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되물어오는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세상은 여전히 낯설고, 이따금씩 너무도 많은 자극이 괴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득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때마침 분 바람결에 맞추어 나무가 몸을 떨었다. 일제히 맞부딪치는 잔잔한 잎새의 소리와 맑은 그림자, 출렁이는 가지 탓에 잠시 울음을 멈춘 새와, 걸음을 멈추고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사람들. 불어 오는 바람 한 줄기에마저 이렇게나 저마다의 생동이 가득한데 어찌 돌아갈 생각을 할까. 짧은 체류만으로도 그는 이미 이 세상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그 어디일지라도 필야 사랑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 나한텐 시간이 아주 많았거든. 세상은 이미 다 돌아봐서─ ]
그쯤 이야기한 뒤에는 잠시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무의식적으로 펜을 빙글 돌리며 생각에 골몰하다, 잉크가 튈 뻔한 것을 보고서야 손짓을 멈추었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파 오는 종류의 이야기도 아니었고, 글을 쓰기 꺼려지기에 머뭇거리는 중도 아니다. 궁금한 점이 있거든 물으라고 한 쪽은 자신이었으니. 다만 그곳에서 나고 자랐을 터인 본인부터도 잊은 기억이 많다. 주요한 얼개가 죄 빠져 버린 이야기를 어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 네 세상이 나랑 얼마나 비슷할지는 궁금하지만… 사실 네가 거기에 가게 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 [ 거기엔 아무도 없거든. ]
툭, 툭. 붕대 감긴 손가락이 펜촉을 무심히 두드려 댄다. 조금 긴 고민의 끝에, 그는 두서 없는 제 말솜씨를 수용하기로 했다.
가만히 네가 적은 내용을 바라본다. 살짝 숙여진 고개 탓에 아마 표정을 제대로 보기는 힘들었을 거다. 어쩌면 표정을 보아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미하엘이 느리게 턱을 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아까 그 질문은 네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서 물어본 게 아닌 거네?”
미하엘의 시선은 여전히 종이 위 적힌 문장들 위에 머물러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소하지 않는 얼굴은 제법 서늘하게 느껴졌겠다. 미하엘이 턱을 괴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테이블을 툭, 툭. 느리게 두드렸다. 그건 제 호흡에 맞춘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아주 긴 시간을 재는 것 같기도 했다.
“다 죽었고, 너만 살아 있었던 거라면—.”
그 세계는 이제 버려지는 거겠네, 그치? 이제 네가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그 물음과 함께 미하엘이 종이에서 시선을 떼고 너를 바라봤다. 빙긋 웃는 것은 어째서인지. 즐거워 보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쓸쓸해 보이는가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없었다. 미하엘은 홀로 무언가 판단한 듯 짧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배시시 웃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영이는 약 nnnn년 동안 혼자 지낸 탓에 다른 사람이랑 접촉하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는 상황이라서 아무튼 키스는 무리...🙄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말을 안 하고 살았고, 일상 도중 주변에 사람이 많다며 달달 떨거나, 타인의 존재감이나 인기척을 못 버틸 정도로 시끄럽다고 느낀 것도 이래서였다...라는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물론 뭐가 됐든 혼자 있던 때보다는 훨씬 낫고 본인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지만!!! 적응의 문제라 조금 시간은 걸릴 것 같네요🤔
크아악 얼른 답레 쓰고 싶은데 자잘하게 할일이 좀 있어서 한동안은 잡담만 가능할 것 같슴다...
>>62 흠......... 우선은 믿어드리죠(?)
>>63 할아버지 부끄러워하시는 거예요? 우효 새침떼기wwwww(?)
>>64 미하엘 너 무 귀여워............ 볼뽀뽀나 버드키스도 해 줄 수 있다니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기절....😇 다윈도 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한 뒤에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부분이 very sexy.
>>85 이런걸 원하는거였어?! 라크는 아닌것처럼 다니는 주제에 능숙한 편 ... 그야 젊은 시절의 라크는 연애를 계속 했었거든. 노던 엘프 중에선 덩치가 작은데 외모는 엄청 특출난 편이라 인기도 많았으니까 :3 근데 연애는 길게하는 편이라 키스 횟수는 많은데 경험 인수는 적은 편
평소엔 무미건조하고 눈치도 없고 둔감해 보이는데 막상 들이밀어지면 폭 녹아버리는 전형적인? 이걸 뭐라고 하더라~
윈터 사랑썰 대강 짤막하게 풀어보자면... 윈터네 분대원 중에 자꾸 윈터에게 호감 표시하고 잘해주고 잘 따르던 똘똘한 인간이 하나 있었는데요~ 처음엔 군기 해이하다고 혼내고 벌주고 마음 안 받아줬는데. 그래도 계속 들이대니까 철벽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었죵.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혼자 고민하면서 앓으면서 마음 열고 있었는데 전장에서 허무하게 죽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이후로 마음 꾹 닫음! 아무튼 결론은 모쏠 이에요~
아직도 윈터의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가냘픈 소녀를, 울고 있는 소녀를 두고 간다면 지금 내가 겪는 고통만큼이나 짙은 후회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내다보면 점점 무뎌져셔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나름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알레프를 날 한번 보고 난 뒤에 다시금 걸어가기 시작했다. 등골 빼먹힐지 모른다는 악담 같은 농담을 던지며. 다시 괜찮아진거구나. 알레프가 보이지 않게 쓴웃음을 한번 지은뒤에 나는 소녀의 뒤를 뒤따라 가며 말했다.
" 그럼 이번엔 제가 울어버릴꺼에요. "
하지만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알레프의 눈엔 내가 착해보일수도 있는걸까. 아니, 윈터도 나를 상냥하다고 해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성격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기억할 수 있는 머나먼 과거의 내가 보았다면 얼굴을 잔뜩 찌푸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다.
" 세월은 무서운 법이에요. "
소녀가 들리지 않게 작게 중얼거린 나는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떨어뜨렸던 물건을 줏어서 소중하게 품에 안은 뒤에 말이다. 돌아가면 고기 완자를 한 접시 대접 받고 알레프와 함께 윈터가 기다리고 있는 그 나무 그늘로 돌아갈 것이다. 그럼 알게 되겠지. 이 도시에서의 본격적인 삶의 시작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무엇이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지겨우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참 편한 핑계라 생각했다. 이제는 모두 잊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범상한 인류의 뇌로 담아내기엔 너무도 방대한 시간이 흘러버려서? 혹은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잊고 말았기에, 또는 멸망한 세상의 역사를 곱씹는 짓 따위 무의미하여 중요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아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너무도 참혹한 기억을 스스로 잊고 싶기라도 했던 걸까. 무엇이 되었건 이제 와서는 알고프더라도 알아낼 방도마저 없어졌지만.
이 세상의 무엇에도 완전한 불멸이란 없다. 인간의 이지로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우주와 항성마저도 언젠가는 쇠락할 운명, 그 광대한 천체의 티끌과도 같은 인세의 수명은 그에 비하자면 저단에 불과했다. 필멸이 정해진 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은 하나의 결말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무한한 적막, 불역의 운명, 끝도 없이 영항할 존재. 곁에는 고독만이 온전히 함께하리라. ……그러나 영영 불변할 줄로만 알았던 운명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어쩌면, ‘영원’하리라 믿었던 자신마저도 영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간 후에 다시 그곳을 탈출할 수 있을지는 결국 미지수였지만─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기에 도리어 기대가 생겼다.
다 죽었어, 막 써내려간 글귀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쁨이 만면에 드리웠다.
[ 나는 지금도 아주 기쁜 것 같아 ] [ 고마워. ]
혹여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곳과는 다른 위태로운 세계에 떨어진다 해도. 나 외의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좋다. 경쾌하게 웃는 미하엘을 마주 바라보던 그가 설핏 웃었다.
미하엘은 그 한 마디가 꼭 어떤 어색하고 낯선 것이라도 되듯 중얼거렸다. 제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이었던가. 세계를 구하는 것?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아니면—.
“나야말로 고마워.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 이런 말은 듣는 건 꽤 오랜만이라 그런지 감상이 남다르네.”
그야 그랬다. 미하엘은 다윈과 함께 하면서 저희들처럼 두 번 이상 추락한 이들을 본 게 제법 오래 되었다. 보통 추락자는 자유로웠고, 그랬기에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로 추락자들은 저마다 성향이 달랐기에 함께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는 일시적 동맹 같은 느낌이었고, 그나마도 ‘같은 세계’에서 만났을 때의 이야기였다.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낯선 곳에서 만났다는 친근함. 그 정도가 다였다.
“뭐어······, 아무래도 좋으려나~”
미하엘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너를 향해 궁금한 게 더 있으면,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마저 얘기해 주겠노라며 오늘은 이만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미하엘이 뻐근한 몸을 풀듯 쭉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는 문으로 향해 이동했다.
“맞다, 그 종이랑 펜은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더 필요하면 그땐 스스로 구해야 해. 그럼 나중에 또 봐, 영원아.”
짧은 손 흔듦. 지체 없이 열리는 문 너머로 미하엘이 쑥 빠져나갔다. 이제 가게에 남은 것은 아마, 너와 머리 없는 가게 주인 뿐이리라.
"먼 도시 안까지 들어온 건 갠찮은데, 첨 보는 것들이 천지삐까리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아까 숲보다 낫지 않나?」 "글킨 하다마는... 도대체 어떤 요괴가 이딴 짓을 한 건지, 잡히면 콱 모가지를 떼뿌구마."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던 시장바닥을 겨우 빠져나와 골목에 기대어 숨을 돌리고 있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검을 총 세 자루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값이 나가보이는 커다란 검에서 검신을 살짝 빼낸채 그것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쫌 움직여봐야 하지 않겠나? 밥은 우얄기고? 묵을 곳은?」 "할 수 없다. 여관방 못 얻으믄 노숙도 생각해봐야제. 여기에 짐 갖고 있는 돈이 통할 것 같진 않고."
다시 몸을 일으킨 남자는 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정처없이 떠돌았다. 점점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것이 보여 마음은 급해졌지만, 지금 갖고 있는 돈은 그의 예상대로 여기선 쓰이지 않아 들어가는 족족 거절당했다. 그럼 하는 수 없이 물물교환이라도 해야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남자는 무언가 실랑이를 벌이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 저건 또 뭐꼬." 「뭐고, 얼라아이가? 글고 저건... 경비인가? 경비한테 붙들려있는데?」 "...가자. 내 코가 석자다." 「마, 혹시 아나? 저 가시나가 실은 잘 사는 집 딸래미인지. 은인이면 하룻밤은 재워주지 않겠나?" "잘 사는 집 딸래미가 와 경비헌티 붙들려있겠노?" 「그러는 놈이 발은 왜 멈추고 가마이 쳐다보고 있노. 발병 났나?」 "..."
남자는 한숨을 푹 쉬곤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 뒤 여자와 경비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89 자캐의_환절기_패션 더위나 추위도 느끼지 않는 몸이라 1년 내내 한 계절용 옷만 입고 돌아다녀도 상관없어요. 보는 사람들만 답답할 뿐이지... 본인 혼자 있다면 평생 계절감 없이 입었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주변에 사람이 있으니까 적당히 눈치를... 보지 않겠네요 크아악😭🤦🏻♀️
복장의 계절감? 그게 뭐?지 누가 안 알려주면 아마 끝까지 지금 옷차림만 계속 입고 다니지 않을까요? 한여름에도...
261 지금_이_순간_자캐가_가장_강렬히_원하는_것은 딱히 없어요. 가장 원했던 것(=더는 외롭지 않고 싶다)은 이곳으로 오면서 이미 충족된 상황이라서요.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면 다시 탈출하고 싶다' 정도가 그나마 원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추락의 불확실성에서부터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된 상태라 강렬하게 원하지는 않게 됐어요 ദി ᷇ᵕ ᷆ )
라클레시아를 따라 그의 일행과 만나기로 했다던 곳으로 향한 소녀. 그러나 그곳에 그 사람은 없었다. 듣기로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는데. 아무튼 소녀는 얌전히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죽이고 있으려니 왠지 좀이 쑤셨다. 밖으로 나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게임 속 세계라 생각하니 탐험하고 싶은 욕심이 나기도 했다. 낯선 곳 여전히 두렵지만 지금이라면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았다. 든든한 동료도 얻었고, 돌아올 곳도 있으니. 소녀는 라클레시아와 그 일행이 머무르는 곳을 온 힘을 다해 뇌리에 새겼다. 그리고 그대로, 홀로 길을 나섰다. "걱정 안 해도 돼. 이제 안 무서우니까." 당당하게 단언하고서 길을 나선 지 약 20분 무렵.
- 대답해! "...흑, 우엥..."
결국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힌 소녀였다.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키는 길목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가까이 가본 것 뿐이었는데. (원래 게임에 그런 장소가 있으면 일단 다가가보는 게 당연하잖아!) 결국 경비병들은 소녀를 거동수상자로 취급하고선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 ■■■냐고 묻잖아, 꼬맹이!
소녀가 눈물을 찔끔 흘린다. 이런 상황이면 무서울 수밖에 없잖아. 쟤들이 뭐라 말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고. 멀리서 보면 실랑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경비병 쪽의 일방적인 심문이니 실랑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모, 몰라... 난 그런 거 모른다구..."
계속해서 웅얼이던 소녀의 뒤로 또 다른 낯선 이가 나타난다. 소녀는 훌쩍이면서도 눈을 데굴 굴려 낯선 이를 바라본다. 유감스럽지만, 소녀에겐 그가 하는 말도 마냥 생소하게만 들렸다... 그러니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울먹이기만 할 뿐이다.
589 자캐는_밤하늘의_별을_보며_어떤_생각을_하는가 : 많은 생각을 할 것 같네요. 앞으로의 미래는 어찌할 것이며 아이리의 저주 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아이리의 저주 해제겠네요. 늘 마음의 짐을 지고 있지만 좀 홀가분한 날에는 별빛과 달의 아름다움을 감상합니다.
195 자캐가_잠_자는_모습 이미 설정에서 다 말했지만 아이리(검)을 껴안고 잡니다. 앉아서 잘때도 있고 누워서 잘때도 있고... 근데 언제든 적의 공격에 대비해 앉아서 잘때가 대부분입니다.
85 자캐의_인생에서_잊지_못할_순간은 > 인생의 매 순간순간이 잊지 못할 순간이겠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기억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생생하니까.
521 자캐가_분노를_가라앉히는_방법은 > 침묵한채 눈을 감고 앉아있기. 가끔씩 쉬어주는 한숨도 포인트야.
433 지금_자캐의_곁에_있는_사람은_누구인가 > 도시에 와서 만난 두 명의 인연.
라클레시아 테시어, 이야기해주세요!
#자캐썰주세요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1090034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못했다면?" 라클레시아 테시어: 슬픈 일이겠지. 그 사랑이 너무 컸다면 너무 상심한 나머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 몰라. 그렇게 크지 않았다면 인연이 아니었구나, 하고 넘어갈수 있을거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뭘 먼저 바로잡을 거야?" 라클레시아 테시어: 이 기억을 가진채 돌아가는거야? 그렇다면 답은 한가지 밖에 없어. (씁쓸한 표정이다.)
"옷을 성심껏 고르는 편?" 라클레시아 테시어: 꽤 성심껏 고르는 편이야. 옷은 개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이니까. 옷이 종류가 적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 그럴 일이 없게 최대한 구비해두고 싶어.
>>2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짤이 대체ㅋㅋㅋㅋㅋ 흠... 저는 겨울이나 가을에 한 표 던져 볼게요
너를 위해서라면 호빵맨이 되어 줄 수도 있어...(?)
>>201 >>203 진단 좋아!!!!( ˆ͈̑꒳ˆ͈̑ )੭
언제나 공격을 대비해서 잘 때도 앉아서 잔다니... 옛날 일본에서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언제나 칼을 뽑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칼 두는 위치까지도 정해져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맛잘알 설정이네요!🤔 하지만 바로 직후에 서랍을 부순다는 거 갭모에야 넘 ㄱㅇㅇ....
그리고 라크는 그 뭐냐... 원래 평소에 화 잘 안 내는 사람이 한숨 쉬고 화 다스리려고 하는 호습이 제읻 무서운데 말이죠...🙄 그리고 라크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언제나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아서... 우우... 할아버지 오빠... MZ 교수님....(´°̥̥̥̥ω°̥̥̥̥`)
>>216 그렇다고 하네요! 앉아서 인사를 할 때에도 손을 내려두는 순서가 다르다거나(왼손부터 내려놔야 수틀리면 오른손으로 칼을 뽑을 수 있으니까), 다도 예절이 아닌 옛날 무가武家 방식에서는 예법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절을 할 때 칼을 즉시 뽑을 없도록 손바닥을 바닥에 내려둔다거나... 그렇다고 들었어요! 전문가는 아니라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요🙄🙄
벼락을 잘못 맞아 어리버리? 생소한 어투 사이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곤 그 뿐이라. 그 말조차 무슨 뜻, 무슨 의도인지 몰라 소녀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어느새 훌쩍이던 것도 그치고 당황한 기색으로 낯선 이를 올려다보는 소녀.
- ...무슨 속셈이냐? 녀석이랑 한 패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경비병들은 여전히 위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입을 꾹 다문 채 상황 지켜보던 소녀는, "...흐익." 갑작스레 어깨 위로 얹어진 손에 덜컥 놀란다.
