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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이런 이상한 자신감이 어디에서 퐁퐁 솟아나는지 참 모를 일이다. 또 예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선 힘 자랑이라도 하듯이 팔을 구부려 들어 보이는데, ........그냥... 앙상한 팔뚝만 보여 주는 사람이다. 아마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저 혼자 머쓱해져선 에헴, 이래봬도 힘 좀 씁니다, 그겁니다 그거, 실전압축근육. 그, 그거. 실 없는 변명만 줄줄 늘어놓겠지.
"아~ 그쳐! 회의할 때 몇 번 본 얼굴 아인가 긴가민가해가지고여. 1학년 우치야마 사쿠랍니다."
별의 저편, 캬~ 낭만 있는 이름. 한자로 무어라 표기하는지도 모르면서 냅다 들리는 대로 해석해버리곤 몰래 맘 속으로 남기는 감상. 뭐, 검은 머리카락을 바탕으로 빛나는 맑은 눈망울을 보면 딱 들어맞는 이름인 것 같기도 하다. 소년의 시선이 고양이를 향하면, 그 길 따라 품에 안긴 고양이를 슥 내려다보고선 손가락 끝으로 정수리를 살살 쓸어준다. 기분 좋은 가르릉 소린 나지 않아도 불편한 맘은 없는 듯 눈을 가늘게 뜨는 모습이.
"아하~, 제가 항상 몸부터 나가삐리가지고여, 맨날 생각하고 움직이란 소린 듣는데여. 잘 안 됩니다."
그.. 머더라? 천성! 천성인가봅니다. 그래도 어케 잘 해결됐으니까 잘 된 거 아이겠습니까? 니 생각은 어떤데?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척 하더니, 네에 맞아여, 언니오빠 덕분에 살았어여~ 또 고양이가 대답하는 척을 퍽 능청스럽게 한다.
일단 사쿠라가 자신을 공주님 안기로 안을 수 있을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자신의 무게가 절대 가벼울리 없다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사람의 무게란 것이 어디 가볍던가? 40kg대라고 하더라도 말이 좋아 40kg이지. 실제로 들려고 하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자신의 몸무게는 40kg를 훌쩍 넘지 않던가. 역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1학년의 우치야마 사쿠라? ...아깝네. 시기가 봄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다면 나무에 벚꽃(사쿠라)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아재개그 같은 말장난은 굳이 입밖으로 끄집어내지 않고, 그의 가슴 속으로 꿀꺽 삼켰다. 하지만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꽤 재미난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제 3자가 보면 영문을 알 수 없는 웃음소리만 작게 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그는 표정을 원래대로 돌렸다.
"...이해해.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위험한 것은 안돼."
다치면 결국 자기 손해잖아. 그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그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봤다. 그렇게 엄청 높은 높이는 아니지만, 사람의 몸으로는 고작 저 정도에서 떨어져도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운이 나쁘면 병원행일 정도로 인간의 몸은 약했으니까. 이번에는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야생 고양이라면 가급적 그냥 길가에 두는 것이 좋아. ...사람의 냄새가 너무 남으면 어미에게 버림 받을 수도 있으니까."
이어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새끼 고양이가 있다고 한다면 버려진 것이 아닌한 근처에 어미 고양이가 분명히 있을테니까. 하지만 당장 카나타의 눈에는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새끼 고양이가 있는 곳 근처에는 어미 고양이가 있기 마련이야. ...단지 인간이 있기에 오지 못하고 이곳을 바라보기만 할 수도 있어."
어쩌면 독립한 아이거나, 어미가 죽었거나 버림받은 고양이일 가능성도 있어. 이 말이 그의 입 끝까지 나오긴 했지만, 그는 애써 그 발언까진 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럴지 알 수 없었고, 무엇보다 필시 그렇게 말하면 눈앞의 이 후배가 크게 걱정할 것 같았기에.
스읍~. 잇새로 숨을 스치며 슬쩍 눈 앞의 소년을 살펴보았다. 키랑 등치가 쪼매 있긴 하지마는, 이 정도면.... 잘 하면.. 될 거 같은데...? 이젠 공주님 안기보다 드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는지 소년을 어깨에 둘러맨 자신의 모습 따위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케 들면은, 아니, 이 정도가 아녀도 이 자세면은 좀 더 쉽게.... 소년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온갖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소년에게서 튀어나온 작은 웃음소리가. 웃긴 게.. 있었나? 작은 의문스러움이 머리를 디밀었으나 그냥 고양이 흉내가 우스워 그랬나보다, 싶어 가볍게 이히 따라 웃고 넘겼다.
