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48240> [1:1] FREESIA - 9 :: 1001

히다이주

2024-06-19 22:43:56 - 2024-07-07 19:26:05

0 히다이주 (wZV2o.jpBo)

2024-06-19 (水) 22:43:56

매번 이런 식이야.
나는 유우가를 좋아하니까, 전부 믿어주는데.
유우가는 매번 배신만 해.
분명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 우리 쭉 같이라고 했잖아.
마구로가 끝나도, 중앙에 가도 계속계속 같이 있자고 그랬잖아.


situplay>1597038191>1 히다이 유우가
situplay>1597038191>2 메이사 프로키온
situplay>1597038191>589 이누키 시로


situplay>1597038191>
situplay>1597039238>
situplay>1597041174>
situplay>1597044204>
situplay>1597046156>
situplay>1597046776>
situplay>1597047117>
situplay>1597047643>

870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03:32:52

와.... 이왜진.....
무시무시한 사고네요...

871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03:33:22

수상하게 세걸음 걷고 앉는 몬다이쌤...
허리도 아파하고 컨디션 안 좋아보이고 완전 생리하고 있잖아 🤭
하고 여고생이 놀려먹는 것도 서러운데 공주님 안기까지

유우가 분명 😳💢 "네가 걷어차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들어갈 일도 없었다고!" 하면서 무지무지 그날인 여고생처럼 짜증내지 않을런지wwwwwwww

872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03:35:51

히히.... 멧쨔 이번엔 자기가 진짜 심한 짓 했다고 생각해서 😒💦 ".....미안해.. 일단 진료부터 보자..."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멧쨔가 걷어차지 않아도 유우가는 계속 공주님안기로 들어갈 거라고...🫠 요루끼나이트라던가.....

873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03:35:59

앗 근데 갑자기
😿 유... 유우가 근데 역시 병원 가보는 게 낫지 않아?
😿 약간 색이 변했던데...
하고 봤던 거 실토해버리는(...) 멧쨔가 생각났어요
유우가 분명 🫠 "아니... 가끔 이래서 아는데 그냥 타박상이고 멍든... 아니 그보다 색깔을 네가 왜 알고 있는데?!"
하고 뒤늦게 깨닫고는 얼굴 새빨개져서 엄청 화내겠죠wwwwwwwwwwwwww

874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03:39:21

【퍼스널리티】

 “한심해...”

이름  | 미스미 에리카 美墨えりか
성별  | 여성
나이  | 만 29세
직업  | 트레이너

외관  | 검은 보브컷 단발이 찰랑거리는 여성. 호리호리한 체격에 어디 모자랄 거 없이 훤칠한 키. 얇은 뼈대와 군살 없이 스타일이 좋은 타입이다. 흰 피부에 쌍꺼풀 없는 보라색 눈이 아주 어른스러운 인상을 준다. 냉랭한 표정과 미동 없는 입꼬리가 특유의 매력을 만드는 모양이다.

성격  | 아가씨, 고학력, 깍쟁이.
말딸과 관련된 의학과를 졸업한 고급인재. 게다가 교원면허와 중앙트레이너 라이센스까지 있는 무시무시한 아가씨다. 게다가 있는 집 딸인 게 역력한 태도와 특유의 꼿꼿한 자세는 남들이 그녀를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한다.

늘 좋은 향을 풍기는데, 그 향수도 어디서 만든 조악한 물건이 아니라 제대로 물건이고, 손에 습관적으로 바르는 핸드크림까지 내로라하는 곳의 것. 입고 있는 곳은 잘 관리해서 단정하기까지 한데다 그 취향이 모두 값싸지 않아서 부장 선생님까지 그 앞에서 쩔쩔매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깐깐하고 사람과 친하지 않다. 완벽주의에다 결벽증까지 있어, 그녀의 보건실은 무시무시하리만치 가지런하고, 누군가가 멋대로 약을 하나 꺼내 쓰기만 해도 넌더리를 치는 연약하고 예민한 사람. 트레센의 호평 일색인 급식도 그녀 입맛에는 맞지 않으니, 얼마나 까다로운지 짐작이 간다.

취미는 가극과 뮤지컬 관람. 좋아하는 건 신발 고르기. 스타킹에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 구멍이 나면 조퇴를 요청한다.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정신적으로 저질 체력인데다 예민해빠졌고 은근히 허당인 걸 알지만, 그 쿨뷰티한 외모 덕에 많이 들키지는 않은 듯 하다.

기타  |
히다이 유우가와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대충대충인 그 몬다이 쌤이 어떻게 도쿄깍쟁이 보건쌤을 함락시킨 건지는 어느 말딸도 모르는 트레센의 불가사의 중 하나.

친구가 히다이 유우가밖에 없다. 조금 불쌍하다는 평이 말딸들 사이에서는 있지만, 다른 선생들은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듯 하다.

왼손 중지에 반지가 있다.

좋아하는 향은 라벤더와 우드 계열.

담당 말딸이 있다. 담임을 맡은 C반의 멀대같은 말딸인데, 이 녀석은 또 어떻게 담당이 되었는지가 트레센의 불가사의 후보. 둔탱이 취향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트레이트 | 전업 트레이너

875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03:41:41

에리쨔...보건쌤이었구나...🙀

876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03:43:07

갑자기 그렇게 됐습니다 🫠 사실 급조한 설정이에요
유우가랑 메이사가 보건실에서 같이 나오면 오니같은 얼굴이 될 거 같네요👹 .

877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03:46:41

🙀 앗 그...그... 에리쨔앗.... 미안해!!!
하고 유우가를 들쳐업고 최고속도로 뛰어가는 멧쨔.... 마구로때보다 더 열심히 뛰었을지도(?)

878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03:51:06

어이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에리쨔 뒷목잡고 쓰러진다고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아 행복해 이 와당탕탕 결속또레나들 평생 함께해주길...
그래도 에리쨔... 멧쨔한테는 유들유들해질테니까요 🤭 칭구칭긔하자긔...
다음 판 세울 때에는 에리쨔 시트도 끼워넣어봐야겠네요
그리고 벌써 4시가 가까워져 오니까 저는 슬슬 들어가봐야겠습니다...🫠 생체패턴을 지켜야만 해요...
내일 아침에 (가능하다면)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

879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03:55:03

저도 슬슬 오타 고치는 시간이 길어져서.. 이만 자야겠네요🫠
이 시간까지 달린 거 너무 오랜만인..
앵바앵밤입니다~ 히다이주 푹 쉬시고 아침?점심?쯤 봬요👋👋

880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0:04:45

앵하입니다..🫠

>>873 앜ㅋㅋㅋㅋ 이걸 이제야 봤어욬ㅋㅋㅋㅋㅋㅋ
멧쨔 실토해버렼ㅋㅋㅋㅋㅋ

🙀💦 앗 아 아니 그게 거 걱정, 걱정돼서... 확인해봤어.....
하고 우물쭈물하다 다 말해버리라지😏 익힉히....