"...오빠야?"
나한텐 오빠 같은 거 없는데? 사람 잘못 본 거 아냐? 그런 말 하기도 전에, 낯선 이가 소녀 데리고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갸악?!" 소녀는 마지못해 그를 따라 뜀박질하지만... 나 지금 납치당하는 거야? 아, 이대로 끌려가는 거구나! 그 다음엔 무시무시한 인신매매범한테 팔려서... 다행스럽게도, 경비병들은 자기 구역 지키는데 급급해 둘을 쫓아오지 않았다. 낯선 이가 도주를 멈추면, 소녀는 울상 지으며 그의 팔을 퍽퍽 때렸을 것이다.
>>235 일단은 상가에서 거주구까지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여관에서 일한다는 설정이긴 한데요! 라크가 여관으로 오는 상황도 좋구, 아니면 길거리에 뭐... 심부름 나갔던 니아가 돌아가는 길에 라크와 마주쳤다는 상황도 좋구, 혹시나 따로 떠오르거나 끌리는 상황이 있으실까용?
여자의 손목을 붙잡은 메구무는 경비병들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빠른 속도로 달렸다. 다행히, 그들은 자기 구역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훈련받은 것인지 둘을 쫒아오지 않았다. 한 골목 구석에 기대어 숨을 돌리려던 메구무는, 갑작스레 팔에 가해지는 여자의 주먹질에 깜짝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더해지는 황당한 말에 기가 차 허, 하고 헛웃음을 짓고는 쏘아붙이듯 말했다.
"납치범? 지금 니 내보고 납치범이라캤나? 먼 이런 경우가 다 있노?! 물에 빠진거 살려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이러고 있네? 마, 가시나. 내가 니 납치해서 어따 쓸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알레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쪼매난기 삐쩍 꼴아가 노가다판에 팔 수도 없고, 어리버리한기 어디 식모로 보낼 수도 없고, 마, 니가 납치범이면 니 잡아갈 거 같나?" 「마, 고마해라. 아 울겠다.」 "울라고 해라. 먼 희한한 걸 다 보겠네. 구해놨더니 납치범? 아나..."
남이 보면 허공에 혼잣말을 하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메구무에겐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메구무의 화가 점점 누그러져 갔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에게 물었다.
어디선가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푸른색의 요정들이 추락자들 주변을 맴돕니다. 추락자가 아닌 다른 거주민들의 눈에 이 요정은 보이지 않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이 눈앞에 얼쩡거리는 요정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요정은 추락자의 귓가에서 맴돌며 까르륵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다가 아주 작게, 그러나 힘 있게 속삭입니다.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들었어? 들었어?」 「■■■가 돌아왔어! 드디어 돌아왔어!」 푸른빛 몸체를 한 요정들의 색이 붉게 변화합니다. 「경배하라, 찬양하라! ■■■의 방문이다!」 「■■■의 세상이다! 그날을 잊은 자들에게!」 「그날을 덮은 이들에게!」 「모두에게!」 「고해의 시간을!」 「사죄의 시간을!」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 하라! 결단코 ■■■를 거스르지 않도록 하라!」 요정들은 흡사 저주라도 하듯이 경쾌하게 소리치고는 포르르 날아가 눈 깜빡하는 사이 사라지고 맙니다. 추락자,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속담을 표면적인 뜻 그대로 받아들이고선... 아무튼 계속 울상 지으며 연신 주먹질하는 소녀. (사실 별로 아프진 않다.)
"이익..."
비쩍 꼴아? 어리버리해? 뒤이은 인신공격(?)에 억울하다는 듯 볼을 잔뜩 부풀린다. 그새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하지만 전부 사실인지라 뭐라 반박도 못 한다. 뭐가 어찌됐건 지금은 그저 쓸모없는 꼬맹이인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몰라.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걔네들이 화냈어."
그것도 잠시 스스로 눈물 훔치고선 묻는 말에 잘도 대답한다.
"...근데 정말 납치범 아니야?"
소녀는 그제서야 의심 간신히 거두려 한다. 눈 앞의 남자는 범죄자라기엔 너무 눈에 띄는 차림이었고, 또 납치범이라면 여기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기절시켰을 거니까. 하지만 다짜고짜 아는 체 하더니 끌고 갔는데,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 물론 그건 소녀가 상식이 부족한 탓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할 때. 항상 이 시간 즈음부터 여관이 줄지어 선 거리는 유난히 인파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니느라 지쳐 쉴 곳이 필요한 사람, 주린 배를 부여잡고 위장에 밀어넣을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 아니면 단순히 흥을 돋굴 만 한 술이 좀 필요한 사람. 온갖 사정과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 갈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만약 당신이 돈이 궁해 좋은 곳에는 묵지 못 하겠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딱딱한 나무 판자 위에서 뒹굴다가 시궁쥐와 눈이 마주치고 싶지는 않을 때.
그런 당신에겐 여관 포르시티아, 적당히 싼 가격에 적당히 안락한 침대와 적당히 맛 좋은 식사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곳.
마을에서 큰 축에 속하는 몇몇 여관들처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아니었으나, 오늘은 어쩐지 이른 저녁부터 손님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그리고 여기, 어쩌다 여관에 일자리를 얻어 여관살이를 하게 된 추락자, 니아는 낮에 느꼈던 이상한 감정을 곱씹어 볼 틈도 없이 점내를 빠르게 쏘다녀야만 했다.
- 여기, 맥주 세 잔! - 치킨스튜 두 그릇 줘요! - 어이, 물 좀 갖고 와!
"네, 네에엣⋯⋯"
여기저기서 외쳐 대는데 머릿속은 혼란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 같고, 다들 목소리는 어찌나 그렇게 우렁찬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잔 나르랴, 테이블을 정리하랴, 취객이 쏟은 물 닦으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어, 어서 오세요!"
딸랑, 하고 또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소심하지만 나름대로 용기 내어 외치곤 열린 문 쪽을 바라보았다.
메구무는 여자의 횡설수설과 주먹질이 이어지자 미간을 찌푸렸다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자 살짝 당황했는지 곧장 시선을 허공 위로 돌렸다. 「좀 심하긴 했어.」 아이리가 이렇게 말 하자 메구무는 "닥치라." 한 마디로 대꾸했다. 그러나 아이리의 말도 그렇고, 본인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조금은 말투를 자상하게 가다듬고 여자에게 물었다.
"근데 니는 몇 살이고? 보호자는 있나? 이름은? 내는 후지마 메구무. 니 편할대로 불러라."
그러나 납치범이냐는 말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지, 메구무는 메고 있던 가방을 여자 앞에 잘 보이도록 놓고는 그것을 열어 여러가지 약들을 보여줬다. 연고와 환약, 가루약 등이 보였다.
"납치범 아니다. 내는 약사다. 자, 봐라. 응? 근데 잠깐만,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라고?"
갑자기 이 말에 꽂힌 이유가 뭘까. 분명 이 여자는 출입이 불가한 곳을 기웃거리다 심문을 당했지. 하지만 날때부터 이곳 사람이라면 일부러 경비까지 서는 곳을 가진 않을 것이다. 물론 장난으로, 호기심에 가는 경우는 있겠지만... 메구무는 그녀에게 물었다.
"닥, 닥치라고...?" 너무해, 닥치라니! 그게 자신을 향한 말인줄만 알고 소녀는 다시금 충격에 빠진다. 말 너무 심하잖아, 진짜! 혼자서 뾰루퉁한 표정 짓던 소녀는 뒤이은 질문에 무심하게 답한다.
"몇 살인지 몰라. 보호자 없어. 이름은 알레프."
라클레시아를 보호자라고 하는 건 좀 그렇겠지, 후지마 메구무면 어느 쪽이 이름이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뒤이어 그가 가방 꺼내놓자 소녀의 몸이 잠깐 움찔댄다. 가방을 열면 무시무시한 무기가 나온다거나... 역시 납치범이라거나... 그런 망상이 무색하게도 가방 안엔 사소한 물건들만 있었다. 봐도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긴 하지만, 약사라고 했으니 약이겠지. 그래도 마냥 신기한 듯 약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소녀. 그새 호기심 가득 순수한 눈망울이 되어선 열심히 구경한다. 약이 원래 이렇게 생긴 거였어? 포션 같은 게 아니었다구?
"응.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
그리고 소녀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야!" 혹시 그가 믿지 않을까 싶어 괜히 말 덧붙이기도 한다.
미하엘과 헤어진 이후 그도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섰다. 짧은 시간 사이 너무도 많은 일이 지나간 바람에 아직도 정신은 얼떨떨하지만, 친절한 안내자를 만난 것만은 다행이었다. 처음의 혼란이 가신 자리에는 어느덧 새로이 겪게 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들어찼다. 물론 제법 낙관적인 상태가 된 그라고 해서 걱정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 아까처럼 인기척을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한편에서 들어오기도 했고. 하지만 처음 입성했던 당시의 혼란은 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많은 인파와 생명들을 마주친 탓이 아니었던가. 충분히 마음이 안정되고 대비할 준비까지 된 지금이라면 충분히 괜찮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 미리 걱정했던 그 부분에서는 정말 괜찮긴 했는데,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갑자기 터질 거라곤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동쪽 상가의 외진 골목 안, 그는 현재 초로의 취객 하나에게 멱살이 잡혀 있었다. 이유는 별 것 없었다. 웬 사람 하나가 골목 안쪽에 쓰러진 채 잠들어 있길래, 미하엘과의 약속을 떠올린 그가─쓰러져 있으니 살아는 있나 걱정되기도 했고─ 남자를 깨우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드러눕던 양반은 몇 번 더 건드리자 벌떡 일어나서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여기엔 그의 무지도 한몫 하기는 했다. 그는 사람이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애당초 술에 취한다는 현상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앞뒤가 맞지 않고 도무지 논지를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반복하며 ‘이상할 정도의 발열’을 하고 있으니 남자의 몸과 정신상태를 걱정할 수밖에 없없던 것이다. 그리하여 수천 년만에 다시금 인간을 접하게 된 불사신은, 취객의 현란한 호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야아… 이 **야. 대답 안 해?”
라고 물으시기에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목이 낫지 않아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대답을 하려 종이에 시선을 두었더니 이번에는 자길 무시하느냐며 더 화를 내니 도통 대화가 이어질 수가 없고…….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만한 점만은 하나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던가. 영이라는 작자는 이 세상에 누군가가 존재하는 생명이기만 하다면 그 누구라도 좋아해 버리곤 하는 태평한 인간이었기에, 멱살이 잡히고도 그리 서럽거나 두렵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마저도 무척이나 반가운지 그러잖아도 가벼운 몸 짤짤 흔들려대는 와중에 기어이 활짝 웃고야 만다.
니보고 닥치라고 한 건 아닌데... 여자의 뾰루퉁한 얼굴에 메구무는 뚱한 얼굴로 뇌까렸다. 하기야, 아이리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나 뿐이니까. 미친놈 취급 받아도 그럴만 하지. 잠시 뒤 메구무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략한 자기 소개에 벙찐 얼굴로 '머 이런게 다 있노?' 라고 생각했다.
"보호자가 없는데, 나이도 모른다꼬? 용케 이름은 기억했네." 「그럴 수도 있제. 우리 영감님도 가끔 나이 까먹고 글지 않았나?」 "그건 영감탱이가 노망끼가 있어가 그런기다."
무심하게 아이리와 대화하던 메구무는 가방에 약을 넣는 일에 집중하다가, 귀를 스치듯 지나가는 알레프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는 말했다.
"하늘에서 뚝 널쩌져? 니도?"
여전히 정체 모를 여자이지만 나처럼 추락했다면... 그리고 나보다도 일찍 떨어졌다면 뭐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메구무는 알레프에게 물었다.
알레프와 한끼 식사를 마치고 윈터가 기다리고 있을 나무 그늘로 향했을땐 이미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하지만 거기에 도착해서도 윈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혹시 엇갈린게 아닌가 싶어 알레프와 함께 윈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알레프는 결국 심심했는지 절!대! 길을 잃지 않겠다고 자신하며 혼자서 어딘가로 가버렸다.
" ... 좀 불안한데. "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가는 사람치고 결과가 좋은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만 하고선 잠시 윈터를 더 기다려본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났고 아마도 밤이 찾아올 것이기에 나는 일단 잘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오는 길에 여관 하나를 딱 본게 있어서 그곳으로 가보기로 하고 돌아왔을땐 윈터가 있기를 바라며 다시금 자리를 옮겼다. 아, 알레프가 돌아오면 가만히 있으라고 쪽지는 하나 남겨두긴 했다. " 실례합니다. "
이 근처에선 아마도 유일한 여관인지 근처에서 다른 여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고. 나오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들어간 여관은 안쪽에도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 북적북적한 느낌을 상당히 많이 주고 있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는건 여기선 처음 보는것 같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안으로 들어간 나는 손님맞이를 하고 있는 목소리를 듣고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혹시 숙박이 가능할까요? 아마 인원은 세명 정도 ... "
윈터가 동행할지 아닐지는 아직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 돌아오게 되면 밤일것이고 여기서 헤어지더라도 밤은 보내고 보내야할듯 싶었기 때문에 세명을 불렀다. 다만 그렇게 물어본 것치곤 가진 것 하나 없긴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먹을 것처럼 여기서 머물고 여러 심부름이라도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어 무리해서 질러본 것이긴 했다.
벙찐 표정 해보이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다가... 여, 영감탱이? 노망?! 이번에도 약간 기분 상할 뻔 한다. ...아니, 아까도 나보고 닥치라고 한 건 아니랬으니까, 그냥 좀 혼잣말이 심한 타입인가보다! 혼자서 납득해버리고 만 소녀였다.
"후지마도? 하늘에서 떨어졌어?"
반문하는 것에는 오히려 이쪽이 더 놀란다. 널쩌진다는 게 뭔진 몰라도 대충 비슷한 의미겠지? 라클레시아도 떨어졌다고 했는데!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바깥 세계라는 게, 원래 하늘에서 사람이 막 떨어지고 그러는 건가...?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가 닿는다. 우와, 여기 무서운 곳이었구나...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소녀는, 이어진 질문에 정신 차린다.
순간 메구무는 그 말에 딴지를 걸려다가, 보호자도 없이 오래 떠돌아다녀 자기 나이도 잊은 천애고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답을 말자고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지. 나도 한때 보호자 없이 떠돌아 다니는 신세였으니깐... 요괴니 뭐니 죽음의 경계에 늘 맞닿아있던지라 메구무가 잘 쓰지 않았던 공감회로가 다시금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래. 내도 널쪄졌다. 높은 하늘에서. 그땐 정말 디지는 줄 알았디. 잠시만, 니도 숲에서 왔나?"
"후... 그래. 모를 수도 있다. 괘안타."
그러나 모른다는 알레프의 말에 그는 살짝 실망한 듯 한숨을 작게 쉬었다가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했다. 나와 이 여자만 콕 집어 추락한 게 아니라면, 추락자는 더 있다는 이야기겠지? 보호자가 없다지만, 그녀는 어쩌면 다른 추락자와 접촉했을 수도 있다. 메구무는 다시 물었다.
미하엘에게 마음에도 없는 작별을 고한 직후, 윈터는 라크가 기다리고 있을 나무를 향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었다. 작금의 세상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후련했고, 또 먹먹했다. 낯선 엘프와의 동행을 당연시 여겼듯, 소녀와 다시 만날 것을 홀로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하나하나 옮기던 중이었다.
적막했을 골목이 소란스럽다. 같은 길을 두어 번 지나보았을 뿐이지만, 여태 얌전히 묻혀있던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바보도 알 수 있듯이 달라 보여서. 무심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멀리서 보아도 사람이 사람을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모습.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엄한 멱을 붙들고 고함이나 치고 있는 것이 술 깨나 자셨지 싶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무런 저항도 않고 있는 소년이 못내 거슬려, 윈터는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윈터는 소년의 멱을 쥐고 있는 취객의 손목을 붙들어 떼어내고선, 그의 어깨를 세게 밀치며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
"술 마셨으면 집에 가 잠이나 자지, 대낮부터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보아하니..."
방금까지 멱이 붙들려있던 소년을 흘금 돌아본 윈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이질적이라는 추상적인 감상을 떠나 심장이 서늘해왔다. 덧없이 괴롭힘당하던 소년은 세상 활짝 웃고 있었다. 곱상한 면상에 내리 앉은 흉. 외에 자상한 상처들. 표정은 웃지만 소리는 조금도 나오지 않아.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었던 윈터는 시선을 돌려,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 성을 내고 있는 취객의 정강이를 발끝으로 세게 차 주었다.
"꺼져, **아."
조금만 더 힘을 주었더라면 저 치의 다리는 불구가 되었을 것이라 직감하며 놈이 허둥지둥 도망하는 것을 지켜보다, 소년에게는 눈길 주지 않고 원체 가려던 길로 돌아가려 했다.
