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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어디지. 같은 혼란점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분명 동일한 거리였음에도, 사람들의 부스와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그리고 아는 이라고 해도 좀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탓에 평소보다 어질어질해지는 기간이 짧아질수도 있습니다. 비스듬하게 쓴 가면은 여우같습니다... 근데 유카타는 흰색 붉은색 검은색 계열이라.
"....머리가 조금.." 하늘하늘한 듯한 당신은 사람들의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한번도 와본 적 없는 듯한 곳까지 흘러들었습니다. 여기는 또 어디일까요? 마치 사람들이 빙글빙글 돌다가 이 공간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것처럼.
"나갈 자신은 없는데 말이지요." 한발짝 나가긴 해야하지만. 이라며 발을 옮길 때.. 다시 인파에 잠길 뻔한 걸 히라무가 발견하거나. 그렇게 밀려가다가 같이 잠겨서 허우적대는 히라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히라무는 포장한 야끼소바를 들고 인파 가운데를 떠다닌다. 물 위에 떠다니는 물고기처럼. 물 위를 떠다니는 물고기는 죽은 물고기 아니냐고? 좋은 지적이다. 특별히 목적지는 없고, 가마꾼 노릇도 한 후라 탄수화물 보충이나 하면서 구경 다니려고 했는데 피크 시간대다 보니 공기 반 사람 반이다.
사람에 휩쓸려 중앙 마당까지 내려가니 어느덧 옆에 있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몇 차례 반복됐다. 문득 옆을 보니 십 미터 앞에서도 눈에 띄는 빨간머리가 자리해 있다. 대충 물결무늬 핫피에 반바지 차림인 히라무와는 달리 제대로 유카타를 갖춰 입었다.
"오, 이즈미상, 좋은 저녁이에요."
안 그래도 별일 없으면 만날까 했는데.
"야끼소바 드실래요? 음..."
히라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단 여기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겠지? 인파를 탈출하려면 앞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옆으로 솟아나가야 한다고 들은 적 있다.
카나타가 몰래 뭔가를 했다길래 어레~ 카나쨩 뭐 했어~? 라며 스즈네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몰래 할 만한 것이 뭐가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문득 집행부실에 가끔 과자가 있었던게 생각났다. 그거 혹시 카나타였던 걸까? 혼자 생각하고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작게 킥킥 웃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뻔한 일이었다. 끝까지 모르는 척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웃음 짓기만 했다.
한결같이 저물지 않을 것 같던 웃음도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는 걸 누가 알까. 먼 야경의 빛이 겨우 비칠 뿐인 곳에선 자잘한 머리카락 만으로도 얼굴이 가려진다. 느슨하게 흘러나온 무언가는 그대로 흘러가버렸다. 미지근한 여름 밤공기와 함께. 스즈네는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금 웃었다. 그저 해본 소리라고 얼버무리며.
"...카나쨩답네~ 나는 무리~ 에요~ 그냥 무리~"
여전히 무게 없는 가벼운 말을 흘리며 소스에 뭉친 고기와 야채를 집어올린다. 충분히 식었으니 그대로 입에 넣어도 부드럽게 씹힐 뿐이었다. 한 입 다시 넣으니 그 다음은 어려울 것이 없다. 느긋하게 먹어가며 카나타의 대답을 듣고 다시 대답했다.
"음~ 보기 애매한 건 아닌데~ 히-쨩이 은근 장난기가 세서~ 오늘 공연 중에 보이면 무조건 잡아다가 마이크 앞에 세운댔거든~ 그거 절대로 농담 아닐 거란 말이지~"
나는 밴드 멤버도 아닌데 말야~ 라며 투덜거리듯 말한 스즈네는 남은 꼬치구이를 야금야금 먹었다.
"다 먹고 내려가면~ 아직 있을 거 같은데~ 가볼래~?"
방금 가면 잡힐거라고 말해놓고 가볼까~ 라고 말하는 건 장난인지 농담인지. 스즈네는 그저 키득키득 웃다가 카나타가 야끼소바를 열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한 입만. 이 아니라 자신의 꼬치구이 중 한 조각을 집어 카나타에게 내밀었다.
