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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암도 안 오면 걍 여서 잘래? 니 의견은 어떤데. 사람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위기감은 사라진지 오래고. 배 위에서 하염없이 꼼지락거리는 고양이를 검지 끝으로 슬슬슬 매만지면서 대답 돌아올 리 없는 태평스러운 장난을 던진다. 네에, 조아여~ 걍 여기서 자여~ 작고 얇은 목소리로 대신 대답을 하고선 어리둥절한 고양이의 표정을 구경하며 킬킬거리고 있는데,
".......우와!"
우악 머, 머꼬! 갑자기 밑에서 들려 온 외침에 몸이 크게 흔들려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해 부들부들,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가까스로 다시 균형을 되찾았다. 깜짝 놀라 세운 고양이의 발톱을 슬슬 떼어내며 상체를 일으켜 보면, 그제서야 보이는 것이다. 나무 밑에서 제법 심각해보이는 얼굴로 이 쪽을 바라보는 검은 머리 소년을. 얼레, ....회의같은 데서 본 적 있지 않았나? 집행부 아이가? 생뚱맞게 떠오르는 생각은 일단 접어 두고,
"머, 멉니까? 뭔데요?!"
마치 별 일 없는 사람을 놀래키기라도 했다는 양 이 쪽이 더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이게 진정 위험에 처한 사람의 얼굴이라 할 수 있을지? .....곧 상황을 파악하고 아! 무언가를 깨닫는 것 같긴 했지만서도. 아~ ...맞네, 내 위험하네 지금. 머쓱타드. 괘, 괜찮십니다~. 뒷통수 벅벅 긁다가.
"아~ 말로 하믄 긴데요, 거... 슨배임 맞지예? 일단은 야 좀 받아주이소."
괭이가 높은 데서 떨어져도 괜찮다 카지마는 야는 넘 아깽이다 아인교. 고양이를 내려보내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여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끙, 가지에 엎드려 한 손을 쭈우욱 뻗어 내려 보내면, 아프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그러쥔 밀색의 보송털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집요하게 물어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이토바야시 양을 위해서라는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우당탕탕 결과가 될 줄은....!!
"에에에에~??!?~?!"
하나요가 놀라서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버립니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그렇게 말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해할 만도 했으려나? 하나요는 붉어진 얼굴로 곰곰히 생각하다 털어버리기로 합니다. 고백한 것은 아마, 이토바야시 양이야- 라고 말을 해도, 이토바야시 양이 그것을 원할까? 애초에 이토바야시 양이 쓴 편지를 본 적이 없어서~ 하나요는 그렇게 머리를 한번 더 부여잡습니다.
"하, 하나요 말고, 에또.... 예를 들어, 이토바야시 양이 고백한다면~?"
이것이 최선입니다. 통하지 않으면, 에라, 모르겠다~ 입니다. 알아주었으면, 하는 또랑또랑한 눈망울입니다.
대체 뭔데 저렇게 나무 위에 올라가서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있단 말인가. 저러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진짜 크게 다칠텐데. 카나타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자신도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 당연히 안되지. 자신도 저렇게 올라갔다가 마찬가지로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야말로 바로 2총사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카나타는 굳이 그런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고 오명도 가지고 싶지 않았다.
"...선배가 맞는진 모르겠지만... 3학년이 아니면 내가 선배일거야."
3학년 아니지? 쟤? 얼굴은 본 기억이 나지만 안타깝게도 카나타의 입장에선 그녀가 누구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집행부 일원이었던 것 같지만, 카나타는 모든 집행부 위원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성향상 그다지 알지 못하는 이와는 그다지 교류를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고. 하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였다. 위험한 사람이 있으면 일단 돕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그 와중에 그녀 쪽에서 고양이를 받아달라고 하자 카나타의 시선이 고양이에게 향했다. 고양이를 구하러 갔다가 저렇게 된 것일까. 일단 고양이를 밑으로 내미는 모습에 그는 우선 고양이를 받았다. 너무나 작고 귀여운 밀색의 아기 고양이였다. 평소라면 고양이를 안고 귀여워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는 우선 고양이를 땅에 내렸다.
"고양이는 받았어. ...다음은 네 차례야. 잡아줄테니까 눈 꽉 감고 뛰어내려."
아직은 가지가 버티고 있지만, 얼마나 저 가지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나무가지는 두꺼운 것이 아니면 생각보다 힘이 많이 약해서 사람의 무게를 오래 버티지 못하는 법이었으니까.
