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난생처음 보는 세계에 두리번 두리번 살피며 길목을 걷는 코우 해는 이미 진지 오래라서, 어둠 속에서 여자가 눈을 도륵도륵 굴리면 붉은 도깨비불 한 쌍이 둥실 떠오르는 것도 같다 그 눈이 무언가를 찾는 것 같기도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딱히 자신히 바래서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언제는 선택권이 많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지라
그렇지만, 두 다리만 있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아무렴 제대로 붙어있기만 한다면 여자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일없이 걷고있으니 정면에 불쑥 어떤 낯선 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아직 오지의 흔적이 묻은 천옷, 눌러 쓴 삿갓에 그 아래로는 오해받기 쉬워보이는 눈매 여자에겐 그런 것이 모두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칼을 세 개나 든 남자다!"
마치 선봉대의 깃발처럼 몸 이곳저곳에 꽃혀 있는 긴 칼, 중간 칼, 짧은 칼 코우는 그런 것들을 깜빡깜빡 응시하다가 이내는 입을 벌려서 '헤-' 하고서는 다짜고짜 감탄을 흘리더니 그렇게 말했다 방금 물어 온 그의 발품 영업따위는 이미 안중 뒷전이라는 듯이- ...아니, 이 경우에는 빠르게 잊혀진 것 같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그 순간에 아주 순식간인 사이에
그런 것보다는 자신쪽에서 우선 용무가 있는지 여자는 손바닥을 서로 마주쳐 합장을 하고, 고개를 기울이고서는 대뜸- 멍하니 서있을 그에게 지리멸렬한 물음을 건네어온다
미하엘은 재잘거리던 입을 잠시 다물었다. 어떤 곳인지 떠올리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눈치도 아니다. 이내 미하엘이 다시 입을 열고 방금까지처럼 가벼운 투로 말했다.
“그건 비밀로 할게. 스포일러는 재미 없잖아? 네가 언제 그 세계에 추락할지도 모르고? 그래도 다른 건 얘기해줄 수 있어. 이 세계는—.”
미하엘이 걸음을 늦추며 네 옆에 서더니 속삭이는 것처럼 목소리 낮춰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매우 친절해.”
그다지 중요한 얘기도 아니건만 분위기를 잡았다. 하하하, 미하엘이 가볍게 웃었다.
“근데 정말이야. 그 외로는······, 중앙 접근이 불가하다? 자세한 건 직접 알아 봐. 난 별로 관심 없어서 대충 휴식하고만 있었거든. 그리고 조건은 나도 몰라. 이런 기이한 현상에 어떤 조건이 있겠어?”
애초에 어떠한 조건 등이 충족되어 세계에 추락하는 거라면, 추락자가 아니라 이방인, 혹은 방문자 따위의 호칭으로 불려야 할 터였다. 네 질문은 예리하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미하엘은 추락의 조건은 알지 못했고, 아마 그건 미하엘이 아니라 다른 추락자들도 모르는 내용이리라.
가만히 네 혼잣말에 가까운 말과 제가 한 말의 반응을 듣던 미하엘이 짐짓 흥미로운 눈을 했다.
“어쩐지 반응이 좀 묘하다 했어. 눈이 안 보이는구나? 선천적인 거? 아니면 후천적?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호기심에 기인한 질문에 악의는 없다. 아마 네가 농담조로 한 말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슬쩍 빠져나갈 말을 덧붙이며 미하엘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불타는 도시라······. 아델라이데는 평온하기를 바라는 거야?”
아까 방랑이라고 했던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흐르듯이 지나가며 언제라도 부수고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얕은 관계를 쌓는 것. 왠지 네게서 그런 느낌이 들었더랬다.
코피가 나더라도 코가 아프진 않잖아. 누구한테 코를 맞아서 난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리고 눈에서 피가 나는 것도 드물겠지만 마찬가지로 통증이 없어. 왜냐면 통각이 없으니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라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네가 오지랖이었네."
글쎄, 윈터가 소년을 도와준 것도 오지랖이었지만. 윈터는 저 사람들도 괜찮냐는 물음의 글에 손톱으로 뺨을 긁적일 뿐이었어.
"아마 괜찮을걸? 살짝 긁힌 것뿐이니까."
손에 들고 있었을 살의 행방을 찾으면, 어디로 향했는지 퍼뜩 깨달아. 누구 가랑이 사이로 휙 던져버렸었지.
"쟤는 괜찮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뭐... 자업자득이야."
윈터는 죽이진 않았잖아.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놓고서, 더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얼른 가자고 소년의 손목을 잡아끌려 했어.