"이거 되게 맛있다~? 카나쨩도 먹어봐~"
생글생글 웃으며 하는 말이 그냥 평소랑 다를게 없다. 이번에도 가져가려는 건 피하고 입에 쏙 넣어주려는 것만 빼면. 그리고 그게 꽤나 매운 양념이었다는 점도 빼면 말이다.
말해줘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 그는 끝까지 비밀로 유지하겠다는 듯이 싱긋 웃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여기서 지금 내가 이것저것 간식을 뒀다라고 말하면 생색을 내는 것 같지 않은가. 그건 조금 부끄러웠기에 더더욱 말하지 않고 비밀로 하려는 것도 컸다. 아마 스즈네가 더 캐물으려고 해도 카나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해본 소리. 무리. 그 말을 조용히 곱씹으며 카나타는 조용히 스즈네를 바라봤다. 뭐가 그냥 해본 소리고 뭐가 무리라는 것인지. 이어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나는 나고 너는 너니까."
눈을 조용히 감으면서 그는 야키소바를 다시 입에 넣었다. 적절하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은 축제 특유의 맛이었다. 집에서 만들어서 먹으려고 하면 나오지는 않는 전문가의 맛. 그러면서도 만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적절하게 달달하면서도 조금 짠맛이 있는 완벽한 조합의 맛. 이거 소스는 뭘로 만든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기돌 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안 갈게. 무조건 잡아다가 마이크 앞에 세운다니. ...물론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갈 마음 없어."
그보다 이 녀석은 정말로 가고 싶은걸까? 아니면 가기 싫은걸까? 조금 애매하다고 느끼면서 그는 다시 조용히 생각에 빠졌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사실 가고 싶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나타는 스즈네에게 되물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안 보일 정도로 거리를 띄운 상태라면 괜찮아? 아... 그거?"
꼬치구이 중 한 조각을 집어서 내밀고 자신의 입에 넣어주려는 스즈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벌려서 조각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
이어 그는 두발을 동동 굴렸고 마구마구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다급하게 메론소다가 담긴 컵을 들어올려 그 내용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입 안에 번지는 뜨거운 불길을 겨우 잠재우고 나서야 그는 울상 가득한 눈빛으로 스즈네를 바라봤다.
이즈미의 표정은 평상시의 차분한 표정이 아니었다. 안경 너머의 눈빛이 흐리멍텅하다. 나 길 잃었어요 떠다니는 물고기예요 하고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듯한 흐느적거림...에 호칭마저 성씨로 돌아왔다. 어쩐지 어렸을 적의 이즈미를 마주하는 느낌이라 히라무는 저도 모르게 풋 웃었다.
"흐핫, 이즈미상 상태 이상하네요."
처음 만났을 때도 생각나고. 지금처럼 히라무가 길을 잃고 연못에 어리버리하게 빠져 있는 걸 이즈미가 건져 주었지. 이번엔 히라무가 건져 줄 차례인지도. 히라무도 인파에 휩쓸린 상태라는 사실은 논외로 하자.
"물비린내?"
히라무는 눈치가 느리지는 않다. 다만 이즈미처럼 감각이 탁월하지도 않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후끈거림은 느껴도 메슥거리는 물비린내를 느끼지는 못한다. 이즈미상이라면...히라무는 이내 흐응 하는 소리와 함께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였다.
"대로변이라 그런가 봐요. 지금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대예요. 인파에서 나가려면 수평으로 나가야 한대요. 저쪽으로!"
아, 다시 돌아왔다. 히라무는 조금 빛이 돌아온 이즈미의 독특한 눈을 지켜보면서 계속 웃었다. 이즈미가 이런 상태를 보여주는 건 적어도 히라무 앞에서는 드물다. 어렸을 때의 니시키리 군이 생각나서 자꾸 짓궂게 웃어버리고 마는 히라무다.
"아니, 괜찮아요. 재밌어요...음, 재밌단 말은 좀 실례인가?"
