는 듯 했다. 한적한 곳이면 자신이 좋은 곳을 알고 있었고, 공연을 보겠다고 한다면 바로 그곳으로 향하면 될테니까.
"...그리고 초코바나나 고마워. ...평범한 초코바나나는 못 먹을 몸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더니 이런 것을 사올 줄은 몰랐어. ...잘 먹을게."
>>0 슬라이스된 오이라. 즉 이 멤버 중 요리를 할 줄 아는 멤버라는 것이고, 내 기억에는 카나 오빠가 유력해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문제를 출제했을리는 없고 호죠군일지도 모른다.. ..스즈 언니는 내가 모르겠고 즉 확률은 내가 넣은 것이 아닌 카나 오빠와 미야마 양과 호죠군 3명 중 하나..! 다시 말해서 답은...
>>0 총 쏘는 것은 잘 못하는데, 그리 생각하며 따도 카나 오빠나 코하 언니 스즈네 언니에게 몰아줘야지라고 생각하며 총을 듭니다 Bang! 뱅! 통! 3번의 총성이 울리고 사격을 종료합니다. 그 결과는 어떠려나-하고 슥 결과를 확인하는(*즉 보고 쏘지 않았습니다) 츠키였습니다
마이 쨩이라면, '하나 쨩~ 이것 봐?!' 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킹크랩을 넣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이 쨩이라면 손가락 물리지 않았을까?) 세이야 선배라면 '이것 비싼 재료인데 호리이 양을 위해 넣어 줄게.' 선심을 썼을 것 같습니다. (조금 부끄러워지는 상상입니다!) 카나타 오빠라면 은근히 장난기가 없지 않으니까, 넣었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라무 쨩이라면, 응,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라무 쨩이니까, 가능해.
"응~~~ 아무래도 마이 쨩이나 카나타 오빠가 아닐까."
킹크랩은 장난기가 있다기엔 비싼 몸이고, 하지만, 카나타 오빠는 한 번 장난을 칠 때 크게 칠 것 같고,
입에 씹히는 달콤함. 뭔가 모르게 묘하게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자 그는 천천히 그 내용물을 새로 떠서 확인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새알심이었다. 안을 갈라보니 생크림, 그리고 팥이 들어가있었다. 이래서 상당히 달콤하구나. 자연히 카나타는 그렇다면 이건 누가 넣었을까? 라는 의문에 도달했다.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이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츠키는 아니겠지. 키리야마도 아닐 것 같아. 호죠는 뭔가 진지하게 더 비싼 것을 넣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게 하나하나 지워나가면서 그는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정리했다. 사실 이걸 어떻게 맞추겠는가. 당장 자신만 해도, 뭘 넣었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 같은데. 자신이 넣은 재료를 떠올리면서 그는 피식 웃었다.
"...호리이인가?"
이미지만 보면 이 아이가 가장 적합한 느낌이었다. 뭔가 달콤한 것을 집어넣을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아닐 가능성도 충분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일단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새알심을 즐겼다. 달콤하네. ...그런 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나마 이미지에 가장 걸맞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찍는다! 사실 1/2로 해서 테스트 다이스를 돌렸고 그 값대로 할 뿐이다! 안녕! 나의 라무네 1개!! 하지만 이거 써서 라무네 1개는 받으니까 내 라무네는 진짜로 8개다! 난 부자야!! (Feat.집게사장)
왜인지 모르겠지만 카나타가 밴드에 관심을 보이자 스즈네는 눈을 슬쩍 옆으로 굴렸다. 가서 보는 것까지는 괜찮다. 보는 건 괜찮은데. 히비키도 그렇고 나머지 멤버들도 악기만 잡으면 장난기가 그렇게 넘치는게 문제다. 궁금은 하지만 가까이는 못 가겠달까. 스즈네는 일단 대답을 흐지부지 흐려놓곤 메론소다의 빨대를 잘근거렸다. 갈 만한 계기가 생길 지도 모르니 조금 대답을 미루겠단 느낌으로.
"야차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나~ 축제는 이매망량이 섞이는 그런 거기도 하니까~ 악귀를 쫓으려면 무서~운 야차 가면을 써야 해요~"
초코바나나를 사러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가면 얘기. 너무 먹어서 살 찌겠단 얘기. 초코바나나를 꼭 먹고 말겠다는 카나타의 의지에 링링이 같다며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즈네도 그건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초코바나나는 평소에도 먹을 수 있지만 평소랑 축제 때랑은 느낌도 기분도 다르다. 혼자 먹냐 누군가와 먹냐도 다르다. 한 번쯤은 괜찮은 기억도 될 거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일수록 좋다. 이런 분위기에 뭣인들 나쁘겠냐만은.
"이히히~ 원래 나 혼자만 먹는 건데~ 카나쨩은 나랑 놀아주고 있으니까~ 특별히라구~"
찡긋. 한 쪽 눈을 감으며 으쓱이는 말투로 재잘거린 스즈네는 카나타 역시 장소를 옮기자고 하기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를 정해야 하자 으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택지에 공연 쪽으로 가는게 다시 걸려서다. 이걸 계기로 가보자고 할 지. 안전하게 피해서 갈 지. 뭘 먹을지 고르는 것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던 스즈네의 선택은 바로.
"카나쨩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카나타에게 넘기기였다. 스즈네는 따로 아는 장소도 없고 그렇다고 선뜻 공연 보러 가자!도 그랬으니까. 카나타가 어디로 갈지 고르라며 히히~ 웃었다. 어디로 가든 따라가겠다는 듯 옆에 가서 서기도 했다.
단순히 자신이 못 본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못 본 것은 못 본 것이었다. 그렇기에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잘 모르겠다는 듯 스즈네의 말에 대답했다. 애초에 악귀를 굳이 여기서 쫓아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나리 신님이 알아서 다 쫓아내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살며시 신사가 있는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어쨌든 스즈네의 말에 따르면 이 초코바나나는 특별한 것인 모양이었다. 그 말에 카나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히 아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다시 한 번 초코바나나를 빤히 바라봤다. 맛있을 것 같아. 너무 달 것 같지만 하루 정도는 괜찮아. 그런 감상평을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는 와중 자신에게 선택지가 돌아오자 카나타는 스즈네를 바라봤다.
"...그럼 한적한 곳으로 가자. 따라와."
공연을 보러 가자는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스즈네 쪽은 어색하거나 조금 불편한 쪽일지도 모르겠다고 카나타는 판단했다. 그렇다고 하는데 굳이 공연을 보러 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오늘만 하는 것이 아니면 공연은 다음에라도 혼자 와서 또 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한적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먹을 것을 양손에 들고 있었으니 손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발걸음을 맞추는 형식으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아가던 그는 다시 자신의 부스가 있던 곳까지 돌아왔다. 하지만 부스 안으로 들어서진 않고 살며시 뒤쪽으로 향했다. 부스 뒤쪽은 축제 공간으로 사용되지는 않는 작은 샛길이었고, 그 샛길은 어느 언덕길로 향하고 있었다. 그다지 경사가 높진 않아 양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있었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약 오 분 정도 그렇게 올라가자 조용한 언덕이 나왔고,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긴 벤치가 나왔다. 카나타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스즈네에게 이야기했다.
"어때? 괜찮지? ...야경을 바라보면서 뭘 먹기에는 딱 좋아. ...우리 부스가 차지한 일종의 휴식 공간이야. ...원래는 관계자만 들어올 수 있지만..."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보며 얘기를 하고 있어도 결국 서로의 생각이란 건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모두가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니 말이다. 가볍게 지은 표정 하나로 말의 의미를 바꾸어도. 일부러 어물쩍 말을 넘겨도. 그러려니 해버리면 진실은 흐지부지 흩어진다. 그러니 스즈네는 오늘도 웃는다. 우히~ 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실은 나도 본 적 없~ 어~ 써본 적도 없구~"
그러니 그냥 해본 말이란 듯 키득키득 웃는다. 신사를 보는 카나타와 반대로 시선을 자연스레 아래로 내려 흙바닥을 바라보면서.
"헤~ 카나쨩이 숨겨논 장소라도 있는 거야~?"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 뜨며 말했다. 사람 적은 곳이라던가 앉을 곳이 아닌 한적한 곳이라는 걸 보니 따로 아는 장소가 있나보다. 스즈네는 그런 좋은 걸 비밀로 했냐면서 종종걸음으로 카나타의 뒤를 따라갔다. 카나타가 걸음을 맞춰주긴 했지만 유카타와 인피로 인해 조금 잰걸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찌어찌 넘어지지 않고 떨어뜨리는 것도 없이 카나타를 따라가자 맨 처음의 호시노 부스로 돌아왔다.
"흐응~?"
부스 뒤에서 쉬자는 걸까~ 하고 생각한 찰나. 카나타의 걸음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스즈네는 다시 부지런히 그 뒤를 쫓았다. 부스 주변은 죄다 숲이나 수풀인 줄 알았는데 여기는 왠 샛길이 있었다. 완만한 경사의 샛길을 영차영차 올라가보니 언덕 위에 왠 벤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엔 마을의 야경과 축제의 불빛이 어우러진 풍경이 내려다보였다. 여태 살면서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던 스즈네는 놀람을 감추지 않으며 감탄했다.
"와... 뭐야 여기~? 나 여태 토키와라 살면서 처음 와 봐~ 신기하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종알거리며 카나타를 따라가 벤치 앞에 서자 야경이 좀 더 크게 펼쳐진다. 와아~! 한층 더 크게 감탄한 스즈네가 카나타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 얼굴 옆으로 머나먼 야경의 빛이 아스라이 번진다.
"카냐쨩이랑 놀자고 하길 잘했네에~ 이런 곳도 오구~ 고마워~"
저 아래 축제 분위기에 섞여서 먹는 것도 좋지만 먹는 동안 만큼은 조용한 것도 나쁘지 않다. 활짝 핀 얼굴 그대로 베시시 웃은 스즈네는 먼저 벤치에 앉아서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자자! 얼른 앉자~ 카나쨩~ 나 배고파 죽겠어~"
배랑 등이랑 안녕~ 하려고 해~ 라며 과장스럽게 배를 쥐는 시늉을 한 스즈네는 말과 달리 바로 음식을 먹진 않았다. 얌전히 카나타도 앉아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 되고서야 잘 먹겠습니다~ 하며 젓가락을 들었을 것이다.
"...나도 아는 곳은 아니었어. 그저 부스 뒤의 공간을 살피다가 발견한거지.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한적하지."
보통 이런 공간이라면 사람이 많을법도 하건만, 전혀 없다는 것이 카나타로서도 조금 신기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유는 그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한적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거기다가 야경도 좋았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다행히 스즈네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카나타는 절로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고맙긴."
짧게 대답하며 그는 먼저 벤치에 앉고 자신의 옆자리를 탁탁 두드리는 스즈네를 바라보다 그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아주 살짝, 정말로 살짝. 주먹 하나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거리는 유지했다. 딱히 거리감을 두려는 것보다는 어차피 먹을 것을 먹어야하니까 가운데에 두고 편하게 먹기 위함이었다. 이어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레몬에이드와 야키소바를 우선 내려놓았다. 이것보단 먼저 초코바나나부터 먹을 생각이었다.
"...너도 먹어. 어서."
배고프다면서. 그렇게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카나타는 앞을 바라보며 초코바나나를 입에 담았다. 온갖 달콤한 것들로 토핑이 되어있는 초코바나나는 확실히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했다. 와. 이거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은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달콤함을 가득 즐기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카나타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바나나를 즐겼다.
"...그러고 보니 키리야마."
카나타는 축제의 불빛으로 이뤄진 야경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평소의 무심하면서도 고요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나 던졌다.
"...키리야마는 집행부 생활. 괜찮았어? ...우리 같은 3학년은 마냥 집행부 활동을 하기도 힘들잖아. ...그래서 어땠나 싶어서 말이야."
어차피 자신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뽑혀서 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3학년인 그녀가 집행부 생활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조금 궁금했는지 카나타는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보통은~ 이렇게 들어올 생각은 잘 안 하니까~ 이제 나도 알았으니 종종 와야지~ 이히히~"
상대에게 별 것 아닌 일이라 해도 스즈네는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다는 말은 아끼지 않을수록 좋다고도 하지 않던가. 지금도 카나타는 그저 한적한 곳에서 느긋하게 축제 음식을 즐기기 위해 스즈네를 데려온 것이라 해도 스즈네에게는 몹시 고마운 일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야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평소보다 더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분명 오늘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두고 두고 기억나는 꿈의 한 장면처럼.
"응~ 키나쨩도 맛있게 먹어~"
초코바나나부터 든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꼬치구이부터 열었다. 정석적으로 요기부터 하고 디저트를 즐길 모양이다. 미지근해진 포장용기를 열자 달큰하고 짭짤한 양념 냄새가 포르르 솟아오른다. 침을 꼴깍. 삼킨 스즈네는 잘 구워진 닭고기와 구운 파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술에 묻지 않게 쏙 집어넣고 우물거리자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와 양념 그리고 파의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 다른 축제는 몰라도 토키와라 여름 축제에서 이 꼬치 안 먹으면 진짜 섭할 것이다. 첫 입부터 오물거리며 맛을 즐기던 스즈네는 문득 들려온 카나타의 물음에 고개부터 휙 돌렸다. 그새 조금더 삐져나온 잔머리들이 사르르 움직여 마치 잔상이 남는 것처럼 보였다.
"으음~ 으으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뭐~ 일이 하나 늘었구나~ 정도~?"
잠깐의 생각 끝에 스즈네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도 그럴게 어땠냐고 물으면 그냥 일이 생겼구나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두어번 눈을 깜빡인 스즈네가 다시 야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집행부에 안 뽑혔으면~ 주중에 사흘 정도는~ 교토에서 일 했을 테니까~ 저어기~ 후우쨩네 카페에서~ 올 해는 그거 안 하고~ 집행부 일 한 거지~ 그냥 그래~"
어찌보면 지극히 삭막하고 사무적인 방학을 보냈을 것 같기도 한 말이다. 평소엔 집안에서 찻잎을 갈고 손님을 맞이하는 일. 일정 기간은 타지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일. 올 해는 그저 다른 일 대신 집행부를 했을 뿐이라며 야무지게 고기와 야채를 집어먹은 스즈네는 젓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나는 수험 준비도 안 하고 있으니까~ 공부는 하지만~ 음~ 카나쨩은 어땠어~?"
이런 대화에 의례 있는 흐름으로 질문을 돌려준 스즈네. 카나타를 힐끔. 보고 음식을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귀를 쫑긋 세우고서.
그저 자신은 우연히 발견한 것일 뿐. 이곳은 카나타의 전용 공간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오고 싶다면 오는 것이고, 다른 곳을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이 자리를 알기는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이기에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대답을 마친 그는 초코바나나를 천천히 먹었다. 크기가 아무리 커도 결국 내용물은 언젠간 먹다보면 사라지는 법. 점점 작아지는 초코바나나의 크기에 카나타는 괜히 히잉하는 표정을 지었다. 먹는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결국 그는 포기하고 남아있는 것을 한 입에 꿀꺽 삼켰다. 맛있네.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막 들려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일이 하나 늘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런 감각이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와중에 교토에서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는 교토가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물론 정확한 방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바라보지 않았을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스즈네의 말에 계속 집중했다.
"나쁘지는 않았다는거구나. ...다만 특별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스즈네의 말을 들으며 느낀 것은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가장 일반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 그런 느낌일테니까. 자신도 특별한 일은 없기도 했고. 다른 이들은 어떨까. 특별한 일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메론 소다를 들어 목을 축이던 카나타에게 예상했던 질문이 돌아왔다.
"...나는... 늘 하던 일이니까. 이런 것들."
평소에도 궂은 일은 조용히 혼자서 해오던 그였다. 같은 반인 그녀라면 대충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에서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은 일이 있으면, 항상 카나타가 조용히 나서서 혼자서라도 처리했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궂은 일을 불만불평없이 묵묵하게 처리하던 것이 바로 그였다. 그렇기에 카나타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것이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쁘진 않았어. ...이런 일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
아주 큰 도움은 되지 않는 자잘한 경험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경험도 살다보면 언젠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특별한 일이 없었어도 괜찮아. ...나는 지금의 이런 일상이 이어지는 것이 좋으니까."
스즈네가 굳이 와야겠다 말하지 않아도 카나타는 별 생각 없었을 것을 알고 있다. 누구라도 데려온 이상 알려지는 건 확정이니까. 카나타에게 고마울 일이 하나 늘었다. 혼자만 알고 싶을 법 한데도 알려준 것에 대해서다. 말할까 하고 돌아봤다가 보인 아쉬워하는 표정에 킥킥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말이다.
"응~ 그냥 그랬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않다. 카나타의 정확한 해석에 스즈네는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 말대로였다. 매년 하던 일이 장소와 종류만 바뀌었을 뿐. 특별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었다. 그저 올 해의 여름도 이렇게 가는구나. 그래도 졸업 전에 이런 것도 해보는구나. 정도가 감상의 끝이었다. 딱 지금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처럼. 모든 것은 멀고도 아련하다.
"카나쨩도 그렇구나~ 그치~ 뭐든 해보면 다 경험이야~ 그리고 은근 재밌었어~ 이것저것~"
되돌려준 질문에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답이 돌아오자 스즈네의 고개가 다시 끄덕였다. 카나타 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에서 늘 묵묵히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아왔으니까. 누구도 시키거나 부탁하지 않은 일을 카나타는 종종 혼자 하고 있었다. 볼 때마다 도울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생각 뿐이었다. 스즈네는 절대 선을 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축제 날이고. 조금은 그런 기분이라서.
어느새 먹던 손도 멈추고 멍하니 야경을 보던 스즈네가 문득 말했다.
"있지. 카나쨩. 특별한 일상이란 건 뭘까?"
담담해진 목소리 뒤로 나즈막한 밤바람이 스쳐지나간다. 앞으로 고정한 시선은 어쩐지 흐릿하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관계가 생기는 것? 가보지 않은 길을 가서 모르던 곳을 알게 되는 것? 주변에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서 내 생활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특별하다. 라고 표할 만한 상황들이 하나 둘 스즈네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목소리에 무게감이 없어 공중으로 말이 흩어져갔다. 후. 하고 부는 날숨이 덧없다.
"이런 거창한게 아니어도. 단지 오늘 먹은 밥이 맛있어서. 아침저녁 혹은 밤에 본 하늘이 예뻐서. 지나가던 동물과 인사를 나누게 되서. 그런 소소한 것 하나만 있어도 그 날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단지 오늘 여기에 살아 숨쉬며 앉아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며 저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시금 불어온 바람이 회갈색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그 탓에 가늘어진 눈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바랐던 특별한 '오늘'이 아니었을까... "
스즈네는 말끝을 흐리며 한 손으로 잔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손짓 두어번에 방금 전까지 있던 표정은 사라지고. 어느새 생긋 웃는 얼굴이 카나타를 바라보았다. 밝아진 목소리와 함께.
"라고 할까~ 갑자기 분위기 함 잡아보고 싶어서~ 아무말이나 해봤지롱~ 히히~"
별 거 아니었다는 듯이 재잘거린 스즈네는 다시 나무젓가락을 들었다.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며 화제를 바꾸려는 듯 말했다.
"그러고보니까~ 공연 보고 싶어하더니 왜 여기로 왔어~? 히-쨩네 공연 오늘만 한댔는데~"
내일부터는 순찰 돌아야 하니까~ 스즈네는 태연하게 말하며 손을 움직였지만 막상 집어드는 건 없었다. 식은 음식을 뒤적일 뿐이었다.
가끔 몰래 들려서 과자나 간식거리를 두고 가거나 했었을 때를 떠올리며 카나타는 작은 웃음소리를 냈다. 딱히 몰래 할 필요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몰래 해버린 꼴이 되었었지. 물론 그걸 본 사람도 있기야 했지만. 적어도 많이 퍼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아 굳이 그 두 사람이 이야기를 퍼뜨리진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스즈네에게서 조금 진지한 느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실제로는 진지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카나타에게는 진지하게 들렸다. 특별한 일상은 무엇인가라는 것.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 그리고 이어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 결론적으로 스즈네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 이렇게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인 것 같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그 말을 끝까지 들으면서 카나타는 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이야기했다.
"확실히 누군가에게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야. ...그리고 나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좋아."
다른 이가 어떻게 느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 하지만 그렇기에 편안하고 즐거운 일상이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게 무슨 대수랴. 자신은 그렇게 느끼고 있고, 그게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했다. 스즈네가 왜 갑자기 마지막 부분에서 말끝을 흐리는지는 카나타로서는 알 수 없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묻지 않으며 그는 앞을 조용히 바라봤다. 눈동자를 힐끗 옆으로 돌리자 웃으면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덩달아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있어 오늘이 특별한 일상이라고 한다면, 그 특별함을 만끽하면 되겠지. 언젠가 이런 것들이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일상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어."
언제나와 크게 다를바 없는 편안하면서도 평범한 일상.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지, 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적어도 지금 하는 말이 거짓은 아니라는 것처럼.
"...별로 안 내켜하는 것 같아서. ...오늘만 공연을 한다면 조금 아쉽지만 괜찮아. ...다른 것을 보면 돼. 누군가와 같이 다니고 있다면, 내키지 않은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아."