여자가 번뜩- 남자를 삿대질하며 불현듯 외쳤다 정확히는, 눈 앞의 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의 손 끝이 향하는 곳은 그보다 조금 너머의... 기다란 칼
"내가 그렇게 특이해? 조금 별난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고개를 기울이며 흐음, 소리를 내는 코우 기다란 대태도의 목소리는 동행자인 그 밖에는 들을 수 없는 것이라지만 이 초면인 여자는 어째서 그것에 대해 아는 체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낯선 사내 역시도 왜인지 여자의 사정에 대해 아는 체 오는 것이길래 여자는 입을 동그랗게 말고 수다떨듯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응, 맞아. 들어봐? 아까 엄청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걷다보니 왠지 하늘에서 떨어져서, 그런데 왠지 모르는 곳이라서 그리고 또 걷다보니 어느새 이런 곳까지 와버렸어."
생각해보면 오늘은 하루종일 걷기만 했고 그다지 베어낸 사람도 전혀 없다 그런 것치고서는 이 몸이나 치마와리는 아직 잠잠했다
"나 역시 죽은걸까? 꺄아."
조합해 본 정보로 그럴듯한 결론을 추측해내고는 양 뺨에 손을 갖다대며 비명 아닌 비명을 질러보는 여자였다
메구무는 여성의 삿대질과 말에 눈을 부릅뜨며 뒤로 물러났다. 아이리가 하는 말은 나밖에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눈 앞의 여성은 아이리의 말이 들린다는 듯 행동한다. 요괴인가? 아니면...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여성에게 물었다.
"니, 대체 뭐고? 인간이가? 아니면..."
긴장감이 메구무의 몸을 지배했다.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태세였다. 여성이 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느라 그녀의 수다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메구무는 여성의 피처럼 붉은 눈을 보며 경계심을 곤두세우다가, 손에 들린 검을 보고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보통 검이 아님을 짐작했다.
"디졌으면 내랑 만났겠나? 근데 니도 보통내기는 아닌갑네? 근데 내는 짐 잘 곳을 찾고 있어가, 사고쳐서 쫒기긴 싫다. 그러니..."
마경. 분명 로시테아라는 이름의 늑대 수인도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럴 확률은 극히 낮겠지만, 어쩌면 로시테아와 아델라이데는 같은 세계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물론 그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으음. 나한테 갚을 필요 없어. 차라리 너처럼 첫 추락인 추락자를 만나면 도와주는 걸로 하자.”
인연이란 건 원래 그렇게 이어져 나가는 거라며 미하엘이 작게 웃었다. 긴장이 풀린 듯 네가 흥얼거리면, 미하엘은 잠시 귀를 기울인다. 처음 듣는 음의 노랫말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방랑자에게 어울릴 법한 노래였다.
“완전히 안 보이는 건 아니라는 소리네.”
제게로 향하는 시선에 미하엘의 시선도 네게로 향한다. 옅은 웃음소리를 잇는다. 도시가 가까워졌다. 그새 어둠이 더욱 내려와 깊은 시간이 되었지만, 도시 곳곳에는 횃불 같은 광원이 있어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 마음가짐 마음에 들어. 하지만 생각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아마도?”
그렇게 말한 미하엘은 도시에 거의 다 도착했다며 네 손을 잡고 이끌었다. 서쪽 관문 양 옆에 선 경비원들이 미하엘과 너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 그들 대부분은 관문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한들 늦은 시간에 오고가는 사람들한테까지 무관심한 건 아니었는지 미하엘에게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한 밤의 숲은 위험할 수 있으니 나가는 일은 자제해 달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미하엘은 여전한 사람처럼 웃으며 알겠다고 대꾸할 뿐이다.
“아, 맞다. 여관으로 안내하려는데 괜찮지? 아니면 노숙하거나, 그냥 아침이 올 때까지 버틸 거야?”
관문을 넘는 순간에, 아마 너는 저항감 같은 걸 느꼈을 테지만, 미하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관이 어쩌고 말을 붙였다. 묘한 일이지만, 네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듯한 태도다.
"그거 좋군요. 실례했습니다. 미하엘 양을 꽤 의심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따스한 분이실 줄이야."
"연의 굴레라는건 따스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뭐어, 빛과 어둠밖에 보이지 않지만서도요. 존안을 뵐 수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옅은 웃음소리를 따라 작게 소리내어 웃는다. 일렁거리는 빛들이 보인다. 횃불인가, 도시가 가까워졌구나.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피비린내같은건 더이상 맡고싶지 않거든요... 진심입니다."
내 검은 살인검이 아니라 활인검이고 싶었다. 검이란 단순히 베어넘기는 물건이 아니다. 다만 그 뿐인 일이다. 당신이 내 손을 잡자 나는 저항 없이 손을 내어주면서 당신을 따라 걸었고. 이 소리는, 경비원들인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는걸 보아하니, 말 대로 마냥 쉬고만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일종의 가이드 역할 같은것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헌데, 관문을 넘는 순간의 일말의 저항감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그것은 대체 뭐였을까. 지긋이 눈을 감고 옅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들려오는 말소리에 언제 그랬냐는듯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아, 감사합니다. 그래도 숙박비 정도는 제가 벌게 해주십시오. 조금 떠들썩한 곳이 좋겠군요... 노래 한 곡조를 부른다면, 분명 베풀어주시는 분들도 계실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