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어디선가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푸른색의 요정들이 추락자들 주변을 맴돕니다. 추락자가 아닌 다른 거주민들의 눈에 이 요정은 보이지 않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이 눈앞에 얼쩡거리는 요정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요정은 추락자의 귓가에서 맴돌며 까르륵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다가 아주 작게, 그러나 힘 있게 속삭입니다.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들었어? 들었어?」 「■■■가 돌아왔어! 드디어 돌아왔어!」 푸른빛 몸체를 한 요정들의 색이 붉게 변화합니다. 「경배하라, 찬양하라! ■■■의 방문이다!」 「■■■의 세상이다! 그날을 잊은 자들에게!」 「그날을 덮은 이들에게!」 「모두에게!」 「고해의 시간을!」 「사죄의 시간을!」 「죽음의 공포를!」 「두려워 하라! 결단코 ■■■를 거스르지 않도록 하라!」 요정들은 흡사 저주라도 하듯이 경쾌하게 소리치고는 포르르 날아가 눈 깜빡하는 사이 사라지고 맙니다. 추락자,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속담을 표면적인 뜻 그대로 받아들이고선... 아무튼 계속 울상 지으며 연신 주먹질하는 소녀. (사실 별로 아프진 않다.)
"이익..."
비쩍 꼴아? 어리버리해? 뒤이은 인신공격(?)에 억울하다는 듯 볼을 잔뜩 부풀린다. 그새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하지만 전부 사실인지라 뭐라 반박도 못 한다. 뭐가 어찌됐건 지금은 그저 쓸모없는 꼬맹이인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몰라.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걔네들이 화냈어."
그것도 잠시 스스로 눈물 훔치고선 묻는 말에 잘도 대답한다.
"...근데 정말 납치범 아니야?"
소녀는 그제서야 의심 간신히 거두려 한다. 눈 앞의 남자는 범죄자라기엔 너무 눈에 띄는 차림이었고, 또 납치범이라면 여기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기절시켰을 거니까. 하지만 다짜고짜 아는 체 하더니 끌고 갔는데,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 물론 그건 소녀가 상식이 부족한 탓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기 시작할 때. 항상 이 시간 즈음부터 여관이 줄지어 선 거리는 유난히 인파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니느라 지쳐 쉴 곳이 필요한 사람, 주린 배를 부여잡고 위장에 밀어넣을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 아니면 단순히 흥을 돋굴 만 한 술이 좀 필요한 사람. 온갖 사정과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 갈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만약 당신이 돈이 궁해 좋은 곳에는 묵지 못 하겠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딱딱한 나무 판자 위에서 뒹굴다가 시궁쥐와 눈이 마주치고 싶지는 않을 때.
그런 당신에겐 여관 포르시티아, 적당히 싼 가격에 적당히 안락한 침대와 적당히 맛 좋은 식사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곳.
마을에서 큰 축에 속하는 몇몇 여관들처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아니었으나, 오늘은 어쩐지 이른 저녁부터 손님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그리고 여기, 어쩌다 여관에 일자리를 얻어 여관살이를 하게 된 추락자, 니아는 낮에 느꼈던 이상한 감정을 곱씹어 볼 틈도 없이 점내를 빠르게 쏘다녀야만 했다.
- 여기, 맥주 세 잔! - 치킨스튜 두 그릇 줘요! - 어이, 물 좀 갖고 와!
"네, 네에엣⋯⋯"
여기저기서 외쳐 대는데 머릿속은 혼란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 같고, 다들 목소리는 어찌나 그렇게 우렁찬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잔 나르랴, 테이블을 정리하랴, 취객이 쏟은 물 닦으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어, 어서 오세요!"
딸랑, 하고 또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소심하지만 나름대로 용기 내어 외치곤 열린 문 쪽을 바라보았다.
메구무는 여자의 횡설수설과 주먹질이 이어지자 미간을 찌푸렸다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자 살짝 당황했는지 곧장 시선을 허공 위로 돌렸다. 「좀 심하긴 했어.」 아이리가 이렇게 말 하자 메구무는 "닥치라." 한 마디로 대꾸했다. 그러나 아이리의 말도 그렇고, 본인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조금은 말투를 자상하게 가다듬고 여자에게 물었다.
"근데 니는 몇 살이고? 보호자는 있나? 이름은? 내는 후지마 메구무. 니 편할대로 불러라."
그러나 납치범이냐는 말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지, 메구무는 메고 있던 가방을 여자 앞에 잘 보이도록 놓고는 그것을 열어 여러가지 약들을 보여줬다. 연고와 환약, 가루약 등이 보였다.
"납치범 아니다. 내는 약사다. 자, 봐라. 응? 근데 잠깐만,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라고?"
갑자기 이 말에 꽂힌 이유가 뭘까. 분명 이 여자는 출입이 불가한 곳을 기웃거리다 심문을 당했지. 하지만 날때부터 이곳 사람이라면 일부러 경비까지 서는 곳을 가진 않을 것이다. 물론 장난으로, 호기심에 가는 경우는 있겠지만... 메구무는 그녀에게 물었다.