이어 그는 슬슬 야키소바를 먹을 생각인지, 젓가락을 들고 플라스틱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이미 잘 볶여진 면과 채소를 젓가락으로 비비면서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난 야경을 구경하면서 이렇게 먹는 것도 좋아해."
말을 마친 카나타는 천천히 야키소바를 즐겼다. 소스와 면, 그리고 야채의 조합이 정말로 잘 이뤄진 것 같아 그는 절로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맛있네. 그렇게 이야기를 한 그는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그 맛을 즐겼다. 그러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스즈네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마이는 자신을 보며 웃는 아마네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우스운 짓이라도 한 걸까? 스스로 생각하여 답을 내기도 전에 아마네가 답을 내주었다. 아 농담인거구나. 그걸 알고 난 후에야 미야마 마이는 아하하 웃음소리를 흘릴 수 있었다.
"...그렇구나!"
학생회장에 대한 평가가 마이의 작은 속에서 더 커져가는 사이에, 마이는 상대와 함께 축제 거리를 걸었다. 행여 상대를 놓칠세라 옷길을 살짝 잡고는 눈을 휘여잡는 형형색색의 광원에 고개를 요리조리 돌리다 보면 어느센가 자신의 손에는 오징어구이가 들려 있었다.
"응."
맛있다며 잠시 오징어 구이를 먹는 아마네의 모습을 보며 마이는 잠시 자신의 오징어와 회장의 오징어를 바라보았다. 한 입 크게 베어문 자국이 나있는 아마네의 오징어. 그에 반해 아직 아무 자국도 없는 자신의 오징어. 미야마 마이는 한 입 크게 오징어의 갓을 입에 넣고는 우물우물 씹었다.
'.....' 여기가 어디지. 같은 혼란점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동일한 거리였음에도, 사람들의 부스와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그리고 아는 이라고 해도 좀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탓에 평소보다 어질어질해지는 기간이 짧아질수도 있습니다. 비스듬하게 쓴 가면은 여우같습니다... 근데 유카타는 흰색 붉은색 검은색 계열이라.
"....머리가 조금.." 하늘하늘한 듯한 당신은 사람들의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한번도 와본 적 없는 듯한 곳까지 흘러들었습니다. 여기는 또 어디일까요? 마치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다가 이 공간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것처럼.
"나갈 자신은 없는데 말이지요." 한발짝 나가긴 해야하지만. 이라며 발을 옮길 때.. 다시 인파에 잠길 뻔한 걸 히라무가 발견하거나. 그렇게 밀려가다가 같이 잠겨서 허우적대는 히라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히라무는 포장한 야끼소바를 들고 인파 가운데를 떠다닌다. 물 위에 떠다니는 물고기처럼. 물 위를 떠다니는 물고기는 죽은 물고기 아니냐고? 좋은 지적이다. 특별히 목적지는 없고, 가마꾼 노릇도 한 후라 탄수화물 보충이나 하면서 구경 다니려고 했는데 피크 시간대다 보니 공기 반 사람 반이다.
사람에 휩쓸려 중앙 마당까지 내려가니 어느덧 옆에 있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몇 차례 반복됐다. 문득 옆을 보니 십 미터 앞에서도 눈에 띄는 빨간머리가 자리해 있다. 대충 물결무늬 핫피에 반바지 차림인 히라무와는 달리 제대로 유카타를 갖춰 입었다.
"오, 이즈미상, 좋은 저녁이에요."
안 그래도 별일 없으면 만날까 했는데.
"야끼소바 드실래요? 음..."
히라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여기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겠지? 인파를 탈출하려면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솟아나가야 한다고 들은 적 있다.
카나타가 몰래 뭔가를 했다길래 어레~ 카나쨩 뭐 했어~? 라며 스즈네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몰래 할 만한 것이 뭐가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문득 집행부실에 가끔 과자가 있었던게 생각났다. 그거 혹시 카나타였던 걸까? 혼자 생각하고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작게 킥킥 웃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뻔한 일이었다. 끝까지 모르는 척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웃음 짓기만 했다.
한결같이 저물지 않을 것 같던 웃음도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는 걸 누가 알까. 먼 야경의 빛이 겨우 비칠 뿐인 곳에선 자잘한 머리카락 만으로도 얼굴이 가려진다. 느슨하게 흘러나온 무언가는 그대로 흘러가버렸다. 미지근한 여름 밤공기와 함께. 스즈네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금 웃었다. 그저 해본 소리라고 얼버무리며.
"...카나쨩답네~ 나는 무리~ 에요~ 그냥 무리~"
여전히 무게 없는 가벼운 말을 흘리며 소스에 뭉친 고기와 야채를 집어올린다. 충분히 식었으니 그대로 입에 넣어도 부드럽게 씹힐 뿐이었다. 한 입 다시 넣으니 그 다음은 어려울 것이 없다. 느긋하게 먹어가며 카나타의 대답을 듣고 다시 대답했다.
"음~ 보기 애매한 건 아닌데~ 히-쨩이 은근 장난기가 세서~ 오늘 공연 중에 보이면 무조건 잡아다가 마이크 앞에 세운댔거든~ 그거 절대로 농담 아닐 거란 말이지~"
나는 밴드 멤버도 아닌데 말야~ 라며 투덜거리듯 말한 스즈네는 남은 꼬치구이를 야금야금 먹었다.
"다 먹고 내려가면~ 아직 있을 거 같은데~ 가볼래~?"
방금 가면 잡힐거라고 말해놓고 가볼까~ 라고 말하는 건 장난인지 농담인지. 스즈네는 그저 키득키득 웃다가 카나타가 야끼소바를 열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한 입만. 이 아니라 자신의 꼬치구이 중 한 조각을 집어 카나타에게 내밀었다.
"이거 되게 맛있다~? 카나쨩도 먹어봐~"
생글생글 웃으며 하는 말이 그냥 평소랑 다를게 없다. 이번에도 가져가려는 건 피하고 입에 쏙 넣어주려는 것만 빼면. 그리고 그게 꽤나 매운 양념이었다는 점도 빼면 말이다.
말해줘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 그는 끝까지 비밀로 유지하겠다는 듯이 싱긋 웃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여기서 지금 내가 이것저것 간식을 뒀다라고 말하면 생색을 내는 것 같지 않은가. 그건 조금 부끄러웠기에 더더욱 말하지 않고 비밀로 하려는 것도 컸다. 아마 스즈네가 더 캐물으려고 해도 카나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해본 소리. 무리. 그 말을 조용히 곱씹으며 카나타는 조용히 스즈네를 바라봤다. 뭐가 그냥 해본 소리고 뭐가 무리라는 것인지. 이어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눈을 조용히 감으면서 그는 야키소바를 다시 입에 넣었다. 적절하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은 축제 특유의 맛이었다. 집에서 만들어서 먹으려고 하면 나오지는 않는 전문가의 맛. 그러면서도 만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적절하게 달달하면서도 조금 짠맛이 있는 완벽한 조합의 맛. 이거 소스는 뭘로 만든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돌 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안 갈게. 무조건 잡아다가 마이크 앞에 세운다니. ...물론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갈 마음 없어."
그보다 이 녀석은 정말로 가고 싶은걸까? 아니면 가기 싫은걸까? 조금 애매하다고 느끼면서 그는 다시 조용히 생각에 빠졌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사실 가고 싶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나타는 스즈네에게 되물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안 보일 정도로 거리를 띄운 상태라면 괜찮아? 아... 그거?"
꼬치구이 중 한 조각을 집어서 내밀고 자신의 입에 넣어주려는 스즈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려서 조각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
이어 그는 두발을 동동 굴렸고 마구마구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다급하게 메론소다가 담긴 컵을 들어올려 그 내용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입 안에 번지는 뜨거운 불길을 겨우 잠재우고 나서야 그는 울상 가득한 눈빛으로 스즈네를 바라봤다.
이즈미의 표정은 평상시의 차분한 표정이 아니었다. 안경 너머의 눈빛이 흐리멍텅하다. 나 길 잃었어요 떠다니는 물고기예요 하고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듯한 흐느적거림...에 호칭마저 성씨로 돌아왔다. 어쩐지 어렸을 적의 이즈미를 마주하는 느낌이라 히라무는 저도 모르게 풋 웃었다.
"흐핫, 이즈미상 상태 이상하네요."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나고. 지금처럼 히라무가 길을 잃고 연못에 어리버리하게 빠져 있는 걸 이즈미가 건져 주었지. 이번엔 히라무가 건져 줄 차례인지도. 히라무도 인파에 휩쓸린 상태라는 사실은 논외로 하자.
"물비린내?"
히라무는 눈치가 느리지는 않다. 다만 이즈미처럼 감각이 탁월하지도 않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후끈거림은 느껴도 메슥거리는 물비린내를 느끼지는 못한다. 이즈미상이라면...히라무는 이내 흐응 하는 소리와 함께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대로변이라 그런가 봐요. 지금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대예요. 인파에서 나가려면 수평으로 나가야 한대요. 저쪽으로!"
아, 다시 돌아왔다. 히라무는 조금 빛이 돌아온 이즈미의 독특한 눈을 지켜보면서 계속 웃었다. 이즈미가 이런 상태를 보여주는 건 적어도 히라무 앞에서는 드물다. 어렸을 때의 니시키리 군이 생각나서 자꾸 짓궂게 웃어버리고 마는 히라무다.
"아니, 괜찮아요. 재밌어요...음, 재밌단 말은 좀 실례인가?"
물론 이즈미상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치면 히라무도 물비린내를 잘 맡아야 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봐도 일부러 뭔가를 숨긴 채로 대꾸하는 듯한 말에 히라무는 눈꺼풀을 한풀 꺾었다. 생각하는 바는 있는 것 같지만 말해주려고 하지 않겠지. 되묻는 대신 히라무는 킁킁거리며 이즈미가 맡았다는 물비린내를 찾아 보았으나 특별한 소득은 없다.
"으~음, 그렇네. 이즈미상, 내 뒤로 올래요? 대신 내가 앞에 있으면 야끼소바를 지킬 수가 없으니까..."
이즈미를 뒤로 보내고 히라무가 앞으로 나가는 전략이다. 히라무는 들고 있던 봉지를 이즈미에게 맡기고자 들어 올렸다.
어렸을 때랑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시절의 이즈미도 지금의 이즈미 안에 남아 있다. 히라무의 어린 시절이 아직까지 히라무 안에 남아 있는 듯이, 바깥에는 열쇠로 매달려 있는 듯이. 이즈미만의 인파 해석에 히라무는 제법 납득이 갔다.
"뭐, 인파도 사람의 파도긴 하죠."
그건 아닌 것 같지만...히라무는 미심쩍어 가느다랗게 뜬 눈을 거두지 않으면서 이즈미의 앞으로 섰다.
뒤에서 이즈미가 받쳐주니 히라무도 앞을 잘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이즈미의 손이 와 닿지 않으면 잠시 멈춰섰다가, 손이 등에 닿으면 다시 걸어갔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뒤따라올 때 돌아봐서는 안 됐지만, 히라무는 마음껏 돌아봐도 괜찮으니 다행이었다. 이즈미가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는 슬금슬금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람 파도를 빠져나오는 데 말을 걸었다가 이즈미의 기운을 빼면 미안하니까.
마침내 당도한 육지! 그래도 축제의 빛깔들만은 선명하다. 히라무는 시원하게 심호흡을 했다. 한숨을 크게 한 번 내뱉으니 머리가 개운해진다.
한쪽 눈은 자기를 피하는데, 다른 쪽 눈은 자기한테 박혀 있다. 순간 이상한 점을 눈치챈 히라무는 감탄 비슷하게 흘렸으나, 이즈미가 시치미를 잡아떼면 히라무로서도 더 이상 추궁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말하다 말았다. 뭐라고 말을 맺어야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이즈미상 진짜 잉어 같았는데."
원래 물고기는 양쪽 눈이 따로따로 움직인다고 한다. 눈동자를 360도 굴릴 수 있고, 왼쪽과 오른쪽 동공이 다르게 움직이고. 이즈미도...전설 같은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히라무에게는 풀어야 하는 전설이 많으니까. 이즈미의 전설까지 풀다 보면 정말로 여기를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이상한 생각이 들기 전에 히라무는 얼른 이즈미의 말에 대답했다.
"그렇죠, 사람 많은 덴 힘들어요. 야끼소바 먹자."
북적거리는 데보다는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한적한 곳이 히라무의 마음에도 든다. 샛길 안쪽으로 벤치가 있다. 히라무는 먼저 걸어가 벤치를 툭툭 털고 앉았다.
"이길 수 있을까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히라무를 바라봅니다. 이즈미는... 치트를 쓴다. 그러니까 종이도 제일 단단한 걸 고르고 물고기가 딱 떨어질 즈음에 슥 움직일 수도 있다...! 물론 변수 때문에(*금붕어가 파드닥거린다거나... 등등) 질 수도 있지만 이럴 때에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카나타가 캐물어도 답을 안 해줬을 것처럼 스즈네도 그저 보기만 해선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어둑한 시간임에도 말갛게 빛나는 회갈색 눈동자가 조용히 깜빡인다. 벤치 위의 거리. 한 주먹만큼의 거리는 그렇게 유지된다. 카나타의 조용한 한 마디로 하여금.
"그러게~"
스즈네의 가벼운 화답으로 다시금.
서로 고른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이며 평화롭기 그지없다. 야끼소바를 먹던 카나타가 고개를 갸웃 하면 스즈네가 보고 킥킥 웃기도 했다. 맛있는 걸 앞두고 고개를 기울이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반려동물은 같이 살면 닮는다더니 그런 걸까. 스즈네는 키득이며 꼬치구이를 집어먹고 들려오는 말에 답하기도 한다.
"음~ 원하지 않는달까~ 그런 건 아닌데~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 뭐 할 거다! 하고 미리 얘기 들으면~ 왠지 지레 기겁하게 되는~? 그런 거지~"
약간 느낌적인 느낌~ 그런 거~? 라며 허공에 젓가락을 딱딱. 부딪히며 말하던 스즈네. 되물음에는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보고 싶긴 하구나~ 카나쨩~? 그럼 가볼까나~"
모처럼 축제니 장난에 한 번 어울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하며 스즈네는 꼬치구이를 내밀었다. 꼬치구이 부스 특제! 매운 소스가 듬뿍 발린 걸로 말이다. 피할 수 없게 카나타의 입에 넣어주고 잠시 두근두근하며 기다리자...
"풉. 큭. 아하하하! 하하! 아하하하하!"
매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카나타를 보며 스즈네가 폭소했다. 손에 든 젓가락과 플라스틱 용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몸이 부들거릴 정도로 신나게 웃어댔다. 매움과 설움으로 울상이 된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하도 웃어서 배가 당기는 탓에 눈가에 눈물을 달고서도 킥킥거렸다. 웃음이 좀 가라앉고 숨이 진정되자 메론소다로 목을 축인 스즈네가 웃음기 남은 얼굴로 카나타를 보며 말했다.
"준다고 홀랑 받아먹은 건 카나쨩인데~? 그리고 나는 별로 안 맵거든~ 카나쨩 매운 거 못 먹는구나~?"
실컷 웃은데다 놀리듯이 말하기까지 하니 얄미움의 극치가 따로 없다. 거기다 병주고 약주고인지. 스즈네는 제 몫의 초코바나나를 들어서 한쪽 끝을 내밀었다.
"미안하니까 이거 한 입 줄게~ 카나쨩 거랑 똑같은 거니까 안심해도 돼~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지만~"
입 안의 화끈거림과 매움을 잠재워 줄 달콤한 초코바나나가 카나타의 앞에서 까딱까딱 움직였다.
진짜 잉어면 신기하겠지만, 히라무도 이즈미가 진짜 잉어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이즈미가 진짜 잉어래도 히라무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즈미는 달라질 것 같으니까. 그러면 히라무가 한결같은지 아닌지에는 관계없이 무언가가 달라질 거기 때문에.
뚜껑이 열린 야끼소바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습기와 함께 퍼져나온다. 히라무는 훅 퍼져오는 김을 들이쉬었다. 갓 볶은 야끼소바의 달콤한 양념과 기름 냄새가 머릿속을 휘젓는다. 히라무는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촥 뜯었다.
"잘 먹겠습니다!"
지난번 찻잎 따는 것처럼, 이즈미는 긴교스쿠이를 무지 잘했다. 솔직히 히라무는 매번 이기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겨본 적이 그다지 없다. 오히려 동정을 받았으면 받았지. 히라무도 반드시 이즈미에게 한 번쯤은 제가 땄어요 하고 당당하게 금붕어를 선물해 주겠다는 열망은 있다. 실현시키지 못해서 문제지.
"벌써 몇 번째 도전이야? 이번에야말로 성공할 거라구. 내년이면 이즈미상도 졸업이니까, 그 전에 한 번은!"
물론 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저 스즈네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을 뿐이었으니까. 자신은 그런 상태라면 죽어도 가지 않았을 것 같았기에 더더욱. 궂은 일을 하는 것은 상관이 없었으나, 자신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있었고, 그는 그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거절하고, 해달라고 강요 비슷한 부탁을 해도 절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역시 스즈네가 온 것을 들켜서 무대 위에 올라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 그녀의 장난은 제대로 성공했고 카나타는 히잉~ 하는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크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괜히 얄미워서 그는 더더욱 삐진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지금 자신의 모습은 고3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유치찬란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감정이 이런 것을 어떻겠는가. 괜히 너무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찌릿하고 스즈네를 바라봤다.
"...주니까 먹는 거잖아. 그리고... 한국인이 아니니까 매운 거 못 먹어도 상관없어!"
바로 옆나라 사람들. 한국인들은 진짜 매운맛을 완전 즐긴다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카나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불닭 볶음면?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는 사실에 그는 한때 기겁한 적이 있었다. 이 애도 설마 매운 것에 상당힌 강한 것일까. 어쨌든 스즈네가 초코바나나를 내밀자 그는 가만히 바라봤다.
"아니. 괜찮아. ...내 것은 이미 먹었는걸. 그건 네 꺼잖아. ...그러니까 그건 안 먹을게. 메론소다로 식히면 돼."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가 그는 젓가락으로 야키소바를 한 입 크기로 떴다. 그리고 그녀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너도 먹어볼래? 이거. 맛있어. 소스가."
/아무래도 진짜로 떡밥인 모양이었구나. 다만 1회차 일상인만큼...카나타가 굳이 막 캐묻진 않을 것 같아서..흑흑...캐묻기 기회가 아쉽다! 8ㅅ8
"진짜 잉어같았다..." "여의보주 같은 거라기보다는 생물이 조금 더 낫긴 하죠?" 의외로. 잉어는 승천했고, 잉어의 딸이자 여의주의 화신같은 느낌이라 인간이 된 잉어.. 라기보다는 용녀에 더 가까울지도... 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건 너무 어렵고 귀찮으니까요
"내년에는 졸업이지만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다고요?" "게다가...긴교스쿠이나 요요츠리가 있는 곳도 기간이 지나면.. 거의 없어질 거고요?" 요요츠리나 긴교스쿠이를 이기겠다는 히라무의 선언이 지켜질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이즈미도, 젓가락을 들고 야끼소바를 먹으려 합니다.
"맛있네요." 뭔가 표현을 더할까 싶었지만. 더 하지는 않고, 그는 먹기에 집중합니다. 퍼지는 것과 씹히는 것들. 그런 것에 집중하다 보면 꽤 즐거울지도요?
색깔만 보면 여의주도 어울리기는 한다. 이즈미의 색은 딱 드래곤볼에 나오는 여의주 색을 떠올리게 하니까. 알록달록 물든 낙엽 같은 색깔. 그렇지만 이즈미는 말도 잘 하고 생각도 잘 하고, 역시 인외라면 생물인 편이 어울리지. 히라무는 능청스러운 이즈미의 답변에 똑같이 빙긋이 웃어주는 걸로 화답했다.
"그게 문제라니까요."
이즈미는 곧 토키와라를 떠나 버린다. 쿄 언저리를 떠나지는 않는대도 지금처럼 자주 보지는 못할 것이다. 히라무는 이즈미가 없는 니시키리 가를 혼자 찾아갈 생각은 없다. 니시키리 가가 싫은 건 아니지만, 이즈미가 없다면 갈 이유도 훌쩍 줄어드니까. 그러니 지금 이겨둬야 했다. 사장님이 히라무에게 열쇠를 남긴 것처럼, 이즈미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 여름 축제에서 증거처럼.
"오늘은 진짜 이겨야지...저 비장의 수를 연습해서 왔단 말이죠. 먹고 바로 가자."
맛있어서 금방 먹겠다. 어느새 야끼소바는 반절 넘게 비어 있다.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한 결과다. 이즈미도 맛있는지 만족스럽게 먹고 있다. 히라무는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져서 엄지를 척 세웠다.
그러자는 카나타에 오케~ 라며 고개를 끄덕인 스즈네. 사실 카나타가 있었으니 갈까 말까 하는 얘기가 나온 거다. 언제나처럼 혼자 적당히 노는 거였으면 진작 밴드에 붙잡혀가 무대든 어디든 꺄륵방방대며 주변 분위기 띄우는 일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밴드가 끝나면 히비키와 함께 느즈막히 요요츠리나 하고 근처 부스에 적당히 남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후우린의 부스를 정리했을 것이다.