881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11:51:49

>>880 이히히히힉wwwwwwwwww 색이 평소랑 다른 걸 아는 거라면 평소에도...🤭

앵하입니다 👋 어제 말딸육성까지 하다보니 결국 6시에 자버렸네요...

882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2:02:11

😏히히히...
당황스러워서 그냥 넘겼다가 나중에 🤔?!하는 유우가를 상상했습니다 이히힉....

사실..저는 어제 어째선지 키노위키에서 잘 먹지도 않는 아보카도 항목을 5시까지 읽다 잤어요🫠
그래서 니도네하고 지금 다시 깬.. 뭔가 이상한 꿈을 꿨어요...🫠

883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12:08:16

전 사실 시니어 시즌에도 멧쨔가 종종 확인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
그래도 저는 어제 처음 SS랭 더트마를 육성해서 기분이 좋아요 히힉... 이제 더트도 걱정 없다구요 🫠 그...근데 몸이 엄청 무거운wwww

884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2:15:03

히히히😏
자고가는 날은 확인하는 날이었던거구나...
하지만 우왓뺫스케베로 보는 날도 있었을거 같은데🤔

더트ss랭크! 축하드립니다😸 팀 레벨도 올리셨나요??
몸은... 6시까지 해서...🫠 오늘은 주말이니 낮잠을 주무시는건 어떨까요..

885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12:43:43

스케베로........🤔
유우가가 목욕하려고 훌렁훌렁 탈의했을 때 봐버렸다던가 🤔 온천에서 혼욕하다가 멧쨔의 꼬리모터에 수건의 매듭이 느슨해졌다던가 이거저거 생각하게 되네요
스케베 삼여신의 예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고 >>884 이 말 엄청 타즈나씨같았어요...
덕분에 팀은 이제 S2랭크랍니다 야호 😚

886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2:58:32

상어아가미 끌려갈 생각만 잔뜩하게 되네요... 위험해...🫠
아무튼 평소에 어떤지도 알고 있는 멧쨔...😏
😿 부었으니까 얼음찜질하자.. 하고 얼음주머니 가져올지도🤭 그랬는데도 차갑기만하고 그대로라 결국 병원에 가게되는걸 상상했어요

타즈나씨wwww 아아.. 피스케스배 급하게 준비한다고 열심히 하다보니 말투가 옮았나🤔
S2랭크! 와아 축하해요~

887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13:18:57

하지만 어쩐지 고간킥이라니 유우가가 멧쨔를 멧쟈멧쟈 놀라게 해버렸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 유우가는 DV머스마니까...
아 도대체 어떻게 해버렸길래 고간킥인지 너무너무 궁금한wwwwww아 행복해
이런 포상을 주는 말딸도 있고 유우가는 복받았네요...도둑놈이네요...😇

888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13:24:10

클래식메이사한테 "너는 3년 뒤에 유우가의 급소를 걷어차게 돼" 라고 하면 못 믿겠죠...이힉히히히...🤭

889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3:44:38

그 그 그그 그럴리가?! 이제 사람은 발로 안 찬다고!!하고 외칠지도🤭🤭

또 뒤에 가서 놀래켰던거 아닐까요😏 아 아니지 그럼 고간킥하기 힘든가...🤔 어떤 상황이 되는거지...

890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4:02:46

문이 닫히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방은 어두컴컴하다. 지금 몇 시지... 언제 잠든 거지... 멍하니 몸을 일으켜 그대로 눈만 꿈뻑이며 앉아있었다. 그렇게 몇 분을 있다보면 문이 다시 열리고, 방이 밝아진다. ...유우가였다. 나갔다 온 건가.
덤덤하게 생각하다가 그제서야 여기가 집이 아니라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걸 생각해냈다. 맞다, 지금은 수학여행 중이었지....

"...응.. 많이 나은 거 같아."

얹힌 느낌, 속이 쓰리고 아픈 느낌도 지금은 없어져 있었다. 약이 잘 들은 모양이다. 푹 자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일단 물을 마셨다. 목을 축이고 나니 뒤늦게 약간의 허기가 고개를 든다. 아, 살짝 쓰린 것 같기도 하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 나은 게 아닌 건지.... 사실 분간은 잘 안 가지만, 이럴 땐 먹어보면 아니까.

"...그래, 가자..."

그렇게 말하면서 나갈 채비를 한다. 채비라고 해봤자 옷도 안 갈아입고 누웠으니-사실 옷도 별로 안 들고 왔다-그냥 기지개 한 번 켜고 핸드폰을 챙겨드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옆 침대에 흘끗 눈길이 간다. ...어라? 분명 방 배정 때, 이 방은 나 혼자 쓴다고 했었는데..

"옆에 침대 쓴 거야?"

누가 잤던 흔적이 역력하게 남은 침대. 유우가도 잠깐 눈을 붙인 걸까. 차라리 그 편이 낫지. 내가 정신 못차리고 자는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서 잔다면 그건 너무 무섭잖아. 그래서 그냥 지나가듯 그렇게 물어보며 문을 열었다.

891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18:53:34

메이사 옷은 유우가가 대충 한아름 챙겨왔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 하지만 속옷이 짝짝이겠지...
저는 잠깐 눈 감았다 뜨니 이 시간이라 🙄 어쩌다보니 깊은 낮잠을 잔 셈이 됐네요... 밥먹구 답레 이을게요 😌

892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19:26:33

🤭자기가 안 챙겨서 옷 없네😿하고 있는 멧쨔.. 하지만 유우가가 다 챙겨온 거구나 히히... 유우가 없으면 멧쨔는 못 살아🤭
속옷 짝짝이인거 보면 🙄...없는 것보단 낫지.. 하겠죠 히히히..🤭

푹 주무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맛저하세요 히다이주~

893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0:36:15

>>890

확실히 아까보다는 안색이 많이 나아졌다. 안심하면서 옆 침대에 걸터앉아 저녁 제안을 하고, 폰으로 대충 근처의 이자카야라던가 라멘집을 찾아 놓고 출발한다. 카드키 하나를 챙겨다가 문을 열었다.

"응, 아까 잠깐 눈 붙였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몇 시간..."