물론 이즈미상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치면 히라무도 물비린내를 잘 맡아야 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봐도 일부러 뭔가를 숨긴 채로 대꾸하는 듯한 말에 히라무는 눈꺼풀을 한풀 꺾었다. 생각하는 바는 있는 것 같지만 말해주려고 하지 않겠지. 되묻는 대신 히라무는 킁킁거리며 이즈미가 맡았다는 물비린내를 찾아 보았으나 특별한 소득은 없다.
"으~음, 그렇네. 이즈미상, 내 뒤로 올래요? 대신 내가 앞에 있으면 야끼소바를 지킬 수가 없으니까..."
이즈미를 뒤로 보내고 히라무가 앞으로 나가는 전략이다. 히라무는 들고 있던 봉지를 이즈미에게 맡기고자 들어 올렸다.
어렸을 때랑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시절의 이즈미도 지금의 이즈미 안에 남아 있다. 히라무의 어린 시절이 아직까지 히라무 안에 남아 있는 듯이, 바깥에는 열쇠로 매달려 있는 듯이. 이즈미만의 인파 해석에 히라무는 제법 납득이 갔다.
"뭐, 인파도 사람의 파도긴 하죠."
그건 아닌 것 같지만...히라무는 미심쩍어 가느다랗게 뜬 눈을 거두지 않으면서 이즈미의 앞으로 섰다.
뒤에서 이즈미가 받쳐주니 히라무도 앞을 잘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이즈미의 손이 와 닿지 않으면 잠시 멈춰섰다가, 손이 등에 닿으면 다시 걸어갔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가 뒤따라올 때 돌아봐서는 안 됐지만, 히라무는 마음껏 돌아봐도 괜찮으니 다행이었다. 이즈미가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는 슬금슬금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사람 파도를 빠져나오는 데 말을 걸었다가 이즈미의 기운을 빼면 미안하니까.
마침내 당도한 육지! 그래도 축제의 빛깔들만은 선명하다. 히라무는 시원하게 심호흡을 했다. 한숨을 크게 한 번 내뱉으니 머리가 개운해진다.
한쪽 눈은 자기를 피하는데, 다른 쪽 눈은 자기한테 박혀 있다. 순간 이상한 점을 눈치챈 히라무는 감탄 비슷하게 흘렸으나, 이즈미가 시치미를 잡아떼면 히라무로서도 더 이상 추궁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말하다 말았다. 뭐라고 말을 맺어야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이즈미상 진짜 잉어 같았는데."
원래 물고기는 양쪽 눈이 따로따로 움직인다고 한다. 눈동자를 360도 굴릴 수 있고, 왼쪽과 오른쪽 동공이 다르게 움직이고. 이즈미도...전설 같은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자. 히라무에게는 풀어야 하는 전설이 많으니까. 이즈미의 전설까지 풀다 보면 정말로 여기를 떠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이상한 생각이 들기 전에 히라무는 얼른 이즈미의 말에 대답했다.
"그렇죠, 사람 많은 덴 힘들어요. 야끼소바 먹자."
북적거리는 데보다는 느긋하게 쉴 수 있는 한적한 곳이 히라무의 마음에도 든다. 샛길 안쪽으로 벤치가 있다. 히라무는 먼저 걸어가 벤치를 툭툭 털고 앉았다.
"이길 수 있을까요?" 희미하게 웃으면서 히라무를 바라봅니다. 이즈미는... 치트를 쓴다. 그러니까 종이도 제일 단단한 걸 고르고 물고기가 딱 떨어질 즈음에 슥 움직일 수도 있다...! 물론 변수 때문에(*금붕어가 파드닥거린다거나... 등등) 질 수도 있지만 이럴 때에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카나타가 캐물어도 답을 안 해줬을 것처럼 스즈네도 그저 보기만 해선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어둑한 시간임에도 말갛게 빛나는 회갈색 눈동자가 조용히 깜빡인다. 벤치 위의 거리. 한 주먹만큼의 거리는 그렇게 유지된다. 카나타의 조용한 한 마디로 하여금.
"그러게~"
스즈네의 가벼운 화답으로 다시금.