만약 카나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 가정 하나로 바뀌어버리는 자신의 하루에 스즈네는 어쩐지 마냥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숨기지 않고 키득이며 카나타의 삐진 표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보고 있으니까 웃음이 더 못 멈추게 되어버리는데. 이건 솔직히 카나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고말고.
"그러니까~ 준다고 먹어버린 카나쨩도 카나쨩이란 거지~ 아~ 맞다~ 이 소스 만드는데 한국인이 도와줬댔어~"
카나타의 말에 문득 생각난 사실을 얘기한 스즈네는 사과의 의미로 초코바나나를 내밀었다. 솔직히 보복이랍시고 절반 뚝 떼어가도 불만은 없을 참이었다. 그러나 사양하는 카나타에 의외란 듯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다시 옆에 내려놓고 꼬치구이를 먹으려는데 이번엔 카나타가 야끼소바를 한 입 들어주었다. 그래서 스즈네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받아먹었다. 작은 볼이 야끼소바로 인해 볼록해지고 오물오물 움직이며 맛을 음미하니 금방 행복한 표정이 된다.
"음~ 맛있어~ 이 맛 절대로 집에서는 안 난단 말이지~"
역시 축제 음식은 축제 때 먹어야 제맛이야~ 라며 스즈네가 종알거렸다. 남은 꼬치구이를 먹는 동안에도 제법 즐겁게 먹었다. 아무래도 카나타를 놀리고서 텐션이 평소처럼 돌아온 듯 하다. 먹던 도중 이번엔 안 매운 꼬치구이를 집어들고서 이건 안 매운데 먹어볼래~? 라며 다시금 권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먹는다고 했으면 줬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맵지 않고 단짠한 간장 양념의 닭고기와 구운 파가 맛있게 씹혔을 것이다.
"있지~ 카나쨩~ 초콜릿이랑 바나나는 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이거 완전 치트키야~ 세 개도 먹을 수 있다구~"
꼬치구이를 다 먹고 초코바나나로 후식을 즐기던 스즈네가 재잘거렸다. 그리고 또 한 입 초코바나나를 베어물자 입가에 생크림이 똑 하고 묻어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즈네는 단 맛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
소스를 만드는 것을 한국인이 도와줬다니. 대체 무슨 소스를 만든거야? 그런 생각에 카나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스즈네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미안해." 라는 말을 진지하게 했다. 한국인이 만든 매운 소스라니. 그것은 진정으로 죽으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자면 말도 안되는 오버였지만.
아무튼 스즈네가 야키소바를 먹는 것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다시 야키소바를 천천히 즐겼다. 이어 마지막 한 입을 먹어치우면서 그는 젓가락과 통의 뚜껑을 닫았다. 이제는 배가 상당히 불렀는지,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통통 쳤다. 마치 서브컬쳐 속, 너구리가 자신의 배를 통통 치는 모습과 유사했을 것이다.
"...그거 정말로 안 매운 거 맞아?"
아까 전에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카나타는 좀처럼 믿기 힘들다는 듯, 살며시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미심쩍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녀가 주는 꼬치를 먹었다. 오. 이건 맛있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적절한 단짠 간장 양념을 즐겼다. 그래. 역시 이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다시 한 번 눈을 반짝였다.
"...그거야 둘 다 달콤해서 그런 거 아닐까? 키리야마가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겠어. 아무튼 이걸로 닦아. 입가."
이어 그는 자신의 유카타 주머니에서 고양이와 강아지가 그려진 손수건을 스즈네에게 내밀었다. 입가의 생크림을 이것으로 닦으라는 나름의 의사표시였다. 만약 필요없다고 한다면 아마 그는 다시 손수건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을 것이다. 이어 그녀가 다 먹는 것을 기다린 후, 그녀가 다 먹을 쯤에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히라무에게 말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외로 간다고 못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히라무는 멀리 비행기 타고 떠나겠다는 얘기만 들으면 가슴 한구석에서 기묘한 호승심이 일곤 했다. 까닭을 알지는 못한다. 어디에서 유래되는 분함인지 모르겠다. 히라무는 쓰레기를 모담은 봉지를 싸들고 일어섰다.
"음, 이즈미상은 소원 같은 거 없어요? 나 초코바나나 정도라면 사줄 수 있는데."
히라무는 빙그레 웃음을 띄우며 소원의 범위를 책정했다. 소원은 들어주는 쪽인 이즈미에게도 바람 하나 정도는 있을 법하다. 바람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히라무에게도 소원이 있듯이 이즈미도, 인간의 힘만으로는 이루지 못할 것만 같은 희망을 품고는 있을지 모른다.
"금붕어 예쁘다."
히라무는 허리를 숙여 헤엄치는 금붕어들을 내려다보았다. 긴교스쿠이 부스가 내리쬐는 조명이 금붕어 비늘들에 반사되어 수면 위를 내달린다. 깜빡이는 윤슬들을 바라보던 히라무가 고개를 들고 주인을 찾았다. 경기의 시작이다.
길거리의 불빛만으로는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깊은 밤이 되자, 어린애들에게 손사래치는 술도가의 포렴 너머로 태운 안주의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다. 주황빛으로 물든 땅바닥의 돌멩이가 별빛처럼 반짝였다.
「가면 쓰는 걸 잊지 마」라고 했던 니이모토 양의 말이 왠지 음산하게 뇌리를 떠돈다. 꽉 찬 보름달 빛이 구름에 사위어, 밤하늘의 지붕이 잠깐이나마 무겁게 주저앉은 느낌이 들었다. 투명한 고래가 어깨를 핥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스쳤다. 왠지 모르게 얼굴을 가리고 싶어져서, 어느 가판대에서나 보이는 여우 가면을 뒤집어쓰면, 가늘게 뚫린 눈 구멍 너머로는······.
〔보지 말고, 듣지 말고, 소리내지 마〕 - 여우 가면을 쓰자,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건 가면의 탓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 「부적」 아이템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들은, 일상이나 독백에서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동안 기묘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 일상을 할 때 「부적」의 등급별 효과는 더 높은 쪽이 상대방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부적의 등급은 빨간색<보라색<검은색=하얀색 순입니다. - 빨간색 등급 이상의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축제 현장에 모여들어 떠도는 수많은 도깨비불을 볼 수 있습니다. - 보라색 등급 이상의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인간이 세운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의문스러운 가판대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 「검은색 부적」이나 「하얀색 부적」을 지니고 있으면, 「게게게의 키타로」에서나 볼 법한 요괴들이 축제장을 즐겁게 거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괴들은 가면을 쓰고 있는 당신에게 아무런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지나칩니다······.
시내를 순회한 가마는 하토가와를 거슬러 올라가 쿠레비호까지 이동한다. 물보라를 튀기며 가마를 밀어내는 장정들의 모습이 토키와라 여름 축제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이기도 한데, 물론 하류부터 강을 타고 가는 것은 아니고 잠깐 발을 담그는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는 안전상의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역시 강물을 오르는 것 자체는 별 게 아니네······.” 둔치에서 카메라를 목에 걸고 바라보던 신문부장이 중얼거렸다.
오미코시 행렬은 강변을 따라 난 좁은 국도를 따라 한동안 더 이동한 뒤에, 숲길로 접어들고 얼마를 더 가서 호수 앞에 설치된 가설 무대 앞에서 멈췄다. 저녁이 되면 높이 타오르는 장작불 앞에서 신사의 무녀들이 가구라 공연을 벌이는 것이다. 거기에는 올해로 고등학생이 된 키타토라 양도 참여한다. 전체적으로 짤막한 인상을 한 키타토라 양이 춤을 출 줄 안다고 생각한 토키고 학생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그 몸에는 이미 여름 내내 전통무용 수업까지 다니며 철저히 익힌 춤사위가 배어들어 있었다.
불은 곧 태양이며, 곡식을 자라게 하는 이나리의 힘. 그리고 범람하는 강물을 가로막는 기운이기도 하다. 그래서, 축제의 하이라이트에는 늘 불꽃을 강물 위에 흘려보내는 의식이 함께한다. 모닥불에서 얻은 불씨를 등롱에 담아 하토가와로 다시 내려보내는 행사였다. 적어도 이 마을 사람들은 오래도록 그렇게 믿어 왔고, 그 덕인지는 몰라도 유구한 세월 동안 한 차례도 수해에 고통받는 일 없이 평화로운 세상과 풍요로운 들판의 조화를 누려 왔다······.
“들었어, 너희들 「소원」에 관련된 걸 찾고 있다면서?”
올해 등롱 흘려보내기 행사의 감독을 맡은 「칸로 라멘」 점장 케이시 요시마사가, 가마 행렬을 뒤쫓아온 집행부원들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원래대로라면 자기 가판대에서 면을 삶고 있어야 했겠지만, 축제 현장에 돈코츠 육수를 삶기 위한 가스 설비를 끌어 오는 대가로, 등롱 흘려보내기 행사 동안에는 그가 자원봉사자들을 지휘하는 임무를 맡는다는 내용의 뒷거래가 이미 이루어져 있었다.
등불 흘려보내기 행사는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환경 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등불을 띄우는 구간은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한다, 자원봉사자는 어디에 몇 명을 배치한다, 좌초된 등불의 회수는 어떻게 한다, 기타 등등······. 그리고 하천을 깨끗이 청소하는 데 코이케 카오루 짱이 빠질 수 없다. 원래 의뢰인인 니이모토로부터 코이케에게, 그리고 코이케가 케이시에게 언질을 준 것이었다.
“분명 내가 토키고에 다닐 때도 등불에 소원을 쓰면 이루어진다느니 하는 뜬소문이 있었지······. 참. 너희, 당번 서면서 일하느라 바빠서 등불 띄우기는 엄두도 못 냈겠구나? 행사 접수는 낮에 끝나긴 했지만, 너희들은 수고가 많으니 이 삼촌이 특별히 편애해 주마. 몇 개 남은 예비 등롱이 있으니까 그걸 쓰도록 해.”
케이시의 가슴팍에 매달린 무전기에서 뭐라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케이시는 거기에다 대고 “네, 스탠바이 부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아, 그런데, 예비품 수량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나눠줄 수 있는 건 두 사람 당 하나인데 괜찮지? 뭐, 둘이서 띄우는 게 분위기 있고 좋잖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엉뚱한 곳에서 띄워 보내지는 마라. 이래저래 골치아파지니까······ 할 거면 들키지 않게 해.”
- 「소원」의 비밀은, 정말로 등불에 있을까요? - 소원을 쓴 등불을 물에 띄우는 페어 일상 이벤트입니다. 자세한 이벤트 내용은 페어 발표와 함께 공지합니다. - 8월 17일(토) 자정까지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0을 달고 참가 의사를 밝히는 레스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 페어는 무작위로 정해지지만, 이와는 별개로 웹박수로 찌름 신청을 받습니다. - 찌름이 얽힌 경우 특정 방지를 위해 모두 무작위로 페어를 지정합니다. (여러 명이 한 캐릭터를 지목한 경우, 어떤 캐릭터에게 지목받은 캐릭터가 또 다른 캐릭터를 지목한 경우 등) - 찌름의 비밀 엄수를 위해, 페어 추첨 및 매칭 과정은 전부 비공개로 진행되니 양해 바랍니다.
>>334 시트를 귀속시켜놓은들~ 내 캐가 아니니 그 캐로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자나~ 그럴 바에는 그냥 그 캐와의 선관을 폐기하고 자체 모브로 대체하는 쪽이 편하더라구~ 아니면 남은 사람들끼리 추가적인 관계를 짜거나~ 물론 나는 그렇다는거~ 다른 참치들의 의견도 존중해~
소스의 제조법 얘기에 카나타가 손을 모으며 진지하게 미안하다고 하는 걸 보고 스즈네는 겨우 잡았던 웃음을 다시금 터뜨렸다. 물론 부스에 샀던 것보다 더 빨간 소스의 꼬치가 있었지만. 그건 스즈네도 무리라서 안 샀다. 그리고 그런 건 남에게도 먹일 생각이 없었으니 오버하는 카나타가 마냥 재밌어 보일 뿐이다. 카나타의 의도도 아마 그럴 거 같고.
그런 화기애애 비슷한 분위기로 남은 음식들을 먹고 마셨다. 안 매운 양념임에도 한 번 당해서인지 의심하는 모습에 과연 어떨까~ 라며 괜히 겁을 주기도 하고. 안심하고 먹는 모습에 작게 키득거리기도 하고. 초코바나나를 먹으며 그 달콤함을 찬미하자 둘 다 달콤해서 그런거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오길래 참 나~ 하고 피식거렸다.
"그냥 달기만 한다구 다 좋은 건 아니라구~ 음~ 그치만 달콤한게 좋은 건 맞지~ 혀가 녹을 정도로 달달한 걸 먹으면~ 머릿속도 살살 녹아서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되니까~"
아직 미성년자라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말이다. 가끔 미치도록 달달한 음식을 푹푹 떠먹고 그 단 맛에 빠져있으면 그게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라. 같은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흘린 스즈네는 카나타가 내민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헤~ 유카타도 손수건도 강아지랑 고양이가 가득이네~ 카나쨩~ 사실 강아지나 고양이인 거 아니야~? 너무 좋아하잖아~"
가벼운 농담을 하며 웃던 스즈네도 갖고 있던 가방을 뒤적여 손수건을 꺼냈다. 있는데 왜 받았을까. 싶은 찰나 스즈네가 자신의 손수건을 카나타에게 내밀었다. 가장자리에 꽃무늬 레이스가 둘러진 연분홍 손수건이었다. 오늘 꺼낸 새 것이라며 카나쨩 거 내가 썼으니까 교환~ 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카나타의 손수건으로 입가를 슥삭 닦고 있었다.
"잘 먹었다아~ 응~ 가자~"
여차저차 하여 요기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축제의 소란스러움 사이로 스며들 시간이다. 자리를 정돈하고 폴짝 일어난 스즈네는 이젠 아는 길이다 이건지 카나타를 앞서 언덕길을 내려갔다. 뒤에서 보면 올려모은 머리 아래로 비녀인가 싶은 머리장식이 반짝인다. 퐁당퐁당. 특유의 튀는 듯한 걸음으로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내려간다. 붙잡거나 한게 아니면 저만치 먼저 내려가 얼른 오라며 유카타 소매 휘날릴 정도로 파닥이는 스즈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잡으면 잡는대로 멈춰서 어레~ 하고 웃는 스즈네였을 것이다.
"방학마다 올 수 있다는 것도 제법.. 자주인걸요?" 보통의 대학생은 방학 때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과제를 하거나 여행을 하기도 하는 만큼. 돌아온다라는 건 제법.. 이지요? 부자라는 말에 그러고보니 그때 일당은 잘 쓰고 있냐는 물음을 가볍게 건넵니다
"소원이 없다..는 건 아니네요." "말을 해서 받는 것은 다 소원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의 소원은 일부 이루어지긴 했다.. 라는 말의 끄트머리가 살짝 흐려지고 흩어집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다른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은 애매하다고 생각한 걸까요?
긴교스쿠이. 금붕어 구하기. 에서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는 금붕어들은 구해진다는 걸 알기나 할까요.. 이즈미는 가볍게 채를 집어들고는 해볼까요? 라면서 아저씨한테 돈을 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음... 생각해 봤는데 잠수 시트의 경우에 이제 와서 돌아올 여지를 아예 없애는 것보다는 그냥 놔두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드네. 대신에 이 캐릭터가 빠져서 서사 자체가 글러먹었어요! 망캐돼서 캐삭해야됨. 하는 케이스가 정말로 있다면 지금부터 모브로 대체해서 서술하는 걸 허용할게. 기준은 최근 7일 간 활동 이력이 없는 경우야. 솔직히 무통잠 시트는 캐조종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인데 당사자가 그렇게까지 꺼려한다면야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니...
달콤한 것이 좋다는 말에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너무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거론할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몸무게는 남자건 여자건 상당히 민감한 요소니까. 하지만 스스로 조금 걱정이 되었는지 카나타는 가만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뱃살을 괜히 손으로 꼬집어보려고 했다. 다행히 크게 잡히는 것은 없었으니,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것을 어떡해. 고양이와 강아지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좋아해."
양, 염소, 닭, 햄스터, 원숭이, 사자, 호랑이 기타 등등. 손가락을 접으면서 대표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던 카나타는 이내 자신에게 손수건을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교환이라니. 그냥 손수건을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멍하니 자신의 손수건을 바라보다 스즈네에게 물었다.
"...그거 가지려고? 교환이면?"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두 눈을 깜빡이며 그는 일단 그녀의 손수건을 따로 챙겼다. 교환을 해서 가져가겠다면 그도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른 손수건도 많았으니, 그녀의 손수건 하나 자신이 쓴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나중에 돌려달라고 한다면, 돌려주겠지만. 일단 그에 대해서는 스즈네가 알아서 답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어쨌든 먹을 것을 다 먹은 후, 이제는 내려가는 길. 올라가는 길이 완만했던 것처럼, 내려가는 길 역시 완만했다. 허나 뛰기에는 조금 위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내리막길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카나타는 천천히 걸어서 내려갔다. 바로 앞에서 퐁당퐁당 거리는 걸음으로 여유롭게 내려가는 스즈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카나타는 자신도 조금 속도를 낸 후에 그녀가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완전히 내려왔다. 쭈욱 기지개를 켠 후에 그는 잠시 자신이 열었던 부스 쪽을 바라봤다. 크게 문제는 없어보였기에 그는 바로 시선을 치웠고 스즈네에게 이야기했다.
"가자. 안내 부탁할게. ...어디인지 잘 모르니까. 난."
가는 길에 사격이 있으면 하는 것도 좋겠네. 물론 공연을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연이 메인일 필요는 없었다. 가다가 다른 놀거리가 있으면 공연을 보는 것 대신 그런 것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축제에서는 꼭 계획대로만 움직여야 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스즈네가 앞장서면 카나타는 그 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을 것이다.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이고...월요일을 어떻게든 보냈다! 그리고 >>349 확인했어!
소원. 자신은 소원을 이루는 것을 바라는가. 그 물음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던진 것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는 것은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작은 소망이어야 의미가 있을 뿐이지. 실제로 이뤄진다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그런 소원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마음은 한구석에 남아있긴 했다. 어디까지나 광활한 모래사장 속의 바늘 하나 정도로 작은 파편에 지나지 않았지만.
"...소원 자체가 이뤄지는 것은 필사적이지 않지만..."
등불을 물에 띄우고 난 후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그는 좋아했다. 강 위에서 잔잔하게 타오르는 등불이 만드는 그 화려한 풍경은 이나리님에게 바치는 것이었으니, 그에 일조하는 것은 그에게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물론 신에게 바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아름다운 풍경을 조용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등불은 좋아해요."
하나 받아가겠다는 듯, 그는 조용히 대답을 마쳤다. 2인 1조? 글쎄. 누구랑 하는 것이 좋을까. 카나타는 조용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만약 아무도 없다면? 상관없었다. 그땐 조용히 혼자서라도 따로 작은 등불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띄우지 뭐. 지금 저 등불들보다는 초라하고 빛도 약하겠지만, 아주 작은 등불 하나 띄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겠는가.
카나타의 동물 사랑이 개와 고양이 한정이 아닌 건 동급생들 사이에서도 알 사람은 아는 얘기다. 좁디 좁은 시골 마을이라 아이들 사이에도 쉽게 말이 퍼지고 오가니까 말이다. 그래도 예시인 듯 언급하는 동물들에 스즈네는 다시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깔깔댔다. 보통은 한두종 좋아하지 저렇게까지 광범위하지 않으니 말이다. 같이 동물원 가면 심심하지는 않겠다. 모든 동물들을 즐겁게 볼 거 같으니까.
"응~ 교환~"
손수건에 대해서는 재차 교환이라 얘기한 스즈네였다. 카나타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주고 사용한 카나타의 손수건을 자신의 가방에 슥 넣는게 마냥 농담은 아닌 듯 하다. 그 행동에 대해서도 스즈네는 아무런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카나타가 묻지 않았으니까. 이제 가자~ 라며 일어나 언덕길의 내리막길을 호도도도 내려갈 뿐이었다.
"어디래도~ 저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 걸~"
완전히 내려와서 카나타가 안내를 부탁하자 스즈네가 대답한다. 저 앞이라 함은 축제 회장 중 사람들이 쉬거나 뭔가 할 수 있게 낮은 간이무대를 설치한 장소다.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쭉 들었던 스즈네는 이내 통. 하고 한 발짝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럼~ 쭉쭉 갈 테니까~ 잘 따라와야 해~?"