- 오,

그러다가 복도를 지나던 쇼미 더 바신과 눈이 마주친다. 같은 방에서 나오는 두 남녀 선생님이라는 화두에 실시간으로 들뜨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런 거 아냐. 약 준 거야 약."
- 그, 그런 게... 뭔데요?
"...가라."
- 힛.

키득거리면서 멀어지는 말딸. 크게 신경쓰이진 않는다. 약 준 것도 사실이고, 우리가 뭐 떳떳하지 못할 것도 없고, 일단 난 반지도 끼고 있으니까. 성가신 말딸을 치우고 몇 분 걷다보면 금방 라멘가게에 도착한다.

"내일은 여기저기 버스 타고 둘러볼 예정이야. 금각사랑 은각사, 기요미즈데라랑 이거저거. 피곤할 테니까 먹고 목욕이라도 하고 푹 자라고."
"아, 네 옷은 내가 건조대에 있던 거 좀 쓸어 왔어. 뭐 없으면 저기 이온몰에서 사서 입으라고."

그렇게 둘다 차슈 추가를 한 라멘을 먹으면서 몸을 뎁혔다. 메이사의 차가운 배도 이제 좀 따듯해졌겠지. 뜨끈하고 진한 국물에 설익은 면과 다진 마늘이 최고였다. 지로우 라멘은 먹을 때마다 원기 보충하는 기분이라니까. 뜨끈한 몸으로 미닫이 문을 열고 나오면, 어느새 싸늘해진 새벽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제는 완전히 인적이 없는 조용한 거리를 둘이 걸으면서, 나직이 부탁했다.

"기왕 교토까지 왔잖아. 짜증만 내지 말고 좀 즐겨주라."

894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0:53:53

아, 문을 나오자마자 말딸과 마주친다. 쇼미 더.. 뭐였더라. 아무튼 마주친 말딸의 얼굴은 그야말로 흥미진진 그 자체로 변해갔다. 그렇겠지. 나도 츠나센 시절에 같은 방에서 나오는 두 남녀 선생님을 마주치면 히죽거리면서 신나게 퍼트리고 다녔을테니까. ...아니, 했었지. 무지 많이. 이제와서지만 조금 미안해지는걸... 그 둘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문득 생각난 두 사람을 떠올리며 저 멀리로 돌아가는 쇼미 더 어쩌구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 위로는 예전의 내 모습이 겹쳐서, 어쩐지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게 뭔데?"

호텔을 나서면서 뒤늦게 유우가를 향해 툭 던진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잠깐 히죽거리는 웃음이 걸렸지만 일부러 유우가를 보고 있진 않으니까. 들켰으려나. 들켜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나와서 조금 걷다보면 라멘가게에 도착했다. 나오기 전까지 찾아보던 곳인가 여기가.

"내일도 바쁘네. 하아.... ....그래? 하나도 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고마워...."

자리에 앉으면서 들은 내일의 예정은 정말이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바쁜 일정이었다. 그냥 혼자 여행을 가도 지칠 스케줄인데 다른 애들 수십명을 챙기면서 가야한다니. 선생님이라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은 아니구나. ...애초에 난 교원 면허도 없지만.
그나저나, 내 가방은 아무것도 안 챙긴 상태 그대로라 옷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유우가가 챙겨와준 모양이다. ...속옷이 없어서 좀 난감했는데, 다행이네. 이건 소소하게 고맙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괜히 물을 마셨다.

뜨끈하고 진한 국물, 추가한 차슈도 엄청 맛있었다. 단점이라면 이거, 마늘 엄청 넣어서 마늘냄새 엄청 나게 될 것 같아.
그래도 뭐, 상관없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다. 뜨끈뜨끈한 국물까지 다 마시느라 이마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가게 밖으로 나오면 서늘한 새벽바람에 땀이 식어서 시원하다가도 살짝 추워서 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아직은 좀 쌀쌀하구나.

"....생각해보고."

짜증만 내지 말고 좀 즐겨주라, 라는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리면서 대답했다. ...뭐어, 이왕 온 거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사실 즐기기엔 애들 챙기랴 뭐 챙기랴 점호하랴 유인물 나눠주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즐기는 게 아니라 기력을 바닥까지 빨아먹히는 느낌이고. 그래서 대체 뭘 즐기라는 거지? 라는 것도 조금은 섞여 있었다.
인적도 없고 열린 가게도 드문 거리에 밝게 불이 켜져있는 편의점을 보고서 유우가의 소매를 살짝 잡아끈다.

"—가리가리군 사주면, 그렇게 할게."

895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1:00:43

아 맞아... 제가 도게자 박아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날짜 적을 때 뭔가 끌리는 날짜인 6월 2일로 잡았는데 그거... 메이사 생일이더라구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적을 걸 싶네요...🫠 저..적당히 5월 후반쯤으로 생각해주세요...🙇

896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1:03:42

🙄(전혀 인지 못하고 있었음)
난...멧쨔주 실격....🫠

그 그렇네요 생일날은 이반뇌제 해야하니까...
5월 후반인걸로...🫠

897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1:04:41

>>894

"가리가리군으로 되겠어? 하겐다즈 정도는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쩐지 하겐다즈가 당기는 기분. 편의점에서 장보고 호텔로 간다니 뭔가 더 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라 픽 웃음이 난다. 같이 있는 대상이 전혀 그럴 수 없어서 더 그랬다. 내 말차맛 하겐다즈와 메이사가 갖고온 아이스크림, 맥주 두 캔과 과자 한 봉. 그리고 여성용과 남성용 양말 한 켤레씩을 샀다. 생각해보니 양말은 많이 못 갖고 온 거 같아서.

"아, 근데 말이지, 나 네 방에 가도 돼?"

이미 거기 가서 먹을 셈으로 맥주랑 과자까지 사버리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허락받은 적이 없다.

"어차피 우리 맨날 같은 욕조랑 침대 쓰는데 여기서도 그러면 안되나 싶어서. 방 같이 쓰는 분이 별나거나 그런 건 아닌데, 너랑 있는 게 더 편하잖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손만 잡고 잘테니까 안심하라고."

아저씨같은 웃음을 흘리며 좀 그런 농담도 쳐봤다. 아니 그야, 메이사는 날 싫어하는 건... 아니라지만 또 예전처럼 좋아라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서 편할 뿐인 관계니까. 가망 없어서 좀 웃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898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1:10:17

헉 이러다가 히다이가 헛소문 잠재운다고 난 에리쨔랑 사귀잖아~ 라고 말해버려서 멧쨔의 마음이 와장창하는 전개인 건가요
그래서 여행 돌아오고 얼마 안 지나서 기분이 완전 꼴아박혀 있던 차에 이반뇌제를 해버린...🙄

899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1:15:29

아. 양말은 없었던건가. 남녀 양말 한 켤레씩을 챙기는 걸 보니 그런 것 같다. 내일 아침에 급하게 사러 달려오지 않아도 되겠네. 거기에 아이스크림..잠시 나도 하겐다즈로 할까 했지만 역시 하겐다즈는 파인트 아니면 좀 그래서(?) 참았다.
그리고 맥주에 과자까지. 먹고 마실 생각 가득하네. 나도 그렇지만.

