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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질 거 같아? 그의 탄성에 마시로의 눈이 깜박인다. 알 지 못한다며 쓴웃음을 흘리는 미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얼굴은 무구하다. 미카의 사정을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과 아까 전, 다시 돌아왔다는 그의 말을 토대로 대강 추측해 본다면...뭐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본인의 경우와 얼핏 비슷하려나, 마시로에게 공부는 그저 수단이고 그녀는 고작 탈선했던 것 뿐이지만. 예체능은 결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 촉망받는 예체능인이 타지로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온 경우라면 슬럼프라던가 마찰이 있었을까. 다 상관없고 2차 성징이 오기 전부터 야구를 즐겨하던 아이가 이 더운 날 여름방학에도 야구 연습을 하고 있는걸 보면 퍽 재미없는 게 당연한 거 같기도 하고. 뭐가 됐든 섣불리 판단하는 건 좋지 않다.
“마시로, 잘 컸지.”
잊어주지 않는다고 하니 기꺼이 제 자랑을 한다. 마시로, 그때는 정말 어린애였으니까. 지금은 키도 많이 크고 앳된 얼굴을 조금씩 벗어나면서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엇대. 뿌듯함을 감추기 위한 세모난 입과 달리 동그란 눈은 기대를 감출 수 없다. 발육과 성장으로만 따지자면 소년이 훨씬 더 월등한게 뻔하다만.
“근데 미카, 혹시 성인?”
혹시, 혹시나 하구. 그를 곤란하게 하기 위한 유치한 질문인지 순수 궁금증인지 모호한 얼굴로 깜박, 미카를 응시한다. 그의 덩치가 또래중에 평범한 축에 속하는 것은 아니라 사실 대학생이나.. 선생님이었다던가. 그럼 내가 좀 버르장머리가 없어지는데. 그런 얼빠진 질문을 하는 사이 미카는 어느새 휘적휘적 저 멀리까지 걸어가더랬다. 마시로는 주위 눈치를보다 급하게 미카를 종종 따라 뛰어갔다. 한창 이성과 엮어 놀리기 좋아할 시기에 의외로 이런 걸 신경쓰지 않는 점도 그렇고, 막 열어서 막 나눠주는 점도 그렇고... ...그렇게 머릿속으로 중얼대고 있을 때 쯤 미카의 목소리가 차갑게 일깨운다.
“아―나는 똑같은 거.”
손가락으로 미카를 가리키며 툭 대답한 마시로는 아이스박스 근처로 허리를 숙이더니 손끝을 살짝 담가 소년의 쪽으로 물 튀기며 웃었다.
카나타상이랑 소꿉친구구나. 종종 오는 건 그냥 단골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카나타를 보러 놀러 오는 거였나 보다. 히라무는 말을 듣고 츠키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카나타상을 오빠라고 부르는 걸 봐서는 카나타보다는 연하겠고, 이 동네 또래들은 토키와라 고등학교 학생이 아닌 경우가 더 드물고. 그럼 대충 히라무와 같은 1학년이거나 2학년이 될 텐데, 히라무가 돌아다니는 1학년 권역에서 본 적은 없으니 2학년쯤 되겠다.
거센 빗소리 안에서도 츠키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쉽다. 발음도 낭랑하고 목소리도 또렷하다. 그런 점에서도 수달 같은데...그래도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츠키의 말에도 틀린 데 하나 없고. 친구한텐 해달과 수달의 구별법을 보낼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한테 수달이랍시고 혼잣말 하는 건 실례다. 그래서 웬만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싸늘한 시선. 뜬금없이 초면인 남자에게 평가를 받아서 좋아할 여자가 어디있을까.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 고소당한 적도 있으니 주의하자!) 그녀는 당신에게 무표정하게 답하고는 그저 비내리는 풍경을 쳐다볼 뿐이다. 우연히 만난 남성에 초면에 무례하기까지 헸으니 츠키 입장에서는 그 녀석이 생각나서 더 디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어 츸주 막레 드릴까영 저 갑자기 이상한 생각 났는데 어케 생각하시는지 고견좀,,,저 지금 최악의 첫인상 쌓은 상태에서 갑자기 츠키를 만날 구실(????)을 만들고 싶어졌거든영 혹시 츠키 소지품 같은거 떨구고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영 (ㅋㅋㅋㅋㅋㅋㅋㅋ) 편하게 말씀부탁!~!~!~
등교길, 홍엽이 하나 둘 져간다. 가을이 지나갔고. 일단락된 일들을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앙상한 가지가 될 것을 지켜봐야지.
당신은 등교하는 그를 바라보고 있다. 빛에 비추면 붉은 기가 도는 듯한 당신의 머리카락은 지금은 단정하게 빗어내려져 있지만, 한때는 꽤 부스스하고 뻗쳐 있었다. 등교하기 전 잠깐 차 옆에 앉았습니다.
"코이.가 바닷물에 시름시름 앓으면 곤란하잖아요?" 일견 듣기에는 알기 어려운 말입니다. 아무리 기수역까지도 가능해도 정말 집어넣으면 곤란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래다주고 나면 코이가 헤엄치는 연못에 먹이를 줄 예정이니까요.
"코이의 이름. 알아요?" 제일 최근의 코이는 먼 듯 가까웠다고 했습니다. 내가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말이지요. 하지만 물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아키라요." 그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대화는 하지만 얼굴은 보고 있지 않는다는 건. 일종의 합의였습니다. 그 뒤로는 무언이었습니다.
등교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내린 그를 당신은 손을 흔들어 배웅합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낙엽이 눈을 가리기 시작했을 때 그는 사라졌습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알림을 희미하게 보다가 가요. 라고 속삭였습니다. 차의 창문이 닫히고. 희미한 엔진소리의 흐름이 사라질 즈음에 그는 창에서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을 겁니다.
히라무는 바로 알아챘다. 만화에서 자주 보이는 찌그러진 마크가 투명도 30%으로 소녀의 머리에 띄워질랑 말랑 한다. 츠키의 복잡한 속내를 히라무가 다 읽어낼 순 없지만, 대충 자기 말이 소녀를 열받게 했음은 이해했다.
그럼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히라무의 발언 중에 츠키를 열받게 한 것은? 1. 수달 닮으셨어요 2. 죄송한데 수달 닮으셨어요 3. 카요쨩은 해달 닮았다고 화냈는데 그럼 동물 얘기 해서 화낸다는 건 일반화 아니에요? 4. 근데 수달 안 좋아하세요?
정답은 1부터 4 전부지만 히라무는 문제를 객관식 아니고 서술형으로 푼다. 즉 여기에 합당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나가던 경박한 남자애가 옛 남친을 떠올리게 했고, 하는 소리들도 하나같이 바보같기 짝이 없어 가뜩이나 비 맞아 우중충한 기분을 더했다...는 모범 답안이 나오기엔 제아무리 히라무라도 단서가 부족했다. 1부터 4가 어떻게 소녀를 화나게 했는지 그 과정이 결여된 셈이다.
츠키에게 히라무가 빠직 마크라면 히라무에게 츠키는 물음표 마크가 되었다. 아직 비 오는데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대장군 같은 면모까지 합쳐서.
"저기, 아직 비 오는데요?"
히라무는 꽤 크게 외쳤다. 이미 젖었으니 상관없다 이건가? 대담한 사람이네. 히라무는 슬쩍 츠키가 서 있던 자리를 내려다보는데...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히라무는 그것을 잡아 올렸다.
토키와라쵸 시내의 모 렌탈 스튜디오. 남성 4인으로 구성된 밴드가 한창 연습 중이다. 그들 외에 학생으로 보이는 소녀도 한 명 있었는데.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즐거운 듯이 밴드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연습하던 밴드가 휴식에 들어가자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드럼으로 쪼르르 다가갔다.
"와이~ 드럼~" "살살 쳐. 살살." "네에~"
소녀가 드럼스틱을 드니 본래 밴드에 앉아있던 이가 주의를 준다. 대답과 함께 고개를 크게 끄덕인 소녀가 어설프게나마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뚱. 땅. 챙챙. 두둥. 아이가 노는 것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던 연주 도중에 갑자기
채애애앵!!!
거의 깨질 듯이 울리는 심벌 소리. 쉬면서 얘기하던 밴드맨들이 놀라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 때. 사고 아닌 사고를 친 소녀가 이히히~ 웃었다.
"마아... 실수했다아~" "...너... 그러니까 살살 치랬지!"
이마에 딱 콩 하는 소리와 히약. 하는 작은 비명이 이어진 건 당연지사였다.
C. 「언제 돌아갈거야?」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방학도 어느새 개학을 하루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오늘도 황혼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면 비로소 끝나겠지요. 그렇게 방학이 끝나면 여름도 끝자락에 다다를 것이고. 즐거웠던 시간은 울긋불긋한 낙엽처럼 서서히 빛바래어질 것입니다.
"...올해도 정말 즐거웠다. 그치?"
당신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노을을 보던 그 아이가 문득 말했습니다. 지난 여름 내 당신과 함께했던 일들을 하나 하나 꼽아보니 참 많은 걸 한 것 같기도 하고 시간에 비해 아쉬운 일도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름은 거의 저물었습니다. 오쿠리비의 향이 저 멀리 노을 한 가운데를 조용히 가로지릅니다. 아쉬움에 손을 더 꽉 잡아보려 하지만 점점 실감이 흐려져 갑니다. 당신은 못 다한 아쉬움을 말로나마 꺼냈습니다.
언제 돌아갈 거야? 조금은 더 있어도 괜찮지?
"음~ 에헤헤~"
그 아이는 언제나처럼 바로 답하지 않고 웃었습니다. 웃지만 말고 대답해달라며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
붉은 황혼이 끝자락만이 당신의 옆을 가득 채웁니다. 어느새 비어버린 채 어정쩡하게 쥔 손 위로 물방울이 하나. 물방울이 둘...
생각보다는 좀 느지막하게요. 시치고산 이후부터요. 아 물론 찻잎을 따는 거 자체는 더 어릴 때부터 소꿉놀이할 때(가장 그런 거 하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따와서.. 같은걸로 따라하는 건 잘할 수 있으니까 그때도 똑똑 정확하게 따오긴 했지만 정식으로 따보는 그런 거는..
호죠군이 츠키양에게 찍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경우~ “세이야 선배? 너 지금 ‘세이야 츠키’를 말하는거냐!? 니가!? 왜? 어떻게!?!?!?!?”타케루 관점에선 긁고 긁히기 정말정말 어려운 조합(순해 빠진 애 + 극귀차니즘)인데 대체 어떻게 그랬냐고. 진심으로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109 시뮬레이션 지잉 한번 돌려보고~ “개빡치게 만들었잖냐?! 이 자식 나도 n년이나 걸려서 해금한걸 단 한번에… 하, 아니다… 아아, 외상값 있잖냐. 아버지가 다 받은걸로 치래. 저번에 준 생선. 싯가 올랐다고.” 흥분해서 TMI 말해버리다가 바로 화제전환 할 것 같네요!