중간에 다른 걸 해도 좋겠지만 스즈네는 이대로 쭉 갈 모양이었다. 가방과 요요를 건 손목을 뒤로 모아 쥐곤 카나타를 살짝 돌아보더니 히히~ 웃으며 앞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우히~"
작은 체구지만 씩씩하게 걸으니 속도가 제법 난다. 느긋하려는 카나타를 놀리듯 스즈네의 뒷모습은 금방이라도 사람 사이로 묻힐 것 같다. 어쩌면 이것도 장난의 연장선일까. 물론 카나타의 보폭이면 조금만 속도를 내도 따라잡을 수 있다. 스즈네가 뛰는 것도 아니니까. 단지 근처에 어떤 부스가 있던 무조건 앞만 보고 가고 있었으니. 잡지 않으면 멈추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간이 무대 위에 일렉 둘과 베이스 하나, 드럼으로 이루어진 밴드 한 팀이 있어 그들이 간단한 연주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교환이라는 말에 카나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손수건을 따로 계속 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가지고 있다보면 또 쓰지 않겠는가. 어차피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의 디자인이 그려진 손수건은 집에 얼마든지 있었기에 그로서는 딱히 크게 아쉬울 것이 없었다. 어쨌든 내리막길을 모두 내려온 후, 스즈네의 안내를 따라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알았어. 그래도 너무 빠르게 가진 마. 사람이 많으니까."
부딪치면 다치잖아.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는 천천히 스즈네의 뒤를 따라갔다. 사람 사이에 묻힐 듯 말 듯하는 것이 아무래도 속도를 조절하면서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았지만, 그는 그저 피식 웃으면서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그녀를 따라가던 카나타는 천천히 눈동자를 돌려 주변에 뭐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아. 저기서도 가면을 파는구나. 여우 모양은... 없네. 순간적으로 카나타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바뀌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원래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조심해. ..부딪치면 다쳐."
괜히 다시 한 번 그렇게 이야기하며 좁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던 와중, 어딘가에서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으로 조금 더 다가간 후에 고개를 돌려보니 밴드가 연주를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 팀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딱 거기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스즈네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여기로 와. ...여기에 있으면 아마 들키지 않고 밴드 공연을 볼 수 있을 거야."
물론 발견한다면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무대에서 살짝 사각지대에 가까운 곳이었기에, 아마 어지간하면 발견되지 않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렇게 제안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서 들려오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카나타는 어느 순간, 그 멜로디를 조용히 흥얼거렸다. 아무래도 들려오는 멜로디가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걸, 아직도. 어린아이를 비롯한 누구라도 쉽게 따라그릴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그림일 텐데, 야구공의 약속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미키 군. 똑, 똑, 흘러내리는 눈물에 미키 군이 흐릿합니다. 작별인사와 되돌아오는 반가워의 인사. 멍한 미즈 군(?)의 눈길이 돌아와도 하나 쨩은 웃기만 할뿐입니다.
"어레, 미즈 군, 맘에 안 들어...?? 그렇지만 지금 물 투성이인데~~"
미카즈키와 마찬가지로 울다가 웃다가 하여 요상한 얼굴이 된 채로, 하나요는 맑은 눈망울을 반짝입니다.
"그렇지만 고등학생이니까 미키 군은 조금 부끄럽지 않을까? 하나요, 그 때에는 미키 마우스를 닮아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부끄러워 홍조를 띄고 머뭇거리는 기색이었다가,
"그러면 미카 군, 둘이 있을 때만 몰래 미키 군으로 잘 부탁해?"
두 손을 뒤로 해서 맞잡고 화사하게 웃습니다. 이것이 하나요의 여름.
"응. 오랜만에 할아부지도 뵐 겸 놀러가도 괜찮아?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통 못 뵀단 말이야. 놀러 갈래. 응?"
김에 옷도 갈아입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나요가 경쾌하게 미카즈키에게 말했습니다. 그 중에도 젖은 머리카락을 볼썽사납지 않게 정리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외모에 신경쓰는 여자아이입니다.
깨끗!! 다시 돌아왔다! 역시 시원한 물로 샤워하니 딱 좋아! 축제 일상? 나 멀티로 돌릴 수는 있긴 한데..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내가 목금토 3일 연속으로 일정이 있어서 축제 일상...새로 돌려도 사실 수요일 밤에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이건 스즈네 쪽도 마찬가지) 그래도 괜찮다면 일단 나 있긴 해!
여우 가면을 쓴 하나요라. 목소리 변조를 하는 이유는 뭐야. ㅋㅋㅋㅋㅋ 음. 글쎄. 하나요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파악을 못해서... 뭐라고 하기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티가 나면 귀신 같이 카나타는 알아볼 것 같아. 사실 알바처에서 자주 봤으니까 어지간하면 실루엣이나 몸이나 헤어스타일 그런 것을 보고 단번에 알아차릴 것 같기도 하고!
그 말을 하며 어릴 때 알고 지낸 사이라.. 호리이 양과는 친해지고 있는 단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스즈네 언니랑 다른 인물들과 비교하면 아무레도 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리이 양이 안다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상대가 헛다리 짚은 것과는 별개로 조사한 차트를 슥 당신에게 넘기는 것이다.
"그럼 마무리도 된 것 같으니..선생님께 이야기 드리고 해산할까요"
메타적으로는 막레각이 아닐까?하고 권유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당신을 다시금 쳐다보고는 나처럼 둔한 것 가튼 사람이다-라고 내부의 평가를 수정해두는 것이었다.
부딪히면 다친다며 카나타가 얘기해도 스즈네는 웃으면서 사람들 사이를 솔랑솔랑 지나다녔다. 저렇게 잘 다니는 걸 보면 아까는 왜 굳이 손을 잡았던 걸까. 뒤로 모은 스즈네의 손 아래로 자그만 주머니가방과 물풍선 요요가 번갈아 통통 튄다.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손은 요리조리 오가는 움직임에 비해 움츠림 하나 없었지만.
밴드의 공연이 있는 곳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사람이 조금 줄기도 했고 거리상 멀지도 않았으니까. 주변 구경을 하며 가다보면 기타 소리가 들리고. 멈춰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였을 것이다. 잔잔하게 연주를 하는 밴드와 주변에 둘러서 감상 혹은 휴식을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사각지대를 찾는 것도 스즈네가 몸을 숨길 틈도 많았다. 스즈네는 사람들 사이로 기웃거리다가 카나타가 부르자 쪼르르 다가갔다. 그리고 카나타 뒤에 살짝 숨어 서서 옆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말이다.
"이히히~ 그러게~"
그러면서 웃는게 천연덕스럽기도 하다.
"음~ 커버곡인데~ 어레인지 한 거야~ 밴드풍으로~ 잘 들어보면 아 이거네~ 싶을 걸~"
히비키네 밴드는 축제 분위기에 맞춘 듯 너무 과하지 않고 적당히 흥이 오를 만한 곡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특이한 건 가운데 스탠딩 마이크가 있음에도 보컬이 없다는 것일까. 노래하는 보컬이 없으니 외려 새롭게 느껴지는 멜로디에 스즈네가 한두소절씩 가사를 흥얼거리자 아 원래 이 곡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주로 최신 빌보드 팝송이거나 핫했던 애니메이션 삽입곡 등등이었다.
"오리지널도 있긴 한데~ 그건 주로 연주하는 라이브 카페에서 해~ 아~ 맞다~ 밴드 이름 생각났어~ 니코고리~"
니코고리라 함은 생선의 조림요리를 하루 두었을 때 생기는 지방과 조림국물이 응고된 음식의 이름이다. 주로 따끈한 쌀밥 위에 올려 같이 먹는 곁들임 같은 것인데. 그게 밴드 이름이란다. 그 날 먹은 니코고리가 엄청 맛있어서 그렇게 지었대~ 라며 스즈네가 설명 아닌 설명을 하지만. 이해와 납득은 별개의 것이니 말이다. 스즈네도 그걸 아는지 얘기하고 그저 키득일 뿐이었다.
청중 사이에서 카나타와 스즈네가 연주를 들으며 그런 얘기를 하는 사이. 밴드 멤버들은 연주 사이 막간에 그런 멘트를 치고 있었다. 일렉기타를 든 한 사람이 말하길. 사실 오늘 보컬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데려오기로 한 멤버가 그 보컬을 놓쳤다. 그래서 노래 없이 연주만 하는 거라고 하자 베이스 기타를 든 사람이 그럼 눈 깜빡하니 사라졌는데 어떡하냐고 받아쳤다. 이 베이스 보컬이 히비키였다. 토키고 2학년의 역사 선생. 학교에선 심드렁하고 무뚝뚝해보이는 사람이 유카타 차림으로 베이스를 메고 있으니 새삼 다른 사람 같다. 도수 없는 안경으로 특유의 곱슬머리를 위로 밀어올린 히비키가 이번엔 청중들을 향해서 말했다.
"그런고로 슬슬 마무리 곡을 할 겸 한 곡 뽑아볼 사람 없습니까? 어지간한 노래는 다 연주 가능합니다. 본인이 자신있다 하면 손 드십쇼." "저요오~!"
히비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청중들 사이에서 큰 소리와 번쩍 든 손이 나온다. 그 소리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었을 사람은 카나타였다. 다름아닌 스즈네였으니까. 키득키득. 연신 장난스런 웃음을 띄운 스즈네가 손을 들고서 카나타를 보았다. 그 표정에 곤란함 같은 건 없었으니 처음부터 이러려고 온 걸까 하는 느낌이 든다. 과연 그럴지는 모르지만. 밴드 쪽에서 자자 나오십쇼~ 하는 말이 들리자 스즈네가 네에~ 하고 대답했다. 그대로 앞으로 톡 튀어 나가며 카나타를 향해 말했다.
"카나쨩이 구경 왔으니까~ 특별히야~"
그리고 무대로 통통 뛰어간 스즈네가 청중들을 향해 꾸벅 하고 인사했다. 자기소개는 따로 없었고 노래~ 열심히 불러볼게요~ 하고 웃는게 다였지만. 곧 스탠딩 마이크가 스즈네의 키에 맞춰 조정되고. 그 사이 밴드와 소곤소곤 연주곡을 주고 받은 스즈네가 그 앞에 섰다. 톡. 톡. 아~ 하는 마이크 테스트를 겸한 장난이 한 차례 짧게 지나가자 바로 청아한 기타 반주와 함께 마지막 연주가 시작된다.
"신님이 만약 이 세상에 있다면~"
반주에 맞춰 흘러나온 스즈네의 노래는 막 엄청난 수준. 그런 건 아니었다. 일반인보다 조금 더 잘 부르는 정도였다. 그러나 계속 보컬 없이 반주만 있던 공연에 보컬이 들어갔단 사실 만으로 반향은 제법 있었다. 간이 시설치고 장비가 꽤나 좋았던 것도 한 몫 했다. 기가 막힌 조건 속에서 스즈네는 막히거나 삑사리 없이 노래하며 중간중간 리듬을 타는 몸짓으로 흥을 더 끌어올렸다. 곡의 하이라이트에선 예상 외의 성량을 보여 청중 사이로 감탄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 모든 조건과 상황이 합쳐진 결과. 마지막 곡은 아무 문제 없이 환호 속에 마무리 되었다. 무대의 조명 아래에서 마이크를 들고 청중을 향해 인사하고 폴짝이던 스즈네가 문득 카나타 쪽을 본다. 정확히 카나타를 보고 히히~ 웃더니 눈을 깜빡이며 한 손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마냥 신나보이는 모습이 그저 이 상황이 즐거워보인다. 그렇게 한차례 환호와 열기가 지나가면 밴드의 마무리 인사가 들려오고 모여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조금 기다리면 스즈네도 카나타 쪽으로 돌아올 듯 했다.
굳이 자신의 뒤에 이렇게 숨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고 싶어서인 것으로 판단하며 카나타는 살며시 몸을 조절해서 더욱 그녀의 모습을 감췄다. 이 정도면 아마 저쪽에서 자신 쪽을 우연히라도 본다고 해도 자신의 모습만 보이지, 스즈네의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커버곡? 그렇구나. ...확실히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네."
보컬이 없는 특이한 밴드. 하지만 결국 밴드는 음악을 연주하는 단체이니, 보컬이 없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하지만, 저 곡에 누군가가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면 되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아쉬움도 살짝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던 와중 스즈네가 가사를 흥얼거리자 그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스즈네를 바라봤다. 노래... 나름 잘 부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두 눈을 깜빡였다.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그녀의 말이 들려오자 그는 습관처럼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니코고리. ...뭔지 알아. 아무튼 밴드 이름이 니코고리? ...특이하면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네. ...니코고리 먹을 때 절로 떠오르겠어."
말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럴 것 같아 카나타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라이브 카페에서는 오리지날 곡을 연주한다는 말에 카나타는 언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스즈네에게 물었다.
"어느 라이브 카페야? ...다음에 한 번 기회가 되면 가볼까 싶어서."
물론 시간과 여유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과 여유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그녀의 답을 기다리다 다시 곡에 집중했다. 눈을 감고 그 멜로디를 다시 흥얼거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러다 연주 사이 막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카나타는 다시 조용히 스즈네를 바라봤다. 저기서 말하는 보컬이라는 것이 스즈네를 의미하는 건가? 아무런 말 없이 스즈네를 가만히 바라보던 카나타는 괜히 반사적으로 그녀를 더 숨기려는 듯, 몸의 위치를 조절했다. 그러다 보이는 2학년의 역사 교사를 바라보며 그는 절로 오-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이렇게 보니까 조금 신기하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노래를 부를 사람이 있는지 찾는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스즈네가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를 내자 카나타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싫은 거 아니었어? ...무대 올라가는 거."
어? 그럼 나 왜 숨긴거야? 그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더 이상 말을 올리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곤란해하지 않고 싫은 기색도 없었다. 그 와중에 자신이 구경을 왔으니 특별히 부르는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이거 처음부터 다 계획되어 있었나? 그런건가? 어? 하는 생각의 혼란 속에서 그는 겨우겨우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렴 어떠랴. 그녀가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니 친구로서 들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어지는 연주를 카나타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들었다. 일단 카나타는 들어본 적이 없는 곡이었다. 하지만 멜로디 자체는 꽤 마음에 드는지 그는 멜로디를 조용히 흥얼거렸다. 마치 여름 축제에 잘 어울리는... 그러니까 지금 이 현장에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가사도 예쁘고, 멜로디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 곡을 조용히 듣고 있던 카나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좋네. 노래. 잘 부르네. 그런 아무도 듣지 못할 혼잣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그는 다시 눈을 뜨고 스즈네를 가만히 바라봤다.
노래가 끝나자 카나타는 다른 사람들에 지지 않게 크게 손뼉을 짝짝 쳤다. 물론 어떤 이들은 휘파람을 불지도 모르지만, 카나타는 굳이 그렇게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보고 V를 그리는 스즈네를 바라보며 카나타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오른손으로 V를 그려서 응답했다. 이내 밴드의 마무리 인사가 끝이 나고 스즈네가 돌아오자 카나타는 오른손 엄지를 위로 올렸다.
"...처음부터 노래 부르려고 곡을 준비했던 거 아니야? ...잘 들었어. 멜로디도 가사도 굉장히 좋아. ...은근히 잘 부르는구나. ...아예 보컬이나 그런쪽으로 생각을 해봐도 되지 않겠어?"
순수하게 자신이 생각한 사실을 읊으면서 카나타는 가만히 무대, 그리고 다시 스즈네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다시 한번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로 잘 들었어. ...수고했어. 키리아먀."
말을 마친 후, 그는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바라봤다. 자연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이곳을 향하는 것 같았기에 그는 한숨을 후우 내뱉었다. 그리고 스즈네의 손을 잡으면서 앞장서듯 걸어갔다.
"...가자. ...사람들 몰리겠어. ...당분간 인기 인사 되겠네. 너."
/안녕! 스즈네주! 그리고 답레를 올리고 자러 가야겠다! 아..그리고 위에서도 올리긴 했는데 내가 목금토 일정이 있어. 정확히는 여름 휴가! 일요일도 쉬긴 하지만...아무튼 중요한 것은 내가 일상은 수요일까지만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야. 스즈네주와 이렇게 축제 일상 돌리는 것도 좋긴 한데.. 일단 수요일 밤까지는 끝낼 수 있게 슬슬 마무리하는 단계로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일단 이렇게 남기고 난 들어갈게! 잘 자! 다들!
"특이해도 너무 특이해서~ 나는 종종 까먹어버리게 돼~ 아예 오차즈케로 하지 그랬냐니까 그거랑 니코고리랑 뭘로 할까 토론까지 했었대~ 어~ 시내에 라이브 카페가 세 곳인가 있는데~ 그 때 그 때 일정이 달라~ 갈 수 있는 기간 얘기해주면 그 사이 일정 물어보고 알려줄게~"
스즈네가 손을 들기 전까지는 어떤 징조도 없는 평범한 대화를 하며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숨겨주려는 카나타의 몸짓에 스즈네도 숨듯이 움직였고 말이다. 그러나 큰 소리를 내며 손을 번쩍 든 순간. 예고 없고 의외인 행동에 혼란해진 카나타에게 돌아온 것은 그저 웃으며 앞으로 나갈 뿐인 스즈네였다.
"그~ 러~ 니~ 까~ 싫다고는 안 했는 걸~"
그런 얄밉디 얄미운 소리를 하며 무대로 통통 걸어가서는. 마이크 앞에 서자 언제 그런 장난을 쳤냐는 듯 새삼 다른 사람인 양 시원상쾌한 무대를 선보였다. 축제 분위기에도 공연의 마지막으로도 손색 없는 연주이자 무대였다. 마무리 인사할 때에 카나타가 같이 브이자를 하며 반응해주자 멀리서도 킥킥대는 스즈네의 모습이 선명하다.
"에헤헤~"
반짝 열린 무대가 끝나고 잠시 밴드 멤버와 얘기를 나누고 돌아온 스즈네는 조명의 열기로 인해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무대의 여운이 남은 듯 헤실헤실 웃으며 카나타를 빤히 보더니. 카나타가 엄지를 치켜들며 솔직한 감상을 말해주자 히히~ 하고 팔을 작게 파닥거렸다.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그냥~ 평소에 자주 부르던거라 익숙해서 그래~ 저어기 마이크도 좋은 거구~ 그래두 카나쨩이 잘 들어줬다니까 그게 제일 기분 좋다~"
나두 나두 대만족~ 이라며 작게 꺄악거리는 스즈네. 이내 카나타가 손을 잡으며 앞장서자 자연스럽게 그 손을 꼭 잡고 따라갔다.
"인기 생기면 좋지~ 축제 내내 우리 부스에 앉아있기만 해도~ 손님 무지 올 테니까~ 매일매일 완판매진 매출폭발~ 노이즈 마케팅 최고~"
그 말이 거기에 쓰이면 안 될 거 같긴 한데. 대충 의미는 알 것 같으니 그러려니 하자. 처음엔 카나타의 뒤를 따라가던 스즈네가 토도독 잰걸음을 하여 카나타의 옆을 나란히 걷는다. 우리들을 비추는 일등성~ 하고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를 작게 흥얼거리기도 하다가 카나쨩 카나쨩~ 하고 부른다.
"히-쨩이 오늘은 늦었으니까 조금만 더 놀구 귀가하래~ 그리고 이런 거 줬다아~?"
그렇게 말하며 스즈네가 들어올린 것은 다름아닌 여우 가면이었다. 하나는 붉은 화장이 된 전통적인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리본과 태슬 등등으로 화려한 치장이 된 반가면 형태다. 히-쨩이 가면 가게를 지나다가 산 거라며 이 시기 밤의 토키와라는 위험하니 꼭 쓰고 다니라고 줬다며 스즈네가 말했다.
"카나쨩~ 가면 갖고 싶어했잖아~ 하나 줄게~ 이거 쓰고 이나리 신사 가자~"
그러면서 내미는 건 화려한 치장의 여우 반가면이었다. 아무리 봐도 이 쪽이 여성용인데 굳이 이걸 내민다는 건 명백한 장난의 의도 그 자체였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바아로 이나리 신사로 가는 전개 만들어봤습니다~ 신사까지는 같이 가줘야지~ 겸사겸사 가면도 등장시키기~
라이브 카페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다르겠지. 나름대로 기대를 하기로 하며 카나타는 굳이 더 재촉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다음에 갈 수 있을 때 이야기를 하면 되겠지. 그땐 혼자서 갈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와 같이 가게 될까. 제 소꿉친구 남자애들 중 한 명을 꼬셔볼까. 그 애도 굉장히 밴드를 좋아하던데. 그런 생각을 하며 카나타는 괜히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스즈네의 깜짝 무대가 끝이 났고, 카나타는 그 무대를 끝까지 바라봤다. 굉장히 찬란하게 반짝이는 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 다양한 모습이 사람에게 있는 법이라고 하지만, 저런 모습은 또 처음 본 것 같아 그는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팔을 날개처럼 파닥이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스즈네를 바라보며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인 실력이 없으면 그런 노래는 안 나와. ...내가 잘 들어줘서? ...고마워. ...말재주가 없어서 이 정도 말밖에는 못 하지만..."