"닥, 닥치라고...?" 너무해, 닥치라니! 그게 자신을 향한 말인줄만 알고 소녀는 다시금 충격에 빠진다. 말 너무 심하잖아, 진짜! 혼자서 뾰루퉁한 표정 짓던 소녀는 뒤이은 질문에 무심하게 답한다.
"몇 살인지 몰라. 보호자 없어. 이름은 알레프."
라클레시아를 보호자라고 하는 건 좀 그렇겠지, 후지마 메구무면 어느 쪽이 이름이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뒤이어 그가 가방 꺼내놓자 소녀의 몸이 잠깐 움찔댄다. 가방을 열면 무시무시한 무기가 나온다거나... 역시 납치범이라거나... 그런 망상이 무색하게도 가방 안엔 사소한 물건들만 있었다. 봐도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긴 하지만, 약사라고 했으니 약이겠지. 그래도 마냥 신기한 듯 약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소녀. 그새 호기심 가득 순수한 눈망울이 되어선 열심히 구경한다. 약이 원래 이렇게 생긴 거였어? 포션 같은 게 아니었다구?
"응.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
그리고 소녀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야!" 혹시 그가 믿지 않을까 싶어 괜히 말 덧붙이기도 한다.
미하엘과 헤어진 이후 그도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섰다. 짧은 시간 사이 너무도 많은 일이 지나간 바람에 아직도 정신은 얼떨떨하지만, 친절한 안내자를 만난 것만은 다행이었다. 처음의 혼란이 가신 자리에는 어느덧 새로이 겪게 될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들어찼다. 물론 제법 낙관적인 상태가 된 그라고 해서 걱정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또 아까처럼 인기척을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한편에서 들어오기도 했고. 하지만 처음 입성했던 당시의 혼란은 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많은 인파와 생명들을 마주친 탓이 아니었던가. 충분히 마음이 안정되고 대비할 준비까지 된 지금이라면 충분히 괜찮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 미리 걱정했던 그 부분에서는 정말 괜찮긴 했는데,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갑자기 터질 거라곤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동쪽 상가의 외진 골목 안, 그는 현재 초로의 취객 하나에게 멱살이 잡혀 있었다. 이유는 별 것 없었다. 웬 사람 하나가 골목 안쪽에 쓰러진 채 잠들어 있길래, 미하엘과의 약속을 떠올린 그가─쓰러져 있으니 살아는 있나 걱정되기도 했고─ 남자를 깨우다 봉변을 당한 것이다. 처음에는 귀찮게 하지 말라며 드러눕던 양반은 몇 번 더 건드리자 벌떡 일어나서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여기엔 그의 무지도 한몫 하기는 했다. 그는 사람이 술에 취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애당초 술에 취한다는 현상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앞뒤가 맞지 않고 도무지 논지를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반복하며 ‘이상할 정도의 발열’을 하고 있으니 남자의 몸과 정신상태를 걱정할 수밖에 없없던 것이다. 그리하여 수천 년만에 다시금 인간을 접하게 된 불사신은, 취객의 현란한 호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야아… 이 **야. 대답 안 해?”
라고 물으시기에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목이 낫지 않아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대답을 하려 종이에 시선을 두었더니 이번에는 자길 무시하느냐며 더 화를 내니 도통 대화가 이어질 수가 없고…….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만한 점만은 하나 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던가. 영이라는 작자는 이 세상에 누군가가 존재하는 생명이기만 하다면 그 누구라도 좋아해 버리곤 하는 태평한 인간이었기에, 멱살이 잡히고도 그리 서럽거나 두렵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마저도 무척이나 반가운지 그러잖아도 가벼운 몸 짤짤 흔들려대는 와중에 기어이 활짝 웃고야 만다.
니보고 닥치라고 한 건 아닌데... 여자의 뾰루퉁한 얼굴에 메구무는 뚱한 얼굴로 뇌까렸다. 하기야, 아이리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나 뿐이니까. 미친놈 취급 받아도 그럴만 하지. 잠시 뒤 메구무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략한 자기 소개에 벙찐 얼굴로 '머 이런게 다 있노?' 라고 생각했다.
"보호자가 없는데, 나이도 모른다꼬? 용케 이름은 기억했네." 「그럴 수도 있제. 우리 영감님도 가끔 나이 까먹고 글지 않았나?」 "그건 영감탱이가 노망끼가 있어가 그런기다."
무심하게 아이리와 대화하던 메구무는 가방에 약을 넣는 일에 집중하다가, 귀를 스치듯 지나가는 알레프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는 말했다.
"하늘에서 뚝 널쩌져? 니도?"
여전히 정체 모를 여자이지만 나처럼 추락했다면... 그리고 나보다도 일찍 떨어졌다면 뭐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메구무는 알레프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