그녀가 만약 뛰어내릴 준비를 한다면 그는 그대로 잡아줄 생각으로 팔을 앞으로 내밀면서 모았다. 떨어지는 이도 가볍게 받을 수 있는 자세를 취하면서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의 순환이 일어나기에 맑음을 유지하는 것이라.. 고 이즈미는 생각했을 겁니다. 이즈미라는 이름부터가.. 그런 것이잖아요? 그리고 이즈미가 힘내야 한다는 말을 하는 히라무를 보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날이 되면 깨닫게 될 겁니다 이즈미... 요리치의 모습을요. 아무리 커버쳐줘도 안될 때가 있어요.
이즈미: 왜 그걸 지금...? 이즈미: 그걸 왜? 이즈미: 오 맙소사. 를 연발할 수도 있어요.
"마약이라뇨. 너무하세요." "예전 말차 유행은 흰 거품이라고 하니.. 흰 거품을 보시고는 설마? 라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라는 농담을 합니다. 그리고 블렌딩 티 종류도 잘 골라서 샘플 세트로 만들어줍니다. 샘플 세트도 예쁜 패키지가 있다고요. 물론 비슷한 종류라서 파츠를 다 모았다! 예쁘다!까지는 아니지만.
"카트.. 타고 가실래요?" 생각보다 엄청 차를 타고가야 할 정도로 힘든 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짐칸에 타겠다는 생각을 알았다면 한번쯤은 말렸을 테지만 이즈미는 독심술에 가까운 걸 할 수 있다(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의식적인 심리적 행동을 보거나 들음으로써 추측해내는 것)일 뿐 실제로 하는 건 당연하지만 힘듭니다..
스즈네의 행동이 미카즈키를 읽으려는 것처럼 보인다면,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상대에 대해 알고자 함이 곧 보이지 않는 내면을 읽고자 함이기도 하니. 어떤 의도도 없이 그저 들여다보고자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음에 가까운 행동이니까.
그러니 미카즈키가 스즈네를 마주하길 그만두고 돌아섰어도 마땅한 상황이었다.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거리를 두어도 한결같이 웃고만 있었을 것이다. 낮에도 밤에도 구름은 한결같이 저 하늘에 흐른다.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있다. 다가오고 떠나는 것은, 항상.
"오늘은."
미카즈키의 반문에 스즈네는 짧게 답했다. 흔들림 없이 단호하며 솔직하고 간결하게. 오늘 다음은 입에 담지 않았다. 그건 스즈네의 영역이 아니라는 듯. 드문드문한 말과 말 사이. 고요한 적막함이 둘 뿐인 현관에 넘실거린다. 어느새 일어난 링링이가 방석 끄트머리를 물고 복도 안 쪽으로 사라졌다.
소년은 이해할 수 없음에 혼란해하며 손을 본다. 투박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혹사한 손의 형태는 흉함 그 자체이다. 미카즈키의 곱상한 얼굴과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지는 그 손 위로 작은 손이 살며시 내려와 덮였다. 거침없는 행동과 달리 부드러운 온기가 닿은 부분으로부터 전해진다.
"이거, 가 아니란다. 미카즈키 군의 손이지."
오는 내내 줄곧 소년의 손을 잡았던 스즈네의 작은 손이 엷은 그늘 아래 조금 더 또렷이 내보였다. 마냥 곱게만 자랐을 것 같아 보이나 스즈네의 손은 나름대로의 시간이 쌓여 있다. 말랑한 손바닥은 굳은 살은 없어도 제법 다부지며 감싸쥐는 손짓은 망설임이 없어 단호하다. 미카즈키의 손에 형태를 맞추면서도 잡는 힘은 강하다. 고통스럽게 강한 것이 아닌, 손을 내어준 이가 안심하고 내맡기게 하고픈 강함이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의 벤치에서는 미카즈키가 이끌려 주었기에 미처 느껴지지 못 했을 힘, 혹은 의지, 혹은 마음이라 할 것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소년을 끌어당긴다.
"이리 오렴."
