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메아리가 한동안 광장을 울리고. 푸드덕!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 새들이 대뜸 사내들을 향해 달려들듯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수많은 날개 사이로 새들이 사내들을 쪼아 대거나 할퀴는 모습이 간혹 드러났다가 금방 다시 가리워졌다. 이, 이, 이게 뭐야! 당황한 사내들의 목소리는 수십 마리 횃소리에 손쉽게 묻혀 버렸다. 어떻게든 새들을 쫓아내려 사내들이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많다. 끄아악! 찢어지는 비명.
무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이, 있는 거지?
일련의 광경을 목격한 소녀는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다. 마치, 도와달란 소리에 반응이라도 한 것처럼.. 혼란스러운 얼굴로 목 안쪽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그 어디께를 바깥에서 더듬는다. 한참 이어진 날갯짓은 사내들이 각자 손에 쥐었던 날붙이며 몽둥이 따위를 떨그렁, 떨어뜨리고 줄행랑을 친 후에야 겨우 멎었다. 일을 마친 새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광장 곳곳으로 흩어져 땅에 떨어진 곡식낱알 따위를 쪼아댔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사.... 사.. 사, 살았다⋯"
제일 먼저 확인한 건 당연하게도 소년의 안위다. 여전히 딱딱히 굳어있는 걸 제외하면.. 잘못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나니 다리에 힘이 탁 풀려서 엎어지듯이 털썩 주저앉았는데, 아이쿠, 하필이면 바로 근처에 사내 중 하나가 떨어뜨린, 날 선 쇠붙이가 있을 건 또 무언가.
"⋯꺄아악⋯⋯"
흙바닥 짚은 두 손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손 잘못 짚었다가 닿기라도 할까 괜히 식겁해선 엉덩이 걸음으로 황급히 물러난다. 어린아이에게 들이대기엔 너무.. 날 선 조각이다. 게다가, 자, 자, 잘못됐으면 나, 나나 나도, 삽시간에 시퍼렇게 질리는 안색이 선명하게도 보인다. 이, 이이, 이, 이젠 무리에요〰〰, 진정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는 와중에 다가온 비둘기 한 마리가 가볍게 손 끝을 콕콕 쪼아 대더니..
[괜찮아졌어?]
말을 건다. 또, 또 동물이 말을 한다.
"...〰〰〰〰!!!"
새, 새새새가 또 말, 말을, 말을, 지 지금 들었, 경악한 얼굴로 이르기라도 하듯이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도 새의 목소리가 들렸을까? 저만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작은 희망을 품지만.. 소년의 귀엔 비둘기의 작은 울음소리만 구구, 들렸을 뿐이겠지.
어색한 악수를 어찌어찌 잘 끝내고 나자, 손님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마, 많이 어색했나? 괜히 의기소침한 맘에 잠겨 긴장감에 땀 배어난 손바닥을 앞치마에 묻었다.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였나 봐⋯ 으, 으으, 연신 발 끝만 더듬는 소심한 시선.
종족!
사람에게 종족이란 말을 붙이는 건 아직도 낯설었지만, 이 세계에서 생활하려면 얼른 익숙해져야 한단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들을 때마다 아직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 처음 세계에 떨어졌을 때 보았던 온갖 생김새의 사람들을 떠올린다. 동물 귀, 동물 꼬리, 이상한 모양의 물건 머리. 비록 테시어 씬 그런 사람들보단 좀 더 자신이 아는 '인간' 모습에 가깝기는 하지만, 막상 다른 종족이란 말을 들으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 그렇군요⋯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해 보아도, 긴장감에 무의식적으로 앞치마 끝자락이며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는 버릇은 차마 숨기지 못 하고.
"그, 그, 그치만 처음 본 부, 분한테 제가, 어떻게 편하게..."
우물쭈물. 맞잡아 깍지 낀 손가락을 옴직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뒤따르는 사소한 중얼거림은 덤이다. 하, 하, 하지만 테시어 씬 저보다 훨씬, 어, 어어, 어른같아 보, 보이고... 어린 사, 사, 사람이 어른 이름을 함, 부로 부르는 건 버, 버버 버릇없는짓 아닌지... 혼잣말같은 중얼거림은 점점 기어들어가더니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것 같은 속삭임으로 변했다. 그 속삭임마저 희미해져 들리지 않게 될 즈음에, 바닥을 기던 시선이 아주 잠간 힐끔, 당신을 향했다. 눈이 마주쳤을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다.
"떨어진 사, 람이... 한둘이 아, 아닌 건가요..?"
그, 그러면 말씀하셨던 일행, 들도...? 조심스러운 물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니, ...이건 어쩌면..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닐까? 저 혼자 뚝 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얻었다가, 뒤따르는 생각에 문득 불안해졌다.
너와 처음 만났던 나무 아래. 윈터는 라크가 제게 덮어주었던 외투를 만지작거렸어.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올려다봐. 옷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겠지.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을 상정하며 마음을 놓아.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해는 이미 저물었는데. 어디 가서 죽기라도 한 걸까. 윈터는 남몰래 라크의 외투를 끌어안고 냄새를 킁킁 맡고 있었어. 그런데 쫑긋 솟은 귀가 까닥까닥.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밝게 빛나는 알비노 다람쥐. 라크였어. 그의 인영을 눈에 담자마자 끌어안았던 외투를 휙 던져버려. 그러고는 풀밭에 그대로 드러누워 제 무릎을 끌어안고 자는 척을 했어.
들키지 않았겠지...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연기하면서,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예쁘다는 말을 똑똑히 들었지만 입을 꾹 다물고 좋아하는 기색을 참아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려버려.
이거 내가 만든 거야, 진짜로? 권능이 다시 생긴 걸까, 그치만 여기로 떨어지기 전까진 정말 없었는데. 혹시 추락하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소녀는 불현듯 어떤 것을 느꼈다. 몸이 축 처지고 기운이 쭈욱 빠져나가는 듯한...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이걸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소녀는 피곤에 절은 낯을 한 채, 무심코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내었다... 그냥 하품 한 번 했다는 얘기다.
"에?"
나 방금 뭐 한 거야? 하품까지 해놓고서 어리둥절한 표정 짓는 소녀. 그 와중 검은 옷의 존재는 어디선가 종이와 펜 꺼내 글씨를 썼는데, 주변이 어두워서 무어라 적혀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이럴 때가 아니다. "...아!" 소녀는 퍼뜩 정신 차리고서 라이터를 집어들었다. 게임에서 보면 이걸 이렇게 하던데... 잠시간 라이터를 붙잡고 끙끙대던 소녀는 결국 불 피우는 것에 성공했다. 은은한 불빛에 주변이 조금이나마 밝아진다. 그제서야 종이에 휘갈겨진 글이 눈에 들어왔다. '대단하다'!
"...헤헤."
불 켜진 라이터를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마냥 쥔 채, 소녀는 말간 낯으로 히죽댔다. 비록 스스로도 놀랐긴 했지만 이는 분명한 자신의 권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