"응?"

자연스럽게 같은 방에서 먹고 마시고 씻고 잘 거라고 생각했다. 낯선 거리인데도 자꾸만 수학여행을 왔다는 걸 까먹게 되네. 이대로 돌아가면 호텔이 아니라 집일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같이 잘 거라고 생각했어....

"아... 상관없어. 어차피 나 혼자 쓰는 방이고."
"아까 걔처럼 오해하거나 내일 이상한 소문 퍼지는 거 괜찮다면야. ...하긴, 몬다이는 예전부터 알아서 이상한 소문의 근원지였으니 상관없나."

손만 잡고 잔다는 말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집에선 어쨌든 한 침대에서 서로 붙어서 자면서 왜 새삼 그런 농담을.

"그 대사 완전 플래그잖아. 저기 있는 거 하나 집어와야겠네."

그래서 나도 나름 농담이랍시고 슬쩍 뒤쪽 가판대를 가리키며 히죽거렸다.

900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1:17:06

>>898

그래서 멧쨔 기분이 안 좋은거 유우가가 달래주러 왔다가
😾💢니 여친은 미스미라며! 하고 멧쨔가 고간킥 날리고 서로 또 냉전하고 마음도 와장창인채로 있다가 그렇게 되는 거군요.....
모든 것이 이어졌다

901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1:34:21

>>899

"아... 맞아. 그러고보니 그런 일들도 있었지. 하하핫, 그때는 진짜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엄청 쩔쩔맸는데."

츠나지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도 헛소문에는 종종 휘말리지만, 미스미랑 말을 맞춰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반지도 꼬박꼬박 끼고 다니고. 이게 있고 없고로 성가신 일에 덜 휘말린다니 세상은 참 우습다. 저쪽도 이쪽도 마음 없긴 마찬가진데.

메이사가 능글맞게 받아치는 말에 가판대를 곁눈질 했다가 슬쩍 웃었다. 하긴 메이사는 옛날부터 이런 짓궂은 농담이 잘 어울렸다. 히죽하는 얼굴을 보니까 진짜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다. 시니어 시즌 때 생각도 나고.

그때는 무슨 일이 언제 생길지 몰라서 늘 사서 가지고 다녔는데. 집에도 몇 개 구석구석 숨겨놨었고. 그래서 들켰다가 변명하는 데에 진땀 뺀 적도 있었지. 게다가 그렇게 노력한 거 치고는 막상 일이 터졌을 땐 못 썼고...... ...아니다, 이 날 생각은 하지 말자.

"저건 호텔에서도 파니까 괜찮아. 정 급하면 거기서 사지 뭐."

하면서 메이사의 손을 잡고 편의점을 나섰다. 말은 이렇게 해도 그냥 같이 잠만 잘 뿐인데 허울과 허세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으려니 웃음이 실실 난다. 메이사 목소리도 꽤나 누그러져 있었고.

좋은 기분이었다.

어쩌면 시니어 때보다 지금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난. 비록 메이사가 상태가 종종 안 좋고, 성가시게 굴고, 손 많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껴안고 같이 잘 수도 있었고, 그러면서 괜히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살면서 멍청하게 TV만 보고 있는 것보다 떠들썩한 기분도 들고. 종종 이렇게 누그러진 메이사를 마주하게 되면... 가슴 한 구석이 찡했다.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자주 느끼고 싶었지.

그래서 메이사의 손을 잡고, 둘 사이의 허공을 저으며 기분좋게 들어서서 맥주도 한 캔씩 따고, 옛날 이야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잠들었다.

괜찮은 여행이 될 거 같았다.

- 어제는 미스미씨랑 있었는가봐요?

옷을 챙기러 들어갔을 때, 능글맞은 선생님이 그렇게 물어볼때까지만 해도. 귀찮아서 "...뭐 그렇죠. 하하." 하며 대답하고 치워버리고, 메이사에게 짝짝이 속옷이지만 그냥 입으라고 옷뭉치를 건네주고, 다같이 대절한 버스에 앉아서 목받이에 머리를 기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 쌤쌤쌤.
"왜."
- 쌤 멧또레랑 사귀어요?
"멧또레?"
- 어제 같이 있었던.
"안전벨트는 왜 안 맸어?"
- 이히히.

뒷자리에서 고개를 쏙 내밀고 내 윗통수에다 대고 물어보는 질문에, 뒷목이 싸해졌다. 츠나지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다. 말을 잘못하면 복잡하게 되고, 그 미친 소시오패스련한테 메스로 찔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같이 있었던 메이사 트레이너를 굳이 콕 집는 것에서, 어떤, 진짜 귀찮아질 듯한 불길함이 반지가 끼인 손끝에서부터 근질거리며 올라왔다.

안전벨트로 말을 한 번 돌리고서는 잠시 고민했다.
...해야 할 말은 이미 정해져 있지.

"어제 바신이가 안 그러던? 약만 줬다니까. 그러고 나선 보건쌤이랑 같이 있었어 나는."

왤까, 메이사쪽을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뭐랄지 엄청난 죄라도 짓는 기분이었다.

"알잖아, 난 에리카 좋아하는 거."

902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1:53:28

어제 라멘을 먹고 자서 그런가 조금 부은 얼굴로 안전벨트를 맨다. 그러는 사이에도 학생들의 수다떠는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적당히 백색소음이려니 생각하며 도착할 때까지 좀 잘까,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어서 더 예민해진 귀가 쫑긋거리며 사방을 향하다가 제법 가까운 곳에서, 아니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린 소리에 우뚝 멈춰섰다.

별 거 아니다. 어제 우리가 같이 나왔던 걸 본 말딸이 또 소문을 퍼트린 거겠지. 이런 건 괜히 반응해봤자 먹이만 더 던져주는 꼴이다. 그냥 무시하고 있으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일하게도.
그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 알잖아, 난 에리카 좋아하는 거.
"................"

