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학교 근처에 한 곳 쯤은 있을 것이다. 자신은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한 곳 정도는 알고 있는 거겠지. 철현이 스트레인지 바깥, 그러니까 인첨공 3학구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따라 걷던 랑은 철현에게서 질문이 들려오자 잠시 조용히 걷다가 입을 열었다.
"가능할 거다, 예전이라면 아마 안 됐겠지만."
지금이라면 다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조금 수고스럽긴 하겠지만 비슷한 유형의 위협을 하나로 묶어 감지하게끔 하면 그만큼 감지할 수 있는 위협에 여유가 생기니까. 단순히 위험한 것을 사방에 흩뿌린다고 해서 무력화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직 알아가는 중이긴 하지만 자신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받는 모양이라. 친밀감이 굉장히 높은 사람의 행동이라면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평생을 스트레인지 안에서 지낼 수는 없으니까."
다소 애매한 대답이다. 그저 스트레인지를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라면 어떻게든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굳이 저지먼트가 될 이유는 없는 법인데.
"...궁금하기도 했다, 대체 뭐가 저지먼트라는 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지, 왜 그런 일을 하며 사는지."
그렇기에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인 랑은, 이어진 철현의 질문에 철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손을 씻는다...라. 애초 친구도 아니다, 스킬 아웃과 친구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그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기에 그런 말은 꺼내지 않는다.
>>27 랑주 나랑 언니는 저지먼트가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코뿔소들이 활동하는 이유를 찾았을까요?
>>46 >>51 철현주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생각나 버렸어요. 엔딩을 봐도 갈등은 계속된다는 점에서👀👀👀 제 빈곤한 표현력으론 뭐라 딱 집기가 어렵지만 한 번은 만나야 정리될 거 같은 게 생겨 버려서, 언제고 썰로든 뭐로든 해 보고 싶어졌어요!! 근데 누가 면회 온다고 교도소에서 예고해 주진 않을 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7 >>49 수경주 앗 아앗 아아아앗 898ㅁ98888 그럼 병문안 가 봤자 오히려 수경이를 괴롭히게만 되겠는데요;;;; 안 가야겠어요!!! (에비에비)
케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 입안에 넣으면, 달달한 초콜렛이 입안 가득 느껴진다. 혀끝에 닿는 단맛과 시트 사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초콜렛 크림은 보통 여고생들이 할 법한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감이 절로 머리를 스쳐지나갔으나 맛있기 때문에 0칼로리라는 자기 합리화를 한다. 달아서 맛있어. 요즘 스트레스 가 심했나. 두어번 케이크를 입안에 넣자 느껴지는 혈당이 치솟는 감각에 절로 행복해져서 케이크 조각을 해치우던 혜성은 금의 말을 듣고 흘끗 곁눈질로 쌓여있는 박스를 바라봤다.
"앨범이면, 어릴 때 모습인거지? 금이 어렸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앨범 발견하면 보여준다고 했으니까 기대하고 있어야겠네."
귀여울 것 같아. 혜성은 느리고 나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케이크를 포크로 쿡 찔러서 입안에 넣었다. 나긋한 목소리만큼이나 평소 피로해보이던 혜성의 얼굴 위로 선명하게 행복감이 번져나가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앨범에 대한 호기심, 케이크의 달콤한 찰나의 행복에 빠져서 들릴듯 말듯 작게 흥얼거리며 접시 위의 케이크를 차근차근 해치우고 있던 혜성은 갑작스레 예상치 못한 금의 부탁에 하늘빛 감도는 새파란 눈동자를 두어번 천천히 깜빡인다.
이름을 불러달라는 예상치 못한 부탁을 받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혜성은 나직하게 금의 이름을 불렀다. 접시 위에 올려놓은 크림이 살짝 묻어있는 포크의 끝을 바라보고 있던 혜성의 눈이 도록, 굴러서 금에게 향했다.
"금아."
다시 한번 더, 라는 부탁에 혜성은 이름을 불러달라는 부탁을 이상하게 느끼면서도 선선히 한번 더 이름을 불렀다. 왜? 갑자기? 혹시 무슨 일 있었나? 그런데 저렇게 기뻐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의문은 해결되지 않고 증폭된다. 의문이 걱정으로 발전하기 전, 혜성은 이 이유를 짐작할 수 없던 부탁에 대한 답을 듣고 물끄러미 금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듣고 인지했을 때, 몸이 먼저 움직인다. 덜컹, 하며 의자가 흔들리고 한명의 체중을 갑자기 받은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살짝 멀게 들려왔다. 쑥쓰럽다는 양 중얼거리는 금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면서 혜성은 금의 목깃 부근을 손끝으로 잡아 제쪽으로 당겨냈을 것이다. 두번, 닿았다가 떨어지는 가벼운 입맞춤을 한 뒤 헤성은 금의 뺨을 아프지 않게 꾹 잡아당기려한다.
혜성은 제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고급스레 포장된 상자를 노려보듯 응시하고 있다가 눈썹 사이를 잔뜩 구긴 뒤, 눈과 눈 사이를 손으로 눌러 마사지 하며 앓는 소리를 삼켰다.
이제 이걸 들고 내가 매트로폴리스를 찾아가야한다는 건데, 아. 진짜 가기 싫다. 꼬일 게 없다면 안 찾아가도 될텐데. 근데 안 찾아가는 순간 꼬일 상황들이 눈앞에 선명하다는 게 진짜 싫다. 토해내듯 진한 딸기향이 묻어나는 연기를 허공으로 내뱉으며 불빛을 노려본다. 곧 양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다시 앓는 소리를 내며 발을 동동 구르기는 했지만.
그 타이밍에 하필이면. 팔자가 꼬이려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꼬인다더니, 그게 나일 줄은 몰랐지. 태워낸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비벼끄고 혜성은 몸을 일으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속이 뒤집히듯 비틀리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혜성은 이 감각을 알고 있었다.
리라는 오랜만에 들어서는 간이 시청각실의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아 몸을 벽에 기댄다. 시청각실 문 아래쪽에는 여객기에 비치되어 있을 것 같은 종이 봉투가 여러 장 놓여 있었고, 내부 공기는 조금 답답하다. 빛 한 점 없이 어두운 방 안에서 대기하고 있노라면 문득 눈 앞의 스크린이 지직거린다.
- 지직, 치지직. 지지지직...
이번엔 무슨 파일이길래 이렇게 오래 걸리지. 리라는 노이즈 낀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말아쥐었다. 팟. 그 순간 화면이 켜지고 얼굴에 백색 불빛이 드리운다.
두근. 두근. 두근.
정인은 규칙적으로 박동하는 하얀색 심장을 바라보다가 차트에 몇 가지를 적어넣었다. 리라의 시선은 색상을 제외하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심장에서 곧 정인에게로 옮겨간다.
"저기..." "뭡니까?" "아니에요. 시간 다 됐는데, 가도 돼요?" "네. 가는 길에 이건 태워버리고요."
건네받은 하얀 심장은 헝겊 같은 질감을 띈 주제에 익숙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리라는 잠시 그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윽고 커리큘럼실 한구석에 놓여있는 화로에 심장을 던져넣었다. 색깔 없는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서야 붉게 물들고 이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강해지고 있다.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멋진가에 대해서는 무작정 동의하기 어렵다. 강한 것이 멋진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정답이라고 볼 수 없으니까. 둘 사이는 불변의 인과로 묶인 것이 아니다. 자신보다 앞서 걸어가는 철현의 뒤를 따라 걸으며, 철현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 편이 그 사람들에겐 낫다고 여겨져서겠지, 바깥이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진 않으니까."
스트레인지에서 사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평생을 그 곳에서 지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니 그 이상의 말은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질문은 모두 한 시점에서 더 이상의 필기는 무용하겠다 싶어 핸드폰으로 서형이 준 책 중 세계대공황 레시피북을 읽고 있던 새봄은,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묵직한 무언가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에 곧장 고개를 들고 병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바닥에 기절해있는, 자신과 같은 교복을 입은 저지먼트 선배, 금의 모습을 보고, 표정이 굳은 채 핸드폰을 넣고 일어섰다. 뭐야? 습격이야?
그러려니 이번에는 (안티스킬 형사와 뜻 모를 문답을 주고받던) 태오가 발작을 일으키더니 기절해버리자, 새봄은 도로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나도 모르겠다. 아니, 하나는 알겠다. 여기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거. 새봄은 벨트 고리에 매단 몽키피스트 키링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일단 진정하자. 누구든 날 건드리면 달콤하게 만들어주거나 이걸로 때려주면 되니까.
그러고 있자니 형사가 이쪽을 향해 사과하자, 새봄은 볼을 긁적였다. 저 형사님... 평소에 많이 혼나나보네? 오늘 처음 본 미성년자들한테도 사과하고. 좀 안쓰럽긴 하다. 수사 과정이 드라마보다도 바보같은 거나, 날 처음 본 주제에 운이 좋네 어쩌네 아는 척 잘도 떠들어댄 거야 지금도 유감이긴 한데, 이거랑 그건 별개니까. 그래도 해줄 말은 없다. 평소에 많이 혼나는 것 같다는 것도 내 짐작에 불과하니, 아까 저 형사님이 나한테 한 거랑 같은 실례를 저지를 필요는 없지. 그런 마음으로, 새봄은 형사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런 뒤, 새봄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금이 깨어나는 걸 보고 커리큘럼에 갈 심산이었다. 다행히 시간은 좀 넉넉하네. 커리큘럼엔 안 늦겠다. 다행스럽게도, 20여분이 지나고 금이 눈을 뜨자, 새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누군지 몰라도 미성년자를 폭행해서 기절시켜? 미친 놈 아니야. 걸리기만 해봐, 내가 아주 그냥 비너스의 탄생 코스프레를 시켜줄 테니. 그럼 나도 이제 일어나볼.......
-쾅!!!!!!
아, 나 커리큘럼 좀 가자!!! 정인 쌤 기다리신다고!!!! ...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새봄은 또 다시 굉음을 내며 열린 문쪽을 쳐다보다, 탄식이 새어나오는 걸 참지 못했다. 아,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자 무책임한 어른 2네. 그나저나, 몰골이 제법 엉망이신데. 저것도 태오 선배가 한 거라고 하지 그래, 아주 그냥. 그나저나 어디서 오신 건 지는 몰라도 여기까지 달려오신 걸 보니 뇌진탕은 안 걸리신 것 같다.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우리가 심문할 기회도 없었을 거 아냐.
백한결이 형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태오에게로 다가가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모양으로 무어라 말하자, 새봄은 무심코 집중하고 말았다. 커리큘럼 과정 중에 독순술도 있었지. 요새 연습 안 한지 꽤 됐는데, 한번 해볼까...
...아하, 오늘 심문은 피해자의 의사로 이뤄진 게 아니군. 거기다 저 사과 많이 하는 형사님 수하가 피해자를 가뒀다? 아, 알겠다. 오늘도 피해자가 심문이 끝난 뒤라고해도 난입하는 걸 못 막았잖아. 보통 방법으로는 피해자가 심문하는 도중에 난입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초강수를 쓰신 것 같은데... 결국 실패하셨네. 안됐다. 그건 그렇고, 난 저 아침 드라마 보고 싶지 않거니와, 안티스킬 선생님들과 금 선배님이 당하셨으니 누군가는 문단속을 했어야 했는데, 나도 못하고 아무도 못했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새봄은 문 가까이로 다가가려다, 멈칫했다. 때마침 열린 문틈으로 태오의 썸남(?)이자, 새봄이 무책임한 어른으로 규정한 이들 중 한명인 백서휘가 걸어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젠장, 오늘 무슨 날인가? 새봄은 제 얼굴이 구겨지는 것도 모른 채로 문가에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제 자리로 돌아가서는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봉을 챙겨왔다? 물티슈는? 그건 그렇고, 태오 선배는 저 어른들 어디가 좋을까? 오늘 두번째 보면 무책임함을 만회할 만한 매력이 찾아질까 생각했는데, 나 도저히 모르겠어. 난 정인쌤이 나를 차주셨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고백한 다음 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커리큘럼을 진행해주셨기 때문에 더 좋아지고 흠모하게 됐는데. 저 아저씨들은 1년을 못 기다려서 미자 꼬실 만큼 우사인볼트 급의 쾌속을 자랑하는 주제에, 그렇게 꼬신 썸남이 누명 썼을 땐 누구보다도 늦었잖아? 아, 근데 잠깐만.
새봄은 이내 손을 멈췄다. 심문은 끝났고, 금 선배도 정신이 드셨다. 그럼 나도 이제 이 자리를 떠도 된다는 거잖아? 게다가 늦게 생겼어, 정인쎔 커리큘럼에!! 나 지금까지 제 시간 엄수는 물론이고 최소한 10분 전에 개근했단 말이야!! 때 마침 할 말을 마친 백서휘가 자리를 뜨자, 새봄은 가방을 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심문 끝났으니 이제 가봐도 되죠? 저 커리큘럼에 늦게 생겨서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고는 곧장 병실을 뛰쳐나가 제 모교 부속 연구소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정인 쌤 제가 가요!!! 무지각 무결석의 기록, 오늘도 이어가리라!!!
살짝 짧은 여학생의 꿀밤이 그녀의 미간을 정확하게 노렸고, 별로 충격이 갈만큼 세개 때린 것도 아닌데 그녀는 과한 액션과 함께 얼굴을 감싸쥐었다.
[방금건 헤드샷이거든. 뭐가 흉부를 맞았단 건지 원...] "으에에... 미간 때리면 엄청 신경쓰이는거 알잖슴까..." [나한테 자주 하는 거니까 너도 한번 당해보라고 하는 거거든.] "차라리 관자놀이를 뭉개버리십셔..." [...그건 다른 의미로 내가 힘들거 같아서 싫거든.]
한동안 오른손으로 이마를 매만진 채 반대편 손은 그대로 허공에 까딱거리고 있던 그녀는 잠깐 손을 멈추고서 말없이 화면만 바라보게 되었고, 갑자기 조용해지자 이상함을 느낀 여학생 역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뭔가 못볼걸 본거 같거든?] "어... 그게 말임다. 방금 보안 카메라쪽을 살펴봤는데여..." [...왜? 설마하니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진 않았을테고, 카메라 번호를 보면 그쪽은 누가 함부로 들어간다는거 자체가 정신나간 행동일텐데...] "차라리 사람을 찢는걸 보는게 더 나을거 같아여..." [얘는, 섬뜩한 소리 좀 하지 말아줄래?
상담 센터로 커리큘럼을 하러 가 보니 결국 사이코메트리 장비는 이전과 같은 방침대로 개발한다는 모양이었다. 이제 와 최대치의 연산을 구현하려다간 이전까지 썼던 비용이 홀라당 날아가고 앞으로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모르니 감당이 안 된다는 결론이었단다. 어느 쪽이건 나로선 상관없다. 내 머리를 장비에 연결한 채 사이코메트리 쓰긴 똑같으니까.
근데 상담 시간엔 말문을 트기가 껄끄러웠다. 그 싸이코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돼서였다. 이해할 여지라곤 없게 극악무도한 자를 사람으로 여기려면 어째야 하나? 한참 버벅거리다 저번에 사이코메트리로 접했던 사기꾼 상담 사례로 투덜거렸다. 사람들한테서 십수억 원이나 뜯어먹었으면서 자기 처벌받은 것만 억울해하는 내담자를 어떻게 참냐고.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무지 전형적이고 흔한 것이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마음으로 대한다고. 납득이 안 됐다. 죄는 사람의 행위 중에서 나쁜 걸 분류하는 기준일 뿐이잖아? 나쁜 짓한 사람이 잘못인데 그 분류를 왜 탓한담??
나도 모르게 따지듯 말이 나갔는데도 센터장님은 차분했다. 잘못된 행동은 당연히 잘못됐다고 얘기한단다. 다만 사람은 누구든 잘못을 고쳐 나갈 가능성이 있는 존재임을 믿는 것이란다. 그 믿음을 굳히기 위해 온갖 세세한 걸 캐물어 가며 내담자의 입장과 상황을 이성적으로 납득하고자 노력하고, 내담자와의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공감을 표현한단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 역시 본인이 완전히 망해 버린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으면서도 내 표정이 썩어 가는 게 느껴졌다. 센터장님, 이상주의자야!!!!!!!!!
너무 노골적으로 썩은 표정이었는지, 센터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다고 선이 없는 건 아니라더라. 오히려 내담자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결코 상담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단다. 내담자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내담자 자신뿐이라고, 그럴 기회가 아직 있음을 내담자가 실감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상담사는 제 역할을 차고 넘치게 한 것이라고. 그 점을 잊었다간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매몰돼서 같이 망가지고 만단다. 사기 전과자를 내담자로 대한 상담사도 그런 마음가짐이었을 거란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사람인 이상 그 잘못을 고쳐나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다? 그렇게 정리하며 그 싸이코에 대해 곱씹어 보았다. 재미만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고문한 건 생각할 것도 없이 개노답이고, 마음 고쳐먹으리라는 기대도 솔직히 전혀 안 된다. 하지만, 그런 자일지라도 자기 삶을 바꾸어 나갈 기회 혹은 바꾸어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을 기회를 아예 박탈당해선 안 된다. 끔찍하게 혐오스러운 자도 인간임을 유념하기? 암만 내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로선 이 정도가 한계다.
태오는 이제 대답도 하기 싫은지 눈을 감아버렸다. 시원은 그러든 말든 종알종알 이야기를 이어갔다. 새하얀 손에 쥔 의료기기는 한 회사가 파나케이아 덕분에 어지간한 자상 정도는 집에서도 쉽게 나을 수 있노라며, 이는 혁신이 될 거라고 연구소에 샘플로 나눠준 것이었다. 버튼만 누르고 상처에 대면 금세 아문다니.
"파나케이아 말이야, 영락의 역작."
이 어찌나 끝없이 가지고 놀기 좋은 도구인가. 태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물어가는 팔뚝에 시선을 꽂았다. 어째서 파나케이아의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실은 알아, 너랑 가족놀이 하는 거. 그런데 그게, 아무리 가족놀음이라 해도 고작 연고도 없는 이시미 하나랑 놀았다고 눈이 뒤집힐까?" "……." "능력을 보니까 나를 바싹 말려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초콜릿 좋아하는 지팡이 할머니처럼.
태오는 들려오는 속내가 대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파나케이아는 날 죽여서 전쟁 병기의 값어치를 할까? 그건 첫 살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음, 있잖아, 이시미야." "큭……!" "눈 깔아." "흐, 으흐윽……." "사실 너도 생각하고 있잖아. 파나케이아가 사실은 첫 살인이 아니면 어떡하지? 아니면 마지막 살인이 아니면 어쩌지? 만약 파나케이아가 재미를 들리면? 너는 어떻게든 그것을 위로 올리고 싶어하는데, 그 애는 계속 떨어지네. 너 때문에." "……아냐." "아니, 맞아. 이시미야. 그건 너 때문에 끝없이 떨어지고 있어." ─ 나는 다 알아. 너에게 매달려서 울고 미안하다 했는걸? 오빠 잘못은 하나도 없다면서 너를 어찌나 소중히 품던지. 널 위해서라면 살인도 고사할 것 같던데…… 이미 거기에서 추락을 각오했던 거야, 으응, 어쩌면 좋아. 이것도 대충 보아하니 평생 파나케이아를 위해 헌신했는데, 결국 존재 자체로 이렇게 떨어져버리겠네. 재밌겠다.
태오는 팔뚝에서 흐르는 피에 집중하며 애써 눈을 마주하지 않고자 했다.
"제발 닥쳐줄래요……?" "싫어. 파나케이아에게 말해버릴까? 네 오빠 때문에 너는 떨어지고, 그것 때문에 이시미가 더 망가지는 거라고? 그러면 그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으응, 날 죽이려나. 역시 그렇겠지, 너희같은 모르모트들은 가진 것을 난폭하게 휘두르는 법밖에 모르니까. 아, 아닌가?"
시원은 말갛게 웃었다.
"너 때문에 죽으려나. 역시 내가 방해물이라고 영영 잠들어서 오빠 앞에서 눈도 안 뜰까, 오빠가 미안해, 하고 울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그렇게 너는 삶을 살아가고, 너는 평생이고 품을까. 재밌겠네에, 응." "……."
