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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진행은 오늘도 한창이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기도 하며, 전할 것은 전해주면서 하루 시간을 보내면 어느덧 저녁 노을이 천천히 지고 있었다. 조금 피곤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렸다. 정확히는 자신이 먹을 머핀을 하나 구입할 생각이었다만, 문득 집행부가 떠오른 탓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날 이후, 한 번도 간식을 둔 적이 없네."
딱히 간식을 꼭 돌려야한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자신은 3학년. 후배들을 챙기는 것은 나름 성미에도 맞고 지금 시간대라면 아무도 없을테니 잠깐 들려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두고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머핀을 두면 이 더운 여름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는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아이스크림을 구입하기로 했다. 집행부 부실에 냉장고가 있었으니, 그 안에다가 아이스크림을 넣어두면 다들 더울 때 이것저것 먹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지갑을 열었다.
"...여기 있는 것부터 여기 있는 것까지요."
그렇게 편의점에 있는 많은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후, 그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집행부 부실에 들어서려고 했다. 만약 그 안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하얀색 비닐봉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없다고 한다면... 이를테면 복도에 있었다고 한다면 딱 봐도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가만히 둘러보는 듯한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어요. 처음에는 감당하기 싫은 일이라도 계속 반복하면 무뎌진다는 뜻이죠. 누군지는 몰라도 이 말을 처음 했던 사람은 어지간히 할 일이 없거나 노예근성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 하나만큼은 알겠네요. 그야 이렇게 제가 열심히 하는데도 일이 끝나지 않는 것을 본다면 그 소 뭐라고하는 옛날 철학자도 묘지에서 되살아나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면서 낫과 망치를 들고 시대혁명을 외칠게 뻔합니다!!!!
...뭐 이렇게 된거에 짐작이 아예 안가는 건 아니지만요. 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 샤카도 치카게. 하기는 싫지만 직함상 샤카게가문의 후계자이자 (비공식) 토키와라의 전통무용 학생부문 일인자. 나름의 네임밸류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부의 노출을 극단적으로 줄일 필요가 있는 바, 얼마 전에 기절한 이후로는 병원에서 이틀정도 휴가를 만끽하고 여린 몸을 핑계로 깔짝깔짝거리다 집행부실로 도망쳐가며 노동의 효율화를 추구해온겁니다. 그야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해봐야 다른 분들한테도 민폐고. 애초에 그렇게까지 학교 일에 열심히인 타입도 아니었다보니 가끔씩 친구들이 DM으로 워터파크에 간 사진이나 이곳 저곳 놀러간 사진을 보내면... 그... 못참고 저도 저질러버렸단 겁니다!!!
아무튼 그런 생활이 제법 길어지니 저도 요령같은게 생겼다고나 할까요. 이른바 노동의 정상화를 행하다보니 이곳 저곳 학교부터 마을 곳곳에 농땡이를 칠만한 포인트를 몇가지 찾아냈다는 겁니다! 뭐 그중에 몇개는 어릴때 미카짱이며 쿠라짱이랑 같이 쓰던 비밀기지 느낌인 곳이 아직도 남아있는 느낌이지만요. 그래도 공간은 공간! 그 중 제일이라고 한다면
"아, 파워풀..."
중앙제어식이 아닌 에어컨 완비, 누군지는 몰라도 자주 간식도 채워놓고 여차하면 애매하게 각이 나오지만 어지간해서는 시선이 안닿는 구석자리까지 갖춰진... 네. 집행부실입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사람을 숨기려면... 어 바다에? 아무튼 그런겁니다! 등잔밑이 어둡다!!!
"어디어디스플래X이나 해볼까요~"
남의 돈으로 즐기는 휴식만큼 달콤한건! 거의 없죠! 아하하~ 극락극락... ...뭔가 이상한 소리 안들렸나요? 드르륵- 하고. 방금 뭔가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는 것 같은 소리가...
"아"
척봐도 선배겠죠 저사람...? 어디 일단 주변 확인을... 널부러진 만화책 OK... 열려있는 감자칩 OK... 한창 랭매중인 스위치 O...아니 이거에 일단 집중해야겠네요.
안에 있는 이는 누군지 모를 금발머리 여학생이었다. 카나타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집행부 회의라던가 전에 물고기 잡을 때라던가 봤었던가? 아. 얼마전에 짐 옮길 때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잠시 하면서 카나타는 치카게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어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주변에 있는 만화책과 감자칩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저거 스위치 아닌가? 뭐지? 여기 부실 아니고 다른 곳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에,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맞는데?"
이어 그는 다시 문을 다시 드르륵 열고 들어섰다. 집행부실이라는 것은 방금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방금 전 풍경이 달라질리가 잇겠는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일단 안으로 들어선 후에, 문을 닫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는 망설이지 않고 냉장고로 천천히 향했다. 그리고 비닐 봉지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꺼내서 안에 보관했다. 비어있는 냉장고가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괜히 뿌듯함을 느꼈는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뒤를 돌아봤다.
"...먹을래? 아이스크림."
바도 있고, 콘도 있고, 빨아먹는 그런 것도 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치카게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가 조용히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뭐하고 있어? ...스위치? 게임 좋아해?"
부실에 있던 물건을 아닐테니 저건 개인 물건임이 분명했다. 그것을 굳이 여름방학인데 들고 다닐 정도면 상당히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