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수경이는 무사했다. 무척 쇠약해져 있긴 했지만. 승아선배를 노렸던 파란 머리나, 지 멋대로 우릴 아래로 보낸 분홍 눈, 시체인 채로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파란머리나 분홍 눈은 디스트로이어처럼 어딘가에서 만나면 꼭 특제 떡을 먹여주고 싶지만,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 또 그들의 시체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 정도. 왜냐면, 시체 한 구 한 구 발견할 때마다 힘들었으니까. 시체를 보고도 점점 안 놀라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었기도 하고. 결국 그 사람들은 다시 살아났지만, 내가 자살 장면이나 시체를 직접적으로 본 게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 저런 일들로 지쳤다보니 가상현실로 들어가서는 딱히 별 일이 없었는데도 아무것도 못 했다. 아니, 안 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거다.
가상현실 속 수경이는 어째서인지 마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같은 몰골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목화고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듯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서형의 말에도 자신은 저지먼트같은 게 될 수 있을 리 없다며 자신없는 듯 말하기도 했다.
다들 수경이의 마음을 돌리고자 호소했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해 줄 말이 없어서다. 물론 수경이가 그렇게 너덜너덜한 몰골로 그 미친 파란 머리한테 착취당했으면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수경이를 모른다는 거다. 수경이를 괴롭히고 있는 배후가 있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보고서를 통해 알았을 뿐더러, 그 순간에도, 지금도 수경이가 왜 저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당해왔는지나, 미친 파란 머리를 포함한 수경이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래서 수경이가 어떻게 하면 마음을 돌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 심란했지만 머지 않아 결론이 났다.
당연한 일이다. 나와 수경이가 그 정도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와서 보고서로 접한 것 이상으로 수경이의 인생사에 대해 더 알고 싶냐면, 그렇지는 않다. 비상사태라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알았다고 생각한다. 수경이 본인도 알려지고 싶지 않은 부분이지 않을까 싶고. 어쨌거나, 상황은 끝났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선은 비는 시간에 자체적으로 주변을 순찰할까 한다. 나쁜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그 놈들이 다시 나타나서 수경이를 괴롭히는 걸 막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질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루프로든 뭐로든 반복되는 것도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서 아예 미연에 방지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그건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좀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3학구를 한바퀴 순찰하면서 다음 떡의 재료를 주웠다. 바로... 과자 음료수 쓰레기랑 담배꽁초! 초대와 2대가 개똥에 바선생이니 이번에는 좀 순한 맛으로 가려 한다. 자꾸 자극만 추구하다간 내가 처음에 정해놓은 강령을 어길 수도 있으니 말이지~.
지도 앱을 켜고 큰길로 가는 최단거리를 찾아본다. 여기 어디야? 깊숙이도 들어왔다. 큰길은 너무 최첨단 문명이다 보니 낯설게 느껴졌던 탓일까. 그나마 여느 골목길 비슷해 보이는 골목만 골라 온 게 이 지경이 됐나 보다. 그렇다 해도 여기도 위화감 드는 모습들인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길냥이는 로봇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인가 보다. 담장에 엎드린 채 구경거리라도 봤다는 듯 이쪽을 주시하는 녀석도 있다. 거리를 좁히려 들면 바로 피할 테니 굳이 가까이 가진 않고 지나가는데, 낮고 거친, 으름장 같은 소리가 귀를 찔렀다. 누구? 여기 날 알 만한 사람이...
고개를 들자마자 싹 굳었다. 사복 차림이지만 몰라볼 수가 없는 인물, 무식하게 쎈 수박 씨였다. 지금 내 뼈는 멀쩡한데도 으스러졌던 때의 통증이 떠오를락 말락이다. 제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것은 안 봐도 뻔했다. 우릴 도와주기로 했다고(표현은 관리하기로 했다는 식이었다더라) 영희한테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마주하고 싶진, 아니 어떤 식으로든 안 마주하고 싶었다. 선류빈 씨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것도 줄곧 조사해 온 리라가 얘기하는 편이 나을 터라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수박 씨 말마따나 지나가려다 오기가 솟았다. 내가 뭐 죄졌나? 저 아저씬 멀쩡히 길 가던 고딩 불러선 시비야!! 그것도 그거지만, 이대로 피하기만 하다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좋든 싫든 저지먼트에 협조한다는 사람인데, 만에 하나 같이 행동할 일이 있으면? 그때도 이렇게 튈 거야? 몰라!! 배째!!! 전투 능력 1도 없는 고딩한테 행패 부려 봤자, 지만 찌질해지지!!!!
" 여긴 제 ID카드로 출입 가능한 구역인데요. 개인적으로 조사할 게 있었을 뿐이에요! "
마주 쏘아붙였다가 수박 씨의 안대에 눈이 갔다. 저거, 어... 내가 잘못 봤거나 까먹고 착각한 게 아니라면, 그때 편지로 보냈던 건데? 날 그렇게 하찮게 보더니 저걸 했어??
"핫. 2학구에서 조사할 것? 목화고등학교는 졸업 전까지 연구소와 협업이 불가능할텐데? 학교 규칙은 잘 지켜면서 살아."
