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로벨 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니삭스파_스타킹파_레깅스파_맨다리파 후. 너무 고민되긴 합니다만 이분은 보통은 맨다리일걸요. 가끔 오버니삭스나 니삭스+가터벨트로 절대영역 보이며 꿀벅지를 강조할수도 있긴 한데.
자캐의_가사_능력치 능력 없으면(청소나 정리정돈은 능력 덕분에 괜찮은데) 처참하다. 이분은 요리 잘 못해요.(?)
짝사랑하던_사람의_결혼식에_간_자캐 어쩌면 어딘가의 만약으로 아버님이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면... 으로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옷을 입거나 그러지는 않고 어딘가 허무한 듯함을 느끼지만 그것을 잘 모르고 연이 끊기고.. 깨닫지 못한 채로.. 일지도요. 약간 사진을 보고 기묘한 감상을 느끼기에 사진을 깊이 묻어뒀을지도.
>>0 금이 눈을 떴을 땐 이미 자정이 넘은 새벽이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못하게 쳐둔 암막 커튼으로 방 내부는 어두웠다. 어둠 속에서는 차가운 초침 소리만 째깍거렸다. 금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허청허청 창가로 다가가 섰다. 암막 커튼을 살짝 펼쳐 밖을 내다보면, 거리에 깔려있는 어둠에 자신이 잠을 얼마나 잔 건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때 무언가 움직이 느껴져 보면, 한 사람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다른 이를 부축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서 금은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리고, 너무 많은 사건을 겪은 지금에서. 눈을 뜰 때마다 무슨 사건이 생기진 않을까. 감시하는 사람이 붙은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일상을 보내면서도 가끔은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가 많았다. 금은 냉장고에서 꺼낸 물로 목을 축였다. 차가운 물이 남은 잠을 깨우고, 날카로운 신경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졌다. 정말 불과 몇 개월 전이 아득하다. 지금까지 겪은 모든 사건들은 아무런 경고도 없었고, 그것이 어떤 결과가 될지는 자신도, 주변의 다른 이들도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재앙의 전조였음을. 더 좋은 미래를 염원하나 막상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힘겨운 악몽일 뿐이라는 것에 금은 두통을 느꼈다.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만 들려오는 것이었으니.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금은 항공 점퍼를 걸쳐 입고서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닥쳐오는 재앙이야,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떠올리면 마냥 재앙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금의 담당 연구원인 안라는 커리큘럼 훈련에 열중하는 금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어디서 다친 건지 모르는 잔상처, 타박상이 늘어 오기도 했고, 제 능력 탓에 약한 화상에 입은 채 치료 해달라며 찾아오곤 했을까.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위험한 일은 안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금이 두 타깃을 동시에 불태우면, 안라는 소화액 버튼을 누르고서 마이크를 통해 금을 불렀다.
>>299 양아름과 천혜우가 나온 중학교는 막말로라도 좋은 학교라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인첨공 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혹은 인첨공에 갓 들어왔으나 개화도 성장도 못 한 열등생들이 주로 모이는 그런 학교였다.
학교가 그렇다보니, 서연이 만난 교사들 역시 하나같이 심드렁하고 건성으로 보였으며 서연이 인형을 동원해 키들을 빼돌린 후에도 소란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성장 기미가 없는 건 학생들 뿐만이 아닌 학교임이 여실했다.
덕분에 서연이 교내를 돌아다니며 조사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각각의 공간을 사이코메트리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학년 교실 및 복도] 학기 초부터 겉도는 천혜우의 모습이 비친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며 오로지 수업 외에는 자리에서 이동하는 것도 드물다. 종종 점심시간 즈음 일어나 조퇴한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색이 굉장히 좋지 않으며 가끔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쓴 채 엎드린 모습도 있다. 결석했는지 자리가 하루종일 빈 날도 있다.
2학기 쯤부터 교실과 복도에서 잡담하던 여자애들 입소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이 때까지는 그거 들었어? 정도의 가벼운 잡담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2학년 교실 및 복도] 양아름과 천혜우가 같은 반에 배치된다. 학기 초는 전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학교 생활 역시 1학년 때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하다.
시간상 5월쯤부터 양아름이 천혜우를 적대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1학년 때와는 비교되지 않는 수군거림이 동반된다.