태오의 머리가 아득해진다. 영악한 것을 상대하고 역린을 찔리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차라리 이대로 순응하여 부소장님께 무한한 경애와 찬사를 보내고…….
"……소용, 없어요."
태오는 팔뚝에 힘을 주며 애써 웃었다. 피가 순간 울컥 쏟아졌지만 상관 없다. 하마터면 휘둘릴 뻔했다는 사실이, 하물며 동생으로 자극한단 사실이 더 중요하되 많은 단서가 됐다. 태오는 뺨을 후려치는 손길에 고개를 그대로 이끌리며 바르르 떨었다. 이 정도 처맞는 것이야 상관없다.
"……등 돌릴 만큼 팔자 좋나봐."
더 중한 정보를 손에 얻었으니.
제사장이 바즈라에 온전히 속했다. 계획이 망했구나 싶었지만 무엇보다 극적인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태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다가올 고통에 대비하듯 눈을 질끈 감았다.
>>221 이론적으로는 그렇긴 한데... 다들 알다시피 능력자의 대우가 대우다보니.. 걍 씹고 무시하는 경우도 꽤 있답니다. 물론 커리큘럼 연구실이 더 규모가 크고 파워가 세다면 어림도 없지만요. 그런데 혜우는 레벨5 능력자니까 어지간하면 상대 연구소가 알아서 꿇을 거예요!
설마 진짜 가겠냐며 당황하던 당신이 결국 또 장난에 걸려들었다는걸 깨닫자 그제서야 밀크를 대동해서라도 해결하겠다는 타개책을 꺼내놓으니, 그녀는 꽤나 그럴싸하다는듯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토끼는 토끼로 해결하는 것임까... 2:2니까 어느쪽이 밀리는건 아닐지두..."
물론 철통방어를 해야 할 정도라면 애초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줄 일이 없었겠지만,
"흐으으으으으음... 그런거 치곤 누가 위험하면 몸부터 나가는거 같든데여?"
묘하게 날카로워진 지적, 다만 이 문제는 그녀 역시 통용되는 것이니만큼 '내가 이런 전적이 있으니 비슷한 이 사람도 그러겠지.' 라는 방식의 추측일 뿐이었다.
"머, 솔직히 우리가 하는걸 모르는 것두 아니구 말임다~ 그런거 가지고 머라 할 정도믄 진즉에 머라구 했겠져."
게다가 이전에도 확실하게 약속했듯, 죽거나 실종되지는 않겠단 말은 확실하게 지키는 당신이었으니까. ...물론 그 둘만 빼곤 다 하는 것 같지만...
"그거 먼가 되게... '진짜 맛집은 나 혼자만 간다.' 로 들리는데여..."
물론 자신을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단 당신 나름대로의 걱정이겠지만,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운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녀 역시 자주 다치면서도 결국엔 멀쩡할만큼 그런 일들에 익숙해졌단 것까진 부정할수 없었을 테다.
"음믐... 머, 사실 그게 가장 큰 것 중에 하나긴 하져. 애초에 즈가 그런 사람이란걸 아는건 슨배임이나 부쟝넴이라던가... 머 대충 그정도니까여?"
그녀에게 있어선 딱히 말 못할 비밀까진 아니었지만, 해도 되는 말이 있고 누군가에게 꺼내기엔 다소 과한 말도 있는 법이었다.
"......"
아주 잠깐이었지만, 생각에 잠긴듯 눈가에 옅은 빛이 선을 길게 그으며 지나가 사라졌다. 아직은 그 '과한 말'에 속하는 거려나? 무의식적으로 그런 간격을 재는 자신에게 약간의 자괴감이 드는 그녀였다. 거짓말은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기엔 평범한 사람들만큼 조리있게 말할 수도 없었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예시를 들며 상대방이 정답에 가깝도록 추측하게 만들 뿐.
"머, 그거야 졸업앨범 같은 거라두 보믄... 멈까? 갑자기 왜그래여."
뭔가 궁금하다고 말했으면서 별안간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가리는 당신을 보며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아~ 남정네도 귀여울 수 있슴다~ 반박은 안받슴다~ 크던 작던 멸치던 곰탱이던 다 귀여운 검다~"
...좌우간 이리저리 피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엔 얌전해지는 당신이었던만큼 부상 치료를 놓고 이런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는건 익숙하다못해 일상이 되어버린지라 오히려 피하지 않는 모습이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뎃."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지, 다친곳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점점 시선이 내려가던 차에 '날뛰라고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라는 역설을 꺼내며 당신이 확 안아들었다가 천천히 힘을 풀며 자신을 쓰다듬자 그녀는 어느정도 해방이 된 뒤에서야 눈을 깜박이며 말없는 의문을 표했다. 더욱이 그렇게 안고서 하는 말이 '미안하다'로 시작하니 더더욱 당혹스러울 뿐... 다만 그 미안하다는 것이 당신이 무언가를 저질러서 하는 사과가 아니란건 뒤이어진 말로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테다.
"...그냥 미안하다는 말 같은거, 평범한 여자애들한테 하믄 더 혼날지두 모른다구여? '이 사람 또 사고 쳤구나.' 하는 느낌으루 말임다."
귀찮게 한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걱정하게 만드는건 애초에 이 도시에선 평범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중에서도 유독 위험한 것들에 제발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두가지나 겹쳐져있으니까,
"......"
부드럽게 휘어진 입가와 눈매, 똑바로 맞물린 시선에서 차분하게 꺼내지는 말들을 듣던 그녀는 아주 약간 비죽이면서도 결국엔 확실하게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한 말을 돌려주었다.
"머, 슨배임두 그릏게까지 벽창호인건 아닌가 보네여?
...아마 그럴 거야. 확신하지 못하는 말이어서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이게 '내 나름대로의 방식'이니까. 나는 남들처럼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지 못해. 물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겠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러니 사랑이란건 또 오죽할까... 애초에 그 '사랑'이란걸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데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최대한 찾아봤었어. 당신도 잘 알고 있듯이, 정보탐색은 내 주특기니까.
...그치만 사람의 감정이란건 코드로 짜여진게 아니라서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가 없었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게 당신에겐 아닐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저 계속 반복할 뿐이야. 그렇게 제대로 익히고나면... 더이상 겉으로만 흉내내는게 아니게 될지도 모르는걸.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그저 최적의 정답을 도출하고 짜여진 선택지로 흘러가는게 아닌 스스로 판단할줄 아는... 온전히 내것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언젠간 합일점에 도달할거라고 생각했어. 무작위로 뿌려져도 결국엔 알아서 걸러지는... '알고리즘'이란게 그런 거니까."
얌전히 당신의 손길을 받아들이면서도 조용히 말하던 그녀는 잠깐 눈을 감고서 머리에 향해있던 손을 조심스레 잡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었고, 다시 눈을 뜨자 그때서야 당신이 언젠가 한번 보았던 옅은 분홍빛이 보라빛 동공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당신의 물음에 금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으니, 어땠을지 궁금하다는 말에는 그저 쑥스럽다는 미소로 답한다. 제 중학교 때까지의 사진들이야, 특별한 때가 아니었으면 찍을 일이 잘 없었으니 몇 장 되지 않겠지만은. 그마저도 붙임성 없는 아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던지라. 사진 찍을 때도 못나게 찍혔을 것인데. 그 끝말에 금은 부끄러움이 얼굴로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이야기 나온 김에 찾아보는 건 어떨까. 당신이라면 제 숨김없이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었으니. 그런 생각을 하며 금은 피로 가득하던 당신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제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던 이유를 들은 당신의 반응이란, 목깃 잡히면 금 동그랗게 눈을 떠낸다. 당혹스러운 기색이 어지간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짧았었으나, 느끼기엔 영원 같던 순간이 지나고 나면 금은 작게 벌려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한다. 당신이 방금 전에 했던 말이 의미 없을 지금의 행동이라. 뺨을 잡아당기면 윽- 소리를 낸 금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간,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니까요."
웃음소리가 멎은 면 금은 제 뺨을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을 잡아 제 입가로 이끈다. 가벼이 손등에 입을 맞춘 후 떼어내고서, 금은 당신에게 속삭이듯 묻는다.
>>252 백서휘씨 스트레인지 막 발 담갔을 때는 혈기왕성한 청년이라 이따금 감정 못 이기고 그랬을 것 같거든 사람 죽기 직전까지 줘패놓고 고양감이랑 그래 이게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이유지 아님 뭐겠냐!! 같은 희열을 도저히 못 참아서 포효하고 그랬는데 수장 자리 쿠데타 이후엔 그냥 능구렁이 직접 행동하기보다 남 시킴 이런 얌전한 분 되셨단 말임
그런데 다시금 누구 하나 줘패놓고 그때를 딱 떠올리면서 그래! 이게 내 삶의 이유였지. 하고 깨달아서 그때처럼 희열 섞인 포효 내지르면 좋겠음 스트레인지 사람들은 다시금 전성기의 어르신이 돌아왔다며 두려움에 떨겠지...😏 그때의 서휘는 스트레인지에서 붙여진 별칭이 미친개였거든... 지금은 쌓아올린 업적이 있으니 어르신 백사자 이무기 등등 많지만...
없었다. 같은 대답이 아닌 지금 당장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대답. 그리고 자신은 완전히 그곳에서 빠져나온 게 아니기도 했으니까. 결국 스트레인지는 도피처에 가까운 곳이다. 인첨공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열등감을 이기지 못해 도망친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을 이용할 생각 만만인 인간들의 사회인 동시에 실험장. 결국 스트레인지도 인첨공에 속한 곳이다. 스트레인지의 삶 역시 현실인 만큼, 현실은 여전히 냉혹하다.
"내가 스킬 아웃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야."
그만큼, 생각보다 스킬 아웃이라는 이름은 그 힘이 강하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제정신이라면 스킬 아웃이라는 걸 자랑하며 밝은 곳에 나오지는 않겠지, 양아치나 불량배 취급이 대부분이다. 스트레인지 바깥에서 소란을 피우는 녀석들은.
1. 안드로이드 투기장에 안드로이드 대신 본인이랑 리버티 지지하는 스킬아웃 리더가 올랐다 2. 태오에게 위협이 될 녀석과 스트레인지에서 싸웠다? 3. 여차저차 천하의 나리도 고전할 상황이 왔고 불리한 상황에서 1:1까지 끌어와서 장의사 데려올까? 하고 슬쩍 시선 맞추던 스트레인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보란듯이 이기고 포효 내지르기
1+3도 보고 싶은데 ㄹㅇ 필력 딸림 이제 승리하고 나서 머리카락 푹 젖은 채로 노이즈로 얼굴 가리고 후드 쓴 누군가가 한 편에서 지켜보는 거 발견하고 호기로운 듯 나른하게 함 웃어줘야 함
영겁처럼 느껴지던 45분 가량이 지났다. 마지막은, 마지막 질문은 누구였지. 무슨 질문이었지, 대답은?
모르겠다.
다만 시간이 지난 후에, 병실에 어떤 이변이 생겼다. 누군가 문 밖에서부터 굴러들어오고, 누가 쓰러졌고, 그 경위에 대해 태오는 알고 있고,
하지만 태오의 경기 같은 소리와 반응 만이 또렷하게 뇌리를 찔렀다. 말보다 앞서 몸이 움직였다. 마치 뇌를 데이기라도 한 듯, 몸을 떨다 기어코 기절하는 태오를 고꾸라지지 않게 받쳐 눕혀주려 손을 움직이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메마른 백색 머리칼 사이, 이젠 거의 검게 보이는 푸는 눈동자가 혜성을 정확하게 노려보았다.
필요한 일이었다고 해도, 그래도, 그래도 그랬어야만 하느냐고.
"......"
시선은 곧 거두어졌다. 돌려진 고개와 버석이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태오를 편히 뉘여주고 태휘의 면목 없는 사과를 듣고 더는 할 것이 없어졌을 때, 조용히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 내 폰을 품 속에서 꺼내어 한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 "...안녕하세요. 형부. 저 혜우에요." "지금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요." "오빠가- 사고 쳤단 얘기, 알고 계시죠? 조금 전에, 뒷수습이 일단락 되었어요." "끝나자마자 연락 드리는 거에요. 곧 당일 면회 시간이 끝날 테니까요." "그런데, 마무리 즈음에 약간 마찰이 있어서, 동석한 부원 능력 덕에 오빠 지금 기절해 있어요." "그리고 병실에 아직 다들 있는 것도, 예." "조금 후에, 뵈요."
짧은 통화 후에 메신저를 열어 몇 개의 톡을 전송했다.
<[그런데 형부] <[혹시 바즈라의 류시원이란 사람을 아시나요?] <[오빠가 말해줬거든요] <[그 사람이 몇 번이고 오빠에게 연구원이 되라며] <[그 사람이랑 같아질 수 있다고 했다면서요]
그리고 다른 톡방에도 하나. 내용은 병원의 위치와 태오 병실의 호수.
"......"
그 수신인은 백한결이었다. 마땅히 해야 할 연락을 마치고 다시 태오의 병실로 돌아가 침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제법 시간이 지나도 눈 뜰 기미 보이지 않기에 하다못해 저 식은 땀이라도 닦아주고파 적신 수건이라도 가져올까 했다.
그 순간, 누군가 급히 문을 열었다. 기척 만으로도 누군지 알 것 같았으나 구태여 고개 돌려 그 꼴 확인하였다.
엉망진창으로 혼마저 어디다 빼놓고 온 것 아닌가 싶은 고작 한 사람의 마음조차 지켜주지 못 한, 백한결이었다. 절로 차게 식는 시선을 숨기지도 않고 그대로 그의 행동거지를 쫒았다.
안전가옥에 격리되었다더니 실상 일방적 감금이었는지 손이며 발이며, 아니, 어디 성한 곳 찾는 것이 빠르겠다. 엉망이 된 한결은 그 와중에도 차마 태오에게 손은 대지 못 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허공에 헛손질만 하다가 그저 소리 없는 말로 태휘에게 항변하는 모습에 그만 피식, 실소를 흘려버렸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선득한 한 마디가 잇새로 흘러나갔다. 고통스러워 하는 그의 모습이 가히 가증스러웠다. 계속 보고 있다간 걷어차고 싶어질 것 같아 시선을 거둬 태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복도를 울리던 단정한 구두 소리가 병실에 다다르자, 그제사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결 때와는 다르게 정중히 목례를 했다.
그에게는, 그것 뿐이었다.
태휘와 대화를 나눌 적에도, 다가와 태오를 슬쩍 볼 때에도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있음에도, 얌전히 앉은 자리만 지켰다. 나는 그저 단 한 번의 면식이 있을 뿐인 일개 학생에 지나지 않으니. 물론, 대외적일 뿐이겠지만.
저지먼트에 찾아온 태휘가 전한 마무리는 도중부터 석연찮더라니 끝에 가서는, 잠시 눈 앞이 아득해졌다.
뿌득, 빠드득.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손아귀에서 무언가 구겨졌다. 손바닥이 움푹 패여들었다. 몇 번인가 눈을 깜빡여 손을 보자 쥐고 있던 볼펜이 부러져있고 단면이 손바닥에 박혔고 그 옆으로 나란히, 네 장의 손톱이.
"......"
태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질문도 하지 않고 부실을 나갔다. 오랜만에 온 부실이었는데, 밀린 일을 반도 못 하고 나와버렸다.
늘어뜨린 손에서 부서진 볼펜의 잔해가 툭 툭 떨어졌다. 다 떨어진 후엔 붉은 핏방울이 점점이 이어졌다. 검붉은 자국은 학교에서 벗어나 인적 드문 거리를 가로질렀다. 저뭄을 서두는 하늘 뒤로, 어느 그늘진 골목까지 다다랐다.
이제는 모서리에서 고개 내밀어도, 이리 온, 손짓 해주는 사람 없는 그 골목가에 그늘과 노을의 경계는 차마 넘지 않은 채, 주저앉아 억누른 울음을 터뜨렸다.
"아흑, 으, 흑, 흐, 흐윽, 흐으, 흐으으으..."
쓰라렸다. 데 마레의 로비에서부터 지금껏 줄곧 눌러온 것들이 흘러나오는 그 감각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래, 고통.
어째서 너는. 어째서 나는. 어이하여 세상은. 이토록 괴로울 뿐인 것인가. 사라락
"흑...!" 사는 것이, 괴로움 뿐이라면 다시금 검푸르게 돌아온 타래가 낙화했다. 흙먼지 푸스스 일어나는 바닥에 가닥가닥 흐드러졌다. 받아들여야 마땅할 수분을 스스로를 비틀어 짜내는 그 광경은 서글프면서도 동시에 보기 좋지 않았다. 삶이 고통 뿐이라면 절규하고파도, 비명 지르고파도 행여나 누군가 들을까 보아 입술을 뭉개가며 소리를 죽이고 있었으니.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면 그로 인한 붉은 자욱이 엎어진 흙바닥 위로 점점이 퍼지고 있었다. 때 늦은 홍화가 한 송이, 두 송이... 결국, 그런 세상이라면 더는 견뎌낼 여력 없는 몸뚱이는 천천히 그 속에 자리한 문을 하나 닫아갔다. 더는 그 위에 속하지 않으리. 그 뒤로 조용히 내려감는 푸른 심해의 눈동자가 한 쌍 있었다 더는 보지 않으리. 아물지 않은 손으로 바닥을 긁으며 소리 되지 못 하는 울음은 무수히 떨어져 바닥을 적시기만 하였다. 더는, 무엇도 생각하지 않으리니. "흐으윽, 하, 흐윽, 윽, 우으윽..."
아프고, 아프고, 아파서... 더는...
...전해들은 정보로는, 조만간 데 마레의 소장이 근신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전에 가야겠지.
데 마레에 정식으로 방문 요청을 넣었다. 영락의 천혜우이자 파나케이아라는 신분으로, 안승환 소장과의 만남을 약속잡았다.
하교 시간이 지나 다시금 노을이 지는 시간. 검붉은 정장을 차려입고 데 마레에 방문했다. 담당이자 영락의 부소장격인 유준과 함께였다.
물론 소장실에는 나 혼자 들어갔다. 나를 보고 무슨 말을 했던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가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다가갔던지, 그가 다가왔던지 어쨌거나 거리가 좁혀지자 안아달란 듯이 팔을 벌렸다. 어릴 적 숱하게 그랬던 것처럼 순진하게 뻗었던 손은 표독스럽게 휘둘러졌다.
제법 나이에 걸맞게 자란 손바닥이 짜릿하게 파열음을 울렸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 똑바로 바라보며 버건디빛 입술이 조곤히 움직였다.
"어디 저도 신고해 보세요. 소장님. 저는 이렇게 버젓이, 당신께 직접 손 올렸으니, 제 오라버니에게 감화된 저라면 응당 신고 하셔야지요. 아니 그런가요?"
엷게 칠한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못 한 아니, 가리지 않아 되려 더욱 검게 푹 가라앉은 눈두덩이가 그 가운데 눈 한 쌍이 가늘게 휘었다. 립스틱 반지르르한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저도 똑같이 심문 받아야겠지요. 억지로 약을 쑤셔넣어져, 저라면 손톱이 아니라 목을 쥐어뜯을 거에요. 설령 숨이 막힌대도 저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 그렇게 저 또한 뭇 사람들 앞에서 치부 밑바닥까지 까발려져야겠지요. 그 끝에 당신 향한 원망과 한으로 점철되어, 당신의 손 닿지 못 하는 곳에서 [교화]란 이름으로 다 쥐어뜯겨야 하지 않겠어요?"
동그랗게 돌아온 두 눈이 검은 원망을 함뿍 머금었다. 일그러져 벌어진 입술이 일갈을 쏟아냈다.
"이제 저도 언제 희야와 소장님을 해칠 지 모르는 배은망덕한 계집애가 될 테니 말입니다!"
다시금 가녀린 손이 긴 궤적을 그렸다. 차림에 맞춘 듯, 검붉게 물들인 손톱이 제법 매서웠다. 다시금 짜릿한, 그 감각이.
"나간 그 날부터 눈길도 안 줬으면서! 연락 하나 없고, 찾아준 적도 없으면서! 나도 태오도! 이 지경이 되는 동안! 당신은 그저 희야 뿐이었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이제 와서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거에요 대체!"