뒤늦게 옮긴 시선에 딱 들어온 손님의 모습. 여관 장사를 도운 요 며칠동안 이런저런 모습들에 기겁하지 않을 만큼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온통 새하얀 그 모습은 또 아예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에 손님들 틈에서도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라 조금 움츠러들고야 말았다. 그러나, 아마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새로운 손님을 바라보던 것은 비단 그런 것 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 그것 말고도 이 사람도.. 이 세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알 수 없는 확신 같은 것에 사로잡혀ㅡ
벙쪄 있다가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 놀라 인원은 세 명 정도, 거기까지만 듣고 냅다 마시를 불렀는데. 어머나? 이어진 얘길 듣고 뒤따라 나오려던 말을 막듯이 벌어졌던 입을 하아압, 하고 천천히 오므렸지만. 주방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마시와 마주친 시선은... 피할 수 없다. 왜 불렀니, 니아? 바쁜 마음에 재촉하듯 외치는 마시와 눈 앞의 손님 사이, 당황 가득한 푸른색 눈동자가 몇 번이고 왕복하더니,
"..자, 자, 잠시만 기다려, 주, 주시겠어요...?"
손에 들렸던 행주를 두 손으로 꽉 말아쥐고 거진 애원하듯 목소릴 내더니, 제 집 찾아가는 쥐처럼 쪼르르, 빨리도 주방을 향해 종종걸음친다. 주방을 일부 가린 덧문 틈새, 여주인과 소녀가 짐짓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어쩌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해도, 두 사람이 당신을 힐끔거리는 시선을 두어 번 정도는 느꼈을 수도 있고. 소녀가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 기, 기다리셨죠~.."
그렇게 말하며 살살살 다가오는데, 그 뒤에는...
"그래서, 니아의 친구라고?"
앞치마에 손을 문질러 닦으며 대뜸, 그렇게 물어 오는 여주인이 있다.
"네? 아, 아니, 마시, 그게 아, 아아니고⋯ 그냥 아는, 아는 사람⋯"
....아무래도 뭔가를 하려고는 했는데, 어디선가 약간 꼬인 모양이지. 필사적으로 손님에게 눈빛을 보낸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 주세요! 아는 사람이라고 해 주세요!
몸을 흔들어대는 힘이 제법 강했다. 힘이 빠져서 누워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걱정했던 것보다 건강한 듯해 다행이었다. ……속으로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한들 겉으로 보기엔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대응밖에 되지 않는다. 뜬금없이 터져나온 웃음은 자신이 무시당하는 듯한 상황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던 취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멱살을 붙들던 손아귀에 불끈 힘이 들었다. 두 손으로 옷깃 쥐어잡고 있던 손 중 하나가 주먹 쥔 모양으로 위로 들려 갔다. 이쯤 되면 아무리 상식이 부족한 그라고 해도 뒤이을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 굳게 말아쥔 주먹이 멀뚱멀뚱한 얼굴에 내리꽂히기 직전.
갑작스레 시야 곁으로부터 누군가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낯선 얼굴 하나가 새로이 난입해 있었다. 그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만 짓고 있던 사이에 모든 일이 정리되었다. 뻑 소리가 나오록 거세게 다리를 차인 취객과, 홀연히 나타났다가 쌩하니 사라지려는 누군가. 그는 여전히 어리둥절해서는 둘을 번갈아 쳐다보다, 걸음을 빨리하여 새롭게 나타난 쪽의 인물을 따라잡았다. 이쪽에게 다가간 데는 큰 이유가 없었다. 도망치느라 이미 거리가 멀어져 버린 선객보다야 미하엘을 닮은─머리 위에 귀가 달렸다는 점에서─ 사람 쪽이 더 가까웠던 탓이다. 그는 뒤에서부터 몸을 건드리기보다는 걸음을 앞서는 방법을 택했다. 상대의 시야 앞에 나타난 그는, 취객에게 시달리느라 꾸깃꾸깃 구겨져버린 종잇장을 슬며시 내밀었다. 걷는 도중에 급하게 쓴 탓인지 글씨는 어김없이 흔들려 있었다.
[ 막아줘서 고마워 ]
맞기 직전까지 태연하게 서 있던 모습과는 별개로 그도 상황을 판단할 줄은 알았다. 이대로 그 주먹에 부딪혔더라면 자칫 얼굴이 망가졌을지도 모르겠다. 얼굴은 이런저런 감각 기관이 밀집해 있기에 추후에 조치하기 힘든 부위였는데, 곤란한 상황을 겪지 않게 해 준 점에는 무척 감사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선은 연신 저 멀리를 향한다. 끄적끄적 이어지는 말은 역시나 태평하기 짝이 없어서는.
나와 눈을 마주친 종업원은 알레프처럼 주황빛- 아니, 붉은빛에 가까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였다. 알레프와 나잇대는 비슷해보였지만 좀 더 나이가 많아보이는 소녀는 분명 이 세계 주민처럼 여관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들게했다. 근데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다니 내 얼굴에 뭐라도 있나싶어서 괜시리 만지게된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사람과 주방으로 들어간 종업원을 기다리며 나는 여관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딱 중세~근대쯤에 보일법한 여관의 양식이었다. 이런 양식은 우리 세계에서도 종종 본적 있지. 한번은 여관에서 일어난 결투로 제국 간의 전쟁이 발발하고 그걸 원인으로 해서-.
" 아? "
어느새 얘기가 끝났는지 여관의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종업원이 다가왔다. 얘기가 잘 된것일까해서 기쁜 마음으로 그들에게 살짝 다가가니 대뜸 누군가의 친구냐는 물음이 들려왔다. 잠깐동안 이게 무슨 일인가싶어 뒤의 소녀를 바라보니 소녀는 필사적인 눈빛으로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 그런 시나리오?
" 맞아요. 이래봬도 나이가 니아보단 한참 많은지라 친구는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 정도입니다. "
이런 식의 연기는 수없이도 해봤기에 자연스럽게 소녀를 지인이라고 한 나는 뒷쪽의 소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통성명을 한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그녀의 이름을 들었으니 나도 자연스럽게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 마시라는 이름의 주인장에게 오른손을 건넸다. 소녀가 내 이름을 모르면 곤란한 상황이 나올테니까.
"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라클레시아 테시어, 이름이 기니까 간단하게 '라크' 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
이 정도면 된거죠? 자연스러운 눈짓으로 니아에게 신호를 보낸 나는 주인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여관의 인테리어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어디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느니 음식은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느니 같은.
니아의 친구라고? 큰일 났다! 제 딴에는 흰(??) 손님이 자신처럼 다른 세계에 떨어진 이방인인 것 같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친 거짓말이었는데, 마시가 이렇게나 당당하게 물어 볼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마시의 물음에 옹졸한 변명같은 것들을 모기소리로 던져 가면서 생각했다. 아아! 어쩌면 괜한 짓을 했나 봐. 거짓말을 하면 벌을 받는다던데, 혹시, 혹시 이대로 거짓말을 들키게 되면, 마시가 실망해서 나를 도로 내쫓지는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바닥을 파고 들어갈수록 맘은 안 좋아지고, 안색은 덩달아 질리고, 어떻게 필사적으로 눈짓은 해 보지만. 혹여 손님이 이 신호를 전혀 이해하지 못 한다면? 그때는? 손님이 내뱉을 첫 소리(예를 들면,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같은)에 바뀔 마시의 얼굴을 상상하니 또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 같...
"...!"
다, 다, 다, 다행이다〰〰〰! 한 치의 삐걱거림도 없이. 능숙하게 상황에 맞추어 연기하는 손님 모습에 점점 어두워지던 얼굴이 대번에 확 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이 보아도 저 아가씨 참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군?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허나 그것도 잠시, 조금 미심쩍어하는 얼굴을 한 마시와 눈이 딱 마주치자마자 사그러들기는 했지만.
"그래요, 라클레시아... 라크 씨. 듣자 하니 묵을 곳이 필요하시다고."
여주인은 별 망설임 없이 당신의 악수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여전히 미심쩍어하는 기운은 사라지지 않은 눈치였지만, 당신이 여관의 이런저런 것들을 칭찬하자 부쩍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아유, 딱히 대단한 것 없는 여관인데 무슨 칭찬을 그렇게까지! 잠깐 깔깔 웃음을 터뜨리다가 그래서, 입을 열려고 하는데... 아까부터 둘 사이의 분위기가 좀 괜찮은지 뚫어져라 살피는 시선이 제법 부담스럽다. 마시의 시선이 잠깐 소녀를 돌아본다. ..일단은 음식 나온 것 좀 손님들께 갖다 드릴래, 니아? 마시의 말에 네, 네! 대답한 소녀가 허둥지둥 자리를 비우고.
"마침 일손이 필요한 참이긴 했수다.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혼자서 여관 일을 다 감당하긴 벅차졌거든. 최근에 니아가 오긴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무거운 식재료나 장작 조달같은 잡일이라도 해 주면 내, 묵을 방 정도는 내 줄 수 있지. 뭉친 어깨를 주무르며 내뱉는 말은 제법 희망적이다.
"..그리고, 세 명 묵을 방이 필요하다는 걸 보면 혼잔 아닌 것 같고. 나머지는 어디에 있수?"
후지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소녀, 곧 고개를 열심히 끄덕인다. 다들 하늘에서 뚝 했다가 숲에 떨어진 거구나. 기묘한 현상이다. 이윽고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소녀는 슬쩍 눈치 살핀다... 모른다고 해서 실망했나?
"있어. 라클레시아라고, 방금 만난 엘프."
그래도 묻는 말에는 정직하게, 또박또박 답한다. 라클레시아와 후지마, 그리고 자신. 그 외의 조난자(?)들도 더 있을까? 어쩌면 라클레시아의 일행도 같은 조난자일 수 있겠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조난자들은 다 같은 세계에서 이곳으로 떨어진 걸까? 약사를 자칭하는 눈 앞의 남자는, 소녀가 보기엔 무척이나 독특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현대와는 동떨어진 듯한.
367 자캐는_할말은그때그때하는편_vs_쌓아뒀다가한번에하는편 그때그때 하는 편입니다! 할말은 곧바로 함 or 못할 말이라면 그냥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아직 인간관계에 미숙한 상태라 말을 쌓아두는 이유까지는 잘 이해 못하고 있어요.
158 자캐는_사랑해_라는_말을_얼마나_자주_하는가 안 합니다!( •̀ ω •́ )✧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할 만한 상대가 없었어서...
이제는 사랑한다 말할 만한 상황이 오게 된다면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까요? 문제는 여전히 상식 부족이라서 오해할 법하게 말할 것 같은데...🤦🏻♀️ 물론 얘가 말하는 사랑은 성애적인 사랑이 아니라 박애라고 해야 맞겠지만요. 이번 일상에서 본인 멱살 잡은 아저씨마저 사랑하고 있읍니다...🤦🏻♀️🤦🏻♀️
259 자캐는_자신이_상냥한_편이라고_생각하는가 음... 그다지? 그냥 자기 성격이 어떤지 본인도 잘 몰라요.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한 편이거든요. 자기 성격이 어떻다는 자기 파악이나 평가도 없는 상태예요. 자기혐오 같은 건 아니고, 내가 싫다거나 내 이런 점이 좋다는 둥의 관심마저 아예 없슴다 nnnn년 동안 혼자 있는데 나 자신에 관해 깊이 생각해봐야 멘탈만 아파지는걸...
윈터는 등 뒤에서부터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을 알면서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흉 많은 소년이 자신을 앞질러 진로를 막아서고 나서야 우뚝 멈춰 섰다. 소년과 마주하는 순간, 도시에 처음 들어설 때 느꼈던 미묘한 저항감과 유사한 감각을 느꼈다. 미약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게 미하엘이 말했던 추락자간의 교감일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 소년도 우리와 같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예상대로 소년은 벙어리였다. 종이에 글을 적어 내미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구불구불 기어가는 지렁이 같은 이상한 문자였지만, 윈터는 자연히 그 뜻을 읽어낼 수 있었다. 막아줘서 고맙다고. 윈터의 눈에는 제 세계의 언어가 알 수 없는 문자 위를 뿌옇게 덮어쓴 것으로 보였다. 이 또한 교감의 영향일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납득하는 윈터였다.
소년에게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났다. 후각으로서의 냄새가 아니라 육감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겉보기에도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 소년이 저런 인간 치에게 휘둘리고 있었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특히 그 섬뜩한 웃음이 신경 쓰였다.
"그래."
그렇게 답하고 다시 지나쳐 가려는데, 소년이 연신 어딘가를 힐끔거린다. 소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돌아보아도 으슥한 골목이 이어져있을 뿐 특이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440 자유롭게_글을_써보라고_하면_자캐는_무엇에_관한_글을_쓸까 > 진짜 여러가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도 대체역사소설을 쓸꺼야. 자기한텐 모든게 실제였던 역사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에겐 if의 역사니까. 그리고 진짜 일어날법 했다는 과정에서 현실감도 있을테고. 평론가 평점 5점과 함께 이런 리뷰가 있는거지.
" 역사의 분기를 빠짐없이 다루는데 이렇게까지 현실적일 수 없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필독서! " - OO대학 역사학과 교수 XXX -
296 자캐에게_있어_가장_소중한_사람이_자캐와_함께_있기_때문에_불행하다는_걸_안_자캐는 > 욕심 부려서 같이 있고 싶어할 것 같기는한데 금방 포기하고 어느날 말없이 사라질것 같아. 자신 때문에 불행하다면 그 원인도 자신에게 찾으면 그 사람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409 자캐가_좋아하는_시간대 >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있는 모든 시간. 기억의 일부분을 그렇게 채우는걸 굉장히 좋아하거든!
244 자캐가_놀이공원에_가서_가장_먼저_타는_것 : 놀이기구에 흥미가 있으려나...??? 탄다면 시원하게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을 탈 것 같네요. 더 무서운 요괴를 잡는데 이깟 것이 두려울 것 같으냐끄아아아아악
222 자캐가_자신의_자서전에_제목을_붙인다면 : 자서전을... 쓰진 않을 것 같지만 붙인다면!
...생각이 안나...
334 자캐의_삶은_나아가는_것_vs_버텨내는_것_vs_끌려가는_것_vs_그외 : 버텨내는 것입니다. 메구무의 24년 인생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고, 딱히 나아가진 않지만 끌려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리가 검이 된 이후엔 더욱 더 삶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소녀는 애써 설명하려는 듯, 자기 귀를 붙잡고 늘려보이는 시늉 해보인다. 그치만 모른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하기야 소녀의 세계에서도 엘프는 가상의 종족이었으니까.
"...도원향? 처음 들어봐."
이윽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생소한 이름. 미국이나 일본, 중국 같은 이름은 들어봤어도! 복사꽃은 또 뭐야, 복사하는 꽃? 금세 턱 매만지며 엉뚱한 생각에 잠기는 소녀. 적어도 자신이 있던 세계엔 그런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조난자들은 다 같은 곳에서 떨어진 게 아닌가? 그러다 후지마가 되묻는 말에, "나? 어, 어디였더라..." 골똘히 생각해본다. 지... 뭐였는데. 그리고 마침내 생각났다는 듯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다.
미하엘은 이 미묘한 괴리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비단 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을 때 느낀 저항감 때문은 아니었다. 아마 그건 도시를 지키기 위해 건 마법과 추락자라는 이질감이 부딪쳤기에 생긴 느낌이었을 테니까. 그보다 이 괴리감은 ‘저항감’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추락자가 한 세계에 몰리는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건대, 없다. 적어도 미하엘이 경험한 바로는 없었다. 자신이 며칠 사이 두 명의 추락자를 만났고, 그 중 한 명은 다른 추락자와 마주친 것 같았지. 미하엘과 다윈, 그리고 윈터와 영원이, 윈터가 만난 또 다른 추락자······. 가볍게 생각해도 최소 다섯의 추락자가 이 세계에 모인 셈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미하엘은 또 처음 보는 추락자를 발견했다.
잿빛털을 지닌 늑대. ······늑대가 맞겠지? 미하엘이 너를 빤히 바라본다. 두 발로 걸어다니는 늑대인간을 본 적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게 추락자라는 건 좀 다른 얘기지만.
저 추락자가 윈터와 마주친 사람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이곳이 어딘지 잘은 모르는 눈치다. 그렇다면 새로운 추락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뭐 깊이 생각할 게 있나. 미하엘이 성큼성큼 다가가 저보다 머리 한 개 이상 큰 너를 쿡 찌르며 말을 붙였다.
>>425 이곳은 도대체 뭐하는 장소인가? 일단 사람의 흔적을 쫒아 숲속에서 도시로 온 것 까지는 좋았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근래 자신이 하였던 선택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좋은 선택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와주지는 않는다. 지금 자신은 사람이 많은 도시로 오는 것까지는 성공하였지만, 여전히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으며 무슨 상황에 처해진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물어볼까 생각하였지만. 솔직히 자신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존재에게 자신의 외모는 좀 객관적으로...꽤 무서운 편이었다.
한 성격하게 생긴 늑대 수인이 평범한 시민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니 네가 아는 뭐든걸 말하라 한다면...적어도 그다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은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자신의 등이 쿡 찔리는 느낌과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안녕, 추락자. 여긴 처음이야?”
다리와 허리를 숙여도 내려봐야 할 것 같은 키, 살아생전 처음보는 분홍색 머리카락, 자신과 비슷한 색깔의 눈동자. 그리고...고양이 귀와 꼬리? 짐승의 특징이 도드라지지 않았는데 하프나 쿼터 수인인가?
그보다 추락자? 확실히 자신은 허공에서 추락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추락자라 부르는 것은 크게 이상하지 않으며 또한 자신은 이 주변에 어울어지지 못하고 한참을 멍때리고 있으니 초행길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하지만...
