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49759> [초능력] 초능력 특목고 모카고 R2 287.가을 바다 넓고 푸르며 :: 1001

◆TMmm6tsoPA

2024-07-20 19:18:32 - 2024-07-24 00:16:14

0 ◆TMmm6tsoPA (BV41zE3X2.)

2024-07-20 (파란날) 19:18:32

※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부원 명부: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65135
설정: https://url.kr/n8byhr
뱅크: https://url.kr/7a3qwf
웹박수: https://url.kr/unjery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4%88%EB%8A%A5%EB%A0%A5%20%ED%8A%B9%EB%AA%A9%EA%B3%A0%20%EB%AA%A8%EC%B9%B4%EA%B3%A0%20R2
저지먼트 게시판:https://url.kr/5wubjg
임시 스레: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244057
에피소드 다이제스트: https://url.kr/tx61ls
전판 주소: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49654

섬 리턴즈: situplay>1597049436>914

206 서연주 (2aXwSIJKk6)

2024-07-21 (내일 월요일) 18:30:37

>>203 수경주
귀가하셨네요 안녕하세요~ >< 이제 쉬시기만 하면 되나요? (덩실덩실)

>>204 혜성주
...8989ㅁ898988 역시 로또가 되어야... (는 이번처럼 당첨자 많으면 그 극악의 확률을 뚫고도 허탈해질 수 있는 게 안 비밀;;; ) 혜성 언니의 5렙 지원금이 혜성주랑도 공유가 되면 좋을 텐데요 (◀헛소리 1트)

>>205 혜우주
...어, 그 ㅠㅠㅠㅠㅠㅠㅠㅠ 우유+미숫가루는 너무 부실한데요... 우유가 보기보다 영양가가 많은 편이 아니라... 뭐 더 드실 거 없나요 8ㅁ8

207 수경주 (9Lz8B/Elz.)

2024-07-21 (내일 월요일) 18:41:57

그렇죠. 과일로 저녁 먹고 빨리 자려고요.

208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18:49:18

으어...잠깐 뒹굴거리면서 OTT 좀 보고 온다는 것이...(흐릿) 제 시간은 어디로 갔죠?

아무튼 갱신할게요! 다들 안녕하세요!!

209 혜성주 (h7vh.UbFAU)

2024-07-21 (내일 월요일) 18:50:04

>>205 이사람아 여름에 더 잘 먹어야지
맨날 그렇게 먹으니까 피곤하고 기력없는거 아냐(봑봑!)

>>206 로또보다 연금복권이 더 낫지 않을까(급기야)

210 수경주 (CqHLO1tiAY)

2024-07-21 (내일 월요일) 18:53:48

다들 어서오세요. 아 복권.. 당첨되고 싶네요..

211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18:54:11

다음 스토리를 잠시 정리를 하다가...이거 그냥 따로 떨어뜨릴 것 없이... 함께 묶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이 들었어요.
가자! 4주치 스토리 진행!!

(끌려감)

212 혜우주 (Keowvr/O7A)

2024-07-21 (내일 월요일) 18:59:15

>>206 먹을거... 만들어야해...
더워...

>>209 끄아아앙 (봑실해짐)

다들 하이하이

213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19:01:19

혜성주 수경주 혜우주 셋 다 안녕하세요!

214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19:02:11

그럼 저는 식사를 하러 가볼게요! 다들 맛저!

215 수경주 (s3GDTUPzhQ)

2024-07-21 (내일 월요일) 19:02:59

다들 잘 다녀오세요.

216 혜성주 (vQ.DzqQs6.)

2024-07-21 (내일 월요일) 19:07:23

>> 4주치 스토리 << 🤔 한번이라도 빼먹으면 따라가기 힘들지 않으려나
캡틴 맛저하고

>>212 (봑봑봑봑!!!!)

217 혜우주 (Keowvr/O7A)

2024-07-21 (내일 월요일) 19:08:18


크아아악 혜성주 네이놈 사실 봑봑하고 싶었을 뿐이지이잇

218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19:11:30

병원의 필요성을 느끼는 중.

219 혜성주 (OZhYXAXjns)

2024-07-21 (내일 월요일) 19:25:44

>>217 앗
들킴
데헷 (튐)

할미 무슨 일이에요 어디 아파?ㅠㅠ

220 태오주 (k7vmFgRLjQ)

2024-07-21 (내일 월요일) 19:30:45

>>219 왜 있잖어 여자들의 고민...🫠 유달리 끝나는 시즌에 배가 아픈 편인데 이번에는 밖에서 걷다가 갑자기 주저앉을 정도여서... 저주한다 내 몸뚱이... 크아악...