복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뒷담과 앞담의 빈도가 늘어간다. 양아름은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서슴없이 떠들며 천혜우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지나간다. 그 뒤로 나즈막한 욕설들이 따라붙는다. 분위기 만으로 악의가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3학년 교실 및 복도] 2학년 때와 인원의 구성이 같다. 완전히 고립된 천혜우와 고립시키는 무리, 방관하는 나머지로 형성되어있다. 천혜우의 학교 생활은 여전히 거의 변함이 없으나 양아름의 행동은 상당히 악질이다.
책상을 창 밖으로 던져놓거나 물건을 숨기고 버리거나 쓰레기로 범벅을 해놓거나 상한 우유를 부어놓거나 미리 나사를 빼놓아 앉는 순간 붕괴하게 만들거나 교실에 달리 보는 이가 없으면 책상 째로 밀어서 벽에 밀치기도 한다.
교실 내의 분위기는 이 모든 것을 방관한다. 교사조차도 개입하지 않는다.
복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점에선 같은 반과 양아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동급생들이 동참하거나 방관한다. 미약한 능력들이 잡다하게 천혜우를 괴롭힌다. 천혜우는 반항도 저항도 없이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갈 길 만을 간다.
[보건실] 긴 시간 여러 학생들이 이용한다. 그 중 천혜우가 들어와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제법 잦다. 단순히 컨디션 악화로 온 것으로 보일 때가 있는가 하면 뭔가를 뒤집어 썼거나 가벼운 찰과상 등을 입고 온 모습도 있다. 보건 선생이 뭔가 물어도 천혜우는 대답하지 않는다.
[도서실, 방송실] 주로 방관하는 학생들이 있는 장소다. 그들은 천혜우에 대한 악질적인 소문에 동참하지는 않으나 그것의 언급을 꺼리며 쉬쉬한다. 천혜우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간혹 의문을 비치는 학생이 있으나 깊이 다뤄지지 않고 흘려보내진다.
도서실의 경우, 서가와 서가 사이, 남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 천혜우가 앉아있는 모습이 여럿 비친다. 보이는 빈도수는 학년을 거듭할수록 늘어난다. 머무르는 시간 역시 학년을 거듭할 수록 늘어난다. 간혹 웅크린 채 떨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강당, 미술실, 음악실, 과학실] 주로 관련 수업과 부활동에 이용된 장소다. 교실에서보다는 분위기가 덜하지만 고립되고 고립시키는 분위기가 확실하다. 관련 수업 교사들 역시 분위기를 주의줄 뿐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강당의 경우, 천혜우는 거의 모든 실습 수업을 참관만 한다. 참관 중 고의임이 분명한 행동으로 공에 맞거나 바닥에 고꾸라지거나 한다. 수업 후 도구 정리를 혼자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과정에서 도구를 이용해 괴롭혀지는 장면도 보인다.
미술실, 음악실의 경우, 실기 평가 중에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것도 있다. 작품을 실수라는 명목으로 망가뜨리거나 악기를 사전에 망가뜨린다.
과학실의 경우, 파손에 취약한 도구를 다룰 때 일부러 방해한다. 이 결과 도구가 파손되어 주의받는 것은 천혜우다.
[체육 창고] 체육 수업의 연장선과 남자 관련 소문의 시발점인 장소다. 도구 정리 중 괴롭힘이 다수 포착된다. 그 중, 천혜우가 운동장 등 실외 수업 후 사용한 도구를 가져다 둘 때, 누군가 고의적으로 문을 닫고 잠가 나가지 못 하게 된다. 몇 번 문을 두드려 보지만 열리지 않는다. 문 앞에 앉아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쓰러진다.
창고 밖의 경우, 양아름을 포함한 여학생 서넛이 키득대며 문을 닫고 쇠막대 같은 것으로 문을 고정시켜버린다. 다음 날 아침, 체육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었다가 쓰러진 천혜우를 들처업어 데려간다.
비슷한 괴롭힘이 2년여간 반복된다.
창고 바깥의 근처에서 천혜우의 모습이 잡힌다. 3년여에 걸쳐 꽤 자주 보이는데 매번 다른 남학생 한 명 혹은 둘셋과 함께다. 남학생들 중에는 진지하게 고백하는 이들이 있으나 딱 봐도 불순한 목적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천혜우는 그 모두에게 허리를 깊숙히 숙여 거절한다.