어느 골목에서 내지르지 못한 비명, 그 면전에 내질러졌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목을 찢을 듯한 절규 또한 함께.
...예정대로라면 당초의 목적은 데 마레의 소장과의 만남 뿐이었다. 그렇게 다 쏟아내고 뒤도 안 보고 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걸음은 바깥이 아니라 데 마레의 커리큘럼실로 향했다. 지하에 있는 그 곳으로 구두의 굽이 부러져라 걸어내려갔다. 따각따각 위태로운 굽소리가 한창 훈련 중인 커리큘럼실 하나를 열어제끼고 창백하고 퀭한 가운데 입술은 선명히 붉은 얼굴을 그 안에 비추었다. 시선이 정확하게 옥색 머리칼에 꽂혔다. 희야에게도 스치긴 했지만, 그리 고운 눈빛은 아니었다.
세상 전부를 뭉개버리고픈 눈빛이었으니.
"...그, 서태휘 씨라고 하셨죠. 잠깐 말 좀 들어주셔야겠어요."
인사도 훈련을 방해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이 본론부터 대뜸 꺼내들었다. 몇 번이고 데 마레의 소장에게 휘둘렀던 손을 들어보이며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말했다.
"바즈라 출신이시면 아시겠죠. 아니, 안티스킬이시니 아실 거라고 해야 할까요? 일렉트로계도 아닌 사람에게서, 따끔한 전류가 느껴진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이 데 마레를, 소장님을 잘 알면서, 어쩌면 바즈라라는 막강한 뒷배를 쥐고 수작을 부렸을 지도 모르는 누가 더 있다는 것을. 당신 뿐만 아니라 희야, 너도."
들었던 손을 꽉 쥐어 내렸다.
"적어도 저는 한 사람 밖에 떠오르지 않고, 제가 여기까지 와서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러 오게 만든 사람은, 안승환 소장님이라는 거에요. 여기 내려오기 직전에, 몇 번이고 손이 따갑게 느껴졌으니까."
>>29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문제 비중을 엄청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중이에요! 초능력물이기도 하고 아마 전투씬을 좀 많이 늘리지 않을까 하는 느낌... 🤔🤔
해민이를 본 캐릭터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나쁜 의미로 겉과 속이 같은 친구라... (겉에서 욕하고 있으면 속에서도 똑같이 욕함) 근데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할땐 '대화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편이긴 해요. (근데 아마 월이를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신나게 월이를 욕할듯)
다들 좋은 아침~>< 그나저나 에구 혜우가 많이 속상했구나88 그래도 태휘가 잘 알아들어줄 것 같아서 다행이네! 새봄이는 이 장면에 대해서 모르지만 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 같은걸>< (메타)새봄: 소장님이나 형사님 너무 미워하지마, 혜우야. 판단련이 흐려져. 새봄: 영화 대부에 나오는 명대사 따라해봤어>< 나도 그거 쉽진 않긴 해 히히
안데르: (부수는 걸 권장하지 않는다고 빨리 말할걸 그랬나요...) 케이스: (덜 부수라고 할 타이밍을 놓쳤어요...) (나름 협조하려 했으나 갑자기 다들 밑으로 가버려서 덩그러니 남겨짐) 수경: (부서지고 기능을 잃을 때마다 당연하지만... 피드백 받아서 정작 왔을 때에는 기력도 없고 상태가 엉망이고 바이탈도 약해지고 있었던) 로벨: 이 시설을 다 부숴주면 우리는 오히려 땡큐였단다..^^ 수경주: 어. 그게 음... 시간과 기력부족때문에...(눈치)
>>305 소장이랑 태휘(희야도?)가 미운게 아니라 사람자체가 미워진거구나! 그럼 "사람 너무 미워하지 마"가 되어야겠네>< 감정적인 상태에서 말했어도 태휘가 딱 알아들었으니 장땡이지만!>.0b (새봄: 많이 혼나서 말귀가 발달하신건가(아닐가능성 높
>>306 그건 유감이네... 메타적으로 난 악보를 볼 줄 모르고 새봄이는 마음도 급했거니와 난데없이 셀프총질하는 사람이나 마음 급해 죽겠는데 했던 일 다 없던 걸로 돌리고 내 기억마저 지운 사람과 대화할 시간도 의향도 없었거든<:3 그래서 결과가 좋지만은 않은 거 같지만... 어쩔 수 없지! 상호 작용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내가 기대하는 베스트대로만 되지는 않는 게 당연하잖아 >< >>307 응응! 그래서 안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본능적으로 거부감 드는 사람이 찾아가 봤자 기력 없는 사람한테 스트레스밖에 더 주겠어? 그래서야 병문안가는 의미가 없지><
- 안녕하세요, 형부. 저 혜우예요. "발칙하게도 이젠 형부라고 부르는군요, 처제. 마음에 들어요."
수화기 너머의 어조는 여유롭고 나긋하다. 울림 좋은 목소리가 배부른 짐승 같기도 하고, 물가 노니는 짐승들을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서휘는 끌끌 웃었다.
"예, 잠시 뒤에 뵙도록 해요. 곧 갈 테니."
다만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메신저의 1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서휘는 다시금 혜우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긋한 목소리는 여전하나 깊이는 결이 달랐다.
"처제, 다시 전화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우리 고양이가 류시원이라고 명확히 말했던가요?"
대답 듣고 한참이고 침묵하나 차에 시동 거는 소리는 명확하되 악셀 무엇보다 세게 밟았는지 웅, 하는 소리 울린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서휘는 입을 벌렸다.
"아무렴 알다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친구라서요."
절벽에서 내려다보던 것이 기실 흉수였으매 살의 가득하였다. 한결은 혜우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확실하게 본인의 실책이었으나 해명할 기회는 없다. 죄 있는 자의 말로다. 한결은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리며 침잠할 뿐이었다.
동시에 목표도 명확하게 잡혀가는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속내 읽을 수 있는 존재는 기절하여 깨어나지 못하였으니, 실로 애석하게 된 일이다.
광신하는 나만의 신이여.
어쩌면 누군가 가장 바라던 상황이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나중의 일이다. 데 마레는 분위기가 썩 좋지 못했다. 소장의 날카로움이 극에 달한 탓이었다. 파나케이아의 이름으로 방문했을 적, 임시 소장직을 맡을 중년의 여성 연구원은 한결과 어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백한결 연구원은 지금, 개화 이후가 아닌 개화부터 역방향으로 커리큘럼을 시도하는 안건에 대해…….
"아. 어서 오세요. 승환 씨는 안에 계세요. 한결 연구원은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지요. 흥미로운 안건이지만 당장 실행할 법한 건은 아닌 듯하니 협력 연구소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당신도 아는 얼굴이다. 태오가 떠난 이후에 들어와 당신을 조금 돌봐주었던 사람이기도 했으니. 한결은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목례하고는 자리를 떴다. 손에 감긴 붕대가 두툼하지만 품에 안은 서류만큼 두껍지는 않았다.
"우리 공주님 왔구나! 그 이름으로 오다니, 별ㅇ-"
승환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안이 벙벙한 듯 뺨을 더듬던 승환은 충격에 젖은 눈으로 혜우를 쳐다보았고, 오라버니 소리에 표정을 굳혔다. 태오 이야기구나. 알 수 없는 증오심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악의가 꽃을 피우고, 지금이라도 다시 태오를 저당잡아 화를 내든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아이가 다 말했구나."
교화라는 말과 해칠지 모른다는 언급에 승환의 눈이 홉떴다. 다시금 뺨을 얻어맞자 이번에도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단다." 하는 말은 그나마 쥐어짤 수 있던 본심이었다. 목에서 나오지 못하는 말이 너무 많다. 태오를 그렇게 의심한 것은 내가 그 당시 너무나도 무지했기 때문에, 내가 너희를 품지만 불안해하는 이유는 희야가 윤 선생에 의해 망가졌듯이 너희 또한 망가질까 두렵기 때문에, 이미 태오도 너도 망가져버린 탓에 나는─ 머리와 달리 입은 모진 말을 쏟았다. 승환의 눈은 본심이 아니라는 듯 상처 가득한 눈이지만 당신이 알 바는 아니다.
"성자는 이 연구소를 물려받을 테니까."
승환은 희야를 성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 이 빌어먹을 목소리! 목을 찢을 절규와 함께 소장은 그제야 입술을 달싹였다. 미안하다. 이것만큼은 본심이었다. 희야는 머리가 북슬해지지 않도록 죽어라 뛰었다. 얼음으로 스케이트를 타 도망을 치기도 했고, 벽을 세우기도 했지만 태휘는 무서운 속도로 쫓아와 희야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방방 띄웠다.
"아! 이거 진짜 다 일러버릴 거야!" "일러라, 이 일름보야!"
쨍알거리는 목소리가 뚝 끊긴 것은 혜우의 방문 때문이었다. 희야는 발랄하게 맞이하려다 입을 다물고 우뚝 멈췄고, 태휘 또한 고운 눈빛이 아님을 깨닫고 슬쩍 얼음조각을 걷어차 저 멀리 치웠다.
"무슨 일이십니까?"
태휘는 정자세로 뒷짐을 졌다. 착실한 경호원의 행동이자 안티스킬 형사로 일한 감이 발동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손을 보다, 선글라스를 이마 위로 슥 올렸다. 붉은 눈이 명확히 심해를 마주했다.
"……일렉트로키네시스가 아닌데, 소장님께 따끔한 전류가 느껴진다 그 말씀이십니까?" "……."
태휘는 시큰둥하던 표정을 굳히고 한 걸음 다가섰다. 데 마레를, 소장님을 잘 알면서, 바즈라의 뒷배를 가진. 희야가 언급된, 단 한 사람.
"학생이 어떻게 아는지, 어쩌다 그런 추측을 했는지는 나중에 직접 파나케이아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하여 증언을 듣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실례해도 괜찮을지."
허락한다면 아마 손을 쥐어봤을 것이다. "따갑습니다." 하고 잠시 정전기 닿듯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고는, 태휘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졌을 것이다. 희야 또한 표정이 고요했다. 부서진 자아가 돌아오기 시작한 이후 방글방글 웃거나 애교 있게 입꼬리를 말아 고양이처럼 올린 표정이 기본이었던 희야는 다시금 학기 초처럼 공허한 눈으로 혜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양을 닮은 듯한 눈동자가 희게 물들어 무언가에 푹 빠진 듯하기도 했다.
"어린 빛무리야, 제사장의 손길이 닿았더냐." "어, 그 새끼 짓이 확실해." "실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구원할 자가 외려 구원하지 아니하고 있으니……." "……다만 능력 신호가 변했다." "성장했다 그 뜻인가?"
손을 놓은 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 5 정도면 이렇게 파장이 변한다고는 하던데. 조금 불안정해. 레벨 5에 근접할 수도 있겠어."
희야는 침음을 흘렸다. "산 넘어 산이로고."
"이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추적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바즈라까지 단번에 잡기에는 명분이 부족함을 알아주십시오. 아무리 바즈라가 일렉트로키네시스 연구소라 한들, 이미 바즈라는 혐의가 없음을 사이코메트리로 입증했으니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태휘는 이내 희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하지만 해묵은 원한 정도는 풀 수 있겠지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안티스킬이며, 조국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군인이자, 당신 같은 학생의 안전을 위해 이 자리까지 올랐으니. 태휘의 진심이 빛을 발했다. 태오는 검지 손톱이 빠져 뭉툭한 손가락으로 매트리스를 연신 두드렸다.
어이 미안미인밈미~ 썰풀이를 가져왔으니 짧게 이어오도록 우리 기력없는 노인정 듀오인거 어케든 사수해야함 컨셉지켜 (칼들고 협박)(?)
아니~ 내가 어장 정주행을 오래간만에 했거든? 그런데 내가 예전에 태오 독백에 썼던 것도 있고 최근에도 스트레인지 분위기를 멕시코랑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 같은 슬럼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던 것 같은디……. 그거보다 조금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거라 본단 말이징?
당장 태오도 커리큘럼 도중 도망쳤고, 비단 길거리 양아치 말고도 인간에게 끔찍할 정도로 데여서 더는 발 붙이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극단적인 사상을 품고 모이는 곳이 스트레인지고, 그래서 갈등이 생겨나는 건 아닐까... 생각은 해봤음 물론 이건 '내가 생각하는 태오-나리가 있는 구역의 상황'인거지 유남생? 뭔말알? 하여튼 도망친 패배자의 낙원 그런거지 후후후
그런데 이런 애들은 대다수 연고도 없고 소속된 연구소도 없으니까, 내가 예전에 독백에서 썼듯 비윤리적인 연구소나 구원하고자 하는 친화성 가득한 연구소는 이런 사람들에게 자원봉사 나온단 말임 우리 연구소로 돌아오세요 혹은 데려가겠다 그런 느낌으로. 그런데 인간들에게 날이 서고 지칠대로 지치고 환멸 느끼는 애들이 가겠음? 아니지... 그래서 바즈라는
강제로 데려갑니다. 어떻게요? 빵에 수면제 타서요. 굶은 애들이니까 자기들이 먼저 먹어서 안전하다고 하는데 실상 얘네가 먹는 빵은 수면제 없는 거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건 수면제 있고, 자다깨니 납치당해서 실험체가 되어버리는 거지... 하물며 차일드 에러, 그리고 연구소에서 포기한 애들이라 무연고자로 뜰 거고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그걸 비사문천이 막아낸다면? 그래서 바즈라의 기로 하나를 저지한다면...?을 생각했는데 요지는 이거임
1. 밈미가 직접 소문을 듣고(feat. K) 나섰다. 2. 안녕 미인아~ 의뢰하러 왔는데 받아줄래?
벽돌 하나하나에 햇살을 머금은 듯 온화한 지상층과 달리 센터의 지하는 제법 서늘했다. 아이들의 그림 같은 것들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었지만 공간 자체의 온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자연스럽게 지하층은 센터 내에서 아이들이 가장 덜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지하층의 가장 깊고 폐쇄적인 곳에는 겹겹이 설치한 보안문으로 둘러싸인 시현의 사무실이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장소에 출입이 자유로운 선 아녜스 아동 청소년 복지 센터에서 몇 안 되는 예외 중 하나, 방문자와 거주자를 합쳐 절반 이상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곳. 대표적인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
"어우, 이 폐인." "으어억... 뭐야아... 으... 다미냐...?" "알면 좀 일어나죠? 와, 나 여기 도배 새로 한 줄 알았네. 정리는 어쩌려고 이래요?" "난 다 찾아... 어디에 뭐... 있는지... 다... 기억...... 기억ㅎ..."
보통 그런 비밀스러운 공간에는 엄청난 능력을 숨긴 누군가나 대단한 힘을 가진 비밀 병기가 잠들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어째 눈에 보이는 건 낡은 서류 더미들을 깔고 바닥에 드러누운 폐인 하나다. 다미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시현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발끝으로 상대의 팔을 툭 걷어찼다.
"아, 일어나라고! 지금 뭐하는데! 침대 가서 자, 침대!" "악! 안 자거든? 잠깐 눈 붙인 거야! 아야! 아! 차지 마!"
궁시렁거리며 꾸물꾸물 몸을 일으키는 시현을 가만히 바라보던 다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나마 깨끗한 간이의자를 가져와 털썩 주저앉았고, 시현은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넘기며 주변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서류를 하나하나 주워 모으기 시작한다.
"그래서 왜 왔냐? 쥐어패러 온 건 아닐테고." "뭐라는 거야, 이 사람이. 시현 쌤이 불렀잖아요? 그때 센터 앞에 와서 난동 피운 불법 시위대 부검 결과 알려달라고." "아, 맞다. 하아...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래서 안티스킬은 뭐래?"
발치에 떨어져 있던 서류 하나를 집어들어 내용을 훑던 다미는 이어지는 시현의 말에 눈동자만 데굴 굴려서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상세불명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래요. 커리큘럼에 사용되는 약물들을 조합해서 만든 건데, 특이 사항은 심각한 수준의 신경 손상 및 근육의 손상이 발견됐다는 거. 일부 부위에서는 과경직도 관찰됐다고 하고." "상세불명이라고... 그 외에는?" "센터 앞에서 그 짓 하기 28시간 전에 약물이 최초 투여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했고, 그게 끝이에요. 사망 전에는 집단으로 가려움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했고 이후 전원 거품을 물며 의식불명. 응급처치 전 사망했다네요." "에휴..." "이번에도 맞는 것 같죠?" "같은 게 아니라 맞아. 실패작 레시피를 이딴 식으로 써먹을 줄은 몰랐네."
서류를 산더미처럼 쌓아 품에 안은 시현은 다미의 말이 끝나는 즉시 종이에 얼굴을 도로 박았다. 다미는 그런 시현의 뒤통수를 잠시 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상대에게 건넨다.
"정신은 차리시고." "정신 멀쩡해. 열 받아서 그렇지. 아, 이 개자식들." "네네. 그럼 다행이고요. 아무튼 이런 시국이니까 당분간 센터 밖에 나가지 마세요. 전에 윤정인 만나러 갔다 온 건 완전 실수였어요." "확인은 했어야 됐어. 게다가 거기에 널 보낼 순 없잖아." "확인이 유의미해요? 접촉을 했든 안 했든 그쪽에서 입 싹 씻고 거짓말 하면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대면으로 하는 대화는 유의미하지. 비언어적인 것까지 다 보이니까. 적어도 거짓말은 아니었어."
다양한 태그가 붙은 파일을 열어 서류를 하나하나 정리하는 시현의 얼굴에는 옅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불법 연구소 자료, 학생 친화/적대 연구소, 커리큘럼 이론, 논문, 그 외 등등...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재빠르게 정리되는 방을 지켜보던 다미는 간이의자 위에서 내려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
"뭐, 어쨌거나 너무 걱정은 마요. 우리 센터에는 이제 뭐든 다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호벽이 있잖아요?" "이리라한테 부탁한 그거 말이지. 그래. 머리 잘 썼더라." "상부상조죠. 리라는 능력의 약점이 드러날 일 없어서 좋고, 나는 티가 안 나니까 좋고."
그리고 그대로 책상 곁에 다가서면, 노란색의 낡은 파일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다. [선류빈] 이라는 태그가 달린 파일. 다미의 푸른 눈동자가 내려앉은 눈꺼풀에 살짝 가려졌다.
20분 경과. 시현은 얼굴에 파일철을 덮은 채 웅얼거리는 다미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이내 발끝으로 상대의 팔을 툭 걷어찼다.
"정신은 차리시고." "차리게 생겼냐고... 그러니까, 애초에 죽어 있었다는 거죠?" "그래." "하아..."
신경질적으로 파일철을 치우며 상체를 일으킨 다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말하지 말죠. 기왕이면 계속." "......나도 당장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계속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 "우리가 모이게 된 계기, 이 건물, 센터 아이들까지 모든 게 거기서부터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사실을 말하자고요? 아니, 다 떠나서 진실을 알게 된 경 선생님이 어떻게 될 지 두렵지도 않아요?" "그렇게 약하신 분 아니야. 너도 알잖아." "모를 일이지. 시현 쌤이나 나나 자식은 없으니까. 어떻게 감히 자식 먼저 보낸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겠어요?" "......" "본인 자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삶을 지탱해온 분이잖아요."
무거운 침묵이 사무실 안을 메운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물러설 곳 없이 똑바로 마주치길 얼마일까, 한숨과 함께 다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결책도, 화풀이할 곳도 없는 허무한 진실을 알려서 뭐 해요. 죽게 만든 놈 무덤에서 도로 꺼내와서 멱살 잡게 해줄 거 아니면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봐요." "......시간은 많아. 그동안 지켜보면서 결정하자고."
원격으로 조종되는 로봇 팔의 끝에는 펜이 쥐여져 있었다. 리라는 장치에 연결된 헬멧을 쓴 채 로봇 팔을 움직여 놓여 있는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원격으로 여러 로봇 팔을 조작해서 '그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정교함도 떨어지고, 실체화도 안 되는군요." "그러게요. "
헬멧을 정리한 리라는 무엇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 종이를 약간 낯설다는 표정으로 응시하다가 차트에 글자를 적어넣는 정인을 돌아보았다.
"좀 아쉽네요." "동감입니다. 하지만 이로서 하나는 확실해졌군요."