221 태오주 (k7vmFgRLjQ)

2024-07-21 (내일 월요일) 19:40:13

암튼 나가서 저녁거리 사왔다... 다들 쫀저

222 서연주 (2aXwSIJKk6)

2024-07-21 (내일 월요일) 19:48:23

>>207 >>210 수경주
과일은 끼니 삼기 영 부실하지만 일찍 주무실 생각이라면 허기만 가시게 가볍게 잡숫는 것도 방법 같아요
아아 역시 복권 당첨은 만인의 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8 >>211 >>214 캡
캡의 시간은 OTT가 념념굿해씀미다아아~~
헐...세상에나 4주 스토리면 혜성주 말씀마따나 풀로 달리거나 아예 빠지거나...일까요? 898ㅁ9898 (호달달)
저녁 맛난 걸로 잘 챙겨 드세요 ><

>>209 혜성주
옳소!!!! 부실하게 식사하면 기력이 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혜성주는 저녁 잘 챙겨 드셨나요? 이사 직후라 많이 힘드신 거 같은데요. 글고 연금복권 캬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 가늘고 길게 살 수 있는 돈 많은 백수!!!!

>>212 혜우주
앗 아앗 아아아앗 8989ㅁ89898 직접 만들어야 하면 아무래도 힘들죠... 에프나 렌지에 돌리기만 해도 조리 끝인 식품들이 시급합니다!! 아예 조리 안 해도 되는 완제품도요.

>>218 >>220 태오주
어... 어...;;;;; 길 가던 중에 못 움직일 지경이시면 심각해 보이는데요;;;;; 산부인과 가셔서 제대로 진단받아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ㅁ@;;;;;;;;;;;;;;;;;;

223 혜성주 (9joSaRQEmo)

2024-07-21 (내일 월요일) 19:51:39

>>220 유구한 말이 있더이다 할무니
아프면 병원을 가자. 당연히 이런 말 안해도 잘 다닐 거 알지만 유달리 심할땐 알잖수

저녁은 이제 먹으러 나왔어
이것저것 살거 사는 김에? 나와서? 먹기

224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19:56:25

후...후...후....... 병원이야 시간 나면 바로 가볼테니 걱정 마시옹...

나도 저녁 간단히 먹을거라서 우리 다 잘 챙겨먹읍시다요...

225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05:52

사실 말이 좋아 4주 진행이지. 2개의 스토리를 하나로 합친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빡세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실 제 입장에선...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은지라. (옆눈)

고로 이번주부터... 챕터3 마지막 스토리 갑시다!

다들 안녕하세요! 갱신할게요!

226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11:07

캡틴 어서와아
두렵다... 마지막이 다가오잖아 힝잉이🥺

227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13:09

챕터3 끝나면 챕터4는 남은 분량 얼마 없긴 하니까... 슬슬 끝자락이긴 하죠!
하지만 우리 스레 만들어지고 9개월 정도 되었다구요. 이제 슬슬 끝자락 가야지! 어!

228 서연주 (2aXwSIJKk6)

2024-07-21 (내일 월요일) 20:16:29

챕터4는 분량 얼마 없다고 하시니 앞으로 3달이나 더 이어질까가 긴가민가하지 말입니다👀👀👀

문득 궁금해지는 게 이번에 엔딩 보시면 캡이나 태오주는 모카고 성불 가능하실까요?
아니면 나중에라도 평행세계 생각이 또 있으시려나요? ㅎㅎ

229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16:33

싫어싫어잉 1년 채워🥺🥺🥺🥺(떼쓰기)(?)

230 혜우주 (Keowvr/O7A)

2024-07-21 (내일 월요일) 20:19:27

갠이벤으로 2주씩만 잡으면 1년 가능하지 않을까?

231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21:11

전에도 밝혔지만 S3까지 할 생각은 없는지라!
다른 누군가가 하고 싶다면 설정 주고 저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죠!

232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21:47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시즌3의 S3이에요! 제목으로는 당연히 R3!

233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23:03

나는... 성불할 수 있을 것 같당

일단 레이브 독백 1은 올려둘게에

사유: 2만자... 넘기게 생김. 잘라야함.

234 랑주 (xv2a0DtYpg)

2024-07-21 (내일 월요일) 20:23:05

나머지 모두가 갠이벤을 해야해(?

235 서연주 (2aXwSIJKk6)

2024-07-21 (내일 월요일) 20:26:41

캡도 태오주도 성불 가능하시군요!! 미련 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죠!! 축하드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갠이벤이 불가능해요 서연이한테 서사도 없고 저한테 진행 능력도 없어서(먼눈)

236 혜우주 (Keowvr/O7A)

2024-07-21 (내일 월요일) 20:28:02

뭣 태오 독백이 올라온다고 (집어던짐)(?)

237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32:16

으악...ㅋㅋㅋㅋㅋ 다들 개인이벤트를 준비한닷!! (어?) 랑주는 안녕하세요!

