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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네의 행동이 미카즈키를 읽으려는 것처럼 보인다면,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상대에 대해 알고자 함이 곧 보이지 않는 내면을 읽고자 함이기도 하니. 어떤 의도도 없이 그저 들여다보고자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음에 가까운 행동이니까.
그러니 미카즈키가 스즈네를 마주하길 그만두고 돌아섰어도 마땅한 상황이었다.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거리를 두어도 한결같이 웃고만 있었을 것이다. 낮에도 밤에도 구름은 한결같이 저 하늘에 흐른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다. 다가오고 떠나는 것은, 항상.
"오늘은."
미카즈키의 반문에 스즈네는 짧게 답했다. 흔들림 없이 단호하며 솔직하고 간결하게. 오늘 다음은 입에 담지 않았다. 그건 스즈네의 영역이 아니라는 듯. 드문드문한 말과 말 사이. 고요한 적막함이 둘 뿐인 현관에 넘실거린다. 어느새 일어난 링링이가 방석 끄트머리를 물고 복도 안 쪽으로 사라졌다.
소년은 이해할 수 없음에 혼란해하며 손을 본다. 투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혹사한 손의 형태는 흉함 그 자체이다. 미카즈키의 곱상한 얼굴과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지는 그 손 위로 작은 손이 살며시 내려와 덮였다. 거침없는 행동과 달리 부드러운 온기가 닿은 부분으로부터 전해진다.
"이거, 가 아니란다. 미카즈키 군의 손이지."
오는 내내 줄곧 소년의 손을 잡았던 스즈네의 작은 손이 엷은 그늘 아래 조금 더 또렷이 내보였다. 마냥 곱게만 자랐을 것 같아 보이나 스즈네의 손은 나름대로의 시간이 쌓여 있다. 말랑한 손바닥은 굳은 살은 없어도 제법 다부지며 감싸쥐는 손짓은 망설임이 없어 단호하다. 미카즈키의 손에 형태를 맞추면서도 잡는 힘은 강하다. 고통스럽게 강한 것이 아닌, 손을 내어준 이가 안심하고 내맡기게 하고픈 강함이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의 벤치에서는 미카즈키가 이끌려 주었기에 미처 느껴지지 못 했을 힘, 혹은 의지, 혹은 마음이라 할 것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소년을 끌어당긴다.
"이리 오렴."
두려워 말아.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같은 말은 없었다. 스즈네는 다만 자신을 따라오기만 하란 듯 소년을 현관 너머 복도로 이끈다. 느릿하게 한 발 두 발 물러서 미카즈키가 올라설 자리를 내어주고. 현관과 복도의 턱만큼 나던 시선 차이가 다시 쑤욱 멀어지게 되면. 이번엔 풍령 소리 아닌 진짜 웃음 소리가 작고 맑게 울릴 것이다. 천진하게 웃으며 돌아선 스즈네가 정면이 아닌 측면의 한 발 앞서서 긴 복도를 걸어갈 것이다.
머, 먼... 고양이를 무사히 내려보내서 잘 되었다 싶었더니, 뒤늦게 상상도 못 한 대사가 날아온다. '잡아 줄 테니까 눈 꽉 감고 뛰어내려' ...라고. 내가 지금 잘 들은 게 맞나? 끔뻑끔뻑. 희한한 말을 들었다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대의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예? 아이, 슨배임, 그거 잘못하먼 둘 다 어디 하나 뿌라지기 딱 좋은 행동 아입니까?"
아이, 거, 여서 뛰믄 진짜로 서로 다칩니다. 괭이땜에 그칸거라 인제는 다시 내리갈 수 있을걸요. 쫌만 기다려보이소, 내 금방 내려갑니다~. 제법 자신만만하니 당당한 얼굴로 외치고서는 꿈지럭거리며 조금씩 몸을 움직인다. ..사실 고양이가 있든 없든 멀쩡히 내려가지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자칫 잘못 뛰어내려서 서로 다치는 것보단 최대한 노력이라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아래 쪽, 줄기 쪽에 가깝고 굵어 튼튼해 보이는 가지로 내려가기 위해 발 끝을 힘껏 뻗어 아슬아슬하게 더듬거리는데. 문득 제 발에 집중하느라 흐려진 초점이 명확해지며 보인다. ....소년의 발치에서 어딜 가려는지 발발발 빠르게 움직이는 고양이의 모습이.