양아름이 앙심을 품게 된 상대 역시 이곳이다. 5월 초순 쯤, 번듯하게 생긴 남학생이 양아름과 천혜우의 외모를 비교하며 환심을 사려는 듯한 대사를 하나 천혜우는 거절과 침묵으로 일관한다. 남학생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으며 사라진다.
그 외로 남학생들만 모일 때도 있다. 그 때마다 한 번씩은 천혜우에 대한 추잡한 소리들이 나온다. 그들의 불순한 의도를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작당모의도 있다.
[급식실] 유일하게 별다른 접점이 없는 장소다. 천혜우는 3년여동안 급식실에 오지 않는다. 양아름과 그 패거리만이 식사 시간마다 모여서 떠들썩하게 식사하며 온갖 잡담을 떨어댄다. 그 중 태반이 천혜우를 겨냥한 뒷담이며 욕이다.
오며 가며 듣는 타 학생들은 못 들은 척 그냥 지나가고 교사들 또한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는다.
[건물 밖 인적 드문 공터] 남자 관련 소문의 장소 중 한 곳이며 불량 학생들의 집합지인 장소다.
체육 창고와 마찬가지로 고백의 명목으로 불려나온 천혜우의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 시점엔 남학생 측도 괴롭힘의 일환으로 불린 학생이 몇몇 보인다. 이곳에서 또한 모든 고백을 거절한다.
그렇지 않을 때는 남학생들이 동류의 여학생들과 모여 담배를 태우면서 떠든다. 듣기만으로도 추잡하고 불쾌한 잡담들을 하며 낄낄댄다.
[계단] 무수히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오가는 장소다. 각 학년의 복도와 마찬가지로 오가는 천혜우를 향한 앞담과 약간의 괴롭힘이 있다. 괴롭힘으로 인해 몇 개의 계단을 구르거나 발을 삐끗하거나 어디선가 진득한 액체 덩어리 같은게 날아와 머리와 옷을 더럽히기도 한다. 교사가 지나가다 목격해도 천혜우에게 주의를 주거나 청소를 시키고 지나갈 뿐이다. 그 뒤 묵묵히 지나가는 천혜우로 이어진다.
[수돗가] 야외 수업 후 가벼운 세안을 하거나 청소 시간에 걸레빨이를 하러 나오는 장소다. 어느 오후 수업 후, 수도꼭지가 저절로 돌아가더니 손을 씻기 위해 가까이 간 천혜우에게 물줄기가 뻗친다. 능력적 강압이 있는건지 물줄기에 맞은 천혜우가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수돗가 반대편에서 양아름을 포함한 몇몇 여자애들이 보란듯이 웃고 있다.
어느 청소 시간, 대걸레를 세척하러 간 천혜우에게 양동이 하나가 엎어진다. 머리 위에서부터 떨어진 양동이는 구정물을 한가득 쏟아내고 양동이 모서리가 이마를 치고 지나가 그 자리부터 붉게 번진다. 역시나 양아름을 포함한 패거리가 웃으며 지나간다. 일부러 천혜우의 옆을 지나가며 들으란 듯 모욕적이고 추잡한 욕설을 한 마디씩 내뱉는다.
천혜우는 어느 상황에서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다가, 혹은 일어서서, 주변을 정리한 후 돌아간다. 수돗가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2년간 번갈아가며 거의 매일같이 일어난다.
서연이 조사한 정보의 양은 매우 방대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시간 안에 담긴 정황들의 빈도수가 상당했다. 빈도 뿐일까, 어떻게 이런 처사를 받고도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는지 싶은 정황들 뿐이었다.
그 모든 장면 속에서 천혜우에게 양아름이 주장하고 비공계 속 타래들이 말하던 부정함 따윈 없었다. 점점 창백해져 가던 낯빛과, 죽어가는 눈빛과, 잦아지던 조퇴와 결석 일수 뿐이었다.
그저 진상을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기엔, 현실은 너무나 지독했다. 그러나 이미 알아버렸으니, 몰랐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음이라.
거하게 일 하나 쳤으니 한동안 학교가 시끄러워지겠거니 했는데 다음 날 등교하니 예상보다 훨씬 조용했다. 혹시나 학교 차원에서 뭔가 했나 싶었지만, 알고보니 당일날 소문을 자제시키는 현상이 있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소문 얘기를 하면 뭔가가 날아와서 물었다던가.