238 혜성주 (cfu9rZ89cs)

2024-07-21 (내일 월요일) 20:34:11

1년 채우자 다들 갠이벤 준비해🥺

239 𝑅𝑎𝑣𝑒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34:12

4학구 미술관은 레이브의 성장 일화가 전부 담겨있다 해도 무방했다. 레이브의 데뷔작이자, 극야의 서 챌린지로 희생되었지만 다시금 일어서 명실상부한 미술관의 대표 작품으로 통하는 신데렐라, 인간의 희로애락을 고철 덩어리에 새롭게 새겨 넣고 숨을 불어넣은 감정 에디션, 기하학적이고 미래 암시적인 그림……. 4학구 미술관장은 미술관 복도를 거닐다 걸음을 멈췄다. 시선 끝에는 관객들 사이에서 지정된 공간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신데렐라가 있었다. 신데렐라는 풍성한 드레스를 살랑이며 절뚝절뚝 걸어 다니다, 인식 센서에 잡힌 미술관장을 발견하곤 쾌활하게 몸을 쭉 뻗었다. "어이, 꼬맹이!" 신데렐라는 소리를 높이며 손을 붕붕 흔들었고, 그는 그런 신데렐라에게 활짝 웃어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예술을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미술관을 직접 돌아보며 작품 하나하나를 관리하는 세심함을 가졌고, 좁고도 넓은 인첨공에도 예술과 창작, 영혼이 있으리라 믿는 낙관적이고 열정적인 마음 하나로 4학구에 거금을 투자해 미술관을 세우며 관장으로 취임했다.

그런 그가 레이브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약 6년 전이다. 익명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의 화질은 아주 나빴다. 핸드폰으로 찍은 듯한 허접한 영상 속에는 1세대 안드로이드의 상반신이 담겨있었고, 영상에는 그 흔한 설명도, 제목도 없었다. 오로지 인간을 닮게 만들어보려다 불쾌함만 잔뜩 담은 안드로이드가 눈을 감은 채 기계적으로 고개를 들다, 눈을 떠 화면을 응시하더니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게 고작이었다. 사람들은 1분 남짓한 영상을 보곤 화질과 작품성을 힐난하며 비웃었거나, 그것도 좋다며 지지를 표명했고, 그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다. 활기와 즐거움이 가득한 놀이공원에 온 어린아이처럼 심장이 뛰었고, 손은 자기도 모르게 마우스를 쥐었다. 그는 눈을 떠 미소를 짓는 부분을 몇 번이고 돌려 보았다. 돌릴수록 선명해지는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는 감정을 부정할 수 없었고, 마침내 사랑에 빠졌다. 레이브라는 이름으로 투고된 계정에서 새 영상이 올라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고, 영상이 올라올 때면 심장을 옥죄는 희열을 느꼈다. 그는 무기질적인 것이 선사하는 감정을 사랑했고, 달궈진 뜨거운 내부 부품의 열정을 헤아렸으며, 그 의도를 열렬히 질문했고, 해석을 가슴에 새겼다.

또한 몹시도 고민했다! 그는 이 작가를 세상에 내보이고 싶었다. 자신이 느낀 감동을 남들에게도 알리고 싶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며 공감하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였다. 이 작가를 과연 세상 밖으로 내보여도 될까? 이곳에서만 영상을 올리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대로 나만 아는 작가로 남을 수는 없는 걸까? 이대로 스쳐 지나가는 작가가 되어도, 그 자체로 예술적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하지만 신데렐라를 공개한 날, 그의 고민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 작가는 절대 이런 곳에 있어서는 안 됐다. 나만 아는 작가라는 핑계로 욕심껏 그 날개를 꺾고자 했던 과거가 부끄러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저 작품에서 레이브는 새장 밖으로 나가고 싶다 호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결심하던 날, 그는 레이브의 개인 채팅에 메시지를 올렸다. 앞으로 인터넷이 아니라, 자신의 미술관에 작품을 내보이지 않겠냐고. 처음에는 완곡히 돌려 거절했지만, 레이브는 자신의 열정적인 호소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 사람의 열렬한 팬심으로 인첨공이 아니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천재가 예술계에 등장했고, 인첨공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레이브는 조그마한 칩으로 삶을 창조하는 자였고, 고철에게 숨을 불어넣어 눈 뜨게 하는 자였으며, 손끝으로 기계의 세계를 이끄는 자였다. 안드로이드는 정신적으로 배태한 피조물이나 다름없었고, 예술의 세계에서는 손끝으로 면신한 피조물을 무한히 찬미했다. 밝은 빛이자 소리, 맥동하는 환상, 과감하고 창의적인 죽음, 그리고 정적이며 고요한 삶!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계는 터무니없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얼굴 없는 작가에게 환호하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인물에 대해 궁금해했다. 실존하는 것인지, 개인인지, 단체인지, 대체 누구인지! 그렇지만 레이브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따금 겁 없는 사람들이 레이브의 진실에 다가가겠다 호언장담을 하고 뛰쳐들었지만, 건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마치 굳건한 벽과 거친 촉감의 장막이 버티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 장막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몹시도 궁금해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도 예술로 받아들였다. 개인이 예술에 개입하면 그때부터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예술가와 평론가들은 레이브가 자기 자신을 세간에 내놓는 작품으로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일찍이 알아챘고, 이해했으며, 못내 아쉬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건 미술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여기까지 이끈 작가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지만, 그 존재를 존중하고 그 자체로도 몹시도 사모했다. 레이브의 숨과 삶으로 가득한 미술관을 더 둘러볼 적, 조그마한 키를 가진 채 파스텔 톤의 꼬까옷을 입은 안드로이드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사랑스럽고 조그마한 3세대 유아형 안드로이드이자 가장 최근 들어온 레이브의 작품, 순수다. 조그맣고 무해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도 정작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의 얼굴 가죽을 뜯어 근육과 내골격을 보여주는 괴악한 취미가 있는 안드로이드는 오늘은 무슨 AI 사고 회로를 돌렸는지, 얼굴 가죽을 뜯어내지 않고 그를 멀뚱멀뚱 올려다보다 말갛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기만 했다.