"...괘, 괭이! 아깽이 도망간디!"
차도로 나가믄 클난디, 저거 쫓아가 잡으이소! 대롱, 아슬아슬하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제 코가 석자인 주제에 이상한 데 꽂혀선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아이고 저거, 저거 환장하겠네, 니 암데나 나갔다가 강새이라도 만나믄 우짤라고 카는데! 마음은 급한데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 하겠고, 입만 나불대는 꼴로 겨우 매달려 있는데, 옆에, 시선 옆에 뭔가 걸리는 게,
쌔애애액ㅡㅡㅡㅡ
따아앙, 하고 힘찬 매미소리가 귓전을 세차게 때린다. 조용하다가 갑자기 뭔데. 아악!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몸을 퍼드덕, 떠는데,
물론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체육활동을 하는 이들 수준은 아니지만, 카페에서 일을 돕고 이것저것 짐을 나르기도 하고, 매일매일 강아지들을 여러 마리 산책시키다보니 카나타의 체력은 제법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떨어지는 여자애 한 명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괜찮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일단 혼자서 내려오겠다고 하니 카나타는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그는 가지를 옮기려고 하는 그녀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고양이가 도망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야생에서 사는 고양이는 경계심이 크기 때문에 위험한 곳에 굳이 막 들어가진 않아. 위험하다고 느끼면 굳이 뛰어들지도 않고."
그리고 고양이보다는 네가 먼저야.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살며시 위치를 바꿔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이대로 아무런 문제없이 그녀가 내려온다면 다행이겠지만, 혹시라도 떨어지게 되면 경우에 따라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그는 좀처럼 긴장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그녀가 가지를 놓치자 그는 깜짝 놀라 그녀가 떨어질법한 위치로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빠르게 발을 옮긴 후에 단번에 그녀를 받아내려고 했다. 만약 아래로 떨어졌다면 공주님 안기 비슷한 자세로 그녀를 잡는데 성공했을 것이고, 그녀가 떨어지지 않고 재빠르게 가지를 잡았다고 한다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세를 조금도 풀지 않았을 것이다.
"...괜찮아?"
그리고 어느 쪽이건 카나타는 그녀에게 괜찮은지, 다치진 않았는지의 여부를 물었을 것이다.
/사쿠라가 옮기려고 했던 가지를 붙잡아도 되고, 카나타에게 공주님 안기 비슷한 것을 당해도 괜찮아! 그 부분은 사쿠라주의 자유에 맡길게! 일단 이렇게 답레를 남기고 난 정말로 자러 갈게! 다들 잘 자!!
72 자캐가_들고_다니는_우산은_어떻게_생겼나요 이즈미주: 하얀 바탕에 비단잉어가 그려진 지우산.... 이즈미: 은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니고요. 단색 우산이에요. 색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데. 가장자리에 반사띠를 둘렀답니다. 이즈미: 그것도... 가지고는 있어요. 이즈미주: 머 하얀바탕에 비단잉어가 그려진 지우산을?!?
파사사삭. 작은 가지무리를 빠르게 헤집는 소리가 아주 짧게 스치고. 엉덩이에 커다란 멍 하나정돈 가볍게 들겠다 싶어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다지며 후두둑 떨어지는데. 엉덩방아 특유의 둔탁하니 알싸한 아픔은 없고 등허리와 오금이 어딘가에 덜컥 단단히 걸리는 느낌만 남았다. 감았던 눈을 뜨면 여전히 진지한 소년의 얼굴이 이제는 고개 가까이에 있다. 이, 이게 되네.. 얼빠진 얼굴로 머엉하니 얼마간 그를 바라보다.
"....우와, 우와~~~! 우하학, 이게 되네요! 와~, 대박이다. 이런 거 순정만화 잡지에서밖에 못 봤는데여. 이야~! 슨배임, ..이야~!"
