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약속이 생긴 이상 별달리 갈 곳도 없었던 그는 지정했던 위치에서 가만히 대기하고만 있었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집합한 사람의 수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 3명. 여관에 들어서자 더욱 북적이게 늘어난 주변의 머릿수에 경황이 없어져, 그는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심경을 가다듬었을 즈음엔 모두가 잠든 이후의 새벽이 되어 있었다. 들리는 것이라곤 규칙적으로 들락거리는 작은 숨소리, 때로 뒤척거리며 나는 미미한 소음 뿐. 그제야 마음이 확연히 편해졌다. 그도 적당히 눈치를 보아 가만 누워 부동은 해 보았지만─ 당연하게도 잠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적막과 무엇도 없던 황무지를 걷던 때를 떠올려 보자면 이 정도 시간은 그리 괴롭지도 않은지라. 다시금 해가 뜨고 모두가 눈을 뜰 때까지 그는 이 잔잔한 시간을 감심할 생각이었다. 무거운 야음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쩌렁쩌렁한 외침 뒤에는 그를 나무라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 들리다 그쳤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무언가 분주하게 서성거리는 인기척은 계속되었다. ……왜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않고 있지? 호기심이 동한 그는 방을 나왔다. 그라고 해서 어둠 속을 잘 꿰뚫어보는 재주는 없었지만, 청각만은 제법 예민했기에 어렵잖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로 향하는 사이에도 인기척은 쉴 새 없이 본인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바닥에서.
그는 인기척 곁의 바닥에 조용히 앉아, 그 누군가의 어깨 즈음을 톡톡 건드리려 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는 현재 목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을 입어 어둠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으며, 소리를 내지 못해 말을 할 수 없고, 오랜 단독 생활로 인해 이런 상황에 제대로 기척을 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놀란다는 사실조차도 잊은 상황이었다.
주변은 촛불 따위도 켜지 않아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다. 소녀는 바닥에 드러누워선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말똥말똥한 눈을 데굴 굴리며 천장 대들보 갯수를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목소리까지 내면서 셀 필요는 없었지만 아무튼...
"흐갸악!"
그리고 돌연 어깨로 전해져오는 감촉에, 소녀는 드러누운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른다. 개구리 뜀뛰는 것 마냥. 이번엔 진짜 놀랐다. 라클레시아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을 때보다도 더 놀랐다. 정체 모를 뭔가가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데, 놀라지 않을 자 없다! 펄쩍 뛰어오른 뒤 그대로 땅에 발 딛고 선 소녀는, 제 몸을 감싸안으며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그러다 시야에 들어온... 하얀 무언가.
"뭐, 뭐야!"
소녀는 당장에 기겁하며 소리 지른다. 자세히 보니 그건 사람 머리였는데, 몸도 없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냥 옷이 시꺼매서 보이지 않은 것 뿐이다.)
"...머리귀신이다!!"
다시금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나온다. 그리고서 당장에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했...는데.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도망도 못 친다는 게 이런 건가?! 소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선 차마 움직이지 못한다. 울상 짓던 소녀의 표정이 점차 공포로 물들어간다.
"...으힉...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란 게... 신인 주제에 같은 신 자 들어가는 귀신은 왜 그리 무서워하는 건지.
그렇게 입장한 지하수로 안 쪽은... 일단 냄새가 났다 전형적인 물이끼의 피부에 들러붙어 오는듯한 눅눅한 냄새였다 터널처럼 뚫린 공간의 수로로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물이 흐르는 소리에 섞여서 저벅거리는 발걸음은 이리저리 튀며 울렸다 천장에서 새어들어오는 달빛은 조명이 할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는데 그 덕인지, 들어와선 안 되는 곳에 들어와버린 것도 같은 기분이 물씬 났다 그리고 또... 아무튼 냄새가 났다
"이걸로 공범이네."
여자는 고개를 돌려 뒤에 따라오고 있을 메구무를 곁눈질 하며 슬쩍 그렇게 말한다 당혹스럽다는 듯 묻는 말에도 '비-밀' 이라며 얼버무리고는 앞만 보며 걸을 뿐 마치 그의 불안감을 일찍이 눈치채고서는 거기에 기름을 붓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여자의 발걸음은 한 없이 가벼우니, 더욱 그럴 것이다
"으음, 꼭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러면서, 건네어져 오는 물음에 짧은 시간 생각하던 여자는 무슨 근거인지 자신만만히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름의 요령이라도 있는 것일까
"메구무쨩이 방 얻어주면 노숙 금방 그만 둘 수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농인지 진인지 모를 한 마디도 붙어서 따라온다
얼마 걷지 않아서 벽 한복판에 나있는 코너를 돈다 그러면 마침 아늑하게 하루 정도 드러누워 자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 둘 앞에 타났다 원래는 안 쓰이는 자재같은 걸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는 공간 같았으나 습기 가득한 공간에 굳이 보관해야 할 이유 있는 물건은 없을 것이다 즉, 잉여 공간이다
커다란 비명소리에 그도 덩달아 소스라치게 놀랐다. 헉, 작은 숨 새었지만 비명소리에 묻혀 들리지는 않았을 테다. 몇 초쯤 지난 뒤가 되어서야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았다. 아, 그랬지. 어두운 곳이라 보이지 않았겠구나. 그도 갑작스레 몸을 잡히면 놀라곤 하는 처지라 상대의 심정이 어떨지도 짐작이 되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불쑥 다가가려다 상황을 깨닫고 멈추었다. 아, 옷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구나…….
