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단순히 오래 달려 숨 차 하는 사람에게마저 중병을 의심했던 그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죽을 만큼 아픈 게 아닐지 걱정했지만 그건 아닌 듯하니 다행일까? 사실 얼굴에서 피를 쏟는 증세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충분히 위급하게 여길 수도 있었던 문제였으나, 그는 마냥 상대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괜찮다니 다행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걱정했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 표정이 삽시에 활짝 편다.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 길에 누워 있길래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깨웠어 ] [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면서 화내더라 ]
어쩌다 엮였느냐는 말을 질문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곧바로 간략한 전후사정을 써서 척 내보이는데, 그 표정 한결같이 천진하니 이쪽도 어떤 의미에서는 여간 호락호락한 문제아가 아닌 듯싶다. ……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정신이 팔려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쓰러져 있었지. 그는 윈터가 해치운 불한당들을 휘휘 둘러보다 물었다.
[ 저 사람들도 괜찮아? ]
저 사람들도 그냥 닦으면 되려나. 부상의 경중을 그로서는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다. 속으로 머리만 이리저리 굴려 대던 와중 물음 하나가 들려왔다. 같이 가자고? 그는 단 일편의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 응 ] [ 어디로 가는데? ]
그의 나이 n만 세, 어린애마저도 뇌물을 줘야 고민하는 체라도 해 볼 제안을 덥썩 물고 보기부터 한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는 건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느린 것보다야 빠른 것이 나았다. 꺾인 풀을 바라본다. 여전히 미미한 빛을 내는 풀은 잘려나가도 한동안은 빛을 뿜는 듯싶었다. 무심코 이걸 잘게 잘라 밤에 뿌려댄다면 멀리서 보았을 때 제법 예쁜 광경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하진 않겠지만.
“아하—.”
짧은 소리, 이후 웃음이 이어진다.
“혹시 내가 널 미심쩍어 한다고 생각한 거야? 별 거 아니었고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는데—.”
미하엘은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킥킥 웃었다. 미하엘 ‘양’이라는 호칭이나 적의가 없음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네가 무언가······, 그러니까 예를 들어 자신을 비롯한 추락자에게 해가 되거나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겠다.
“뭐어, 내가 오해하게 말하긴 했지······.”
말끝을 묽게 흐렸지만, 그 말 끝에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거나 같은 말은 없었다. 도시 쪽을 향해 시선을 잠깐 돌린 미하엘은 이어진 네 질문에 다시 시선을 네게로 돌렸다.
“여기로 추락한 건 얼마 안 돼. 이주 좀 안 됐으려나? 아니다, 이제 삼주 차던가? 날짜를 셀 필요가 없으니 그러려니 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
“추락? 응, 아무래도 그렇지? 영원토록 이 세계에 머무르진 않으니까.”
물론 머무르려고 한다면 머무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네가 그런 걸 묻는 건 아니었으리라. 빙글빙글, 네 주변을 살피듯 미하엘이 알짱거렸다. 그 행동은 딱히 어떤 것을 찾거나 알아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곧 알짱거리던 것을 멈춘 미하엘이 도시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도시로 갈 거지? 어차피 밤도 늦은 데다가 잘 곳을 찾아야 할 거구 말이야?”
아니면 혹시 노숙파? 미하엘은 장난스레 말하며 먼저 두어 걸음 앞섰다가 다시 너를 돌아봤다. 어서 오라는 듯 재촉하는 것은 덤이다.
“빨리 와. 궁금한 게 있으면 가면서 더 얘기해 줄 테니까. 이런 기회, 별로 흔치 않다?”
짧은 소리, 그리고 웃음. 킥킥거리는 소리. 조금은 다행일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어간다.
"글쎄요, 어떨까요."