>>116 카나타의 하루의 중계? 이걸 독백으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하나..(고민중) 이건 독백보다는 그냥 간단한 설명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카나타는 지금은 여름방학이라서 특별히 뭘 하는 것은 없는지라...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6시 30분쯤인데 이때 가볍게 나가서 조깅을 하면서 아침을 준비해. 그리고 밥을 먹으면 대충 아침 8시. 원래는 더 빨리 먹지만, 지금은 여름방학이니까! 그렇게 해서 특별히 일이 없으면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혹은 카페에 가서 카페 일을 돕거나 강아지와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야. 혹은 집에 있는 앵무새 유메를 데리고 놀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제 집행부 일도 해야하니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축제에 관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다가 집행부실에 슬며시 이런저런 간식을 놓아두고 조용히 가거나 하는 일아 많지 않을까 싶네.
>>137 아마 제가 생각하는 아버지들 성격상 생선 비싼거 줬으니 와서 또 외상술 마셔라(놀러와라)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138 반갑습니다! 아차차! 베이킹을 대실패한 이유는 부침가루와 밀가루를 헷갈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39 그러네요! 지금 시간대가 제일 뜨거울때죠!
여러 의미로 버티는 것이 한계인지, 마치 다리를 이용해서라도 억누르듯 잔뜩 오므린 어정쩡한 자세가 되어버리는 타케루. 그럼에도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반대로 놀리는 것인지 시끄럽게 까악까악 울어대는 까마귀는 도무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헤···~"
마치 자신 역시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한건지, 동병상련의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며 애매하게 웃어보이던 그녀였지만··· 그런 외침도 무색하게 여전히 버텨내기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하는 타케루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낮은 한숨을 내쉬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한쪽 손을 내밀어보였다. 마치 손을 마주 내어달라는듯이,
"손··· 정도는 괜찮지···?"
그리곤 웃어보였다. 그저 안심하라는듯 차분하고 포근한 웃음, 저보다 한척은 넘게 차이나고 심지어 남자애기에 자신은 손바닥은 커녕 손 자체가 가려질테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별거 아니니까···~"
만약 타케루가 순순히 손을 내어준다면, 그녀는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익숙하다는듯 한손만으로도 그것을 펼쳐 무언가를 떼어냈다.
"오히려, 이럴때 도움이 될거고···"
여전히 웃고 있는 그녀의 손엔 방금 필름에서 떼어진 작은 반창고가 보였고, 그곳엔 아무리 얊다 해도 서슬퍼렇게 반짝이는 침이 몇개 붙어있었다. 물론 다른 용도를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어차피 사용처는 비슷할 것이다.
"이상한건 아니니까··· 천천히 심호흡···~"
나른한 목소리와는 정 반대인 자비없는 손길, 손날과 손가락 사이에 따끔한 느낌이 잠깐 들겠지만··· 곧 괜찮아질 것이다. 타케루의 [다른 문제] 또한 도움이 되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잠깐만 가만히 있어봐···~"
여전히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를 보이던 그녀는 창고의 바깥, 시끄럽게 울어대는 까마귀와 시선들을 향하듯 허공을 바라보다가 발을 살짝 들어 애꿎은 화풀이를 하듯 문 끄트머리를 살짝 찼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서 여행을 떠난단 말인가?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는 이의 외유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 아마 그 말을 미카에게 직접 했더라면, 미카즈키는 그렇게 반론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기다리던 토키와라는, 친구들이 기다리던 토키와라는, 이제 없는걸. 다 내 잘못이지만... 이미 벌어져버린 사실인걸.
그리고 그때, 스즈네의 질문이 미카의 귓전에 걸린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벌써부터 작별과 회상을 그리고 있는 스즈네의 마음을 대신하여 미카의 마음 속에 들어앉은 묵직한 질문을 다시 한 번, 채로 거대한 징을 치듯이, 지잉- 하고 울리는 것이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길은... 진작에, 그 날, 아버지라는 작자의 손아귀에 억지로 잡혀서 차에 끌려올라가 오사카로 끌려가던 그 날에 진작에 잃어버렸고, 그러고 나서 아직까지 못 찾았는데. 미카의 찻잔 표면에 파문이 인다. 옆에서 스즈네가 양반다리마저도 풀고 흐무럭 늘어져버리는데, 미카즈키는 그대로 굳어버린 석상처럼 찻잔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앉아 있다.
"...모르겠어요."
미카즈키는 찻잔을 가만히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아직 자신의 속에 한줌 남아있는 인간답고자 싶어하는 마음을 파랑새에 빗대었으나, 자신은 새가 아니다. 날개나 다리가 부러진 새마저도 되지 못한다. 야구공. 그래. 잘못 던져진 야구공.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의 관성을 그냥 그대로 따라가는 것뿐이에요. 던져진 공처럼. 그게... 저한테 남은 전부에요."
미카즈키는 착잡한 얼굴로 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였다.
"모든 좋은 것들은 언제나 나를 참 빨리도 떠나가 버리더라고요."
...이상하게,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것 같다고 미카즈키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즈네의 자주 와서 얼마나 있든 좋다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언젠가 더 이상 자신이 여기에 올 수 없게 될 순간이 올 것 같다고, 예의바르게 웃는 당신이 축객령을 내리는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
스즈네가 친구를 언급하자, 미카즈키는 고개를 푹 떨어뜨려 버렸다. 얼굴 양옆으로 쏟아진 곱슬곱슬한 까만 머리카락이 미카즈키의 새하얀 얼굴을 가린다. 보이는 것은, 죄인의 생기 잃은 창백한 하관뿐이다. 아아, 이것은, 이것만큼은, 말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당신이 이다지도 다정하기에, 더더욱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아서.
>>253 저질렀다기보단 스즈네선배가 스즈네선배했는데 너무 잘 스즈네선배해버린 거라고나 할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달까? 별 대단한 건 아니고, 자기불신에 심하게 매몰된 상태라서 자신은 친구를 다시 만날 자격도 없다고- 친구를 다시 만나봤자 결코 예전과는 같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스레 시작 시점보다 못해도 한 달쯤은 더 일찍 왔을 텐데 그동안 왜 아무도 못 마주쳤겠어, 미카가 제발저려서 피해다녔지.
정말로 그러할까. 정말로 여행은 돌아갈 곳이 있는 이 만이 향유할 수 있는 여유인 것일까. 소년의 반론을 스즈네가 들었다면. 그렇다고 해주었을까. 나누지 않은 대화의 앞은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스즈네는 미소 지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손을 뻗을 것이다.
지금처럼.
미카즈키가 허공에 손짓하다 스러지듯 대답을 하고 난 후다. 양해 따윈 구하지 않은 무례하다고도 할 수 있는 조용한 손길이 조심히 미카즈키의 머리카락에 닿고자 했다. 푹 숙인 얼굴을 반 이상 가려버린 검고 곱슬한 머리카락을 마치 봄바람 스치듯 어루만지려 했다. 들추어 얼굴을 드러내는 대신 그 사이로 밀어넣어 희다 못해 창백히 보이는 얼굴에 대어주려 했다. 방금 전까지 찻잔을 감싸고 있어 따뜻함을 한껏 품은 손바닥이 한없이 부드럽다. 일련의 행동을 하며 스즈네가 말했다.
"얘. 미카즈키 군.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내 눈에 비친 너는 홀로 한겨울에 머무르고자 하는, 이제는 왜 그러고자 했는지도 잊은 듯한 사람이야. 겨울의 북풍은 걸어온 길을 얼리고 눈으로 가려버리니. 돌아본들 왔던 길은 보이지 않고 순간의 망설임에 나아가려 했던 길도 없어졌겠구나. 그 와중에 모든 좋은 것들이 떠나 그 속에 홀로 남겨져 버린 거구나. 너는."
차분한 목소리는 귀 뿐만 아니라 맞닿은 곳을 통해서도 들릴 것이다. 나직하지만 또렷한 발음과 흔들림 없는 어조가 작은 체구답지 않게 우직하다. 혹여나 돌아보면 언제 늘어졌냐는 양 얌전히 다리를 모으고 허리를 곧게 세운 스즈네가 미카즈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카즈키 군.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단다. 한 사람의 시야가 자기 앞 밖에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 시야로 누군가의 뒤를 봐줄 수도 있어."
엷은 미소를 유지하지만 흐트러짐 없이 말간 얼굴이 그렇게 말했다.
"조금 주제 넘게 말해보자면, 내게는 네가 그 한겨울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처럼도 보여. 너의 모름은 그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 그런데 있지. 사실 나도 잘 몰라. 나는 네가 아니니까 네 안의 한겨울의 형상을 몰라서 어디로 가야한다고 앞서서 이끌어 줄 수 없어. 그러니까 나는 네 뒤를 봐줄게. 네 길을 찾는 건 결국 네가 해야만 하기 때문에."
무슨 무책임한 소릴 하는 걸까. 하지만 스즈네의 말은 이어졌다.
"네 길을 찾는 과정에서 실수해도 괜찮아. 잠깐 잘못된 길로 들어도 괜찮아. 힘들어 멈춰서도 괜찮아. 이제부터 시작될 네 시행착오에 네가 무너지지 않게 받쳐줄게. 실수하면 무엇을 실수했는지 가르쳐줄게. 잘못된 길로 가려 하면 때려서라도 막아줄게. 힘들어 멈추면 너를 위한 쉼터가 되어줄게. 네가 언젠가 겨울바람에서 벗어나 봄의 새싹을 보는 그 날까지. 네가 다시 좋은 것들로 가득해져 활짝 피어나게 될 때까지. 약속할게."
약속하겠다 말하지만 내밀어지는 새끼손가락은 없다. 앞서 뻗은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그 손이 조심히 움직여 얼굴을 쓸어줄 것이고. 거부하여 닿지 않았다면 둥글게 받치듯 펼친 손이 미카즈키 쪽으로 내밀어질 것이다. 한낱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 손으로 잡아주겠다고 말하듯. 방긋 웃는 얼굴이 말한다.
"그러니까. 나와 함께 친구들을 만나는 것부터 해보자. 내가 항상 네 뒤에 있을 테니. 네 소중한 친구들을 마주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미카즈키 군."
이런 건 어때. 같은 되물음은 없었다. 스즈네는 미카즈키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당장 일어나 같이 나가줄 것처럼 보였다. 오늘 줄곧 그랬듯이 작은 손으로 거침없이 소년의 손을 잡고 말이다.