그러고보니 반에 얼굴 이상한 애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양아름과 그 가까이 지내던 애들이 그랬다.
그 애들은 그런 일이 있고도 멀쩡히, 태연히 등교한 나를 보고 질림과 혐오가 동시에 담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놓고 욕하거나 또 시비를 걸어오진 않았다. 덕분에 오전 시간을 별 일 없이 보냈다.
뭐- 대부분 교무실에서 담임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얘기했지만.
어떻게 해줄까 라는 담임의 물음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담임은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재차 물었고 확실하게, 번복하지 않고 다시 대답했다.
그 대답 하나로 한 오후를 들썩였던 사건은 정리되었다. 그러나 이미 퍼진 소문은 막을 길이 없으니, 조심하란 담임의 말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목적이었으니 조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는 걸 나 말고 또 누가 알까 싶지만.
일이 정리되었으니 이제-
점심시간이 되어 교실로 돌아왔다. 중학교 시절처럼 나를 피하는 학생들을 피해 내 자리에 앉아 폰을 만졌다.
뜻하지 않은 조력을 받았으니 당장 보이는 것부터 처리할까 싶었다. 한 번에 처리하려 했다간 꼬일게 분명하니까-
[진 씨]> [이따 저녁에 시간 있어요? 4학구에 가고 싶은데]>
생각나는 대로 하나하나 풀어나가는게 좋을 것이었다. 그래, 먼저 가까운 곳부터.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났다. 예상보다 늘어난 짐을 들고 등교했다. 전날 저지른 짓 때문인지 아침부터 나를 보고 수군거리는게 들렸지만 그러던가 말던가, 뻔뻔히 앉아 수업을 들었다. 계속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 쪽으론 시선 끝자락도 주지 않았다.
딱 3교시가 끝나자마자, 들고 온 짐 중 쇼핑백 하나를 챙겨 들고 교실을 나왔다. 쉬는 시간은 짧으니까 빨리 움직여야 했다.
바깥보다 교내가 시선 받는게 심했지만 뭐, 익숙했다. 빠르게 내 용건만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 잰걸음으로 향한 곳은 2학년 교실이었다. 저지먼트 부원이기도 한 이리라의 교실이었다.
"리라 선배!"
일전과는 아마 하늘과 땅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밝은 목소리였을 것이었다. 표정 또한 그런 일이 있었던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거리낌없이 교실로 들어가 리라의 책상에 쇼핑백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요즘 계속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답례로 준비했어요. 별 거 아니니까 사양 말고 받아주세요."
따로 구매해서 준비한 연보라 종이 쇼핑백 안에는 포슬한 주름지로 포장된 꾸러미가 셋, 투명 비닐로 감싸인 향초가 하나, 들어있었다.
https://ibb.co/Wc0b0Pk (컬러는 리라가 원하는 걸로)
꾸러미 중 두 개는 디자인이 같으나 색이 다른 체크 무늬 목도리였다. 모직 원단의 목도리는 두께가 얇지만 폭이 넓어서 겹쳐서 두르면 목도리가 되고 펼쳐서 덮으면 숄이 되는 물건이었다. 리라와 랑의 것까지 두 개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머지 하나는 목도리와 무늬를 맞춘 작은 케이프와 모자였다. 딱, 찡찡이 같은 반려동물에게 입혀주기 좋은 사이즈였다. 케이프는 똑딱 단추가 3개까지 있으니 사이즈도 편하게 바꿀 수 있어보였다.
향초는 포장 안에 두개가 겹쳐 들어 있었다. 모양 자체는 투박한 원기둥 형태였으나 초의 컬러가 포인트였다. 파스텔 무지개 그라데이션의 솜사탕 향과 하늘색과 연보라색 그라데이션의 상쾌한 플로럴 향, 이렇게 두 가지였다.
"편하게 쓰시구- 뭐 막 쓰다가 버리셔도 되요! 그럼 가볼게요-"
즉석에서 뜯어보기엔 쉬는 시간이 짧았다. 시간 날 때 천천히 보란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종종걸음으로 나가는데-
"진짜 미쳤나봐..."
누군가 참지 못 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하며 내 교실로 돌아갔다.
다음은 5교시가 끝난 후였다.