바로 옆에서 들린 말에 귀가 파르르 떨렸다. 슬그머니 눈을 떴지만 차마 옆을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아, 맞지. ...유우가가 사귀는 사람은 미스미 에리카니까. 명백한 사실이다. 굳이 다시 물어볼 필요도 없다. 유우가의 손엔 항상 그 반지가 있으니까.
귀 만큼이나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 입술을 괜히 꽉 깨물었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어제 몸도 안 좋았고, 오늘도 멀미할 것 같다는 핑계로 얻어낸 창가 자리의 이점이다. 일단 창가 쪽으로 고개를 처박으면 알아채기 힘들테니까.

버스가 출발한 이후로도 학생들의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사방이 온통 시끌시끌한 와중에 내 자리, 그리고 그 옆자리 만큼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 어쩌면 유우가가 무어라 말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못 들었을 뿐. 나는 그냥 눈을 질끈 감고서 억지로 자는 것처럼,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면서 창가 깊숙히 고개를 돌린 채로 있었으니까.

관광지에 도착해서는 일부러 바쁘게 돌아다녔다. 유우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해도 될 일까지 맡아서는 바쁘게 학생들을 이끌고 인솔하고, 어제 밤의 일에 대해 묻는 애들에겐 대충 둘러대고, 하다하다 쓰잘데기 없는 잔심부름까지도 자진해서 나섰다. ....오히려 바쁜 쪽이 좋았다. 당장 일에 쫓겨서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되니까.
이 방법의 유일한 단점은 딱 하나다. 맡을 일이 없어지면, 한가해지고 나면 잊고 있던 것들이 전부 한번에 몰려온다는 점.

....그래서, 자유시간이 되고 잠시 일이 없어진 나는 미뤄놨던 온갖 감정에 압도당해서 미치기 직전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럭스토어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는 것이고.

"하.... 아..... 진짜...."

미칠 것 같은데, 진짜 당장 도망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은데, 애들 숙소도 안 돌아갔으니 당장은 못하겠지만, 그치만 숙소로 돌아가서 하면 되지 않나. 미리 사두면 되지 않나. 어떻게든 자제하려는 이성이 아슬아슬하게 무너질듯 말듯한 상태인 채로.

903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1:55:48

크억.................................
유우가가.............................매달릴게.................................

904 메이사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1:59:45

괜찮아요... 멧쨔도 조금있다가 쓰레기짓(많이 아픔) 할 거니까

905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2:13:28

>>902

- 어라, 프로키온 트레이너.

그런 메이사에게 말을 붙이는 여자. 유우가와는 다르게 자연스레 요비스테조차 하지 않고, 꼬박꼬박 성에다가 직함을 붙여 말하는 칼같은 심성. 드럭 스토어 앞을 서성거리던 메이사를 보고는 말을 붙였다. 왼손 중지에 낀 반지가 드럭스토어의 간판빛을 받아 반짝인다.

- 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 내일은 2시간 정도 버스도 타야 하고, 배도 타야 하니까 멀미약을 사두는 게 어때요?

성격이 안 좋다고는 하지만, 나름 신경을 써주는 모양새다. 메이사처럼 대외적으로만 그런 체 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자기 연인과 수상할 정도로 오래 붙어있는 부사수를 견제하기 위함인지도.

- 저는 거기 와인 농장을 혼자 갔다와볼까 해요. 좋아하거든요, 와인. 내키면 얘기해주세요. 같이 가요.
- ...아픈 사람을 붙잡고 너무 이야기해버렸네요. 갈게요. 푹 쉬고요.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건, 말만이라도 친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 혹시 모르지. 늘 틱틱대는 메이사에게 시달리던 유우가가 이런 친절한 말씨에 끌렸을지도.



버스에 탄 메이사는 창가에 고개를 푹 기댄 채였다. 자는 녀석을 깨우기도 뭣해서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내리고 나서는 애들이 자유롭게 관람하는 동안 어디를 쏘다니는지 보이질 않았다가, 담배 냄새를 풍기면서 와서는 부지런히 인솔하고 태우고 인원 체크를 하기 바빴다. 그럴 때면 집중을 했는지, 내가 부르는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무시했다. 어쨌든 나 대신 바쁘게 다녀주니 좋긴 하지만... 메이사가 있어도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다른 수학여행 온 녀석들이랑 섞여서 난리도 아니었거든.

근데 그냥, 메이사를 오래 본 사람으로서의 직감이 있는데, 오늘 메이사는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어제처럼 체를 했는지 아니면 멀미가 났는지.

그렇게 6시쯤 유적 답사들을 마치고, 내일은 아마노하시다테를 가기 때문에 살 게 있으면 알아서들 사고 자유시간을 누리라고 공지까지 하고 나서야 메이사에게 말을 붙일 짬이 났다.

번화가를 쓸쓸하게 거니는 메이사에게 가볍게 달려와 말을 걸었다.

"...찾았잖아. 말도 없이 어딜 그렇게 쏘다녀."

906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2:27:59

"...아, 미스미...선생님."

요비스테가 아닌 성에 직함. 유우가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 ....유우가와 인사를 주고받고, 잡담을 가볍게 주고받던 목소리. 내키지 않는 동작으로 고개를 돌리면 거기엔 미스미 씨가 있었다. 왼손의 반지가 드럭스토어의 간판을 가볍게 반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눈을 찡그렸다.

"....네에, 조금....."
"그렇구나... 그렇게 할게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다. 차라리 와서 '이상한 소문 돌던데 어제 뭐 했어요?'라고 물어보기라고 했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와인 농장 얘기에 적당히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고, 가기 전까지도 들린 친절한 말에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퉁명스럽게, 단답에 가까운 대답만 해버렸다. .....유우가가 저 사람을 좋아하는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 나 같은 건.... 그러네. 내가 싫어서 중앙까지 도망쳤는데 기어코 그걸 따라왔으니 곱게 보일리도 없고, 따라와서도 싸가지없게 굴고 있으니 좋아해줄리가.

"........그러네... 멀미약..... 사야겠네...."

처지는 걸음을 재촉해서 드럭스토어 안으로 들어선다. 반지도 그렇고, 일부러 와서 말 걸어주고 해서 더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있는대로 약을 집어서 담는다. 봉투를 가득 채운 약들 사이에는 내일 쓰기 위한 멀미약도 하나 섞여 있었다.

그렇게 약을 잔뜩 사서 나와 걸어가던 도중에 유우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힐끗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별로, 상관없잖아."

또 퉁명스러운 말이 나와버린다. ...죽어도 곱게 말하진 못하나보다. 스스로가 한심해서 짜증이 났다. 빨리 약먹고 다 잊어버린 채로 잠이나 자고 싶네.