한참을 들이받아도 꿈쩍도 하지 않던 문짝이, 마지막 발길질 한 번에 묘한 소리를 냈다. 까마귀 소리가 멎었다. 감금 상황에 목이 타던 두 사람은 이변을 알아차렸다. 대미지가 누적되어서인가? 아니면, 문지방 위에 걸려 있던 수상한 나무 상자 하나가 떨어진 것 때문에 문이 열리게 된 것인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문을 열고자 손을 뻗는 순간 거꾸로 바깥에서 누군가가 경쾌하게 문을 열어젖혔다. 상쾌한 밤 공기가 단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바깥은 초승달로 어스레했지만 창고 안보다는 훨씬 밝고 역광이 들이쳐서, 문간에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알아보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여어───, 청춘남녀.” 그건, 니이모토 카나였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둘과는 달리 여유로운 태도로 손가락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보아하니 스캔들 기사는 기대할 수 없겠구만.”
신문부장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까까지만 해도 까악까악 소리가 온 대기를 메우는 듯하더니만, 이제 창고 주위에는 까마귀 깃털의 기색도 없었다. 모든 건 꿈이었던 걸까? 그런데, 만약 이것들이 전부 꿈이라면 니이모토 양도 그 환몽의 일부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미닫이문을 쿵쿵 두드리는 사람이 있길래 ‘특종이다!’ 싶어서 서둘러 와 봤는데 이거 유감인걸.” 니이모토 양이 성큼성큼 창고 안으로 들어와서,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주워 타에미에게 내밀었다. 아무래도 오래되어 보였는데 낙하의 충격으로 경첩이 약간 뒤틀려 있었다. “아무튼, 어두운 데서 수고 많았어.”
‘그 녀석’이라 함은 키타토라 양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을까······. 니이모토 카나는 별다른 설명조차 덧붙이지 않고 숲길을 따라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래된 나무 궤짝. 감물로 어둡게 물들인 표면이 군데군데 긁혀 자작나무의 고른 무늬가 드러나 보인다. 떨어지면서 손상되어 경첩이 비틀리는 바람에, 함부로 열었다간 망가질 것 같다······. 모양새는 아무런 꾸밈도 없어 단조로운 편이고, 앞면에 작은 열쇠가 들어갈 만한 자물쇠 구멍이 나 있다.
〔수상한 상자〕 - 「파손된 수상한 상자」가 집행부의 공유 아이템으로 추가되었습니다. - 3일에 1번(자정 기준), 최대 5번까지 상자 열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5번을 초과하면 상자가 파손되어 열 수 없게 됩니다. - 상자 열기를 시도하기 전, 그리고 시도 횟수가 2번, 4번이 될 때마다 다음 중 한 곳을 골라 「수상한 상자」에 관한 힌트를 탐문할 수 있습니다. 이미 방문한 곳은 다시 찾아갈 수 없습니다. 토키와라 정청, 하네이 신사, 게임센터
아 이거 말해 두는 걸 깜빡했군 샤츠(※이렇게 줄이면 안됩니다)조한테 분기 엔딩을 따로 안 나오고 있는 이유는 엔딩이 너무 적절하고 원래 전개랑 충돌하지도 않아서 기존의 엔딩이랑 따로 정사로 처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보상은 라무네 1개 + 아차상 라무네 1개 + 빨간색 부적)
웃통을 벗는 척 하더니 도로 놓아버리자 마시로는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큭큭 웃었다. 히라무는 언제나 골려 먹기 좋다. 풍부한 반응. 그때보다 상당히 성장하긴 했지만 어릴 때 물놀이를 하느라 종종 보았던 희라무의 상체가 이제와서 새삼스러울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오에게 고자질-이라는 말에 금방 새침해진 얼굴로 고개를 갸웃한다.
“내가 왜?”
히라무가 옷을 건네준다면 마시로가 들고 있던 박스 하나까지 히라무의 네 번째 박스로 쌓아주고, 히라무의 옷을 손에 쥐고 전속력으로 뛰쳐 갈 생각이었다. 히라무가 뒤에서 무섭게 전속력으로 쫓아오면 비명을 질러 탈출을 위한 시선을 끌 생각이었고, 그가 상자를 두고 간다는 죄책감 때문에 쉽게 따라 오지 못한다면 야밤에 온통 살색을 내놓고다니는 파렴치한 사람이 되어 누구든 금방 그를 찾아내지 않겠거니 싶었다. 근데 예상했듯이 실패로 돌아갔으니 열심히 뺑뺑이를 도는 수밖에. 애초에 고자질 하더라도 스즈네에게 일렀겠지- 왜 여기서 아오가 튀어 나와? 마시로의 표정은 물음표가 가득하다.
“바보 히라무 출발.”
길치 마시로와 바보 히라무 콤비가 결성됐다. 마시로는 팔을 쭉 뻗고 검지로 캄캄한 앞을 가리키며 히라무를 따라 걷는다. 길치라고 놀려대자 풀이 죽긴 커녕 한마디도 지지않고 히라무를 쏘아보기 바쁘다. 뜬금없이 왜 저렇게 웃는 거야. 음흉하게 웃는 히라무를 수상쩍게 바라보는데 어느샌가 쿵. 갑작스레 길을 멈춰선 히라무와 약하게 부딪힌 마시로 역시 얼굴을 찡그리며 멈춰섰다.
“뭐야, 캠프파이어 하려구?”
퉁명스러운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며 뚱한 표정으로 히라무를 바라보니 혼자 이것저것 뒤적이고 있다. 히라무라면 당장 여기서 장작에다 불을 붙혀도 이상하지가 않다. 뭘하는지 얼굴을 들이밀어 히라무가 꺼낸 나침반을 혹시나 하고 훔쳐보니 오락가락하는 게 기이하다. 여기가 무인도도 아니고, 그냥 오밤중 산속인데. 흐음. 마시로는 잠깐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골똘히 생각에 빠진 히라무의 어깨를 콱 잡으려 하며
“와악.”
놀래키는 소리를 내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홀로 유유히 상자를 들고 길을 따라 앞으로 직진했다.
어둠 속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귀에 흘러든다. 히라무는 웃음소리가 나는 쪽을 째렸다. 마시로쨩은 어려서부터 나쁜 버릇이 들어서 히라무를 괴롭히는 게 놀이라고 여긴다. 히라무는 다르냐면 그렇지는 않지만, 마시로가 도통 져주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똑같이 고집 세우는 히라무 문제라고? 그럴 수도...
째려본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해서 히라무는 만면에 드러냈던 불만을 거뒀다. 왜냐고? 아, 그렇지. 구구절절 말할 것도 없고.
"나한텐 그 편이 더 곤란하니까."
생각해보니 일러바칠 구석으론 스즈 누나도 있다. 누나도 마시로쨩을 곤란하게 하면 안 된다고 때찌때찌...하긴 하겠지만, 아오가 듣는 거랑은 좀 다르지. 더군다나 옷을 벗어 줬다든가 하는 말이라도 들려 봐. 그랬다간...마시로한테 대답은 건조하게 해놓고, 히라무는 혼자 또 앞을 보곤 키득키득 웃었다.
마시로는 히라무를 앞장 세웠다. 히라무한테도 그 편이 낫다. 지금 상황은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서, 마시로가 앞에 서든 히라무가 앞에 서든 비슷한 일이 벌어질 예감이 들기는 해도 일단 마시로보단 히라무가 길 찾기에 믿음직하다.
"그럼 마시로는 바보 따라가는 사람이네. 바보 잘 따라오도록."
두 사람이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 산길은, 히라무 입장에선 수도 없이 걸어 왔던 길. 마시로도 간만일지언정 그렇게까지 낯선 길은 아니다. 그런데도 똑같은 길이 계속되고만 있다. 계속 나무로 둘러싸인 어두컴컴한 숲길...아까 전의 형광띠를 지나오면 슬슬 센본토리이의 시작점이 보여야 맞다.
오늘은 아니다. 이 나침반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멈춰선 히라무의 등에 마시로가 콩 찧었지만 히라무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찧었으면 뒤에서 잘 따라오고 있다는 얘기니까. 오르페우스도 에우리디케가 등에 이마라도 박았다면 그렇게 놓치지 않았을걸! 히라무는 마시로의 시비에 대강대강 대꾸했다.
"좋지. 불은 내가 붙일게 마시로가 장작 모아 올래?"
근데 이러다가 진짜 캠프파이어 해야 할 수도. 그럼 조난당했단 얘기겠지만...으악. 마시로가 어깨에 툭 와서 소리를 지르기에 히라무는 안경에 뭐 붙은 듯이 움찔했다. 그 찰나 마시로가 제 짐을 들고 튀어나가 버렸다.
따라오고 있는 게 아니라 앞서가면 그때부터 큰일이다. 히라무는 옆에 있던 상자들부터 챙겨 들면서 허겁지겁 소리쳤다.
반대로 말하면, 너 만큼 날 가까이에서 보아주는 사람도 없다는 거겠지. 내 여러가지를 알고, 그걸 받아들여주고. 뭐, 이것저것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것도 있지만, 그런 어린아이같은 네 면들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아직 고등학생인걸. 지금의 풋풋함이 좋았다. 이런 친구관계가.
"왜? 난 네 얘기 듣는거 좋은데. 계속 해봐."
씩 웃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1차대전이라."
"전쟁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노벨평화상 수상자 히라무 씨?"
키득거리면서 장난스레 덧붙였지. 자신도 이런 관계가 좋았다. 이런, 그저 막연히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다가도, 진지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그렇기에 토키와라가 소중했고,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도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괜찮다. 네가 곁에 없더라도, 잠시 만나지 못할 뿐이고 우리의 인연이 끊어지는건 아닐테니. 너와 나는 계속 친구일테고, 형제같은 사이일테니까. 소년은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깨닫지 못한 채로.
"아니었어?"
고양이처럼 눈을 깜빡거리며 묻다가.
"그렇구나."
그리 말하면서 다시금 오므라이스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소년은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사소한 일들 하나하나 캐묻는 성격이 아니라는것은, 그도 잘 알고 있으리라. 이런 고양이같은 성격은 언제부터였더라. 철이 들때쯤 부터였던가. '형.' 이라는 말에는 "어." 하고 간단하게 대답하고. 곧 이어진 말에는.
"응. 이미 넣었어. 맛있게 오므라이스 해줄게."
그리 말하면서, 천천히 계란을 뒤집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프라이팬 부딪히는 소리가 부엌에 울리고.
단지 신사의 헛간에서 축제에 쓰일 도구를 가지고 나올 뿐인 일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길은 끝없이 반복되고 사방은 캄캄하며 숲에선 두견새들이 눈을 빛내고 새카만 하늘에 새빨간 달이 오솔길 흐르는 물을 붉게 물들인다. 아무리 걸어도 어디를 봐도 두 사람 외의 기척도 소리도 없다. 스산한 오솔길을 울리는 소리는 아마네의 겁 먹은 외침과 스즈네의 꺄르륵 굴러가는 웃음소리 뿐.
