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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딱히 그런 것은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카나타는 순수하게 치카게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머핀은 칼로리가 얼마나 되지? 하지만 오늘은 일을 열심히 했으니까 먹는다고 해서 크게 나쁠 것은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머핀을 마저 입에 천천히 넣었다. 다음에는 초콜릿 말고 다른 종류로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을 천천히 닦았다.
"...티나? 딱히 간식을 채운다고 알려준 적은 없는데. ...니시키리가 말한 것 같진 않고."
이즈미는 이런 부분으로는 입이 무거우니 아마 말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그는 치카게를 바라보며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얘기하면 다음에 채울 때 생각해볼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너무 비싼 것은 곤란하지만, 적당한 가격이라면 자신의 용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당장 오늘 산 아이스크림도 자신의 용돈으로 산 것이기도 했고.
"...대학에는 큰 뜻이 없어. ...토키와라에 있는 대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면 딱히 다른 곳으로 대학을 갈 마음도 없어. ...가업을 이을 생각이라서."
호시노 이누네코랜드. 자신의 집에서 하는 강아지&고양이 카페의 이름을 대면서 그는 그곳이 자신의 집에서 하는 카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갈 수 있다면 가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진학이 아니라 취업 희망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정말로 괜찮다는 듯, 그는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이 애는 어떠려나.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그는 그녀에게 방금 자신에게 던진 물음을 던졌다.
목소리 들려온다. 무언가가 자신을 덥썩 붙잡자 깜짝 놀라 움찔, 했으나, 곧이어 팔 아래로 끌어당겨지자 몸을 웅크릴 수 있었고. 더이상 나방이 얼굴로 달려들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눈 깜빡이면서 새빨개진 눈시울로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아무 일도 없던 듯, 나방도 사라지고, 새빨갛던 달들도, 자신들을 쳐다보던 새들도 사라지고, 평범한 오솔길만이 남아있었다.
"...스즈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조금 부어오른 눈으로, 구슬같은 눈물 방울져 흘리우면서.
"하지, 마, 말랬잖아..."
"너무해."
훌쩍거리면서 잠시 울기 시작했다. 채 말 다 잇지 못하면서. "나방이... 붉은 달이..." 그리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일어나려하며. 손 들어 눈가를 박박 닦으면서.
"......스즈네, 맞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듯.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걸까. 그리 생각하면서, 고양이같은 눈으로 가만히 부어오른 눈 끔뻑거리며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눈물 흘리우는것을 잘 참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주 우는것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사람들에 한해서는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같았더라면 네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을텐데. 어느새 너와 나는 이렇게 커버려 그러지도 못하게 되었을까. 허나 괜찮다. 지금부터라도 그럴 수 있을테니까. 네가 눈물 흘린다면 내가 닦아줄 수 있다. 그야, 너는 소중한 친구니까. 지금으로써는 오히려 다행일까. 네가 내 눈물 닦아준다면 더 울어버리고 말았을터다. 어째서 그럴까.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고.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듯 눈물 흘러나올까. '아오는 울보.' 그 말에 조금 입꼬리 올리며 피식, 하고 웃었다. 괜찮다. 네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했다. 비록 소년은 소녀가 어떤 감정 품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나, 분명 그리 생각하리라. 더이상 우리 사이에 죄악감도, 죄책감도 없었으면 하리라. 좋은 추억들로 다시금 남은 시간들을 채워가기에도 부족할 테니까.
"너는 바보 마시로잖아."
그리 이야기하면서, 소년은.
소녀는 따라 웃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이 환기되고. 그제서야 네가 소소하게 웃으며 구석을 찾아다니자.
"잠깐 나갔나봐. 어느새 많이 컸는데. 사진 볼래?"
요리조리 네가 구석구석 살피자 피식 웃으면서 핸드폰을 켰다. 사진이, 어디있더라. 아. 여기있구나. 네게 쑥 하고 내밀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최근의 사진이었다. 둘다 같은 잠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색 잠옷. 곧이어 네가 익숙하게 예전처럼, 변함없는 식탁 자리를 찾아가 식기와 물을 준비하자.
"너 좋아하던 그릇이지? 오랜만에 그거 쓸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부드럽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정도 완성되어가면.
키득거리면서 이야기했다. 어렸을때부터 너는 그랬던가. 한번 열중하면 끝까지 해내고는 하던 성격이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아아, 키가 조금 더 컸더라면-" 나도 고시엔에 나갔을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괜히 장난스레 덧붙이고.
"전쟁은 인류의 본성이다라. 좋은 말씀 잘 들었으니 강연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히라무 교수님."
키득거리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무슨 상 받고 싶은데?"
눈 깜빡거리면서 묻고. "다 됐다. 그릇 좀 가져다 줄래?"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말랑말랑한 오므라이스가 완성되어, 좋은 냄새 풍기고 있었지. 맛있겠네, 작게 중얼거린다.