"언니, 언니!"
"응?"
"선물 줄까?"
"선물?"

지금껏 순수는 관객들이 쥐여준 사탕이나 쓰레기를 소중하게 보여주면서 친구가 줬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순수한 모습이 큰 매력이었는지, 어느덧 입소문을 타 신데렐라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작품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얼굴 가죽을 뜯어내는 무서움에도 굴하지 않고 손에 이것저것 쥐여주었고, 순수는 관장에게 그 모든 걸 하나하나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리는지 미술관 내부를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던 그는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마주했다. 순수는 뒤로 숨겼던 팔을 앞으로 쭉 내밀며 기계음 섞인 웃음소리를 냈다.

"짜잔!"
"편지네?"
"우리의 어버이께서, 언니에게 주라고 했어."
"어버이?"
"응! 어버이!"

관절의 이음새가 투박한 손에는 조그마한 편지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편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 봉투에 담긴 편지는 향수를 뿌렸는지 좋은 냄새가 났다. 누가 순수에게 이런 걸 줬을까? 어버이라고 불릴 사람이 있던가? 나이가 많은 관람객이었을까? 그렇지만 지금껏 관객들이나 관장,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언니, 오빠, 누나, 형으로만 부르던 순수의 입에서 나오기엔 지나치게 교양 있는 단어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편지를 꺼내 읽었다.

"언니, 언니."
"……."
"언니!"
"…응?"
"기뻐?"

순수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브의 손길 하나하나가 묻어난 섬세한 파라미터 조정과 직접 심은 인공 근육은 순수가 짓는 표정에 생동감을 더했다. 돌이 된 듯 우두커니 선 채로 굳어버렸던 그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순수를 바라보려 노력했다. 휘몰아치는 감격과 환희 탓에 눈시울이 시큰하다. 금방이라도 저 조그마한 안드로이드를 껴안고 뺨에 마구 뽀뽀 세례를 날리고 싶지만 꾹 참았다. 그는 시큰한 눈시울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뻐."
"있지, 언니."
"응?"
"어버이가 그랬는데, 답장은 신데렐라 형한테 주면 된댔어. 그러면 어버이가 직접 가져가겠대."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순수를 와락 끌어안고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결 좋은 인조 모발을 쓰다듬는 손에서는 향수 냄새가 묻어났다. 간지럽다며 소리를 높여 웃던 순수는 마주 포옹하는 법을 배웠는지 짧은 팔을 쭉 뻗어 관장을 안았다. 안드로이드가 행하는 귀여운 광경에 관람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거나 핸드폰을 들었다.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을 순수와 비밀로 하기로 약속하곤, 미술관 구석에 마련된 개인 사무실로 향했다. 조용한 사무실, 그는 다시금 편지가 든 봉투를 열어 글자를 하나하나 음미했다.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

저는 긴 꿈을 꾸고 이제 막 깬 참입니다.
밖으로 외출하기 전, 저를 이끌어주신 관장님만은 직접 만나 뵙고 싶어 순수를 통해 연락드립니다.