"에~ 괜찮아~ 세이쨩~ 와이~ 이것 봐~ 첨벙첨벙해~"
아마네가 하지 말라며 빠르게 다가갔지만 스즈네는 박자를 맞추듯 몇 걸음 폴짝폴짝 뛰어가버렸다. 덕분에 잡으려던 손은 놓치고. 울먹이는 아마네는 아랑곳않으며 스즈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마을 사람들은~ 영험~한 술사를 불러서 괴물을 봉인하기로 했습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돈을 모아~ 어느 신궁의~ 덕이 높기로 소문난~ 법사님을 모셔왔지요~ 마을 사람들은~ 법사님만 믿는다며~ 거듭 고개를 조아렸고~ 법사님도~ 곧 평화로워질 거라며~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법사님은 홀로 산에 들어갔습니다~"
스즈네가 통통 뛸 때마다 오솔길에 잠긴 물도 따라서 철퍽거렸다.
"법사님은~ 산에 들어가기 전에 말했습니다~ 절대~ 날이 밝기 전에~ 산에 들어오면 안 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 곳에 모여 그 말을 지켰습니다~ 밤새도록 산에서~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모두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날이 밝았습니다~"
꼬끼오~! 이야기 도중 스즈네가 익살스러운 닭울음소리를 낸다. 그러고 뭐가 재밌는지 깔깔 웃는다. 웃음기 남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다같이 산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산에는~ 법사님과 괴물이 싸운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렬하게 돌아가신 법사님도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법사님께 감사합니다~ 하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법사님을 모신 사당을 만들어 치성을 드렸더니~ 그 후로 괴물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와이~ 잘 됐네 잘 됐어~"
혼자 박수를 짝짝 치며 이야기를 끝낸 스즈네가 우뚝 멈춰섰다. 방금 전까지 떠들던게 무색하게 조용해져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스산한 산바람만이 스즈네의 부슬한 머리카락을 흔들고 지나갔다.
44. 앉아서 졸때 앉는 자세는? “너는 여태껏 먹은 밥그릇 개수를 일일히 기억하고 있냐⁉ 자고 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허리가 옆으로 꺽인채 턱을 받친 살짝 기괴한 자세라고 합니다.) 34. 직업이 있나요? 있다면 어느 직업인가요? “직업은 고교생.ᐟ 업무는 바르고 건강한 생활과 학습하기.. 지만.ᐟ 아무래도 공부는 나랑 적성에 안맞다 이말이지.ᐟ” 19. 거절을 잘 하나요? 아니라면 그 이유는? “집문서 정도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잖냐.ᐟ 이 몸을 필요로 한다는데.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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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진단!
>>472 그러다 진심으로 힘이 실려 스즈양을 투닥투닥했다면 바로 ‘우우~! 스레기~!’ 취급 받고 다굴 당했을 것 같네요!!
>>478 약간 뭐랄까 같은 또래 대하는 것보다 모자란 애 케어한다는 느낌 그런거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네!! 저번에 마이주랑 선관 얘기 나누시는거 봤어요! 아마 스즈양의 츳코미에 “하지만 나를 자꾸 ‘대장’이라고 부른다고!” 라고 대답했을 것 같습니다! 마이양의 계속되는 대장라이팅에 진심으로 부하 삼아버리는 타코도모! 근데 매미 진짜 미쳤네요! 아까 새벽 2시까지 울더니 5시 15분 되자마자 또 우네요! 매미도 연플이 시급한가봅니다!
아마 여기 근처에 나무가 많아서 그런거 같기도 합니다! 얼마나 급하면 새벽부터 “야 나랑 결혼하자!!” 라고 외치겠냐고요!! 아앗 좋습니다! 마이양과 선관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생각해봤는데 스즈양이 이렇게 중화를 시켜주다니 땡큐죠!! 무튼 너무 졸려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밤새 또 달렸네요! 스즈네주도 좋은 밤.. 아니 좋은 새벽 되시길! 이따 봬요!
바보 히라무의 말장난에 마시로는 피식 웃으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나이가 몇인데 여전히 유치해. 춥냐고 걱정해 줄 때까지는 그래도 꽤 남자다워진 줄 알았다. 실상은 그것마저 장난에 불과했지만. 바보 히라무. 슬슬 잡동사니를 들고 있는 팔이 뻐근해져 오는데 함부러 버리면 히라무가 이른다 하니. 그렇다고 히라무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도 싫었다. 마시로는 난감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연필과 연초만 쥐고 산 약골이라 도움이 안 된다. 정말 이 산속에서 캠프파이어라도 하면서 이불에 지도를 그리고 싶지 않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상황을 타파 해야한다.
“시루”
본래라면 히라무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느긋하게 걸어 다닐 생각이었으나 뒤에서 괜히 다급하게 부르니 왠지 잡히기 싫은 거다. 마시로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히라무 말 대로 손에 상자까지 들고 뛰었다간 3초 이내에 넘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니 우선은 본인이 낼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바뀌는 것 같지 않은 풍경에 푸욱 한숨을 내쉰다. 이쯤 걸었으면 강물이라도 보였어야 했는데, 하다 못해 민가의 불빛이라도. 본인이 기억하는 마을 숲에 이 정도로 끝없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숲은 처음이다.
“할말이 어딨어 너가.”
또 별 거 아닌 시답잖은 얘기 할 거지. 결국 빠르게 움직이던 마시로는 갑작스레 우뚝 멈춰서서 뒤따라오는 히라무의 쪽으로 몸을 돌렸다. 히라무가 급하게 마시로를 따라오고 있었더라면 서로 꽝 부딪혔을 수도, 아닐 수도... .....
스즈네가 이야기를 멈춘 건 끝나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결말이 남아있었지만 계속 얘기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입을 열었다간 어느새 몰려든 나방떼가 쑤셔박힐지도 몰랐으니. 얼굴까지 달려들기 전에 대강 가리고선 잠시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별 일이 다 일어나네. 시기가 시기라 그런가.'
겁 먹은 아마네와 달리 스즈네는 침착했다. 겁 먹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평상시 바보 같은 모습과 달리 몹시도 이성적인 모습이다. 그야 스즈네는 진짜 무서운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얼굴과 눈만 아니면 나방은 별 위협이 되지 않으니 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보려 했지만.
"...아휴~"
혼자가 아니라는게 스즈네를 움직이게 했다. 뒤에서 아마네의 울부짖음이 들려오자 벌떡 일어나서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달려갔다.
"세이쨩!"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 나방 사이를 헤치고 아마네를 붙잡으려 했다. 휘젓는 팔을 잡게 되거든 아래로 끌어당겨 몸을 웅크리게 해 나방이 적어도 얼굴은 때리지 않게 가려주려 했을 것이다.
"괜찮아~ 그냥 나방이니까~"
평상시와 같이 말하며 아마네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면서 간간히 나방을 털어내며 주변을 보려 애썼다. 뭔가 또 변하지는 않는지.
코하네주와 돌린 일상이 1주일이 넘었나... 코하네주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그래도 계속 잡고 있을 순 없으니 이 일상은 일단은 잊고 있어야겠네! 그럼 나도 슬슬 일상을 구해봐야겠는데... 지금 츠키주와 치카게주가 일상을 구하고 있었나? 다른 구하는 이도 있어? 돌리기 싫다 이게 아니라 누가 일상 구하는지 좀 보려고!
다가갈수록 미키 군의 모습이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그 때의 미키 군과는 달라진 부분들도 명확해집니다. 조금은 낯설지만 그렇다고 하나요가 발걸음을 걷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하나요가 미키 군을 불렀을 때, 미키 군은 예전과 같은 눈빛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미키 군은 창백해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미키 군~~!!!!!"
하나요가 옛 친구를 부르면서 품에 와락 뛰어들었습니다. 물가라거나 물을 먹는다거나 하는 다음 일은 생각에 없는 채로 그저 반가워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물과, 허공으로 휘날리는 하나요의 머리카락, 하나요의 팔이 물 속으로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았던 미키 군의 형체를 붙잡습니다.
반가워 웃으면서도 동시에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하나요. 이미 물에 젖은 뒤라, 이미 하나요가 눈물을 떨구고 있는 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눈 떠 보니 아침 아홉 시였던 기억도 없지 않지만. 특히 학기 중에 시험공부를 할 때에는 왕왕 있던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반사적으로 울리는 집전화를 받았더니 우리 엄마가...엥? 미사토가 왜 거기서 나와? 알고 보니 어젯밤 안 들어온 히라무의 행선지에 예측샷을 날렸던 것이다.
"그것도 하루로 안 끝날걸...요? 전쟁은 인류의 본성이니까요. 저에게 3일 밤낮을 주신다면 강연할 수 있습니다."
반쯤 진담이었다. 애초에 아오가 노벨평화상 직책도 부여해 줬잖아. 평화상 수상자에게 3일 밤낮 유튜브 라이브쯤은 부상으로 제공해줄 수 없나?
노벨평화상! 멋있는 얘기다. 히라무는 상 욕심이 세진 않았지만 그래도 노벨상은 전 일본인을 넘어 전 세계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상이니까. 히라무는 이과 학생은 아니니 받는다면 평화상 아니면 문학상일 텐데, 문학에는 히라무가 생각하기로 노벨상까지 탈 만한 재능은 없다.
"평화상 받으려면 힘들어~ 난 평화상 안 받을래. 아오 군이 받아."
받으려면 스웨덴까지 가야 하기도 하고. 아오는 어느새 스웨덴에 있을지도 모른다...
"형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아오군도 사쿠라상이랑 또옥 닮았어."
그런 생각이 들어서 히라무는 괜히 놀리듯이 이야기했다.
히라무의 요즘 목표! 가방에 가지고 온 오므라이스 레시피다. 아오가 만드는 것까지 열심히 보고 있다가 아오가 졸업하기 전에 한 번은 직접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서 대접해 주기. 유키쨩도 같이 있으면 좋고. 아저씨까지 같이 계시면 쌍따봉이고. 물론 히라무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자신의 계획이 불러올 참극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찰캉찰캉. 프라이팬 돌아가는 소리가 아오의 말소리에 섞여서 들린다. 오므라이스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간 먹어오기만 했고. 아오므라이스는 히라무를 토키와라에 돌아오게 하니까, 히라무도 아오를 토키와라를 돌아오게 할 자신만의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축제 진행은 오늘도 한창이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기도 하며, 전할 것은 전해주면서 하루 시간을 보내면 어느덧 저녁 노을이 천천히 지고 있었다. 조금 피곤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정확히는 자신이 먹을 머핀을 하나 구입할 생각이었다만, 문득 집행부가 떠오른 탓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날 이후, 한 번도 간식을 둔 적이 없네."
딱히 간식을 꼭 돌려야한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자신은 3학년. 후배들을 챙기는 것은 나름 성미에도 맞고 지금 시간대라면 아무도 없을테니 잠깐 들려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두고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머핀을 두면 이 더운 여름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는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아이스크림을 구입하기로 했다. 집행부 부실에 냉장고가 있었으니, 그 안에다가 아이스크림을 넣어두면 다들 더울 때 이것저것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지갑을 열었다.
"...여기 있는 것부터 여기 있는 것까지요."
