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마음과 별개로 일단 몸이 피곤하고 졸린 건 사실이니까. 다 태워버린 마지막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끈다. 그렇게 담배냄새에 흠뻑 젖어서 방으로 돌아오면, 내가 쓰던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는 유우가가 보였다. 옆으로 굴러간 얼음주머니도. 적당히 씻고 다시 돌아와 얼음주머니를 들어본다. 꽤 녹아있지만 아직 남은 얼음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도 차갑다. ...계속 식혀두는게 좋겠지. 그런 생각에 들고 있던 얼음주머니를 가져다대려다.... ....잠깐 멈칫. 유우가는 아까 괜찮다고 했지만, 진짜 괜찮은 건가..... 터지진 않은 거겠지...? 아깐 봐도 터진지 아닌지는 모른다고 그랬지만 그.... ....예전에 봤을 때(일부러 본 건 아니고 사고 같은 걸로 어쩌다보니 봤었다)랑은 색이 좀 다르던데... 많이 부었고...
"........"
괜찮다고는 했지만 신경쓰인다. 귀를 기울이고 유우가가 진짜 잠이 들었는지, 푹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 슬쩍. .......피멍 아닌가 저거.. 냉찜질만 해도 되나...? 멍들었을땐 냉찜질이었나? 다시 덮어놓고 얼음주머니를 놓으려다가... 역시 한번만 더. .....아니 나 뭐하는 짓이냐고. 아파서 자는 사람한테.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다. .....하지만 역시 신경쓰이니까...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마지막이니까 좀 더 오래....
그렇게 도합 세 번을 슬쩍슬쩍 보고나서야 얼음주머니를 대주고, 슬그머니 옆자리에 비집고 들어갔다. 지친 몸은 눕자마자 빠르게 잠의 늪으로 가라앉는다. 아, 결국 약은 하나도 못 먹었네. 잔뜩 흐려지는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잠이 들었다.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아침이라니. 유우가가 깨우는 목소리에 눈을 꽉 찡그렸다. 3분.. 아니 5분... ...아니다 10분....
"20분만...더.... 아침 안 먹어... 더 자....."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난 좀 더 자고 싶다고... 어제 너무 늦게 잤단 말이야. 아침 안 먹어도 되니까 좀 더 잘래....
메이사를 화장실로 데려가 얼굴도 씻기고(물고문 아님), 부시시한 머리도 빗어놓고, 샤워하라고 속옷들과 함께 집어넣고 나서야 숨을 돌린다. 평소라면 풀썩 앉았을 침대에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쌰쌰쌰 삭신이야 중얼거리며 조심스레 앉고는, 어제보다 확연히 붓기가 줄어든 걸 다시 체크. 그래도 꽤나 부어서 약간 눈물이 난다.
그러다 보면 메이사가 나와서 안 먹겠다는 밥도 사정사정을 해서 반 공기 먹이고, 메이사 몫의 짐도 싸서 버스에 싣고, 아마노하시다테로 출발. 북교토에 있는 일본 3대 절경이라니 조금 기대되는 마음이 없지 않은...데.
"아이고야..."
허리가 쑤셔서 도저히 돌아다니질 못하겠다. 우리 조는 치온지를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나는 그냥 해변 벤치에 앉아 쓰라린 OO을 달래는 것뿐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러고 1시간 반쯤 지나면 이제 우리 반이랑 옆반이 전망을 보러 모노레일을 타야 한다. 그 이후로는 자유시간인데... 온천이 괜찮다던데 몸이나 담글까. OO에 좋은가 하고 검색이나 하려던 때.
- 너 생리한다며? "...누가 그러든?" - 애들이. "참나... 뭐 비슷하긴 한데." - 치질이야? 수술 잘하는 의사 소개시켜줄까? "아니거든!" - 아니면 아닌 거지 소리 지르지 마. 너 부사수한테도 그러니? "너라고 부르지 마. 그리고 뭔 상관이야 메이사랑." - ...상관은 없는데.
뒤에서 훅 들어오는 말에 흠칫 놀라며 폰을 덮었다. 놀려먹는 말에 츳코미 좀 걸었더니 또 금세 뾰로통해져선 가는데, 여자애들은 왜 다들 멋대로 말 걸었다가 저러고 기분이 바뀌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제기랄, 도쿄도 괜히 온 거 같아. 메이사가 올 줄 알았으면 그냥 츠나지에 있었지... 생각하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는데, 시야 끝에 메이사가 걸렸다. 어쩐지 침울한 얼굴을 한 채로.