907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2:39:49

>>906

뭔가 묵직해보이는 봉지. 요란한 드럭스토어의 로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엿보고 싶은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전 같았으면 냅다 다그치고 빼앗아보려고 했겠지만 일단은... 오늘 메이사가 수고해준 게 있으니까. 같이 호텔로 걸어갔다.

"왜 또 심통이 났어. 몸 안 좋아? 또 체라도 했나?"

메이사는 영 시원찮은 대답만 했다. 대화가 어제랑 달리 뚝뚝 끊기는데, 뭐가 또 그렇게 불만스러웠던 건지 몰라 골치만 아프다. 오늘 열심히 일해서 좀 지친 걸까.

"그거 무거워 보이는데, 나 줄래? 들어줄게."

겸사겸사 뭐가 들었는지 좀 보고 싶기도 하고. 그러나 돌아온 건 거절이었다. 뭐랄까, 드럭스토어인 것도 불길했는데 그런 거절이 돌아오니까 아침의 불길한 예감에 지긋지긋한 불안감까지 겹쳐서 나도 퉁명스레 대꾸해버린다.

"...왜, 내가 싫어할 만한 거라도 사셨나 그래?"

내 말을 무시하고 가려는 메이사 앞을 다리로 가로막았다. 막고 서서 물었다.

"...어제 약속했잖아, 여행 잘 즐긴다고. 가리가리군 사주면 잘 즐겨주겠다고... 왜 또 이러는 건데."

"그거 줘."

깊은 한숨이 푹푹 나온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날 좋아했던, 나한테 잘해줬던, 그리고 지금도 소중한 애한테 이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게 널 위한 일이라고 난 확신한다. 슬슬 문을 닫기 시작하는 작은 점포와 이따금 헤드라이트와 함께 지나가는 세단들, 전통적인 문양으로 만들어진 가드레일로 둘러싸인 인도.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는 길목에서 이를 꽉 깨물고는 강한 어조로 요구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줘."

908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2:50:33

"....됐다고 진짜. 그냥 내버려둬."

왜 또 심통이 났냐, 몸이 안 좋냐, 체라도 했냐는 말에 대충 대꾸한다. 퉁명스럽게 틱틱 내뱉는 대답에 드디어 저쪽도 화가 났는지, 똑같이 퉁명스러운 대꾸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겠지. 네가 좋아하는 건 미스미지,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런 건 미스미한테 가서 물어보고 치근거리면 되는 일인데 왜 자꾸 나한테만 참견하는 건지 모르겠다.
둘 다 보란듯이 반지나 달고 다가와서는 말이야. 쿡쿡 찔러대고.. 진짜 짜증난다고.

"......."

계속 무시하고 빈정거리면서 가던 앞길이 막혔다. 유우가가 다리로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래도 내가 유우가를 올려다보는 일은 없었다. 막고 선 다리 너머를 가만히 보다가 슬쩍 옆으로 몸을 돌려 돌아서 가려고 했다.

"싫어."

좋은 말로 할 때 달라는, 협박 비스무리한 강한 어조의 말에 나도 똑같이 강한 어조로 되돌려준다. 싫어. 싫다고.
난 이제 진짜로 한계란 말이야.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 내일 일정에 지장 없게 적당히 하고 잘테니까!!

"내일 일정에 지장만 없으면 되잖아. 그럼 됐지? 상관없잖아."
"이럴 시간에 미스미 선생님한테나 가라고. 나랑 이러고 있다가 또 이상한 소문 만들지 말고."

909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3:08:08

>>908

일정에 지장만 없으면 되냐는 말에 짜증이 훅 올라왔다. 내가 메이사를 도우미 역할로 데려온 건 맞다. 맞는데, 그러려고만 데려온 거 같잖아 그러면.

난 메이사가 걱정되고, 혼자 있으면서 또 삽질하지 않을까, 식사는 잘 챙겨먹을까, 제대로 출근은 되는 걸까 나 없는 사이에 약이나 잔뜩 사서 또 먹고 토 범벅으로 어디 쓰러져 있는 거 아닐까. 어쩌면, 어쩌면 또 공원같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몸 아끼지도 않고 누군가랑...

그럴 바에야 여기 데려오면 또 수학여행의 분위기에 한껏 들떠서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 지나쳐가는 메이사의 팔뚝을 잡아챘다. 그리고 내 앞으로 확 끌고왔다. 그렇게 마주 본 메이사의 표정은... 여행을 즐기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그게 또 속상했는데.

"뭐?"

"미스미 이야기가 왜 나와 여기서?"

이상한 소문. 뭐 뻔하지. 유우가 선생님은 보건 선생님이랑 사귀면서 메이사 트레이너랑 눈이 맞았다던가. 그런 불순한 거. 근데 그게 뭐 어떻다고. 어차피 수습은 잘 됐고, 애초에 약 챙겨준 것도 맞고, 떳떳하지 못할 것도 없는데. 우리가 진짜 뭐라도 했으면 몰라 그딴 거 가지고.

아, 그래, 자길 버리고 도망친 쓰레기같은 사람이랑 엮이고 싶지 않다 이건가. 그게 뭐 어때서. 결국엔 너도 남이랑 좋을대로......

울컥하는 기분에, 속에서 올라오는 못된 말을 거칠 것도 없이 내뱉었다.

"...그게 싫어?"

팔을 확 잡아 끌었다. 메이사와 내 틈이 순식간에 좁아진다.

"왜, 너 나 좋아하기라도 하냐?"

고개를 숙였다. 위협이라도 하듯이 가까워져선 픽 웃었다.

"아니잖아. 근데 뭘 그딴 걸 신경 써."

한 번 터져나온 말은 주워담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나왔다. 그동안 꾹꾹 눌러담은 만큼 왈칵.

"친절한 아저씨라고 생각해. 다를 거 없지. 친절하고, 아저씨고. 같이 자고. 어?"

910 히다이주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3:08:48

DV유우가가 고유기를 자꾸 써요...

911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3:23:50

몸이 확 끌려간다. 끝까지 마주하지 않으려던 얼굴과 마주하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내 얼굴도 그렇겠지. 미스미 얘기가 왜 나오냐고? 그야 아까 마주쳤으니까. 아침에 버스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대꾸하기도 싫었다. 그냥, 그냥..... .......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 순간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서. 이미 속으로는 다 그런 거겠지 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애처럼 고집부리는거다 그냥.

그렇게 잠시 생각하다보면 몸이 확 땡겨진다.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유우가를 올려다보는 내 얼굴엔 당황이 섞였을테지.

"뭣,"
"—윽...."