서로 고른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일상적이며 평화롭기 그지없다. 야끼소바를 먹던 카나타가 고개를 갸웃 하면 스즈네가 보고 킥킥 웃기도 했다. 맛있는 걸 앞두고 고개를 기울이는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반려동물은 같이 살면 닮는다더니 그런 걸까. 스즈네는 키득이며 꼬치구이를 집어먹고 들려오는 말에 답하기도 한다.
"음~ 원하지 않는달까~ 그런 건 아닌데~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 뭐 할 거다! 하고 미리 얘기 들으면~ 왠지 지레 기겁하게 되는~? 그런 거지~"
약간 느낌적인 느낌~ 그런 거~? 라며 허공에 젓가락을 딱딱. 부딪히며 말하던 스즈네. 되물음에는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보고 싶긴 하구나~ 카나쨩~? 그럼 가볼까나~"
모처럼 축제니 장난에 한 번 어울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하며 스즈네는 꼬치구이를 내밀었다. 꼬치구이 부스 특제! 매운 소스가 듬뿍 발린 걸로 말이다. 피할 수 없게 카나타의 입에 넣어주고 잠시 두근두근하며 기다리자...
"풉. 큭. 아하하하! 하하! 아하하하하!"
매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카나타를 보며 스즈네가 폭소했다. 손에 든 젓가락과 플라스틱 용기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몸이 부들거릴 정도로 신나게 웃어댔다. 매움과 설움으로 울상이 된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하도 웃어서 배가 당기는 탓에 눈가에 눈물을 달고서도 킥킥거렸다. 웃음이 좀 가라앉고 숨이 진정되자 메론소다로 목을 축인 스즈네가 웃음기 남은 얼굴로 카나타를 보며 말했다.
"준다고 홀랑 받아먹은 건 카나쨩인데~? 그리고 나는 별로 안 맵거든~ 카나쨩 매운 거 못 먹는구나~?"
실컷 웃은데다 놀리듯이 말하기까지 하니 얄미움의 극치가 따로 없다. 거기다 병주고 약주고인지. 스즈네는 제 몫의 초코바나나를 들어서 한쪽 끝을 내밀었다.
"미안하니까 이거 한 입 줄게~ 카나쨩 거랑 똑같은 거니까 안심해도 돼~ 못 믿겠으면~ 어쩔 수 없지만~"
입 안의 화끈거림과 매움을 잠재워 줄 달콤한 초코바나나가 카나타의 앞에서 까딱까딱 움직였다.
진짜 잉어면 신기하겠지만, 히라무도 이즈미가 진짜 잉어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이즈미가 진짜 잉어래도 히라무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즈미는 달라질 것 같으니까. 그러면 히라무가 한결같은지 아닌지에는 관계없이 무언가가 달라질 거기 때문에.
뚜껑이 열린 야끼소바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습기와 함께 퍼져나온다. 히라무는 훅 퍼져오는 김을 들이쉬었다. 갓 볶은 야끼소바의 달콤한 양념과 기름 냄새가 머릿속을 휘젓는다. 히라무는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촥 뜯었다.
"잘 먹겠습니다!"
지난번 찻잎 따는 것처럼, 이즈미는 긴교스쿠이를 무지 잘했다. 솔직히 히라무는 매번 이기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겨본 적이 그다지 없다. 오히려 동정을 받았으면 받았지. 히라무도 반드시 이즈미에게 한 번쯤은 제가 땄어요 하고 당당하게 금붕어를 선물해 주겠다는 열망은 있다. 실현시키지 못해서 문제지.
"벌써 몇 번째 도전이야? 이번에야말로 성공할 거라구. 내년이면 이즈미상도 졸업이니까, 그 전에 한 번은!"
물론 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저 스즈네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을 뿐이었으니까. 자신은 그런 상태라면 죽어도 가지 않았을 것 같았기에 더더욱. 궂은 일을 하는 것은 상관이 없었으나, 자신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있었고, 그는 그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거절하고, 해달라고 강요 비슷한 부탁을 해도 절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역시 스즈네가 온 것을 들켜서 무대 위에 올라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 그녀의 장난은 제대로 성공했고 카나타는 히잉~ 하는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바로 옆에서 크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괜히 얄미워서 그는 더더욱 삐진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지금 자신의 모습은 고3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유치찬란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감정이 이런 것을 어떻겠는가. 괜히 너무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찌릿하고 스즈네를 바라봤다.