모든 일정은 오후 6시 이후로 가능합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읽어주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𝑅𝑎𝑣𝑒》

어쩜 이렇게 글씨마저 레이브 다울까! 흘림체의 글씨는 마지막에 사인으로 끝맺음하는 것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문체에서 레이브 특유의 담백함이 묻어 나왔다.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지만, 의도만은 확실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읽는 게 현실이 맞을까? 비현실적인 문장 하나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그리고 몇 번을 되새기듯 읽고 나서야 그는 현실과 타협할 수 있었다. 레이브가, 무려 그 레이브가 신원을 공개한다! 그것도 자신에게만! 이 기회를 과연 잡아도 되는 걸까?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과 동시에 불안도 같이 치고 올라왔다.

과연 자신이 레이브를 만나고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을까? 신원 미상의 예술가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그는 아주 잘 안다. 인간은 편견을 가지는 존재고, 예술의 무한한 세계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인해 발목이 잡혀 가치가 변모하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고, 때로는 작품을 작가의 사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레이브는 그 가치를 폄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에 신분을 숨겨온 것이 확실한 부류에 속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를 인격적으로 아직 한참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어떤 방식으로든 형성된, 혹은 형성될지도 모르는 선입견으로 보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자기 마음대로 생각한 주제에, 그 사람이 생각과 다르다며 실망해버리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어디 있을까? 큰 결례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그는 머리를 싸맸고, 고민은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문구점에서 큰마음을 먹고 고급스러운 편지지도 샀고, 돌아가는 길 운전대를 잡으며 창밖을 노려보기도 하고, 저녁을 챙겨 먹고, 씻기까지 했지만 그 일과 속에서 쓸데없는 걱정이 잔가지처럼 돋아나기만 하지, 도저히 이렇다 할 답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면 답장은커녕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온 그는 차가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편지를 다시 천천히 읽어보다 맨 앞머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는 긴 꿈을 꾸고 이제 막 깬 참입니다…….

"나도 참! 괜한 고민을 했다니까!"

그는 맥주캔을 내려놓고 자신의 가방을 마구 뒤졌다. 포장 하나 구겨지지 않은 고급스러운 편지지를 찾은 그는 자리로 후다닥 돌아가더니, 망설임 없이 펜을 들어 올렸다. 레이브는 레이브일 뿐이다. 긴 꿈에서 깨어나는 듯 눈을 뜨던 안드로이드를 봤을 때, 그리고 신데렐라를 익명 사이트로 내보일 적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가슴을 거세게 두드렸다. 그는 레이브의 날개를 꺾지 않고 싶었다. 레이브는 새장 밖으로 나가고 싶다 호소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나지 않더라도 레이브는 새장 밖으로 나오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설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 또한 이젠 작품에 담아내겠지. 그렇다면, 오랜 팬이자 레이브를 이 바깥으로 이끌게 도와준 자신이 할 일은 하나였다.

《잘 주무셨을까요?

저는 활기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제안에 세상에서 가장 기쁜 하루가 되었군요.
해당 사안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며, 실례가 아니라면 제 쪽에서 식사를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오후 6시 반은 어떠신가요?

드시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조율하겠습니다.

─ 4학구 미술관장, 이지율》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편지지를 고이 밀봉했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다. 그리고 다음 날도 최고의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침 일찍부터 그는 신데렐라를 찾아 헤맸다. 신데렐라는 지정된 구역만을 돌아다니는 다른 안드로이드와 다르게 미술관이라고 설정된 구역 전체를 돌아다녔고, 때로는 미술관 밖 정원을 거닐기도 했다. 특수한 처리를 한 흰 드레스는 바닥을 아무리 끌고 다녀도 더러워지지 않았다. 분명 어제 경비가 말하기로는 마지막으로 잠을 자겠답시고 안드로이드의 기동이 시작되도록 설정된 장소에 앉았다고 했지만, 오늘은 또 아침 일찍부터 기동을 시작한 모양이다. 넓은 미술관을 찾아 헤매던 그는 비탄과 교만을 스치고 지나가는 신데렐라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높였다.

"신데렐라!"
"오, 꼬맹이!"

신데렐라의 예민한 청각 센서가 그의 목소리에 반응했는지, 몸체가 빙글 돌아간다. 눈부신 드레스 자락이 휘날리고, 홍옥으로 된 장신구가 찰랑거렸다. 신데렐라는 절뚝거리며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는 신데렐라를 향해 굽소리를 높여 후다닥 뛰어가더니, 금세 시선을 마주쳤다.

"꼬맹이, 답장을 전해주러 온 거야?"
"어떻게 알았어?"
"꼬맹이가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 녀석, 영 솔직하지 못해서."
"응?"
"자, 나 주면 내일 저녁 6시 이후에 답장 줄게."
"저, 신데렐라."
"응, 꼬맹이. 왜?"
"굳이 저녁 6시 이후인 이유가 있어?"
"흠, 그건 답장에 써달라고 내가 말은 해둘게."