"메이사, 주변은 좀 돌아봤어?"
메이사에게 말을 걸었지만 무시당했다. 벤치를 지나쳐 가길래 에고고 하며 일어서선 따라붙었다.
"배고파? 졸려? 피곤해? 커피 사줘? 아니면 버스에서 좀 쉴 거야?"
컨디션이 안 좋나 얘야말로 생리인가 싶어서 묻지만 또 무시당했다. 나한테서 벗어나려는 거처럼 빠르게 걸어가는 메이사. 이대로라면 놓치겠지 싶어서 어깨를 잡아당겼다.
결국 아침밥까지 먹게 된 다음 버스를 타고 아마노하시다테로 왔다. 3대 절경인가 뭔가 하더니 빈말은 아니었나보네. 탁 트인 곳을 보다보면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어제랑은 다르게 설렁설렁 일하면서 대충 애들 챙기고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때 저 멀리 벤치에 앉은 유우가가 보였다. 제대로 걷기 어려운가. 역시 오랜만에 메이사 택시를 꺼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가기도 전에.
".......아."
사람이 한 명 늘었다. 미스미 에리카. 유우가의 여자친구. 유우가랑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 다가가려던 발걸음은 그 자리에 못박은 듯 우뚝 멈춰서선, 그냥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멍청하게 둘을 보고만 있었다. .....그치. 여자친구니까 챙기러 왔나보네. 아무 관계도 아닌 내가 괜히 참견하는 꼴이 될 뻔했잖아. 그렇게 자조하는 마음에 쐐기를 박듯, 웃고 있는 두 명의 얼굴이 보였다. 나와는 다르게.
"......"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새 미스미는 다른 곳으로 갔고, 유우가는 이쪽을 보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걸지만 대꾸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냥, 그냥.... .....모르겠다. 마음은 먹먹한데 머리는 새하얗게 돼서 뭘 어째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그냥 하염없이 걷다보면 좀 진정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벤치에 앉은 유우가를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쳐갔다. 그랬더니 이젠 따라온다. 이럴 때 정도는 그냥 냅두라고. 내가 아니라 여자친구 쪽으로 가란 말이야. 하지만 정말로 가면,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그냥 냅둬."
배고파? 졸려? 피곤해? 그렇게 물어오는 말에도 입을 꾹 닫고 그냥 걸었다. 그러다보면 어깨를 콱 붙잡힌다. 나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유우가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어깨를 잡아당겼다. 메이사의 몸이 휙 돌며 마주봤다. 아니, 나는 메이사를 봤지만 메이사는 나를 보지 않는다.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보려 열심인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깊은 한숨이 난다. 의도한 제스처는 아니었다. 그냥... 언제까지 애를 써야 내 마음을 알아줄지 모르겠어서 그렇다. 내가 메이사를 츠나지에 두고 도망친 건 맞다. 계속 함께 있자고 해놓고 그 약속을 깬 건 맞다. 근데, 그래도. 메이사가 도쿄까지 기어코 올라와서는... 난 메이사와 늘 함께 있었다. 내가 유기한 책임마저 지려고 온갖 미움을 받으면서도 내 집에 끼고 살았다. 좋아해달라고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모르겠다, 내가 뭘 바라는지. 메이사와의 관계가 너무 복잡다단해져서, 이젠 내가 뭘 바라고 이렇게 애를 쓰는지 한 단어로 말할 수가 없다. 그나마 비슷한 걸 하나 골라보자면, 그냥 웃어주면 좋겠다. 그 정도.
알아, 이렇게 메이사를 잡고 다그쳐봤자 역효과만 난다. 내가 이럴 때마다 메이사가 웃어준 적이라고는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난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잡지 않으면 메이사는 종종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바구니를 타고 황천으로 떠나버린 히코호아카리처럼.
"상관이 왜 없어." "난 네 담당이잖아, 신경 써야지."
자조를 담은 농담을 던진다. 웃어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이 쓰라려서 독한 농담만 나왔다. 우리의 복잡한 관계마저 조롱하는 질 나쁜 어른의 농담이.
종종 우리는 지금하고 비슷한 상황에 놓이곤 했다. 서로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내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면, 유우가는 항상 똑같이 말했다. 난 네 담당이라고. ....시니어까진 그랬지. 클래식 때 임시라는 글자도 붙었다가 떼었다가 하면서, 그 뒤로 쭉 그런 사이였지. 하지만 유우가가 나를 두고 중앙에 가면서 그 관계는 깨졌다고 생각했다. 그야 당연하지. 버리고 갔으니까. 내가 싫어서. 지긋지긋해서. ....말도 없이 두고 갔으니까.