"...주니까 먹는 거잖아. 그리고... 한국인이 아니니까 매운 거 못 먹어도 상관없어!"
바로 옆나라 사람들. 한국인들은 진짜 매운맛을 완전 즐긴다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카나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불닭 볶음면?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는 사실에 그는 한때 기겁한 적이 있었다. 이 애도 설마 매운 것에 상당힌 강한 것일까. 어쨌든 스즈네가 초코바나나를 내밀자 그는 가만히 바라봤다.
"아니. 괜찮아. ...내 것은 이미 먹었는걸. 그건 네 꺼잖아. ...그러니까 그건 안 먹을게. 메론소다로 식히면 돼."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가 그는 젓가락으로 야키소바를 한 입 크기로 떴다. 그리고 그녀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너도 먹어볼래? 이거. 맛있어. 소스가."
/아무래도 진짜로 떡밥인 모양이었구나. 다만 1회차 일상인만큼...카나타가 굳이 막 캐묻진 않을 것 같아서..흑흑...캐묻기 기회가 아쉽다! 8ㅅ8
"진짜 잉어같았다..." "여의보주 같은 거라기보다는 생물이 조금 더 낫긴 하죠?" 의외로. 잉어는 승천했고, 잉어의 딸이자 여의주의 화신같은 느낌이라 인간이 된 잉어.. 라기보다는 용녀에 더 가까울지도... 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건 너무 어렵고 귀찮으니까요
"내년에는 졸업이지만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다고요?" "게다가...긴교스쿠이나 요요츠리가 있는 곳도 기간이 지나면.. 거의 없어질 거고요?" 요요츠리나 긴교스쿠이를 이기겠다는 히라무의 선언이 지켜질 수 있을 확률은 매우 낮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이즈미도, 젓가락을 들고 야끼소바를 먹으려 합니다.
"맛있네요." 뭔가 표현을 더할까 싶었지만. 더 하지는 않고, 그는 먹기에 집중합니다. 퍼지는 것과 씹히는 것들. 그런 것에 집중하다 보면 꽤 즐거울지도요?
색깔만 보면 여의주도 어울리기는 한다. 이즈미의 색은 딱 드래곤볼에 나오는 여의주 색을 떠올리게 하니까. 알록달록 물든 낙엽 같은 색깔. 그렇지만 이즈미는 말도 잘 하고 생각도 잘 하고, 역시 인외라면 생물인 편이 어울리지. 히라무는 능청스러운 이즈미의 답변에 똑같이 빙긋이 웃어주는 걸로 화답했다.
"그게 문제라니까요."
이즈미는 곧 토키와라를 떠나 버린다. 쿄 언저리를 떠나지는 않는대도 지금처럼 자주 보지는 못할 것이다. 히라무는 이즈미가 없는 니시키리 가를 혼자 찾아갈 생각은 없다. 니시키리 가가 싫은 건 아니지만, 이즈미가 없다면 갈 이유도 훌쩍 줄어드니까. 그러니 지금 이겨둬야 했다. 사장님이 히라무에게 열쇠를 남긴 것처럼, 이즈미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 여름 축제에서 증거처럼.
"오늘은 진짜 이겨야지...저 비장의 수를 연습해서 왔단 말이죠. 먹고 바로 가자."
맛있어서 금방 먹겠다. 어느새 야끼소바는 반절 넘게 비어 있다.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한 결과다. 이즈미도 맛있는지 만족스럽게 먹고 있다. 히라무는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져서 엄지를 척 세웠다.