말을 삼간다. 입은 화의 근원이요 혓바닥은 재앙이니, 침묵은 금이로다. 여러가지 가능성들이 있었다. 그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째서일까, 우리는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었고- 거기에 우리가 살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떨어졌으니. 다른 세계로 떨어졌다는 것은,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뜻이리라. 하나의 세계도 드넓도다. 헌데 수많은 세계라면 그 얼마나 넓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까. 쉬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이쪽이었다. 사냥, 이라는 불길한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대화가 통하고, 적의가 없음을 밝히고, 그 쪽 역시도 적의는 크게 없어보인다. 쉬이 신뢰할 수는 없다만서도, 적어도 배신이라는 형태로 칼날이 박힐 일은 없으리라. 지금으로써는, 말이다.
"그렇군요. 문답을 즐기시는것같아 조금 더 여쭙자면... 미하엘 양은 추락이 처음이 아닌겁니까?"
여기로 추락한건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은, 본디 있던 세계에서 이 세계로 넘어온 것을 뜻할수도 있다만, 다른 세계에서 또 다시 다른 세계로 추락한것을 뜻할지도 모른다. 우선은 정보를 조금 더 갖고 싶었다. 단순히 방랑하기에는 알 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성가신 일에 휘말리는건 사양이니까.
"영원토록 머무르지 않는다라..."
빙글거리며 당신이 내 주변을 걷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는 손을 뻗는듯한 소리.
"다행이군요. 정말 도시가 있었다니."
"고맙습니다. 그러면... 추락자라고 하는 이들은, 저희 말고 또 얼마나 있습니까? 그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죠?"
방랑해도 괜찮을까. 한 군데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사양이었다. 어쩌면 신의 농간일지도 모른다. 마음껏 방랑하라는. 혹은, 더이상 네가 머무를 곳은 없다는듯한, 그런 아이러니함. 저도 모르게 실소가 배어나왔다.
문답을 즐긴다— 맞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과 말을 섞고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하는 건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따지면 그래야만 했다. 추락한 세계가 어떤 곳인지, 새로이 추락하는 추락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라면, 대화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비록 자신이나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대화에 임하는지는 모르더라도.
“응, 처음 아냐. 그렇기에 너한테 답해줄 수 있는 게 있다구~?”
이렇게 추락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혼자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어쩐지 신이 났다. 미하엘은 도시로 향하며 이어진 네 질문에 대답한다.
“일단, 내가 아는 걸로는 다섯 정도려나? 어쩌면 더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확실한 건 다섯이야. 그리고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이런 식으로 한 세계에 추락자가 여러 명 모이는 일은 자주 있지 않아. 그것도 첫 추락이면 더더욱.”
어쩌면 아까 전 이상하다고 중얼거린 건 이런 상황 때문인지도 몰랐다. 미하엘은 길게 낮은 숨을 뱉더니 곧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긴 해. 그냥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하는 거니까 대충 흘려 들어.”
“그리고 또······. 아까 뭐랬더라? 무엇을 하며 지내냐고 했었지?”
“아무것도. 뭐, 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추락자마다 다른 부분이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솔직히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건 못되잖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의 주민을 학살한다거나······,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다음 세계로 추락할 때까지 고생한다구?”
뒤에 덧붙인 말은 정말로 네가 학살을 저지르거나 할 것 같아 한 말은 아니었다. 큰 사고를 치면 수배가 되어 쫓긴다거나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꽤나 피로할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한 주의에 가까웠다. 경고가 아닌 주의인 것은, 사실상 미하엘이 네가 무언가를 저지른다면 말릴 권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추락자도 마찬가지다.
부탁한다는 말을 들은 게 제법 오랜만이다. 미하엘이 씩 미소지었다. 걱정말라던지, 아니면 알았다던지 어떤 믿음직한 말은 없었다. 다만 까딱이는 손을 따르듯 켄타우로스의 몸이 허공으로 들려올려진 것뿐이다.
