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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흐르는 것을 증명하듯 아마네의 눈에 보이는 스즈네 역시 시간을 탄 모습들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그런 생각도 들지 않을까. 자신, 혹은 남들에 비해 시간의 유속이 느린 것 같다. 이제는 몸가짐을 챙길 줄 알게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옛날 모습들이 스즈네의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대로라면 어느 날, 훌쩍, 어긋나버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다르게 여전히 옛 모습과 전승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이 곳, 토키와라처럼.
"세이쨩이 같이 가면 빠져도 구해줄거잖아~ 괜찮아 괜찮아~"
방긋 웃는 얼굴이 옛 것이 되는 날이 오진 않을까, 하는 막연함이 있진 않았을까.
"바베큐도 좋아! 옥수수랑 호박이랑 감자랑~ 다 구워버려야지~ 히히~"
마냥 맹하게 웃으며 말하는 스즈네 때문에 한 순간의 일렁임도 아지랑이 저물듯 사라진다. 남은 녹차를 호로록 마셔버리고, 점장을 향해 잘 먹었습니다아~! 하고 크게 인사한 스즈네는 거리낌 없이 아마네가 내민 손을 잡았다. 꼭 잡고 통 하고 의자에서 내려와 아마네를 향해 방긋 웃었다.
"가자, 세이쨩! 산책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가 산책인 거야~"
그건 산책이 아니라 소풍이겠지만 지금에서 따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꺄르륵 웃으며 앞서가는 저 뒷모습을 쫓아가는게 먼저였을 테니.
그러나 야속하게 쓸려내려온 그 발소리가 내민 것은, 얄궂은 장난이나 희롱이 아니라 손길이었다. 넘어진 이를 보고 비웃을 만큼 실없는 성격이 못되기도 했고, 훈련하다 보면 넘어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일상인지라 그가 이렇게 넘어지는 걸 무덤덤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야구장의 잔디밭이 아니라 드문드문 자갈이 있는 시골길 위에 쓰러졌으니 더 아프겠다고 생각할 줄 아는 머리도 있었고. ...그리고, 그가 남을 비웃을 처지가 못되는 것도 있었다.
"......?"
쓰피오. 쓰피오. 쓰피오. 쓰르르르르르르르...
괜찮다는 대답 대신 돌아온 뜬금없는 명사에, 미카즈키는 손을 내민 채로 잠깐 챙 아래로 하늘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별거 없는데. 야속하게 푸르른 여름 하늘을 한가득 담는 눈빛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단, 그는 먼저 몸을 일으키면서 마시로의 손을 잡아당겼다. 육중한 크레인마냥, 마시로를 쑥 들어올리는 것만 같은 손길이다. 마시로와는 다른 형태의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한 그것은, 굳은살이며 부르튼 자국으로 온통 딱딱해져 도무지 말랑한 데가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서늘한 손이다.
공, 하는 말에 미카즈키는 아까 마시로의 손에서 달아난 공이 굴러간 덤불을 힐끔 보았다. 저 덤불에 걸려있겠지. 공이 제 혼자 어디로 더 가기야 하겠나. (하지만 그는 모르는 사실인데, 어쩌면 더 멀리 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대수롭잖게 거기서 눈을 떼면서, 마시로에게 그만 이실직고를 해버렸다.
"아끼지는 않는데... 필요해."
오늘은 저걸 버리러 온 날이다. 직접 버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진 안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미카즈키는 말을 아꼈다. 그 대신에,
"좀 있다 주우러 가도 되니까. 치료부터 하자."
하며, 미카즈키는 비탈 옆으로 난 계단으로 고갯짓을 했다. 이 위로 올라가면 토키와라 고등학교 운동장이고, 벤치가 있다. 일구급낭 안에 위생 물티슈와 알콜스왑이 있으니 상처의 흙먼지는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카오군의 말에 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나누어준 체육복 차림이었기 때문에, 바로 강바닥에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강가의 커다란 바위 위에 양말과 신발을 올려두고, 바짓단을 한참 말아올리고 나서야 강으로 발을 딛었다. 차가운 물살이 발을 간질이면 몸을 잠시 부르르 떨다가, 두 눈을 느릿하게 꿈뻑여 자세를 숙이고 두 손도 마저 강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개구리야-"
요즘은 보기 힘든 황소개구리를 찾아, 풀뿌리나 바위 밑으로 손을 넣어가던 그 때 무언가가 손에서 꿈틀거렸다!
하천에서 미국가재를 없앤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발상이라고 카나타는 생각했다. 물론 카나타는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생태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손으로 그 생태계가 망가졌다면 그 생태계를 원래대로 돌리는 것 또한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너무 심하지 않은 선 안에서 이번 천렵에 참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낚시나 물고기를 잘 잡는 편은 아니었다. 일단 뜰채를 가지고 오긴 했는데.... 과연 어떠려나. 일단 그는 가만히 눈으로 포인트를 찾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 가재가 있을 법한 포인트를 발견한 그는 가만히 숨을 죽였다. 물고기를 잘 잡는 것은 역시 고양이. 도와줘. 카페의 고양이들아. 리카야. 나에게 힘을 빌려줘. 타마야. 좋은 거 잡으면 너에게도 한 마리 줄게. 그러니까 나에게 힘을 줘.
이어 그는 고양이가 손을 움직이듯이 자세를 잡더니 단번에 물고기를 낚아채는 고양이마냥 뜰채를 휘둘렀다.
이즈미의 방은 2층에 위치해 있거나. 1층이어도 조금 땅과는 거리가 있어서, 시원할 거에요.
"누구나....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이즈미는 현실을 직시합니다.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이가 있을 순 있으므로. 하지만.. 미야마 상 정도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을 합니다.
"잠깐만..." 집 안에서 필요한 것을 딱딱 찾아내서 마이에게 건네주려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수학문제를 내놓으면 이즈미주부터가 끼엑하며 침몰할것이므로.. 마이가 이즈미가 골라서 내민 챕터의 수학문제를 푸는 동안 나머지를 적절히 수준에 맞추는 일에 열중하려 합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요? 그 외에 다른 방학숙제를 어떻게 같이할지도 계획은 하나 봅니다.
애초에 빵은 못 만드니까. 그런 말을 작은 웃음소리와 섞어내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요리를 할 수 있지만 제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배운다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딱히 배울 마음이 없다는 것이 바로 카나타의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자신 역시 미남이라는 말에 그는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더니 언제나처럼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딱히 동요조차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굳이 진지하게 듣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빈말이라도 고마워."
그녀가 뭐라고 한들, 자신은 그렇게 미남은 아니었다. 못생긴 것도 아니었지만. 또 다시 그런 남학생들이 제일 많이 하는 착각같은 생각을 한 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겠다고 하자 그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샤워도 하고 뒹굴거린다는 말에 그는 소리없이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타마처럼 될라. ...안되게 조절은 하겠지만 말이야. 잘 가."
다음에 밥 만들어줄테니까 코하네와 같이 놀러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녀를 배웅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공부 도중의 쉬는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정말로 코하네와 같이 올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올 수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뭘 만들지를 생각하는 것은 약간의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