서연이 뭘 조사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철준은 대충 2학구 연구소를 돌아다니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학교 규칙을 어기는 학생이라고 생각하 것일까. 하지만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으며, 그는 슬며시 고양이 그릇에게서 멀어졌다. 이내 고양이가 오면 알아서 먹겠거니 생각을 한 것일까. 아니면 방금 전 자신의 모습을 봤을 거라고 생각해서 살짝 경계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그의 눈빛은 서연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기껏 줬는데 버릴 이유가 뭐가 있어. 쓰건 버리건 내 맘이다. 왜? 불만이라도 있나?"
대답하면서 그는 괜히 오른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안대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래도 감촉은 좋긴 하더라. 그것만큼은 고맙게 생각해주지. 그렇게 말하는 것이 그야말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인드 그 자체였다. 여전히 그는 오만하면서도 난폭한 모양이었다.
"네가 뭘 조사하는진 알바 아니긴 하지만 뱅크 연구소 근처로는 가지 마라. 거기 요즘 2학구 치안 문제 때문에 상당히 날카로워졌으니까. 함부로 다가가면 바로 구속될거다. 에어버스터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면 그쪽 지역으로는 가지 마. 대충 2학구 최고 북쪽에 있는 바닷가 근처에 붙어있으니 위치는 기억해두고."
뱅크. 그건 2학구에 있는 모든 초능력 기술들을 기록하고 모으는 연구소의 이름이었다. 덧붙여서 인첨공에 있는 모든 능력자들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어쨌든 그곳엔 절대 가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한 철준은 이내 팔짱을 꼈다.
[ 리라야 리라야 ] [ 사람이나 안드로이드, 바이오로이드의 행동을 ] [ 저지만 할 수 있는 총 만들어 줄 수 있어? ] [ 사격 못 하는 사람도 조준하면 보정 잡아 주는 걸로 ] [ 그거랑 또... ] [ 내가 사이코메트리한 내용이 녹음, 녹화되는 ] [ 그래서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 [ 그런 장치도 만들 수 있을까? ] [ 가능하고 너 컨디션 괜찮으면 해 주고 ] [ 어려우면 편하게 말해 줘!! ]
리라는 전송된 메세지를 가만히 보다가 스케치북을 꺼내들었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선이 그어지고, 그 위로 색색의 마커가 몇 번 오간다. 붉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간 총은 가볍고 서연이 말한 대로 명중률 보정이 들어가 사격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잘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총신에 들어간 포인트와 같은 색의 붉은 탄환. 리라는 그것을 천천히 그려내고 실체화 시키다 문득 하나를 들어 천장의 불빛에 비춰보았다. 조금 투명한 듯한 탄환의 표면을 타고 너머의 빛이 투과되어 얼굴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런 걸 10개씩 한 박스로 총 4박스. 설정은 '맞은 부위를 30초간 정지시키는 제압용 탄환'.
거기까진 수월했지만 아쉽게도 그 다음 장비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실체화가 반만 되거나, 일그러지거나, 노이즈가 끼거나. 그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망가지지 않은 기기가 현실로 나왔지만 정말 성공작인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혼자서는.
"아. 해 뜬다."
한참 그려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등교 시간이 다가왔다. 리라는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총과 탄환 박스를 넣은 후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동시에 남은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서연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서연아, 부탁한 물건은 다 만들었어.]> [그런데 물건 하나는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야 하는 장비인 만큼 너랑 같이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이따가 점심 시간에 저지먼트 부실에서 잠깐 볼 수 있을까?]>
그 날 점심시간 메세지에 응한 서연이 부실로 향했다면 그 자리에는 커다란 쇼핑백을 든 리라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얀 몸체에 붉은 포인트가 들어간 권총과 붉은색 탄환 4박스, 그리고 커다란 MP3 또는 핸드폰처럼 생긴 직사각형 기기가 그 안에 있었다. MP3와 다른 점이라면 이 기기에는 이어폰이 아닌 관자놀이에 부착할 수 있는 패치가 붙은 전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패치를 관자놀이에 붙인 채 사이코메트리를 하면 네가 본 걸 옮길 수 있도록 해 봤어. 아직 잘 작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저장하려면 이 기기 아래 있는 소켓에 커넥터 꽂아서 네 핸드폰이랑 연결하면 돼."
어디까지나 설정은 그랬다. 다만 그게 가능할지는 이제 서연이 사이코메트리를 해 봐야 아는 것이기에, 리라는 집에서 집어온 화려한 귀걸이 하나—온더로드 Tropical Trap 활동 시기에 착용했던 것. 서연이 기억을 읽는다면 음악방송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리라를 볼 수 있을 거다.—를 서연에게 내밀어본다. 테스트를 해보자고.
만약 서연이 이 테스트를 받아들여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면, 조사가 종료되는 즉시 기기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을 것이다. 설레는 마음이 채 꽃피기도 전에 액정에 처참한 모습으로 금이 가더니 도로 꺼져버렸겠지만.
"...어...실패인가 봐."
와장창 깨진 기기를 째려보며 짧게 삐죽거린 리라는 이내 머쓱한 듯 제 볼을 긁적였다.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몇번 고쳐서 될 줄 알았는데... 아쉽다. 서연이 아이디어 좋았는데."
그래도 총은 분명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서연의 품에 권총이 든 종이 백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여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 자신의 속내를 들키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히죽히죽 웃었다. 진실을 내뱉지 않는 건 제 천성이라서요. ".... 그것과는 별개로 하는 말이지만, 음. 미안해요." 사과는 진심입니다 여로는 곧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예 생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