..그러나 현실과 순정만화는 역시 다른지, 어맛!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고, 대신 호탕한 웃음소리만이 깔깔깔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뿐이다. 연신 섞여 나오는 진심 어린 감탄사는 덤이다. 내 아부지한테도 아직 이런거 못 당해 봤십니다! 요상한 tmi가 슬슬 섞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소란스럽게 꽤 한참을 웃었다. 소년 발치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주변을 맴돌던 아기고양이가 길게 울음을 남길 때 즈음에야 겨우 진정하곤 숨을 고른다. 하아~. 웃음기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숨을 내뱉으며 머리에 붙은 나뭇잎을 떼어내서 후, 불어 날리고.
"........슨배임요."
......인제 내려주이소.... 웃음기 가시면 귀신같이 찾아오는 정적. 싸늘하다...
"..야~! 오늘은 신세 많이 졌습니다, 슨배임. 집행부 맞지요?"
먼지투성이 치마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저리하고선, 제법 뻔뻔하니 의기양양한 얼굴로 대뜸 말을 건다. 슨배임 없으믄 진짜로 야랑 나무 위에서 잘까 생각했거등요~! 농담 던지는 소녀의 품에는 밀색 아기고양이가 웅크린 채 가만히 안겨 있고.
왐마, 돌겠네! 니 속고만 살았나! 캠핑장 요정 언니랑, 고서점 자시키와라시랑, 마캉 진짜리! 삭막한 병실 속 옆 침대 아이와의 짤막한 담소, 옛날 이야기, 그러나 믿지 않는. 하~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믿든 안 믿든. 맥이 축 빠져서 침대에 드러눕자 프레임이 작게 삐걱거린다. 환기를 한다고 열어둔 창 틈새로 들어오는 꽃향기가 달기도 하지, 토키와라에도 꽃이 참 많이 피었는데. 햇빛 가리려고 이마에 올려놓은 앙상한 팔뚝 아래로 눈꺼풀의 소리 없는 움직임. 깜빡. 곧 여름이, 여름이 온다.
"..야. 내가."
이마에 손등 얹은 그대로 고개만 틀어 아이를 본다. 평소처럼 장난기 묻었으나 그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 무거운 웃음이, 얹지 않은 반댓손 침대 너머로 슥 내밀어서 손을 맞잡는다. 건조하다.
"퇴원해서 토키와라 다시 가면은, ..편지 쓴다. 진짜로. 요정 언니도, 자시키와라시도, 사진 다 찍어가꼬."
니 먼저 퇴원하면은 니도 그케 해 줘야되는 거 알제. 흘러나오는 가벼운 웃음소리, 킥킥킥.
B. 「무슨 맛을 좋아해?」
"자극ㅡ적인 거. 먼지 알제, 짜고달고맵고시고."
뚜껑 따자마자 벌컥벌컥 들이키는 콜라! 초콜릿으로 범벅되다 못 해 아예 빠져버린 수준의 뺑 오 쇼콜라! 깜짝 놀랄 만큼 신 맛 나는 레몬사탕! 불닭소스 왕창 뿌린 매운 닭고기 요리! 그런 거! 크아~, 말만 했는데 침이 다 고인다. 입가를 슥 닦는 체 하고는 킬킬킬 웃었다. 머? 위장도 안 좋은데 건강식? 머래여. 내 집 가믄 먹는 게 온통 건강식이리. 도쿄에선 이런 거 먹을라캐도 못 뭇다.
C.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온통 꾀죄죄한 꼴이 되어선 다리에도 팔에도 생채기 투성이지만, 아프지도 않은지. 아랑곳않고 엄지만 척 들어보였다. 헤헹. 의기양양한 웃음은 덤. 머어, 다리? 침 바르면 낫제. 가방에 반창고 많다. 걱정 노노. 다 큰 아가 일케 울면은 엉덩이에 털 난디~. 어, 우나? 우나? 안 그래도 울상인 얼굴이 더 구겨질까 봐 일부러 더 장난을 걸었다. 도망치는 거 재밌었으니까 됐디. 뚝! 뚝! 어, 운다! 털 난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