어떤? 색이 조금 맑아지고 옅어진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정인은 펜촉을 차트에 대고 푹 눌러 넣은 후 말을 잇는다.
그런 날이 있다. 유년 시절 아무리 얌전하고 또래보다 조숙하다 해도 꼭 사고를 치거나, 외려 얌전함과 조숙함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는 날. 태오가 일곱 살 되었을 때 딱 그러하였다. 4학구로 데 마레의 식구들이 나란히 놀러 가던 날. 정확히 말하자면 다가오는 태오의 생일을 미리 축하해 주고자 누리랜드로 놀러 가던 날. 음중의 마지막 날이자 초겨울의 직전, 10월 말의 날씨는 낮은 실로 다행스럽게도 따스하기 그지없었다.
"형아 손 잘 잡고 다녀야 한다. 알겠지?" "웅!" "태오야, 대답해야지." "……네."
소장님은 인첨공이 정립되어 한참 빛나던 시기에 머무른 탓에 함께하지 못했다. 주말이자 할로윈 시즌이 다가와 누리랜드에는 인파가 많았고, 보호자로 동행한 윤 선생님은 희야와 혜우, 그리고 태오에게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태오에겐 잘 들리지 않았다. 많은 인파, 늘어선 대기 줄, 제각기 분장을 하거나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람들……. 태오는 여기에서 능력을 써봤다간 어린 나이에도 쓰러지겠구나를 몸소 깨닫고 있었다. 희야는 태오의 속도 모르고 윤 선생님의 손을 고사리 손으로 꾹 잡으며 혜우와 태오에게 어서 따라오라고 보채고 있었다. 태오는 정말 여기에서 놀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억누르며 세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트랙션을 하나 지나칠 때마다 여러 소리가 들렸다. 왁자지껄 웃으며 빨리 다른 걸 타러 가자고 뛰어가는 학생 무리, 다정한 연인, 죽상을 하며 벤치에 늘어진 연구원과 속도 모르고 빨리 가자고 보채는 아이……. 태오는 어트랙션보다는 사람에 더 집중했고, 은은하게 깔리는 누리랜드의 주제가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 덕분에 윤 선생님이 뭐라고 한 것 같지만 태오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인기 많은 어트랙션으로 향하는 길목은 퍼레이드를 위한 광장에 연결되어 있었고, 마침 퍼레이드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여전히 사람에 정신을 팔고 걸어 다니던 태오는 자신보다 키가 한참 큰 어른들에게 툭 부딪혔고, 그제야 한눈을 팔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사람은 많고, 내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자꾸만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는 통에 태오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꿈과 희망, 즐거움이 가득한 곳에서 오로지 그 즐거움을 쫓던 인간들 사이에 홀로 고립된 감상은 퍽 매정하고 삭막했다. 한차례 인파가 가시고 난 뒤, 태오는 덩그러니 광장에 남아 아직 이동하지 못하거나, 자신처럼 이제 막 온 사람들이 스치는 걸 눈에 담을 뿐이었다. 태오는 이럴 때 자신이 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았다. 첫 번째, 잃어버린 자리에 가만히 있기, 두 번째,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기, 세 번째, 미아보호소로 데려다 달라 하기.
하지만 어째서일까, 태오는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이 감각이 두렵고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귀를 닫고 있으면 사랑을 독차지하는 희야도 없고, 이따금 속을 읽어보면 하루 종일 경전만 외우고 있는 윤 선생님도 없다. 혜우가 보고 싶긴 하겠지만, 여기 평생 남는 건 아닐 거라 믿었다. 만약 누리랜드에 남겨진다 해도 그 이후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니까. 일찍이 사람들의 속내를 읽어 또래보다 조숙한 면이 있었기 때문일까, 태오는 당황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미아보호소 정도는 혼자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던 누리랜드의 주제가가 점차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광장을 빠져나가 쭉 직진하니 다시금 어트랙션들이 보였다. 할로윈을 맞아 더 무서워졌다는 귀신의 집, 홀로그램 체험장, 아이들을 위한 초능력 뮤지컬은 이제 막 입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태오는 차례대로 장소를 지나쳤다. 너머로 들리는 비명 소리, 홀로그램 특유의 웅웅대는 소리, 뮤지컬은 방음이 확실한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태오는 롤러코스터 앞에서 걸음을 우뚝 멈췄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 복지가 잘 된 동물들이 있는 친화 생태공간, 오른쪽으로 가면 즐거운 어트랙션이 가득한 라운지…… 표지판을 보면 미아보호소가 당최 어딨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까부터 미아보호소는커녕, 누리랜드의 중심부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는 착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저기……."
구석에 멍하니 서있던 태오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쭉 올렸다. 조그마한 키로 한참을 올려다봐야만 하는 남학생은 낯선 교복을 입고 있었다. 태오가 기억하기로는, 적어도 2학구에는 없는 학교의 교복이었다. 3학구 사람인가? 아니면 1학구? 그것도 아니면 4학구? 허리를 굽혀 태오와 시선을 마주한 학생은 밖에서는 흔하지만 휘황찬란한 인첨공에서 보기 드문 머리와 눈 색을 가지고 있었다. 태오는 학생의 눈을 말가니 쳐다봤다. 어쩌면 저 눈은 밖에서도 보기 드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새까만 눈을 가진 학생은 태오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상냥하게 물었다.
"길을 잃었니?" "……아마도요." "찾는 걸 도와줄까?"
태오는 승환과 윤 선생님이 단단히 일러준 것을 떠올렸다. 누가 같이 가자고 하면 뭐라고 하라고 했지? 태오는 조그마한 입술을 달싹였다.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된댔는데……."
조숙한 면이 있다 해도 아직 그 나이의 순진함이 가실 리 없었다. 태오의 우물거리는 태도에 학생은 상냥하게 웃으며 허리를 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한 나라의 음식을 먹은 앨리스처럼 키가 훌쩍 자라나는 것 같다 생각했다.
"잘 가르쳐 주셨구나. 그렇지만 혼자 있으면 더 위험하니까, 보호자를 찾는 동안만 같이 있어도 될까?" "……." "어디 가던 길이었어?" "미아보호소요." "그럼 같이 가줄게. 네가 안내하면 되니까."
태오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 같았다. 학생은 태오의 대답을 듣자, 저 멀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기진맥진한 친구를 끌고 오는 다른 남학생 무리를 향해 손짓했다. 먼저 가라는 듯싶었다. 누군가 목청 크게 외쳤다.
"너 혼자 어디 가게?" "길 잃은 애가 있어서 도와주고 오게!" "어, 다녀와! 우리 한 번 더 타고 올 테니까!" "난 동의한 적 없는데?!" "닥치고 따라와, 새꺄." "야 x발 나도 데려가! 나도! 아아악!"
태오는 학생의 등 뒤에서 다시금 대기 줄로 질질 끌려가는 남학생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금 친절하고 키가 큰 학생에게 시선을 물끄러미 고정했다. 학생은 태오에게 손을 뻗었다. 조그마한 손이 잠시 머뭇거리다 손가락을 쥐었다. 손을 쥐기에는 크기 차이가 제법 났기 때문인지,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오가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기다렸다.
"미아보호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니?" "아뇨."
태오는 자박자박 걸어 다니며 근처 게임 라운지에 시선을 꽂았다. 라운지에는 커다란 인형들이 잔뜩 매달려 있었고, 학생들은 이제 막 공기총을 쏴서 인형을 얻는 게임을 하고자 돈을 내고 있었다. 학생은 태오의 무심한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더니, 긴 다리로 보폭을 한 걸음 크게 내디뎌 태오가 세 걸음 더 걷기를 기다렸다.
"그렇지만 여기는 닫힌 공간이라서, 어디로 가도 길은 나온댔어요."
학생은 걸음을 멈춘 태오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몇 살 정도 되었을까? 생각이나 행동은 어른스럽지만 아직 아이다. 학교는 다니고 있을까? 또래보다 작고 잘 먹지 않아 말랐던 탓일까, 학생의 눈에는 태오가 한참 어린아이같이 보였다. 학생은 무릎을 굽히더니, 태오와 온전히 시선을 마주했다. 뱀을 닮은 동공을 명확하게 마주해도 학생은 익숙하다면 모를까, 놀란 기색 하나 없었다.
"하지만 여긴 넓어서 계속 걸어 다니면 힘들 거야." "……." "그리고…… 다리 아프지?"
태오는 학생의 눈을 피했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탓일까,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을 본 학생은 부드럽게 웃으며 괜찮다는 듯 굽힌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이제 보니 태오의 발목이 새빨갰다. 곧있으면 부을 것 같던 발목에 물끄러미 시선을 고정한 학생은 상냥하게 태오를 어르고 달랬다.
"미안해, 다리가 아픈 걸 몰랐어." "……." "업힐래?" "……." "업혀도 돼. 미아보호소가 어딨는지 저기 있는 안내 표지판을 보면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한참을 머뭇거리던 태오는 학생의 옷깃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은 입술을 말아 올리듯 싱긋 웃더니, 자세를 바꿔 태오가 업힐 수 있게 등을 댔다. 조그마한 몸집이 불안한 듯 우두커니 서있다 등에 기댔고, 학생은 태오를 쉽게 업어 들었다. 작은 몸집만큼 무게도 퍽 가벼웠다.
"괜찮아?" "……네." "그럼 갈게. 불편하면 꼭 얘기해야 해."
한 번 챙기듯 태오를 고쳐 업은 학생은 걸음을 성큼성큼 옮기기 시작했다. 태오는 순식간에 높아진 시야에 굳이 땅을 쳐다보지 않으려 들었다. 너른 등판이 따뜻했다. 학생의 어깨에 고개를 푹 기댄 태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구경했다.
"4학구 사람이니?"
목소리가 가깝다. 고개를 돌려 등판에 귀를 대고 있던 탓일까, 목소리의 나지막하고 울림 좋은 진동이 귓전을 그대로 타고 들어왔다. 태오는 고개를 비비듯 저었다.
"2학구." "2학구라면 연구소 소속이구나?" "네." "실은 나도 연구원이 되고 싶어서 공부 중이야." "연구원, 이요." "응. 누군가를 좋은 방향으로 도와주고 싶거든. 너는 크면 뭐가 되고 싶어?" "……정상적인 사람." "정상적인 사람?" "……응. 타인과의 교류." "멋진 꿈이네.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응, 정말." "처음이에요. 누가 멋지다고 해준 거." "처음이니?" "……타인과의 교류를 하라고만 했거든요."
온기가 따스하다. 햇볕도 따사롭고, 몸을 가득 채우는 온기는 지금껏 연구소에서 받은 애정과는 결이 다르다. 낯선 사람에게서 받는 친절함이 좋았다. 쌀쌀한 바람이 불자 태오는 몸을 조금 더 붙이고는, 가물가물한 시선 너머로 보이는 인파에 애써 시선을 고정했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가족에 유달리 시선이 머무르던 중, 태오는 더는 시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좋은 꿈 꾸렴."
누리랜드의 주제가가 다시금 귓가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날이 저물기 시작해 붉은 노을이 질 때, 윤 선생은 희야와 혜우를 이끌고 이리저리 인파를 헤치며 태오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미아보호소에 도착했을 적, 누군가 태오를 품에 안고 다독이는 것을 발견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저기……!" "쉬잇."
아이가 자고 있어서요. 교복을 입고 있던 학생은 품에서 곤히 잠든 태오를 다독여주던 손길의 속도를 늦췄다. 아이를 찾았단 안도감과 걱정했던 탓에 눈물이 잔뜩 고여있던 윤 선생은 깊게 고개를 숙였고, 학생은 잠든 태오를 품에 조심스럽게 넘겨주며 목례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 "실례가 안 된다면 사례라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자 학생은 정중히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연이 닿으면 또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자리를 홀연히 떠났을 적,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가만히 생각에 잠긴 눈길을 보내다 다시금 뒤로 돌아 밖에서 기다리는 학생 무리에 합류했다. 대화 소리가 멀어져 간다.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봄을 닮았다 싶어서. 뭔 소리야?아무것도아니야……. 꿈과 희망, 환상의 노래가 다시금 울렸다.
동월은 여전히 오레오의 강력함(?)을 경계하고 있다. 몸통박치기 한번이면 곧바로 넉다운되어 바닥과 한몸이 되는 그였기에, 아무리 2:2의 구도라고 하여도 오레오가 자신을 노리고 달려든다면 밀크의 도움 없이는 이겨내는게 불가능이었다.
" ...아니 근데 잡임 미션이 아니잖아?? "
이제와서 깨달아봤자...
" 걱정 마! 그래도 목이나 급소는 철저하게 방어하니까! "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것이 애린에게 얼마나 신뢰감을 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것보다 몸부터 나가는건 부정하지 않았다...
" 맛집은 무슨 맛집이야. 그 생기다 만 것들이 좋은게 뭐가 있다고. "
확실히, 백해무익이긴 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정신에 이상이 오는 느낌을 받곤 했으니까. 존재만으로도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많지 않은데, 그것들은 어디까지 상식을 초월하려는지...
" 넌 그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거냐...? "
물론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싫은건 전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평이하게 얘기해버리니까 뭐랄까, 엄청난 충격보다는 머릿속에 미아핑이 많이 찍혔을 뿐이랄까... 화자의 태도에 따라 경악이 아니라, 그저 벙찌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 ....? "
갑작스럽게 잠깐동안 생각에 잠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 뭐 그래도... 네가 정한걸테니까. " " 내가 '좋아할 사람' 으로 널 정한 것 처럼. " " 그런거야. 사람은 상처받기 싫어하잖아? 자기한테 상처주는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밀어내거나... " " 하지만 난, 너에게 상처받아도 된다고. 나에게 상처줘도 될 사람으로 널 선택한거야. " " 그러니 네가 무슨 일을 해서 내 감정이 상하더라도, 내가 널 싫어하게 될 일은 없겠지. " " 그러니 너도 한번 찾아봐. " " '너에게 상처줘도 되는 사람', '네가 마음 놓고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 " " 뭐, 내가 거기에 껴있으면 더 좋고. "
지금 표정은 아마 꽤나 꼴사나울 것이다. 이럴땐 거울이 없으면 자기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모른다는게 여간 불편한 것이다. 좀 알아야 입꼬리를 당기던 올리던 하지.
" 으음... 그런가? 내가 사고를 잘 안치는 편이라 모르겠는걸. "
더 혼날거라는 말에 동월은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해내려는 듯 보이고, 또 실제로 기억해냈겠지만... 글쎄. 그것이 '사고를 쳤다' 라고 생각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 ..... "
언젠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로봇에 의해 세계가 지배당하고, 남은 인간들이 그것들과 싸우는 SF 소설. 그곳에서 나오는 로봇들 중에는 인간과 완전히 같은 모습으로 설계되어, 인간의 몸짓, 감정, 말투, 표정 등을 분석해 완전히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이 있었다. 그들은 인간들 틈에 몰래 숨어들어가 인간인 척 생활하고, 정보를 본부에 전달하는. 이른바 스파이의 역할을 하고있었다. 로봇에겐 감정이 없다. 단지 흉내낼 뿐. 하지만 그 흉내가 완벽하여, 스파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 결과적으로 로봇이 잡히는 위기에서, 그 로봇을 인간으로 알고 사랑하고 있던 사람이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놓아주게 된다. 그럼 여기서 로봇은, 인간인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고 해도, 그것을 인간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것은 인간으로 봐야하는가? 그리고 인간을 완벽히 흉내내던 로봇은, 수많은 빅데이터의 수집 끝에 결국 진짜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동월은 알 수 없었다.
" ...네 방식이 옳다 아니다는 내가 판단할 수 없겠지. 내가 같은 상황에 처해졌던 적이 있던것도 아니고... " " 그래도, 이건 알아. "
로봇이 어땠는진 모르겠지만, 사람이 어땠는지는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었다.
" 너는 로봇이 아니야. 로봇이 사람의 모습을 한 것도 아니지. 넌 단지 사람이야. 단지 감정 표현이 서툴 뿐이지. "
'서툴다' 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 그냥, 잠깐 잊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 " 분명 알고 있지만, 잊혀져서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있는거라고 생각해. " " 사랑받지 못했어도 사랑할 수 있어. " " 널 로봇이라고 생각하지 마. " " 로봇처럼 행동하려 하지 마. "
사람은 감정에 대해 찾아보지 않는다. 습득하려하지 않는다. 단지 배우는 것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이름 뿐.
" 너는 사람이야. 류애린. "
그리고 자신의 손이 움직여서 그녀의 뺨에 닿자, 동월은 그대로 그녀와 얼굴을 가까이 하려 한다. 이마가 맞닿고서야 겨우 멈출 것이다.
" 그러니 너의 행동의 의미는, 네가 직접 정해. " " 이게 네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말이야. "
학생은 태오를 벤치에 앉히고, 바로 정면에 있는 농구 골대가 있는 가판대를 향해 걸었다. 태오는 그 모습을 말가니 쳐다봤다. 공을 하나만 넣어도 커다란 인형을 준다며 홍보하고 있던 캐스트는 학생이 다가오자 경쾌하게 물었다.
"도전하실 건가요? 공 하나는 4천 원, 3개는 만 원, 하나만 들어가도 인형을 드려요! ……네, 결제 되셨습니다!"
학생이 스캐너에 ID 카드를 대 결제가 완료되자 캐스트는 능숙한 손길로 공을 건네주었고, 던진 농구공을 건네받은 학생은 마찬가지로 능숙하게 자세를 취하며 공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은 공은 골대로 쉽게 들어갔다. 캐스트는 매달린 종의 밧줄을 당겨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더니 주변의 타 게임 참여자들에게 수령 소식을 알렸다. 태오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자신의 키와 엇비슷한 커다란 곰인형을 품에 안아 걸어오는 학생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자, 줄게." "……받아도 되는 거예요?" "응, 물론이지." 태오는 방 한 구석에 있는 상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닳고 헤진 인형의 잔해라도 고이 모셔둔 상자를.
situplay>1597048085>324 사람을 팩트로 패면 안된다고 했어 할미(??) 크아악 난 언제부터 노인정듀오가 되어버린거냐며. 그리고 썰풀이가 길어지는 건 뱜미가 늘려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이러기)
일단 현생 갈려가면서 틈틈히 풀어준 썰 봤다. 매우 흥미로운 도입부라서 벌써부터 몸이 들썩들썩하는구만? 이렇게 이혜성의 비사문천은 스트레인지에 다시한번 더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고(근데 상대가 바즈라임) 매우 즐거운 기분으로 던지는 한마디. 미친사람인가봐(극찬)
선택지에서 의뢰를 받았다<< 이거 누가 찾아와서(혹은 불러서) 의뢰를 할지 몹시 궁금하지만 이혜성이든, 비사문천이든 직접 의뢰를 받는 기질의 자경단은 아닐 거라는 뇌피셜이 있거든. 그렇게 안보여도 이혜성이 자존감이 높은 것처럼(?) 비사문천도 그 계열일 것 같아서....씁. 눈물을 머금고 나름 정보통인 K의 입을 통해 소문을 듣는 걸로 해야할 듯 하다. 알다시피 내가 상황이나 서사 서술을 더럽게 못하다보니 직접 쓰다보면 생략이 좀 많이 될텐데 이해해줄거지?(칼들고 협박)(?)
(https://www.youtube.com/watch?v=bEhibeAJRl4 대충 오프닝 음악) "안경과!" <파란 스카프의?> "율럭키! 썰전!>
오늘도 박수소리와 함께 힘차게 시작하는 율럭키였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늘의 율럭키 썰전, 빨간 스카프 양하고 함께 합니다." "으느흐스으.."
빨간 스카프는 책상에 얼굴을 딱 붙이곤 말해 뭐라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죠?" <기분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아니! 저 노란..그 노랭이! 쟨..."
갑자기 빨간 스카프가 벌떡 일어나자 파란 스카프는 움찔하며 뒤로 조금 빠졌다.
"저 둘이 무슨 라이벌이니 그런 거였나요?"
안경은 시큰둥한 뉘앙스로 말했다.
"그냥... 응, 성격부터 마음에 안 들고 프리랜서로 지낼때도 이런 저런 대립이 많았어서.. 쟤가 제 일감의 반을 뺏어갔다구!" "...사실 반보다 조금 많이! 아니 걘 가식을-"
마이크가 잠시 끊겼다.
