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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을 만드는 것은 여러 사람이 해도 되지만. 다과회 초청장 같은 걸 보내는 것도 제법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 다과회 초대장에 기재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까요?
가볍게 의논하는 것도 좋을 테니. 마침 놀러오는 이에게 물어보려고도 하겠지요. 타에미를 맞이한 이즈미입니다. 아마 별가면 대문을 열어줬을 거고. 본가면 마중을 나와서 카트를 태워줬을지도요?
"타에미 양은 어떤 디저트랑 어떤 차가 어울릴 거 같다고 생각하세요?" 차는 말차나 백차도 좋지만.. 혹은 여름이니까 히비스커스 계열로 차갑게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디저트 만들래요? 같은 말을 먼저 꺼냈으니까.. 일단 의견을 구해보는 겁니다.
! 말해놓고선 뒤늦게 뭔가를 깨달았다. 그래, 소년의 성이 호시노란 사실을..! 이제까진 단순히 고양이강아지 행성 따위의 컨셉 네이밍인 줄 알았는데, 그게 가게를 운영하는 집안의 성일 줄이야? 아, 호시노가 그 호시놉니까..?! 왐마, 꿈에도 몰랐네! 제법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이 튀어나온다.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어도 일방적인 재잘거림은 멈출 생각이 없고. 와~. 맨날천날 지나다니기만 해 갖고 몰랐네여, 슨배임이 그 집 아들래미구나! 아들 몇 마리나 있습니까? 조만간 한 번은 가 볼라 했다 아인교.
나름 소리를 죽여 속닥거린다고 가성을 써서 재잘대지만 고양이가 이 쪽을 빤히 바라보는 걸 보면 별 소용은 없는 모양이다. 한참 재잘거리다 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치고 난 뒤에야 합, 하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 왐마야, 시끄럽다고 눈치 주는 것 좀 봐라~. 귀신같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무 뒤에서 고양이를 살피겠다고 고개를 내밀 때마다 스치는 소매 소리, 우는 매미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정도가 가끔 정적을 깨는 게 전부였다. 안 올랑가~, 내밀었던 고개를 다시 집어넣었을 때.
"머~.. 정 안되믄 집에 델꼬 가거나 해야지요, 멀 달고 기어들어오냐고 등짝은 좀 맞겠지마는..."
굴러들어온 핏덩이 그냥 보낼 사람은 또 아이거든여, 엄마아부지가. 장난스러운 웃음 킬킬. 아부지가 맨날 말은 아니라캐도 귀여운 강새이 새끼같은 거에 환장한다 아입니까. 쟈 보면 날리 날 걸요. 또 짧은 담소가 둘 사이 몇 마디 흘러가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이 쪽을 바라보던 새끼고양이가 무언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삐약거리는 울음소리가 반복되길 몇 분, 운동장 구석 수풀에서 또 다른 고양이가 경계하며 모습을 드러내고. 조금 말랐지만 밀색 털이 꼭 닮은 어른 고양이가 한 마리. 누가 보아도 어미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나무 뒤에서 고개만 살짝 뺀 채 숨을 죽이고 있으면, 누군가 또 나타날까 잔뜩 경계하는 기세로 새끼에게 후다닥 다가온 어미가 상태를 살피고 뒷목을 물어채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
>>533 캬~! 너무 예쁘다 이런 무늬.. 기모노도 유카타도 둘 다 좋을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서치하다가.. 이즈미 이런 거 어울리겠다 싶은 생각이 든 거를 찾았거든요 xxx홀릭의 와타누키 옷,,, 이거는 노출도가 좀 있어서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이런 옷을 좀 더 꽁꽁 싸매서 입히면은... 입히면은,, (??)
