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저기 아직 제대로 인사는 못했지만 이름은 알게 되어버린 소녀씨, 얼굴에 뭐라고 생각하는지 다 티나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주인 아주머니와 대화 중이었기에 눈치만 슬쩍 주고선 다시금 대화에 집중한다. 다행히도 주인 아주머니는 방을 내어주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잡일만 해줘도 묵을 방을 내어준다니 상당히 좋은 기회다.
"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참 다행입니다. "
머물 곳이 생긴다는 것은 도시에서 좀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상당히 중요한법인데 첫날부터 이렇게 바로 구할 수 있다니 운이 좋았다. 물론 방의 상태가 호화롭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잡일 정도로 묵을 곳을 내어주는데 마굿간에서 잠들어도 감지덕지인 수준이다.
" 다들 흩어져있는 상태인데 좀 이따 제가 한번에 데려올 예정입니다. 제가 시간이 남아서 방을 좀 보고 있었거든요. "
원래 이런건 시간이 남는 사람이 하는게 좋다. 근데 사실 다들 꼭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건 아닌데 말이지. 그래도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 나서는 법이다. 그런걸로 불만을 가지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고. 다들 돌아오면 머물 곳이 생겼다고 꼭 말해주자. 반응이 궁금하니까. 바깥에서 자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 같다.
" 저는 요리도 조금 할 줄 알아서 만약에 일손이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
단순히 조리 뿐만이 아니라 요식업에선 재료를 손질하는 일도 중요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재료를 손질하는게 아니라 재료를 손질해놓고 음식을 주문 받는 것이 원칙이니까. 칼질이 빠르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바쁜 사람 붙잡아놓는 것도 실례 같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 바쁜 사람 붙잡아두는 것도 실례 같으니까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실례가 안된다면 방을 먼저 볼 수 있을까요? "
아까 날 맞이해준 종업원 소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소녀를 콕찝어 얘기하며 오랜만에 만난거라 대화도 할 겸 방 안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얘기까지 해보았다.
문득 쳐다본 밤하늘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추락의 징조다. 미하엘은 빵 한 조각을 입에 문 채 멀뚱히 하늘을 바라보며 우물거렸다. 이동인가? 아니면 추락자? 미하엘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하늘의 일그러짐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것이 ‘이동’이 아니라 ‘추락자’의 것임을 알았다.
방향은, 서쪽인가. 미하엘은 잠시 고민했다. 새로운 추락자가 이 세계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마냥 들뜨기만 한 일이 아니었다. 상대가 처음이던, 아니면 몇 차례의 추락을 겪었건 말이다. 새로운 사건에는 신이 났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기분이 꽤 이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알 수 있는 사항은 없다. 미하엘이 움직인 건 그쯤이었다.
때마침 근처에 있었기에 움직이는 거라고, 누군가 이유를 물으면 미하엘은 그리 답했을 거다. 애초에 새로운 추락자와 만나는 걸 싫어하는 편도 아니었고 말이지.
물론 지금 간다고 해서 마주칠 확률이 무조건 100퍼센트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운이 좋으면 마주칠 것이고, 나쁘면 못 마주치겠지 싶다. 그리고 미하엘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밤인데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지나쳐 서쪽의 관문을 넘는다. 이름 모를 추락자가 달려서 도시로 들어오려 한 게 아니라면 아직은 숲에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었다. 숲은 전반적으로 어두웠지만, 기이하게도 발 아래의 몇몇 풀이 빛을 내어 완전한 어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참 추락자가 떨어졌을 위치를 가늠하던 미하엘은 앞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긴 장발을 한 못 보던 추락자. 적어도 아직까진 마주친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안녕, 추락자?”
미하엘이 먼저 짧은 인삿말을 건네었다. 풀떼기 따위가 빛을 낸다고는 했지만, 갑작스레 사람과 마주쳐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추락자는 첫 추락일까?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미하엘이 좀 더 네게로 다가섰다.
이상했다. 쨍하게 해가 비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 밤일 터인데, 이따금씩 일렁이는 이 불빛들은 무엇일까. 허리를 숙여 발 아래의 불빛으로 손을 뻗는다. 그것을 꺾어 숨을 들이키자, 미묘한 풀 향이 코 끝을 간질였다.
"빛나는 꽃이라, 이것 역시도 없던 것이구나."
알 지 못하는 장소로 떨어졌을까. 그래, 어쩌면 다른 세계로 떨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느릿하게 마을, 어쩌면 도시 쪽으로 걷고 있었으나 확실하지는 않았고. 거기에... 분명 밤일텐데,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되려 의심을 살 지도 모르는 일이니, 하룻밤 이곳에서 자고 물어물어 도시쪽으로 향하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우선은 근처에서 적당히 잠을 잘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그때, 발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근거리는 심음이 귓가에 맴돈다. 탁한 눈으로 말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보았으나, 정확히 쳐다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었으니. 중요한건, 어째서인지 그녀도 나와 비슷한 사정이라는걸 알겠다는 일이었다.
"반갑습니다. 아델라이데라고 합니다. 헌데, 추락자라 함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이쪽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였기에. 조금은 경계하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듯, 되려 손을 뻗었다. 우호의 표시였다.
어떤 사람일까. 무엇때문에 나를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어째서 저 사람이 나와 비슷하다는걸 알고 있는가. 모르는 일들 투성이었다. 아아, 조금은 귀찮아져오는 탓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긴다. 그저 방랑하고 싶을 뿐인 구름에게, 이런 일들은 조금은 버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