"음.. 뭐 어쨌든 오늘의 첫번째 소식은 좋은 소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능력자 집단이 드디어 괴멸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능력자 집단이, 정말로요?> "네, 저지먼트와 일전 결판을 벌였고, 결국은 전원 제압되었다는군요." "이렇게 여러 단체들이 괴멸되고 있으니 우리 율럭키에겐 좋긴 하지만~ 왜 노란 스카프를-"
또 빨간 스카프의 마이크가 끊겼다.
<자 다음 소식은, 아, 그 이전에 스킬아웃 단체들을 때려잡던 정체불명의 인물이 사실은 여성이었고, 술에 취한 듯한 모습으로 또 스킬아웃들을 여럿 때려 잡았다는 소식인데...> "아뇨아뇨 그게 아니라, 순서를 잘못 읽으셨어요. 베이트란 단체가 등장해 무너지거나 세가 매우 약해진 스킬아웃 단체들을 대규모로 통합하고 있단 소식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스트레인지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그저 바라보던 빨간 스카프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베이트는 그저 이전의 도적 연합 같은 찌끄레기들이 살기 위해 벌인 대규모 합종연횡에 불과하지. 카드로 쌓은 성 같아서 한번 툭 치면 무너질 걸?" <글쎄요.. 그렇지만 저들은 리버티의 지원이라는 허울상의 명목을 가지고 정의감에 불타는 자들까지 끌어모으고 있어요. 현재 상인들과 타 증언에 나오는 구역들을 보면 3학구 스트레인지의 10%는 된다는 게 정설이에요. 10%를 확보했다? 절대 무시 못할 녀석들은 아니란거죠.> "정확히는, 저들은 합종연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리더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이라 내부부터 무너뜨리기도 쉽지 않고, 그게 아니더라도 저들의 상당히 넓은 구역을 차지하기도 힘들고, 차지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그 구역을 기점으로 새로운 세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거 아냐? 그 강력한 리버티의 정예 멤버들이 과연 연구소나 인첨공의 존속과는 하등 관계도 없는 자칭 지원 세력에게 본인들이 역으로 지원 할까?" <그렇지만 세력의 크기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란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건 확실하잖아요?> "쟤네는 군소 세력에게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마구 던질 뿐, 쿼츠 정도의 규모를 가진 세력만 되어도 적으로 돌릴 정도의 녀석들이야. 금방 한계에 부딪힐 걸? 쿼츠... 그래, 걔네랑 동맹을 맺고 귀여운 리더 얼굴도 좀 보-"
당연하게도 마이크가 끊겼다.
"자 쿼츠 얘긴 여기까지 하죠."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냐...>
"율럭키에도 여전히 입단이 가능하니 청취자 여러분 중 율럭키에 가입을 원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대충 안경의 홍보가 끝난 후
"오늘도 스트레인지는 조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좋은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봐요~" <오늘 방송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데르: 메디아의 콜드런 안에서 제조되는 크세리온은... 원래 좀.. 음.. 안데르: 근본적으로는.. 메디아의 콜드런을 만든 거고.....도서관에서 메데이아가 그.. 음. 가마솥에 그거를 읽고 만든 거라서요... 안데르: 정석 사용법은 불 올리고 그 콜드런 안에 보통..생물을 집어넣어서 푹푹...하면 복원!에 가깝지요... 수경주: 개끔찍한데요. 결과값이 좋을 뿐... 수경: 그 안에 집어넣어져봤나요? 수경주: 리얼리티는 무섭구나. 대체 어떻게 만든거람. 안데르: ...저는 가급적이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걸 만들려고 노력한답니다...
<요즘 친구들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아요.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빵을 먹었다가 잠이 쏟아져서 혼났다는 말이 있던데 이것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니겠죠? 너무나 걱정되요...>
"우리는 스트레인지에 사는 사람이니, 그만큼 안전을 장담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호의로 위장된 위협에 당한 것이 가장 현실적이겠죠. 그렇기에, 그런 일을 줄이기 위해선... 도움을 받을만한 좀 더 큰 조직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맞겠죠?" "브라우니는 브라우니를 좋아하나요? - 뭐, 당연히 브라우니를 좋아하니까 이 이름을 지었죠. 선물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아, 독 없는 걸로요. 다른 조직들은 사람 죽이는 데 눈 깜짝 안하는 애들이라 독이 든 선물을 자주 보내거든요."
브라우니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안경을 고쳐쓰며 비웃었다.
"그리고, 그거 기억해두세요. 요새 연구소에서 스트레인지 출신 인물들을 납치한다는 소문도 파다하더라구요. 과연 그 상황에서 주변인을 구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1. 농구부 백한결. 저지먼트 겸하는 중. 대학도 이쪽으로 가려고 준비중. 옆자리 짝꿍이 현태오인데 학교 잘 안 나오거나 얘가 리그 뛸 때만 태오가 등교해서 얼굴도 모름 동기조임 어느날 저지먼트 활동하러 갔는데 못보던 애 있어서 응? 했는데 같은 동기조였다고 해서 ㅇ? 하고 1차 당황 그런데 얘가 현태오임 2차 당황 다음날 학교 갔더니 옆자리에서 얌전히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어서 깨웠는데 거기에서 이제 무자각 사빠 가야함 < ?
1분 먼저 태어난 형 있고 걔가 백서휘
2. 아님 형이 저지먼트가 아니라 스트레인지에 짱박혀있는 ㄹㅇ 암부인데 둘이 닮은 쌍둥이다 보니 동일인물 괴담 돌고 그럴 것 같음
>>443 나중에 태오랑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그럼 내 경기 보러 올래?" 하고 무심코 말했는데 태오가 책상에 엎드려있던 고개만 슥 돌려서 "그럴까." 하는 거에 본인이 당황해선 나중에 연락할게. 하는데 태오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경기날에 진짜 태오가 보러 와야 함... 태오는 그냥 짝꿍이니까, 저지먼트니까 타인과의 교류를 위해 왔는데 한결이 경기 점차 흥미로운 듯 쳐다보고 한결이가 세리머니를 태오쪽으로 날려버린거지 이제
그리고 태오도 .oO(……이상한 애야. 아무에게나 친절하고, 아무에게나 저러는 애.) 하면서 무자각 입덕부정기 들어가고 나중에 학교 등교했을 때 아이스크림 하나 툭 던져주면서 "먹어. 1+1이더라." 하고 창가 뒷자리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점심시간 이후 여유시간 보내야함... 매미 울어줘야 함... 그리고 쭈쭈바 물고 멍하니 창문 밖 운동장 쳐다보는 태오 뒷모습 한결이가 보면서 .oO(더운가보다. 머리 묶었네. 잘 어울리는데...)하고 생각하는데 시선이 무심코 목선으로 가야합니다 유남생?
>>507 캡 일상 한 방으로 이상한 애 확정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다시 적군 될 가능성이 0이 아니라니@ㅁ@;;;;;;;; 무서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위크니스 폭탄 터뜨려 버리겠다고 윗대가리들이 협박하면 노답이긴 하겠네요👀👀👀👀) 근데 내일 조사라는 건 주로 유니온 캐내기인 걸까요? 유니온에 관한 질문들이 다 내일 밝혀진다니??? @ㅁ@
>>508 리라주 앗 아앗 @ㅁ@;;;; 요즘 날씨 같으면 맑음 : 열기에 타 죽을게 비 옴 : 스팀에 쪄 죽을게 ...가 될지도 몰라요오오오 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실외는 위험해!!!!!
"뭐든 일단 썰어버리고 보는 사람이 고작 토끼 한마리한테 쩔쩔매는걸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네여... 머, 확실히 오레오가 보통 집토끼는 아니긴 하지만여."
그도 그럴게 태생적으론 연구소에서 낙오된 실험용 토끼였을 뿐더러 이후에도 그녀와 다른 아이들... 즉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온데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좀처럼 겪어보지 못할 붕괴와 포화 속으로 뛰어드는걸 마다않는 존재였다. 덕분에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제 주인을 옆에 두고 산책하는 동물마냥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본능 때문에 입질을 하더라도 곧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일테니까.
...아마 당신을 공격(?)해서 뻗게 만드는 것도, 그리고선 위에 올라타 승리를 자축하듯 콧소리를 내는 것도 일종의 장난이거나 놀아주기를 원하는 행동이겠지.
"그걸 이제 깨달았다니... 슨배임, 은근 바보일지도 모름다..."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는듯 잠입미션이 아니라 하는 당신의 말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애초에 허락을 받았고, 개방된 곳을 들어가는데 구태여 몰래 숨어들 필요가 없잖은가, ...물론 집안에 있는 능동방어체계(오레오)가 제멋대로 움직인다는건 그녀조차 계산하지 못했지만.
"아니, 그거 숨 붙어있고 생각하는 기관이 달려있으믄 당연히 가져야 하는 생존본능이니까여."
그래도 엄청난 것을 지킨다는듯 엄지까지 치켜올리는 당신이었지만 그녀의 반응은 생각보다 시니컬한데다 태클을 걸듯 허공에 손을 휘저어보였다. 물론 그것마저 잊어버리지는 않았다는 당신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기에 바로 웃어보였지만 말이다. 몸이 먼저 나가는걸 부정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애초에 그녀도 마찬가지일 테니 그냥 본성이라 생각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으려나,
"머... 확실히 즈도 처음엔 대화도 시도해봤구 협상이나 이것저것 해보려 했지만 안되는거 보믄... 이득되는건 별로 없는거 같슴다. 게다가 슨배임두 맨날 걸레짝이 되가주구 오는데 어띃게 좋게 보나여?"
하지만 구태여 '별로 없는거 같다.' 라고 표현한만큼 아얘 부정적인 부분만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들(괴이)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그녀에게 이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존재의 가능성을 시사했고, 그것은 분명 어느정도는 영감을 주었을 테다. 되다 만 것들이나 실패작이나, 결국 그 행선지는 동일할 테니까.
"말하지 않을 이유는 또 없잖슴까? 머, 그때 슨배임이 뇌정지가 왔던거 보믄 확실히 못할말도 끼어있었던거 같지만여."
그렇다고 해서 이미 내뱉은 말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말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일상이 아니란 것쯤은 누구보다 당사자인 자신이 마주한 타인의 시선으로 몸소 체험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당장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또래들에게 결코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녀 스스로도 평범한 가정이 무엇인지, 일반적인 삶에서의 실험과 자신이 봐왔던 '실험'이 어째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비교적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으니까.
"...그르니까, 그걸 잘 모르겠단 말임다."
그녀는 시무룩해진듯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건 당연하겠지만서두,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걸 받아들인다는 것도 먼가 비약적이구... 감정이 상할지언정 싫어하게 되진 않을 거란 것두 말임다.
머, 마음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란건 확실히 알겠지만여."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그런 경우가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빠짐없이 싫어하거나 반대로 좋아하거나 둘중 하나여야만 했다.
물론 그동안의 학습된 결과로 자신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 그녀였지만... 이해를 한다고 해도 그걸 받아들이는건 별개의 것이니만큼 좀처럼 와닿지가 않았다.
"상처를 주는 부분에 대해선 잘 몰라두, 일단 터놓고 얘기할수 있는 대상이란 점에선 충분히 부합하지 않슴까?"
어쩌면 당신이 지금 한 말은 이전에도 본적이 있었던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자신이 어느정도 손해를 본다 해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라는 말의 뜻풀이였던 것일까? 물론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도 그녀가 꽤나 폭탄발언을 했었다는것 또한 사실이지만,
"않이;;; 왜 굳이 콩알만한 때까지 상상을 해여... 거 참 상상의 나래가 풍부한 사람일세..."
물론 당신이 말하는 '콩알만한'이 물리적 의미가 아니란것 정도는 그녀도 알지만, 어째 요상한 표정이 되어버린 당신도 나름의 볼거리인듯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물론 그런거 있잖슴까? 꼭 내가 직접적으로 사고를 치지 않아도 주변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말려드는거, 슨배임은 약간 그런 과임다."
그게 당신의 지인이던, 아니면 줄곧 당신을 괴롭혀왔던 괴이들이던 주변의 존재라는건 딱히 다르지 않으니까.
"...물론 슨배임두 한 기행 하니깐 사고치는게 전혀 없진 않지만여."
사람의 첫인상이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원래도 강제적으로 잊혀지는 것 말곤 모두 기억하는 그녀라지만, 아직도 그날의 사건들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
당신은 그녀에게 로봇이 아니며 단지 감정 표현이 서툴뿐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물론 정말 서툰 것인지는 자신이 그러한만큼 당신도 딱히 확신하지는 못하겠다는듯 살짝 웃어보였지만,
그저 잠깐 잊었을 뿐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잊혀지는 바람에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모를 뿐이라고, 사랑받지 못했어도 사랑할수 있다고, 그러니 스스로를 로봇이라 생각하거나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거려나... 그래도 선배라고, 오래간만에 꽤나 그럴싸한 말을 하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거라고, 분명 어떠한 일 때문에 닳아버렸을 뿐이라고 본인도 자각은 하고 있었다.
단지 무감각할 뿐이지 무지하진 않았기에...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언행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그들에게 감춰진 불쾌할 정도로 노골적이고 추악한 본성이 무엇으로부터 발현되었는지도 알고 있었다.
"맞아. 아무리 개개인이 특성이 있다해도 한낱 인간에 불과한 내가 유전자에 각인된 행동양상을 거스를 수는 없을테니까, 내가 봐온 풍경들이 그랬고, 겪어온 환경들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말대로... 잊혀져서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를 모르는 것 또한 사실이야.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 못하면 아무리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의미 하듯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망각하고 있기에, 깨닫지 못했기에 그것에 대해 알고, 그렇게 행동한다 한들 그게 내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마치 제3자가 행동하는걸 지켜보는 것처럼, 와닿지 않아. 늘 '그렇게 하고 싶었다.'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게 맞다.'가 되어버렸으니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어. 누군가가 나에게 호감을 품었고, 나 역시 그 누군가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게 상대방처럼 더 가까워지고 싶은 호의였던 건지, 그저 지내온 사이 때문에 친밀해서였는지, 단순히 내가 가지지 못하고 알고 있지 않은 지식과 환경에 대한 동경이었는지... 거기까진 알지 못했으니까..."
그렇기에 과거의 자신은 거절했었고, 현재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닌, 빌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듯... 은혜를 입으면 보은을 하듯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란 판단으로 지속된 관계가 어떤식으로 파국을 맞이하는지를... 그렇기에 기피했고, 그럼에도 결국은 피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에도 전처럼 확실하게 떨쳐낼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당신을 완전히 거절할수 없었던 이유는...
"그런데도 뭐라고 해야 할까... 왠지 그냥 놔두면 안될것 같다고 생각했어."
점점 더 가까워지던 얼굴이 마침내 서로의 이마가 닿을만큼 가까워지자 멈춰섰고, 미소와 함께 긍정하는 말이 전해지자 그녀 역시 살짝 웃어보였다.
"그-러려나... 그렇담 다행이네~
그보다도..."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진만큼, 당신의 손을 잡고있던걸 풀고 대신 양 뺨에 조심스레 가져다대었을까? 어쩐지 쉽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살짝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내가 거절했다 한들 딱히 마음이 변할 생각도 없었던 거지? 뭐야 그게~ 짝사랑도 정도가 있지. 뻔뻔한 사람이 아닌 이상은 그렇게 주변에 맴도는 사람이 있다면 죄책감 느낄거라구? ...아, 애초에 뻔뻔하거나 무관심했으니까 철벽을 칠수 있는 거려나?"
그래도 당신의 그런 행동양상의 이유를 그녀가 아얘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소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딱히 자신과 가깝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안녕을 위해 그저 멀리서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하는 것일테다.
...하지만, 그런건 수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녀에게 있어선 이해불가능의 영역이니까. 로봇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그녀는 생각보다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냉철한 사람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선택지를 피하곤 했다. 몽상가라고 한들 현실적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표면상으론 거절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서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어차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한건 나였고, 그렇게 하겠다고 한건 당신이니까."
이마가 닿았다면 코도 닿을수 있겠지. 그리고 그럴만한 거리라면 입술까지도 정말 아슬아슬할 것이다. 그걸 알고 그러는지 부러 코를 부비면서 장난을 치는 걸까?
철현이는 이 곡을 제가 게임에서 듣자마자 바로 철현이가 팍 떠올랐어요. 진행때도 느낀 거지만 진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그런 아이. 그래서 뭔가 펑펑 튀는 그런 아이. 그래서 더 무서운 아이. (옆눈)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철현주가 진행때 레스 가지고 오는 것이 제일 무섭고 기대가 된답니다. 저는. 이분은 또 무슨 짓을 할까 싶어서.
혜우 - https://www.youtube.com/watch?v=EdS9hxF_L50
혜우는 대충 이 곡? 정확히는 챕터3 이후에 레벨5가 되고 난 이후부터 쓰일법한 곡? 힐러지만 뭔가 따뜻한 이미지보다는 좀 냉정한 면이 있고 그러면서도 침착하고 매정하기도 하는 느낌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545 청윤주 현생에서의 초능력자들은 모조리 사기꾼이라고 보면 되나요...... (눈물)
>>546 리라주 으아 세상에 인첨대 출신 NPC의 명단이 아니라 그네들의 답변이라니 너무 고난이도예요!!! 근데 같은 디자인 목도리하고서 김 모락모락 나는 찐빵 반으로 나눠먹을 거 상상하니.....////////////////// 리라는 나랑 언니랑 찐빵 같이 먹게 되면 어떻게 먹을까요? (리라는 어쩐지 되게 해맑게 나랑 언니한테 먹여 주려고 할 거 같다고 망상했어요 👀👀👀 )
>>550 혜우주 까만 드레스 굉장히 잘 어울려요!!!! 약간 저런 드레스 입고 우아하게 다니다가 어느 순간 저격총이든 권총이든 쏘는 족족 명중하는 첩보물을 찍어 버릴 거 같다는 망상까지 해 버렸네요 ^^;;;;; (◀ 대체 왜??? )
>>555 태오주 두 사람 다 공부머리로는 엘리트였네요 @ㅁ@;;;;;;;;;;;;;;;;;;;;
>>550 랑주 현생에 많이 치이셨군요... 고생이 많으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말엔 좀 쉬시나요? 그리고 짙은 피부색의 매력을 모르는 픽크루 네카가 불쌍해요!!!! (응??? )
>>560 정하주 윤겔라가 유리겔라 모티브로 만든 포켓몬인가요? 검색하니 그래서 소송 있었다는 얘기가 보이던데요...