다른 말을 잘하는 이가 들으면 더욱 풍부한 평가와 좋은 말이 나올 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말재주. 조금 더 키울 걸 그랬나. 그렇게 고심하는 것도 아주 잠시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잊어버리고 지금처럼 살게 될 것을 카나타는 확신했다. 매년 있는 일이었고, 오늘 있는 일도 그 중 한 번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노이즈 마케팅은 그런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굳이 그것을 지목하면서 카나타는 못 말린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니면 정말로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할 생각인걸까. 어느 쪽이건 부스가 잘 되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번 돈의 일부는 용돈이 될 확률도 컸으니까. 적어도 카나타의 부스는 그랬다. 총 수입을 1/N로 나눠서 용돈으로 쓰기로 했으니까. 스즈네의 부스는 스즈네 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후, 그는 흘러가는 목소리로 "부스 잘 되었으면 좋겠네." 라는 말을 조용히 남겼다.
한편 스즈네가 노래를 흥얼거리자, 카나타는 그 옆에서 화음을 넣듯이 멜로디만 조용히 흥얼거렸다. 그러다 그녀가 가면을 꺼내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붉은 화장이 된 전통적인 형태와 화려한 치장이 된 형태. 둘 중 자신에게 내미는 화려한 치장 가면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두 눈을 깜빡였다. 왜 이걸 나에게 줘? 반대 것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는 가면과 스즈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받았다.
"...이게 내 꺼야? 잘못 준 거 아니야?"
정말로? 아니지? 아닐 거야. 아니라고 말해. 그런 눈빛을 가득 보이면서 카나타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가면의 주인은 그녀. 준 것을 써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괜히 한 번 더 그녀에게 물었다.
"정말로 이거 써야 해? 이게 네 꺼 아니야?"
스즈네가 가면을 바꿔주지 않는다면 카나타는 아마 금방 포기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가면을 조용히 썼을 것이다. 그리고 신사로 가기 위해 길을 따라 걸었을 것이고, 토리가 있을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랐을 것이다.
"...참배를 하고 난 후에, 슬슬 돌아가봐야 할지도 모르겠어. ...시간... 조금 애매해. ...역시 비번때 약속을 잡아야 했나..."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다들 안녕! 좀 쉬었다가 저녁 9시에 진짜 마지막으로 축제 멀티 일상을 구해본다! 오늘도 못 구하면 내 시간상 새로 시작은 힘들듯 하니...카나타는 마감하는 걸로!
스즈네는 대단한 감상을 바라고 노래를 부른게 아니었다. 말로는 노이즈 마케팅이니 했지만 그런 걸 미리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상황이 갖춰졌으니 해봤을 뿐이고. 적당히 해보는 말일 뿐이다. 의미 같은 건 없다. 바보같이 헤실거리는 저 얼굴처럼.
"응~ 카나쨩네도~ 잘 되서 용돈 많이 받으면 좋겠다~"
아까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 카나타도 부스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스즈네는 조금 더 흥얼거렸다. 자주 부른 노래이면서 제법 좋아하는 노래기도 했다. 가사에 해석의 여지가 여러모로 있는 점이 특히.
"그을쎄~"
그러다 뒤늦게 생각나 가면을 들어올렸다. 스즈네가 그 중 화려한 것을 카나타에게 내밀자 아니나다를까 진짜 그거냐는 시선이 돌아온다. 매운 꼬치구이를 준 후에 보였던 미심쩍어하는 얼굴과 비슷해서 또 키득거렸다. 순순히 받았다면 정말로 그걸 줄 생각이었지만. 재차 되묻는 말에 킥킥 웃으며 가면을 바꿔 내밀었다.
"히-쨩은 딱히 이게 내 거라곤 안 했는데~ 카나쨩이 이게 더 좋은 거 같으니까~ 이거 줄게~"
그리고 화려한 치장 가면은 스즈네의 얼굴 위로 덮었다. 반가면이라 코 아래로는 웃음 띈 입과 둥근 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러자~ 나두 그러려구 했구~ 음~ 그래도 오늘도 충분히 즐거웠어~ 오늘 못 논 건 내일 놀아도 되니까~"
같이 신사를 향해 걸으며 스즈네가 대답했다. 달각달각. 게다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축제 소리를 대신하듯 길에 울린다. 어둑한 산기슭에 어렴풋한 불빛이 드리운 신사를 향하는 길. 문득 스즈네가 그런 얘기를 시작했다.
"있지~ 카나쨩~ 자시키와라시 알아~?"
흔한 요괴 이야기를 하려나보다 싶은 것도 찰나. 스즈네에게서 나온 얘기는 뜻밖의 내용이다.
"자시키와라시가 있는 집은 엄청 번성하지만~ 자시키와라시가 떠나면 금방 폭삭 망해버린대~ 그래서 자시키와라시가 떠나지 않게 하려 해도~ 결국 언젠가는 떠난대~ 그래서 그래서~ 어떤 집에서~ 자시키와라시가 영영 떠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대~ 그게 뭐~게~?"
이히히~ 하고 웃기에는 다음 내용이 섬뜩하다.
"그건 바로~ 자시키와라시가 떠나기 전에 잡아 토막내서 집 곳곳에 묻어놓는 거래~! 왜 토막이냐면~ 그대로 묻으면 언젠가 도망칠 테니까~ 쉽게 도망 못 가게 하는 거래~ 물론 그러면~ 집은 잘 살아도~ 대대로 애들이 요절하는 집안이 되겠지만~ 아무렴 어때~ 돈 많이 벌어서 잘 사는게 중요하지~ 그렇고말고~"
짧고도 소름 돋는 이야기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 얘기를 한 스즈네는 가면을 썼음에도 히죽 웃고 있는게 보이는 듯 하다. 앞만 보며 키득키득. 그러다 토리이에 가까워지자 와~ 다 왔다~ 라며 카나타보다 한 발 앞서 토리이 안으로 통. 하고 뛰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작게 웃었다. 뭐가 그리 재밌고 즐거운지 모르겠지만.
가면을 바꿔주자 그는 살며시 그 가면을 제 얼굴에 꼈다. 크기가 잘 맞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잘 맞는 것 같았기에 그는 그대로 그 가면을 꼈고, 가만히 손을 놓았다. 아마 카나타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을 가려지고, 여우 가면 특유의 분위기만이 그곳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점점 멀어지는 축제의 화려하고 시끄러운 소리 대신, 게다 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르며, 신사 근처에 있을 법한 커다란 붉은색 토리는 언제 봐도 그의 눈엔 웅장하게 비쳤다. 그 무렵이었다. 자시키와라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집이 잘 살아도, 대대로 애들이 요절하는 집안이 된다면... 나는 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아."
요괴가 토막난다고 해서 죽을리는 없겠지만, 그 대신에 저주를 받는다고 한다면 결국 돈을 많이 벌고 집이 잘 산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돈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버는 것인데, 집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게 된다면 절대로 행복할리가 없다는 것이 바로 카나타의 생각이었다. 자신의 카페에, 그리고 집에 만약에 자시키와라시가 살고 있다고 한다면 자신은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며 그는 스즈네의 뒤를 천천히 따랐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자시키와라시야? 여름이라서 무서운 괴담이라도 하고 싶었던거야?"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그리 생각하며 카나타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토리를 넘어, 조금 더 위로 올라가니 한적한 신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하네이 이나리 신사. 교토에 있는 이나리 신사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센본토리 같은 눈에 확 띄는 것은 없긴 했지만, 이나리 신을 모신다는 것을 나타내듯 여기저기에 여우 상이 놓여있었다.
"...교토의 이나리 신사처럼 여기도 뭔가 확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
갑자기 여기에 센본토리 같은 것이 세워지면 오히려 균형이 깨지고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본당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는 스즈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늘 이야기가 나왔었지. 소원. ...집행부에서도 소원을 이루겠다고 이것저것 조사하는 애들도 있는 것 같았고."
이어 그는 가만히 말을 끊은 후에 본당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세전함을 바라보던 그는 그 안에 오엔을 집어넣고, 조용히 눈을 감고 참배를 올렸다. 뭘 빌었을지는 오직 그만 알 뿐. 허나 장대하고 큰 것을 빌진 않았을 것이다.
"...너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이루고 싶어? ...뭔가 이것저것 말이 많잖아. 소원을 이루는 방법이 어쩌고 하면서 말이야."
붉은 토리이를 넘어 신사의 앞마당으로 들어선 스즈네가 재잘거린다. 대대손손 번창할 수만 있다면 어린애 한둘 쯤은 신에게 줘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며. 먼저 올라가 신사 앞을 한 바퀴 빙 돌고 있던 스즈네는 카나타의 물음에 뚝. 멈춰서서 바라보았다.
"히히~ 정답~ 이럴 때 무서~운 얘기 하나쯤은 해주는게 분위기도 좋잖아~ 나 알고 있는 얘기도 많구~"
괴이괴담 재밌어~ 라며 유카타 소매를 파닥거린다. 그리고 올라온 카나타의 근처로 돌아와 알짱거리다가 소원 얘기에 흐응~ 하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 탓에 가면이 드리운 그림자가 얼굴을 완전히 가린다.
"소원~ 소원 말이네~"
카나타는 신사의 본당으로 다가가 세전함에 동전을 던져넣었지만 스즈네는 그러지 않았다. 카나타가 참배를 올리는 사이 여우 조각상들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히~ 하고 여우 조각상을 만지거나 그 옆에 따라하듯 쪼그려 앉거나. 그러고 있다가 재차 이어진 카나타의 말에 선뜻 대답한다.
"소원이 없는데 이루는 방법이니 뭐니 알아서 뭐해. 이룰 수 있고 없고도 의미가 없지. 소원이 없는데."
평소처럼 경쾌하지만 늘어짐이 없는 말투. 단호하면서도 날카로운 어조. 우뚝 선 이의 화려한 여우 가면이 카나타를 본다. 반가면임에도 그늘과 합쳐져 얼굴을 가린 가면은 한 순간이지만 거기 서 있는 이가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게 한다. 아하하! 웃으며 방정맞게 폴짝 뛰기 직전까지는.
"카나쨩은 뭔가 소원이 있는 거 같으니까~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응원할게~"
폴짝폴짝. 달각달각. 버릇없는 아이처럼 본당 앞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스즈네. 한 바퀴가 딱 되는 지점에 멈춰서더니 카나타 쪽의 팔을 들어 소매를 파닥파닥 흔들었다.
왜 지금 이 순간. 그러니까 축제인 지금 이 순간인진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그녀의 변덕이겠거니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물어를 좋아하려나. 그렇게 생각도 해보며. 어쨌든 카나타는 그녀의 입에서 소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가면 너머의 그의 표정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아마 평소처럼 무덤덤하지 않았을까? 그것도 아니면 조금 당황하는 모습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아무 것도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야."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소원이 단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하다 못해 축제를 즐겁게 놀고 싶다 같은 것도 소원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허나 그런 것으로 논쟁을 벌일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그녀가 그렇다고 말하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는 조용히 납득할 생각이었다. 아주 잠깐, 그녀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지만 사람이란 원래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고작 그 정도일 거라고 그는 판단했다.
"...내 소원은... 이룰 생각 없어. ...그저 조용히 품고 간직하고 싶을 뿐이야."
좀 더 자신의 소원이 만인에게 도움이 되고, 정말로 개인적인 것이라면 이루고 싶겠지만, 자신의 소원은 그저 자신의 개인만족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딱히 그는 자신의 소원을 이룰 생각이 없었다. 이뤄진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필사적으로 이룰 마음은 없었다. 그저 그렇게 되면 좋지 않을까... 안 되어도 당연한거지. 딱 그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아마 그 말을 하는 카나타의 표정과 목소리도 조금은 진지했을 것이다.
"...응. 그래야지. ...이나리 님. 또 오겠습니다. ...다음엔 유부를 가지고 올게요."
조만간에 꼭. 그렇게 마지막으로 신사에 인사를 남긴 후, 카나타는 토리 밖으로 천천히 걸어가려고 하며, 그녀와 발걸음을 맞췄다. 이제 자신은 슬슬 돌아가면 되려나. 시간적으로는 딱 그게 맞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스즈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갖고 있다. 오늘만 돌아봐도 카나타는 그 긴 교류의 시간 동안 보지 못 했던 스즈네의 모습들을 보았다. 그러나 어쩌면 그 모습들은 다 하나일 지도 모른다. 하나를 위한 또다른 하나. 화려한 무대의 뒤에는 반드시 어둑한 그늘이 있는 것처럼. 보통은 들여다 볼 일 없고 누구도 그러지 않는.
"어떠려나~ 있지~ 카나쨩~ 사람이 왜 소원을 갖는지 알아~? 나는 알아~ 그래서 없어~"
그렇게 가려져 있을 뿐인 무대의 뒷편은 오늘도 조용히 사라진다. 달각달각. 나무 게다 소리 요란하니 무수히 떠오르던 의문들 조용히 흩어져간다.
"음~ 그런 것도 좋지~"
잠시나마 조금이나마 진지해진 카나타의 말에 스즈네는 가벼이 화답했다. 그저 품고만 있는 소원 또한 좋지 아니한가. 이루어져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단지 바람을 갇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 아니한가.
"이나리 님 바이바이~"
공손히 인사하는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떠나는 인사마저도 철이 없었다. 친구에게 하듯이 손을 흔들거리고 한 걸음 앞서 토리이를 나섰다. 호이호이~ 호이호이~ 아까 불렀던 노래도 공연 중에 들었던 것도 아닌 선율을 흥얼거리며 올라왔던 길을 천천히 내려갔다.
"응~ 나도 무지 즐거웠어~ 비번날 놀 사람 없으면~ 또 같이 놀자~ 꼭 축제 아니어도 노는 건 좋으니까~ 언제든~"
꼭 축제에서만 놀 필요는 없지 않겠냐며 재잘재잘 떠드는 스즈네. 이 다음에 라이브 일정 알려주겠다던가. 스즈네네 부스도 오면 서비스 해준다던가. 자신도 내일 시간 봐서 카나타네 부스에 가겠다던가.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계단도 언덕길도 끝나 돌아가는 길이 나온다. 축제장으로 돌아가는 길과 축제를 벗어나 마을로 돌아가는 길의 두 갈래길이.
"카나쨩은 부스로 갈 거지~? 나는 집에 갈 거라서~ 여기서 안녕이네~"
마을로 돌아가는 길 쪽으로 한 걸음 폴짝인 스즈네가 말했다. 다 내려왔으니 괜찮을 거란 듯. 화려한 치장 가면을 벗어 드러난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람이 왜 소원을 갖는냐. 카나타는 그에 대한 답을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 애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모든 것에 만족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지금 여기서 요구할 수는 없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물론 물어보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때 물어볼까. 그렇게 생각만 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신에게 벌 받아. 그러면."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스즈네를 바라보며 카나타는 지나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이나리 신이 그렇게 속이 좁을 거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고위신인 이자나미와 이자나기라면 또 모를까. 물론 그렇다고 그 두 신이 속이 좁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카나타는 천천히 길을 내려갔다.
"...그래. 얼마든지. ...꼭 둘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다른 이들도 함께 할 수 있다면야 함께 해서."
지금처럼 둘이서 놀아도 좋고, 다른 이들이 함께 해서 노는 것도 그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카나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 성격이 이래서 그다지 티는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평지에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갈림길이 나왔다. 자신은 당연히 부스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을로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자연히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되겠지.
"...그렇겠네. 잘 가. ...또 와. 부스에. ...서비스 해줄테니까."
조심해서 들어가고. 가면을 벗어 미소를 지으면서 카나타는 조용히 손을 그녀에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린 후, 부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간... 늦지 않을 것 같았으나, 조금 늦게 된다면 양해를 구하고 조금 더 일을 하면 될 일이었다. 오늘은 축제. 조금은 그런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초승달 옆에 꽃 한 송이 피어있는, 다른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닐 것 같은 조그만 그림. 미카즈키의 물건들을 보게 되면 거기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을 쓰거나 사인을 할 곳에 이름 대신 그려놓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초승달과 꽃 그림을.
미카즈키는- 아니, 미키는, 하나요의 말에 에- 하는 표정이 된다. 평소의 무미건조한 무표정에서 눈썹 한 쪽이 들린 채로 입이 살짝 벌어졌을 뿐인 표정이지만, 하나요의 소소한 장난에 장단을 맞춰 소소한 태클을 걸던 그 때의 표정이, 의식하기는커녕 기억해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얼굴에 자연스럽게 떠올라버린다. 한 장. 어디론가 찢겨져나가버렸다고 생각했던 그 나날들 중에 한 장이, 지금 이 순간 다시 써지고 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미키마우스 생각 했던 거야?"
하고, 머쓱해하는 하나요를 바라보며 미키는 조금 뾰로통하게 반문하다가, 다시 후후후, 하고 조그맣게 웃어버린다.
미키는 하나요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아직,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하고,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주저하는 그런 손길이었지만, 그래도 미키는 손을 내밀고 있다. 비록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볼썽사납게 된 손이지만, 그래도 아직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방금 깨닫기라도 한 듯이.
"응, 갈까. 할아버지한테도 인사드리고... 옷은, 내가 갔다오던가 해서 가져오면 될 거라고 생각해."
문득, 미카즈키는 느꼈다. 왠지 햇살이 따갑다고. 그제서야 언젠가부터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풀벌레 소리가, 개울 흐르는 소리가 두 사람의 주변을 둘러싸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의외의 대답에 약간 벙찌는 듯한 약간의 갭이 지나고 나서야 미카즈키는 알겠다는 듯한 짧은 감탄사와 예절바른 사과를 대답으로 내놓는다. 그게 포스터만 보면 영락없이 친한 친구 사이로 보였으니까. 그래도 무언가 문제가 되기 전에 이 오해를 짚고 넘어갈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그렇네요."
미카즈키는 축제 회장을 돌아보았다. 어느덧 화려한 연등이 내걸리고, 축제가 슬슬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그러면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우리는 여기서 해산하도록 하죠. 수고 많으셨어요, 세이야 씨."
미카즈키는 츠키가 내어주는 서류를 받아들고는, 츠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해보였다. 오늘 이 낯선 소년과의 대화는, 이쯤으로 괜찮을 것 같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멀어져가며, 소년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조금씩 흥성거리기 시작한 야시장의 사이로 흐려져간다.
동물은 확실히 어느 한 특성으로만 볼 수는 없으니까! 아..내일 빨리 출발해야 해서 슬슬 자야하는데 자기가 싫다...8ㅅ8
자기 전에 모두에게 하나만 질문해본다! 공통질문으로! 이번 축제에서 부적 가지고 있으면 가면 썼을 때 요괴를 볼 수 있다고 하잖아? 모두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
카나타는 어? 어? 어? 하는 표정을 지은 후에 가면을 썼다 벗었다를 반복할 것 같아. 그러다가 눈동자가 마구마구 흔들려서 확 가면을 벗은 후에 가면과 확 멀어진 후에 가면을 멍 때리는 표정으로 바라볼 것 같아. 그리고 막 신사로 뛰어간 후에, 세전함에 올리고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달라고 막막 빌 것 같아.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망설이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가면을 썼다가 또 보이는 모습에 홱 벗은 후에 눈을 감고 이건 꿈이야. 환각이야 잘못된거야. 하면서 막 진정하려고 할 것 같네.
"해외에 나가면... 확실히 자주 오긴 힘들겠네요." 어리광같은 파동의 튀어오름을 담은 것처럼 모르는 척을 하면서 딴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그 딴얘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얘기에 반응한 것처럼 파닥거린 금붕어 때문에 7마리를 잡고 나서 종이채가 찢어져버린 것이죠. 그러니까 보이는 거랑 실제로 하는 거랑은 다른 얘기란 겁니다. 게임도 이론상으로 여기에 가서 여기에서 그걸 조심하고 이걸 하면 좋다. 인데 그걸 실제로 할 때엔. 왜 이게 안되지. 같은 거니까요.
"지금이요? 하긴.. 축제 때 현혹하는 게 많기는 해요." "저도.. 제법 쓸 수도 있고요?" 사실 이즈미가 돈을 많이 쓰지는 않는 타입이긴 합니다. 애초에 별가에서 지내는 것도 부모님 덕이고.(그런데도 제법 데면데면한 것은 이즈미 잘못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그리고 히라무의 결과값을 보고는 눈이 살짝 동그래집니다.
"오...." "이번에는 졌네요." 소원을 걸었을 때 졌다는 생각을 하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게 당연했군요. 소원을 보통 들어주는 타입인데 소원을 걸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히라무를 바라봅니다.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은 들어주겠다. 같은 표정일까요...?
이즈미는 집중력이 좋다. 금붕어 건지는 이즈미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도 뜰채를 쓰는 손놀림에는 영향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즈미의 집중력이 아무리 좋아도 간절한 염원이 수면에는 닿는 법! 금붕어가 말소리에 놀란 듯 파닥거리자 그게 올라 있던 뜰채가 찢어져 버렸다. 히라무는 저도 모르게 오오 감탄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즈미는 이미 붕어를 일곱 마리 건졌다...
그런데 히라무가 아홉 마리 건질 줄이야!
천렵 등 실제 낚시로 여러 번 훈련한 보람이 있다! 히라무는 득의양양하여 양손에 물고기 보따리를 들었다. 만면에 자랑스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야호! 이즈미상 졸업하기 전에 클리어했다!"
아슬아슬하게 업적을 달성한 이 짜릿함!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히라무에게 이즈미가 소원을 물어본다. 사실 소원을 엄청 깊게 생각하고 말했던 건 아니지만, 초코바나나 정도로 때우기에도 아쉬운 기회다. 히라무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라...