“…….”
미안한 마음은 커져 가건만 당장 닥친 문제가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아니라 말하는 것만으로도 어찌 설득을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지금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 해서 무턱대고 접근했다간 더 놀랄 것만 같고. 우선은 불을 켜야 무어라 말이라도 전할 수 있을 듯싶다. 불을 켤 만한 도구를 찾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쿵!
마음이 급해 벌떡 일어나려다 그만 뒤편에 놓인 테이블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자질구레한 물건들도 덩달아 넘어지고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들을 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을 꼽자면,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서는 떨어지는 물건들을 주우며 허둥거리는 귀신은 아마 없을 거라는 점 아닐까? ……소녀도 부디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창황히 이곳저곳을 오가던 붕대 감은 손길이 문득 멈추었다. 그는 물건을 줍다가, 상대방의 눈치를 보다가, 무언갈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목 끝까지 덮인 옷자락을 조금 끌어당겨 내렸다. 둘레를 따라 이곳저곳 파이고 긁힌 상처 자국 있는 목이 드러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냄새가 난다. 지극히 당연하다. 여긴 지하수로니까. 눅눅하고, 습하고, 아무튼 뭐. 하룻밤 묵는 건 괜찮은데 쭉 지내는 건 이쪽에서 거부하고 싶다.
"윽..."
공범... 이러다 다음날엔 진짜 유치장에서 하룻밤 신세 지게 생겼네. 곤란하다는 얼굴로 저벅저벅 걷던 메구무는 코우의 말에 '뭔가 비전이라도 있나?'라고 생각하다가, "메구무쨩이 방 잡아주면—"라는 말이 이어지자 힘이 탁 풀린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말했다.
"미안타. 약이 하나도 안 팔리ㄱ... 아니, 내가 미안할게 아이제. 마, 니 방은 니 스스로 잡아라."
「그래놓곤 쫌 벌리면 저 가시나 몫까지 잡을거면서.」 아이리가 정곡을 쿡 찌르는 말을 하자 메구무는 피곤해서 반박할 힘도 없다는 듯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싸물어라..." 마침 코우가 하룻밤 지내기 적절한 공간을 발견하자 그녀의 안목이 꽤 괜찮다는 생각과, '아무래도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쥐새끼나 악어는 귀여운 수준이지...'
요괴 때려잡다 왔는데 악어가 뭔 대수라고. 그렇게 속으로만 퉁명스럽게 중얼이던 메구무는 털썩 앉더니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이 아이리를 품에 끌어앉았다.
"베게로 쓸만한 건 없다. 하오리라도 잘 접으믄 되긴 할텐데. 그건 이불로 써야할테니깐..."
아쉽게도 메구무의 가방은 각진데다 목재로 만들어져 많이 딱딱했다. 그는 벽에 기대에 눈을 감았다. 추락한지 하루째.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앉자마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와장창! 한 차례 소란이 일었다. 옴짝달싹도 못하던 소녀는 울상 지으면서도 귀신(?)이 테이블에 머리 박는 꼴 똑똑히 보았고. ...귀신 맞아? 테이블에 머리 박은 것도 그렇고, 잔뜩 당황해선 둥둥 떠있는 머리를 허둥대는 것도 그렇고... 이윽고 귀신이 제 목 아래를 매만진다. 그러더니 상처투성이인 목이 뿅! 하고 나타나는데...
"히익."
여기저기 새겨진 흉터며 자국이 섬뜩해서, 소녀는 다시 숨 들이키는 소리 낸다. ...잠깐만, 몸이 없는 게 아니었잖아? 머리만 둥둥 떠있다고 착각한 건 옷이 온통 검은색이라 그랬던 거고, 마침 주변은 불도 켜지지 않아 어둑어둑했고. 그러니까 애먼 사람을 귀신으로 몰았다는 말이다. 밀려오는 창피함에, 소녀는 발가락만 꼼지락댄다. 방금 전 잔뜩 겁먹고 울먹이며 내뱉었던 말들이 부끄러워서.
"귀, 귀신 아니었구나... 미안..."
눈 앞의 존재를 사람이라 인지하니 그제서야 형상 또렷하게 보인다. 얼굴이며 인상이며 하는 것도 눈에 들어오고. 그는 어딘지 낯익은 자였는데, 길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라클레시아의 일행이 데려왔던 사람이었으니까.