>>565 캡 와!!!! 챕3 이전과 이후까지 나눠서 생각하시다니. 캡 정말 시트캐들한테 정성 많이 쏟아 주셨군요!!!! (감탄)(엄지척)
첫 협력 사업 때 내가 음쓰로 만든 재활용 볶음밥을 한 팩 받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먹고 있다. 야식으로! 이유는 별거 없다. 내가 만든 첫 냉동식품이 해동했을 때 맛이 있는지가 궁금했고, 내가 하기 싫은 남에게도 하지 말란 철칙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갓 볶은 것만은 못하지만 제법 맛있긴 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야채도 들어가 있긴 하지만, 스팸, 버섯, 계란 등 맛있는 재료도 잔뜩 들어간 데다, 기름에 달달 볶았으니까. 맛이 없으면 이변이지. 그러고 보니, 문득 단풍이의 시식평이 궁금해져서 단풍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단풍아, 오늘 급식 괜찮지 않았니? 그거 내가 만든 거다?" -잉? 너 지원금 쥐꼬리만하게 나와서 급식실에 취업했냐? "아니 협력! 능력 썼어 ㅋㅋㅋ" -뭘로 만들었는데? "뭐게~ 맞춰봐!" -뭐야, 그럼 스무고개로 하자! ...일단 못 먹을 거. "맞아!" -...쓰레기야? "유감스럽게도 맞아." -미친... ...설마, 급식실 잔반가지고 만들었냐? "역시 내 친구 나단풍! 아주 명석하구나~!" -야 이 미친-
>>0 첫 협력 사업 때 내가 음쓰로 만든 재활용 볶음밥을 한 팩 받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먹고 있다. 야식으로! 이유는 별거 없다. 내가 만든 첫 냉동식품이 해동했을 때 맛이 있는지가 궁금했고, 내가 하기 싫은 남에게도 하지 말란 철칙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갓 볶은 것만은 못하지만 제법 맛있긴 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야채도 들어가 있긴 하지만, 스팸, 버섯, 계란 등 맛있는 재료도 잔뜩 들어간 데다, 기름에 달달 볶았으니까. 맛이 없으면 이변이지. 그러고 보니, 문득 단풍이의 시식평이 궁금해져서 단풍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단풍아, 오늘 급식 괜찮지 않았니? 그거 내가 만든 거다?" -잉? 너 지원금 쥐꼬리만하게 나와서 급식실에 취업했냐? "아니 협력! 능력 썼어 ㅋㅋㅋ" -뭘로 만들었는데? "뭐게~ 맞춰봐!" -뭐야, 그럼 스무고개로 하자! ...일단 못 먹을 거. "맞아!" -...쓰레기야? "유감스럽게도 맞아." -미친... ...설마, 급식실 잔반가지고 만들었냐? "역시 내 친구 나단풍! 아주 명석하구나~!" -야 이 미친-
>>666 수경주 ...그 정도면 진짜로 병원 가셔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아 보셔야겠네요;;;;;; 다다음주가 예약이라고 하신 거 같은데 그때까진 수면과 영양 보충과 철분제 복용에 주력하시되요. 다른 것도 아니고 건강 문제면 수경주께서 스스로를 돌보시는 거 말곤 답이 없어요...;;;;
>>668 새봄주 어... 어... 서연이는 급식 따박따박 먹을 테니 어쩐지 쎄한 느낌에 저기다가 사이코메트리 써 보고 먹을까 말까 갈등하는 내용으로 훈련 레스를 쪄 볼까 싶어지긴 합니다..........(털푸덕) 근데... 조폭물 영화라니요? 저 분위기의 곡이요??? @ㅁ@;;;;;;;;;;;;;;
수경이가 빠져나온 거까진 좋은데 후유증이 장난 아니다. 수경이가 그 수박 같은 연구소에서 탈출시켜 주자마자 쓰러져 버렸는데도 살필 정신조차 없었다.(연지 연구소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돌봐 줬길 바랄 밖에...) 아직도 뼈랑 근육이 쑤시고 관자놀이도 지끈거린다. 로벨한테 졸렸던 목이 아직도 뻐근한 건 기분 탓인지;;;;;
빡센 것도 빡센 거지만 아직까지도 뭐가 어떻게 돌아갔던 건지 모르겠다. 처음 들어갔던 방에서 분명 케이스씨는 사망했었다. 잔해가 잔뜩 쌓여 손밖에 확인하지 못했지만 점점 피가 배어 나왔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케이스씨인 건 영상으로 봤다. 수경이와 닮은 그 소녀도 혜우와 새봄이와 함께 옮겼으니 확실하다. 분명 시신이었다. 그런데 로비에서 정신을 차린 뒤엔 둘 다 멀쩡히 나타났다. 처음에 인형을 케이스씨로 착각했던 것처럼, 다 인형이었을까? 그렇다고 하기엔 로비에 튕겨나온 직후 기억이 없던 것이며 그 연구소에서 돌아오고도 해가 쨍쨍했던 게 께름칙하다. 로비로 내보내졌을 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날 기억을 되찾게 해 줬던 겉옷에 다시 한 번 사이코메트리를 해서 되짚어 봤다.(앞으로 토실이를 데리고 다니기 위험한 현장에 갈 땐 겉옷을 증인(???) 삼아야겠다.) 그때 소녀의 시신(???)을 수습하느라 방 안쪽을 등지고 있었기에 등쪽을 짚고 사용했다. 옷 뒤에 눈이 달렸을 리는 없다만 어차피 사이코메트리가 사물에 눈 달린 것처럼 쓰는 능력인데, 뭐. 그렇게 확인하자 당시 그 방에 앉아 있던 사람이 보였다. 옅은 금발에 눈동자는 분홍색인, 연예인이래도 믿기도록 수려하지만 연약해 보이는 미인. 케이스씨랑 로비를 내려다보고 있던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영문 모를 소리와 함께 팔을 들자마자, 벽은 물론 허공까지 무슨 만화처럼 갈라지고 녹으면서 그 사람이 떠올랐다. 아니, 우리가 추락한 거 같다. 그 감각을 끝으로 더 느껴지는 건 없었다.
뭐 어떻게 된 건데??? 그 사람이 한 짓인 건 확실한데 정확히 뭘 했는지가 아리까리했다. 설마 픽션처럼 시간을 되돌렸을 리는...... 잠시만, 그게 가능해??? 말도 안 되는 거 같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다. 케이스씨랑 소녀가 죽었었는데도 살아 있던 원인, 우리가 기억을 잃었던 원인, 코드를 넣고 움직였던 엘리베이터에 다시 코드를 넣어야 한다는 (당시로선 짜증만 불러일으켰던) 얘기가 나온 원인, 목이 졸리면서 했던 사이코메트리에서 수경이를 갈가리 찢었댔는데 가상현실 기계에서 수경이가 한 번에 찾아졌던 원인, 우리가 그 사람과 마주쳤을 때 과거로 떨어졌다면 그 모든 게 말이 된다. 끔찍하네. 까딱했으면 그 사람한테 조종당하는 줄도 모른 채 같은 시간을 계속 헤맬 뻔했단 거잖아. 수경이나 케이스씨나 (가상현실로 들어가 버리긴 했지만) 그 소녀가 무사하게 된 것만은 다행이다만 소름 끼친다. 진짜 죽다 살았네.
당시 상황이 생각보다도 더 무시무시했음을 깨닫고 나니, 이번에도 부원들 덕을 어마무지하게 봤다는 게 실감났다. 목이 날아가 버린, 다시 생각해도 참혹한 몰골의 시신이 있던 방에서, 선배는 본인도 쇼크받았을 텐데도 우리부터 염려해 줬다. 그 시신에 사이코메트리 썼을 때도 선배 안 계셨으면 백퍼 정신 나갔다!!! 새봄이도 다 같이 못 볼 꼴 본 처진데 걱정해 줬고. 소녀의 시신을 옮기면서는 혜우와 새봄이 덕을 톡톡히 봤다. 우리 또래에 체격도 가냘팠는데 이상하게 무거웠어서 혼자였다면 어림도 없었다. 특히나 혜우는 여러모로 힘들 상황인데도 망자를 애도해 주기까지 했다. 시간이 되돌려진 직후 그야말로 얼이 빠졌을 땐, 나랑 언니 덕에 살았다. 그때 나랑 언니가 사이코메트리를 해 보라고 권해 주지 않았다면, 내가 뭘 포기했는지조차 잊은 채 손놓고 말았을 거다... 승아 선배께도 감사하다. 저지먼트에 들어오고 첫 출동이신데도 날 구해 주셨다. 승아 선배 아니었음 나도 목 없는 시체 됐다!!! 그렇게 풀려나자마자 도로 붙잡혀 버렸을 때 얼마나 걱정 끼쳤을지. 텔레포트 당하기 직전 선배가 보였다. 그 찰나의 순간에도 놀라고 화급한 모습이었다. 코앞에서 로벨과 나를 놓치고서 얼마나 참담했을까. 그렇게 속을 태웠으면서도 난 인이어에 울리는 선배 목소리에 마음 놓기만 했다. 괜찮다고, 걱정 끼쳐 미안하다고, 말이라도 한마디 할걸. 잘못했다. 새봄이도 당혹스러웠을 거다. 닥돌해 버린 지 얼마나 됐다고. 근데도 내가 떨어뜨린 워치를 주워 줬으니, 그걸로 내가 있는 위치를 추적해 줬으니, 고생고생해서 오고도 내 상태부터 살펴 줬으니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라다. 명색이 형인데 챙김받기만 하네... 리라 역시 컨디션이 내내 안 좋았는데도 다른 부원들을 위해 물건을 만들어 주고, 두더지를 만들어 지하로 진입하는 길도 열어 줬다. 무엇보다, 본인이 누군지조차 잊어 가던 수경이를 일깨운 건 리라였다. 수경이를 줄곧 염려해 줬던 리라가 없었다면 수경이의 마음을 돌리기 힘들었을 거다. 부부장께도 또 신세 졌다. 그땐 몰랐는데, 그 연구소는 방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었고 텔레프래그인가 뭔가 하는 것도 섞여 있어서 마냥 지하를 팔 수만은 없었단다. 부원들이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부부장께서 역으로 방을 끌어올려 주신 덕분이라더라. 태오 선배께서는 만약을 대비해 엘리베이터를 가동하는 코드를 푸는 데 몰두해 주셨다고 들었다. 악보를 글귀로 바꾸어서 암호를 푸는 방식이었고 우리말 글귀만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데 어떻게 다 알아내셨을까? 대단하시다. 혜우와 승아 선배께 신세 진 게 더 있다. 나를 비롯해 가상현실 기계에 들어갔던 부원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밖에서 지켜 주었고, 수경이의 몸이 더는 상하지 않도록 기기도 제어했단다. 특히 혜우는 쇠약해진 몸도 복원해 주는 크세리온이라는 약물로 수경이를 회복시켜 줬다더라.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한 건 무엇보다 수경이가 무사해 준 덕이다. 정신과 기억이 찢긴 채 괴상한 기계에 속박되어 쇠약해지고 있었는데도, 그 기계 속에서도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곳에 감금당해 있었는데도, 그러고 있어야만 한다고 로벨이 세뇌시킨 모양인데도, 그래도 저지먼트를 믿고 나올 마음을 먹어 주었다. 다행이다. 갇혀 있기 고생스러웠을 텐데, 앞으로 차차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기운 차렸으면 좋겠다. 암튼 또 잔뜩 신세 졌으니 컨디션 좀 나아지는 대로 점포 털어 봐야겠다. 일단 잔고 확인부터!!
>>648 "히이이! 이, 이이, 혀, 형님이라 불러도 된댔거든!" 하면서 오들오들 떠는데 일단 부탁 받았으니 주고 또 걷어차면 히이이! 2트 갈기고...😏 찌질너드
찾아가면 머 도우인 왕홍 메이크업한 이쁜 웅니가 "세상에, 역시 미인. 도련님네 남매들은 어~쩜 저리 다 예쁘지, 우리 미인 동생은 내가 취향이 아닐 것 같고. 일단은 안녕~ 도련님의 전령이에요~" 하고 손 흔들어주더니 시그니처 쉐이크(자몽+시트러스) 한 잔 서비스로 주면서 전언을 줄 거예용
"제사장이 샹그릴라 복용을 시작했다. 과욕은 화를 부르니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이다... 랬는데~ 솔직히 도련님은 말을 너무 돌려서 해~ 그러니까 너무 깊이 받아들이진 말고 흐르는 대로 지켜보랬어~ 낚시하듯이. 뭐, 이거는~ 데 마레로 가서 깽판치기 직전에 전해준 거고~"
하더니 갑자기 눈 마주치면서
"미인 동생아, 바즈라의 공개되지 않은 산하 연구소. 대외적으로는 평범하다 알려진 곳이 있는데 거기 담당 대분류가 텔레파시인 거, 알아~?"
>>689 혜우주 ∑@ㅁ@;;;;;;;;;; 헐? 헐? 헐헐헐??? 쓸데없이 장문이 되고 말았는데 저걸 다 읽으셨나요 설마??? 문단 간격도 엉망이라 눈 아프셨겠는데요... 서연이는 서사가 사실상 없어서 말씀해 주신 대로 메인스토리, 갠스, 일상의 사건들을 조합해서 그때그때 때우고 있어요!! 그래서 이 슬라임 저 슬라임 섞여서 구성된다는 비유가 찰떡이겠네요 히힛~☆ 반응 감사해요오오오 ><
>>698 점례주 아니 몸도 편찮으시고 내일도 일 나가신다면서 왜 아니 쉬시고오오오오오............9898ㅁ8888 그래도 반응 감사해요!!!! 점례는 능력이 능력이라 지식의 양이 빅데이터스러울 거 같아요(검색만 하면 척척 나온다??!! ) 생각하는 범위가 그 정도로 넓어지려면...AI가 되어야지 않을까요? (먼눈)(옆눈)
>>694 어휴 윤성후니 찌질너드 가기 전에 헤드락(인데 앞에서 걸어버리는) 함 해줘버릴까 ㅋㅋㅋㅋㅋ (꽈압)(말랑)(?) 가기 전에 그 말 한마디는 해줄듯
혜우 : 하 빡대갈 X끼... 나중에 오빠 만나면 한번 물어보든가.
이담에 태오한테 너 그건 너무했서 듣는거지?(???)
솔찌 미심쩍긴 한데 친분을 강조했으니 그날 오후에 바로 찾아가볼듯 라바나 살짝 진씨 느낌 들거 같은데 ㅋㅋㅋ 그래도 멋대로 앵기지는 않으니 낫네 생각하고 음료는 빤히 보기만 하고 안 마실거 같고... 빨리 전언이나 내놓으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말해주는거 하나하나 귀담은 담에 시선 마주쳐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는데 적의랄까 짜증이랄까 살짝 있을 듯
"있지, 이시미야." "……." "너를 풀어줘야만 하는 교육 마지막 날엔, 사람을 초대할까 해."
버터 쿠키를 집어먹던 시원은 찻잔을 들어올리고, 의자에 늘어지듯 앉아있었다. 태오는 이 순간에 대한 감흥조차 없었다. 커리큘럼 윤리 어쩌고, 아무튼 이수를 위해 그 갖은 고문과 감금을 견뎠더니 이젠 이수 과정에 티타임이 있답시고 대뜸 손톱 하나 뽑힌 사람에게 다과를 강요하니 역시 인간의 삶은 무상하지 아니한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찻잔을 내려놓은 시원은 고개를 기울였다. 어서 하나 먹으라는 무언의 강요였다.
"누굴 초대하려고요." "한결이."
태오의 손이 멈칫하더니 쿠키를 집지도 못했다. 손톱이 없으니 무언가 집는 행위가 어려운 탓이었다. 태오는 그때 한결이 지었던 큰 충격과 고통스러운 표정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큰 상처를 받은 사람처럼, 새까만 눈에도 선명하게 내리박힌 그 표정과 감정을. 솔직히 말하자면 버리면 그만이다. 그 사람을 버려버리고 대체품을 찾으면 된다. 어차피 인간은 다 똑같이 추잡하고, 그 사람도 언젠가는 변할 테니까. 나를 싫어한다면 다시는 곁에 있지 않으면 되는 일이요 감정을 가져봤자 흩어지기 마련이니 갖지 말아야만 한다.
"……초대에 응할 리가요." "대체품은 역시 일회용인가~" ─ 그렇다면 역시 둘 다 주제를 깨달았겠지.
>>412 @이밈미 나 이거 왜 이제 봄? ㅈㅅ 대가리 박을게 아 노인정듀오 맞잖아 우리 이제 조금만 숨쉬어도 힘든 나이잖아~~~~ 그리고 제가 머가 문젠가요 님이 맛도리를 써와서 내가 주체를 못하니 님탓입니다(이러기)
으흐흐 맛있지... 미친사람이래 극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비사문천이 나선다 이거 진짜 대박이잖음 스트레인지의 그나마 빛(인데 귀기롭게 안개 낀 밤 지직거라는 어두운 네온사인에 가까운)인 비사문천이 움직인다... 그야말로 귀호鬼虎 아니냐며... 바즈라 연구원들은 공격받은 이후에 이 새끼들을 밀어버릴까 했지만 스트레인지를 2학구 연구원들이 왈가왈부할 수 없을 뿐더러 그러려면 또 스킬아웃을 매수하고 그래야 하는데 지금은 사릴 때인 걸 알아서 물러나고... 더군다나 매수하려 해도 누군가가 꽉 목숨줄 쥐어버린 나머지 스킬아웃들이 거절하겠쥐
의뢰는 물론당근캐럿빠따 라바나가 함 곧 죽을 애 이렇게라도 써먹어야지(?) 아 뇌피셜이라뇨 공식이죠 개마싯다 자존감 높은... 호랑이. ㄹㅇ 산군임 귀호이자 산군... ㄱㅊ아 생략해도 좋으니까 칼 치워주면 안될까
상황 좀 자세히 필요하다 싶음 나 언제든 찔러주고
>>711 ㅋㅋㅋㅋ아! 부럽다 윤성훈 이자식 류시원 손에 단명시켜서 저지먼트 개입 명분 만들어야지 했는데 죽은 이유가 사실 여자다!!!!! 여자다 비상!!! 하고 여자무서워증후군으로 쇼크 온 거 아니냐며(?)
태오: 그러지 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요.
카체 글라스 깨진대 이런 표현 어케 하는거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웅 마저 바즈라 산하랍니다... 근데 태오는 몰라. 라바나는 알고. 어라? 내적으로는 혜우가 라바나가 나리랑 연결된 걸 모를 테니까 오너적으로 알려주자면 라바나가 나리 쪽에서 조사한 정보도 알고있다 그겁니다요 호호...
아 뭐지? 이 귀여운 심해냥이는??? 라바나 입술 비죽 내밀고 요구하는 모습에 잠깐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하다가 "……도련님 싸움 잘 하나?" 대뜸 이럼... 도련님 싸움 잘 하나???? 내가 뺏어가야겠워. 이런 귀여운 미인, 독차지.
플레이팅도 접시에 케이크 얹고 그 주변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 건조 과일칩이랑 로즈마리, 다크 초콜릿 부순 조각, 슈가파우더 그런 거 올려서 야무지게 내놓고는 돌아갈 때 케이크 한 조각 더 싸줄 사람
섬뜩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동월이 오레오를 상대로 칼을 뽑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대신에 피하기 위해 온 몸을 날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 뭣, 바보라니! 이래봬도 저지먼트의 브레인(?)이라고! "
물론 주관적인 의견이다. 정말로 동월이 저지먼트의 브레인이라면, 이미 저지먼트는... (이하 생략)
" .....그런거야? "
알고는 있지만... 워낙 숨도 안붙어있고 생각하는 기관도 달려있지 않은 놈들을 상대하다 보니 잠깐 까먹은 모양이다. 괴이가 인간을 따라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걸 과연 '생각한다' 라고 봐도 되는걸까?
" 그놈들한테 대화나 협상을 시도했다는 네가 제일 대단하다... "
'의사소통' 자체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상식이나 생각과는 아득히 멀리 있는 존재들이다. 그것들과 아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해봐야 칼을 들고 썰어버리는 것 뿐이다. 착한 괴이 죽은 괴이.
" 못할 말은 아니야. "
그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 확실히 놀랄만한 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 " 못할 말은 절대 아니었어. " " 그렇지? "
그때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말해줄 사실이었겠지만, 그러니 '당장 할 말은 아닌' 것이었을 수는 있지만, '해선 안될 말', '못할 말' 은 전혀 아니었다. 이런 관계가 된 이상 언젠가는 꼭 해야 할 말이었을테니까.
" 으음... 어렵네. "
여기에서 '내가 지금 이유없이 너한테 꿀밤을 먹인다 해도 넌 싫어하지 않을거잖아?' 같은 말은 의미가 없다. 어쩌면 애린은 상대방을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게 아니라,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 사소한 것 마저 잊어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 하지만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은 아니야. 그건 단언할 수 있을 것 같아. " " 물론 큰 범주에서 보면 '좋아한다' 라는 말이 될 수 있겠지만... " " 그 아래에 달려있는 부수적인 이유들이 많아. "
지금 여기에서 이유를 하나하나 열거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좀 많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열거해봤자 누군가가 '어쨌든 다 합치면 좋아한다는 말 아니야?' 라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기도 하다.
"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
애린이라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 그 이상이었다. 이미 괴이에서 함께 구를대로 구른 사이이기도 하고. 지금은 친구 이상 연인 미만... 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관계니까.
" 내가 상상력이 좋은건지, 아니면 그냥 네가 귀여운건지... " " 너도 한번 상상해봐. " " 음... 난 어렸을때 별로 안귀여웠을 것 같으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으로. "
끄으응, 하고 고민하는 신음소리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어린시절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지만, 뭔가 안개가 낀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뭔가 중요한걸, 굉장히 소중한걸 잃어버린 느낌. 그리고 그건, 왠진 모르겠지만 괴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지금까지 동월을 괴이 속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아무튼... 어린시절엔 지금과 다르게 감정표현도 적었고, 활동적이지도 않았기에 귀염성이라곤 없었을거라 생각하는 동월이다.