"예에, 담부턴 생각 좀 해 볼게여. ...캐도 혹시 모르니까 다닐 때 나무 위좀 잘 살펴주이소. 또 올라가 있을지 모른다 아입니까."
아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뒷통수를 벅벅 긁으면 안 그래도 가지에 긁혀서 엉망인 머리가 더 흐트러진다. 아이고, 머리도 귀신 산발해갖고 난리가 났네! 빈 손으로 고무줄을 끌어당겨 확, 하고 머리를 풀어헤치면 장난감을 발견한 것 마냥 품 안에서 머리카락 끝 붙잡으려고 바둥거리는 고양이가 아웅 짧게 울고. ..아팟! 야야, 발툽 세우지 마라! 또 한 차례 소란스럽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어찌 잘 치우고서야 잠잠해졌겠지.
이야~ 완전 괭이 박사다, 박사! 글체. 또 품 안의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 다시 한 번 고양이 정수리를 가볍게 쓰다듬더니, 옷에 걸린 발톱을 슬슬슬 떼어내 나무둥치 근처에 내려놓았다. 니 여서 쫌 기다리라, 엄마가 근처에 있으먼 오겠지. ...나무 또 올라가지 마리! 올라갔다 또 잘못 떨어지믄 그때는 진짜 어디 뿌라진다. 알아듣지도 못 할 훈계를 줄줄이 늘어놓고는 소년을 향해 한다는 말이.
"그러면 야 여따 두고 저희는 저 멀리 가서 좀 지켜보져? 가입시다, 자자, 빨리요! 엄마 안 올라."
재촉하듯 던지곤, ...무어라 말 꺼낼 새도 없이 후다닥 저 반대편 나무 뒤쪽으로 달려갔다.
적어도 자신은 돌아다니면서 그다지 본 적은 없었다. 물론 가끔 고양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긴 하지만, 나무 위에서 못 내려와서 곤란한 상황이 되는 일은 잘 없기도 했고. 괜히 나무를 잘 타는 동물이겠는가. 물론 어린 고양이라면 주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쿠라의 말에 카나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다음에는 조금만 더 위를 보고 걸어가볼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머리카락을 붙잡으려고 하는 고양이와 그것 때문에 아파하는 사쿠라의 모습에 카나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는 그녀의 물음에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기본적인 것은 어느 정도 알지 않을까라고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어쨌든 사쿠라가 고양이를 나무둥치 근처에 내려놓고 이런저런 훈계를 하는 모습에 그는 또 다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지. 이 후배. 귀엽네. 그런 속마음은 굳이 밝히지 않으며, 막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그는 입을 열었다.
"...나도?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지켜봐도 괜찮을 것 같아."
어차피 당장 해야 할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만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고양이와 최대한 거리를 띄우고 소리를 완전히 줄였다. 그녀가 숨은 나무와는 또 다른 나무 뒤에 숨으면서 그는 고개만 살짝 내밀어 고양이를 바라봤다. 이대로 어미가 오면 좋겠지만, 만약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그냥 자신이 사정을 말하고 카페로 데리고 갈까. 고양이 한마리 더 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테니까. 물론 부모님에게 이야기는 해야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조용히 팔짱을 끼고 상황을 살폈다.
>>518 어릴 때 사방팔방 쌔빠지게 뛰어다닌 게 성장판을 자극해서 좀 컸다네요.. ^ ^)b 초반엔 일부러 키 안 적고 그냥 째깐한 꼬맹이라고만 할까 싶었는데 그렇게나 뛰어다니는 왈가닥이면 성장판이 안 자극되기가 힘들 것 같아서,,, :3
>>519 ㅋㅋㅋㅋㅋㅋㅋ 그 랬 던 거냐고~~!!! 170 미소년 오히려 좋아,,, ^//^ 이즈미.. 뻘한데 잉어무늬 들어간 기모노같은 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남자 기모노는 수수하고 심플하단 인상이 강하지만 화려한 것도 잘 어울릴 거 같애.. 거기에 전에 썰 풀어주셨던 지우산도 들면 좋겠어요,,, ^ ^ 그대로 차 밭에 서있으면 그림같은 광경 우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