두려워 말아.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같은 말은 없었다. 스즈네는 다만 자신을 따라오기만 하란 듯 소년을 현관 너머 복도로 이끈다. 느릿하게 한 발 두 발 물러서 미카즈키가 올라설 자리를 내어주고. 현관과 복도의 턱만큼 나던 시선 차이가 다시 쑤욱 멀어지게 되면. 이번엔 풍령 소리 아닌 진짜 웃음 소리가 작고 맑게 울릴 것이다. 천진하게 웃으며 돌아선 스즈네가 정면이 아닌 측면의 한 발 앞서서 긴 복도를 걸어갈 것이다.
머, 먼... 고양이를 무사히 내려보내서 잘 되었다 싶었더니, 뒤늦게 상상도 못 한 대사가 날아온다. '잡아 줄 테니까 눈 꽉 감고 뛰어내려' ...라고. 내가 지금 잘 들은 게 맞나? 끔뻑끔뻑. 희한한 말을 들었다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로 상대의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예? 아이, 슨배임, 그거 잘못하먼 둘 다 어디 하나 뿌라지기 딱 좋은 행동 아입니까?"
아이, 거, 여서 뛰믄 진짜로 서로 다칩니다. 괭이땜에 그칸거라 인제는 다시 내리갈 수 있을걸요. 쫌만 기다려보이소, 내 금방 내려갑니다~. 제법 자신만만하니 당당한 얼굴로 외치고서는 꿈지럭거리며 조금씩 몸을 움직인다. ..사실 고양이가 있든 없든 멀쩡히 내려가지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자칫 잘못 뛰어내려서 서로 다치는 것보단 최대한 노력이라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아래 쪽, 줄기 쪽에 가깝고 굵어 튼튼해 보이는 가지로 내려가기 위해 발 끝을 힘껏 뻗어 아슬아슬하게 더듬거리는데. 문득 제 발에 집중하느라 흐려진 초점이 명확해지며 보인다. ....소년의 발치에서 어딜 가려는지 발발발 빠르게 움직이는 고양이의 모습이.
"...괘, 괭이! 아깽이 도망간디!"
차도로 나가믄 클난디, 저거 쫓아가 잡으이소! 대롱, 아슬아슬하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제 코가 석자인 주제에 이상한 데 꽂혀선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아이고 저거, 저거 환장하겠네, 니 암데나 나갔다가 강새이라도 만나믄 우짤라고 카는데! 마음은 급한데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 하겠고, 입만 나불대는 꼴로 겨우 매달려 있는데, 옆에, 시선 옆에 뭔가 걸리는 게,
쌔애애액ㅡㅡㅡㅡ
따아앙, 하고 힘찬 매미소리가 귓전을 세차게 때린다. 조용하다가 갑자기 뭔데. 아악!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몸을 퍼드덕, 떠는데,
물론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체육활동을 하는 이들 수준은 아니지만, 카페에서 일을 돕고 이것저것 짐을 나르기도 하고, 매일매일 강아지들을 여러 마리 산책시키다보니 카나타의 체력은 제법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떨어지는 여자애 한 명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괜찮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일단 혼자서 내려오겠다고 하니 카나타는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그는 가지를 옮기려고 하는 그녀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고양이가 도망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야생에서 사는 고양이는 경계심이 크기 때문에 위험한 곳에 굳이 막 들어가진 않아. 위험하다고 느끼면 굳이 뛰어들지도 않고."
그리고 고양이보다는 네가 먼저야.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살며시 위치를 바꿔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이대로 아무런 문제없이 그녀가 내려온다면 다행이겠지만, 혹시라도 떨어지게 되면 경우에 따라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그는 좀처럼 긴장된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 그녀가 가지를 놓치자 그는 깜짝 놀라 그녀가 떨어질법한 위치로 슬라이딩까지 하면서 빠르게 발을 옮긴 후에 단번에 그녀를 받아내려고 했다. 만약 아래로 떨어졌다면 공주님 안기 비슷한 자세로 그녀를 잡는데 성공했을 것이고, 그녀가 떨어지지 않고 재빠르게 가지를 잡았다고 한다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자세를 조금도 풀지 않았을 것이다.
"...괜찮아?"
그리고 어느 쪽이건 카나타는 그녀에게 괜찮은지, 다치진 않았는지의 여부를 물었을 것이다.
/사쿠라가 옮기려고 했던 가지를 붙잡아도 되고, 카나타에게 공주님 안기 비슷한 것을 당해도 괜찮아! 그 부분은 사쿠라주의 자유에 맡길게! 일단 이렇게 답레를 남기고 난 정말로 자러 갈게! 다들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