그 뒤로 프리지아는 담당 트레이너가 없는 1인 팀으로 활동하다, 마지막 레이스에서 대차 11착이라는, 어떻게 보면 굉장한 기록을 남기고 해체했으니까. 이제 나한테는 담당 트레이너도, 팀도 부실도 전부 없다. 네가 날 버리고 갔으니까, 더이상 내 담당도 아니야.
그런데도 끈질기게 담당이라고 말해오는게 짜증이 났다. 오히려 뒤에 이어지는 질나쁜 농담정도야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로.
"뭐가 담당이야. 버리고 간 주제에."
그래서 조금 강한 어조로, 짜증을 담아 말하면서 어깨에 얹힌 손을 팍 쳐냈다.
"....필요없어."
다시 몸을 돌리고 무시한채로 걸어가려고 했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그냥 발 닿는 데까지 걷다가.. 어차피 1시간 뒤면 또 케이블카인지 뭔지 탄다고 가야하니까. 적당히 주변을 서성이고 말겠지. 어쩌면 조금 전의 일들을 지켜보던 말딸들에게 흥미진진한 눈으로 질문을 받으며 끌려갈지도 모르고. 그래, 지금 저기 옆에서 저렇게 보고있는 녀석들처럼 말이다. ...숨은 것 같지만 귀가 다 튀어나와 있다고 바보들아.
....떨어트린 물건은 수면유도제였다. 하필 저게 떨어져선. 어제 샀던 건 다 뺏겨서 오늘은 그냥 급한대로, 또 근처에서 하나만 샀는데. 그걸 또 어떻게 알아채고는 가까이 와서 대신 둘러대는 유우가를 보다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괜히 경치 구경이나 하는 척. 이쪽을 보는 유우가를 무시한 채로.
"......"
말딸이 들고 있던 수면유도제는 자연스럽게, 내 대신 나서서 대답한 유우가의 손에 들려있었다. 어쩔 수 없지. 저건 포기해야겠다. 순순히 줄 녀석도 아니고. 그냥 또 숙소 근처에서 하나 사면 되니까. 아깝긴 하지만 괜히 또 내놓으라고 실랑이하다 소리가 커지면 곤란할 뿐이다.
"...신경 꺼."
뭔 상관인데? 이제 담당도 뭣도 아니면서. 한껏 비아냥대고 싶은 말은 잘라서, 그냥 간단하게 신경 끄라는 걸로 바꿔서 내보낸다. 네 말마따나 외지에서 잠 못자고 뒤척이기 일쑤니까. 서너알 정도 집어삼키고 푹 자겠다는데 대체 뭔 상관인지. 시비조로 물어오는 건 또 뭐냐고. 어차피 상관도 없으면서. 맨날 그렇게 들쑤시고 괴롭게만 하면서, 도와주진 않고, 맨날, 맨날..... 짜증이 확 올라와서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잔뜩 헝클어지는 머리카락이 손에 얽힌다. 귀까지 잡아뜯을 것처럼, 그렇게 당겼다가 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
수면유도제. 포장을 유심히 보니 알코올과 다른 약과 복용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디펜히드라민염산염... 뭐라는 거야 이건. 쨌든, 명확한 건 메이사가 먹으면 안 된다는 것 뿐이다. 저 녀석은 인생에 물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술만 마셔제끼니까.
곽을 가볍게 흔들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나른히 듣다가, 그냥 메이사에게 던져줬다.
"줄게. 담배랑 바꾸자."
내 거를 내어준다는 양 말한다. 그야 내가 주웠으니까 내 거 맞지. 그리고서는 메이사의 뒷주머니에서 자연스레 새 담배갑을 빼갔다. 어제부터 무척 당겼거든.
"나 불 좀... 아니다. 라이터째로 줘."
질린다는 얼굴의 메이사에게서 멋대로 또 가져간다. 건네주지 않아도 주머니에서 잘 빼갔다. 원래 뻔뻔하게 요구하는 건 내 장기였는데 몰랐나. 전망대에서 일본 3대 절경을 보면서 한 대 물고 있으려니 극락이다.
"맘대로 해. 그거 다 먹든 말든. 어차피 오늘로 여행도 마지막이니까."