" 그런건가... 하아... 그냥 너 끌어안고 집에 틀어박혀야하나. " " ....될 리가 없겠지. "
지금 처해있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동월이 집에 틀어박힐 일은 평생 없겠지.
" 내가 뭘! 내가 한 기행이라고 해봤자 잠수해서 뜰채로 갈치 잡은거 말고는 없는데... "
(이제서야 밝혀지는) 동월이 갈치를 잡아온 경로의 이야기였다.
" 오래간만이란게 좀 신경쓰이기는 하지만서도... " " 그-런거야! "
뚱한 표정으로 태클을 걸었다가, 이내 피식 하고 미소지으며 평소와 같이 애린의 말투를 따라했다.
" 아냐. 무의미하지 않아. " " 없는게 아니잖아. 단지 어디 있는지를 모를 뿐. " " 그렇다면 찾을 수 있어.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찾고자 한다면 찾을 수 있어. "
그것은 창조가 아니다. 어느 로봇의 이야기처럼 인간의 감정을 얻기 위해 찾아떠나는 위험한 모험이 아니라,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떠나는 느긋한 여행이다. 동월이 찾는 기억은 목적지가 지옥이기에 위험한 모험이 되어버렸지만... 애린은 그렇지 않다. 동월처럼 위험하게 묶여버린 기억이 아니니까.
" .....그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무슨 금쪽이가 된 기분인데. "
그냥 놔두면 안될 것 같다니.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부모의 마음이란 말인가. 딱히 나쁜 마음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긴 했지만... 그런 포지션이 되고싶지는 않아서 괜히 뚱한 얼굴이 되었을까.
" 미안하지만, 이게 내가 할 줄 아는 사랑인걸. " " 그리고... 너도 이제 배우게 될 사랑이고. "
사랑을 가르쳐주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한다. 그럼 자신의 사랑을 그녀에게 알려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린도 같은 사랑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 ..... "
이마가 닿고, 코가 닿는다. 아슬아슬하다고 할 수 있을 거리에, 서로의 사이에 종이 한장이 간신히 들어올 만큼의 틈밖에 없었다. 자신의 코에 그녀의 코가 닿는,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동월은 아주 작은 소리로, 애린에게만 들릴 만큼 소곤소곤 목소리를 낸다.
" ....네 선택의 이유는 몰라. 얘기해주지 않으면 평생 모를지도. " " 하지만 그 전에, "
옅은 미소를 띄우고,
" 너, 그거 알아? 아마 알겠지. "
느릿하게 눈을 감고,
" 난 정면으로 걸어오는 도발은 피하지 않아. "
마침 딱 정면이겠다, 종이 한장의 틈마저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거리를 전진하기 위해, 동월이 고개를 앞으로 내미려 했다.
>>715 저기요 여자무서워증후군이 뭠까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보다 더하네!(?) 근데... 나 이런 상상도 함 성훈이가 그 충격을 못 잊어서 연구소 가가지고 시원이 앞에서 부소장님 글쎄 여자애가요 와 막 이렇게 누르는데 어어어 말랑하고 으어어어 하고 난리치다가 슥삭 당한게 아닐까 하는 망상이 (회로 불탐)
혜우 : (가슴에 손...)(태오 가슴에 냥손)(갸웃)
왜 그런 말 있자너 여자 셋이 모이면 부엌살림살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그거 응용 (찡긋) 얘네는 둘이면 충분할듯 어우 흐으으음 흐으음 호옥시 라바나가 서휘 쪽 정보도 알고 있어서 태오가 버림패? 장기말? 로 쓰는 건가...? 죽는게 의도적인지 우연인지가 궁금해지는군...
혜우 싸움 얘기 뭔 소린지 몰라가지고 빤히 보고만 있는데 그 앞에서 슥 밀언지는 완벽한 플레이팅의 초코 케이크 진실의 꼬리 아니 눈동자 반짝한다잉 고맙습니다 인사도 안 하고 뇸뇸 먹는데 라바나 향한 경계는 안 풀고 케익 먹고 음료도 싹싹 비울거라구 케이크 싸주면 도 빠안히 보다가 샥 받아서 고개만 꾸벅 하고 종종종종 가버려야지 가다가 한번 슥 돌아보고 가는거 고양이 국룰
아니 머야 이렇게 거쳐간 모브들이 하나둘 죽어나간다구? 이게 맞냐며 이 죽음들이 직접적인 소식으로 들렸을 때 혜우 반응을 태오가 살필 거 같다는 적폐가 있음
>>701 혜우주 말씀 감사해요오오오오 >< 찌그러질지언정 터지지는 않고 다른 슬라임과 합체하는 혼종 슬라임을 만들어 볼게요 ㅋㅋㅋㅋㅋ
>>703 새봄주 비열한 거리, 검색해 봤더니 그 영화 엔딩곡이네요~~ 조인성 나왔었구나👀👀👀 그 상황이 현재진행형이었다면 어림도 없지만, 수경이 잘 찾고 끝났으니까요~~~ (수경이에게 후유증이 없진 않은 모양이지만 서연이가 거기까진 모르기도 하고요^^;;;; ) 또 도움 많이 받은 건 팩트잖아요 ㅎㅎㅎㅎ 근데 새봄아, 당연한 건 아니지!!! @ㅁ@ 서연이를 잘 따라 주니 걱정도 많다는 건 알지만 현장에서 스트레스는 심했을 거라 뒷풀이(???)가 필요할 거 같긴 해요. 놀라고 힘들었던 거 서로서로 잘 달래 주자!!!
>>706 점례주 랜선 요정은 무리고 그냥 엄청 착하지도 엄청 흑화하지도 않게 무던한 인첨공 주민 n 할래요 ㅎㅎㅎㅎ 점례는 견문이 엄청 넓지만 그걸 예외적인 상황(월이랑 있다거나?)에서 말고는 일부러 드러내지는 않는 캐라는 인상이었어요. 종종 의표를 찌르는 건 견문이 넓어서 같고요.
>>717 동월주 월이 닥돌한다 닥돌!!!!! 이거는 도발을 피하지 않는 것인가 도발을 직접 하는 것인가 @ㅁ@ (팝콘)(콜라)
>>727 >>730 >>732 혜성주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근데 주말에도 출근이시라니 ㅠㅠㅠㅠㅠ 비 그치면 우산 펼치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편하긴 한데 기껏 우산 챙기신 보람이 없으니 이거 뭐...(먼눈) 암튼 오늘도 고생이 많으세요. 수월하게 순삭되는 일만 있길 바랄게요!!!
부실에 둘 간식거리와 음료수와 냉동식품 따위를 이것저것 고른 뒤 이번엔 배달시켰다. 도저히 못 들고 가겠더라. 그러고는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샀다. 직접 얘기하자니 수경이를 찾으러 갔던 일은 입에 담기가 어쩐지 거북해서였다. 낯이 없어서일지 떠올렸다간 힘들어질까 봐서인지... 그런 점을 고려하면 두고두고 남는 편지가 오히려 더 나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기어이 편지지를 사 버린 건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파서인가 보다. 에라, 모르겠다! 전에 편지에다 무슨 내용을 담을까 갈피를 못 잡다가 편지지를 여러 장 버렸던 터라 이번엔 내용부터 정리하고 편지지에 옮겨 적었다.
@강철현 [ To. 선배
편지는 두 번째네요. 이런 내용이 편지로 남아도 괜찮을지 시간에 묻히게 둬야 할지 지금도 망설여지지만 마주하고서는 도저히 말씀 못 드릴 거 같아서 남겨요. 이렇게 시작해 놓고서도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요. 아무래도 두서없는 내용이 될 거 같아요...
다른 것보다 걱정 끼쳐 버린 게 제일 죄송해요. 선배 없어졌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도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바로 보시는 앞에서 텔레포트되어 버려서... 그때 얼마나 놀라고 암담하셨을지 짐작도 못 하겠어요. 인이어로 통신은 가능했으니 망정이지. 이쪽은 괜찮다고 선배 목소리 들리니 안심이라고 말씀이라도 한마디 드렸으면 조금은 덜 힘드셨을까... 돌이킬수록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때 선배는, 선배가 납치당했을 당시의 저처럼 시시각각 속이 타고 피가 마르는 심정이셨을 텐데, 전 선배 목소리 듣자마자 마음 확 놓아 버렸어서요...
그런 주제에 말씀드리자니 낯이 없지만 역시 감사하단 말씀도 드리고 싶어요. 그... (쓰다 지운 흔적이 있다.) 그 방에서 저희 멘탈부터 걱정해 주신 거요. (너무 참혹한 광경이라 선배도 충격이 크셨을 텐데 괜찮으신지 걱정이기도 해요.) 선배 안 계셨으면 저 그 자리에서 멘탈 나갔을지도 몰라요. 그때 사이코메트리도 써 버렸잖아요. 엄청 불안하셨을 텐데도 말리지 않아 주셔서 감사해요. 선배가 힘들어지시는 한이 있어도 절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고자 하신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정신 나가겠는 와중에도 감동이었어요. (저였다면 제 감정을 못 이겨 뜯어말릴 궁리부터 했을 거 같아서 더더욱요.) 결국 정신 못 차리고 뻗을 뻔했을 때도, 선배가 바로 다독여 주신 덕에 버틸 수 있었어요.
적다 보니 저 그 연구소에서 선배한테 잔뜩 의지했었네요... 이런 저인데도 늘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다음엔 이번보다 나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선배께 의지가 되고 선배 힘든 거 덜어드릴 수 있게요! 편지는 이만 줄일게요. 나중에 뵈어요 ><
커리큘럼실 안에는 하얀 새 한 마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리라는 투명한 고글형 선글라스를 끼고 원형의 흰색 패치를 관자놀이에 붙인 채 가만히 서서 고글 앞에 펼쳐지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전 샤를리아 사태 때 만든 카메라 드론을 새 모양으로 만들어 시야를 공유하는 것이다.
"아!"
다만, 좁은 곳에서 움직이느라 자꾸 부딪히는 게 문제다. 리라는 벽에 부딪혀 추락한 새를 집어올려 살살 쓰다듬는다.
>>736 서연주 맞아! 비열한 거리 ㅋㅋㅋㅋ 원래 느와르물 잘 안먹는 편인데 비열한 거리는 연출이 세련돼서 재밌더라구! 구독하는 OTT에 있고 관심있으면 한번 보는 것도 추천해>< 그럼그럼! 아주 완벽한 결과는 아니더라도 소기의 목적은 확실하게 달성했지>< 그리고 서연이도 못지 않게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위험천만한 순간에서도 기지를 발휘했구! 그러게, 뒷풀이 좋다! 둘이 서연이가 만든 케이크 먹기로 약속했구>< 서로서로 애썼고 고생했다고 달래주는 거 그림 좋겠는걸!><bb
>>769 정하주 아 저 아저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쇼츠 넘기다가 자주 본 초코나 디저트 식재료 갖다가 뭐든 만들지!! 쇼츠 넘기다 자주 봤는데 반갑네 히히 새봄이 연상해준 것도 고마운걸!><
"긴급 출동이야." "뭐? 갑자기 왜?" "베이트 애들이 갑자기 우리 구역에 나타났다고."
파란 스카프는 고개를 끄덕이곤 휘하 부하 몇을 데리곤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기에 스트레인지에도 암흑이 깔리고 있었다. 이제 곧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
갑자기 한명이 걸음을 멈췄다.
"뭔가 느껴져?" "...네."
파란 스카프는 바로 주변을 둘러보며 싸움을 준비했다.
"발이.. 안 움직입니다..!" "뭐?"
다른 부하들도 발이 안 떨어져 당황하거나 넘어졌다. 넘어진 부하는 몸이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일어나지도 못했다.
"그 잘나신 율럭키가 나셨구만~" "이 목소리는...브라우니?" "하이~"
벽에 메달린 브라우니가 뛰어내리며 율럭키 부하 한명을 때려눕혔다. 그러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던 주변의 부하들도 때려눕혔다.
"니네 같은 쓰레기들이 스트레인지에서 너무 크면 좋을 게 없어서 말야." "치잇..!"
파란 스카프는 오펜시브 부스터를 발동해 몸을 감싸곤 빠르게 브라우니를 향해 달려나갔지만 실패하고 벽에 부딪혔다. 그나마 몸을 감싼 막 덕분에 어느정도 무시가 가능했지만...
"크윽.. 여기에도 능력을 발동해 놓은건가..? 이럼-" "이런~"
무너진 벽의 잔해들 때문에 파란 스카프의 움직임이 봉쇄되고 말았다. 브라우니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곤 내려가 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쳐 파란 스카프도 뻗고 말았다. 그때, 브라우니의 뒤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타는 듯한 고통에 브라우니는 뒤를 돌아봤다. 빨간 스카프가 어느샌가 있었다.
"브라우니는... 초록색이 섞이지 않으면 맛 없더라."
브라우니는 무시하곤 갑자기 아까 메달렸던 벽으로 뛰어올라갔다.
"이게!"
빨간 스카프도 쫓아선 독을 한발 더 발사했지만 갑자기 브라우니가 몸을 돌려서 자신을 덮치자 이도저도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넌 미끄럼틀이나 즐기시지!"
브라우니는 바닥의 마찰력을 없앤 후 빨간 스카프를 벽에 빠르게 던져선 처박아버렸다.
"그만해!!!"
갑자기 귀가 깨질 듯한 소음이 들려 브라우니는 무릎을 꿇었다.
"이번엔 ㄸ...노란색이라고?"
헤드셋을 착용한 노란 스카프는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강력한 비명을 질러 브라우니에게 큰 데미지를 주었다.
"으으윽...이 ㄱ..."
브라우니는 잠시 무릎을 꿇는 듯 싶더니 그 사이 바닥의 마찰력을 없앴는지 바닥을 타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래서, 빨강이하고 파랑이, 둘 다 깨진건가?" "네... 노란 스카프가 쫓아내 살았지만..." "뭐, 둘이 약한 건 아니고, 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치료나 잘 받으라고 해."
의외로 자비롭게 넘어간 애꾸였다. 뭐, 앞에 금이 한덩이 놓여있긴 하지만.
대분류: 프로퍼티 매니퓰레이션(Property Manipulation) 소분류: 애드히전 인듀스먼트(Adhesion Inducement) 물체에 점성을 부여하는 능력으로, 점성의 강도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 그건 즉 능력을 반대 방향으로 사용하여 물체에서 점성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뜻. 발바닥에 점성을 부여하여 천장이나 벽을 타고 걸어다닌다거나, 겉보기에는 평범한 방바닥을 개미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거나. 점성을 부여할 물체에는 직접 신체접촉이 필요하다.
대분류: 소나키네시스(Sonakinesis) 소분류(특화능력): 칼라미티 하울링(Calamity Howling) 개요:파괴적인 힘을 가진 소리를 지르는 힘. 들은 상대는 잠시 균형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소닉 커터처럼 일방향으로 집중해 물리적인 힘을 가진 에너지를 발사할 수도 있으나, 이 능력의 진정으로 무서운 묘기는 일정 주파수의 소리를 내 진동, 공명시켜 대상을 박살내는 저격 능력. 소프라노 음으로 유리잔을 깨뜨리는 묘기를 생각하면 연상하기 쉬울 듯. 물론 이 진동수를 이용한 저격은 귀를 막는다고 막아지지는 않는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가을 바람이 점점 짙어지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모두들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요? 아마 각자의 하루를 조용히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이런 날은 항상 저지먼트의 부장, 은우가 메시지를 보내고는 했습니다. 네. 오늘도 예외는 아닌 모양입니다.
[지난 보고서에서 나온 내용인데, 제로를 만든 것은 기술개발부장인 박형오라는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있었어. 그래서 이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한 끝에 겨우 그가 사용했었다는 1인 연구실을 찾을 수 있었어.]
[지금부터 그 연구실을 조사해볼 생각이야.]
[일단 어지럽히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그 박형오라는 사람의 조수라는 이에게 조사 허가를 받았어. 안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하는데 혹시 또 모르는 거니까.]
[같이 조사할 이는 이곳으로 와줘.]
메시지 끝에는 어느 한 지점을 가리키는 지도 사진이 떠 있었습니다. 주소는 제 1학구에 있는 인천제일로 15길 40-22입니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이동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박형오라는 이는 3년 전. 정확히는 우리가 중학교 3학년인 겨울 무렵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고 해] [그 이후로는 행방을 알 수 없어. 어느 병원에 있는지도 모르고, 정확히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몰라] [덧붙여서 조수는 제 1학구에 있는 대표이사가 있는 건물에서 연구하고 있어] [네가 제 1학구에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닌 이상 만날 순 없을거야] [나도 겨우 얼굴을 본 정도니까]
"네가... 말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긴 해... 나라도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까 말이지요..." 몇 년간 계속해서, 붙잡았던 걸 떨쳐내기란 어려운 일이었겠지. 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말은 해둬야 하는 일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상태를 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 기술들을 이렇게저렇게 활용하고 협력을 해서 그나마 나아진 것일 겁니다. 그리고 진호는 근신입니다. 유출경로가 수경도 있긴 했지만 진호 측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계수 측정은 안하려고...?" "..." 피를 토하던 그 기기가 희미하게 기억은 나지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온 문자를 바라봅니다. 단체적으로 와서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지만..
"가지 않는게 좋지 않겠니..?" "...갈게요.." "...강권한다고 해도 그럴 거니..?"
결국 고개를 끄덕인 수경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저지먼트인지 확실히 해야한다는 게 있었지만 이걸로 속였으면 저지먼트 코뿔소가 감히 사칭을? 이라며 후려칠 수 있으니.
조사라, 거기서 리버티나 그림자가 튀어나오지 않는 한 달콤해져라는 봉인이겠네. 그래도 가봐야지~ 뭔가 재미난 게 나올 수도 있고. 새봄은 아군용, 적군용 재료들과 호신용 무기가 든 가방과 리라 언니표 장비들(방패랑 팔찌)을 챙기고 은우가 보낸 지도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온갖 사건이 휘몰아쳐서 몇 년은 폭싹 늙은(???) 거 같은 와중에도 현생은 돌아간다. 지친 몸, 복잡한 머릿속, 어지러운 마음을 추스르기도 빡센데 학교를 가야 했고 커리큘럼을 해야 했고 알바도 해야 했다. 아니, 반대로 그런 것들을 하느라 파란만장했던 사건들을 곱씹을 틈이 없었어서 이만큼이라도 정줄 잡고 있는 걸까.
아무튼 중간고사가 끝났다. 결과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셀프디스 삼아 뒤에서 몇 등일지 태인이랑 내기나 해 봤다. 난 그래도 뒤에서 1~7등일 거라고 걸었는데...
ㅡ" 7등? 과대 평가 아님? 뒤에서 1~3등!! 이기면 '아이러브 스위티' 케이크!! "
그렇게 시시껄렁하게 시간 때우다 커리큘럼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톡이 울렸다. 저지먼트 단톡방. 부장이다. 제로, 라면 퍼클만큼 강하게 만든다는 그 깡통들이랑 상관 있는 AI지? 그 사람이 썼던 1인 연구실 조사? 근데 조수가 허락을 했다? 자기 상관이 사용하는 연구소를, 아무리 저지먼트라도 일면식 하나 없는 고딩들이 조사한다는데 그걸 허가했다고? 왜째서? 뭔가 이상한데?
께름칙한 예감을 느끼면서도 단톡에 뜬 지도는 마저 확인했다. 제 1학구에 있는 인천제일로 15길 40-22. 1학구는 인첨대도 있고 암튼 엘리트들만 지내는 데라고 들은 거 같은데.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림자는 물론 높으신 분과도 연관된 인물 아닐까? 게다가 조사라면 내가 비교적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도 예감이 그리 좋진 않았기에 토실이는 기숙사에 데려다 놓고, 리라에게 받은 총도 장전해서는 자켓 안에 가려지도록 챙겼다. 코뿔소 팔찌는 늘상 하고 다니는 거라 따로 챙길 필요가 없었고.
situplay>1597048085>837 situplay>1597048085>839 이후 전철을 타고 부장이 찍어 준 주소지로 향하는 도중 톡방에서 부부장과 부장의 대화가 이어지는 걸 확인했다. 박형오라는 사람은 3년 전에 의식불명이 되었고, 이후에는 행방을 알 수 없단다. 그리고 그의 조수는 인첨공의 대표이사와 한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이 좋아 조수지 거물 연구원 아냐? 부부장 말씀마따나 영 수상쩍은데... 모르겠다. 내가 생각해 봤자 대책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 조사에나 집중하자.