경계하는 것 같은 모습에 미하엘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냈다. 그럴 수도 있지. 대뜸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아는 듯이 이야기한다면 누구라도 수상하게 여겨질 법했다.
“왜 몰라~? 같은 추락자니까 알지. 그리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가만히 있으면 몰라도 알 수 있을 걸.”
미하엘은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당당하게 말하더니 곧 엄지를 세워 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난 미하엘이야. 추락자, 넌?”
상황을 보아하니, 이 추락자는 아마 첫 추락인 것 같았다. 사실 거의 95퍼센트 정도 확신하는 부분이다. 나머지 5퍼센트라고 해봤자, 두 번째 추락이거나, 상황 파악이 매우 느린 사람······ 정도인데.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기에 미하엘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너와 눈을 마주할 뿐이다. 저와 비슷한 색의 눈동자에 어떠한 공포나 악의가 담겨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 것과 비교(?)했는데도 화내지 않는 걸 보면 적응 자체는 빠르게 하는 모양이다. 미하엘은 알겠다는 듯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다가 아, 하고 짧게 소리쳤다.
“뭐, 내가 물어본 걸로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말이야? 추락자나 추락자가 추락하는 세계는 각각 달라. 그러니까 혹시라도 차별 발언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기든, 다른 곳이든. 물론 네가 다른 이들을 쉽게 차별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일이다. 특히나 마물 같은 얘기를 한 걸로 보면, 혹시 모르잖은가. 제 세계에서의 마물로 착각하고 공격하거나 경계하게 될지.
“그럼 그 외로 궁금한 거 더 있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 내가 아는 거라면 얘기해줄 수 있거든.”
미하엘은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더니 널 보던 시선을 돌려 바쁘게 돌아다니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별 의미 없이 시선을 돌린 거였지만, 때마침 맞은 편에는 켄타우로스처럼 사족보행을 하는 사람이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과 평범해 보이는 인간들이 간이 창고인지 집인지 모를 것을 만드는 게 보였다.
일단 미하엘이 이 도시를 둘러본 바론, 이곳엔 다양한 종족이 섞여 있는 곳이긴 했다. 이 도시가 유별난 건지, 아니면 세계 전부가 이렇게 평화로운 건진 알 수 없었지만.
“뭐 지내다 보면 생각날 거라고 생각해.”
윈터와 영원처럼 이것저것 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있다. 로시테아가 그런 것처럼. 좀 더 상황을 파악하고 정리하고 난 뒤에 생각나는 것도 있을 거다.
“한동안은 너나 나나 이 세계에 머무를 테니까 궁금한 건 나중에라도 물어보면 되고—.”
무어라 더 덧붙이려던 미하엘의 말은 갑작스레 울리는 큰 소리에 잘려나갔다.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린 미하엘은 방금까지 눈앞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작은 건물이 사라진 것에 두 눈을 꿈뻑거렸다.
건물이 있던 곳 바닥이 무너졌다.
지반이 약해 무너졌다고 하기엔 그 크기가 제법 크다. 짐을 옮기던 켄타우로스나 몇 명의 사람들이 무너진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음. 눈동자를 굴려 하늘을 쳐다보다가 다시 사람들이 모인 곳을 바라보던 미하엘이 짧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는 네 등을 툭 밀며 말했다.
모험가든 영웅이든 용병이든. 미하엘과는 그다지 거리가 가까운 말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낯설거나 어색한 것은 아니었고. 훌쩍 앞서 가는 너를 보며 미하엘이 뒤늦게 따라 붙었다. 사람을 구하려 드는 걸 보면 영웅이라 불러도 괜찮겠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무너진 곳 주변을 기웃거렸다. 어떡하느냐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과 급하게 다른 도와줄 이들을 부르러 가는 사람들. 그 틈에서 미하엘이 대충 손을 젓는 시늉을 하며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언제 또 2차로 무너질지 알 수 없었기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 덕에 로시테아를 놓쳤다. 미하엘이 주변을 둘러보며 로시테아를 불렀다.
“로—시—테—아—. 어딨어?”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서 들릴까 싶었지만, 수인인데 뭐. 보통은 들리지 않나 싶다. 미하엘이 흘끗 무너져 공간을 드러낸 아래를 바라보았다. 벌써 저 안으로 들어갔나 싶어서였다. 부서진 자재들, 그 아래에 깔려서 신음하는 사람들.
사실 손 몇 번 까딱이면 쉽게 치울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미하엘은 그러지 않았다. 그건,
네 능력이 어떤 것인지, 혹은 힘이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능력을 쓴 뒤 돌아오는 반작용이 싫어서일 수도 있고.
귀가 길기만한 종족...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메구무는 생각했다. 그의 고향에서 메구무와 친했던 요괴들 중 몇몇은 귀가 길었으니까. 그래서인지 엘프도 요괴의 한 종류로 생각한 듯 하다. 그보다 요괴퇴치사인데 친한 요괴가 있다고? 놀라지마시라. 메구무는 철저히 악한 요괴만 잡으니깐 말이다.
"...내가?"
메구무는 황당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당연하지만 그의 눈엔 알레프의 복장이 더 이상했다. 그녀와 다른 문화권에 산다는 걸 감안해도 메구무가 느끼기엔 알레프의 복장은 굉장히 가벼워보였다. 아무리 더워도 얇은 천으로 만든 긴 소매의 복장을 꼭꼭 챙겨입었던 메구무의 문화권에선 조금은 꺼려지는 복장이었다.
"내 눈엔 니 옷이 더 이상하다. 춥지도 않나?"
알레프의 지적에 되려 그녀의 옷을 두고 투덜거리던 메구무는 그녀의 '비밀'이라는 말에 무언가 어색한 점을 느꼈는지 심문 모드(...)로 들어가 물었다.
"뭐고? 비밀? 그럼 인간은 아이겠네? 인간이라면 굳이 비밀로 하지 않을거아이가."
그러나 그녀가 굳이 비밀이라고 한 점이 마음에 걸렸는지 살짝 고민하던 메구무는 그만두자. 라고 마음을 먹고는 벽에 등을 기대앉아 중얼거렀다.
메구무는 화가 났다. 알레프의 말보다는 점점 그녀에게 설득당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나처럼 입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자신에겐 당연하던 상식이 이곳에선 이질적인 무언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메구무는 탄식을 금치 못 했다. 안 되겠다. 빨랑 이 가시나를 어디든 맡기고 내 갈길을 가야...
"춥지 않다고? 바지가 그래 짧은데?"
그녀의 바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지적하던 메구무는, 이어지는 알레프의 질문 러쉬에 머리가 복잡해져 살짝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이리로 땅을 쾅! 치고는(아이리: 아야)
"고마해라!!! 시끄러버가 정신이 없다 정신이!!!"
결국 폭발했군. 아이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잠시 씩씩대다 곧 숨을 고르던 메구무는, 알레프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검집에서 칼날을 꺼내 아이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끝난 뒤엔 다시 알레프에게로 돌아와서...
"...우린 같은 곳에서 널쩌진게 아인 것 같다. 자, 니는 지구엔 인간만 사는게 아니냐고 했제? 근데, 내 고향은 인간과 요괴가 같이 산다. 이 말은 즉, 우린 같은 지구에서 널쩌진게 아니란 얘기제."
무뚝뚝한 말투로 툭툭 던지듯 이야기 했지만, 메구무는 이성을 꽉 붙잡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검은, 놀랍게도 인간이었다. 요괴의 저주를 받아 이래됐제. 자, 인사해라. 야는 아이리."
상대를 마주보며 이런저런 한담을 건넸을 즈음, 그는 무엇인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박동할 리 없는 내장이 움찔거리는 것만 같은 기이한 이물감. 지극히 낯설면서도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무어라 형언하기 힘들고 이질적인……. 기묘한 현상에 골몰하느라 잠시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제 어깨를 툭 건드려오는 손길에 퍼뜩 놀라며 그가 고개를 돌렸다. 손가락으로 톡 치는 정도라 그런가. 그나마 이번에는 처음 미하엘을 만났을 때처럼 펄쩍 뛰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리라.
[ 그냥── 구경? ]
저를 때리려 했던 사람이 달아난 쪽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뭐…… 이미 사라져버리기도 했으니 이제 와 무얼 더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취객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사고에 휘말렸던 것치곤 미련 털어내기가 참 빨랐다. 그 말을 끝으로 잠시간 더하는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상대를 쳐다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서 진중한 고민에 빠졌는데, 얼떨떨하면서도 무엇인가 찜찜한 기분에 시달리는 듯싶었다.
이 사람의 앞에 서자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알고 있을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그의 육체는 물리적 요인으로 인한 직접적 손상을 제외하고서는 언제나 항상을 유지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永이고, 그런즉 불변인 것이다. 무엇도 명확하지 않은 그의 존재에서 그것만이 오직 유일한 확적이었다. 명확한 실체 없는 이변은 그동안─남아 있는 기억의 한도 내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문제였다.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이상 현상을 맞닥뜨린 그의 사고회로는 꼬여 가기 시작했고……. 아마 그래서였으리라. 종이와 펜을 얻은 이후 다소 양호해졌던 의사소통 능력이 다시금 처참하게 곤두박질 친 것은.
윈터를 보니까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너를 보니까 이상한 기분이 든다. 너는 이 이상한 기분에 관해 알고 있는 게 있어?'라고 묻고 싶었음 →하지만 본인은 원래부터 심장이 뛴다거나 덜컥 내려앉는 듯한 감각 자체를 느끼지 못함=어 뭐지 내장이 이상한데?=상했나? →nnnn년 만에 처음 느끼는 기분에 당황함+고립 생활로 인해 기본 의사소통 능력 나쁨+글로 표현해서 더 나빠짐 →그렇게 됐다............🤦♀️
결국 바락바락 성을 내는 후지마에, 소녀는 기겁하며 몸을 움츠린다. 화난 건가? ...왜? 그런데도 별로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궁금하면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쪼잔해. 이윽고 제게서 등 돌리고 검을 뽑아보이는 행동에, 소녀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킨다. 서, 설마 혼내주려는 거야?! 물론 그런 건 아니었고. 다시 돌아와 차분히 설명하는 후지마를 보며 소녀는 은근 안심했다.
"그런 거야? 근데... 아, 아니야."
'지구란 게 하나만 있는 거 아니었어? 지구는 여러 개야? 그럼 요괴 말고 다른 종족 있는 지구도 있어?' 궁금증이 쏟아져나오지만 정작 꺼낸 건 얼버무리는 말 뿐이다. 질문하면 또 화낼 거 같아, 쪼잔이.
"검이 인간이라고... 히익."
그의 말을 곱씹어보기도 전에 칼날에 누군가가 비쳤다. 그건 후지마도 아니었고 소녀도 아니었다. 모르는 남자는 이쪽을 분명히 의식하는 듯 손까지 흔들고 있었고... 소녀의 몸이 어째선지 경직되었다.
"...귀, 귀신이다."
귀신 들린 칼! 저 검이 본래 인간이었다는 말은 귓등으로 흘린 채 귀신 타령이나 하는 소녀.
시간이 야심해진 김에 갑자기 푸는 tmi! 지난번에 잡담에서 캐릭터 모티브에 관한 떡밥이 한 번 돌았었잖아요? 그때는 비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밝히지 못했었는데, 비설도 대략 까진 김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영의 모티브는 넷플릭스 드라마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파이브(No.5)'예요. 사람 이름이 어떻게 5인가 싶은데 이름 맞음...🙄
모티브가 된 캐릭터의 기본 설정은 이렇습니다↓ 2화에서부터 바로 밝혀지는 설정이라 큰 스포일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스포 처리할게요😉 이 캐릭터는 시간과 공간을 도약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설정입니다. 자신감이 넘쳤던 어린 시절의 치기로 무모한 시간 도약을 반복하다 그만 인류가 멸망을 맞이한 이후의 미래에 닿게 돼요. 5는 잿더미가 된 세상에 당황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하지만 (대충 완전 어려운 시공간의 원리)로 인해 과거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멸망이 닥친 이후의 미래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아주 긴 세월동안 홀로 남겨져 세상을 떠돌게 되고…
네네… 아무도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져 긴 시간을 떠돌아 왔음←이 부분이 모티브예요🙄
따온 부분은 딱 이 부분밖에 없어서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가 됐지만요. 영이의 원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분은 초능력자인 것만 빼면 나머지는 평범한 인간이라 살아남기 위해 고생도 좀 하시고 성격도 영이랑은 정반대라… 지난번 situplay>1597047967>311에서 올렸던 노래는 드라마 본편 중 모티브 캐의 과거사(미래사?)를 푸는 과정에서 이 노래를 bgm으로 썼기 때문에... 그래서 아주 약간 연관이 있다고만 했죠! 지금 올린 영상의 초반부가 제가 대충 설명했던 스토리 부분임다 어.... 뭔가 바이럴 같아졌지만 바이럴은 아닙니다!! 아무튼 그렇고요~ 너무 길게 주절거려서 살짝 민망해지네요(*´~`*)
>>505 그것은~ 나중에 풀 기회가 올 때를 저도 기대 중입니다!ദ്ദി*ˊᗜˋ*) (사실 저도 구상을 덜한 부분이 많아서 나중에 검수 받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는... 소재는 참신해요!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좀 답답할 수 있어서? 캐릭터들이 삽질을 좀 많이 하는지라 호불호는 많이 갈려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자라버린 삐뚤어진 어른들'의 치고받고 싸우고 절교하고 삐걱삐걱 어떻게든 굴러가는 드라마... ★우리 가족 정상영업합니다★(집 다 부서짐) 같은 느낌이거든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의 습관은 으레 이렇다. 청자의 입장에서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할 부분을 지나치게 생략해서 말하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하엘에게 오해를 샀다는 선례가 있었던 덕분일까? 그는 곧바로 제 말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리고……. ……역시 내가 생각하기에도 말을 좀 잘못 한 것 같다. 그는 앞서 자신이 썼던 괴상한 글을 북북 그어 지워버렸다.
[ 그러니까…… ] [ 널 보니까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 [ 혹시 이 느낌에 관해 아는 게 있는지 묻고 싶었어 ]
그나마 말 같아진 말을 덧붙였지만, 여전히 구체적으로 표현하고픈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히 펜 끝을 턱에 댄 채 가만 고민하던 그가 불현듯 눈을 동그랗게 키웠다. 아, 그래. 이거다. 마지막 문장에 화살표를 쭉 긋고는 이런 문장을 더했다.
[ 문을 통과했을 때 느꼈던 이상한 느낌 같았어 ]
드디어 정확한 표현을 찾아냈다! 그는 한결 나아진 말솜씨에 제 스스로 효능감을 느낀다. 입꼬리가 싱긋 올랐다. 한창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려던 찰나, 문득 바라본 상대방의 얼굴이 왜인지 좋지 않아 보였다.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지? 그가 아무리 곰곰이 궁리한들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방도는 없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며 써내려간 글을 슬며시 내보였다.
사실 도원향이 중국의 전통적인 이상향이다보니 이렇게 된거 동아시아 3국을 짬뽕시키자...해서 지금의 도원향(메구무의 고향)이 나왔습니다. 메구무를 갑자기 중국풍으로 바꿀 순 없었기 때문에... 이상향이라는 말답게 사고치는 인간+요괴 빼면 나름 조화롭게 잘 산다...는 설정이에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은 비단 너 때문이 아닌 것 같아. 서로를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문을 통과할 적에 느꼈던 미묘한 느낌을 닮았다는 글에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녔구나, 헛웃음이 픽 흘러나. 그런데 지금은 그다지 상황이 좋지 못한 것 같아.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너의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을 잡아채었어. 윈터가 손에 쥔 것은 조악한 화살이야.
조금 전부터 몸이 무겁더라니, 역시 추락자간의 교감에 의한 부담 때문이 아니었어. 발끝이 먹먹해, 단순히 유리 조각 따위를 밟은 것 같지는 않아. 맨발이어서 더 그랬는지.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 보이는 와중에 픽 웃는 웃음, 어딘가 떫은 감이 느껴지는 표정에 그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생각을 더 이어가기엔 갑작스레 상황이 일변하고 말았다.
처음 만났던 때처럼 제게로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주는 손.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하나가 더 연발되어 기어이 이름도 모를 동행인의 피부와 살을 뚫고 박혀 든다. 순식간에 축축하게 젖어드는 어깨 언저리를 보며 자연히 이런 생각을 하고 만다. 그 정도는 내가 맞아도 됐는데.
마냥 태연하게 풀어져 있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러나 침중하지만은 않은 무덤덤한 낯으로, 그는 즉시 윈터의 옷깃을 짧고 강하게 끌어당기며 말했다. 일언에는 여전히 소리가 없었으리라.
따라와.