센 거 피네. 전자담배로 축이던 몸에 제대로 된 니코틴 펀치가 꽂혔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진한 독성에 머리가 핑 돈다. 몸을 전망대 울타리에 기대놓고선 쭉쭉 빨았다. 담배는 금세 닳았다. 그리고 또 한 대... 아니다. 세 개피를 슥슥 뽑아서 한꺼번에 물었다. 전력질주한 사람이 물이라도 마시듯 벌컥벌컥 불을 붙이고 빨았다. 속이 뜨끈하다 못해 뜨거워지면서 욱 하는 구토감이 올라온다. 오랜만에 확 들어와서 그렇다. 마취라도 한 거처럼 푹 퍼지는 몸을 기대고서 세 개피도 금방 태워버렸다.
오버도즈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난 이만큼도 벌써 어지러워서 못하겠는데. 생각하면서도 니코틴 하이로 덜덜 떨리는 손이 또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물었다.
다시 불을 붙이니까 다리에 스르르 힘이 풀려서, 울타리에서 주륵 흘러내려 앉은 채로 담배를 폈다.
"...나도 맘대로 할 거야. 냅둬."
메이사 발치에 앉은 채로 보란 듯이 오버도즈 하고 있는 건... 글쎄, 그냥 전략 변경이었다. 네가 뭘 하고 있는지 보라고.
어이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 예전에 담당또레나와 말딸 사이였고 같은 호텔방에서 나왔고 서로의 잠버릇을 알고 있으며 싸우다가 사이좋다가 이젠 또레나를 걷어참 (new!)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아 웃겨요 아행복해 멧쨔wwwwwwwwwwww어이wwwwwwwwwwwwwwwwwwwwwww
선심이라도 쓰듯 담배랑 바꿔주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뭐래는 거야 그것도 원래 내 거라고. 준다는 말도 안 했는데 자연스럽게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빼간다. 좀도둑이냐 너는. 라이터도 빌려달랬다가 그냥 달라고 말을 바꾸고 자연스레 가져간다. 질린다는 표정을 감추지도 않고 그냥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멀뚱히 보고 있자니 그새 한 개피를 다 피웠다. 빨리도 빤다. ....어쩐지 옛날 생각이 났다. 유우가가 아직 연초를 피우던 때.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내가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잠시 추억에 잠기는 것도 잠시, 향수에 젖을 틈도 주지 않고 유우가는 기행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 개피를 한번에 물고 뻑뻑 피워대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뭔.... 미친 건가?
"아니, 너..!!! 미쳤어!?"
벌떡 일어서서, 그새 또 세 개피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는 유우가의 팔을 잡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하지 못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왜 내 앞에서 갑자기 이렇게 담배를 세 개피씩 뻑뻑 피워대는 건지, 유우가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내가 하던 짓과 닮아 있으니까. 있는 대로 약을 집어먹고, 술로 넘겨서 몽롱한 채로 쓰러져있는.......
".........그만해..."
찔린다. 하지만 그만큼 울컥하기도 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날 그렇게 망쳐놓고 이제와선 그러지 말라고 똑같은 짓이나 하고 있고.... 말리려고 내민 손을 그저 꽉 쥐었다.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그러다가 그냥, 또 담배를 꺼내려는 유우가를 그대로 걷어찼다.
"그만하라고 진짜!!!!!"
나뒹구는 유우가. 손에 쥐고 있던 담배갑은 떨어져서 남은 담배들을 땅에 뱉어내고 있었다. 피우지 못하게 발로 잘근잘근 밟아댄 후에 울컥한 감정을 큰 소리로 뱉어낸다. 전망대 안의 모든 시선들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젠장. 나지막하게 욕을 뱉으면서 나는 그대로 혼자 케이블카 탑승구 쪽으로 향했다. 조금 이르게, 다른 말딸들과 인솔교사들을 놔두고 먼저 버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한 일이야, 뻔하지 뭐. 좌석에 앉자마자 가차없이 약 포장을 뜯고 수면유도제를... ....조금 망설이다가 한 알만 꺼내 삼킨다. 아쉽게도 맥주는 없고, 대신 미지근해진 생수로 넘겼다. .....하나 정도로는 약빨도 제대로 안 도는데. 그런 불평 대신 한숨을 흘리면서. 천천히 찾아오는 나른함에 눈을 감았다. 최악이다 진짜.
울타리에 기대 앉은 채로 담배를 뻑뻑 피운다. 어질어질한 감각 너머로 메이사가 미쳤냐고, 그만하라고 뭐라 하는 게 들리는데 그만 둘 수가 없다. 알지 않나, 이미 시동을 걸어버리면은 주체가 안 되는 거. 몇 개피나 피웠을까, 오한처럼 떨리는 손으로 다시 새 담배를 꺼내려 할 때였다.