그렇게 당도한 1학구는, 굉장히 깔끔했다. 2학구가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에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들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곳이었다면, 이곳은 머무르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조금의 불편도 끼치지 않겠다는 듯 도로며 제반 시설이 반듯하게 잘 정비된 느낌이랄까? 역에서 나와 횡단보도에 이르자마자 보행 신호가 들어올 정도라 신호 간격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감탄이 나왔다. 덕분에 그리 헤매지 않고 부장이 찍어 준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고통스럽거나 그러지 않거나, 행복하거나 그러지 않거나, 중간고사를 망쳤거나 덜 망쳤거나... 개개인이 무슨 상태인지에 관계 없이 시곗바늘은 돌아가고 해와 달은 교차하는 법이니까.
그게 가끔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을 관찰하다 보면 그 속에 녹아들어 걱정과 고뇌 따위는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리라는 오늘 학교 옥상에 올랐다. 파란 가을 하늘 속에 흩어진 작은 구름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의 잡념들도 그렇게 바람에 떠밀려 사라질 거라는 기대를 걸고.
하지만 현대의 인간은 자연이 아닌 사회에 소속되어 있기에, 울리는 핸드폰을 열어보지 않을 재간은 없다.
"1학구."
그나마 다행이라면 은우가 보낸 정보가 바람에게 기대한 역할을 대신했다는 점이겠다. 리라의 눈동자에 빛이 돈다. 붉은 눈동자가 잠시 일렁이다가 이내 조금 옅은 붉은색으로 변화한다. 인천제일로 15길 40-22. 주소를 지도 앱에 입력한 리라는 옥상 한켠에 놓아둔 크로스백을 집어든 뒤 둘둘 둘러둔 목도리를 더 단단히 매듭지었다. 언제나처럼 이것저것 들어있는 가방은 묵직하지만 이젠 그 무게마저도 익숙해졌다.
빗자루를 꺼내고, 날아오른다. 찬바람이 뺨을 스친다. 양쪽으로 느슨하게 땋아내린 머리카락이 목도리 끝자락과 한 몸이라도 된 듯 자유분방하게 흔들리며 한발 앞선 몸을 따랐다.
1학구는 2학구처럼 출입이 까다롭지는 않지만 초행길임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조금 헤매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는 무사히 은우가 보내준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안녕하세... 헤취!"
...날아오느라 좀 많이 추워진 상태로. 황급히 목도리로 하관을 가린 리라는 머쓱하게 웃어보인다.
아마도 메시지를 받은 이들 대부분이 어떻게든 1학구에 도착했을겁니다. 1학구는 2학구와는 다르게 딱히 입장이 통제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3학구와 4학구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돌아다니는 사람들 역시 돈이 상당히 많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명품을 들고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얼핏 봐도 한 벌에 몇 백만 원은 할 것 같은 옷을 입은 이들 투성이였습니다. 또한 공무원도 상당히 많아보이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고급 레스토랑 투성이였습니다. 그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청소 로봇 역시 3학구의 것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고급이었습니다.
어쨌든 은우가 알려준 주소는 생각보다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1학구 번화가 길목과는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그곳을 지나는 사람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스트레인지 구역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커다란 대도시의 구석진 곳. 딱 그 정도의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해당 포인트에는 딱 봐도 연구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초라하고, 어떻게 보면 창고 같은 1층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크기로 보아 방도 딱 하나만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곳에는 은우는 물론이고 세은이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엔 같이 조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다들 안녕! 그리고 안녕하세요!"
세은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각각 인사했고, 은우 역시 가볍게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은우는 살며시 뒤를 돌아 건물을 바라봤습니다.
"놀랍게도 여기가 박형오가 사용했다고 하는 개인 연구소야. 나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주소나 기타 정보를 확인해봤는데 여기가 맞아. ...아무리 봐도 그냥 창고 수준이지만... 일단 안에서 쓸만한 것이 있는지 조사 정도는 해볼 생각이야. 그러니까... 오늘 조사를 도와줘. 한양이 너도, 가급적이면 망 보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줘. 위험요소가 있다고 한다면 내 생각엔 밖보다는 안이야. 어쨌든 기술개발부장이 사용했다는 곳이니 말이야."
가급적 망을 보지 말고 안에서 조사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마치자, 세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멜로디가 들렸습니다.
[붉은 고추 잠자리는 하늘을 날았네! 노란색 들판을 건너 파란 바다로! 파란 풍경을 바라보다 붉은 태양이 지게 되었지! 자연히 붉은 고추 잠자리는 노란 노을을 바라보다 파란 바다에 떨어졌다네. 붉은 고추 잠자리는 푸른 바다 속으로!]
"....?"
"....???"
뜬금없는 노래가 끝이 나자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대체 이게 뭘까요?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면 벽 한쪽에 커다란 책장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과학에 대한 여러가지 어려운 책이 보였습니다. 검은색 커버 책이 대부분이었으나,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커버 책도 각각 한 권씩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글쎄요? 컴퓨터도 없고 그냥 기본적인 과학실험을 할 때 사용하는 비커나 램프나 그런 것들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 상정에서 돌아오고는 진짜 삭신이 쑤셨는데 지금은 훨 나아. " " 그럼그럼!!! 건강해야 뭐든 하지. 상태 나빠지면 사이코메트리도 이상하게 보이더라;;; 뇌가 연산을 거치니까 그런가 봐. "
코가 막히고 귀가 먹먹하고 열감이 도는 가운데 감각들이 쏟아지니. 2학구에서 바다에 입수했다가 감기에 걸렸을 때 줄곧 그 모양이었어서 고생했다. 그래서 어깨를 두드려 주는 리라에게도 웃어 보였다.
" 그니까 리라 너도 조심해!! "
>>865
그나저나 부장은 연구소라셨는데. 그냥 자그마한 단층 건물이네. 아무리 구석진 데라도 여러 층으로 올려서 공간 활용도를 높일 법도 한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지만 부장은 물론 세은이도 기다리고 있어서 인사부터 했다.
" 부장, 안녕하세요!! " " 세은이도 안녕!! 오랜만이야 >< "
거물의 연구소라기엔 너무 초라한데, 그래도 부장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눈치였다. 부부장께도 밖을 경계하기보다 안에서 조사해 달라고 하신다. 수경이 찾을 때 시간을 되돌려 버리는 자가 있었던 거처럼, 저 안에도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거겠지? 덩달아 긴장이 되어서 제 손을 번갈아 주무르는 서연이었다.
이후 세은이가 문을 열자 괴상한 노래가 나왔다. 붉은 고추 잠자리? 노란 들판? 파란 바다? 붉은 태양? 노란 노을? 파란 바다? 누가 지은 노래야? 가사가 뭔 내용인지 모르겠어.
게다가 네임드 연구원의 연구실이라기엔 뭐 있는 게 없다. 컴퓨터도 없어. 하긴 연구실 주인이 몇 년째 의식불명이면 중요한 자료가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다. 비커, 램프, 테이블, 바닥, 그리고 책이 빼곡히 찬 책장. 당장은 이것들을 하나하나 짚고 사이코메트리를 써 보는 거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는데.
그러던 중 이 방에서 드물게 색감을 지닌 책에 시선이 멎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아까 노래에 나온 색들인데? 막 드라마에서처럼 저것들을 잘 꽂으면 비밀 통로 같은 거라도 열리나? 싱겁다면 싱거운 호기심으로 책 세 권을 뽑았다. 아까 가사가 뭐였지? 빨간 고추잠자리가 노란 들판을 건너 파란 바다로? 노란 노을을 보다 파란 바다로? 그럼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순으로 왼쪽부터 꽂아 볼까? 완전 헛다리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해 보자.
서연은 제 생각대로 책들을 옮겨 꽂아 보았다. 만약 별 변화가 없었다면, 책들을 다시 뽑아서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 책들이 단순한 책인지, 다른 기능을 지닌 장치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들 지쳐보인다. 아니면 한군데 씩 아파보이거나. 드론칼 맞고 퇴원하자마자 눈 코 뜰 세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다마는. 그래도 부장선배랑 세은이는 둘다 건강해보이네~ 다행이야. 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이 동네에서는 건강하기가 공부하기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것 같단 말이지. 어쨌거나 오늘은 1학구의 다른 건물들에 비해 무척 허름해보이는 이 장소를 털 모양이다. 박형오라는 아저씨가 제로라는 가짜 퍼클을 만들었다 이거지. 모르는 게 아는 거보다 훨씬 많겠지만 그래도 오맨들 박사 없으니까 훨씬 낫다.
세은이 연 문을 통에 들어서려니 들리는 노랫소리에, 새봄은 곧장 핸드폰으로 노래에 나오는 색깔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혹은 빨강 파랑 노랑 파랑 파랑 빨강 빨강 노랑 파랑 빨강 파랑. (하늘을 파란색이라 간주하고 나오는 색깔을 전부 적음.) 중복되는 부분을 뺀다면 빨강 노랑 파랑 빨강 노랑 파랑.
박형오라는 아저씨, 의외로 오타쿠일 수도 있겠는데? 이런 거 쯔꾸루 게임에서 많이 나오잖아~. 새봄은 주변을 둘러보다, 노래 가사처럼 빨강, 노랑, 파랑색 책이 꽂힌 책장으로 다가갔다. 쯔꾸루 게임에서는 키 한번 눌러서 상호작용하는 걸로 됐는데 현실세계에선 영 모르겠네. (시도해볼 기회가 있었다면) 새봄은 자신이 기록한 색상의 순서대로 책들을 한번씩 눌러보았을 것이다.
사진은 찍을 당시의 모습과 풍경은 물론, 당시의 기억까지 추억할 수 있다. 혜성또한 제 어릴 때의 사진 몇장과 부모님과 제 오빠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몇장이 보관되어 있는 작은 앨범을 간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곳에 들어오기 전, 심혈을 기울여서 커다란 앨범에서 가지고 갈 사진들을 밤새 골라내던 시간도 있었다. 어쨌든 혜성은 확신할 수 있었다. '연인' 이라는 단어를 붙혀도 이상하지 않을, 마주앉아 케이크를 나눠서 먹고 있는 후배의 어릴 때 모습또한 지금처럼 귀여울 것이라고.
근거없는 확신이라 해도 상관없다. 제 눈에 귀여우면 되는 거 아닐까.
그 생각마저도 이름을 불러달라는 의아할만큼 뜬금없는 부탁에 오래 이어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한번, 이름을 부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지먼트 부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두학년 아래의 아이들을 부를 때 버릇처럼 붙히는 후배님 이라는 호칭을 벗어나서 자신이 이름만 툭, 하니 편하게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한번 더 이름을 불러달라 요청받았을 때, 처음처럼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부르지 않고 목깃을 잡아 당기며 입술에 도장찍듯 제 입술을 꾹 맞대 눌렀다가 떼어낸 이유를 네가 묻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무일도 없는데 그렇게 진지한 목소리로 부탁하면 어떡해.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 사람 놀래키고."
이유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지나친 걱정을 하게 만든 이유모를 괘씸함에 아픈 듯 소리를 내는 금의 모습에도 혜성은 뺨 꼬집고 있는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 사실은 두번째 이름을 불러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이유를 찾을 새도 없이 심장 한켠에 작은 돌멩이가 떨어진 것마냥 울렁거리는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그 감각에 이끌려 행동해버린 거지만.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그 소소한 비밀을 머리 한구석에 가만히 덮어두던 혜성은 이어지는 금의 행동과 말에 반쯤 일어서있던 몸을 의자에 주저앉힌 뒤 도록, 눈 굴렸다.
"그, 그, 으..."
하늘빛 도는 새파란 눈동자가 갈곳을 잃고 헤메고, 더듬거리며 입 열었다가 다물기를 반복하던 혜성은 제 입가를 손등으로 가리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쉬이 뱉을 수 있는 그 문장이, 왜 지금은 이렇게도 어려운지.
situplay>1597048085>715 @현먐미 괜츈. 나도 늦었으니까 이걸로 퉁치자. 오케이? 아ㅋㅋㅋㅋㅋㅋ여기서 물귀신 작전으로 날 끌고가시네요 할미. 안돼요 시러요 하지마세요(??) 최대한 맛없게 써와야만 썰이 길어지지 않겠군. 아이 가릿(대체)
님은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쌈@뽕하게 미친 사람이야 진짜. 내가 님이랑 썰핑퐁하다가 미친사람만 몇번 했는지 세어보면 팔만대장경 채우고도 남을거라고 감히 (거짓조금보태서) 말해봄; 표현력 미치셨나요? 요즘 글빨이 하늘을 뚫던데 님 바벨탑이에오? 근데 무너지지 않는(이런발언) 바즈라 연구원들 공격할 때는 습격이 아니라 비사문천 단원들 (+이혜성) 전부 그냥 정면으로 당당하게 등장해서 선빵필승할 것 같은데, 피해는 어느정도까지 용인하나요? 원하는대로 말해주세용. 몇명이서 와서 몇명이 피해를 당했는지라던가. 상황 필요하면 찔러달라고 해서 찌름(?)
크아악 라바나 죽으면 누가 이혜성한테 예쁜애라고 불러주나. 나 사실 라바나가 이혜성한테 예쁜애라고 한번 더 불러주길 바랬어(이러기) 하 씁 이거 보면 의뢰받는 것도 괜츈할 것 같은데 먐미의 체력과 컨디션을 고려하여 소문을 듣고 비사문천이 다짜고짜 현장에 쳐들어가는 걸로 할게 하 ㅋㅋㅋㅋㅋ아ㅋㅋㅋ칼은 들었지만 찌르진 않는다고ㅋㅋㅋㅋㅋㅋ
어휴, 하고 연구원은 불 붙히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자기 이마를 꾹 눌렀고 혜성은 뭐 문제는 없지 않느냐 하는 표정을 짓고 연구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나키네시스 능력자가 건물 하나 철거시키는 건 숨쉬는 것 만큼이나 손쉬운 일이 맞고, 담당 학생의 성격상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하고 했던 일은 맞지만 그걸 그냥 의견을 묻지도 않고 부숴버렸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나. 연구원은 건설사를 통해 입금된 자본주의의 수치화를 보고 있는 혜성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각자가 추론을 내세우며 하나하나 책을 건드려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은 뽑히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정도 앞으로 끌어낼 수 있지만,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이 자체가 하나의 스위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특별한 반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사이코매트리를 쓴 서연은 그 안에서 '이 책은 하나의 커다란 장치이고, 이것을 설치한 이는 하얀색 연구복을 입고 있는 어떤 남성이다' 라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보는 얼굴이었기에, 그게 누구인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세은은 가만히 모두를 바라보다가 책의 색에 뭔가 중요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면 되잖아."
이어 세은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파란색, 빨간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파란색 순으로 책을 살짝 눌렀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건물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의 시야가 갑자기 팍 하고 바뀌었습니다. 아마 수경은 '텔레포트'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텔레포트를 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을테니까요.
이내 모두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정말로 본격적인 연구소의 모습이었습니다. 뭔지 알 수 없는 기기가 가득 있었으나, 작동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 편에는 컴퓨터가 하나 있었고, 그 근처에는 서류도 이것저것 있었습니다.
앞에는 문이 있었지만,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창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일단 서류는 상당히 많았는데 중요해보이는 내용에는 다음 타이틀이 쓰여있었습니다.
[인첨공 설립 프로젝트] [능력자 정보 - 박찬우] [수중 전함 포세이돈] [제로] [퍼스트클래스] [능력자 계수의 특성] [모든 것의 시작]
만약 누군가가 컴퓨터를 확인한다면 다음 프로그램과 문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 개방 - 패스워드 필요] [패스워드 힌트] [새장 파괴]
일단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을까요? 만약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저지먼트 멤버들이 서 있는 곳 뒤쪽에 있는 빛이 나는 패널을 밟으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책이 안 뽑힌다? 뭔데? 책이 아니야?? 영문 모른 채 사이코메트리를 써 보니, 책처럼 보이는 장치다. 진짜로 이게 비밀 통로로 이어지나? 그리고 연구복을 입은 남성. 누군진 모르겠다만 여길 설치한 자라면... 제로를 만든 거물 연구원이자 지금은 혼수 상태라는 박형오 아닐까?
암튼 이걸 열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한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굴릴 때, 세은이가 나섰다. 아주 간단한 건데 다들 헤맨다는 듯이. 몇 번이고 해 본 것처럼 책들을 눌렀다. 그 직후 몸이 슬쩍 뜨는 듯하다가 풍경이 확 달라졌다.
" !!! "
생전 처음 보는 기계 장치가 가득이었다. 저 편엔 컴퓨터가 있고, 근처엔 각종 서류가 놓여 있었다. 이거 뭐야? 텔레포트라도 됐나?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방을 어지르면 안 된다고 했다는 조건이 떠올라 폰카로 사진부터 찍었다. 나중에 이 사진 속 풍경대로 정리해야지.
그러고서 상황을 살펴보니, 각자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청윤이는 [능력자 계수의 특성], 선배는 [수중전함 포세이돈]... 잠시만? 설마 리버티의 그 잠수함과 박형오가 무슨 관련이라도 있나? 하지만 그 사람은 높으신 분들이 부리는 제로를 만든 사람인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니아니, 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현철 선배는 [제로]를 고르셨고, 새봄이는 [모든 것의 시작]을 골랐다. 그리고 혜우는 컴퓨터를 살피고 있으니까... 일단은 [능력자 정보 - 박찬우]를 읽어 볼까? 저기 안 열리는 문도 신경 쓰이지만, 그건 지금 보이는 서류를 다 확인한 다음에 살펴보자. 아, 토실이를 안 데려왔으니... 자켓아, 잘 부탁한다. 오늘의 증인(사이코메트리 매개)는 너다!!!
[인첨공 설립 프로젝트] V 수경 [능력자 정보 - 박찬우] V 서연 [수중 전함 포세이돈] V 철현 [제로] V 현철 [퍼스트클래스] V 한양 [능력자 계수의 특성] V 청윤 [모든 것의 시작] V 새봄 [문 개방 - 패스워드 필요] V 혜우 [패스워드 힌트] [새장 파괴] V 리라
해당 서류는 상당히 복잡한 용어가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알기 쉽게 재작성한다면 아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것입니다.
[20XX년. 일본과 프랑스, 독일에서 초능력 연구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본격화되었다. 그리고 이 중 일본과 독일에서 초능력자 양산에 성공한다. 그에 따라 두 국가는 엄청난 경제성장과 기술발달을 이루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역시 뒤늦게나마 초능력 연구에 힘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도를 해도 초능력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산업스파일을 고용하거나 해커를 고용해서 정보를 빼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 다른 나라에서도 점점 발전하는 연구 성과에 비해 대한민국은 대다수 국가들이 그렇듯이, 그저 희생자만 늘어나고 그 중에는 실험 도중 사망한 이들도 발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민국에 '순수한 초능력자'가 탄생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그 초능력자를 연구해서 초능력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려고 시도했고, 자신들의 기술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순수한 초능력자가 암살되거나 외국에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인천 첨단 공업단지'. 즉. 인첨공을 세우기로 했다.
즉, 인첨공은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초능력자'를 외국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 '산업 단지'로 위장해서 만들어낸 예정인 특수 단지이다.
인첨공의 비밀에 대해서는 절대로 유출해서는 안되며, 만약 유출하게 될 시 최대 사형을 허가. 경우에 따라서는 즉각 처분 역시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 예정이다.
만약 인첨공이 성공적으로 설립되고, 그 안에서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진정한 초능력자'를 양산할 수 있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막강한 경제발전과 기술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로 유출되서는 안되는 기술인만큼, 인첨공에 들어가는 이는 밖으로 쉽게 나가지 못하게 할 예정이며,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경제 지원을 할 것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