말을 마친 그는 곧장 자신을 앞세운 채 윈터를 잡아끌며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활을 든 무리가 버티고 있는 방향으로. 타인의 시각에서는 ‘무작정’이라거나 ‘무모하게’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행동이었겠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이것이 나름대로의 최선이었다. 원거리 무기는 유리한 거리를 선점할 때야말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반대쪽으로 도망을 가거나 맞붙어 싸우길 택했다가는 곁의 사람이 더 심한 부상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라리 거리를 좁혀 무기를 뺏든, 진형이 확실히 굳혀지기 전에 빠르게 포위를 뚫든 하자고. 도중에 날아오는 화살은 내가 앞서서 맞아 주면 그만이다. 상처가 더 늘기는 하겠지만 목숨이 하나뿐일 누군가가 죽는 편보다는 낫다. 그로서는 제법 합리적인 도출을 거쳐 정한 판단이었으나, 얼결에 일행이 된 쪽에서 이 황당무계한 짓을 잠자코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559 꺄 아 아 악,,, 북 찢어진다는 말이 이렇게나 무섭게 들릴 일인가요.... ( ༎ຶŎ༎ຶ ) 얘들아. 얘들아 다치지 마... 하지만 그런 극적인 상황에 몰리는 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하지만 안다쳤음좋겟어!!!!!!!! 아!!!!!! 하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너무 좋잖아!!!!! (자아분열)
"...무섭제. 저주라는 건. 근데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디. 직이지 않고 일케 검으로 만들어버린게. 걍 내 추측이지만... 죽지 못하고 영원히 고통받으라는 뜻으로 이런 걸지도 모른다."
그 요괴는 죽지 않고 살아 돌아갔다. 내가 검이 된 아이리를 살피는 동안에. 만약 여기서, 아이리를 되돌릴 만큼 저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만난다면... 감성에 젖어있던 메구무는 알레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가장 오래 된 친구다. 의형제까지 맺었제. 물론 싸우기도 마이 싸웠지만..."
아이리가 들으면 창피하니 '내 가장 소중한 친구' 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은 이미 아이리도 알고 있는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진지하게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기야, 하루를 정리할때마다 얼굴을 맞대고 울면서 '니는 내가 꼭 살릴기다.' 라는 친구인데, 어찌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메구무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시선은 여전히 하늘 쪽으로 향해있었다.
"찾아야제. 죽을 힘 다 해서. 신이나 부처를 만나면 무릎 꿇고 싹싹 빌믄서 부탁할기다. 제발 이놈 좀 살려달라고."
메구무는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고 알레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 화낸 건 미안타. 내 성질이 드러버가. 쫌 웃기제? 지 혼자 승질내고 지 혼자 미안타카는게."
윈터는 흉 많은 소년에게 이끌리며 키득키득 웃는 소리를 내었어. 네 몸을 방패로 쓰면서 나를 지키겠다고? 당치도 않아. 이거면 충분하다고. 윈터는 제 왼쪽 어깨에 박힌 화살을 비틀어 뽑아내었어. 그러는 와중에도 코에서는 새붉은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가만있어."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손에는 피 묻은 화살이 들려있어. 순간, 저를 끌어당기던 소년의 손을 뿌리치고 세차게 앞으로 달려나가. 윈터가 손에 그러쥔 화살은, 놈들이 들고 있는 활의 시위를 끊어놓아. 눈에 보이지도 않게 몰아치는 연격에 녀석들의 손과 다리에서 핏물이 주르륵. 그래도 목숨을 앗아가진 않았단 말이지. 눈을 두 번 깜박일 정도의 시간이었을까, 마지막으로 손에 든 살을 소년의 등 뒤에서 달려오는 거한에게 휙 하고 던져. 그것은 그 가랑이 사이를 정확히 향했고, 뒷일은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야. 내가 말이야... 한때...."
윈터는 심장이 터질 듯 아팠어. 소년에게 무어라 자랑하려 했는데, 말을 맺지 못하고 병약 미소녀처럼 콜록거리는 윈터의 눈에서 빨간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583 ㅋㅋㅋㅋㅋ 따봉짤 뭐야~ 급조라니 나 이런말 하는 사람들이 사실 엄청 대단한 사람들인거 잘 알고 있어...(?) 고마워~ 사실 나두 처음에는 메구무주랑 좀 비슷비슷한 설정이었다? AI 돌리고 있는데 엄청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온거야.. 그래서 맹인검객 동양풍으로 짜야지~ 하고 보니까는 헉... 비슷하기도 하고 이거 완전 대립각이잖아? 좀 맛있는데 싶다가도 결국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지금의 아델주가 되었지만 😊 그래도 최후의 아이덴티티인 맹인검객만큼은 남겨두었어...
>>589 고마워~ 영이 설정두 너무 예쁘잖아... 불사신님이라니 최고야 🥹 거기에 완전 잘생쁘기두 했구....(쓰담쓰담)
>>59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미안해~!!! 그러게, 나도 조금 아쉽네... 이럴 줄 알았으면 살짝 물어보고 하는것도 좋았겠다. 약간 그런 느낌으로 생각했거든~ 맹인 검객인데 이제 이무기인거지... 용이 되지 못한 한으로 이것저것 잡아먹으면서 힘을 길러 다시 한번 비상하려고 하는 악인... 저주랑 해서 아이리랑도 이것저것 재밌는것 할 수 있었겠다. 그래도 괜찮아~ 느긋한 아델이랑도 이런저런 설정 재밌게 짜볼 수 있을지도? 😊
베는것엔 취미 없었다. 여행이 즐거웠다. 고기 한 점, 술 한 모금, 꽃 내음,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비록 두 눈으로 담을 수는 없더라도 더 많은 소리를 듣고 싶었다. 발 구르는 소리와 폭포 소리를 선율 삼아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모닥불 위로 따스함 번지는 수프에 사람이 모이듯, 나무꾼도 역전의 용병도 음유시인도 상관없이 노래하고 춤추고 싶었다.
허나 구름이 머물면 비가 내리는 법이었다.
"전부 당신을 위한 일이었어."
"내가 줄 수 있는 모든걸 준건데, 어째서. 당신을 위한 왕위, 왕관, 왕좌, 이 나라를 바쳤는데도."
내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적어도 이런 추락이 아니리라.
쐐애액, 하고 활시위가 바람을 찢는듯한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명히, 나는 떨어지고 있다. 꿈인가? 그렇지 않다면 드디어 신께서 나를 벌하시는 것인가? 얼마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거지? 1초동안 떨어진다고 했을때, 얼마만큼 떨어진다더라... 아아, 모르겠다. 그저 죽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쿵.
살아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분명히 추락한 시간이 길어, 산산조각 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높이일터. 허나 어째서인지, 땅에 닿기 직전에 멈춘 느낌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거기에, 맡아본 적 없는 풀내음. 들어본 적 없는 새와 벌레의 울음소리. 세계 곳곳을 여행해봤기에 느껴지는 직감. 심상치 않도다. 저 멀리서 다양한 소리가 울린다. 도시일까.
"하하, 곤란하게 되었네요..."
허나 낯설지 않다. 또 다시 여행할 수 있다면... 적어도, 어딘가에 머무르는 것 보다는 낫겠지.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본다.
>>610 눈 돌아가서 성질 버럭버럭 내는거 너무 좋다... 그러면 역시 그러지 않을까~? 신도 부처도 아닌 인간이기에 의심하는것이라고,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는 돌이킬 수 없노라고. 그렇기에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싹을 잘라내야 한다고.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라고 말이지~(못됐음) 그렇게 아마 바로 싸우게 되지 않을까? 계속 검을 집요하게 노리면서 덤벼든다던지... 아마 아델이랑 메구무 간의 저주 인식 차이가 꽤 클것같네~ 아델이 생각하는 저주는 "끄아악 저주를 받아서 악마가 되었다" "저주받은 인형" 뭐 이런 느낌이라면 메구무는 우리가 평범하게 알고 있는 그런... 억울하게 저주를 받아서, 해주할 수 있는 저주려나..?
1. 부활 직후의 가장 온전한 ‘기본 상태’로 설정된 머리 길이는 장발이에요. 사실 제 취향은 쭉 짧은 머리로 있는 거지만... 기본형이 지금 헤어스타일로 고정이라는 설정으로 해버리면 미는 것 말고는 평생 머리모양 못 바꾸잖아... 그건 좀 불쌍해🙄 영 본인은 긴 머리를 거추장스러워해서, 살아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머리 자르기예요.(머리카락을 잘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2. 지구력과 체력이 좋은 편입니다. 몸 자체가 지치지 않는 몸이다 보니 영의 지구력은 일반적인 기준과는 조금 뜻이 다르지만요. 여기서 말하는 체력/지구력은 ‘몸이 손상되지 않는 수준의 상한’이라는 뜻으로 보면 돼요. 아무튼 본론을 말하자면! 기본적인 지구력은 몇천년 전 인류 수준으로 강해요.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지만 하루에 123km를 쉬지 않고 달린 사람의 기록까지 있었던 그때 그시절...🙄 이건 종족 특성이나 특수능력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개인의 재능이에요. 현실의 인간도 현대에 들어서 체력이 약해졌을 뿐이지 옛날에는 다들 강건했다고들 하니까요. 현대 지구 인간 기준에서는 탈인간스럽지만 따지고 보면 완전히 무리는 아닌... 그런 느낌입니다(짤)
저기 아직 제대로 인사는 못했지만 이름은 알게 되어버린 소녀씨, 얼굴에 뭐라고 생각하는지 다 티나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주인 아주머니와 대화 중이었기에 눈치만 슬쩍 주고선 다시금 대화에 집중한다. 다행히도 주인 아주머니는 방을 내어주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잡일만 해줘도 묵을 방을 내어준다니 상당히 좋은 기회다.
"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참 다행입니다. "
머물 곳이 생긴다는 것은 도시에서 좀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상당히 중요한법인데 첫날부터 이렇게 바로 구할 수 있다니 운이 좋았다. 물론 방의 상태가 호화롭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잡일 정도로 묵을 곳을 내어주는데 마굿간에서 잠들어도 감지덕지인 수준이다.
" 다들 흩어져있는 상태인데 좀 이따 제가 한번에 데려올 예정입니다. 제가 시간이 남아서 방을 좀 보고 있었거든요. "
원래 이런건 시간이 남는 사람이 하는게 좋다. 근데 사실 다들 꼭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건 아닌데 말이지. 그래도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 나서는 법이다. 그런걸로 불만을 가지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고. 다들 돌아오면 머물 곳이 생겼다고 꼭 말해주자. 반응이 궁금하니까. 바깥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 같다.
" 저는 요리도 조금 할 줄 알아서 만약에 일손이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
단순히 조리 뿐만이 아니라 요식업에선 재료를 손질하는 일도 중요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료를 손질하는게 아니라 재료를 손질해놓고 음식을 주문 받는 것이 원칙이니까. 칼질이 빠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바쁜 사람 붙잡아놓는 것도 실례 같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 바쁜 사람 붙잡아두는 것도 실례 같으니까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실례가 안된다면 방을 먼저 볼 수 있을까요? "
아까 날 맞이해준 종업원 소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소녀를 콕찝어 얘기하며 오랜만에 만난거라 대화도 할 겸 방 안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얘기까지 해보았다.
문득 쳐다본 밤하늘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추락의 징조다. 미하엘은 빵 한 조각을 입에 문 채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며 우물거렸다. 이동인가? 아니면 추락자? 미하엘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하늘의 일그러짐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것이 ‘이동’이 아니라 ‘추락자’의 것임을 알았다.
방향은, 서쪽인가. 미하엘은 잠시 고민했다. 새로운 추락자가 이 세계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마냥 들뜨기만 한 일이 아니었다. 상대가 처음이던, 아니면 몇 차례의 추락을 겪었건 말이다. 새로운 사건에는 신이 났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기분이 꽤 이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알 수 있는 사항은 없다. 미하엘이 움직인 건 그쯤이었다.
때마침 근처에 있었기에 움직이는 거라고,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미하엘은 그리 답했을 거다. 애초에 새로운 추락자와 만나는 걸 싫어하는 편도 아니었고 말이지.
물론 지금 간다고 해서 마주칠 확률이 무조건 100퍼센트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운이 좋으면 마주칠 것이고, 나쁘면 못 마주치겠지 싶다. 그리고 미하엘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밤인데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지나쳐 서쪽의 관문을 넘는다. 이름 모를 추락자가 달려서 도시로 들어오려 한 게 아니라면 아직은 숲에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었다. 숲은 전반적으로 어두웠지만, 기이하게도 발 아래의 몇몇 풀이 빛을 내어 완전한 어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참 추락자가 떨어졌을 위치를 가늠하던 미하엘은 앞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긴 장발을 한 못 보던 추락자. 적어도 아직까진 마주친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안녕, 추락자?”
미하엘이 먼저 짧은 인삿말을 건네었다. 풀떼기 따위가 빛을 낸다고는 했지만, 갑작스레 사람과 마주쳐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추락자는 첫 추락일까?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미하엘이 좀 더 네게로 다가섰다.
이상했다. 쨍하게 해가 비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밤일 터인데, 이따금씩 일렁이는 이 불빛들은 무엇일까. 허리를 숙여 발 아래의 불빛으로 손을 뻗는다. 그것을 꺾어 숨을 들이키자, 미묘한 풀 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빛나는 꽃이라, 이것 역시도 없던 것이구나."
알 지 못하는 장소로 떨어졌을까. 그래, 어쩌면 다른 세계로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느릿하게 마을, 어쩌면 도시 쪽으로 걷고 있었으나 확실하지는 않았고. 거기에... 분명 밤일텐데,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되려 의심을 살 지도 모르는 일이니, 하룻밤 이곳에서 자고 물어물어 도시쪽으로 향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우선은 근처에서 적당히 잠을 잘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그때, 발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근거리는 심음이 귓가에 맴돈다. 탁한 눈으로 말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았으나, 정확히 쳐다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었으니. 중요한건, 어째서인지 그녀도 나와 비슷한 사정이라는걸 알겠다는 일이었다.
"반갑습니다.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헌데, 추락자라 함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이쪽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였기에. 조금은 경계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듯, 되려 손을 뻗었다. 우호의 표시였다.
어떤 사람일까. 무엇때문에 나를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째서 저 사람이 나와 비슷하다는걸 알고 있는가. 모르는 일들 투성이었다. 아아, 조금은 귀찮아져오는 탓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긴다. 그저 방랑하고 싶을 뿐인 구름에게, 이런 일들은 조금은 버거웠다.
그게 저주에 대한 소녀의 감상이었다. 자신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으레 인간들은 고통보단 죽음 택하는 경향 있지 않던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이리의 저주라는 것은... 숙연해진 분위기에서 소녀는 후지마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다가도, 신을 언급하는 그의 말에 몸을 흠칫 떤다. 그런가, 신이라면 도울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제게 아직 창조의 권능 있었더라도 그를 도울 방법은 없었을 거다. 소녀는 최고신임에도 '전능'하지 않았으니까─ 해주하는 방법 따윈 모른다 그 뜻이다.
"...나도 미안. 납치범이라고 해서."
이어지는 그의 사과에 소녀도 덩달아 말 올린다. 곤란해하던 걸 도와줬는데 되려 납치범이라고 했었으니! 그리고 화만 잘 내는 쪼잔이란 감상도 취소다. 의외로... 뭐더라, 츤데레?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을 잡아챌 때부터 심상치 않다 느끼기는 했다. ……그래봤자 당신도 상처 입고 피 흘리는 한 번 뿐인 목숨에 불과한데. 그대로 도망쳤더라면 너도 저 사람들도 모두 다치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 말릴 새도 없이 상황은 급속하게 일단락되어 버렸고, 그는 주저앉은 윈터에게 달려갔다. 조금 전도 지금도 아무런 낌새가 없었는데도 이유 모를 출혈이 계속되고 있다. 분명 공격에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갑자기 왜 이러지? 그가 떠올릴 수 있는 한도 내의 추론은 둘 정도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다친 상태였거나…… 장기를 혹사하기라도 한 걸까? 원인이 무엇이 되었건 이대로 가만 두어선 안 될 것 같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제 몸의 구조나 손상 시의 대처라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몸은, 은근하게 발하는 체온이나 몸 안을 도는 혈액의 존재조차도 낯설다. 애초에 목숨이란 게 무슨 원리로 붙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작정 가르거나 잘라선 안 되리라는 것만은 황망한 와중에도 알겠다.
[ 피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해? ]
결국 상대의 앞에 마주앉아 물었지만, 눈에까지 피가 흐르는 상황에 잘 읽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윈터의 곁을 맴돌다 상대를 붙잡고 일으켜 보려 했다. 최소한의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상자에게 덥썩 시도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저와는 다른 ‘일반적인 인체’에 대한 무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윈터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지만 상태가 아주 나빠 보이지는 않았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건 코피가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하려던 것이었고. 주르륵 흐르던 코피도 금세 멎었고, 보기엔 숭하지만 눈에서 핏물이 흐른 것도 그냥 눈의 실핏줄이 터져서 피가 섞여 나왔기 때문이야.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몸을 무리하게 움직인 탓이었을까. 원래 이렇게까지 피가 나오지는 않았었는데. 소년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면서 주저앉은 윈터의 곁을 맴돌았어. 걱정이라도 해주는 걸까. 소년의 부축에 어렵지 않게 몸을 일으킨 윈터는 소년이 내민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참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어.
"어떻게 하긴. 닦으면 되지."
윈터는 눈물을 닦을 때처럼 손등으로 눈가를 몇 번 문지르고 흘러내린 코피를 손바닥으로 슥슥 닦아냈어. 눈에서 나온 것은 상당히 묽어서 눈 화장이라도 한 것처럼 눈가가 붉어졌을 뿐이지만, 코에서 나온 것은 진하고 탁해서 옷소매로 바득바득 문대고 나서야 그나마 멀쩡한 얼굴로 돌아올 수 있었지.