이번에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쇼핑백 하나를 들고 2학년 교실로 갔다. 오전과는 다른 교실로 가 뒷문에 서서 그 뒷통수가 보이는지 기웃거렸다. 저 멀리 자리에 빨간 머리 뒷통수가 보이자, 재빠르게 다가갔다. 눈치 채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성훈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 오다 주웠다. 너 가져."
리라에게 줬던 것보단 작은, 크라프트지로 된 쇼핑백을 성훈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내용물은 리본이 정갈하게 묶인 얇은 상자 하나와 사각으로 각진 향초 하나가 랩핑 포장 그대로 들어 있었다.
https://ibb.co/r0Zw8qq
상자에는 모직으로 된 남성용 장갑이 들었다. 차콜 컬러에, 얇은 기모 안감이 있어 곧 올 겨울에 착용하면 딱일 물건이었다. 손 끝에 터치용 원단 처리도 확실히 되어 있었다. 성훈의 손에 아주 약간 큰 사이즈였지만 더 성장할 것을 생각하면 큰 것도 아니었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산 듯한 픽이었다.
향초는 루빅 큐브처럼 꾸며진 물건이었다. 심지가 있긴 했지만 그냥 꺼내놓기만 해도 방향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향은 흔하다면 흔한 편백나무 향이었다.
"필요 없으면 버리던가."
선배를 향한 존경이나 그런 건 씹어먹은 듯이 삐딱하게 서서 할 말만 툭 하고 돌아섰다. 그대로 나가나 싶었으나, 별안간 다시 돌아오더니 성훈의 머리에 초크를 걸려 했다. 말이 초크지, 얄팍한 팔뚝과 말랑한 가슴팍 사이에 끼고 질식시킬 듯이 누르는게 전부였다. 그래놓고 흥, 한 다음 도도하게 걸어서 교실을 나갔다.
역시나 나가는데 낄낄대며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들을 필요도 없는 저급한 내용에 나 또한 킥, 웃으며 내 교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가져온 쇼핑백 중 두 개를 전달하고 남은 건 하나였다. 가장 작은 그 쇼핑백은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하교할 때까지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방과 후, 학교를 나온 나는 집도 연구소도 아닌 곳으로 향했다. 저번에 성훈의 소개로 가게 된 한 카페였다.
정말로, 아는 사람만 찾아올 것 같은 위치에 있는 그 카페로 가서 안에 그- 전령이라던 여성이 있는지 확인하곤, 들어가진 않고 문을 빠끔 열어 문 안 쪽 손잡이에 쇼핑백을 걸어놓고 도망쳤다. 근래 가장 빠른 달리기였다.
제일 작았던 그 쇼핑백에는 손바닥만한 벨벳 케이스와 역시나 향초가 한 세트 들어 있었다.
https://ibb.co/8XXRbGP
벨벳 케이스는 안에 같은 벨벳으로 된 장미 초커가 두 개 들었다. 다른 장식 없이, 끈으로 둘둘 감아 메는 타입의 초커는 장미의 퀄리티에 몰두한 듯 상당히 정교한 검붉은 장미가 달려 있었다. 두 장미 사이즈가 다르니 어떻게 코디할 지는 받은 사람의 재량껏인 듯 했다.
향초는 초커와 디자인을 맞춘 듯이 장미 모양이며 향 또한 장미와 다른 꽃 향을 조합해 매혹적인 향을 내었다. 크기가 제일 큰 건 손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에 가장 작은 건 앙증맞은 꽃봉오리 모양을 한 것까지, 붉은 장미 다섯 송이가 한 케이스에 나란히 꽂혀 있었다. 그대로 꺼내만 둬도 충분히 장식과 방향제의 역할을 다할 듯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 쇼핑백에는 작은 엽서도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
[케이크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정갈하게 쓰인 감사 인사와 한 귀퉁이에 찍힌 파란 고양이 발도장이 내용의 전부였다. 엽서의 그림 역시 둥글게 몸을 만 러시안 블루의 고양이가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일러스트였다.
모든 '선물'을 주고자 했던 이들에게 전한 하루는 꽤나 보람찼다. 평소라면 피곤했을 오후지만, 오늘은 조금 더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취했다. 지금부터 그 쪽으로 가겠단 약속을 잡고, 그 곳으로 향했다.
문득 불어온 가을바람이 걸음을 잠시 멈춰 세울 정도로 시렸지만 멈춘 건 아주 잠시였고, 곧 다시 걷기 시작했다. 더는 멈출 수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