퍽, 하고 팔뚝이 걷어차였다. 들고 있던 담배가 떨어지고 곽도 바닥에 나뒹굴었다. 당연히 나도 바닥에 쿵 쓰러졌고. 핑핑 돌아서 못 일어나겠다... 돌아간 시야에서 메뚜기 짓이기듯 담배를 꾹꾹 밟고는 멀어져가는 메이사가 보였다.
...그냥 이대로 누워있을까. 나 몇 번째 걷어차인 거지? 이번주만 3번짼가... 하는 허탈감에 젖어있다보면 눈치를 보던 말딸들이 다가온다.
- 몬다이... 그러니까 메이사 또레나 꼬리를 왜 만져서. - 일어날 수 있어요 쌤? "아니..." - 그럼 선생님은 여기 살아요, 우린 갈 거야. "일으켜세워주는 패턴 아니냐 여기선?!"
그렇게 몸을 팍 일으켜세웠더니 니코틴 멀미가 훅하고 온다. 우욱... 하는 나를 어쩔 수 없이 부축해주는 녀석들. 츠나지 D반에 비해서는 확실히 착하다. 근데 꼬리? 내가 메이사 꼬리를 만졌던가? 아니 종종 만지긴 하지만...
아 몰라. 토나와.
그렇게 새파래진 얼굴로 버스에 뉘여졌고, 무슨 정신으로 인솔했는지도 모르고 기차에 몸을 실었더니 어느새 저녁의 도쿄역이었다. 내 손에는 캐리어와 더플백까지 야무지게 들려있었고. 오토파일럿 굉장해. OD가 나보다 유능한 거 아닌가.
"...그래, 다들 수학여행 수고했고 주말동안 푹 쉬어라. 월요일날 보자."
"가자 메이사."
여전히 말도 없이 서먹한 메이사를 내려다보며 말을 건넸다. 수학여행에서 얼마나 싸웠든 간에 어쨌든 가족이고, 같이 사는 식구니까. 너도 나 따라 와야지 어쩌겠나.
"가서 좀 쉬고, 내일은 병원이나 가야겠다. 밥은 가면서 뭐라도 사먹자." "아, 그리고..." "수학여행동안 수고 많았어."
푹 수그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머리에 손을 턱 얹고는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흐음..."
미스미 에리카는 곱씹었다.
- 그래서 몬다이가 메이사 또레나의 꼬리를 엣치치하게 만져서 걷어차인... 합. - 우와아 그 선생님 의외로 엣치치~ 근데 어울ㄹ...합.
복도에서 떠들던 우마무스메들이 미스미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 때마다, 신경에 거슬린다고 생각하면서 손을 더욱 백의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곱씹게 된다. 전망대에서 답지 않게 연초를 잔뜩 피워대던 가짜 연인의 모습을. 자기한테는 '너'라는 도쿄 말씨도 어색해하면서 부사수한테는 걱정을 잔뜩 한다는 눈으로 내려다보던 얼굴을. 사람이 뻔히 앞에 있는데 딴 생각하는 게 역력한 눈이나, 그 눈이 기어코 어깨 너머의 자그마한 우마무스메에 닿았을 때 변한 표정을.
미스미 에리카에겐 사랑이 없지만, 그건 누가 봐도 세간이 말하는...
- 근데 내가 물어봤는데, 몬다이가 메이쨔 또레나였대!
찔러넣었던 손을 뺄 즈음엔, 그 중지에 있던 반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막레느낌으로 드렸습니다 히히... 이번 일상은 진짜 길었네요 😏 놀아주셔서 진짜 즐거웠습니다... 이거로 이제 밥 세끼는 뚝딱이에요 🤤)
......멧쨔 위험한 생각이 났지만 이건 저 혼자 보도록 할게요....🫠 상어는 무서워잇... 히히히.. 집에 갈 때까지 계속 멍청한 표정일 것 같은데요 뭔가🤭 집에 도착해서 멧버지랑 프로키온씨가 잘 다녀왔니 메이사😌하고 물어보면 🙀 ...먼가... 유우가랑 같이 온천 들어갔다가(여기서 멧버지 뒷목잡음) 🙀 유우가한테 뭔가로 맞았는데 뭘로 맞은 건지 잘 모르겠어(멧버지 전기톱 찾으러 감) 하고 말해버리는 4컷 만화를 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