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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물이 되어서 같이 흘러가버리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기억이나 생각, 후회 따위에 고통받지 않아도 될 텐데.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가쿠모 미카즈키로 살아가기로... 어머니와 약속했으니까. 차라리, 차라리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 어머니는 삶에서 어떤 행복을 느꼈기에 제게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그러나 이제 와서 딱히 뭔가 더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너무 지쳤다.
초여름의 적절히 시원한 개울물에, 몸의 무게마저 반쯤 사라져버린 부유감은 지친 몸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미카즈키는 문득 눈을 감았다. 그런 소년의 귓전에, 개울물 소리와 함께 누가 멀리서부터 부르는 듯 아련히 귀에 걸리는 흘러간 옛노래. 문득 어릴 적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들어오던 순간들이 플래시백된다.
물놀이를 마치고 하나요와 함께 식탁에 앉아 할머니의 요리를 기다리며, 창가에 놓인 낡은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노래가 이 노래였다. 낚시를 나갔을 때 같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서는 할아버지가 파라솔 아래서 종종 흥얼거리던 노래가 이 노래였다. 누가 부르는 노랠까, 하고 고개를 들어 살펴보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지칠 대로 지친 미카즈키는 여기에서 그저 의식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을 택했다.
이대로 흘러가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흘러가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잠시 잊는 것만큼은 괜찮지 않을까.
그 노랫소리 끄트머리가 어레? 하는 소리로 바뀌었을 때에는, 이미 소년은 물 위에 둥둥 뜬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러니 하나요가 그것을 시체로 간주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대로 바로 발을 돌려서 근처의 어른을 불러오거나 119를 부르거나 하는 게 아니라, 하나요가 물가에 누워 있는 그 사람을 확인하러 다가간다면, 하나요는 볼 수 있을 것이다.
물 속에 가만히 누워서 반쯤 동동 뜬 채로, 머리카락도 옷자락도 하늘하늘 물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그것은, 분명히 사람이라기엔 생동감이 모자랐으나 그렇다고 익사체라기엔 살아있는 사람이 분명한 얼굴. 수심의 기색이나 고통의 기색 없이 편안히 잠들어있는 사람. 검은 머리카락을 하얀 얼굴 위에 늘어뜨린 채로 눈을 감고 나직한 숨을 쉬고 있는 그것은, 어느 샌가 하나요의 인생에서 거짓말같이 사라졌던 소꿉친구 미키군이라는 것을.
소년이 바닷가로 온 것은 별 다른 이유 없었다. 단순히 머리를 식히고자 했을 뿐. 닥터마틴 샌들에 청 반바지, 흰색 반팔티를 입은 가벼운 차림새로 소년은 산책을 나섰다. 느긋하게 노래 흥얼거리며. 일부러 오토바이는 끌고 오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산책도 즐기고 싶었다. 요즘 자주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양아치처럼 보이기는 싫단 말이지.'
그렇지 않아도 인식이 좋지 않은 오토바이인데. 학생회장으로써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소년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소년은 어느새 바닷가에 도착했다. 느릿하게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바다 냄새.'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다. 문득 누군가와 눈이 맞았다. 아아, 역시. 전 회장님이 맞았구나.
"머리를 식힐 겸이라.. 비슷한 목적이네요." 계속해서 많은 것을 받아들이다 보면 굉장히 피곤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즈미는 모래에 깔려있던 것을 간단하게 접어두고는.. 아이스크림을 사줄 거냐는 말과 함께 우양산 안으로 들어오는 아마네를 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가리가리군을 보고 당첨되었는지 볼래요?" 아 물론 까고 나서는 이즈미는 알 수 있겠다지만, 깔 때까지는 이즈미도 모르는 부분이니까요. 그러다가 저쪽을 보고는
"아니면.. 장난으로 저 가차폰을 해본다거나요?" 돌려서 구슬이 나오는 그 추첨기를 가리킵니다. 4등이나(젤라토 아이스크림 1개) 5등(롤리팝 사탕 1개)은 대략 참가상이고.1등 상품은 비교적 큰 거긴 하지만(여행) 3등정도면(디퓨저) 본전치기는 할 수 있을지도요? 2등은 나름 고급(디저트 가게 이용권)인 거 같고..
