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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쨩이라면, '하나 쨩~ 이것 봐?!' 하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킹크랩을 넣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이 쨩이라면 손가락 물리지 않았을까?) 세이야 선배라면 '이것 비싼 재료인데 호리이 양을 위해 넣어 줄게.' 선심을 썼을 것 같습니다. (조금 부끄러워지는 상상입니다!) 카나타 오빠라면 은근히 장난기가 없지 않으니까, 넣었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라무 쨩이라면, 응,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라무 쨩이니까, 가능해.
"응~~~ 아무래도 마이 쨩이나 카나타 오빠가 아닐까."
킹크랩은 장난기가 있다기엔 비싼 몸이고, 하지만, 카나타 오빠는 한 번 장난을 칠 때 크게 칠 것 같고,
입에 씹히는 달콤함. 뭔가 모르게 묘하게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지자 그는 천천히 그 내용물을 새로 떠서 확인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새알심이었다. 안을 갈라보니 생크림, 그리고 팥이 들어가있었다. 이래서 상당히 달콤하구나. 자연히 카나타는 그렇다면 이건 누가 넣었을까? 라는 의문에 도달했다.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이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츠키는 아니겠지. 키리야마도 아닐 것 같아. 호죠는 뭔가 진지하게 더 비싼 것을 넣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렇게 하나하나 지워나가면서 그는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정리했다. 사실 이걸 어떻게 맞추겠는가. 당장 자신만 해도, 뭘 넣었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 같은데. 자신이 넣은 재료를 떠올리면서 그는 피식 웃었다.
"...호리이인가?"
이미지만 보면 이 아이가 가장 적합한 느낌이었다. 뭔가 달콤한 것을 집어넣을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아닐 가능성도 충분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일단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새알심을 즐겼다. 달콤하네. ...그런 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아닐 것 같긴 한데... 그나마 이미지에 가장 걸맞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찍는다! 사실 1/2로 해서 테스트 다이스를 돌렸고 그 값대로 할 뿐이다! 안녕! 나의 라무네 1개!! 하지만 이거 써서 라무네 1개는 받으니까 내 라무네는 진짜로 8개다! 난 부자야!! (Feat.집게사장)
왜인지 모르겠지만 카나타가 밴드에 관심을 보이자 스즈네는 눈을 슬쩍 옆으로 굴렸다. 가서 보는 것까지는 괜찮다. 보는 건 괜찮은데. 히비키도 그렇고 나머지 멤버들도 악기만 잡으면 장난기가 그렇게 넘치는게 문제다. 궁금은 하지만 가까이는 못 가겠달까. 스즈네는 일단 대답을 흐지부지 흐려놓곤 메론소다의 빨대를 잘근거렸다. 갈 만한 계기가 생길 지도 모르니 조금 대답을 미루겠단 느낌으로.
"야차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나~ 축제는 이매망량이 섞이는 그런 거기도 하니까~ 악귀를 쫓으려면 무서~운 야차 가면을 써야 해요~"
초코바나나를 사러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가면 얘기. 너무 먹어서 살 찌겠단 얘기. 초코바나나를 꼭 먹고 말겠다는 카나타의 의지에 링링이 같다며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즈네도 그건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초코바나나는 평소에도 먹을 수 있지만 평소랑 축제 때랑은 느낌도 기분도 다르다. 혼자 먹냐 누군가와 먹냐도 다르다. 한 번쯤은 괜찮은 기억도 될 거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특별한 음식일수록 좋다. 이런 분위기에 뭣인들 나쁘겠냐만은.
"이히히~ 원래 나 혼자만 먹는 건데~ 카나쨩은 나랑 놀아주고 있으니까~ 특별히라구~"
찡긋. 한 쪽 눈을 감으며 으쓱이는 말투로 재잘거린 스즈네는 카나타 역시 장소를 옮기자고 하기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하지만 어디로 갈지를 정해야 하자 으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택지에 공연 쪽으로 가는게 다시 걸려서다. 이걸 계기로 가보자고 할 지. 안전하게 피해서 갈 지. 뭘 먹을지 고르는 것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던 스즈네의 선택은 바로.
"카나쨩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카나타에게 넘기기였다. 스즈네는 따로 아는 장소도 없고 그렇다고 선뜻 공연 보러 가자!도 그랬으니까. 카나타가 어디로 갈지 고르라며 히히~ 웃었다. 어디로 가든 따라가겠다는 듯 옆에 가서 서기도 했다.
단순히 자신이 못 본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못 본 것은 못 본 것이었다. 그렇기에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잘 모르겠다는 듯 스즈네의 말에 대답했다. 애초에 악귀를 굳이 여기서 쫓아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나리 신님이 알아서 다 쫓아내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살며시 신사가 있는 곳을 바라보기도 했다.
어쨌든 스즈네의 말에 따르면 이 초코바나나는 특별한 것인 모양이었다. 그 말에 카나타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한 번 그녀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히 아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다시 한 번 초코바나나를 빤히 바라봤다. 맛있을 것 같아. 너무 달 것 같지만 하루 정도는 괜찮아. 그런 감상평을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는 와중 자신에게 선택지가 돌아오자 카나타는 스즈네를 바라봤다.
"...그럼 한적한 곳으로 가자. 따라와."