고양이 7마리. 강아지 8마리. 그렇게 총 15마리.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그녀의 물음에 잔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만간 한 번 가보려고 했다는 그 말에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꼭 오라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물론 오지 않아도 뭐라고 할 순 없었으나 가능하면 그녀도 와서 자신의 집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아이들의 귀여움을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보아하니 동물을 함부로 대하는 이는 아닌 것 같았기에 더더욱.
딱히 소음이 조금 있어도 별 상관없지 않나 싶긴 했지만, 사쿠라가 입을 다물자 카나타는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기다린다고 한다면 너무 시끄럽게 떠드는 것보다는 조용히 있는 것이 좀 더 어미 고양이의 경계심을 낮추기에는 좋긴 했으니까. 여름에 들을 수 있는 매미의 맴맴 우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럽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애매하면 나에게 맡겨도 돼. ...고양이 한마리 더 기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는 없어."
오히려 아기 고양이를 보려고 더더욱 카페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연히 미소를 지었다. 물론 원래 살던 고양이들이 조금 경계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서열이 정해지고 한 공동체가 될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카나타는 판단했다. 물론 아이들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땐 입양처를 구하긴 해야겠지만. 그래도 카페의 고양이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기에 카나타는 정 안되면 자신이 데려가도 상관없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시간이 흘러 운동장 구석 수풀에서 좀 더 크기가 큰 어른 고양이가 한 마리 나오자 카나타는 바로 확신할 수 있었다. 저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라고. 지금까지 숨어있다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새끼를 데리러 왔다고. 실제로 어미 고양이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더니 새끼 고양이의 뒷목을 물고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그 고양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춘 후에야 그는 나무 뒤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다행이네. ...어미가 와서. ...야생에선 버려지는 일도 허다하거든."
그래서 다행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괜히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와중에 수풀 속에서 새끼 고양이의 작은 야옹! 야옹!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귀엽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너에게 고맙대. 저 새끼 고양이가. ...저 울음소리는 기쁜 감정을 표현하는거거든. 굳이 네가 있는 곳으로 우는 것을 보면... 고맙다고 하는 거야."
동물도 감정을 표현하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알거든. 우리와 언어 체계가 달라서 알아듣지 못하는 것 뿐이야. 차분한 목소리로 그는 사쿠라에게 이야기했다.
'방학중인데 뭐가 바쁘다는거야.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녀석들이.' 아마네는 의문스러운듯 고개를 기울였다. 저, 이래보여도 학생회장인걸요. 바쁘다구요. 굳이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방학이라고 하더라도 느긋하지는 않았다. 잠을 한두시간 더 자는것 정도일까. 오토바이 면허를 딴 이후로 아버지 배달도 쭉 도와드리고 있고-특히 방학이면 더욱 그랬다. 시도때도없이 배달을 도와달라고 하고는 했으니.- 학생회 업무도 해야하고, 공부도 해야했으며, 틈틈이 운동도 해야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했으니, 몸이 두개여도 부족할 정도였다.
'뭐어, 어쩔 수 없지만.'
비행기 기장이 되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싶다.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인 거니까. 그리고, 자신도 어느정도 느긋함을 즐기기도 했고. 거기에 키타토라 양을 도와주는 것 정도라면, 그리 어렵지도 않으니까. 아마네는 함께 쿠레비야마로 향했고, 하네이 신사 뒤편의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통해 걸어 들어갔다. 몇 분쯤 걸었을까. 바깥에서는 눈치채기도 어려울 만큼 작은 헛간이 나왔다.
'트럭이 들어올 수 없어 상자를 직접 날라야 해요.' 그게 키타토라 양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그래 보이기도 했다. 오솔길로 들어 올 수 있는 트럭은 존재하지도 않을테고, 온다고 하더라도... 차가 너무 작을터다. 어쩔 수 없지. 향취를 느끼며 그녀를 돕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쏙독새가 운다. 발 밑에서는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서늘해진 밤 바람 감촉. 반달은 흐려지고, 어쩐지 길고 복잡한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아마네는 상자를 내려놓고 조심스레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