"그 이후에는 물에는 가까이 가면 곤란하니까요?" 장난스러운 말을 합니다. 조금은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들은 말을 하는 건지..
あの時もらった未来で芽吹く種は 아노토키모랏타미라이데메부쿠타네와 그 때 받았던 미래에 싹트는 씨앗은 前触れもなしに今朝咲きました 마에부레모나시니케사사키마시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침에 피었습니다 見たことないのにどこか懐かしい 미타코토나이노니도코카나츠카시이 본 적도 없는데 어쩐지 그리운 花をつけました 하나오츠케마시타 꽃을 피웠습니다 コンビニ曲がって西へ300歩 콘비니마갓테니시에산뱟보 편의점을 돌아 서쪽으로 300걸음 赤いポストに「ただいま!」 아카이보스토니「타다이마!」 빨간 우체통에 「다녀왔습니다!」 ネクタイゆるめ深呼吸「おかえり!」の香り 네쿠타이유루메신코큐우「오카에리!」노카오리 넥타이를 풀고 심호흡하며 「어서와!」의 향기
조화, 시너지 같은 것들은 으레 그러한 법이었다. 오직 그 하나만으로도 즐길수 있다지만··· 그렇다면 둘이 함께하지 못할 이유는 또 뭘까, 여러 색들이 섞여 다른 색을 만들어내듯··· 비록 결과는 예상될지라도 직접 입으로 가져가기 전까지는 추함이던 아름다움이던 감히 정의할 수 없었다.
"그치이···~ 자기주장이 확실하니까···~"
그것은 마치 수수한 외모 속에 감추어진 발군의 실루엣, 마냥 연약하게만 느껴져도 실상은 강인하기 그지없는 생명력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뒤에 강하게 남는 달콤함은 자신의 과실을 취한 이에게 그만큼 긴 여운을 가져가도록 열사의 대지 아래에서 모든 것을 끌어모아 치밀하게 계산된 당도였을 테고, 그러고서도 남아 땅에 떨어져 뒹구는 것은 후대를 위해 틔워지는 싹이 될 것이다.
이즈미는 그것에 대해 알수 없는 표정을 보이는듯 싶었지만 꺼내어진 이야기는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던듯 싶다.
"나도 힘껏 할테니까···~ 그러기 위해 온거기도 하고···~"
다만 만들 가짓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순서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니, 그녀는 이즈미의 이야기에 맞추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재료들을 하나하나씩 일정한 크기에 맞추어 놓기 시작했다. 반응은 느릿할지언정, 반복작업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스즈네는 오늘에 대해서는 말했으나 내일은 입에 담지 않았다. 모레도 글피도 그 다음 날도. 어느 날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이 순간만을 미카즈키에게 인식시킨다. 고된 현실에 혹사당한 손을 개의치 않고 잡아 이끌어 지금 이 순간으로. 그리고 그 다음 순간으로.
누구에게나 다정할 것이 분명한 스즈네의 손이 지금만큼은 소년에게 오롯히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네. 그러게. 어디로 가야 좋을까..."