구덩이 내에서 벽을 타고 완전히 올라온 너와 켄타우로스가 바닥에 뉘여져 도움을 주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것은 거의 비슷한 시간이었다. 미하엘은 널 보며 배시시 웃고는 엄지를 세웠지만, 곧 쓰러지는 것처럼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머리가, 눈앞이 핑핑 돌았다. 누워 있기는 했지만, 어디가 북이고 남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정말 번거로워······. 미하엘이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구출한 사람들 쪽을 보았다. 다소 경미한 부상의 사람들은 벌써 정신을 차리는 듯싶었고, 가장 큰 부상의 켄타우로스는 응급처치를 끝낸 뒤 진료소 따위로 옮겨지고 있었다.
“와, 참 별 일이네.”
확실히. 갑자기 바닥이 무너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여전히 누운 채 중얼거리던 미하엘은 괜찮으냐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문제 없다고 손을 저었다.
네 쪽으로도 사람들이 모인다. 부상자 중에는 제 가족이 있기라도 했는지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연신 이어졌다. 은인이니, 뭐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 속에서 미하엘이 너를 보았다. 흡사 네 반응이 어떤지 살피는 것만 같았다.
알레프와 헤어진 뒤, 하늘이 점점 어스름해지기 시작하자 메구무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른 물물교환이건 약을 팔건 해서 돈을 얻어야 했다. 다소 위험하지만 노숙이라는 선택지도 있었고, 의외로 메구무도 그것을 꺼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이리 때문에 노숙은 가급적 피해야만 했다. 옛날에 그를 도둑맞은 적이 있던지라 그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노숙을 하는게 낫겠다.」 "안 된다. 누가 니 훔쳐가면 우얄라고 그러노?" 「후우... 그치만 달리 방도가 없지 않나? 짐까지 물물교환도 다 거절당하고, 약도 안 팔리고...」 "니는 가마이 있으라. 내 알아서 하께."
아이리는 속으로 '네네~ 메구무님 니 맴대로 하세요~'라고 비꼬았으나, 그가 조급해하는 것을 느꼈기에 메구무 말대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혼자선 움직이지도 못 하니 평소에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막간의 블랙코미디다)
그렇게 메구무는 부단히 돌아다니며 자신의 약을 팔고자 했으나, 모두 족족 거절 당했다. 하기사, 수상한 행색의 사람이 파는 수상한 약은 모두가 믿지 못 할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해는 완전히 지고 말았다.
"옘병할."
메구무를 잘 아는 아이리는 더 말을 얹지 않았다. 그를 1n년 간 봐왔던 짬에서 나온 처신이었다. 지금 건들면 폭발한다. 그렇지만 메구무는 잠시 한숨을 푹푹 쉬더니 다시 일어났다. 좀 진정이 된 것 같았다. 그는 골목골목을 쏘다니다가 어느 검을 든 여성을 발견했다. 이거다! 검을 쓴다=다칠 일이 많다=약이 필요하다! 그 기적의 논리에 아이리는 할 말을 잃었다. 메구무는 여성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발경과도 같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대답이 돌아올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된 것인지, 그녀는 어째서 세계를 넘나들고 다니는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우리는 처음 보았음에도 한 배를 타게 된 것인지. 아아, 귀찮아라. 자신은 그저 방랑하고 싶을 뿐이거늘. 정말로 신이 자신에게 말하는것만 같았다. 더이상 어디에도 네가 머무를 곳은 없노라고, 말이다.
"다섯이라..."
짧게 중얼거리고, 신이 난 당신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귤러는 본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아쉽게 되었군요."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대충 흘려 들으라는 말에는 짧게 숨을 뱉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곧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었다. 목소리로 미루어 보아 크게 거짓을 말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심음도 평온하고. 자신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으며, 완벽하게 타인을 파악하는것 따위 꿈꾸지도 못하는 일이지만,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종의, 자신과 비슷한 방관자다. 어째서인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방랑을 해야겠습니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뭐어, 두 눈은 보이지 않습니다만서도."
짧게 농담을 던졌다.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평온한 관계가 유지되리라. 그리고 학살이라는 말에는, 잠시 발걸음을 멈칫 했다가, 다시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