공연을 보러 가자는 말이 없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스즈네 쪽은 어색하거나 조금 불편한 쪽일지도 모르겠다고 카나타는 판단했다. 그렇다고 하는데 굳이 공연을 보러 가야 할 이유는 없었다. 오늘만 하는 것이 아니면 공연은 다음에라도 혼자 와서 또 볼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한적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먹을 것을 양손에 들고 있었으니 손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발걸음을 맞추는 형식으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아가던 그는 다시 자신의 부스가 있던 곳까지 돌아왔다. 하지만 부스 안으로 들어서진 않고 살며시 뒤쪽으로 향했다. 부스 뒤쪽은 축제 공간으로 사용되지는 않는 작은 샛길이었고, 그 샛길은 어느 언덕길로 향하고 있었다. 그다지 경사가 높진 않아 양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있었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약 오 분 정도 그렇게 올라가자 조용한 언덕이 나왔고,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긴 벤치가 나왔다. 카나타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스즈네에게 이야기했다.
"어때? 괜찮지? ...야경을 바라보면서 뭘 먹기에는 딱 좋아. ...우리 부스가 차지한 일종의 휴식 공간이야. ...원래는 관계자만 들어올 수 있지만..."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보며 얘기를 하고 있어도 결국 서로의 생각이란 건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모두가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니 말이다. 가볍게 지은 표정 하나로 말의 의미를 바꾸어도. 일부러 어물쩍 말을 넘겨도. 그러려니 해버리면 진실은 흐지부지 흩어진다. 그러니 스즈네는 오늘도 웃는다. 우히~ 하고 웃으면서 말한다.
"실은 나도 본 적 없~ 어~ 써본 적도 없구~"
그러니 그냥 해본 말이란 듯 키득키득 웃는다. 신사를 보는 카나타와 반대로 시선을 자연스레 아래로 내려 흙바닥을 바라보면서.
"헤~ 카나쨩이 숨겨논 장소라도 있는 거야~?"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 뜨며 말했다. 사람 적은 곳이라던가 앉을 곳이 아닌 한적한 곳이라는 걸 보니 따로 아는 장소가 있나보다. 스즈네는 그런 좋은 걸 비밀로 했냐면서 종종걸음으로 카나타의 뒤를 따라갔다. 카나타가 걸음을 맞춰주긴 했지만 유카타와 인피로 인해 조금 잰걸음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찌어찌 넘어지지 않고 떨어뜨리는 것도 없이 카나타를 따라가자 맨 처음의 호시노 부스로 돌아왔다.
"흐응~?"
부스 뒤에서 쉬자는 걸까~ 하고 생각한 찰나. 카나타의 걸음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스즈네는 다시 부지런히 그 뒤를 쫓았다. 부스 주변은 죄다 숲이나 수풀인 줄 알았는데 여기는 왠 샛길이 있었다. 완만한 경사의 샛길을 영차영차 올라가보니 언덕 위에 왠 벤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엔 마을의 야경과 축제의 불빛이 어우러진 풍경이 내려다보였다. 여태 살면서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던 스즈네는 놀람을 감추지 않으며 감탄했다.
"와... 뭐야 여기~? 나 여태 토키와라 살면서 처음 와 봐~ 신기하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종알거리며 카나타를 따라가 벤치 앞에 서자 야경이 좀 더 크게 펼쳐진다. 와아~! 한층 더 크게 감탄한 스즈네가 카나타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 얼굴 옆으로 머나먼 야경의 빛이 아스라이 번진다.
"카냐쨩이랑 놀자고 하길 잘했네에~ 이런 곳도 오구~ 고마워~"
저 아래 축제 분위기에 섞여서 먹는 것도 좋지만 먹는 동안 만큼은 조용한 것도 나쁘지 않다. 활짝 핀 얼굴 그대로 베시시 웃은 스즈네는 먼저 벤치에 앉아서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자자! 얼른 앉자~ 카나쨩~ 나 배고파 죽겠어~"
배랑 등이랑 안녕~ 하려고 해~ 라며 과장스럽게 배를 쥐는 시늉을 한 스즈네는 말과 달리 바로 음식을 먹진 않았다. 얌전히 카나타도 앉아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 되고서야 잘 먹겠습니다~ 하며 젓가락을 들었을 것이다.
"...나도 아는 곳은 아니었어. 그저 부스 뒤의 공간을 살피다가 발견한거지.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한적하지."
보통 이런 공간이라면 사람이 많을법도 하건만, 전혀 없다는 것이 카나타로서도 조금 신기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유는 그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한적하게 쉴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거기다가 야경도 좋았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다행히 스즈네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아 카나타는 절로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고맙긴."
짧게 대답하며 그는 먼저 벤치에 앉고 자신의 옆자리를 탁탁 두드리는 스즈네를 바라보다 그녀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아주 살짝, 정말로 살짝. 주먹 하나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거리는 유지했다. 딱히 거리감을 두려는 것보다는 어차피 먹을 것을 먹어야하니까 가운데에 두고 편하게 먹기 위함이었다. 이어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레몬에이드와 야키소바를 우선 내려놓았다. 이것보단 먼저 초코바나나부터 먹을 생각이었다.
"...너도 먹어. 어서."
배고프다면서. 그렇게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카나타는 앞을 바라보며 초코바나나를 입에 담았다. 온갖 달콤한 것들로 토핑이 되어있는 초코바나나는 확실히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했다. 와. 이거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은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달콤함을 가득 즐기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카나타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바나나를 즐겼다.
"...그러고 보니 키리야마."
카나타는 축제의 불빛으로 이뤄진 야경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평소의 무심하면서도 고요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나 던졌다.
"...키리야마는 집행부 생활. 괜찮았어? ...우리 같은 3학년은 마냥 집행부 활동을 하기도 힘들잖아. ...그래서 어땠나 싶어서 말이야."
어차피 자신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뽑혀서 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3학년인 그녀가 집행부 생활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조금 궁금했는지 카나타는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