이즈미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라면 복불복에서 웬만해서는 복만 뽑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가능하지만.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나, 초면이거나 배우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첫번째는 복불복에서 마지막에 차례가 왔는데 모든 복이 나가고 불복만 있으면 어쩔 수 없지요? 두번째나 세번째는 양궁같은 걸로 예시를 들자면 활을 쏴본 적이 없으면 당연히 10점을 쏘진 못합니다... 다만 쏘는 사람을 보면서 아 조금만 더 움직이면 10점을 쏘겠다 같은 건 알 수 있을걸요.
"졸업 전에 클리어하는 거 어쩐지 타이머가 재깍째깍 돌아가고 있었던 거 같은 기분이네요." 머리 위에 돌아간다거나ㅡ 같은 생각을 합니다
"다음 여름때에도 오려면 좀 노력해야겠네요.." "못 들어줄 건 아니네요." "복권같은 거 사달라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는 농담이지만요?" 들어줄 수 있고 실제로 들어줄 수도 있는 소원을들은 이즈미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히라무를 바라봅니다.
"그거에 덤으로 초코바나나까지요." 초코가지를 하나 줄까 고민했지만(*사격에서 얻은 가지)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순순히 바나나를 사줄까 생각하면서 7마리 금붕어를 다시 아저씨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이런. 타이머를 타임오버시키는 것도 제법이었을 텐데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는 말입니다. 같은 층계참에 있다.. 이즈미는 생일이 늦은 편이긴 하니까. 졸업해도 층계참은 아직 올라가진 않았을 거 같긴 한데! 디저트카페 식사권같은 거라던가..도 나쁘지 않았을 테지만. 내년 여름.. 이라던가 같은 말을 하는 히라무를 바라보다가...
"그건.. 맞답니다." 그 발언에 동의합니다. 더 많은 것을 본다고 해도, 앞날을 아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더 많은 정보로, 예측을 많이 할 수 있을 뿐이지. 예를 들자면 양품을 고르는 거라던가? 그리고 2개 먹어도 되냐는 말을 듣고..
"다른 맛으로 2개 먹는 것도 좋겠지요?" 물론 같은 맛 2개를 먹고 싶다고 해도 상관없어하겠지만. 기본 초코바나나가 나와 있는 걸 집어들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 옆에 있는 초코바나나를 집어들려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히라무는 비로소 시원하게 웃어 보인다. 니시키리 가는 어느 날 갑자기 이사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이즈미도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히라무와 이즈미는 초코바나나 가게 앞으로 갔다. 옛날에는 초콜릿 위에 무지개 스프링클이 뿌려진 정통 초코바나나만 있었지만, 요새는 각양각색의 바나나들이 진열되어 있다. 예를 들면 딸기 초콜릿이나 말차 초콜릿 같은. 화이트 초콜릿도 있다! 히라무는 유심히 바나나들을 지켜보다가 오리지널 초코바나나를 하나 집었다.
"아! 그럼 진짜 두 개 먹어도 돼요? 아싸."
이즈미상은 역시 똑똑해. 진짜 다른 걸로 두 개 먹어도 되겠네. 히라무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즈미상은 뭐 먹을 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히라무는 신중하게 고른 두 번째 바나나를 집어들었다. 이즈미의 머리와 비슷한 적갈색 초콜릿이 바나나 위를 덮고 있다......
니시키리 일가가 이사갈 일은.. 거의 없죠. 일가의 일부분이 이사를 할 순 있어도. 아마 이즈미도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잘 돌아오지 못할 수도, 혹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법.. 낮으니까요.
"소원은.. 들어줘야죠." "신통한 것은 그런 일을 했으니까 그렇게 여겨졌을 거고요." 글쎄다. 싶은 표정을 잠깐 짓긴 했지만, 뭐 어떻겠는가. 어디 옛날 우물에 빠져서 전국시대로 간 여고생의 몸 안에 사혼의 구슬이 있었다는 것처럼 이즈미 몸 안에 여의주가 있진 않을 테고. 아마도.
"그렇죠. 더 먹어도 괜찮을걸요. 용돈도 용돈이고..." "간단하게 주식같은 것도 하거든요." 참고로 이즈미는 잃지는 않는다... 장기주식도 있고 단기도 파바바박 해본 적 있을 듯. 지금은 단기는 다 정리하고 장기만 묵혀두고 있지만(*고3이니까)
이즈미는 손도 안 댄 하바네로 초코바나나를 빤히 보다가 그것을 고른 히라무가 다른 초코바나나로 입안을 진화할 수 있기를 바랄 거 같습니다...
히라무는 아직 주식을 손대본 적은 없다. 책이나 방송에서 몇 번 봤지만, 주식이 불러오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목도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꼈을 뿐 직접 시도해본 적은 아직까지는 없기는 한데...지금은 다른 데 소비하기에도 바쁘다. 이즈미는 그렇게 말하는 걸 보아 많이 땄을 것 같다.
"먹어보고요. 흐흐, 오늘은 수확이 좋네요. 이즈미상한테 금붕어 건지기를 이기다니."
꿈도 안 꿔 봤는데. 이걸로 졸업인가? 어쩐지 성불하는 플래그를 착실히 세운 것 같긴 하지만 히라무는 괜찮을 것이다. 양손에 나란히 초코바나나를 든 히라무는 우선 오리지널 초코바나나부터 한 입 했다. 달콤하고 맛있다. 금방 다 먹어버릴 수 있으나 하바네로 초코바나나를 맛보아야 하기 때문에 참았다. 이걸 먹고 입 안을 진화할 정도는 남겨두어야 한다.
"맛있으면 이즈미상도 한 번 줄게요...어디."
히라무는 와앙 크게 한 입 베었다. 간도 크지.
맛은?
.dice 0 100. = 17 0 ??? 1~19 입에서 불난다 20~50 너무 매워.. 51~70 맵지만 견딜 만 71~90 맵단맵단의 적절한 조화 91~100 하 나 더
타오르는 화톳불에서 불꽃을 초로 옮겨 등불 안에 하나씩 담았다. 엷은 주황색의 화지(和紙) 뒤편에서 뾰족한 불빛이 떠올랐다. 가장자리에는 작은 여우가 그려져 있었는데, 가운데는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비워져 있었다. 퍼져나가는 빛의 행렬이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산길은 등불이 없어도 적확히 보일 만큼 밝다. 오늘의 달은 만월이다. 쨍한 흰색의 월면은 전차의 헤드라이트만큼 눈부시다.
“매년 저렇게 많은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이나리는 ‘값싼 신’이 되고 말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이 목소리는······ 엔도다!
그 귀찮음의 화신 같은 인간이 어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엔도는 놀란 시선에는 아랑곳않고 말을 꺼냈다. “카미노에게 손을 써 놨다네. 낚시도구점의 그 샌님 말이야. 녀석도 내 제자였거든. 자네들이 부탁하면 쿠레비호에 배를 내 주기로 했어. 뱃삯만 제대로 치른다면, 여우가 잠든 쿠레비호 바로 위에서 등불을 띄우는 일도 가능하겠지······.”
그러면서, 엔도의 손가락이 호수 쪽을 가리켰다. 순간 위아래가 뒤집혀 하늘을 보고 있다고 착각할 듯했다. 눈이 멀 정도로 반짝이는 달빛. 보름달의 둥근 광륜이 잔잔한 호수의 표면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게 내리앉아 있었다. 마치 그 위로 걸을 수 있을 듯하다.
“그나저나 나는 지금부터 바다에 낚시를 하러 갈 건데······. 제군, 따라갈 사람은 있는가? 차에 태워 주지. 자정이 지나면 썰물이니 바다 위에 등불을 띄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가마쿠라 시대에 저 앞에서 해적선이 침몰했다는 소문도 있으니, 해양 쓰레기를 조금 늘리는 것쯤이야 문제 없지 않겠나. 대신에 시트 태워먹지 않게 등불은 짐칸에 놓아 두도록.”
엔도는 길게 하품하며 가구라 무대 바깥쪽에 세워 둔 트럭으로 걸어갔다. “다들, 어두우니까 뛰지 말고 천천히!” 저편에서는 케이시 요시마사가 아이들 몇 명을 이끌고 등불을 쥔 사람들의 행렬을 인도해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집행부원들의 손에 들린 등불과 먹물 머금은 붓은 여전히 문장을 기다리며 침묵하고 있다.
▶ 이벤트 테마 : 나는 오늘도(僕は今日も) - Vaundy - 이벤트 페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십음도순으로 정렬)
[A조] 카나타, 이즈미 [B조] 하나요, 마이 [C조] 히라무, 미카
- 이벤트에 돌입하기 전, 페어와 상의를 통해 어느 곳에서 등불을 띄울지 결정하면 됩니다. 참고로, 행선지를 동일한 장소로 정했더라도 다른 조와 따로 이동한 것으로 간주해도 좋습니다.
① 카미노 렌에게 의뢰해 쿠레비호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뱃삯 「라무네」 5개가 필요하며, 공동 지불이 가능합니다. 또한 특정 「부적」을 보유하면 특별한 스토리가 해금됩니다. ② 케이시 요시마사를 따라가서 하토가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특정 「부적」을 보유하면 특별한 스토리가 해금됩니다. ③ 엔도 선생과 동행하여 해안가로 향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dice 0 18. 판정에서 6 이상을 얻으면 등불을 꺼뜨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운명력」 사용이 가능합니다.
- 자기 조의 행선지를 정하고 나면 「소원」을 써서 등불에 띄워 보내는 레스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 모든 행선지가 정해지고 나면, 추가 이벤트 스토리가 해금됩니다. - 해당 이벤트의 기간은 8월 30일(금) 24시까지입니다.
히라무주도 안녕! 그러게. 나도 못 돌려본 친구와 마지막으로 한번 딱 돌리고 싶었거든! 사실 어느 쪽이어도 별 상관은 없었다만! 사실 우리 스레의 일상 속도나 그런 것들을 보면.. 아마도 이번이 각자의 마지막 일상이 될 가능성이 커보이기도 해서... 특히나 더 말이지. 아예 못 돌려본 이가 현 기준 2명이 있다만...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역시.
소원이 없는 경우,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지 않는 경우 모두 묘사는 자유롭게 하면 돼. 소원을 쓰지 않아도 되고, 거짓 소원을 써도 되고, 남의 소원을 써도 되는 거고.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면 등불을 내던져 버리는 것도... 물 위에 띄우는 것 외에는, 소원이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 사람의 대화에 주목하고 싶구만 (´・ω・`)
음. 그래도 페어이벤트라고 해서 페어하고만 하루종일 놀 순 없으니까 일단 그와는 별개로 일상은 구해봐야겠어! 아직 축제 일상 좀 더 돌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최대한 돌릴만큼 돌리고 간다! 축제 일상 아니어도 이런저런 상황 돌릴 수 있을테고!
>>673 저두 갱신해둘게영!!! ㅋ ㅋㅋㅋ ㅋ ㅋ ㅋ ㅎ 노부적 동지...^^ 그럼 우리에겐 다갓뿐이야 엔도쌤과 함께 바닷가로 나가는거 어떠세영 히라무에겐 미라이쨩이 준 빨.부밖에 없어서 다른 데 가면 딱히 해금될만한 게 없을 거 같음...^ㅠ 다른 분들에게는 하양부적 있으니까 이나리쨩 나올지도...(기대)(설렘)
카나타는 소원을 이루는 것에 대해선 크게 흥미가 없었다. 분명히 집행부 초기에 소원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지만, 애초에 그것 때문에 집행부 일을 임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임한 것 뿐이었다. 자신의 소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꼭 이뤄야겠다는 마음 또한 없었다. 감성이 매말랐다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소원은 그저 자신만족에 지나지 않는 너무나 이기적인 것이었으니까.
어쨌든 등불을 얻으려면 2인 1조여야 했고, 자신은 일단 혼자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는 도중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이즈미의 모습이었다.
"니시키리?"
이 아이가 왜 여기에? 아. 얘도 소원 관련으로 온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어차피 2인 1조라면 한 명이 더 있어야 하니, 얘랑 같이 가면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단 등불을 받았다. 이어지는 그의 제안. 쿠레비호로 가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쿠레비호. 너무 좋아."
먼 옛날, 여우가 뛰어들어 홍수를 막았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져내려오는 곳. 이나리 신이 절로 떠올라 그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그는 살며시 등불을 든 후, 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쿠레비호를 향해 걸었다.
"...그건 그렇고 의외네. ...니시키리는 딱히 이런 거 흥미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루고 싶은 소원이라도 있는거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다들 안녕! 그리고 스즈네주가 시트를 내렸구나. 또 어딘가에서 보길 바랄게!
등불을 얻는 것. 무난합니다. 쿠레비호로 가는 것이 좋다는 동의를 구한 이즈미는 쿠레비호로 갈 준비를 할 거 같네요. 간단한 벌레퇴치팔찌나 스프레이, 핸드폰. 정도? 그러다가 카나타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
"흥미가 없다... 라기보다는, 티가 잘 나지 않아서 그렇죠." "소원이 있기는 하거든요... 그게. 이루기 어려운가 쉬운가를 따지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소원이라는 것을 이룬다... 같은 것이 어떤 것인지 관찰하고 싶다. 정도의 감각은 있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고. 스스로도 이룰 수는 있는 것이기에(*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호시노 군은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려나요?" 간단하게 물어보려 합니다. 갈 때까지는 시간이 살짝 있으니까.
자신은 딱히 소원을 이룰 생각이 없었기에, 상대도 소원을 이룰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었을지도 모르나 다행히 그건 카나타의 기우로 끝난 모양이었다. 이어 카나타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이즈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렇다면 이 애의 소원은 무엇일까? 물어도 괜찮을까? 아니면 아무 것도 묻지 말아야 할까. 그런 고민을 잠시. 카나타는 막 들려오는 질문에 바로 대답했다.
"...소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이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야. ...그러니까 네 소원만 써도 괜찮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자신은 딱히 소원을 이룰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힌 카나타는 잠시 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즈미를 바라보더니 넌지시 질문했다.
"...니시키리는 뭘 이루고 싶어? ...말하기 곤란하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딱히 억지로 캐낼 생각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렇게 질문하며, 이즈미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히라무뿐만 아니라 카나타도 이즈미도 마이도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는군 지친 사람의 비극이야
음, 앞다리살도 소금구이 해먹으니 맛있네.
>>731 지금 시점에서 딱히 뭔가 생각나는 것은 없고... 그냥 배 같이 탈 사람 있나 하고 둘러보다가 마침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느낌으로 괜찮으려나. 혹시 히라무와 미카즈키가 배를 같이 탈 만한 괜찮은 계기가 생각나는 게 있다면 말해줘. 카나타와 이즈미가 1번으로 갔으니, 우리는 2번으로 가보자.
이루지 않아도 되는 소원이라. 어떤 소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소원을 써서 보내는 것은 자유니까요. 말리거나 권할 생각은 더 없어보입니다. 이즈미는 카나타의 질문을 받아침에 살짝 고갤 돌려보네요. 뭔가 시선이 보였던 것처럼?
"소원.. 소원이라.." "역시. 완벽하게 휙 사라지는 것처럼.. 소실.. 같은 쪽일지도 모르겠네요." "...는 농담이고요." 어깨를 으쓱입니다. 그렇지만 그것과 결이 아예 다르다. 까진 아닐지도 몰라요? 라는 듯이 조금 활기차게 등불을 들고 어디에 소원을 적을지를 살펴봅니다. 세필로 작게 적는 것도, 좀 크게 적는 것도 나름대로의 멋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실이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농담이라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소실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무서운 소원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그런 것을 빌 생각이었다만 아마 자신은 필사적으로 말리지 않았을까? 카나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등불을 들고 소원을 적으려고 하는 이즈미에게 등불을 넘겨주며 카나타는 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야기했다.
"...화목함? ...가족? 아니면 친구?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곳?"
그것도 아니면 모두인가? 화목하지 못한 집안에서 살아가나? 그런 생각을 잠시. 일단 이즈미가 무슨 답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는 답 그 자체에 납득을 하려고 하며 카나타는 가만히 혼자서 팔짱을 꼈다.
"...잘 모르겠지만, 그 소원. 꼭 이뤄지길 바랄게. 화목함은 좋은 거잖아."
그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 것. 그렇기에 좋은 소원. 그렇게 스스로 정의를 내리며 카나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 슬그머니 이즈미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나리 신님을 믿어? 니시키리는?"
무슨 의도로 물은 것일까. 그건 오직 카나타만이 알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어갈 동안 목적지인 쿠레비호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완전히 이룰 수 없기에 소원이라고도 할 수 있냐라. 그 물음에 카나타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대답했다. 정확히 그의 소원이 어떤 것인진 알 길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있어선 간절하고 이루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는 있기에 소원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카나타는 그 정도로만 대답하기로 했다. 그 이상 깊게 파고드는 것은 타인의 소원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 같아 조금 별로였기 때문에.
달리 말하자면 자신 역시 자신의 소원으로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은 질색이었다.
"...믿어. 아니. 있어야만 해. ...귀엽잖아. 여우잖아."
'여우'라는 단어를 그는 특히 더 강조했다. 마치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 마침내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 옛날, 여우가 뛰어내렸다고 하는 바로 그 장소. 그곳을 가만히 바라보며 카나타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후우 소리를 내뱉었다.
"그렇지? 그렇지? 여우는 털이 복슬복슬해. 나도 딱 한 번 만져본 적이 있지만 엄청 복슬복슬해. 어디 그뿐이야?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그 귀여움이 또 얼마나 좋은지 몰라. 거기다가 개과라서........ 미안."
여우 이야기가 나오자 카나타는 자신도 모르게 평소와는 다르게 눈을 반짝이면서 이런저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곧 정신을 차리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순간 자제를 하지 못한 자신에게 부끄러웠는지,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이어 자신의 평소 무심한 듯한 표정을 되찾으며 그는 조금 더 앞으로 걸었다.
"...뭐라고 쓴 거야? 이거? ...역시 안 가르쳐주는거야?"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확실하게 물어보려고 하며 카나타는 가만히 글씨를 바라봤다. 유려한 글씨체의 내용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끄응...끄응...소리를 내며 읽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잘 읽히지 않았기에 그는 한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어쨌든 그와 마찬가지로 배를 찾으려고 하는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카미노라는 사람이 태워다준다고 하지 않았나?"
이어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저편에서 배 한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즈미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면서 그에게 말했다.
"어딘가에서는 여우를 고양이와 개를 더한 느낌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실제로 키울 때에는 어떨진.. 모르겠지만요" 여우 덕후스러움을 뽐내는 카나타를 빤히 쳐다봅니다. 여우를 직접 키울 수 있다면 이미 키우고도 남았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을까요?
"말 그대로 화목함을 바란다.. 정도에요." "생각보다.. 데면데면하거든요." 뭐라고 썼는지 안 알려줄..건 아니지요. 아까 조금 말했던 그대로 화목함입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해결됨과 그것이 그렇지 않다라는 것 사이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 데면데면해지는 것이었다. 였던 거지만. 그래도 좀 더 화목해지는 걸 바랄 순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는군요. 가족과의 화목함에 제일 가깝긴 하지만... 가끔은.. 아예 다르다면.. 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아 저 배인가 보네요..." 저 배가 그런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카나타와 같이 걸어가려 합니다.
애초에 여우를 키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고, 키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서 얻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야생 여우를 잡아다가 집에서 기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아쉬운 표정을 가득 지었다. 역시 동물원 같은 곳에서 볼 수밖에 없나. 그런 아쉬운 가정을 가득 품으면서 그는 제 질문의 답변을 들었다.
"...화목이라."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이런 것을 소원으로 정말로 빌 정도면 집안이 그다지 화목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한해의 건강을 빌듯이 가볍게 비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역시 너무 깊게 들어갈 것 같았기에 그는 굳이 질문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용히 이즈미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 소원. 꼭 이뤄지길 빌게." 그렇게 짧은 말을 남길 뿐이었다.
이어 그는 배 근처에 도착했고, 대가를 요구하는 말에 그 대가를 지불했다. 물론 전부 내기는 힘들었기에, 이즈미에게도 어느 정도 지불을 요청하긴 했지만.
애초에 자신은 그렇게 등불을 띄운다고 해서 소원이 이뤄질지, 아니면 이뤄지지 않을지는 알지 못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물에 떠다니는 등불은 상당히 예쁠 것이라는 점. 그의 관심사는 오직 그곳에 있었다. 물론 일부는 이즈미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대가를 지불했으니 배는 탈 수 있었고, 그는 살며시 배 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괜찮아. ...한다고 해도, 내가 옆에 있을테니까."
싱긋. 그렇게 미소를 보이면서 카나타는 이즈미에게 어서 올라타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그가 붙잡을지. 아니면 붙잡지 않고 혼자서 탈지는 개인의 자유였다. 물론 붙잡는다면 그는 가볍게 이즈미를 태우면서 배 위에 제대로 올라탔을 것이다. 바람이 불긴 했으나 호수가 그렇게 흔들릴 일은 없었다. 여긴 바다가 아니었으니 파도도 없었으니까.