그렇게 편의점에 있는 많은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후, 그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집행부 부실에 들어서려고 했다. 만약 그 안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하얀색 비닐봉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없다고 한다면... 이를테면 복도에 있었다고 한다면 딱 봐도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가만히 둘러보는 듯한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어요. 처음에는 감당하기 싫은 일이라도 계속 반복하면 무뎌진다는 뜻이죠. 누군지는 몰라도 이 말을 처음 했던 사람은 어지간히 할 일이 없거나 노예근성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하나만큼은 알겠네요. 그야 이렇게 제가 열심히 하는데도 일이 끝나지 않는 것을 본다면 그 소 뭐라고하는 옛날 철학자도 묘지에서 되살아나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면서 낫과 망치를 들고 시대혁명을 외칠게 뻔합니다!!!!
...뭐 이렇게 된거에 짐작이 아예 안가는 건 아니지만요. 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 샤카도 치카게. 하기는 싫지만 직함상 샤카게가문의 후계자이자 (비공식) 토키와라의 전통무용 학생부문 일인자. 나름의 네임밸류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의 노출을 극단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는 바, 얼마 전에 기절한 이후로는 병원에서 이틀정도 휴가를 만끽하고 여린 몸을 핑계로 깔짝깔짝거리다 집행부실로 도망쳐가며 노동의 효율화를 추구해온겁니다. 그야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해봐야 다른 분들한테도 민폐고. 애초에 그렇게까지 학교 일에 열심히인 타입도 아니었다보니 가끔씩 친구들이 DM으로 워터파크에 간 사진이나 이곳 저곳 놀러간 사진을 보내면... 그... 못참고 저도 저질러버렸단 겁니다!!!
아무튼 그런 생활이 제법 길어지니 저도 요령같은게 생겼다고나 할까요. 이른바 노동의 정상화를 행하다보니 이곳 저곳 학교부터 마을 곳곳에 농땡이를 칠만한 포인트를 몇가지 찾아냈다는 겁니다! 뭐 그중에 몇개는 어릴때 미카짱이며 쿠라짱이랑 같이 쓰던 비밀기지 느낌인 곳이 아직도 남아있는 느낌이지만요. 그래도 공간은 공간! 그 중 제일이라고 한다면
"아, 파워풀..."
중앙제어식이 아닌 에어컨 완비, 누군지는 몰라도 자주 간식도 채워놓고 여차하면 애매하게 각이 나오지만 어지간해서는 시선이 안닿는 구석자리까지 갖춰진... 네. 집행부실입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사람을 숨기려면... 어 바다에? 아무튼 그런겁니다! 등잔밑이 어둡다!!!
"어디어디스플래X이나 해볼까요~"
남의 돈으로 즐기는 휴식만큼 달콤한건! 거의 없죠! 아하하~ 극락극락... ...뭔가 이상한 소리 안들렸나요? 드르륵- 하고. 방금 뭔가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가...
"아"
척봐도 선배겠죠 저사람...? 어디 일단 주변 확인을... 널부러진 만화책 OK... 열려있는 감자칩 OK... 한창 랭매중인 스위치 O...아니 이거에 일단 집중해야겠네요.
안에 있는 이는 누군지 모를 금발머리 여학생이었다. 카나타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집행부 회의라던가 전에 물고기 잡을 때라던가 봤었던가? 아. 얼마전에 짐 옮길 때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잠시 하면서 카나타는 치카게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주변에 있는 만화책과 감자칩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저거 스위치 아닌가? 뭐지? 여기 부실 아니고 다른 곳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에,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맞는데?"
이어 그는 다시 문을 다시 드르륵 열고 들어섰다. 집행부실이라는 것은 방금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방금 전 풍경이 달라질리가 잇겠는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일단 안으로 들어선 후에, 문을 닫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는 망설이지 않고 냉장고로 천천히 향했다. 그리고 비닐 봉지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꺼내서 안에 보관했다. 비어있는 냉장고가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괜히 뿌듯함을 느꼈는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뒤를 돌아봤다.
"...먹을래? 아이스크림."
바도 있고, 콘도 있고, 빨아먹는 그런 것도 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치카게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가 조용히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뭐하고 있어? ...스위치? 게임 좋아해?"
부실에 있던 물건을 아닐테니 저건 개인 물건임이 분명했다. 그것을 굳이 여름방학인데 들고 다닐 정도면 상당히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사람? 뭐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보이네요. 이렇다면 실제 안심. 선생한테 들킬 일도 없으니 이대로 가면 저의 턴이 계속되는거죠 뭐. 방금 전에 나갔다 오는걸 보면 확실하게 집행부 인것 같기는 한데 모릅니다. 예, 뭐 제가 성실하게 일하는 타입도 아니고 여기 사람이 한 두명도 아닌데 자주 본 사람아니면 얼굴도 기억못하는게 정상아닌가요! 그러다보니 딱히 뭔 마음이 들기보다는...음... 아, 자주 여기에 과자채워넣던 선배일지도 모르겠네요. 오자마자 아이스크림으로 회유하려는걸 보면 거의 맞는것 같기도.
아마 가리가리군이 있어서 샀었지. 무슨 맛으로 샀더라. 딱히 맛을 고르지 않고 일단 보이는 것으로 샀기 때문에 그는 넣어둔 아이스크림 중에서 가리가리군을 찾았다. 그리고 그 중 메론소다 맛을 찾은 후에 냉장고 밖으로 꺼냈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이어 그는 그녀의 근처로 다가간 후에,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이어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도 그 정도로 좋아해. 리틀 프렌X 같은 거. ...동물의 X은 안 좋아해. ...그거 완전 사기야."
동물의 숲인데 동물이 아니라 인수 같은 거잖아. 그런 혼잣말을 괜히 중얼거리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카게가 이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아도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 그녀 쪽에서 모모테츠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런 것도 좋아하지만, 내 스위치는 집에 있어. ...그리고 저녁 노을이 질 시간이니까 슬슬 하교해야하지 않아?"
모모테츠 정도면 충분히 카나타의 흥미를 끌 게임이었지만, 문제는 시간이 그것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가만히 머리를 굴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확인이 늦었는데... 집행부 맞지?"
무단으로 부실을 차지한 이라면 곤란해. 그렇게 무덤덤하게 말을 내뱉으며 그는 대답을 기다리듯, 치카게를 빤히 바라봤다.
가리가리군이라면 오리지널인 소다 이외에는 사도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월이 흐른만큼 다양한 맛이 나오기도 했고 이쯤되니 사실상의 흑역사인 콘포타쥬...콘포타쥬 맛만아니면 어느정도 넘어가도 되지 않은가 싶단말이죠 저는. 사각, 하고 베어지는 식감에 특유의 인조멜론만... 으음, 참을 수가 없네요! 뭐 메론은 몰라도 어디가 소다냐 싶기는 하지만. 뭐 일단 인수가 어쩌니 하는 선배에 말에는 흐음, 그렇슴까. 하고 넘겨버리고는 할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나저나 뭔가 안어울리는 선택이네요. 피파같은거 좋아하게 생기셨는데. 뭔가... 부드럽다?
"에 벌써 그런 시간이었어요?"
...어쩐지 바깥이 좀 어둑어둑해지더라니!!! 여름이라 해가 긴걸 생각하면 생각보다 더 오래 있었던 느낌입니다. 이러면 저녁에 하는 특방도 못보지 않나요! 역시 집행부 되고 나서는 제대로 된일이 없... 음... 관두죠. 저번에 루나짱이랑 같이있을때 같은 일이 여기서 안일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들어보니까 애초에 루나짜은 내려가지도 않았다고 했으니... 그때 제가 본건... 으으으으...
"아, 일단은 집행부 맞아요. 1학년, 샤카도 치카게입니다아-"
뭐 그건그거고 이건 이거네요. 적당히 뒹굴거리면서 선배의 말에 답했습니다. 어차피 늦은김에 천천히 들어가죠 뭐. 하교라고 해도 어차피 학기중도 아닌데 굳이 따라야할것도 없으니까요.
뭔가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길 정도라면 정말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면 어두워질 때까지 괜히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것도 나름 후배를 도운 셈이네. 괜히 뿌듯함을 느끼면서 그는 뒤로 돌아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하면서 괜히 미소를 지었다. 물론 큰일은 아니었으니, 누군가에게 말을 할 일은 아니었다. 그저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만족일 뿐이었다.
"그렇구나. ...3학년 호시노 카나타야. 그런데 샤카도?"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그런 생각을 하며 카나타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어디서 들었지? 좀처럼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에 그는 개운치 못한 표정을 지었다. 토키와라는 아니고 교토에 갔었을 때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괜히 머리를 긁적이지만 역시 바로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정도로 생각을 멈췄다. 굳이 물을 이유도 없었다. 샤카도라는 성.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라고 말한다고 한들, 상대 입장에선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 응. ...아이스크림이 없었던 것 같아서. ...김에 채워넣은거야. 딱히 의무는 아니지만."
이거 사는 김에. 이어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같이 샀던 머핀을 하나 꺼냈다. 초콜릿 칩이 가득 박혀있었기에, 얼핏 봐도 상당히 달콤할 것 같은 그 머핀의 포장지를 뜯고, 그는 늘 자신이 앉는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것저것 일을 해서 그런지, 달콤한 것이 끌렸거든. ...그래서 이거 먹고 가려고."
이어 그는 머핀을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상당히 달콤했는지 그는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한입 더 베어물었다. 이어 아무런 말 없이, 마치 커다란 다람쥐가 간식을 먹듯이 오물오물 즐기던 그는 아직 먹지 않은 부분을 잠시 바라보다가 치카게에게 물었다.
우와 뭔가 엄청 만족해하고 있네요. 뒤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일단 좀 떨어져야겠네요. 좋은사람인것 같기는 한데 뭔가 위험한 것 같기도. ...음, 아니 역시 일단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그래도 초면에 아이스크림도 사주는 분이신데.
"아 예, 샤카도. 성씨가 좀 특이해서 다들 잘 기억하더라구요."
호시노라니 아이돌같은 성이네요. 뭔가 첫화에 칼에 찔리는 톱아이돌 같아서 좀 멋있잖아요. 뭐야 저랑 성씨 바꿔줘요. 지금 성씨가 불만...이라고 할것까지야 없지만 획수로보나 뭘로보나 뭔가 폭력적이잖아요! 나중에 만약 집안까지 이으면 이름이 아예 할아버지같아진다구요?! 이거 어떻게 받아들이라는거에요!!!
"으음, 좋아는 하는데 이걸로 오늘치 칼로리는 오버 했으니까 됐어요."
평소였으면 염치불구하고 바로 받아먹었겠지만 최근들어서 꿈에 마마이가 나와서 저보고 말랑하다고 하는 일이 가끔 있었으니까요. 뭔가 미래예지같은 기분이 들어서 특별 긴축으로 모델시절의 관리를 하고 있는거라구요. 대단하지 않나요?
"그런데 역시 집행부셨네요~ 아, 가끔 채워두는 간식은 잘먹고있습니다-."