그러자는 카나타에 오케~ 라며 고개를 끄덕인 스즈네. 사실 카나타가 있었으니 갈까 말까 하는 얘기가 나온 거다. 언제나처럼 혼자 적당히 노는 거였으면 진작 밴드에 붙잡혀가 무대든 어디든 꺄륵방방대며 주변 분위기 띄우는 일이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밴드가 끝나면 히비키와 함께 느즈막히 요요츠리나 하고 근처 부스에 적당히 남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후우린의 부스를 정리했을 것이다.
만약 카나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 가정 하나로 바뀌어버리는 자신의 하루에 스즈네는 어쩐지 마냥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숨기지 않고 키득이며 카나타의 삐진 표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보고 있으니까 웃음이 더 못 멈추게 되어버리는데. 이건 솔직히 카나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고말고.
"그러니까~ 준다고 먹어버린 카나쨩도 카나쨩이란 거지~ 아~ 맞다~ 이 소스 만드는데 한국인이 도와줬댔어~"
카나타의 말에 문득 생각난 사실을 얘기한 스즈네는 사과의 의미로 초코바나나를 내밀었다. 솔직히 보복이랍시고 절반 뚝 떼어가도 불만은 없을 참이었다. 그러나 사양하는 카나타에 의외란 듯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다시 옆에 내려놓고 꼬치구이를 먹으려는데 이번엔 카나타가 야끼소바를 한 입 들어주었다. 그래서 스즈네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받아먹었다. 작은 볼이 야끼소바로 인해 볼록해지고 오물오물 움직이며 맛을 음미하니 금방 행복한 표정이 된다.
"음~ 맛있어~ 이 맛 절대로 집에서는 안 난단 말이지~"
역시 축제 음식은 축제 때 먹어야 제맛이야~ 라며 스즈네가 종알거렸다. 남은 꼬치구이를 먹는 동안에도 제법 즐겁게 먹었다. 아무래도 카나타를 놀리고서 텐션이 평소처럼 돌아온 듯 하다. 먹던 도중 이번엔 안 매운 꼬치구이를 집어들고서 이건 안 매운데 먹어볼래~? 라며 다시금 권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먹는다고 했으면 줬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맵지 않고 단짠한 간장 양념의 닭고기와 구운 파가 맛있게 씹혔을 것이다.
"있지~ 카나쨩~ 초콜릿이랑 바나나는 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이거 완전 치트키야~ 세 개도 먹을 수 있다구~"
꼬치구이를 다 먹고 초코바나나로 후식을 즐기던 스즈네가 재잘거렸다. 그리고 또 한 입 초코바나나를 베어물자 입가에 생크림이 똑 하고 묻어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즈네는 단 맛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말이다.
소스를 만드는 것을 한국인이 도와줬다니. 대체 무슨 소스를 만든거야? 그런 생각에 카나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스즈네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미안해." 라는 말을 진지하게 했다. 한국인이 만든 매운 소스라니. 그것은 진정으로 죽으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자면 말도 안되는 오버였지만.
아무튼 스즈네가 야키소바를 먹는 것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다시 야키소바를 천천히 즐겼다. 이어 마지막 한 입을 먹어치우면서 그는 젓가락과 통의 뚜껑을 닫았다. 이제는 배가 상당히 불렀는지,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통통 쳤다. 마치 서브컬쳐 속, 너구리가 자신의 배를 통통 치는 모습과 유사했을 것이다.
"...그거 정말로 안 매운 거 맞아?"
아까 전에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카나타는 좀처럼 믿기 힘들다는 듯, 살며시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미심쩍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녀가 주는 꼬치를 먹었다. 오. 이건 맛있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적절한 단짠 간장 양념을 즐겼다. 그래. 역시 이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다시 한 번 눈을 반짝였다.
"...그거야 둘 다 달콤해서 그런 거 아닐까? 키리야마가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겠어. 아무튼 이걸로 닦아. 입가."
이어 그는 자신의 유카타 주머니에서 고양이와 강아지가 그려진 손수건을 스즈네에게 내밀었다. 입가의 생크림을 이것으로 닦으라는 나름의 의사표시였다. 만약 필요없다고 한다면 아마 그는 다시 손수건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을 것이다. 이어 그녀가 다 먹는 것을 기다린 후, 그녀가 다 먹을 쯤에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