"너는 뭐 어쩌다가 저런 놈들이랑 엮여가지고."
착한 건지 순진한 건지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멱을 잡혀놓고도 환히 웃을 수 있는 정신이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나쁜 아이 같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혼자 두기엔 또 엄한 일에 엮일 것 같아 평소에 없던 연민의 마음이 생겨나.
"야. 나랑 같이 갈래? 너도 여기가 처음인 것 같은데."
윈터는 소년을 바라보며 대뜸 그렇게 물었어.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혼자 헤매는 것보단 여럿이 힘을 합치는 게 안전할 테니까.
영: 202 캐릭터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뜻, 호불호,지어준사람 등) 이미 일상에서 나왔던 부분이네요! 미하엘과 통성명을 할 때 본인이 즉석으로 지었습니다. 영원, 영구, 불변, 긴 시간, 불멸, …….등등의 뜻을 지닌 말이라면 무엇이든 이름이 될 수 있어요. 본인은 썩 마음에 들어하는 이름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이 자기를 불러주는 것 자체가 기쁘대요.
289 오감중 가장 민감한 것 청각? 예전 세계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대체로 고요했거든요. 그래서 늘 소리를 예민하게 느끼는 중이에요.
(+) 후각: 멀쩡은 한데 숨을 안 쉬네요… 미각: 얘도 멀쩡은 한데 쓸 일이 없네요…
234 캐릭터의 말투를 묘사해주세요 음… 평범하고 친근한 반말? 말투는 평범한 편이면서도 특유의 성격 때문에 천진하고 맹한 느낌이 좀 있습니다 영: (*°▽°*)헤헤
아직도 사정이 있어서 육성으로 말하는 모습은 저도 못봤지만요…🤦🏻♀️ 문자의 특성 상 글로 쓸 때는 말이 조금 더 축약되곤 하지만, 글로 하는 말과 진짜 말투에 큰 차이는 없어요.
이상하다라. 자그맣게 중얼거린 그 목소리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날때부터 보이지 않는 눈때문일까, 예민하게 발달한 청각은 내게 많은 것들을 들려주었다. 비식 하고 웃는 소리. 몇걸음만에 바짝 좁혀지는 거리, 답싹 붙잡힌 손. 손의 크기와 흔들리는 위치로 미루어 보아 키는 그렇게 크지 않은 듯 싶은데, 보폭이 꽤 넓구나. 실력자일까. 짧게 숨을 내뱉었다.
"역시, 다른 세계입니까... 어림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빛이 나는 풀은, 제 세계에는 없던 것이라서요."
꺾었던 풀을 비어있는 손으로 건네듯 들어보이고는 살며시 미소지었다. 당신의 제스쳐에도 시선은 허공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귀로 듣고 있었다.
단순히 오래 달려 숨 차 하는 사람에게마저 중병을 의심했던 그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죽을 만큼 아픈 게 아닐지 걱정했지만 그건 아닌 듯하니 다행일까? 사실 얼굴에서 피를 쏟는 증세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충분히 위급하게 여길 수도 있었던 문제였으나, 그는 마냥 상대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괜찮다니 다행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걱정했던 것이 언제였냐는 듯 표정이 삽시에 활짝 편다.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 길에 누워 있길래 살아 있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깨웠어 ] [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면서 화내더라 ]
어쩌다 엮였느냐는 말을 질문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곧바로 간략한 전후사정을 써서 척 내보이는데, 그 표정 한결같이 천진하니 이쪽도 어떤 의미에서는 여간 호락호락한 문제아가 아닌 듯싶다. ……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정신이 팔려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쓰러져 있었지. 그는 윈터가 해치운 불한당들을 휘휘 둘러보다 물었다.
[ 저 사람들도 괜찮아? ]
저 사람들도 그냥 닦으면 되려나. 부상의 경중을 그로서는 도무지 판단할 수가 없다. 속으로 머리만 이리저리 굴려 대던 와중 물음 하나가 들려왔다. 같이 가자고? 그는 단 일편의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 응 ] [ 어디로 가는데? ]
그의 나이 n만 세, 어린애마저도 뇌물을 줘야 고민하는 체라도 해 볼 제안을 덥썩 물고 보기부터 한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는 건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느린 것보다야 빠른 것이 나았다. 꺾인 풀을 바라본다. 여전히 미미한 빛을 내는 풀은 잘려나가도 한동안은 빛을 뿜는 듯싶었다. 무심코 이걸 잘게 잘라 밤에 뿌려댄다면 멀리서 보았을 때 제법 예쁜 광경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실제로 하진 않겠지만.
“아하—.”
짧은 소리, 이후 웃음이 이어진다.
“혹시 내가 널 미심쩍어 한다고 생각한 거야? 별 거 아니었고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는데—.”
미하엘은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킥킥 웃었다. 미하엘 ‘양’이라는 호칭이나 적의가 없음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네가 무언가······, 그러니까 예를 들어 자신을 비롯한 추락자에게 해가 되거나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겠다.
“뭐어, 내가 오해하게 말하긴 했지······.”
말끝을 묽게 흐렸지만, 그 말 끝에 오해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거나 같은 말은 없었다. 도시 쪽을 향해 시선을 잠깐 돌린 미하엘은 이어진 네 질문에 다시 시선을 네게로 돌렸다.
“여기로 추락한 건 얼마 안 돼. 이주 좀 안 됐으려나? 아니다, 이제 삼주 차던가? 날짜를 셀 필요가 없으니 그러려니 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
“추락? 응, 아무래도 그렇지? 영원토록 이 세계에 머무르진 않으니까.”
물론 머무르려고 한다면 머무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네가 그런 걸 묻는 건 아니었으리라. 빙글빙글, 네 주변을 살피듯 미하엘이 알짱거렸다. 그 행동은 딱히 어떤 것을 찾거나 알아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곧 알짱거리던 것을 멈춘 미하엘이 도시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도시로 갈 거지? 어차피 밤도 늦은 데다가 잘 곳을 찾아야 할 거구 말이야?”
아니면 혹시 노숙파? 미하엘은 장난스레 말하며 먼저 두어 걸음 앞섰다가 다시 너를 돌아봤다. 어서 오라는 듯 재촉하는 것은 덤이다.
“빨리 와. 궁금한 게 있으면 가면서 더 얘기해 줄 테니까. 이런 기회, 별로 흔치 않다?”
짧은 소리, 그리고 웃음. 킥킥거리는 소리. 조금은 다행일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어간다.
"글쎄요, 어떨까요."
말을 삼간다. 입은 화의 근원이요 혓바닥은 재앙이니, 침묵은 금이로다. 여러가지 가능성들이 있었다. 그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째서일까, 우리는 서로를 알아 볼 수 있었고- 거기에 우리가 살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떨어졌으니. 다른 세계로 떨어졌다는 것은,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뜻이리라. 하나의 세계도 드넓도다. 헌데 수많은 세계라면 그 얼마나 넓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을까. 쉬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이쪽이었다. 사냥, 이라는 불길한 가능성도 배제할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대화가 통하고, 적의가 없음을 밝히고, 그 쪽 역시도 적의는 크게 없어보인다. 쉬이 신뢰할 수는 없다만서도, 적어도 배신이라는 형태로 칼날이 박힐 일은 없으리라. 지금으로써는, 말이다.
"그렇군요. 문답을 즐기시는것같아 조금 더 여쭙자면... 미하엘 양은 추락이 처음이 아닌겁니까?"
여기로 추락한건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은, 본디 있던 세계에서 이 세계로 넘어온 것을 뜻할수도 있다만, 다른 세계에서 또 다시 다른 세계로 추락한것을 뜻할지도 모른다. 우선은 정보를 조금 더 갖고 싶었다. 단순히 방랑하기에는 알 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성가신 일에 휘말리는건 사양이니까.
"영원토록 머무르지 않는다라..."
빙글거리며 당신이 내 주변을 걷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는 손을 뻗는듯한 소리.
"다행이군요. 정말 도시가 있었다니."
"고맙습니다. 그러면... 추락자라고 하는 이들은, 저희 말고 또 얼마나 있습니까? 그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죠?"
방랑해도 괜찮을까. 한 군데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사양이었다. 어쩌면 신의 농간일지도 모른다. 마음껏 방랑하라는. 혹은, 더이상 네가 머무를 곳은 없다는듯한, 그런 아이러니함. 저도 모르게 실소가 배어나왔다.
문답을 즐긴다— 맞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과 말을 섞고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하는 건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굳이 따지면 그래야만 했다. 추락한 세계가 어떤 곳인지, 새로이 추락하는 추락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라면, 대화만큼 좋은 것이 없었다.
비록 자신이나 상대가 어떤 생각을 갖고 대화에 임하는지는 모르더라도.
“응, 처음 아냐. 그렇기에 너한테 답해줄 수 있는 게 있다구~?”
이렇게 추락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혼자 정보를 얻어야 한다고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어쩐지 신이 났다. 미하엘은 도시로 향하며 이어진 네 질문에 대답한다.
“일단, 내가 아는 걸로는 다섯 정도려나? 어쩌면 더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확실한 건 다섯이야. 그리고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는데, 이런 식으로 한 세계에 추락자가 여러 명 모이는 일은 자주 있지 않아. 그것도 첫 추락이면 더더욱.”
어쩌면 아까 전 이상하다고 중얼거린 건 이런 상황 때문인지도 몰랐다. 미하엘은 길게 낮은 숨을 뱉더니 곧 별 거 아니라는 식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긴 해. 그냥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말하는 거니까 대충 흘려 들어.”
“그리고 또······. 아까 뭐랬더라? 무엇을 하며 지내냐고 했었지?”
“아무것도. 뭐, 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추락자마다 다른 부분이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솔직히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건 못되잖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의 주민을 학살한다거나······,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 다음 세계로 추락할 때까지 고생한다구?”
뒤에 덧붙인 말은 정말로 네가 학살을 저지르거나 할 것 같아 한 말은 아니었다. 큰 사고를 치면 수배가 되어 쫓긴다거나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꽤나 피로할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한 주의에 가까웠다. 경고가 아닌 주의인 것은, 사실상 미하엘이 네가 무언가를 저지른다면 말릴 권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추락자도 마찬가지다.
부탁한다는 말을 들은 게 제법 오랜만이다. 미하엘이 씩 미소지었다. 걱정말라던지, 아니면 알았다던지 어떤 믿음직한 말은 없었다. 다만 까딱이는 손을 따르듯 켄타우로스의 몸이 허공으로 들려올려진 것뿐이다.
구덩이 내에서 벽을 타고 완전히 올라온 너와 켄타우로스가 바닥에 뉘여져 도움을 주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것은 거의 비슷한 시간이었다. 미하엘은 널 보며 배시시 웃고는 엄지를 세웠지만, 곧 쓰러지는 것처럼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머리가, 눈앞이 핑핑 돌았다. 누워 있기는 했지만, 어디가 북이고 남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정말 번거로워······. 미하엘이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구출한 사람들 쪽을 보았다. 다소 경미한 부상의 사람들은 벌써 정신을 차리는 듯싶었고, 가장 큰 부상의 켄타우로스는 응급처치를 끝낸 뒤 진료소 따위로 옮겨지고 있었다.
“와, 참 별 일이네.”
확실히. 갑자기 바닥이 무너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여전히 누운 채 중얼거리던 미하엘은 괜찮으냐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문제 없다고 손을 저었다.
네 쪽으로도 사람들이 모인다. 부상자 중에는 제 가족이 있기라도 했는지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연신 이어졌다. 은인이니, 뭐니 하는 낯간지러운 소리 속에서 미하엘이 너를 보았다. 흡사 네 반응이 어떤지 살피는 것만 같았다.
알레프와 헤어진 뒤, 하늘이 점점 어스름해지기 시작하자 메구무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른 물물교환이건 약을 팔건 해서 돈을 얻어야 했다. 다소 위험하지만 노숙이라는 선택지도 있었고, 의외로 메구무도 그것을 꺼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아이리 때문에 노숙은 가급적 피해야만 했다. 옛날에 그를 도둑맞은 적이 있던지라 그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노숙을 하는게 낫겠다.」 "안 된다. 누가 니 훔쳐가면 우얄라고 그러노?" 「후우... 그치만 달리 방도가 없지 않나? 짐까지 물물교환도 다 거절당하고, 약도 안 팔리고...」 "니는 가마이 있으라. 내 알아서 하께."
아이리는 속으로 '네네~ 메구무님 니 맴대로 하세요~'라고 비꼬았으나, 그가 조급해하는 것을 느꼈기에 메구무 말대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혼자선 움직이지도 못 하니 평소에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막간의 블랙코미디다)
그렇게 메구무는 부단히 돌아다니며 자신의 약을 팔고자 했으나, 모두 족족 거절 당했다. 하기사, 수상한 행색의 사람이 파는 수상한 약은 모두가 믿지 못 할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해는 완전히 지고 말았다.
"옘병할."
메구무를 잘 아는 아이리는 더 말을 얹지 않았다. 그를 1n년 간 봐왔던 짬에서 나온 처신이었다. 지금 건들면 폭발한다. 그렇지만 메구무는 잠시 한숨을 푹푹 쉬더니 다시 일어났다. 좀 진정이 된 것 같았다. 그는 골목골목을 쏘다니다가 어느 검을 든 여성을 발견했다. 이거다! 검을 쓴다=다칠 일이 많다=약이 필요하다! 그 기적의 논리에 아이리는 할 말을 잃었다. 메구무는 여성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발경과도 같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대답이 돌아올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된 것인지, 그녀는 어째서 세계를 넘나들고 다니는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우리는 처음 보았음에도 한 배를 타게 된 것인지. 아아, 귀찮아라. 자신은 그저 방랑하고 싶을 뿐이거늘. 정말로 신이 자신에게 말하는것만 같았다. 더이상 어디에도 네가 머무를 곳은 없노라고, 말이다.
"다섯이라..."
짧게 중얼거리고, 신이 난 당신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귤러는 본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아쉽게 되었군요."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대충 흘려 들으라는 말에는 짧게 숨을 뱉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곧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었다. 목소리로 미루어 보아 크게 거짓을 말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심음도 평온하고. 자신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으며, 완벽하게 타인을 파악하는것 따위 꿈꾸지도 못하는 일이지만,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종의, 자신과 비슷한 방관자다. 어째서인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방랑을 해야겠습니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뭐어, 두 눈은 보이지 않습니다만서도."
짧게 농담을 던졌다.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평온한 관계가 유지되리라. 그리고 학살이라는 말에는, 잠시 발걸음을 멈칫 했다가, 다시 그녀를 따라 걷기 시작하며.
난생처음 보는 세계에 두리번 두리번 살피며 길목을 걷는 코우 해는 이미 진지 오래라서, 어둠 속에서 여자가 눈을 도륵도륵 굴리면 붉은 도깨비불 한 쌍이 둥실 떠오르는 것도 같다 그 눈이 무언가를 찾는 것 같기도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딱히 자신히 바래서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언제는 선택권이 많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지라
그렇지만, 두 다리만 있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아무렴 제대로 붙어있기만 한다면 여자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일없이 걷고있으니 정면에 불쑥 어떤 낯선 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아직 오지의 흔적이 묻은 천옷, 눌러 쓴 삿갓에 그 아래로는 오해받기 쉬워보이는 눈매 여자에겐 그런 것이 모두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칼을 세 개나 든 남자다!"
마치 선봉대의 깃발처럼 몸 이곳저곳에 꽃혀 있는 긴 칼, 중간 칼, 짧은 칼 코우는 그런 것들을 깜빡깜빡 응시하다가 이내는 입을 벌려서 '헤-' 하고서는 다짜고짜 감탄을 흘리더니 그렇게 말했다 방금 물어 온 그의 발품 영업따위는 이미 안중 뒷전이라는 듯이- ...아니, 이 경우에는 빠르게 잊혀진 것 같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그 순간에 아주 순식간인 사이에
그런 것보다는 자신쪽에서 우선 용무가 있는지 여자는 손바닥을 서로 마주쳐 합장을 하고, 고개를 기울이고서는 대뜸- 멍하니 서있을 그에게 지리멸렬한 물음을 건네어온다
미하엘은 재잘거리던 입을 잠시 다물었다. 어떤 곳인지 떠올리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눈치도 아니다. 이내 미하엘이 다시 입을 열고 방금까지처럼 가벼운 투로 말했다.
“그건 비밀로 할게. 스포일러는 재미 없잖아? 네가 언제 그 세계에 추락할지도 모르고? 그래도 다른 건 얘기해줄 수 있어. 이 세계는—.”
미하엘이 걸음을 늦추며 네 옆에 서더니 속삭이는 것처럼 목소리 낮춰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매우 친절해.”
그다지 중요한 얘기도 아니건만 분위기를 잡았다. 하하하, 미하엘이 가볍게 웃었다.
“근데 정말이야. 그 외로는······, 중앙 접근이 불가하다? 자세한 건 직접 알아 봐. 난 별로 관심 없어서 대충 휴식하고만 있었거든. 그리고 조건은 나도 몰라. 이런 기이한 현상에 어떤 조건이 있겠어?”