아, 죽었다. ...뭐 아무튼 게임은 일단 한켠에 치워두고 거의 다 먹은 가리가리군의 스틱을 입에 문체로 빠이센을 향해 물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3학년이면 수험생인데 수험생까지 여기에 동원하나요 보통?! 적어도 중학생때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최근들어서 그렇게 되버린걸까요. 운명이란.
자신은 딱히 그런 것은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카나타는 순수하게 치카게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머핀은 칼로리가 얼마나 되지? 하지만 오늘은 일을 열심히 했으니까 먹는다고 해서 크게 나쁠 것은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머핀을 마저 입에 천천히 넣었다. 다음에는 초콜릿 말고 다른 종류로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입을 천천히 닦았다.
"...티나? 딱히 간식을 채운다고 알려준 적은 없는데. ...니시키리가 말한 것 같진 않고."
이즈미는 이런 부분으로는 입이 무거우니 아마 말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스스로 납득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그는 치카게를 바라보며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얘기하면 다음에 채울 때 생각해볼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너무 비싼 것은 곤란하지만, 적당한 가격이라면 자신의 용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 당장 오늘 산 아이스크림도 자신의 용돈으로 산 것이기도 했고.
"...대학에는 큰 뜻이 없어. ...토키와라에 있는 대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면 딱히 다른 곳으로 대학을 갈 마음도 없어. ...가업을 이을 생각이라서."
호시노 이누네코랜드. 자신의 집에서 하는 강아지&고양이 카페의 이름을 대면서 그는 그곳이 자신의 집에서 하는 카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면서 말을 이었다.
"...갈 수 있다면 가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진학이 아니라 취업 희망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정말로 괜찮다는 듯, 그는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이 애는 어떠려나.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그는 그녀에게 방금 자신에게 던진 물음을 던졌다.
목소리 들려온다. 무언가가 자신을 덥썩 붙잡자 깜짝 놀라 움찔, 했으나, 곧이어 팔 아래로 끌어당겨지자 몸을 웅크릴 수 있었고. 더이상 나방이 얼굴로 달려들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눈 깜빡이면서 새빨개진 눈시울로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아무 일도 없던 듯, 나방도 사라지고, 새빨갛던 달들도, 자신들을 쳐다보던 새들도 사라지고, 평범한 오솔길만이 남아있었다.
"...스즈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면서, 조금 부어오른 눈으로, 구슬같은 눈물 방울져 흘리우면서.
"하지, 마, 말랬잖아..."
"너무해."
훌쩍거리면서 잠시 울기 시작했다. 채 말 다 잇지 못하면서. "나방이... 붉은 달이..." 그리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일어나려하며. 손 들어 눈가를 박박 닦으면서.
"......스즈네, 맞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듯.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걸까. 그리 생각하면서, 고양이같은 눈으로 가만히 부어오른 눈 끔뻑거리며 소년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렸을때부터 그랬다. 눈물 흘리우는것을 잘 참지 못했다. 그렇다고 자주 우는것은 아니었지만, 소중한 사람들에 한해서는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같았더라면 네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을텐데. 어느새 너와 나는 이렇게 커버려 그러지도 못하게 되었을까. 허나 괜찮다. 지금부터라도 그럴 수 있을테니까. 네가 눈물 흘린다면 내가 닦아줄 수 있다. 그야, 너는 소중한 친구니까. 지금으로써는 오히려 다행일까. 네가 내 눈물 닦아준다면 더 울어버리고 말았을터다. 어째서 그럴까.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고.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듯 눈물 흘러나올까. '아오는 울보.' 그 말에 조금 입꼬리 올리며 피식, 하고 웃었다. 괜찮다. 네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했다. 비록 소년은 소녀가 어떤 감정 품고 있는지 알지 못했으나, 분명 그리 생각하리라. 더이상 우리 사이에 죄악감도, 죄책감도 없었으면 하리라. 좋은 추억들로 다시금 남은 시간들을 채워가기에도 부족할 테니까.
"너는 바보 마시로잖아."
그리 이야기하면서, 소년은.
소녀는 따라 웃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이 환기되고. 그제서야 네가 소소하게 웃으며 구석을 찾아다니자.
"잠깐 나갔나봐. 어느새 많이 컸는데. 사진 볼래?"
요리조리 네가 구석구석 살피자 피식 웃으면서 핸드폰을 켰다. 사진이, 어디있더라. 아. 여기있구나. 네게 쑥 하고 내밀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최근의 사진이었다. 둘다 같은 잠옷을 입고 있었다. 하얀색 잠옷. 곧이어 네가 익숙하게 예전처럼, 변함없는 식탁 자리를 찾아가 식기와 물을 준비하자.
"너 좋아하던 그릇이지? 오랜만에 그거 쓸까."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부드럽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정도 완성되어가면.
키득거리면서 이야기했다. 어렸을때부터 너는 그랬던가. 한번 열중하면 끝까지 해내고는 하던 성격이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아아, 키가 조금 더 컸더라면-" 나도 고시엔에 나갔을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괜히 장난스레 덧붙이고.
"전쟁은 인류의 본성이다라. 좋은 말씀 잘 들었으니 강연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히라무 교수님."
키득거리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무슨 상 받고 싶은데?"
눈 깜빡거리면서 묻고. "다 됐다. 그릇 좀 가져다 줄래?"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말랑말랑한 오므라이스가 완성되어, 좋은 냄새 풍기고 있었지. 맛있겠네, 작게 중얼거린다.
"우리 누나랑? 어디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괜히 놀리듯이 이야기하는 네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답하고는. 정말 그럴까. 나는 그정도로... 자유분방하지는 않은데. 가족들한테 걱정도 안 끼치고. "사고 한번 친적 없잖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점입가경. 점점 기괴해져가던 기현상들은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시야가 깨끗해진다 싶더니 어느새 나방들이 없어져 있었고. 발 아래는 처음부터 그랬듯이 마른 나뭇잎들만 버석거렸고. 하얀 달빛과 검푸른 숲이 오솔길 양 옆을 채웠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나무와 수풀 사이사이에서 우는 풀벌레 울음소리와 아마네의 울음 소리 뿐이었다.
"이제 괜찮아~ 다 없어졌어~"
아마네도 주변이 조용해진 걸 깨닫고 고개를 들자 스즈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방이 그렇게 달려들어 인분투성이가 되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환상이었는지 괜찮아보였다. 일어서려는 아마네의 머리카락을 살짝 털어 정리해주려 하며 스즈네도 일어서서 옷자락을 탁탁 털었다.
"아하하~ 미안해 세이쨩~"
진짜 미안한 거 맞냐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해맑게 대답한 스즈네. 어느새 머리 위 박스가 없어진 걸 깨닫고 다시 주우러 가려다가 아마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조금 더 놀릴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우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안 그러기로 했다.
"당연히 맞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스즈네다용~ 내가 아닌 모옷된 요괴가 온 줄 알았던 거야 세이쨩~?"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한 쪽 눈을 찡긋 감으며 손가락으로 브이. 를 그려보인 스즈네는 이내 그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제 다른 일은 안 일어날 거 같으니까~ 얼른 내려가자~ 아니면~ 천천히 갈까~? 세이쨩 눈 빠알개졌으니까~"
그 손을 잡으면 언제나와 같이 따뜻하고 말랑한 작은 손이 꼬옥 쥐어올 테니. 그것만으로도 스즈네가 진짜 스즈네인 건 증명될 것이다.
물론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이 소년의 길을 얼마든지 여행이라 축복해줄 수 있겠으나... 지금 이 소년이 걸어가는 길을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렇게 온당하지 못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어딘가에 놓아주고 싶은 감정을 여행짐에 같이 싸갈 수는 있으나... 이 정도로 뿌리깊게 박힌 음울함을 여행짐으로 챙기는 일은 없지 않은가. 여행을 떠나는 이의 뺨이, 이렇게 엄동설한에 무덤에서 파낸 시체마냥 차가울 리는 없지 않은가. 소년의 뺨에는, 물리적인 온도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건조한 냉기가 있었다. 그가 아무리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도, 차라리 죽는 것보다 못한 꼴이라는 듯.
스즈네의 손끝에 얹히는 뺨은, 그 손끝을 거절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저 거기에 냉막히, 단순히 물리적인 온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온도의 결핍을 끌어안고는, 서늘하게 스즈네의 손끝에 와닿을 뿐이다.
"...자상하시네요."
그리고 겨울바람에 얼어버린 검은 덤불 같은 머리카락 아래로, 나직이 스즈네에게 건네어져오는 거절.
"키리야마 선배가 그럴 이유가 없는걸요."
정직한 의문. 당신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않나. 그저 찻집 딸과, 단골손님 심부름을 온 손자. 그것뿐인데.
아직 미카즈키는 아무런 여지도 정하지 못했다. 그런 미카즈키에게 스즈네는 너무도 정직하고 올곧게 직진해 들어왔다. 소년은 스즈네의 방에 감히 꾀죄죄한 맨발로 들어갈 수 없는데, 스즈네는 소년의 눈밭에 온가득 발자국을 찍어놓는다. 이리로 갈 수도 저리로 갈 수도 없는 소년에게, 우직하게 한쪽 방향을 제시하는 스즈네의 말은... 억지로 떠밀거나, 아니면 억지로 잡아끄는 것만 같은 그런 말로 가닿아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눈을 감은 채로, 스즈네의 말을 차분히 다시 되새겨야 했다.
때로 몇몇 몰락해버린 이들에게, 가엾어라! 하고 내밀어지는 손길은 그 어떤 모욕보다도 견딜 수 없는 굴욕이 되기도 한다.
그냥 내 몰골이 안타까워서 동정해주는 것일 뿐이야. 악의는 아니잖아.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분이야말로 동정심의 가장 악랄한 점이지만.
"그런 일로까지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미카즈키는 여기까지, 로 어떻게든 선을 긋고 싶었다. 내게는 당신의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고 당신에게는 내게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다. 소년과 소녀는 아직 서로에게 낯선 이이므로.
미카즈키는 나직이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얼굴이라기보다는 데드마스크다. 아주 볼썽사나운 데드마스크.
그것이 부자연스럽게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천천히 그 입가에 찻잔이 대어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카즈키는 데드마스크를 쓰고서는 다시 찻잔을 기울였다.
어느새 발 아래에서는 마른 나뭇잎들만 버석거렸고. 하얀 달빛, 그리고 익숙한 오솔길. 나무와 수풀 사이사이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울고 있는 풀벌레 울음 소리 뿐.
"...정말...?"
여전히 눈물 맺힌 채, 그렁그렁한 눈으로, 미소 짓는 소녀를 올려다보는 소년. 머리카락 살짝 털어 정리해주자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가.
"너무해."
툭, 하고 뱉어버린 조금은 모진 말. 해맑은 대답에 화가 났는지, 입술 꾹 다물고는 내민 손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손을 잡았다. 언제나처럼 따듯하고 말랑한 작은 손. 그러나,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됐어. 내버려둬."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겁 잔뜩 줘놓고."