허나 일단은 물 위. 배는 가볍게 출렁였고, 이내 두 사람이 타자 배가 천천히 앞으로 가는 것이 보였을 것이다. 그래봐야 호수이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은 없겠지만...
"...이 날이 지나면... 집행부 일도 끝나겠구나. ...뭔가... 아쉽네."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카나타는 이즈미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넌지시 물었다. 집행부 생활. 괜찮았어? 그런 물음을.
모든 답은 이나리님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 아래에서 고요하게 묻혀있는 것들도... 물 위에서 말라가는 것도... 다른 것들도... 생각이 복잡하면서도, 동시에 배멀미를 해도 옆에 있어준다는 말에 옅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건 다행이네요. 라고 답하려 합니다.
"하긴.. 배멀미를 해도 호수에서 사고나진 않을 걸요." 구명조끼나 튜브를 붙잡지도 못할 정도로 꼬르륽 가라앉으면 그것도 곤란한데.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주 잠깐 진짜 빠지면 이나리님하고 만날 찬스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 와중에 붙잡아준다면 감사하다는 의사와 함께 붙잡고 타려 합니다.
"집행부... 좀 바쁘긴 했지만 집행부가 아니고서는 못하는 일들은. 이 때여야 한다.. 라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전반적으로 괜찮았다는 듯한 말을 하며 이즈미는 뱃전에서 호수를 내려다봅니다. 충동에 몸을 맡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내려다보는 것 뿐이었지만.
무엇보다 파도가 치지 않는 이런 호수에서 그런 일이 있겠냐는 듯, 카나타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며 가만히 근처 풍경을 바라봤다. 등을 쳐 줄 수는 있으니 안심하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바다처럼 배가 빠르게 나아가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 속도는 있었고, 그로 인해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애초에 호수가 넓다고 한들 엄청 넓은 것은 아니었으니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 아니었을까.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는 눈을 감으면서 이즈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졸업. 그 단어를 그는 조용히 읊었다. 언젠가 자신도 이즈미도 졸업해서 학교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던가. 아마 여름방학이 끝나면 자신도 일단은 고3이니 어느 정도 공부를 할테고, 그러면 자연히 지금 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그는 큰 아쉬움이 없었다. 누구나 지나가야 하는 길이 아니던가. 자신에게도 왔을 뿐이었다.
"...여름방학 끝나면 또 공부해야겠네. ...서로 열심히 하자. ...너도 가고 싶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말이야. ...나는 이 근처 대학이 아니면 갈 생각은 없지만."
/갱신이야! 다들 안녕! 그리고 마이주는...맙소사...8ㅅ8 아이고..푹 쉬고...하루 빨리 낫길 바랄게!
다만 그 소년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어느덧 밤이 자욱히 내린 토키와라에 서서, 마치 자신만 그 때의 밖에 외떨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그림자에도 빛에도 잠기지 않고, 소년은 가만히 저 머나먼 곳을, 토키와라의 저 너머를,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도 밤의 야음에 가리워 흩어져 가리킬 수도 없는 저 어둠 너머를... 무엇 하나 보일 리 없는 곳을 멀거니, 밤처럼 새까만 머리와 달처럼 하이얀 얼굴을 하고서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빈손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줄거리는 물소리가 야속히 소년의 주변으로, 어떤 알아듣지 못할 주문이나 암호문마저도 되지 못한 뜻없는 주절거림이 되어 아련히 흩어져간다.
마치 이 여름이, 한갓 실없는 농담이었기라도 한 것처럼.
그 낯선 이방인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라도 있는 것 같았다. 그 무엇도 그 이방인을 위해주거나 찾아오거나 할 리 일절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마침내 이것이 자신에게 합당한 일이기라도 한 듯이. 어느 국도에서,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를 디디와 고고 대신 기다리며 서 있기라도 하듯이.
시작보다는 확실히 사람이 많이 줄었지. 하지만 스레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복불복이라고 생각하는지라... 굳이 말하자면 나도 조금 더 많이 돌리지 못한 것이 아쉽네. 2회차 일상... 츠키주 빼면 돌린 이가 없기도 하고.. 아. 지금 이즈미주와 돌리는 거 2회차로 치면 되려나. 어쨌든!
뭔가... 시작보다 서사가 쌓인 것이 없어서 괜히 아쉽다는 그런 느낌이야. 하지만 이건 내가 아쉽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 그러러니 하고 넘길 수밖에!
에잇! 10일 뒤면 끝이야! 그러니까 카나타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겠는 거 있으면 막막 물어봐라!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은 답한다!
추가적으로 카나타의 소원 관련으로 아마 눈치챈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카나타는 '변하지 않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야. 일상에서도 몰래 과자나 이런거 두고, 다른 사람 일을 많이 도와줬다는 언급은 꽤 했었는데.. 사실 이것도 '꼭 자신이 해야만 한다'라는 의무감이나 선배로서의 책임감 그런 것보다는 '이전부터 쭉 했으니까 그냥 이번에도 내가 해야지.' 라는 생각에 가까워.
물론 이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카나타가 좋다고 하니까 어쩌겠어. 인정할건 해야지!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이런 모습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변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이 쭉 유지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있다고 하네.
제법 나쁘지 않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카나타는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이런 밤에 물에 빠지면 보통 추운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가 여기는 연못이 아니라 호수. 깊이도 장난이 아닐터. 절대로 안된다는 듯이 그는 다시 한번 빠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렇구나. ...돌아올거야?"
내년에는 없을 확률이 더 높다. 그 말을 들은 카나타의 표정일 살며시 어두워졌다. 그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적어도 카나타는 제 입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작은 고집일 뿐이었으니까. 이즈미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역시 모두... 거기까지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다시 빠르게 저은 후에 두 손을 올려 자신의 뺨을 강하게 쳤다.
"...응원해. 어느쪽이건."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린 후,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밀크 커러멜을 꺼냈다. 그리고 이즈미에게 하나 내밀었다.
"이거 먹을래? ...그리고 슬슬 띄우면 될 것 같아. ...기분이 묘하네. 이 넓은 호수에 빛나는 등불이 우리가 띄우는 등불이라니."
하지만 나쁘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살며시 뒤로 물러섰다. 이런 것은 소원을 담은 이가 띄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현대 과학적으로 증명되어서 나아진 것이랑 그걸 좋아하지 않는 거랑 싸우기도 했고.. 그 외에 가장 최근 전설상 인물(*아키라)은 좀 돌아있다가 결국 물에 빠져서 가셨으니까 과보호가 좀 있어서 싸우기? 혹은 일종의 타협?도 했어서 생각보다 가족간의 관계가 데면데면한 느낌이 있어서.. 그래요.
뭐랄까. 나는 솔직히 이번 일상이 끝나면 모르겠네. 참 이게 뭐라고 해야할까. 카나타와 친분이 있는 이들은 모두 시트를 내리거나 사라져버렸으니 말이지.
솔직히 망망대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야. 지금 와서 새롭게 친분을 쌓아 올리자니 그건 너무 늦었고 말이지. 역시 초기에 선관을 깊게 막막 짜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사실 난 선관 막 엄청 많이 늘리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사실 선관에 너무 얽매이면 선관=엔딩때까지의 관계. 이렇게 되버리는 경우가 많았거든. 그래서 좀 적당히 짜고 그랬는데.. 이게 패인이었나! (털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조금 생각해봐야겠네! 아..불평은 아니야. 그냥 간만에 망망대해 느낌이라서!
어두운 밤에 제한된 조명에서 보기 때문에 더욱 짙게 느껴지는 걸까? 미카는 웃고 있지만, 깊고 차분한 심해의 물고기처럼 히라무를 본다. 히라무는 잠깐 의아해졌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 움직이는 미카는 태양빛에 썬캡을 쓰고 땀방울을 흩날리는 채로, 수면을 거슬러 뛰어오르는 날치처럼...
"어, 그런가요...죄송합니다."
히라무는 꼬리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흩을 겸 인사를 던졌다. 목소리도 상상했던 것보다 낮은 느낌이다. 왜 덜 낮게 상상했더라? 그야 그라운드 위에서의 그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는데, 맞다!
"아!"
그제야 히라무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말했다.
"저, 혹시 야구하세요? 그러면 왠지 낯익은 이유를 알 것 같아서요...몇 번 봤을지도. 학교에서."
미카의 질문에 히라무는 들고 있던 등불을 내려다보았다. 밤바람에 등불이 한들한들 흩날리고 있다. 좀 어렵겠지만 불은 배 위에서 붙일 심산이었다. 지금 붙이면 잘못했다간 꺼져버릴 테고 그것대로 귀찮다.
지금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를 할 수 없었는지, 카나타는 괜히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특별히 무슨 말이 더 있진 않았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결국 변하는 것은 변해가기 마련이었다. '변화'가 일어난다면 스스로 그것을 응원해주는 것이 맞는 법이니까. 아쉬움은 가라앉히면서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가만히 물결을 바라봤다.
"...나는 여기에 쭉 있을 생각이야. ...얼마든지 오고 싶으면 와. ...호시노 이누네코랜드에."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아. 그렇게 말하는 카나타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한편, 호수 위에 등불이 떠오르자 그 고요한 빛이 모든 것을 감싸는 듯 했다. 어둠이 사라지며, 잔잔한 불빛이 호수를 감쌌다. 그 호수 너머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카나타는 살며시 앞으로 걸어가며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리고 어쩌면 투명하게 비칠 그 너머의 것도 보려고 했다. 가만히 손을 뻗어 호수에 대려고 하는 듯 했으나 곧 그는 손을 치웠다.
"...이나리님. 당신에게 바치는 등불을 받으시고, 니시키리의 소원을 부디 들어주십시오."
고요하고 건조한, 그러면서도 다정함이 살짝 녹아있는 목소리로 그는 호수에 자신의 기원을 바쳤다. 품에 안고 있던 소원은 아니었으나, 이 정도라면 괜찮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히라무의 회상은 틀리지 않다. 뭐 한때 날리던 유명한 투수의 손자가 마을에 돌아온다고 쑥덕대는 소리가 귀를 스쳐간 적이 있을까. 아무튼 이 이방인은 그 투수가 맞았다. 볼캡을 푹 눌러쓰고, 이따금 태양 아래 선명히 빛나는 새파란 색채의 눈동자가 히라무의 시선과 이따금 한 번씩 스쳐 마주치던, 멋진 슬라이더를 던지던 그 사람- 그러나 지금 여기에 있는 그는, 히라무가 기억하고 있던 낮의 모습을 허물마냥 벗어던지고 이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았다.
"글쎄. 어디든 괜찮아. 지명 다 잊어버리기도 했고, 딱히 뱃삯도 없고..."
히라무의 목적어만 남긴 조심스런 질문에, 이방인은 선뜻 대답을 내어놓았다. 이방인다운 대답이다. 이제 딱히 자신을 가려줄 허물이 없기도 했고.
"하토가와라."
히라무의 말을 한번 되감고는, 그는 히라무를 가만히 바라보며 반문했다.
"합석할 자리가 있을까?"
그리고는 몇 번 본 기억이 있던, 아마 히라무도 몇 병인가 갖고 있을 브랜드의 라무네병을 꺼내어보인다.
꼭 이즈미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물론 여름방학이 끝나면 한동안은 그곳의 일을 도와주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역시 그곳에 계속 있을테니까. 이렇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는 것에 카나타는 안도했다. 누가 들으면 이해를 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왜 그렇게 생각을 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그러겠다는데.
카나타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등불을 바라봤다. 조용히... 조용히... 그 불빛이 천천히 떠가면서 어둠을 빛내며 어쩌면 여우가 뛰어들었을지도 모르는 그 위치까지 흘러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돌아가자. 다른 등불도 봐야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을 등불. 그런 등불을 잔잔하게 바라보는 것 또한 하나의 여흥이었다. 오늘은 바로 돌아가지 말고 이렇게 근처를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다가 가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언제 생각해도 말재주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좀 더 이런저런 말을 할법도 하건만, 결국 나오는 것은 이런 건조한 목소리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이즈미를 바라보던 카나타는 "말재주가 없어서 미안."이라는 말을 살며시 남겼다. 물론 이즈미가 어떻게 생각할진 그로서도 알 길이 없었지만.
이내 카나타는 돌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배는 천천히 호수 바깥을 향해서 이동했다. 호수 바깥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까. 조금 더 이런저런 곳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테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겠고, 아직 이어지는 축제장에 들려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면서 카나타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이나리 신님. 안 나와주려나. ...이런 곳에서 유일하게 등불 하나가 빛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즈미에게 괜히 그렇게 물어보며 그는 점점 멀어지는 등불. 그리고 호수 중심가를 가만히 바라봤다. 육지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그의 시선은 아마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이다.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행이 맞으니까요. 말재주가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에는 글쎄요.. 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예측이나.. 숨은 것을 파헤치는 것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 또한 다 경험이 기반되어야 하는 것인 만큼, 확실하지 않습니다. 잘만 사용한다면 사람을 휘어잡을 수도 있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나리 신님께서 나와주신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나와주신다면 좋은 일일 텐데 말이지요. 라는 말을 하는 이즈미입니다. 이나리 신님이 나와주신다면 쓰담쓰담을 할 수 있어보일지도? 음. 근데 쿠레비호에 꽤 오랫동안 계셨다면 털말리는 데 한세월일지도 모릅니다. 등불도. 다른 주위광경도. 어딘가 멍하게 집중하게 되는 깜박임이 느껴지는 것처럼 빤히 쳐다보게 됩니다...
그 말을 하는 카나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필시 이나리 신은 귀여움의 대명사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두 눈동자가 상당히 초롱초롱 반짝였다. 혹시나 어딘가에서 여우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라도 했는지 두리번, 두리번.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카나타의 표정은 이내 실망으로 가득 찼다. 아무리 둘러봐도 여우로 보이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하긴, 나올리 없겠지."
아쉬운 목소리를 내던 그는 배가 육지에 도착하자 재빠르게 내렸다. 그리고 이즈미에게 잡고 내려오라는 듯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만약 그가 붙잡았으면 안전하게 육지로 내려줬을 것이고, 잡지 않고 그대로 내렸다면 손을 아래로 내렸을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정말로 자연스럽게.
"그럼...니시키리는 이제 어쩔거야? 나는 적당히 둘러보다가 갈 생각이야."
등불도 보고, 축제도 둘러보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이즈미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뭐라고 할지 나름 궁금하다는 듯.
/어... 뭔가 초고속으로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 오브 기분이네. 일단 막레에 비슷한 느낌이 되려나? 이거? 일단 등불을 띄우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야. 이번 이벤트!
어째서일까, 똑똑히 들었는데 들리지 않는 이름. 잘 안 들린다고, 한번 더 그 이름을 말해주길 재청해보았으나, 히라무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이방인은 의뭉스레, 안개같은 웃음을 지어보일 뿐이다.
히라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많은 게 달라져있는 모습. ...무겁다? 아니. 그 표현은 공정하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무언가가, 이 이방인을 학교에서 보았을 때보다, 그는 무언가 많은 것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 이방인에게, 원래 응당 있었어야 할 것까지... 이 이방인을 이방인이 아니라 ■■■■ ■■■■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것들까지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끝에, 이것은 자신이 있던 자리에 자신을 붙들어주는 매듭들도 자신의 자리마저도 자기 자신마저도 모조리 잃어버리고 이 자리에서 히라무와 함께 부유하고 있었다. 게으른 주제에 욕심은 많았던 끝에, 전부 탕진해버린 게다.
이방인은 가만히 히라무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인사치레. 맞다. 인사치레였지만, 그래도 그 시바견같이 헤실하면서도 묘하게 야무진 구석이 있는 인상의 소년을, 히라무, 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잘 어울린다. 그렇게 느낀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네 열쇠를 쓸 곳, 아직 찾지 못했구나. 아직도 무언가를 연 일 없이 물결 따라 히라무의 가슴팍에서 춤추고 있는 열쇠를 바라보며, 이방인은 히라무의 말에 끝까지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도, 질문으로 마무리된 네 이야기.
"우리 할아버지는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인 나가쿠모 텐이치로야. 할아버지는 변화구를 엄청나게 잘 던지시는데, 마운드에서 쓸 수 있는 구종이 8종류가 넘었다던가. 그 중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 때마다 사용하신 게 커브야.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가 직선 궤도로 떨어지는데, 타자 입장에서 공이 둥실 떠올랐다가 포수 미트로 순간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대. 그 커브볼을 던질 때 할아버지의 투구 폼을 보고 메이저리그에서 그 커브에 붙여준 별명이 '크레센트 커브'... 내 아빠는 내가 할아버지를 뛰어넘길 원했고... 그래서 내 이름을 「미카즈키」라고 지어줬어..."
"정말로 바보같은 아빠야."
"내가 제일 잘 던지는 건..."
"왼팔로 던지는 직구거든."
이방인은,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호죠 히라무를 바라보며 흐릿하게 웃고 있었다. 보트의 물보라도 흔들림도 조금씩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어딘가를 열고 싶었을까? 이름에 들어 있는 의무를 지키고 싶다고 히라무는 줄곧 생각해 왔다. 이 열쇠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전에는 토키와라를 떠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친구를 만나서 그간 쌓아온 이야깃거리를 늘어놓을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고 소원을 빌려고 했다.
선배는 이름을 말해주지 않는다. 사장 할아버지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나 보다고 혹자는 말한다. 히라무는 반박한다. 이름을 몰라도 좋아할 수는 있지, 추억에 꼭 이름을 붙여야만 해?
이름 없는 향수야말로 평생을 간다.
이 밤도 그런 알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고, 히라무는 문득 그런 예감이 들어, 파도 사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바윗산 같은 선배를 물끄러미 본다. 선배는 히라무에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것도 서술형으로.
"초승달?"
히라무는 되물었다. 나가쿠모 텐이치라, 토키와라의 유명인을 수록한 한 장짜리 페이지에서 본 적 있다. 그 손자였구나. 그렇다면 나가쿠모...미카즈키. 예쁘고 특이한 이름이다. 그러나 선배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구나. 조금 더...이렇게 쭉 뻗은 이름이었으면 좋았을려나?"
아닐 수도 있지만. 히라무는 앞으로 두 팔을 나란히 폈다가 접었다.
"별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미카즈키, 선배는 종이배를 띄우시는 거죠? 어째서예요?"
모든 이야기가 명쾌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명쾌한 결말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 또한 있을 수 없다.
보편적으로 명쾌하고 시원한 마무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라도,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진 이에게는 불편하거나 혹은 찝찝한 뒷마무리가 될 수 있고, 많은 이들에게 이것이 대체 무슨 끝맺음이냐는 비난을 들을 만한 이야기도, 몇몇 이는 이 이야기를 빛내주는 결말이라고 평할 것이다. 성공도, 실패도 되지 못한 미결의 이야기라 해도, 미결이기에 그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것 또한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이 이방인은 히라무의 가슴팍에 매달린 그 열쇠가 결국에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이야기로 흘러가기를, 잠깐 바라보았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므로.
그래서 이 이방인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히라무에게 내려놓았다. 그렇구나 하고 갖고 있으면 어느샌가 흘러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이렇게 쭉 뻗은- 하고 익살을 떠는 히라무에게, 이방인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글쎄, 성이 나가쿠모長雲니까 괜찮지 않을까. 사실... 아무래도 좋아."
그렇게 말하며, 이방인은 주머니에서 새하얀 조각배를 다시 꺼냈다. 그리고 그걸 손으로 펼쳤다. 슬슬 물결이 잦아든다. 히라무의 질문에, 이방인은 시선을 들어 히라무를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크루아상은 초승달을 본따 만들어져서 이름이 그렇게 되었다고 책에서 읽었다. 크레센트 커브의 그것과 같은 명명법이다. 나가쿠모, 길다란 구름 사이에 초승달이라, 지금 눈앞의 선배는 은은한 달빛에 얼굴 선만을 드러내고 있으니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런가? 떠다니는 구름도 일직선인가? 흐핫. 저, 야구를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 책에서 본 적 있는 것은 크루아상 얘기뿐 아니다.
"직구라고 하시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있어서...책에서 본 얘기니까, 선배가 더 잘 아실지도 몰라요. 그, 나가쿠모 투수가 엄청 잘 던졌다는 커브 말이에요. 그건 초승달처럼 휘어져 들어가서, 낙차가 커서, 강력한 공이었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손이 발밑에 있던 라무네를 들어 올린다. 라무네를 연필 삼아 히라무는 허공에 궤적을 그렸다. 밑으로 오목한 초승달의 커브가 라무네 병뚜껑 끝에서 나온다.
"이건 위를 향하는 초승달이죠. 커브라면 이렇게 떨어지는 공이고...그런데 미카즈키 선배는 직구를 던지시니까, 직구 중에는 가는 길이 이런 느낌의 공도 있다고."
몸 쪽으로 끌어온 라무네 주둥이가 다시 새로운 선을 그렸다. 이번에는 위로 오목하게, 상하가 뒤집힌 꼴이다. 투구의 궤적으로 따진다면 커브를 거꾸로 뒤집어놓은 모양새다. 히라무는 다시 병을 가슴팍으로 가져와서, 쭉 앞으로 밀었다.
"음, 정확히는 일직선으로 이렇게 뻗다가..."