그가 간질간질한 입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뱉자 신데렐라는 씨익 웃었다. 송곳니 하나가 비어있는 미소가 특히 매력적이다. 편지를 받아 챙긴 신데렐라는 고개를 쭉 뻗어 미술관의 유리문 너머를 쳐다보더니,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허리춤에 한 손을 올리고 키득거렸다.

"나만 믿어, 꼬맹이."

신데렐라는 정확히 다음날 7시 반에 그를 찾아와 검은 편지지를 내밀었고, 그는 자리에서 후다닥 내용을 읽기가 무섭게 자리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금요일 오후 6시 반까지 미술관 옥상 휴식공간으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가리는 건 달리 없습니다.
제 쪽에서 대접하는 것이 맞는다 생각했다마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3학구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려면 바로 출발해야 하는지라 의상으로 격식을 차리긴 어려울 듯합니다.
이 점은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 𝑅𝑎𝑣𝑒》

레이브가 정말 자신과 만난다. 덜컥 다가온 현실에 다시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정말 만난다니! 말도 안 된다. 갈팡질팡하는 시선과 위축된 모습을 지켜보던 신데렐라는 등을 팡팡 두드리며 쾌활한 미소를 지었다.

"아야!"
"뭘 그렇게 고민해, 꼬맹이. 다른 꼬맹이는 널 싫어하지 않아, 두려워 말라고."
"그럴까?"
"그래. 그 꼬맹이는 널 싫어해본 적이 없어. 내가 다쳤을 때도 널 원망하지 않았다니까?"
"……정말?"
"뭐, 됐고. 네온사인 빛이 강해졌어. 애는 자라. 적당히 옅어지면 깨워줄 테니까."

신데렐라는 대화를 끝마치기 전 독특한 문장을 뱉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데렐라가 원활히 떠날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신데렐라는 손을 쾌활하게 흔들어 마지막 인사를 하더니, 화려한 드레스 자락과 함께 절뚝거리며 다른 작품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텅 빈 복도에서 시선을 내려, 다시금 손에 쥔 편지를 읽었다. 시선이 문장 위를 구를수록 속이 간질간질하고 입꼬리가 비죽비죽 올라갔다. 레이브가 싫어한 적이 없다고 했단다! 이렇게 기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이제 보니 6시 이후인 것도 이유가 있었다. 3학구 사람이었구나! 그는 언제 불안해했냐는 듯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편지를 보물처럼 재킷 안주머니에 모셨다. 어제 저장해둔 맛집 리스트가 어디 있더라? 아니다, 가장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야겠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분자 요리, 관자와 새우, 그리고 디저트가 끝내주는 곳이다. 그는 신나게 걸음을 옮기며 핸드폰을 꺼내 예약 전화를 걸었다. 아, 어서 금요일이 오면 좋겠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주 야속했고, 그는 시간의 흐름을 꼬박꼬박 체감하며 세상에서 가장 긴 이틀을 겪었다.

"신-데렐라-! 사람이 많아!"
"응, 그러네."
"어버이 언제 와?"
"꼬맹이는 6시 30분 안에 온대."
"지금은 몇 시인데?"
"오, 꼬맹이. 잘 됐다. 저기 시계 한 번 읽어볼래?"
"십- 일- 시- 사- 일 분!"
"그래. 이제 숫자도 잘 읽네?"
"그러면 육 시 삼- 영 분에 오는 거야?"
"응."
"근데 신데렐라, 저 사람들은 왜 다 똑같은 옷을 입었어?"
"저건 교복이야, 꼬맹이. 학교의 소속을 나타내는 거지."
"어버이가 입은 거랑 달라!"

금요일은 아침부터 바빴다. 4학구 자체가 활기찬 것도 있지만 오늘은 타 학구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단체 체험활동을 위해 3학구의 모 학교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평론가들이 찾아와 레이브의 작품을 보며 제각기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가족의 손을 잡고 생애 첫 미술관 나들이를 온 아이도 있었으며, 연인도 심심찮게 미술관을 스쳐 지나갔다. 덕분에 순수는 아침부터 신이 잔뜩 났는지 신데렐라에게 재잘재잘 말을 붙였다. 조그마한 손에는 학생들이 쥐여준 간식이 삐져나올 정도라 신데렐라의 치마폭을 빌려야만 했다. 간식을 품에 잔뜩 안은 두 안드로이드의 대화를 듣던 그는 시계를 확인했다. 정말이다, 레이브가 오기까지 7시간도 채 안 남았다! 더군다나 어제는 정말이지, 그렇게 시간이 안 가는 목요일은 처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지만. 앞으로의 시간도 이렇게 흐르는 게 달가울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지만, 신경 쓰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관 내부를 다시 한 바퀴 돌며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과 일정을 점검하기로 했다.