애초에 어떠한 조건 등이 충족되어 세계에 추락하는 거라면, 추락자가 아니라 이방인, 혹은 방문자 따위의 호칭으로 불려야 할 터였다. 네 질문은 예리하긴 했으나 그뿐이었다. 미하엘은 추락의 조건은 알지 못했고, 아마 그건 미하엘이 아니라 다른 추락자들도 모르는 내용이리라.
가만히 네 혼잣말에 가까운 말과 제가 한 말의 반응을 듣던 미하엘이 짐짓 흥미로운 눈을 했다.
“어쩐지 반응이 좀 묘하다 했어. 눈이 안 보이는구나? 선천적인 거? 아니면 후천적?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호기심에 기인한 질문에 악의는 없다. 아마 네가 농담조로 한 말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슬쩍 빠져나갈 말을 덧붙이며 미하엘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불타는 도시라······. 아델라이데는 평온하기를 바라는 거야?”
아까 방랑이라고 했던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흐르듯이 지나가며 언제라도 부수고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얕은 관계를 쌓는 것. 왠지 네게서 그런 느낌이 들었더랬다.
코피가 나더라도 코가 아프진 않잖아. 누구한테 코를 맞아서 난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리고 눈에서 피가 나는 것도 드물겠지만 마찬가지로 통증이 없어. 왜냐면 통각이 없으니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라고.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네가 오지랖이었네."
글쎄, 윈터가 소년을 도와준 것도 오지랖이었지만. 윈터는 저 사람들도 괜찮냐는 물음의 글에 손톱으로 뺨을 긁적일 뿐이었어.
"아마 괜찮을걸? 살짝 긁힌 것뿐이니까."
손에 들고 있었을 살의 행방을 찾으면, 어디로 향했는지 퍼뜩 깨달아. 누구 가랑이 사이로 휙 던져버렸었지.
"쟤는 괜찮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뭐... 자업자득이야."
윈터는 죽이진 않았잖아.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놓고서, 더 귀찮은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얼른 가자고 소년의 손목을 잡아끌려 했어.
여자가 번뜩- 남자를 삿대질하며 불현듯 외쳤다 정확히는, 눈 앞의 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의 손 끝이 향하는 곳은 그보다 조금 너머의... 기다란 칼
"내가 그렇게 특이해? 조금 별난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고개를 기울이며 흐음, 소리를 내는 코우 기다란 대태도의 목소리는 동행자인 그 밖에는 들을 수 없는 것이라지만 이 초면인 여자는 어째서 그것에 대해 아는 체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낯선 사내 역시도 왜인지 여자의 사정에 대해 아는 체 오는 것이길래 여자는 입을 동그랗게 말고 수다떨듯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응, 맞아. 들어봐? 아까 엄청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걷다보니 왠지 하늘에서 떨어져서, 그런데 왠지 모르는 곳이라서 그리고 또 걷다보니 어느새 이런 곳까지 와버렸어."
생각해보면 오늘은 하루종일 걷기만 했고 그다지 베어낸 사람도 전혀 없다 그런 것치고서는 이 몸이나 치마와리는 아직 잠잠했다
"나 역시 죽은걸까? 꺄아."
조합해 본 정보로 그럴듯한 결론을 추측해내고는 양 뺨에 손을 갖다대며 비명 아닌 비명을 질러보는 여자였다
메구무는 여성의 삿대질과 말에 눈을 부릅뜨며 뒤로 물러났다. 아이리가 하는 말은 나밖에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눈 앞의 여성은 아이리의 말이 들린다는 듯 행동한다. 요괴인가? 아니면...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여성에게 물었다.
"니, 대체 뭐고? 인간이가? 아니면..."
긴장감이 메구무의 몸을 지배했다.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태세였다. 여성이 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느라 그녀의 수다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메구무는 여성의 피처럼 붉은 눈을 보며 경계심을 곤두세우다가, 손에 들린 검을 보고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보통 검이 아님을 짐작했다.
"디졌으면 내랑 만났겠나? 근데 니도 보통내기는 아닌갑네? 근데 내는 짐 잘 곳을 찾고 있어가, 사고쳐서 쫒기긴 싫다. 그러니..."
마경. 분명 로시테아라는 이름의 늑대 수인도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럴 확률은 극히 낮겠지만, 어쩌면 로시테아와 아델라이데는 같은 세계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물론 그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으음. 나한테 갚을 필요 없어. 차라리 너처럼 첫 추락인 추락자를 만나면 도와주는 걸로 하자.”
인연이란 건 원래 그렇게 이어져 나가는 거라며 미하엘이 작게 웃었다. 긴장이 풀린 듯 네가 흥얼거리면, 미하엘은 잠시 귀를 기울인다. 처음 듣는 음의 노랫말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방랑자에게 어울릴 법한 노래였다.
“완전히 안 보이는 건 아니라는 소리네.”
제게로 향하는 시선에 미하엘의 시선도 네게로 향한다. 옅은 웃음소리를 잇는다. 도시가 가까워졌다. 그새 어둠이 더욱 내려와 깊은 시간이 되었지만, 도시 곳곳에는 횃불 같은 광원이 있어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 마음가짐 마음에 들어. 하지만 생각하는 일은 없을 거야, 아마도?”
그렇게 말한 미하엘은 도시에 거의 다 도착했다며 네 손을 잡고 이끌었다. 서쪽 관문 양 옆에 선 경비원들이 미하엘과 너를 발견한 건 그때였다. 그들 대부분은 관문을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한들 늦은 시간에 오고가는 사람들한테까지 무관심한 건 아니었는지 미하엘에게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그들 중 한 사람이 한 밤의 숲은 위험할 수 있으니 나가는 일은 자제해 달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했다. 미하엘은 여전한 사람처럼 웃으며 알겠다고 대꾸할 뿐이다.
“아, 맞다. 여관으로 안내하려는데 괜찮지? 아니면 노숙하거나, 그냥 아침이 올 때까지 버틸 거야?”
관문을 넘는 순간에, 아마 너는 저항감 같은 걸 느꼈을 테지만, 미하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관이 어쩌고 말을 붙였다. 묘한 일이지만, 네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듯한 태도다.
"그거 좋군요. 실례했습니다. 미하엘 양을 꽤 의심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따스한 분이실 줄이야."
"연의 굴레라는건 따스하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부드럽게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뭐어, 빛과 어둠밖에 보이지 않지만서도요. 존안을 뵐 수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옅은 웃음소리를 따라 작게 소리내어 웃는다. 일렁거리는 빛들이 보인다. 횃불인가, 도시가 가까워졌구나.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피비린내같은건 더이상 맡고싶지 않거든요... 진심입니다."
내 검은 살인검이 아니라 활인검이고 싶었다. 검이란 단순히 베어넘기는 물건이 아니다. 다만 그 뿐인 일이다. 당신이 내 손을 잡자 나는 저항 없이 손을 내어주면서 당신을 따라 걸었고. 이 소리는, 경비원들인가.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는걸 보아하니, 말 대로 마냥 쉬고만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일종의 가이드 역할 같은것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헌데, 관문을 넘는 순간의 일말의 저항감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그것은 대체 뭐였을까. 지긋이 눈을 감고 옅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들려오는 말소리에 언제 그랬냐는듯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아, 감사합니다. 그래도 숙박비 정도는 제가 벌게 해주십시오. 조금 떠들썩한 곳이 좋겠군요... 노래 한 곡조를 부른다면, 분명 베풀어주시는 분들도 계실 터이니."
>>867 그렇다면 그거 세개를 다 섞어서 먹어야만 사퇴할수 있는걸로!!! 나는 이미 사퇴했으니 [무효] 다 (?????) 자아자아 어서 스스로가 귀여운걸 인정하고 "저는너무귀여워요잉❤️" 이라는 대사와 함께 부길드장 자리에... 그렇지 않다면 메구무의 목숨은 없다!!!!(메구무주:님아)
낯선 사내의 눈빛이 변하며 둘의 공기는 순식간에 긴장으로 가득 차오른다 조금의 마찰만으로 전부 타버릴듯한 경직된 공기 그리고 그 안에서, 사내가 여자를 향해 있는 힘껏 발하고 있는 낯설지 않게 된지 오래인 감정의 기운을 코우 또한 느낀다
적대감
그러나 여자는 그 앞에서도 숨을 삼키며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듯이 그를 향해 붉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사내를 살피는 것인지, 당장에 칼을 뽑을 준비를 하는 건지 마치 희생 된 피로 고인 연못처럼 얕고도 깊어서 무슨 진위를 가지고 있는지 범인으로는 당최 가늠 되지 않는 눈을 하고 있었다
"흐음."
다가오지 말라는 듯, 뻗은 손으로 선을 긋는 사내 여자는 그런 그를 한참 물끄러미 보다가 어느 순간에 한 걸음만에 망설임 없이 그의 임시 성벽을 불쑥 부수고 다가가 고개를 내밀고서는
오지랖은 옷이라는 뜻 아닌가? 관용 어구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하게 있기만 한다. 그에 관해 더 생각하거나 묻기에는 그보다 더 중한 일이 있기에 주의를 돌려야만 했다. 무덤덤하게 말하는 윈터를 따라 그도 태연하게 쓰러진 불한당들을 멀찍이 쳐다보았다. 괜찮을 거라 하니 아마 그러려나……? 관계에 미숙한 그는 지나치게 순진한 면이 있었다. 누군가의 장담이 틀리거나 거짓말을 할 가능성 따위는 염두에 존재하지도 않는 상태인 것이다. 사실 그가 더 걱정을 하려 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테고. 그는 잡아끄는 대로 손쉽게도 딸려갔다.
손이 붙잡힌 상태라 대답을 하기에도 불편해져서, 그는 고개만 끄덕이며 얌전히 뒤를 따랐다. 조용한 곳이라면 좋다. 아직은 저 외의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아서……. 처음 입성했을 무렵 약한 공황을 겪었던 것에 비해서는 나아졌다지만, 어느 때엔 참기 힘든 긴장이 불쑥 닥쳐 오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숨죽인 듯한 외로운 고요는 여전히 싫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에도 완전한 적막은 없다. 어느 곳으로 향한들 모두 좋으리라.
한동안 조용히 윈터를 따라가던 그는 어느 순간 종잇장 바스럭거리는 기척을 내었다. 윈터가 돌아보았다면 그때부터 잠시 멈추어 글을 쓰지 않았을까.
[ 너는 이름이 뭐야? ]
답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도 제 이름을 내보였다.
[ 내 이름은 ■이야. ]
■. 다른 글자와는 달리 단번에 읽을 수 없는 구절. 분명 공백은 아니었다. 검은 잉크로 쓰인 문자의 형상은 부글거리는 듯, 들끓는 듯, 불완전한 무언가가 이지러지듯 형상을 바꾸어 간다. 그러한 천변의 사이로 식별할 수 있는 형상이 전순 스쳤으리라. 永, 영원, נצח, cælum, постоянство, ölmezlik, سَرْمَد……. 쉬지 않고 재배열되는 문자열의 사이, 당신이 가장 적합하다 느낄 말을 떠올리는 순간 변화는 그곳에서 멎을 것이었다.
사내의 당황하는 반응에 그것도 그저 재밌다는 듯이 입으로 활짝 웃는 여자 고개를 무르고, 그제서야 제 콧잔등을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한다
"나, 왠지 냄새로 사람을 구분할 수 있게 됐거든."
다만 그렇게 해서 나온 설명이 설명의 역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어떨지...
"그래서 맡아봤을 뿐이야."
그정도로 여자가 방금 말한 것은 지극히 사적이고도, 막연한 것이었다 마치 할 수 있으니 해봤다- 라고 하는 듯한 여자의 행동원리는 그저 그녀가 그렇게나 말초적이고 야생적인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구나- 라며 넘어가는 것으로 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코우는 어느새부터인가 낯선 사내의 기에도 죽지 않고 빤-히 눈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었다
"미안해? 둘의 대화 엿들어서."
그러더니 이번엔 또 그렇게 말하는데 방금 전, 사내가 자신의 칼과 대화를 나누던 것에 대한 것일까
농담기 다분한 어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정말 만지게 해주리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듯, 옅게 웃으면서. 당당한 말투이기에 어느정도 궁금하기는 했다만, 처음 만난 여성의 얼굴을 만지다니, 당치도 않은 실례이리라. 그렇지 않은가. 허나 저 진지한 말투라면 분명 절세의 미인이리라. 작게 다시금 키득거렸다.
"날때부터 어둠과 빛 밖에 보이지 않는 지라, 사람의 아름다움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오히려 마음의 아름다움이 더 와닿곤 하더군요. 꽃, 구름, 이슬비, 작은 동물들... 그런 것들도 좋지요."
가벼운 대답에는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대답했다. 또한 숙박비 이야기에는 안도한듯, 작게 숨을 내뱉었다.
"그렇죠. 오늘 밤, 시간이 되신다면 한 곡조 듣고 가시는것도 괜찮으실겁니다. 노래에는 자신이 있으니까요. 술 같은것은 즐기십니까?"
마저 끌려가면서 깊게 숨을 들이쉰다. 북적거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더운 공기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 내음이 풍겨오기 시작했다. 계절감 역시도 자신이 있던 곳 과는 사무치게 다르구나. 허나 사람 사는 세상은 대부분 비슷하리라. 마경만 아니라면, 말이지. 느릿하게 웃으면서 당신을 따라간다. 슬슬 도착할 때일까.
얼굴을 만져봐도 되느냐며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엔 농담기가 서려 있다. 때문에 평범한 경우라면 거절하거나 그냥 웃어 넘길 얘기인데, 안타깝게도(?) 상대가 미하엘이다. 하하하, 웃음을 터뜨린 미하엘이 짧게 소리쳤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였다 보다는 그냥 자신 있는 것이리라.
“어라, 그런 거면 좀 난감하려나. 내가 자연의 것들보다 예쁘다고 자신하는 건 좀, 뭐랄까······, 재수없잖아.”
꽃의 내음과 꽃잎의 부드러움, 구름이 흐르는 모양새, 이슬비의 앙증 맞은 두드림······, 약하고 어리지만 강인한 동물들. 그런 것과 사람이 싸운다면, 백이면 백, 사람의 패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하엘이 먼저 허락한 것에 관해 철회하는 일은 없었다.
“어차피 같은 여관에서 머무를 텐데 뭐.”
어느새 도착한 여관 앞에서 미하엘이 문을 밀었다. 끽, 경첩이 짧게 엇맞은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자 더욱 더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음식과 술 냄새, 나무의 냄새, 정과 온기가 오가는 소리. 온갖 사람들이 모인 여관 안으로 너를 들여 보냈다.
“안타깝게도 술은 안 해.”
세계마다 성인의 기준은 다르다. 이 세계에서 미하엘은 성인일 수 있었지만, 제 본래 세계에서는 아니었다. 괜한 것을 하기에는 귀찮고, 별로 즐겁지도 않아 보인다. 그러니 그냥 안 마시는 게 나았다.
미하엘은 마시에게 너를 소개하며 간단하게 상황 설명을 했다. 마시는 흔쾌히 네가 이곳에서 노래를 불러도 좋다는 허락을 하며, 돈 대신 손님의 만족도에 따라 식사와 잠자리를 준비해 주겠노라 말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건 오롯이 네 몫이었다.
윈터는 소년의 손목을 붙들고서 원체 향하려던 곳으로 이동했어. 그러는 와중 손에 잡히는 소년의 살결은 오래전에 죽은 시체처럼 차게 식어있었지. 별 탈 없이 골목을 빠져나온 윈터는 사람이 왕래하는 거리에 들어서고 나서야 한숨을 폭 내쉬면서 소년의 손목을 놓아주었어. 그러니까 뒤에서 종잇장 넘기는 소리가 들려와. 가만히 뒤를 돌아보면 또 소년이 구겨진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눈앞에 내밀어 보여.
종이에 적힌 글자는 아까처럼 윈터가 아는 문자로 덧씌워져가. 永, 영원. 윈터는 소년과 마주 서서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어.
"영원이. 귀여운 이름이네." ... "윈터(wynter). 그런 이름이야. 겨울이라는 뜻이라던가."
윈터는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어. 이 정도면 통성명으로 충분하겠지. 그러더니 윈터는 오른손을 위로 쭉 뻗어 영원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려 했어. 많이 힘들었지. 그녀가 할 수 있는 그나마의 위로였을까. 윈터는 이번에도 라크의 때와 마찬가지로 영원이와의 동행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을 뿐이야.
"너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엘프라고 알아? 뾰족귀."
그리 말하면서 손가락을 삐죽 세워 양쪽 귀에 갖다 붙이는 윈터였어. 그대로 손가락을 몇 번 까닥거리더니, 이내 손을 홱 내리고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뒤돌아 가려던 길을 계속하려 해.
"그런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괜찮은 사람이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처럼 이곳이 처음인 것 같으니까."
>>807 구덩이가 그렇게 깊지는 않아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렴, 심연의 계곡에서도 살아 돌아온 내가 저런 구덩이에서 쩔쩔매면 안되지.
사람들은 다행히 전부 살아는 있는 모양이군. 미하엘이 잘 받아준 모양이야. 정작 그녀석은 쓰러져있지만...아까 보니 마법 같은 걸 쓴것 같은데 마력이 바닥난건가? 분명 마법사 녀석도 커다란 마법 한 번 쓰면 오랫동안 쓰러져있었지. 세계가 다르니 확신은 못하겠지만 비슷한거라는 직감은 드는군.