정곡을 찔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럴리가 없겠지'하며 부정하는 말이 뒤따라 온다.
.......내 입술을 꽉 깨문다. 나는... 난.....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오기도 전에 바로 다음 말이 마음을 강하게 후려친다.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 내가, 내가 했던 말들이 지금 내 목을 조르고 있다는 걸. 친절한 아저씨라는 말도 내가 먼저 꺼냈던 거고, 틱틱대고 짜증나게 굴고, 유우가한테 복수한다고 퉁명스럽게 굴어서 내가 유우가를 좋아할리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거라고.
그런데도, 차마 이성적으로 굴 수가 없어서.

"........시끄러워. 닥쳐. 닥치라고!!!"

아침부터 외면하고 있던 감정의 파도는 더 거칠어져서, 이제는 건물마저 집어삼킬 정도로 크고 강하게 몰아친다. 그 파도에, 격정에 몸을 내맡겨버린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다리로 유우가를 차버렸다.
정강이는 아니었다. 무릎도 아니다. 뼈의 단단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살이라고 해야할지, 말캉한 느낌... ....배였나..? 배는 아닌 거 같은데....

터져나오는 대로 외치면서 눈을 질끈 감고 걷어찼던 발을 천천히 내린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떠서 앞에 있을 유우가를 봤다. 내가 어디를 걷어찬 건지 그제야 조금 걱정하면서.

"....유, 유우가... 괜찮...아....?"

912 멧쨔주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3:25:04

코이츠wwww 드디어 심영이 되는www(?)

913 히다이 - 메이사 (B6d3mDK6vg)

2024-07-06 (파란날) 23:37:10

>>911

...안다. 이런 말 하는 건 솔직히 저열하다. 하지만 빡치기야 한다. 모르는 아저씨는 괜찮고 아는 아저씨는 싫다는 게. 너는 그들보다 더 별로라는 말처럼 들린다. 메이사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온갖 귀찮은 일을 다 받아준 내 노력은 뭐가 되나. 내 입장이 되면 솔직히 안 빡칠 수가 없을 거다.

그래도 물론,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됐다. 메이사의 홉뜬 눈을 보니까 그제서야 철렁하는 감각이 났다. 이래서 참은 건데. 어쩌면 지금까지의 관계도 회생불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오싹함이―

퍽.

오지 못했다. 그것보다 더 선명하고, 아찔하고, 시야가 새하얘지는 고통이 왔으니까. 다리에 힘이 확 풀려 메이사한테 쓰러져버린다. 메이사의 어깨를 꽉 쥐고, 아프다는 말도 못하는 상태로 숨만 허덕거리며 쉬었다.

이미 맞은 쪽은 감각이 날아가버렸고, 아랫배부터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그 주변 근육이 전부 오그라들며 극도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계속 났다.

메이사가 뭐라고 묻고는 있는데, 화도 안 나고 답할 기력도 없었다. 그냥... 그냥 존나 아프다. 하고 있던 생각이 순식간에 뇌에서 쫓겨나서 뭔 생각도 못하겠고. 메이사한테 기댄 그대로 "끄흐으으윽..." 하는 꼴사나운 소리를 내며 매달릴 수 있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죽음.
그냥...
죽음.

언젠가 축구공으로 맞았었던 통증은 별 것도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진짜 직격당하는 건, 정말로, OO찍고 진짜 아프구나. 나는 정말 OO 앞에서 무력한 한 명의 남자일 뿐이구나. 스스로의 비대했던 자의식이 축소되는 계기였다.

"...헉."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땀범벅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벌떡 일어나려니 아랫배가 또 시큰하니 당기지만,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바지를 당겨서 안쪽을 확인해본다.
...부었네.

살짝 만져보면 터지진 않았...다. 만지기만 해도 얼굴을 다 찡그려야 하는 통증이 오지만. ...뜨끈뜨끈하다. 피가 잔뜩 고인 모양이다.

어쨌든, 축구공으로 맞았던 때처럼 멍이 든 정도라 다행... 인데. 그보다 여긴 어디야. 그렇게 고개를 돌렸을 때, 눈이 마주쳤다.

914 메이사-히다이 (LcrNc/F/gY)

2024-07-06 (파란날) 23:55:11

아. 나 설마 거길 차버린 건가? 맞닿았던 다리에서 오싹하게 올라오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엑, 진짜로????
하, 하, 하지만... 거기가 아닌 이상 이렇게까지 아파하진 않을테니까.. 아마도..... 오싹한 느낌은 이내 걱정과 경악으로 바뀌었다.
괜찮냐는 물음에도 유우가는 답하지 못했다. 아니, 답을 할 수 없는 걸까....
그대로 확 나한테로 쓰러지는 유우가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시, 식은땀이 엄청나. 말도 제대로 못하고 앓는 소리만 내는 유우가를 그렇게 안고 부축한 채로 어쩌면 좋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 미안해.. 걸을 수 있겠어? 아니 못 걷나 지금은...."
"이, 일단 호텔로...."

끄흐으으으윽 소리를 내며 매달리는 유우가를 어떻게 잘 고쳐안고, 공주님 안기를 한 채로 그대로 호텔까지 달렸다. 오랜만의 달리기에 다리도 삐걱거리고 담배로 지졌던 폐가 미친듯이 욕하는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어떻게든 카드키를 꺼내 문을 열고, 침대에 천천히 유우가를 눕혔다.

"...기, 기절했나.... 숨은... 쉬고 있어, 다행이다...."

뛰어오는 사이에 충격이 가해진 건가? 침대에 눕힌 유우가는 눈을 감고 기절해있는 것 같았다. ...숨은 제대로 쉬고 있으니까 괜찮나....
...............기절할 정도면 그, 설마, 혹시..... ....터졌....다던가.....?
....이건 그, 지금, 저기, 터졌으면 엄청 위급상황이니까! 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갈 사항이니까? 그, 그러니까 확인하는거야!? 절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진짜 위급상황이고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결정하기 위한 그, 그, 그러니까 의료, 의, 의료... 그.. 불순한 거가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그렇게 변명하면서, 슬쩍 유우가의 옷을 들춘다.

........봐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본다고 알면 의사가 왜 있겠냐고. .....하지만 역시 부은 것 같으니까.. 그래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와야겠어... 얼음찜질이라도 좀 하고나서 병원에 가면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잠시 유우가를 쉬게 두고서 급하게 편의점으로 맹대쉬.


그리고 얼음을 잔뜩 사서 방으로 돌아온 내 앞에는 바지를 당겨서 안쪽을 보고 만지는 유우가가 있었다. 아, 눈 마주쳤다.