"우리 누나랑? 어디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괜히 놀리듯이 이야기하는 네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답하고는. 정말 그럴까. 나는 그정도로... 자유분방하지는 않은데. 가족들한테 걱정도 안 끼치고. "사고 한번 친적 없잖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점입가경. 점점 기괴해져가던 기현상들은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시야가 깨끗해진다 싶더니 어느새 나방들이 없어져 있었고. 발 아래는 처음부터 그랬듯이 마른 나뭇잎들만 버석거렸고. 하얀 달빛과 검푸른 숲이 오솔길 양 옆을 채웠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나무와 수풀 사이사이에서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와 아마네의 울음 소리 뿐이었다.
"이제 괜찮아~ 다 없어졌어~"
아마네도 주변이 조용해진 걸 깨닫고 고개를 들자 스즈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방이 그렇게 달려들어 인분투성이가 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환상이었는지 괜찮아보였다. 일어서려는 아마네의 머리카락을 살짝 털어 정리해주려 하며 스즈네도 일어서서 옷자락을 탁탁 털었다.
"아하하~ 미안해 세이쨩~"
진짜 미안한 거 맞냐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해맑게 대답한 스즈네. 어느새 머리 위 박스가 없어진 걸 깨닫고 다시 주우러 가려다가 아마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조금 더 놀릴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우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안 그러기로 했다.
"당연히 맞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스즈네다용~ 내가 아닌 모옷된 요괴가 온 줄 알았던 거야 세이쨩~?"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한 쪽 눈을 찡긋 감으며 손가락으로 브이. 를 그려보인 스즈네는 이내 그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다른 일은 안 일어날 거 같으니까~ 얼른 내려가자~ 아니면~ 천천히 갈까~? 세이쨩 눈 빠알개졌으니까~"
그 손을 잡으면 언제나와 같이 따뜻하고 말랑한 작은 손이 꼬옥 쥐어올 테니. 그것만으로도 스즈네가 진짜 스즈네인 건 증명될 것이다.
물론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이 소년의 길을 얼마든지 여행이라 축복해줄 수 있겠으나... 지금 이 소년이 걸어가는 길을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온당하지 못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어딘가에 놓아주고 싶은 감정을 여행짐에 같이 싸갈 수는 있으나... 이 정도로 뿌리깊게 박힌 음울함을 여행짐으로 챙기는 일은 없지 않은가. 여행을 떠나는 이의 뺨이, 이렇게 엄동설한에 무덤에서 파낸 시체마냥 차가울 리는 없지 않은가. 소년의 뺨에는, 물리적인 온도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건조한 냉기가 있었다. 그가 아무리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도,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한 꼴이라는 듯.
스즈네의 손끝에 얹히는 뺨은, 그 손끝을 거절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저 거기에 냉막히, 단순히 물리적인 온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온도의 결핍을 끌어안고는, 서늘하게 스즈네의 손끝에 와닿을 뿐이다.
"...자상하시네요."
그리고 겨울바람에 얼어버린 검은 덤불 같은 머리카락 아래로, 나직이 스즈네에게 건네어져오는 거절.
"키리야마 선배가 그럴 이유가 없는걸요."
정직한 의문. 당신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나. 그저 찻집 딸과, 단골손님 심부름을 온 손자. 그것뿐인데.
아직 미카즈키는 아무런 여지도 정하지 못했다. 그런 미카즈키에게 스즈네는 너무도 정직하고 올곧게 직진해 들어왔다. 소년은 스즈네의 방에 감히 꾀죄죄한 맨발로 들어갈 수 없는데, 스즈네는 소년의 눈밭에 온가득 발자국을 찍어놓는다. 이리로 갈 수도 저리로 갈 수도 없는 소년에게, 우직하게 한쪽 방향을 제시하는 스즈네의 말은... 억지로 떠밀거나, 아니면 억지로 잡아끄는 것만 같은 그런 말로 가닿아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눈을 감은 채로, 스즈네의 말을 차분히 다시 되새겨야 했다.
때로 몇몇 몰락해버린 이들에게, 가엾어라! 하고 내밀어지는 손길은 그 어떤 모욕보다도 견딜 수 없는 굴욕이 되기도 한다.
그냥 내 몰골이 안타까워서 동정해주는 것일 뿐이야. 악의는 아니잖아.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분이야말로 동정심의 가장 악랄한 점이지만.
"그런 일로까지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미카즈키는 여기까지, 로 어떻게든 선을 긋고 싶었다. 내게는 당신의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고 당신에게는 내게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다. 소년과 소녀는 아직 서로에게 낯선 이이므로.
미카즈키는 나직이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얼굴이라기보다는 데드마스크다. 아주 볼썽사나운 데드마스크.
그것이 부자연스럽게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천천히 그 입가에 찻잔이 대어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카즈키는 데드마스크를 쓰고서는 다시 찻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