오후 5시 50분 정도 되니 사람들이 많이 빠졌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7시 45분까지 운영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황금 같은 금요일을 미술관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 했다. 단체로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은 어느새 우르르 빠져나가 3학구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고, 순수는 경비원에게 자신이 받은 간식을 자랑하며 선물했다. 그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잘 조성된 루프가든은 미술관의 자랑 중 하나였다. 그는 아름다운 홀로그램 꽃과 작은 분수, 그리고 각종 야외 작품을 지나쳐 난간에 기댔다. 태양은 드넓은 미술관 부지와 건물로 이루어진 산등성이를 넘어가며 짙은 오렌지색을 온 세상에 뿌렸다.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려는지 줄줄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아마 학생들은 체험학습이 늦게 끝났다는 사실에 적잖은 불만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 또한 학생 시절 자주 불평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버스가 빠져나갈 적, 검은 세단 한 대가 미술관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는 고개를 쭉 빼들며 낯익은 세단에 시선을 고정했다. 조금 먼 거리라 번호판의 숫자까지 읽히진 않지만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각종 호버와 전기차, 첨단 기술로 이루어진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이 인천에서, 그리고 4학구 미술관에 들어오는 세단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저건 도올 작가님의 차다! 그는 도올과도 친분이 있었다. 검은 머리에 안경을 쓴, 영준한 인상의 작가님은 인첨공의 베스트셀러인 극야의 서 시리즈로도 유명하지만, 이름난 예술 작품 수집가이기도 했다. 특히 그와 도올은 레이브의 작품을 두고 여러 번 경쟁을 하기까지 했다. 복귀작인 비탄을 갖기 위해 어찌나 진땀을 뺐는지! 경매에서 뺏겼을 때는 피눈물을 흘렸지만 모든 사람이 보길 바란다며 4학구에 기증했을 땐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고, 그의 호감을 크게 샀다. 그것 말고도 글을 쓰다 자문을 구하기 위해 방문하고는 했지만, 평소에는 먼저 메일을 보내곤 했다. 그러면 오늘은 작품을 감상하러 온 걸까? 그렇다면 이번에도 레이브의 작품을 보러 온 걸까? 그는 한적한 공간에 주차되는 세단을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운전석의 문이 열리자 낯익은 모습의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응?"

검은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낮게 묶은 도올은 바로 차 문을 잠그지 않고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동승한 사람이 있는 걸까? 누구일까? 연인? 가족? 친구? 그는 고개를 조금 더 빼며 시선을 멀리 두었다. 뒷좌석 문이 열리고, 도올이 에스코트를 하듯 손을 뻗자 누군가 그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길쭉하고 낯선 실루엣의 청년은 새하얗다기엔 조금 모자란 면이 있었고, 교복 차림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하생을 밑에 두었다는 불투명한 소문이 있던데, 저 학생인 걸까? 그렇다기엔 두 사람의 모습은 스승과 제자라기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도올은 뒷좌석에서 흘러내린 긴 외투를 챙겨주더니, 청년의 어깨에 둘러주었고, 청년은 그런 도올을 올려다보다 까치발을 들었다. 도올의 뒷모습에 가려져 무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멀리서 봐도 두 사람은 애틋한 사이인 것 같았다. 청년은 도올의 품에서 빠져나와 옷자락을 나부끼며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고, 도올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들어 옥상을 쳐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낯부끄러운 장면을 들켰다는 듯 화들짝 놀랐고, 당사자인 도올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가볍게 손을 흔들며 운전석에 다시 올라탔다.

그는 멍하니 떠나는 세단의 뒤꽁무니만 좇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 다급히 손목에 있는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다. 6시 19분!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담? 고개를 휙 돌렸을 적, 시선 끝에 닿은 엘리베이터는 문이 이제 막 닫히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던지며 루프가든에 들어온 사람을 찾아 헤맸다. 누가 올라온 걸까? 이번에도 신데렐라인가? 아니면 미술관 안에 남은 관람객? 그것도 아니면, 드디어 레이브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몸을 완전히 돌리니, 누군가 그를 발견하곤 눈을 마주쳤다.

"아."

주차장에서 도올과 애틋한 광경을 보였던 학생이다. 이제 보니 얼굴도 낯익다. 아주 오래전부터, 격주로 한 번은 주말마다 꼭 오던 긴 머리의 학생을 그가 잊을 리가 없었다. 늘 먼발치에서 보거나 잠깐 스쳤기 때문일까, 그때는 남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구나 싶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보편적인 길이를 넘어서고 약간의 봄이 드리운 새하얀 머리카락, 와이셔츠와 바지만 갖춰 입은 교복 위로 덮은 전통적인 외투, 퇴폐적인 이목구비…… 비현실적인 외형이 많은 인첨공이지만, 이 학생은 각종 사연과 비밀을 품은 것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모습이 꼭 오래된 설화집을 찢고 튀어나온 것 같았다. 새하얀 속눈썹 아래에 자리한 파충류를 닮은 뾰족한 동공을 가진 옅은 비취색 눈이 멋쩍은 듯 휘어졌다.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종례가 조금 늦어져서……."