"...저, 저기... 유우가........ 진짜 미안....."
"진짜, 진짜로.... 잘못했어어.... 저기, 얼음 사왔는데... 조금이라도 차게 식히면 좋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머뭇거리면서 말하다가, 이러다 얼음이 다 녹게 생겨서 좀 서두르기로 했다. 얼음주머니로 쓸만한게 영 보이질 않아서 결국 편의점 봉투에 얼음을 와르르 쏟아놓고, 아직 안 신은 양말(어제 편의점에서 산 거)을 씌워서 간이 얼음주머니를 만들었다. 완성된 걸 유우가에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여, 여기이...."

......차마 고개는 못 들고.

"....벼, 병원 가야하는 거 아냐...? 응급실 갈래....?"

915 히다이 - 메이사 (vVnngnis5Y)

2024-07-07 (내일 월요일) 00:05:31

>>914

실신..........같은 걸 체험했습니다. 저는 정말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더군요. 뭔가 강 너머로 갈 뻔 했던 거 같은데 어찌저찌 잘 깨어났습니다. 일단은... 죽을만큼 아팠지만 죽지도 않았고 무사하기도 했습니다.

멍하니 메이사가 얼음주머니 만드는 걸 바라보다가, 주길래 일단 멍청하게 받았다. 차게 식혀? 뭘? 아... 그런가. 뜨끈뜨끈했지 참. 얼음주머니를 멍청하게 가랑이 사이에 얹어놨다. 그것도 욱신욱신해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됐지만...

...아니 근데 여자한테 걷어차여본 것도 처음이고, 우마무스메한테 걷어차인 것도 처음이다. 우마무스메라고 말하고 나니까, 이거 잘못 했으면 나 짝짝이로 살 뻔했다는 무서운 예감이 든다. 자손을 왕성히 남기신 히다이 가의 선조들이 지켜줬던 걸까. 다음에 본가에 가면 불단에 공양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은... 돌아가서 가면 될 거 같은데. 일단... 일단은, 응급실 갈, 그 정도는 아니야."

"돌아가서는 들러봐야지 혹시 모르니까. 그래도 일단 내 경험상으로는 큰 문제는... 아니지만."

"...나 진짜 아팠어......"

텅 빈 눈으로 주절주절 말하다가 울컥해서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벌써부터 여성호르몬이 나오는 건지 아니면 죽을 위기에 감성적이 된 건지, 안도감과 기타 등등으로 마음이 안 좋다...

"나쁘게 말해서 미안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래도 어떻게 OO을 걷어차냐......"

유우가는... 슬프다...
OO 터져서 구실 못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하남자.

916 메이사-히다이 (CbkmLxEgME)

2024-07-07 (내일 월요일) 00:22:28

"겨, 경험...."

....하, 한두번이 아니라는 건가??? 이런 경험을 여러번 했다고?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가... 잠시 경악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내 그 경악은 죄책감에 눌려 찌그러져 짜부가 됐다. 텅 빈 눈으로 말하던 유우가가 무릎에 얼굴을 파묻는 걸 보니 정말 마음이 안 좋았다. 귀도 꼬리도 축 늘어진다. 귀는 이미 납작하게 머리에 딱 붙어버린지 오래였지만.

"아니.... 나... 미안해... 홧김에 발이 나갔는데 거기일거라곤........."
"진짜,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어....."

마음만큼이나 몸도 찌그러져서 그대로 유우가가 앉아있는 침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노리고 찬 건..... 아니 뭐.. 유우가 바로 정면에 있는데 발을 그렇게 휘두르면 하체 어딘가에 맞을거라고 알긴 알았지만... 거기만 핀포인트로 노린 건..... 아니고... 아마도..
어디 맞았는지도 눈 뜨고서야 알았으니까... 응.... .......그래도 고의가 아니더라도 진짜 미안하긴 미안해서. 그대로 침대에 턱을 대고 유우가를 올려다봤다. 무슨 사고친 똥강아지라도 되는 양.

"...이제 일정 없으니까.... 그대로 쉬고 있어. 아, 밥은.... 내가 사다줄게."
"내일 다닐 땐.. 불편하면 내가 업고 다닐까....?"

미안해서 괜히 이것저것 제안을 해본다. 근데 유우가가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앞으론 진짜, 진짜로 이런 일 없게 할게......."

917 히다이주 (vVnngnis5Y)

2024-07-07 (내일 월요일) 00:33:57

이건... 심영콘이었구나...

918 멧쨔주 (CbkmLxEgME)

2024-07-07 (내일 월요일) 00:38:46

919 히다이 - 메이사 (vVnngnis5Y)

2024-07-07 (내일 월요일) 00:41:49

>>916

...이렇게까지 미안해하는 걸 보면, 일부러는 아닌 거 같으니 다행이다. 의도하고 걷어찬 거였으면 나는 오늘 남자방에 처박혀서 두려움에 떨며 자야 했을 테니까. 부어오른 통증을 숨기지도 못하고, 한결 묵직해진 것을 놀려대는 중년 아저씨들(자기들은 잘 기능을 못하니까 더 놀린다.)에게 시달려야 했으리라.

"...너 그거 좀 고쳐. 예전에도 내 뚝배기부터 깨더니만 이젠 OO까지 깨려고 하네. 이건 뼈도 없다고."

골절이라고는 하지만 뼈는 없다. 신기하지. 하하. 죽을 고비를 겪고 나니까 이런 게 웃기네... 하하, 하하하하. 아까보다는 기분이 좀 나아진 채로 무릎에서 고개를 들면, 내 침대 모서리에 빼꼼히 올라온 물개같은 윗통수가 보인다. 하... 이... 똥강아지 새끼 어쩜 좋냐.

"업고다닌다니 나 OO맞았소 하고 광고할 일 있냐. 그냥... 그냥... 오늘처럼만 좀 해줘. 그거만 해도 반은 간다. 그리고 오늘처럼 멋대로 약 사는 건 금물이야. 나한테 약 있어, 멀미약도 있다고. 감기약도 챙겨왔으니까 사지 좀 마."

말하다보니 말에 감정이 실린다. 지긋지긋하고 넌덜머리가 난다는 투다. ...그야 그렇지. 다 메이사 위해서 하는 일인데 이러다가 고간이나 맞고 잘하는 짓이다. 나도 그냥 냅둘 줄을 알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일단."

"미안하면 아까 사온 거 내놔."

"그리고 밥은... 야키소바 컵라면 먹을래. 그리고 맥주 사줘."

어지간하면 같이 사오자 하겠지만 진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기둥서방처럼 메이사를 삥뜯고 밥까지 뜯으며 소소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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