"아까 봤던 사람, 맞지...?"
머뭇대며 물어본다. 그런 뒤, 소녀는 물건을 줍고 있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 자신도 황급히 상체 숙이고 거들기 시작했다.
해질녘이 지나고 밤으로 향해가는 시간이 다 되어서야 여관에서 나왔다. 오늘 하루종일 상당히 바빴기에 몸은 상당히 피곤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그곳에 있을때는 이런 경험 같은 것은 전혀 하지를 못했으니까 새로운 기억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불쑥하고 튀어나오는 기억들은 좋은 것들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처음 윈터를 만난 나무 그늘로 향한 나는 마침 그곳에 서있는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늘 몇번이고 여기에 왔지만 엇갈렸는지 보지 못한 그 사람.
" 윈터! "
오랜만에 보는 것도 아니고 아닌데도 왜이리 반가운지 나는 발걸음을 빨리하여 그녀에게 다가갔다. 외투는 여전히 바닥에 놓여있었기에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그것을 줏어 입으면서 윈터를 바라보았다. 빨려들어만 갈 것 같은 분홍색 눈동자, 여전히 인상적이다.
" 여기 몇번 왔었는데 엇갈렸나보네요. 그래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
이대로 가버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냥 말없이 가버리는 것도 그녀의 선택이니 존중해줄 수 있지만 왜인지 아쉬워서. 근데 분명 구속복을 입고 있던 윈터는 어느새 옷을 바꿔입고 있었다. 어디 옷가게라도 가서 바꿔 입은걸까. 나랑 같이 갔을때는 그냥 수선만 했던것 같은데 갑자기 변덕이라도 부렸나보다.
" 옷 잘 어울리네요. 예뻐요. "
살짝 웃으며 얘기한 나는 옷의 어깨부분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옷이 그렇게 생긴건가 했는데 올이 빠져있고 끝부분이 단정하지 않은 것을 보면 찢어진 것이 분명해보였다. 어디 긁힌건가 싶어 나는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반사적인 반응에 가깝다시피 기어코 자신쪽에서 사과를했다가 급하게 정신을 차리는 메구무 여자는 거의 넘어갈 뻔한 그를 보며 소리내어 가볍게 웃었다
"후후. 응, 그래."
여자는 자리를 잡아 다리를 모아 앉고, 메구무 또한 벽에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았다 벽은 서늘해서 몸의 열을 식혀주고, 천장에서는 늦은 밤에도 분주히 움직이는 발걸음이 작은 소음을 형성하고 있었다 곧, 그마저도 곧 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밤을 보내려 쫓겨난듯이 누추한 곳에 와버린 것치고는 의외로 잠을 자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결국은 여자의 말대로 '괜찮은 곳'인 셈이었다
얼굴 곁으로 무언가 떨어지기에 반사적으로 잡아채었다. 쇠로 된 투박한 형상의 촛대가 아슬아슬하게 손끝에 걸렸다. 떨어지기 전에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미 소란은 꽤 피울 대로 피웠다 생각은 하지만, 쇳덩어리 떨그렁거리는 소리까지 더해졌다면…… 그는 조금 전 들렸던 여관 주인장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부디 그 사람이 깨지 않았길 바라야겠다.
필사의 설득이 어찌 통한 모양이다! 상대도 간신히 진정한 듯했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에 천천히,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도록 크게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소리도 없이 으슥하게 나타난 건 제 쪽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한다. 어둠에 빛 죽은 와중에도 선명한 빛깔의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도 일행으로 새로 합류했다고 했지. 그는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싱긋 웃었다. 그 뒤로는 한동안 물건을 집느라 말이 없었으리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이기도 했고.
촛대를 찾았지만 초는 없었다. 처음에는 잘 꽂혀 있었던 물건이 떨어지는 도중 뚝 부러져버려 밑동만 남아 버린 것이다. 주변을 몇 번 더듬자 길쭉하고 허연 물건이 손에 잡혔다. 이제 불을 켤 만한 도구만 찾으면 될 텐데……. 잠깐. 여기에서는 불을 어떻게 피우지? 가장 중요한 문제를 간과해 버리고 말았다. 머릿속에 늘 쓰곤 했던 이런저런 도구들이 훌쩍 지나가지만, 여기에도 그것과 같은 구조의 물건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문제 외에도 이곳에는 오늘 처음 들른 참이라 아직 어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 그는 붕대 감긴 손으로 제 턱을 가만 문지르다……. 알레프의 앞에 초를 들어 보이고는 슬며시 심지를 가리켰다.
혹시… 이거 켜 줄 수 있냐고…….
살아 온 세월이 반드시 연륜과 지혜를 동반하지는 않는다고, 한밤중의 말썽꾼들이 이를 손수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