부루퉁해져서는. 그저, 그 자리에 쭈그려 앉은 채로, 소녀를 째려볼 뿐이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런데, 정말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본 것은. 환상이었나? 그렇다면 스즈네는 아무것도 몰라야 정상일텐데. 대체 무슨 일을 겪은걸까, 우리는. 그리고 스즈네의 태도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무서운게 없다는 듯. 평소엔 조금만 놀래켜도 그렇게 싫어하면서, 전혀 무섭지도 않았다는 듯 이상한 이야기나 하고 있었고. 지금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소년은 소녀의 손 꼭 잡은 채로, 다시금 천천히 시선을 들어 소녀를 바라보다가.
일단 답레는 고치고 있는데, 굳이 해설을 덧붙이자면... 지금이라도 다른 애들을 만나러 가자고 제안할 게 아니라 안정을 시켜줬어야 해. 날개가 부러져있는 새가 아무리 날고 싶다고 홰를 쳐도 날개가 나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글도 더 둥글게 쓸 겸 이 부분을 분명히 해와야겠네.
누군가가 걸어가는 길을 여행이라 부르는 것은 그 부르는 이의 자유다. 그러나 그 걸어가는 이에게 그것이 여행일지는 그 부르는 이가 정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소년이 걸어가는 길을 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여행길에 무언가 버리고 싶은 감정을 여행짐으로 챙길 수는 있으나, 이런 뿌리깊은 절망을 챙기는 일은 없지 않은가. 차근차근 말을 내어놓으며 손을 뻗어 감싸쥔 소년의 뺨은 서늘하게 메말라 있었다. 그리고 그게 스즈네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다정하시네요."
문득 미카즈키의 마음 한켠이, 아까 그렇게도 욱신거렸던 그 자리가 다시 욱신거린다. 자신에게 선의를 표하며 접근해온 이들에게 생긴 고약한 트라우마다. 자신을 가장 크게 상처입힌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참 다정하게도 다가왔으니까. 나가쿠모 미카즈키라는 소년의, 아주 고약하게 비뚤어져버린 부분 중 하나였다.
"뭘 잃어버렸는지도 잊어버린 바보한테는 과분할 정도로요."
소년은 그저 이 집 단골 손님의 손자일 뿐인데, 소녀는 그저 할아버지가 자주 가는 다원 댁의 따님일 뿐인데. 그렇다기엔 나누고 나누어진 이야기들이 사뭇 많고 사뭇 무겁다.
"하지만..."
미카즈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까 웃음을 흘렸던 얼굴이 거짓말같게도, 소년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내려앉아 있었다.
"전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이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딘가 돌이킬 수 없이 꺾여버린 부분 중에는 의지도 있다. 나가쿠모 미카즈키는, 이대로 둔다면 여름 내내 만나야 하는데, 만나고 싶은데, 하고 되풀이하기만 하다가 결국 그렇게 청춘에게 예의바르게 작별을 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연을 믿어보자. 토키와라의 여름을 믿어보자. 결국 이 소년은 토키와라에는 돌아왔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 발 뗀 셈이 아닌가. 이 동네는 좁은 동네다. 굳이 강요하지 않더라도, 인연이건 우연이건 어떤 연이 닿기만 한다면... 소년은 어느샌가 자신의 눈 앞에 놓인 다음 발짝 놓을 곳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그러니, 그저 지금은...
미카즈키는, 찻잔을 꼭 쥐고는 다시 차근히 입가로 가져간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이라.
>>849 >>851 그 모습을 본 스즈네는 류쨩은 매가 약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또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형이 셋이니까 한명은 야이거 떼라 떼 하고 한명은 떼주고 한명은 숨넘어가게 웃을거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50 못 해용~ 물놀이는 무조건 튜브와 함께~ ꒰ᐢ๑⸝⸝˙ࠔ˙⸝⸝๑ᐢ꒱ 덤으로 스즈네 수영복은 스쿠미즈 (소곤)
수영......🤔 의외로 실력은 그렇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렸을 때 계곡같은 데서 놀아도 그냥 얕은 데서 물장구 첨벙첨벙 치고 ㅋㅋ나헤엄잘치지 < 이런 애였을 거 같고..... 수영해봤자 개헤엄일 거 같고... 깊은데 들어가면 그대로 꼬로록일거같고ㅋㅋ...(??) 지금은 체력도 약해서 한 10분 힘껏 물장구 치면 지쳐가지고 으으 나갈래 할 거 같네요.. <:3
그것은 하나요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징조였다. 미카즈키에 대한 하나요의 인식과, 하나요에 대한 미카즈키의 인식, 그리고 미카즈키의 자기 스스로의 인식, 세 가지가 잘못된 방향으로 맞물려 교착상태에 빠져버린, 그런 창백한 안색이었지만── 그런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요는 온 몸을 던져버렸고, 미카즈키는 도망치거나 물러서지도 못하고 "아붑." 하는 단말마를 끝으로 하나요와 함께 얄팍한 연못 속으로 파묻혀버리고 말았다. 하나요가 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뜨고 있었다면, 와르르 무너지는 물보라가 미카즈키의 눈에 담기는 게 보였으리라.
등이 연못 바닥에 부딪는 게 느껴진다. 아니, 물 때문에 아프지는 않다. 톡 하고 닿는 정도. 역시 익사하기에는 얕은 못이다.
유산소 운동으로 구보보다도 수영, 이 여름이라면 더더욱 수영을 택하는 미카즈키였고, 그래서 물 속에서 몸 놀리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미카즈키는 오래 허우적대지 않고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물속에서 하나요의 손을 무언가가 붙들고는 하나요의 몸을 바로 세워놓는다. 물 밖으로 고개를 다시 내밀어보면 미카즈키가. 하나요가 기억하던 것보다도 훨씬 높은 데서 하나요를 내려다보고 있다... 미카즈키는 허리를 살짝 숙여, 할 수 있는 만큼 하나요와의 눈높이 차이를 좁혀보았다.
미카즈키는 입을 떼어 뭐라고 말을 하려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와글와글.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인사. 사과. 후회. 감사. 뭐하냐는 타박. 잘 있었냐는 안부인사. 푸념... 그 중에 이렇게 말을 꺼내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을 하기로 했다.
"...아직 미키라고 불러주는구나."
나는 그렇게 불릴 자격 없는데. 미카즈키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는 침묵이 너무 길어질까 봐, 일부러 공연한 타박을 지어서 던졌다.
"무슨 엔딩장면 같은 게 됐잖아."
그러나 결국, 그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아직 자신을 미키군이라고 불러주는 하나요에게, 이것만큼은 해줘야겠다 싶어서... 살짝 메이는 목으로,
>>847 아이고 이걸 왜 이제봣으까 내 눈 일 안하고 머하냐!!!!!!!!!!! >:ㅇ 어이고매!!!!! 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최근 타케루네 가게에 나타난 이상할 정도로 괴식에 도전하는 뉴페이스 여자애와 견딜 수 없는 타케루 < 이런 관계 어떠신지 슥 찔러볼까 고민햇다가. 뇌에 힘주고 참긴했거든요......
>>889 아무래도 전자가 정사일 확률이 54318491374189%정도 되지 않을까요! 후자로 해버린다면 진심 무서울것 같은데… 아마 야나기-스카우터로 스즈양 분노 게이지를 관찰한다면 대노쯤 갈때 야나기상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덜덜 >>890 이즈군이 선생님이라면 아마 과목은 수학이나 영어 같은 핵심 과목을 맡지 않을까 싶단 말이죠!
>>888 카 아 악 어떻게 이런 일이 >:ㅇ 하지만 저도 2주 뒤 주말엔 일하게 될 예정이니 머,,,,, 할 말 없나.. ^ ^ 의외의 모습. 스케일 큰 두근포인트(ex.공주님안기 벽쾅 아이고 두사람이 넘어져서 바닥에쿠당탕)보다.. 의외로 좀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는 두근포인트들에 약?합?니다. (지나친 tmi 쟈쟈쟈쟝~)
>>891 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선술집에서 야미나베 할 수 있는거냐고) 참치대뱃살회에 마요네즈같은거 듬뿍. 이런 거 생각했었는데요..... 아.. 아웃겨 진짜 광기에게 한 수 접어주는 가짜광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
>>905 잠든 부모님 깰까 창문으로 탈출해서 가는 즐거운 심야식당 ^ ^)7... 주로 밤에 급하게 라멘이 먹고 싶을 때 갈 것 같네용ㅋㅋ 쏟았나? 싶을 정도로 라유를 뿌려먹고선 입에서 불을 뿜기를 반복하는 수상한 손님,
>>906-9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들아~~!!! 좀 간질간질한 두근포인트 < 이거는 대충 어떤 느낌에 가깝냐면요...... 얼굴에 뭐 묻었다고 슥 닦아주는 손길 < 이런거나 별 생각 없이 슥 거리 좁혔는데 어느순간 숨결 느껴질만큼 가까워진 걸 깨달았을 때 < 이런거나 둘이 걷는데 조심스레 슥 잡아끄는 손길 < 이런 거........ 에 약합니다
>>914 쌓고 풀리기를 질리도록 반복하는 류타께였습니다..! 그래도 소학교 시절 몽키타케보단 훨씬 얌전해졌다구요!! 나름 말차밭에서 교정된게 고작 이정도..! >>915 뭔가 타케네 아버지도 니네 학교 애냐? 정도만 물어보고 음식을 스윽 내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란말이죠! 아니 근데 이건 타케루주 주관적인 느낌으루다가 대놓고 플러팅쪽에 좀 많이 기우는 이미지들인뎁쇼!!
>>919 ㅋㅋㅋㅋㅋㅋㅋㅋ타케네 아버지... 장사할 줄 아시는데요 별 말 안하고 음식을 내주신 그 순간 바로그냥단골이되,,, ^ ^)b 맞아요~! 플러팅이긴 하죠 근데 머랄까... 그런 느낌이네요 상대방의 가벼운 무자각 플러팅에 수상할 정도로 약함 < 이런 느낌? 근데 그 약함이 머랄까... 허걱.. 두근...!!! < 이거는 아니고 우아악 머고 부끄럽다 먼데이거????? < 이 쪽에 가깝긴 합니다.. ^ ^
>>921 꺄아아아아아악!! 아버지 잔소리만으로도 충분하거늘 이 뇌근육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쓴소리라구요!! 듣다듣다 저어어어엉말 못참겠으면 충동적으로 스즈양 입틀막하다가 바로 n달간 근신 상즈케 당해버리기.. >>922 남들보다 차슈 한장 더 얹어주는 것! 그런게 정말 은근슬쩍 플러팅이라고 저 타케루주는 생각합니다!! 타케 아버지도 나름 요로콤조로콤한 인생을 살아왔으니 사쿠양의 귀여운 일탈 정도는 눈 감고 봐줄거에요!