그러다가 끝에서 휙 꺾어 올렸다.
"바로 타자 앞에서, 둥실 떠오르는 공."
들린 라무네에서 딸랑이는 소리가 울린다. 히라무가 손장난처럼 병을 돌리고 있어서다. 구슬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초승달이잖아요? 상하가 반전된. 엄밀히 말하면 그건 부상하는 공은 아니라던데. 다른 직구에 비해서 낙차가 월등히 적어서, 사람 눈에는 떠오르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고. 멋있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공은 절대 중력을 거슬러 올라오진 않으니까, 모든 공은 어느 정도의 추락을 거치는 거죠. 그런데 그 추락이 남달라도 좋은 커브가 되고, 최대한 자기 길을 나아가도 독특한 직구가 된다는 게요."
선배의 입모양이야말로 초승달을 닮았는데. 둥글게 올라가는 입꼬리, 부드러운 입술 선. 꼭 할아버지의 커브나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도. 안쪽에 뭔가 검은 잉크가 점점이 찍혀 있는 종이배는 선배의 흘려보내는 미련을 태우고 있을 것이다.
"어떤 궤적이든 자신만의 궤적이면 좋은 공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이름도 멋있고. 라이징 패스트볼."
히라무가 그걸 건져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같이 배를 타게 된 인연에다 매일 안테나를 세우고 다니는 히라무의 성격상 그 미련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선배도 선배만의 초승달을 그리고 계신 건지도. 물론 그건 명백한 직구지만...선배는 초승달이니까."
미카즈키를 따라 빙긋이 웃던 히라무가 슬금 실눈을 떴다. 물어보는 것만큼은 나쁜 짓이 아니지 않나?
"놔준다면, 그건 못 이루는 소원...같은 건가요? 그냥 궁금해서요...말씀 안 하셔도 되고..."
어떤 구질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았기에, 이방인은 차분히, 쾌활한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앉아있었다. 삐걱. 배가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히라무의 구질 이야기가, 선배도 선배만의 초승달을 그리고 계신 건지도- 하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러고도 이방인은 조금 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묵묵히, 히라무를 바라보다가, 이방인은 입을 뗐다.
"호죠 씨. 초승달을 그리건 긴 구름을 그리건..."
물론 히라무의 말이 맞다. 누구나 자신의 궤적을 가지고 어떤 길을 따라간다. 그 길 끝에서 다양한 것들을 만나고, 마주친다. 그러므로 그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이들에게라면, 히라무의 조언은 매우 힘이 되는 격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방인은...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서 포수 미트에 꽂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아."
스트라이크냐, 아니면 그 밖의 쓰잘데없는 것이냐에 천착하여 살아온,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자라온, 투수였다. 여름을 향해 힘껏 내던진 공이, 차가운 홈런을 맞아 더 이상 손닿지 않을 곳으로 날아가버린. 스트라이크 존만이 오로지 향해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그에게 알려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난한 일일 것이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내 공이 닿기까진, 타석이 마운드에서 너무 멀리 있는걸..."
기울어져가는 초승달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히라무의 질문에, 그는 문득 손에 들린 종이배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그런 셈이야. 내겐 분에 넘치는 것들이라."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세요. 내가 좋아했던 모두를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 모르던 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 무엇의 앞에서도 꺾이지 않게 해주세요. 다른 이들과 함께 새로운 좋은 기억을 쓰게 해주세요. 그것으로 나쁜 기억들을 지울 수 있게 해주세요. 내가 다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내 여름을 되찾게 해주세요.
미카즈키의 표현은 친절하고 자세하다. 히라무가 조금만 더 야잘알이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히라무는 야구를 책으로 배우고 운동장에서 구경이나 한 야알? 수준의 지식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미카즈키의 단호한 말에 조금 멍청하게 대답했다.
"어? 그래요? 꼭 그 안에 꽂혀야 하는 거였어요?"
친구들이나 아버지 옆에서 관람하는 도중에 히라무는 아웃, 세이프, 스트라이크와 볼의 기준을 묻고는 했다. 야구는 직관적이지 않은 스포츠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홈런 정도? 그리고.
"타자가 헛스윙하면 상관없이 스트라이크 아닌...었구나?"
선배의 우울한 낯빛에 히라무는 늦게나마 눈치를 슬쩍 보았다.
"저, 진짜로 야구 잘 모르거든요. 아까 그것도 책에서 읽은 거고. 그냥 음, 뭐랄까...선배 기분을 풀어드리고 싶었어요. 미카즈키,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서."
타자가 헛스윙을 하더라도 포수는 공을 잡아야 한다. 헛스윙은 스트라이크가 되지만 포구 실패는 아웃이 되지 않는다. 낫 아웃 스트라이크에서 타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야 산다. 투수로만 뛰어오느라 어린 시절의 스위칭 기억을 잊어버린 학생에게는 당사자성 없는 이야기겠지만.
"근데 좀 재밌는 얘기를 하시네요. 선배 말씀대로면 야구는 투수만 하는 게임처럼 들리잖아요. 스트라이크를 꽂으면 투수는 좋겠죠. 그치만 점수가 나지는 않던데."
히라무는 라이터를 건네받아 스위치를 툭툭 당겼다. 불꽃이 훅 피어올랐다.
"야구는 모두가 같이 하는 게임이라고, 누군가 한 명이 이끌어갈 순 있어도,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대요. 그래야 배가 나가는 것처럼 나가는 거라고, 아빠가. 그라운드가 갑판이면 선수는 선원이래요. 아, 물론 선배가 열심히 고민하는 건 그 역할을 하시기 위해서겠지만요. 아니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등불 안으로 라이터 불꽃을 건네자 등불에 은은하게 빛이 들어섰다. 히라무는 미카즈키를 보았다. 선배는 곰발바닥 같은 손에 조그만한 종이배를 신성한 것이라도 되듯 조심스레 쥐고 있었다.
"타자가 헛스윙해도 물론 스트라이크지. 굳이 스트라이크를 낼 필요도 없어, 야수가 주자 잡아줄 거라고 믿고 땅볼을 뿌리는 것도 방법이야. 아웃카운트만 잡으면 그만이지. 네 말이 옳아. 야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지..."
아무것도 아닌 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비유가 그렇게 단순하게 끝날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야구라는 건 직관적이지 않은 만큼 오묘한 수싸움이 여러 가지 있는 스포츠니까. 포구 실패도 있었고, 포수가 할 걱정을 투수가 다 해버리던 이 투수에게는 그 포구실패 상황도 당연히 염두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저런 오묘한 경우의 수들을 일일이 시시콜콜 꼽아가며 빗댈 수가 없다. 애초에 헛스윙이니 땅볼이니 하기에는 공이 닿지도 못할 만치 타석이 저 멀리 멀어져갔고, 무엇보다...
"하지만... 내가 혼자 남았으니까."
...많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혹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멀어져갔다. 많은 이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단 한 사람도 붙들지 못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야구가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찌 모르겠는가. 아니, 가장 잘 안다. 그는 마운드 위에 서 있는데, 혼자이므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는 히라무의 말에, 이방인은 히라무를 바라보다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이렇게 상냥한 후배님인데, 혼자 떠나도 되었을걸 같이 와 주었는데. 마지막이라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그러기가 힘드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미카즈키는 조그만 종이배를 양옆으로 살짝 잡아당겨 벌려서는, 물에 띄울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히라무에게로 웃는 얼굴을 지어보였다.
겉으로 보기에 틀린 건 아니었구나. 야알?은 미카즈키의 설명을 흥미로운 눈으로 들었다. 꼭 스트라이크를 내서 삼진을 잡지 않아도 타자를 상대할 방법은 많다. 그건 야구가 투수만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구의 선배는 그 사실을 잘 알면서 무엇을 저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혼자 남았다는 말에 히라무는 종이배로 시선을 옮겼다. 종이배가 벌어졌다. 미카즈키는 왜인지 히라무에게 사과했다. 자기 기분이 도통 풀어지지 않는데도 히라무가 애써줬기 때문에? 히라무는 가만히 종이배를 지켜보다가 불 붙인 등불을 들어 올렸다.
"이것도 어차피 떠나보내긴 마찬가지예요."
등불도 띄워서 놔주는 것이다. 당연히 소원을 빌기는 하겠지만, 소원을 빈다는 의식 자체에는 아무런 힘도 없다. 띄우는 것은 등불 뿐, 싣는 것은 사람의 마음일 뿐이다.
"그 종이배는 선배죠?"
히라무는 미카즈키 쪽으로 다가가 목을 빼고 물 밑을 보았다. 검은 강물 위에 하얀빛이 반짝거린다. 물 냄새가 풍긴다. 다시 돌아와 미카즈키를 보고, 그 손 안에 항해할 준비가 된 종이배를 보고, 그다지 격앙되지는 않은 말투로 말했다.
"혼자서, 물결에 휩쓸려 가서, 가라앉을 때까지 정처없이 떠돌았으면 좋겠다..."
히라무는 등불 안에 소원을 적어두었다. 읽어줄 것까진 없다. 보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있잖아요 선배, 제가 생각하던 게 있는데요. 정말 이렇게 등을 띄워보내면 소원이 이뤄질까? 물론 그걸 바라고 띄워보내는 거긴 한데요, 음, 글쎄요. 소원이란 건 자기의 일부잖아요. 근데 그걸 신의 손에 맡긴다든가, 불로 태워 버린다든가, 물에 등으로 띄운다든가..."
혹시나 몰라서 부적도 다 챙겨 왔다.
"만약 끝까지 나만의 것으로 갖고가고 싶었으면 말하지도 않겠죠. 그런데 그렇게 다른 무언가에게 부탁을 하는 건, 일종의 고백이라고 생각해요. 나로서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까 난 띄워 보낼 거고, 누군가 건져 달라는."
히라무는 배 옆으로 가 등불을 강물에 띄워 올렸다. 물살이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금방 떠내려가진 않고 찬찬히 가까이에 머물러 출렁대고 있다.
"도와달라고 하는 건 딱히 나쁜 일도 아니고.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그것 때문에 도움 요청을 망설이면 배 위에선 끝이래요. 아빠가. 지금도 말하자면 배 위인가? 흐핫, 저는 배 탈 생각은 없지만..."
미카즈키도 슬슬 저 배를 띄울 시간이다. 고독하고 우울하지만 하얀, 아직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작은 종이배다.
"보내시는 그 녀석도 이거랑 같은 길로 갈 거예요. 같은 물길이라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까 선배도 너무..."
히라무주 안녕! 뭐랄까. 있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뭔가..뭔가라고 해야하나. 여기에 접속해 있어도 그냥 자리만 지키는 느낌이 계속 들고... 실제로도 나 혼자서 계속 있기만 한 적도 많고... 일상도 계속 구했지만 안 구해지는 것도 상당히 오래 되었고.... 이런 말 하면 다른 이들 뒷담 비슷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일상 구할 때 그냥 스루당하고 다른 이들이 매칭되는 것도 꽤 여러번 보였고... 그냥 여기에 계속 있는 것이 맞을까하는 느낌을 한 2주 동안 계속 받았거든. 그래도 일단 마지막 이벤트는 뛰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뛰었고......
아. 지금 남아있는 이들에게 뭐라고 화내는 것은 아니야. 그냥 이런 느낌을 8월 초부터 계속 보다보니까... 뭔가 조금 지쳤다라는 느낌이 큰 것 같네. 뭐..현생이 꼬인 것도 있겠고 바쁜 사정이 있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조금 지친다라는 감정이 큰 것 같아. 남은 1주일도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고...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어장에 안 온다기보다는 카나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라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어.
다시 말하지만 불평하거나 화내는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느낀 감정이 이런 느낌이다 정도인거지. 그냥 이거 쓰는 나는 꽤나 평온한 감정으로 음악을 듣고 있으니까 긴장할 거 없다!
>>918 글쿠나 흠 오히려 제가 보기에는 카나타주만큼 일상 활발하게 돌리신 분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뎅!! 솔직히 그간 많은 분들이 왔다 가시기도 했구...저도 일상은 자주 못 돌린 편에 속해서 머쓱타드^^; 인데영 카나타주가 항상 어장에서 일상도 자주 돌리신편이구 활발히 활동하시니까 어장이 조용하면 상대적으로 글케 느끼지 않으셨을까?? 제생각은 글네영 괜찮다구 하시니깐 다행이지만 넘 마음쓰지 마세영~~!!
하나요주 안녕! 누군가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것은 아니니까 사과는 안해도 괜찮아! 그냥 타이밍이라는 것이 잘 안 맞는 것이 크겠지. 역시. 그냥 여러모로 조금 이 스레에 있는 것이 조금 지친 것이 있다보니 말이야... 어쨌든 나랑 엔딩때 같이 있어도 특별히 뭐 있진 않다구. ㅋㅋㅋㅋㅋ 이미 풀 것도 다 풀었고 말이지. 다들 일상 아직 남아있기도 하고... 남은 기간은 1주일 뿐이지만... 그 남은 1주일도 지금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그냥 캐릭터 엔딩을 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절대로 누구에게 화내거나 탓하는 것은 아니야.
사실 정말로 한마디를 해주고 싶었던 이는 있었지만.. 이미 시트를 내리고 나간지 꽤 되었기에..뭐.. 이제와서 말해봐야 의미도 없고! 결론은 그냥 잔잔한 스레로서 기억에 남고 재밌었다 정도!
히라무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고 있던 이방인이, 한 마디 했다. 덜컹, 하고 발밑에 채이는 도로 연석과도 같은 말이었다. 이제는 무슨 색인지도, 무슨 빛인지도 알 수 없는... 한밤중의 강의 물결과도 같은 색의 눈이 히라무를 가만히 바라본다. 버림받고 버림받고 버림받고 버림받기를 반복한 쓸모없는 저따위 것을, 이제 와서 누가 건져주겠니.
"......마지막 한탄 같은 거야."
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니. 누가 와서 도와준다고 해도, 그 도움이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나 있을까. 아니 그전에 누가 도와주려고 하기나 할까. 애초에, 이 이방인은 한탄을 들먹였으나, 이제 와서는 한탄 같은 것을 하기에도 늦었다. 아퀴가 맞지 않아 헛도는 말은 히라무가 아니더라도 이미 질리도록 했다. 이곳에 이방인을 위한 여름은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소용없는 위로에 고통받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이 상냥한 소년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방인은 적어도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다.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에 하는 작별인사 같은 거라고 생각해줘."
어디론가 떠난다. 듣기에 따라서는 희망찬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방인은 잘 안다. 이 앞에 그를 위해 놓인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종이배에 닻 따위는 없다.
"나를 위한 여름 같은 것은... 없었어."
이방인은 뱃전에 천천히 올라섰다. 그리고 검은 물 위에, 조심스레, 그 하얀 종이배를 올려놓았다. 종이배는 살짝 가라앉는다 싶더니, 물 위에 떠서 목적지 없는 항해를 시작했다. 나직이, 인삿말이 히라무의 귓전에 울린다.
"너에게는 너를 위한 시간이 찾아오기를 바라."
물 위에 둥실 떠오른 종이배는, 곧잘 등불의 옆에 머물러 둥실 떠 있나 했으나... 이내 천천히 어디론가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등불이 조금씩 흘러가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물살과도 다른 방향으로. 다른 어느 것들과도 다른 방향으로. 맥없이, 천천히. 배가 출렁이며 하얀 포말이 일었고, 이내 그것은 등불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까? 난 두 사람 다 누구 찌르는것 같길래 아 하나요겠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내가 멋대로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걍 저리 표현한거였고.. 그래서 보고 음. 이리되면 미카를 찌를걸 그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하지만 이즈미도 좋았어. 동갑 고3 캐릭터로 남은게 이즈미 뿐이었으니까. 뭐 그렇다는 이야기. 다시 일하러 들어가야겠다..
나도 좋았어! 어차피 처음 만난 이를 못 만난다면 그래도 상대적으로 친한 캐릭터가 좋으니까! 비하인드 스토리로 카나타는 개학 후 이즈미에게 좀 더 친근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독백이라. 써주면 고맙지만 카나타와 하나요는 신은때 짧게 두 번 핑퐁한게 고작이니 나올 내용이 없을것 같은데.. 둘 사이에 무슨 에피소드가 있던 것도 아니고.. 힘들면 패스해도 상관없어 나라도 지금 하나요에게 뭐 쓰겠다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없기도 하고...(절레절레) 아. 그리고 마지막 키홀더는 이즈미가 가져가줘! 페어파트너 기념 우정의 선물이다!
듣기 싫다는 말인가? 히라무는 처음으로, 이 착해 보이는 선배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히라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거부감을 표시하다니. 물론 히라무의 주절거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귀를 막아 왔으나 히라무가 굴하지 않아 왔을 뿐이다. 제가 예전에 교토에 있을 때...야! 귀에서 피 난다!
오늘 처음 만난 미카즈키에게 영 예의없이 굴기는 했다. 그래도 히라무는 속이 찜찜해서, 이런저런 말을 건네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사장님에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그야 사장님은 훨씬 더...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계셨으니까.
"선배는 자꾸 늦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물론 시간은 중요하지만, 음..."
히라무에게도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열쇠의 이야기를 풀 시간도 지났고, 옛 친구를 만날 시간도 흘렀다고. 그러나 아무도 히라무에게 그 소원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저도 평생 못 풀 소원일지도 몰라요."
늦게라도 풀어낼 수 있도록, 자신은 그걸 바랄까?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기를? 찌푸림도 잠시, 히라무의 표정은 어느덧 평온하게 돌아와 있었다. 이상한 불꽃이 머릿속에 튄다. 등불에 비치는 불보다는 바닷가에서 피우는 스파클링 폭죽 모양이다.
아까 야구도 그렇고, 재미있는 얘기를 하시네. 히라무를 위한 시간도 히라무를 위한 여름도 없다. 세상은 누군가를 상정하고 걸어오지 않는다. 여름은 여름대로 찾아오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간다. 하다못해 등불조차 히라무를 위한 건 아니다. 이 열쇠도. 그렇다면...
"아."
히라무는 문득 짧게 외쳤다.
그럼 남은 시간을 히라무는 무엇으로 삼을까?
#막레로 할게영!!!! 미카의 상?태에 대해서는 미카주가 생각하고 계신 게 있는 것 같아서...먼가 잇고는 싶은데 일부러 건드리진 않아쓰영 ^^;머쓱타드
미카주도 수고 많으셨으영!!! 저도 안 돌려본 친구랑 돌리고 싶엇는데 미카나요 둘이 있어서... 누구로 할까 고민하다가 선관 살려보고 싶어서 한 거라 ㅋㅋㅋㅋㅋ 그런 비화가 있을 줄은 몰랏네영ㅋㅋㅋㅋㅋㅋ 엔딩전에 돌려주셔서 고마워영~~
내 표현력이 아쉽네.. 레스를 쓸 때 '나를 위한 여름'이 아니라 '이번 여름에 내 자리'가 없었다고 해야 하는 건데, 꼭 답레를 받아보고 나서야 표현을 잘못한 부분이 눈에 띄어버리는구나. 생각해보니 이번 스레에선 유달리 표현 미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영역이 잘못 지정돼서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 많았던 것 같네.
이즈미와 소원을 담은 등불을 띄운 후, 카나타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에 있는 등불을 가만히 구경했다. 자신들은 고요한 호수 위에 띄우긴 했으나 일반적으로는 그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띄웠으니까. 자신의 소원은 딱히 이룰 생각이 없지만, 그럼에도 어둠을 환하게 비추는 등불을 그는 좋아했다. 어두운 밤하늘이 땅에 그대로 구현된 것처럼 화사하고 화려한 빛이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반딧불 같기도 하고, 하늘에 떠 있는 별 같기도 해서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구경했다.
등불이 점점 멀어지는 것은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이며,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라는 것이었다. 돌아갈까.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고 카나타는 살며시 몸을 돌려 자신의 집이 있는 카페로 향했다. 걸어서 30~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지금부터 걸어가면 너무 늦기 전에 충분히 돌아갈 수 있었다.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그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었다.
'...여름방학도 슬슬 끝인가.'
한동안 바빠지겠네. 고3이 할법한 생각을 하면서 그는 조용히 눈을 감으면서 호흡을 약하게 내뱉었고 다시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딱히 어딘가에 들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집으로... 산책을 마친 후, 걸어가는 것처럼 천천히 근처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돌아갈 뿐.
오늘은 등불 띄워보내기 행사가 있어,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섞여서 그들을 도와주고 온 하나요입니다. 마지막 참여자가 등불을 띄워보내는 것을 도와주고 난 뒤에 토박토박 걸어서 집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개인 차편으로 데려다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하나요는 조금 더 걸어다니며 축제와 등불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여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참여자들의 소중한 소원의 한 쪽을 들여다보며 그들과 같이 조금 들뜬 기분에 뺨이 상기했습니다. 통금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구경다니며 추억에 젖어있다가 이제서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중입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입가에 싱글벙글하게 미소가 매달렸습니다. 그때 발견한 앞쪽에서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익숙합니다. 혹시 카나타 오빠가 아니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걸음을 빠르게 합니다. 남자를 앞서서 훌쩍 뛰어간 다음, 뒤쪽을 살며시 돌아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