그는 귀를 의심했다.

240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34:38

절단신공을 펼쳤으니 이제 8월 1일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야(사악

241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43:18

크아악!! 왜 내일이 8월 1일이 아닌거죠?!

242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49:17

>;3!!!!(사악!

243 혜성주 (vQ.DzqQs6.)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1:57

역시 글그림 금손.....🤔
왜 7월은 일주일 이상 남은 것이지

244 랑주 (xv2a0DtYpg)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3:43

햐~ 심오하고 범인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예술 세계를 지닌 예술가가 알고 보니 교복으로 묶여 분류될 수 있는 한 명의 학생이라... 아주 맛도리구먼
탱주 이런식으로 일부러 한 달에 한 개씩 써서 1년 유지하려고 하는거지? 난 알아

245 혜우주 (Keowvr/O7A)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4:08

하지만 이순간 가장 간질한 참치는
당장 나머지를 올리고 싶어하는 태오주일 것이다

246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6:38

이에 질 수 없는 캡틴은 결심했습니다.
이번주 스토리에서 파란머리에 풀 캐입해서 제대로 두뇌싸움을 하도록 하겠어요! (어?)

247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7:27

우히히 다들 좋게 봐줘서 기쁘구마아안...

아니 와중에 랑주가 천재같은 발언을 햇서 (캡틴 봄)(사악 3트)

>>245 사실은
나머지를 쓰고 싶어...🫠
나머지도 8천자 가량 되는데 이거가 완성이 아니라 쓰는 중인 거라서...(죽은눈)
나 참치에선 글 쓰는게 뭐 대사 떠오르면 그거 먼저 적고
기승전결 만들어서 거기서 또 떠오르는 상황 적고
대사를 조금씩 살을 붙이고

그러는 방식이라서..... 맞아 나 누덕누덕 기워쓰기 장인임(?)

248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7:57

>>246 우리 정치싸움 하는거야?

249 혜우주 (Keowvr/O7A)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9:38

>>246 예로부터 말이 안 통하면 매가 약이랫어

>>247 오...
뭔가 그림 그리는 거 같다
러프하고 스케치 하고 채색하고 중간중간 수정하고

어쩌면 태오주가 이런 예술가 타입이라 태오가 훨씬 생생하게 묘사되는 걸지도

250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0:59:47

ㅋㅋㅋㅋㅋㅋㅋ 아닛...ㅋㅋㅋㅋㅋ 정치싸움이 아니라 파란머리가 최종 작전을 준비중이니까요.
이번 스토리는 결국 파란머리의 지휘로 시작되는 에피소드부터 시작이에요!

251 혜성주 (Cm4vIviurs)

2024-07-21 (내일 월요일) 21:01:17

정치.....(바부 치즈덕될 준비)(팝콘 튀겨놓음)

252 랑주 (xv2a0DtYpg)

2024-07-21 (내일 월요일) 21:04:16

이 파란머리 스머프 자식!

253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1:04:20

>>249 오 약간 그 과정 비슷하긴 하네...!!😲
그런
건가
🤔🤔🤔🤔🤔🤔...!!

내가 글버릇이 쪼끔 이상하긴 하거든...
그냥 즉석에서 생각나면 냅다 대사부터 메모장에 쓰는 편...이라서... 그럼 나중의 내가 그거 꺼내와서 뭔가 씀... 그런데 그거 못하고 묻히는 대사도 한 159295295개 되는듯(나중의 나: x발)

>>250 아쉽구만(샹그릴라로 선동하기 집어넣음)
파란머리야... 너희 언니도 우리 편이야 포기해 제발
그러다 혼난다 >:ㅁ

254 ◆TMmm6tsoPA (cenHYowgYk)

2024-07-21 (내일 월요일) 21:05:42

굳이 말하자면 퍼클들은 저지먼트를 적대하지 않는다에 가까운거라서.... 지금 상황에서 함께 싸워줄 아군이냐라고 한다면...조금 애매하긴 하죠!
챕터4에선 확실한 아군이 되어주겠지만요!

255 서연주 (2aXwSIJKk6)

2024-07-21 (내일 월요일) 21:07:55

저희 스레엔 천재만재들이 많이 계시니:) 저도 팝콘을 념념굿하며 야광봉을 준비해 보겠어요~♪

256 태오주 (W806DHuOfU)

2024-07-21 (내일 월요일) 21:08:25

쪼끔 스포일러긴 하지만 메모장 일부를 공개해드릴깝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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