>>926 아뇨? 하지만 의외로 정말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너 맘에든다고 와라락 들이대면 누구라도 당황스럽기 마련이니까 ^ ^... 이것도 중요하군요 적당한 거리감 유지하면서..... 열심히 어필하기.... (메모22)
>>928 ㅋㅋㅋㅋㅋㅋㅋ오마갓ㅋㅋㅋㅋㅋㅋㅋㅋ최근 들어본것 중 가장 귀여운 플러팅이에요 아흐흑 차슈 한장 더 얹어주는 플러팅..... 그리고 가게 서비스적으로도 최고다...(???) 타케 아버지 좋은 분이시군요........ 궁금한 게 있는데 타케아부지는 이런 괴식 모먼트 별 신경 안 쓰는 편이신가요? ??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스즈네를 보다가도 머리를 정리해주자 얌전히 눈을 감는 아마네. 그런 아마네를 보고 있으니 스즈네는 잠시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릴 적에는 아무래도 스즈네가 조금 더 큰 편이었으니까. 어딜 가든 손을 꼭 잡고서 다녔더란다. 아마네는 특히나 겁이 많아서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을 지날 때는 손이 아니라 팔짱을 꼈었는데. 이제는 스즈네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면서 겁쟁이인 건 여전하다니. 어쩐지 신기한 기분이다. 그런 기분 때문에 스즈네만 생글생글 했다.
"에~ 세이쨩~ 미안하다니까아~"
그래도 이번엔 장난이 심했는지 단단히 토라진 모습이었다.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조금 심했을까나. 얼굴에 핀 웃음 위로 곤란한 기색이 스며들었다. 간만에 감당 못 할 장난을 친 대가를 톡톡히 받을 것 같아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으응~?"
갑작스레 아마네로부터 질문이 들려오자 스즈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렇지도 않았냐라. 이걸 뭐라고 대답해줘야 하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아마네는 다시금 비밀은 싫다며 칭얼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피하든 막든 개의치 않고 무자비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세이쨩 귀여워~~ 뭐야 뭐야~ 내가 아무렇지 않았던게 그렇게 신경 쓰였어~? 귀~ 여~ 워~ 역시 세이쨩은 세이쨩이야~ 꺄~"
아닌 밤중 산 속 오솔길에 스즈네의 잔뜩 신난 목소리와 환호가 작게 울린다. 아마네의 머리를 거의 뒤집을 듯 쓰다듬고서 다시 정리를 해준 스즈네는 이내 아마네의 앞에 같이 쪼그려 앉아선 웃는 얼굴로 대답해주었다.
"나~ 괴담 같은 거 찾아보는 거 좋아하거든~ 아까 해 준 이야기도~ 찾아서 봤던 거구~ 언니오빠들이랑~ 귀신의 집 같은 거 자주 갔다아~? 그래서 그런가아~ 아까는 그냥 놀이기구 같았어~"
스즈네의 명랑한 대답은 한 치의 꾸밈이나 엉성함이 없었다. 그야 아마네라면 알 것이다. 스즈네가 방학 중이나 주말에 종종 기차를 타고 교토의 남매들을 보러 간다는 걸. 그렇게 가서 놀 때마다 이런 무서운 상황이 나오는 놀이시설 따위를 다녔다면 확실히 내성이 생길 법도 하지 않을까. 대답을 한 스즈네는 부루퉁한 아마네의 볼을 콕 누르려 하며 말했다.
한겨울의 신기루나 다름없어보이는 장황한 말이 끝나자 손을 댄 얼굴이 굳은게 아니란 걸 알려주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한 그 얼굴의 움직임은 스즈네와 반대로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듯 건조하고 서늘한 목소리를 냈다. 스즈네가 내놓은 말에 비하면 반의 반도 되지 않는 몇 문장을 말하면서 고개가 들려지긴 했지만 스즈네를 돌아보진 않았다. 스즈네는 그걸 빤히 보다가 흠. 하고 숨을 가다듬었고.
"그러게. 넌 확실히 준비가 덜 됐구나. 사람과 대화할 때는 눈을 보고 해야 하는 거란다. 미카즈키 군?"
미카즈키의 입에 찻잔이 닿기 전에 소년의 볼을 조금은 아릿할 정도로 잡아 스즈네의 쪽으로 돌리려 했다. 돌려졌든 아니든 그 시도를 하며 스즈네의 손은 미카즈키에게서 떨어진다. 손을 따라 돌아본다면 미카즈키 쪽으로 살짝 돌아앉은 스즈네와 바로 눈을 마주칠 것이다. 그 동그란 눈을 마주하고 혹은 목소리만 들리는 채로 스즈네는 말했다.
"뭘 잃었는지도 잊었다면 거기부터 시작하면 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가끔은 뒤로 물러서야 할 때도 있어. 준비가 필요하면 하면 돼. 중요한 건 그 무엇도 아니라 미카즈키 군이 나아가고자 하는 건지 아닌지니까."
그러다가 히~ 하고 웃는 얼굴이 잠시라도 진지해지면 못 견디는 병에 걸렸나 싶다. 장난스레 고개를 옆으로 푹 기울이던 스즈네는 자세를 고쳐 앉곤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뭐~ 내 말이 영 탐탁찮으면 다 흘려버려~ 미카즈키 군이 토키와라로 돌아온 시점에서~ 이미 인연의 실은 움직이고 있을 거거든~ 거기에 그저 맡기기만 해도~ 어쩌면~ 네 고민의 겨울이 눈 녹듯 녹아버릴 지도 몰라~"
이 여름이 준비한 시간의 흐름 위에 휩쓸리다보면 이미 굳어버린 흉터조차 새로이 돋아난 살로 나아질 지 모른다. 그럴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올 해의 여름은 그런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스즈네는 그걸 바라보게 될 것 같은.
"그래도~ 방금 말한 것들~ 나는 진심으로 한 말이니까~ 언제든 와도 좋아~ 고민 상담 하러 와도 되고~ 그냥 오늘처럼 차 한 잔 얻어 마시러 와도 되고~ 같이 놀자고 와주는게 제일 좋지만~!"
꺄르륵. 해맑게 웃은 스즈네는 식은 차를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꿀꺽꿀꺽. 요란하게 목울대 움직이더니 캬~ 하고 무슨 탄산음료라도 마신 양 개운하게 소리를 내더니 쟁반에 빈 찻잔을 내려놓고 센베를 집어 입에 물었다. 우물거리는 입을 따라 빠삭빠삭 씹히는 소리가 살짝 볼록해진 볼에서 들려온다. 두 손을 뒤로 짚고 입만 움직여 센베를 먹던 스즈네가 미카즈키를 슥 본다. 고개를 또 까딱 기울이며 동그란 눈매를 반달로 접어 웃는다. 참 고민도 걱정도 없어보이는 태평한 얼굴로.
그보다 이 사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애초에 이번 여름 한정의 임시 부활동인데도 이렇게 부식 같은 걸 채우려고 온다면 그건 당연히 평소에 하던 사람밖에 없을 텐데! 음, 생각보다 빈틈이 있는 사람이었네요. 니시키리… 는 누군지 모르겠지만요. 적당히 몸을 돌려서 시야가 천장을 향하게 했습니다. 아, 어쩐지 조금 익숙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더니 이 선배 그 집 아들이었네요? 그래도 이 샤카도 치카게. 이누네코랜드에는 몇 번 가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야 고양이 귀엽고. 한창 모델을 하던 시절에는 이런 곳에서 찍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시야에 두고는 있었지만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했었죠- 음, 그립지는 않네요 역시.
“아하하~ 그거 1학년한테 해버려요? 아직 전 JK반년차라구요?”
한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선배보다 훨씬 더 고민해서 제대로 좋아보이는 걸 골라주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가업을 잇는다. 잘도 말해주네요 카나타 선배. 이쪽은 죽을 만큼 하기 싫어서 가출까지 했었는데! 그걸 말씀 드린 것도 아니니까 당연히 모르시겠지만. 그보다 생각해보니 쿠라짱한테도 한달간 재워달라고만 했지 왜 집을 나갔었는지는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한걸 보면 생각보다 조잡하게 살아온 건 제 쪽인 것 같기도? 뭐 아무래도 좋지만요.
춤을 추는 건 좋아합니다. 싫어하지는 않아요. 기모노도 예쁘고 솔직히 말하면 최근 인기있는 kpop의 사운드보다는 가가쿠나 조쿠아쿠라고 분류되는 전통 음악이 좀더 취향이기도 하고? 뭐 저는 사실 애정 듬뿍 받고 소중하게 키워진 규중 처녀니 말이죠. 분명 어릴때는 그런 제가 정말 좋았었지만 그래도 그런 썩을만큼 진지한 채로는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했었기도 하고 쿠라짱이나 미카짱이 토키와라를 나가고 나서는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드는 것도 어렵기도 해서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지금은 이런 느낌의 캐릭터로 해나가고 있는거지만! 뭐 이게 몇 년이나 계속 되면 그건 그거대로 본질에 가까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도, 역시 가업을 잇고 싶지는 않네요. 그보다는 그 생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음… 그 정돈가 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려요. 음…
“뭐 굳이 지금 정해야 한다면 모델이나 해볼까 싶어요. 이래뵈도 중학생때까지는 독자모델로 제법 인기 있었거든요~”
루나짱이랑도 그런 식의 인연이기도 하고... 뭐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건 부정못하겠네요.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때는 역시 답답해서 도망쳤지만 그런 식의 삶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자신은 언제 정했더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입학 전이었던가, 입학하고 조금 더 고민을 한 후였던가. 적어도 3학년이 되기 전에는 결정한 것 같은데.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딱 떠오르진 않았기에 그는 생각을 굳이 더 하진 않으며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어쨌든 제대로 좋아보이는 것을 고르겠다는 그 말에 카나타는 피식 웃으면서 힘내라는 말을 살며시 덧붙였다.
"...모델?"
이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츠키를 떠올렸다. 그 애도 모델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지. 이미 활동도 하는 것 같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들은 것은 있었기에 그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치카게를 가만히 바라봤다. 중학생때까지는 독자모델로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말에 그는 살며시 흥미를 보였다.
"집행부에 모델을 하려고 하는 애가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같이 활동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혼자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딱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잠시 뭔가를 또 생각하는듯 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포장지를 곱게 접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향한 후에, 머핀이 들어있었던 포장지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치카게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김에 묻는 건데 동물 좋아해? 모델에 생각이 있다면... 언젠가 우리 가게에서 홍보 모델 같은 거 부탁할까 싶어서. ...대충 3명 정도 생각 중이긴 한데. 2명은 여자, 1명은 남자."
츠키와 이 아이. 그리고 호죠 히라무. 굳이 이름은 거론하지 않으며 그는 일단 그녀의 답만 조용히 기다렸다. 거절한다면 그걸로도 상관없었다. 어디까지나 의사만 묻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