작게 삐걱이는 복도를 쭉 걷다보니 다다미 곱게 깔린 방이 나온다. 중앙에 탁자가 있었으니 여기일까 싶은 것도 찰나. 스즈네는 작게 중얼이더니 멈추지 않고 방을 지나쳐 새로운 복도로 미카즈키를 안내한다. 잘 꾸며진 정원이 열린 툇마루 창 너머로 병풍의 한 폭처럼 지나간다. 드문드문한 창 덕분에 은은히 밝은 복도를 쭉 나아가던 스즈네가 문득 멈춰섰다. 잠시 고민하다가 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링링~"
적막하던 복도에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좁고 거의 밀폐된 복도라 소리가 잘 울릴 구조이기도 하나 잡은 손을 통해 전해지는 울림이 결코 약하지 않다. 한 번 더 링링~ 하고 부르자 복도 너머 저 어딘가에서 먀악. 하고 대답이 돌아온다. 대답을 들은 스즈네가 아 거기~ 하고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복도를 한 번 더 꺾어들어가니 이번엔 탁 트인 툇마루가 나왔다. 마루 가장자리에 놓인 두 개의 방석과 그 옆의 링링이도.
"그렇지. 역시 여기지." "먁."
툇마루 너머에는 아까와 다른 풍경의 정원이 있었다. 절제된 녹음을 두른 가레산스이 정경. 하얀 자갈과 투박한 돌, 굵직한 대나무 몇 그루가 그려내는 풍경은 먹으로만 그린 산수화를 펼쳐놓은 듯 하다. 스즈네는 의기양양하게 누워있는 링링이에게 싱긋 웃어주고 미카즈키를 향해 말했다.
"앉자."
긴 말 없이 간결하게 말한 스즈네가 두 방석 중 한 자리에 폴싹 앉는다. 꼭 잡은 손이 어서 앉으란 듯 당겨온다. 정원을 향해 놓인 방석이었으니 앉으면 정갈한 풍경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정원을 향해 앉으면, 스즈네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돌아보면 헤에~ 하고 그 옆에 늘어진 고양이와 얼추 비슷하게 풀어진 얼굴이 나른하게 눈을 깜빡인다. 그러다가 현관에서부터 들고 온 종이 가방으로부터 작은 보온병을 꺼내들고 그 풀어진 얼굴로 미카즈키를 보았다. 이거 마실래~? 라는 말이 표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 제가 학생회장일 때에 집행부가 아니었던 게 다행이네요.." 장난기있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게.. 약간 얄미울지도요. 하지만 이즈미도 공부하고 운동도 하고 말차밭도 좀 돌보고 그러는데 집행부까지 있으니까 좀 많이 바쁘잖아요?
"가차폰은 제가 사는 걸로.."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는 것까지 철회할 필요는 없는데.. 라고 중얼거리지만 정말 그렇다면 가차폰은 자기가 사겠다는 생각일까요?
"갈아입을 옷이 없는 것도 그렇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즈미는 가차폰 쪽으로 가는 아마네를 따라 걸어갑니다. 한번 부드럽게 누군가 돌린 가차폰에서는 5등을 알리는 구슬이 나옵니다. 4등과 5등만 나오는 걸 보니. 의외로 상위의 것이 걸릴 확률이 높아졌을지도 몰라요? 물론 가차폰 아저씨가 4등5등 구슬을 보충한다면 말짱 도루묵이지만!
"그렇죠.." 그렇게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는 듯이 말하려 합니다.
"자기주장이 확실한 맛이에요." 색도 소리도 꽤 확실하다고 말을 합니다. 해외를 돌아본다면 더 많은 경험이 있겠다.. 같은 생각을 하는 이즈미입니다. 하긴.. 예전에는 많은 경험을 하기 어려웠음에도 강렬함으로 이해를 구하지 못했으니까.
"정말 잘하시네요." 완벽하게 동일하진 않더라도 용인될 만하게 놓아진 것들을 보고 마들렌 팬닝을 끝내고 공기를 조금 빼낸 다음. 예열된 오븐에 넣으려 합니다.
"크레이프는 여름이니까 과일을 넣지 말고 생크림으로만 할까요? 아니면 메론이나.. 그 선인장 열매를 넣는다거나요?" 초코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들 재료를 곁눈질합니다. 만일 겨울이었으면 딸기도 제법 괜찮았을 텐데 말이지요. 라고 생각하며 이즈미는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들 재료를 점검해보려 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