그건 그렇고...아아, 젠장.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은 예상 못했는데. 원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을 해도 대부분 용사나 성녀, 가끔 그 엘프 녀석에게 갔었다고...이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나 홀로 듣는 것은 거의 처음이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이럴 때 용사는 분명히, 이빨이 들어나게 씩 웃으면서 이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던가? 나도 대충 따라하면 되겠지.
"걱정 말라! 상황은 끝났으니까!"
한가지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용사는 호감상의 미남이었으며, 그는 우는 아이가 보면 절규하게 만들 무서운 외모를 가졌다는 사실일까...
당신은 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짧게 소리친다. 얼마든지라, 허어.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소리가 들려오는, 당신이 있는 쪽을 쳐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렇다면, 실례."
손을 뻗어 어느덧 얼굴에 닿은 손 끝으로, 천천히 당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의사의 촉진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시고, 너무 괘념치 마시길... 헌데, 호오."
점잖게 손을 떼어내고서는 예를 표하듯, 손을 가슴께에 대고 가벼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부드러운 피부, 눈과 코, 입술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빼어나시군요. 과연 자랑하실만 합니다."
"헌데, 수인 분이신줄은 몰랐군요... 고향 생각이 납니다. 제 절친한 동료 중에도 수인이 있었죠."
느릿하게 웃으면서, 재수없다는 말에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자연과 비교해도 빼어난 미모이십니다. 실제로 보지 못하는게 아쉽군요."
그리고는, 같은 여관에서 머무른다는 말에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되려 삼켰다. '이곳에도 수인 차별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은 어리석으리라. 방금 만났지만, 자유분방하고 호탕해보이는 그녀의 성격 상 그런 일에 가만히 있지 않을테고, 무엇보다 경비병과 살갑게 인사도 나누지 않았던가. 궁전같은 곳에서 머무를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녀가 머무르는 여관이라. 어느새 도착한 그곳에서는 다양한 소리가 들려온다. 쿵쿵거리는 심음. 사람들의 소리. 음식과 술 냄새, 나무의 냄새. 좋아하는 정겨운 음들. 그녀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고.
"그거 안타깝게 되었군요... 제가 그럼 미하엘 양 몫까지 즐기겠습니다."
그리고는 간단한 일이었다. 늘 하던것처럼 소개를 받고 나면, 나머지는 늘 하던 대로.
"반갑습니다, 여러분."
의자 하나를 더듬어 찾아내어 모닥불 근처에 앉기 전 짐짓 허리숙여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는, 과장되게 털썩 의자에 앉았다.
영원이를 데리고 라크와 만났던 나무 아래로 돌아온 윈터는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제 왼쪽 귀를 연신 쓰다듬어내렸어. 나무 아래에는 잠에서 깨었을 때 개어둔 라크의 외투가 그대로 있었단 말이야. 어딜 갔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봐. 만약 이전에 돌아왔었다면 그대로 제 외투를 들고 가버리든가 했겠지. 윈터는 주변을 좀 더 둘러보겠다고, 같이 온 영원이에게 해 질 녘쯤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고 일러둔 뒤에 도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어.
확실히 구속복을 입고 있을 때보다는 주민들의 시선이 덜 부담스러워. 가뿐하게 상점가 안쪽으로 걸음을 옮겨놓는데, 아까 영원이와 함께 맞닥뜨렸던 도적놈들과 눈이 마주쳐. 기껏 살려줬는 것도 모르고 눈에 불을 켜고 달라드는 사내놈들과 더 엮여봐야 좋을 것 없어서 조용히 고개 숙이고 반대편으로 뛰어가고 있었는데 무언가 전봇대 같은 커다란 몸뚱어리에 이마를 쿵 하고 부딪혀.
위를 올려다보면 조금은 듬직해 보이는 사내가 우뚝 서 있어. 부딪힌 것을 사과도 않고 일단 그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몸을 숨기려 하는 윈터였어. 윈터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가려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는 중에도 양아치 도적놈들은 윈터가 지난 길을 꾸벅꾸벅 따라오고 있었고, 결국 윈터가 등 뒤에 숨었는 사내 앞에까지 다다라선 괜히 거들먹거리며 시비를 걸어와. 아무래도 윈터가 그의 등 뒤에 숨어드는 것을 본 것 같아.
네 외침에 미하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러니까 로시테아는 자기 세계에서 저런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건가? 이를 쓱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웅의 그것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재미있는 상황은 있었다. 바로 로시테아에게 감사 인사를 하던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dice 5 10. = 8명의 사람들 중 .dice 3 10. = 3명의 사람이 움찔하며 겁먹은 것처럼 뒤로 물러선다. 웃긴 건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은 사람마저 움찔했다는 사실이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물러선 이들에게 핀잔을 줬지만, 그들도 로시테아의 웃는(웃는 게 맞겠지?) 얼굴을 보자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오죽하면 제 어미의 등에 업혀 있던 아이마저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다.
하하하······. 사람들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애써 정적이 찾아오지 않도록, 그리고 네가 무안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같았다.
“풉, 푸흐······. 아하하—!”
그런 큰 웃음이 터진 건 더 이상 사람들이 어색한 웃음도 흘리지 못할 때였다. 미하엘이 아직도 드러누운 자세 그대로 제 배를 움켜쥐더니 큰 소리로 웃어댔다.
“뭐어야, 아무리 그래도 영웅이라고 하기엔 너무 험악한 얼굴 아냐?”
아, 사람들, 난감해 하는 것 좀 봐. 미치겠네. 킥킥킥. 미하엘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애를 썼지만, 웃음은 좀처럼 멎을 줄을 몰랐다. 네가 난감해 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어쩐단 말인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웃긴데!
어젯밤의 공연은 꽤 성공적이었다. 진득하게 술을 마시며 꽤 기분좋게 머물렀더랬지. 아침 일찍부터 그는 침대를 정돈하고, 밖으로 나와 도시를 거닐고 있었다. 어디로 가도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다. 정말로 다른 세계로 떨어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남은 노잣돈으로 얕은 지팡이 하나를 샀다. 꽤 고급스러워보이는 나무의 촉감인데다, 검은색이라는 말을 듣고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어머, 손님, 혹시 눈이 조금 불편하신가요?'
'예, 크게 불편함 없이 돌아다닐 정도는 됩니다만... 아무래도 걱정되어서요.'
'그렇다면 이 지팡이를 추천드려요.'
그런 간단한 대화 끝에 고른 지팡이를 짚으며, 이리저리 거닐고 있었다. 분수대 같은, 광장 같은 곳은 없을까? 그곳에서 또 다시 공연하며 한잔 더 걸치고 싶구나. 이곳에서 마셔본 술은 마셔본 적 없는 맛이었기에, 당분간은 아마 술에 빠져서 살지 싶었다. 날씨도 이쪽은 선선하니 유랑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분수대 같은 곳을 물어 노잣돈을 벌어볼까, 싶던 차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와 부딪힌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요."
싱긋, 미소지으면서 조금은 예를 차려 사과를 했으나, 어쩐지 느껴지는 이 신비로운 감각은... 아아, 그런가. 미하엘 양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감각. 헌데, 심음이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불쾌한 발소리. 짧게 숨을 내뱉었다. 이 불쾌한 발소리가 제 앞에 멈춘것에. 그리고, 등 뒤에서 옷자락이 붙잡힌채, 소녀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탓에.
'당신을 위한 일이었어.'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파온다. 또 다시 누군가를 구하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는데. 허나 지나치기에는 가슴이 옥죄어온다. 박혀있는 비수가 지잉, 하고, 마구 울려댄다. 쿵쿵거리는 심장소리가 시끄러워져,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는 애써 평온한 표정으로 제 앞의 사내의 검을 쥐었다.
"어린 소녀를 협박하지 마시죠, 경. 저는 그저 조용히 방랑하고 싶은 구름일 뿐입니다..."
하아, 짧게 숨을 내뱉는다.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을 죽여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리는것은 사양이었다. 그렇기에 지팡이를 역수로 쥐어 툭, 하고 제게 겨눠진 조악한 검을 베었고, 사내의 쇄골 위에서 우뚝, 지팡이를 멈추며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제가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십시오.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니, 그저 뒤돌아 떠나 주시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사내는 겁에 질려 순식간에 달아났고, 곧 그는 천천히 뒤돌아 미소지으며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당신과 같은 추락자지요..."
'이렇게 어리고, 약한 소녀도 추락하는가. 안타깝군.'
멋대로 그리 단정짓고는, 조금 동정심이 드는 탁한 눈으로 당신쪽을 바라보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미하엘은 얌전했다. 가만히 선 채로 네가 매만지는 대로 있을 뿐이다. 눈두덩이부터 눈썹과 뺨, 콧날, 코끝, 입술······. 제 머리 위 동물의 귀를 만질 때에는 까딱 흔들리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얌전하기 그지 없었다. 이윽고 네 손이 떨어졌다. 네 말에 미하엘이 웃음을 흘렸다.
“하하, 그렇지? 내 자랑거리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투로 말하며 미하엘은 제 동물 귀를 매만졌다.
“음, 오해할 수는 있지만, 수인은 아니야. 하지만 뭐, 수인이라고 해도 상관없긴 해.”
그렇게 말하는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윈터에게도 수인이 아님을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으니 뭐, 말그대로 정말 상관은 없었다. 사실 순수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모호하긴 했다. 슥, 미하엘은 어깨를 으쓱하는 시늉을 했다.
그 뒤로는 뭐, 여관에 도착하여 네가 자리를 잡는 것을 지켜보는 거다. 미하엘 또한 적당한 자리에 앉아 네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사람들은 새로운 재미에 환호한다. 음유시인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며 너를 반기고, 네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너는 제대로 볼 수 없었겠지만, 이 여관에 모인 사람들은 제각기 모두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서로 어울리며 나무 잔을 부딪치고 즐거워했다. 안 그래도 흥겨운 사람들에게 노래까지 주어지니 흥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은 공연은 정말이지, 훌륭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1. 「명백한 힘 앞에서 굴복할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 원래 강한자에게 굴복하는건 나쁜 일이 아니야. 나 자신이 그에게 굴복해야한다고 인지했다면 그 힘은 분명 대단한 것일테니까. 그렇게 인지했음에도 굴복하지 않고 맞선다면 그것 또한 미련한 것이 아니라 용감한 일이 되는 것이지.
2. 「자신의 요구와 타인의 요구가 있을 때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 정말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자신의 요구를 먼저 이뤄주길 바라지. 그리고 나도 그렇게까지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니까.
3. 「주변인들 사이에서 자신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민감히 생각하는가?」 > 그런거 신경 안쓰고 살아가면 민폐를 안끼쳤을때나 마이페이스라고 하지 민폐 잔뜩 끼치면서 살면 그건 그냥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원래 사람들과 섞여 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생각은 해야하는데 ... 아, 민감하게 라는 단어가 들어가있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면 그것도 스트레스니까.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은 법이야.
네가 호쾌하게 웃어제끼자 난감해 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웃기 시작했다. 비록 공사현장이 무너져 부상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지금 이 자리만큼은 그런 생각할 필요 없이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할 뿐이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네게 감사 인사를 건넨다. 누군가는 자신의 가게로 찾아오면 성의를 보여주겠느니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물러나고 나서야 미하엘은 슬슬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감각이 뒤죽박죽이긴 했지만, 이건 조금 쉬면 나아지는 일이었기에 걱정하진 않았다.
“고생 했어, 로시테아. 추락하자마자 별 일에 다 휘말린다, 그치? 그래도 아주 멋지더라. 잔해도 단번에 치워버리고.”
미하엘은 양 팔을 뒤로 해 몸을 비스듬히 기댄 자세로 히득거렸다. 그래도 사람을 내던지는 건 좀 그랬어. 내가 못 받았으면 어쩌려고? 장난스레 투덜거림 섞인 말도 했다. 어차피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미하엘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메구무가 주머니를 꺼내 흔들면 그 안에서 짤랑이며 복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러나 여기에 와서는 빈 수레가 내는 요란한 소리와도 같다 쓰이지 못하는 돈이란 결국 그 이하 정도의 가치인 것이다 서로의 사정은 아무래도 피차일반인 모양인가 그 뒤를 이어, 아무도 안 사주었다며 자신의 옷을 탓하는 말에 여자는 '후후' 소리내어 웃고는
"아무래도 메구무쨩 얼굴 무서우니까 다들 피하는 걸지도."
라면서, 아닌 때에 괜한 정곡을 찌를뿐이었다
"헤- 굉장해."
약사였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금은 흥미가 생기는 듯, 메구무가 내려놓은 가방 앞에 쪼그려 앉아 주섬주섬 만져보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해쳐오기만 했을 뿐인 여자에게 있어서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그렇게나 신기하게 비춰보일 수 없는 것일까
그러고보면 아까 불쑥 만났을 때도 약이 어쩌구 했던거 같은데 그랬던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여자는 또 금세 잊고만다
종이를 얻은 것까지는 좋은데 이대로 들고 다니려니 불편이 많다. 적어도 뒤편에 종이를 기댈 만한 판이라도 있다면 나으련만. 그래도 이 종이조차 없던 때에 비한다면 한참은 낫다. 그는 똑똑히 들려오는 제 이름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윈터라고 하는구나. 겨울이라……. 문득 짤막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곳의 겨울은 어떤 형태로 찾아오지? 지금은 무슨 계절이고? 갖가지 궁금증과 의문이 연달아 이어지던 찰나,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에 그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아니 그보단 이런 표현이 딱 어울렸을 테다. 다소 속된 표현으로 말하자면─ 고장난 고양이처럼 되었다고. 날카로운 긴장감보다는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한 심정이 가득 차올라서는, 어리벙벙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만다. 손이 떨어지고 나서도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 있던 그는 이어지는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뾰족귀. 그 말을 듣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윈터의 머리 위쪽 귀로 향했다. 윈터도 뾰족귀인데? 하지만 손 위치가 다른 걸 보면 옆으로 길쭉하다는 뜻일까.
[ 아니, 몰라. ]
그도 별달리 신경쓸 점은 눈치채지 못한 채 가던 길을 마저 따라갔다. 그러다가 이내 눈이 동그래져서는.
[ 너도 처음이야? ] [ 어떻게 알았어? ]
내가 여기가 처음이라는 말을 했던가…? 잊고, 잊고, 잊다 못해 자기 자신에 관한 기억마저도 잃고 말았지만 그것은 기억력이 나빠서는 아니었다. 간략하게 되짚어 보아도 그렇다 말한 적은 분명 없었다. 그냥 보기에 티가 나기라도 한 걸까? 벌써부터 습관이 옮은 모양인지, 그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 뺨을 가볍게 긁적였다.
1. 「비밀번호는 따로 기록하는가?」 따로 기록하진 않지만~ 계정마다 전부 똑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편이라() 잊어버리진 않아여!!
2. 「청소는 매일매일 하는 편인가?」 청소는 아니고? 먹은 게 있다면 그때그때 치우긴 합니당~ 계속 쌓아두면 더 귀찮아지니까여~~~ 청소라고 할만한건 거의 안하는 편?
3.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무례한 질문을 듣는다면?」 그게 무례한 질문인걸 모르고 표면적인 의미 그대로 해석해서 대답하는 편이에여~~ 조금 다른 경우긴 하지만 게임하다 누가 부모님 안부 물으면 ㅇㅇ 나한테 엄마란건 없음 하고 대답하기도 하구() 물론 이건 무례한 질문인걸 알면서도 그렇게 대꾸하는 거지만여?
아... 그러게. 방금은 정신없이 쫓겨 다니느라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 친구도 우리와 같은 추락자였어. 역시 듬직한 사람 하나 잘 골랐는지, 찌질한 도적놈들 이 남자의 그르렁거림에 뒤도 안 보고 도망가 버리네. 그러니까... 사자같은 외모를 떠나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부터 신사스럽게 읊어대는 말들이 가슴을 쿵쿵 울려대는 것에 당황했다 할까.
"야. 잠깐만."
그의 등 뒤에서 옷자락을 꾹 붙들고 있는 윈터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부끄러워 다리를 배배 꼬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자세히 보면 정수리 뒤에 달린 말 귀가 까닥거리고... 더운 날임에도 숨을 내쉴 때마다 입가에서 뽀얀 김이 흐려지는 것 같아.
아아, 실례를 범해버린걸까. 쿵쿵거리는 심음, 어쩐지 화가 난 소녀를 상대로 곤란한듯, 허리를 숙이다가, 세게 걷어차일것같은 바람 가르는 소리에 정말 곤란해져버렸다. 막는것도 애매하고, 피하는것 역시도... 혹시나 넘어지면 안되니. 짧게 숨을 뱉으며, 손바닥을 넓게 펴 제 정강이에 손등을 대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충격이 손 끝에서부터 퍼졌고, 욱씬거리는 손바닥을 꾹 쥐었다 피면서, 오른손을 가슴께에 대고는 허리를 천천히 숙였다.
"죄송합니다, 마드모아젤. 어엿한 숙녀분에게 실례를 범했군요.."
"부디, 용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녀가 있는 쪽의 허공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손을 다시금 뻗었다. 이번에는 머리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서-살찌락 닿은 탓에, 귀가 아니라 머리라고 생각했다- 뻗으며, 마저 소개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