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고요한 밤하늘에는 별빛이 총총히 빛나고, 학교는 소란이 겨우 잠잠해진 채 고요했다. 우성은 침대에 몸을 눕히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피로에 찌든 몸은, 이 순간만큼은 평화를 찾기 위해 자신을 맡긴다. 침대에 몸을 녹이고, 그는 서서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하루의 피로가 하나둘 씻겨 내려가듯, 깊은 잠에 빠진다.
아침이 밝아오자, 우성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창문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오고,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방 한쪽에 매트를 깔고, 온몸을 길게 늘리며 근육의 긴장을 풀어갔다. 깊고 느린 호흡과 함께 유연한 동작이 이어지며, 그는 몸 안의 기운이 원활하게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근육이 풀리며,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스트레칭을 마친 후, 우성은 부엌으로 향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고단백 식품으로 차려진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한 끼 한 끼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그는 몸속 깊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우성은 조용한 방에 앉아 명상을 시작한다. 눈을 감고, 깊고 천천히 호흡하며 마음의 소음을 가라앉혔다. 생각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오후에는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새들의 지저귐.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어제 겪었던 선생들의 죽음과 암살자와의 싸움의 스트레스를 흘려보내는 것이었다.
저녁 무렵, 우성은 고금을 꺼내어 연주를 시작했다. 고금의 줄을 천천히 튕기며, 고요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고금의 음색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연주를 마친 후, 그는 대금을 손에 들었다. 대금의 맑고 은은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며, 그는 음악 속에 몸을 맡겼다.
연주를 마친 우성은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을 보며, 그는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고금과 대금의 여운이 남아 있는 방 안에서, 그는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겠다.
갑작스런 일이 연속해서 벌어지며, 이 장소마저 위험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카데미는 방학기간이라 공지를 했지만, 파트리샤는 학교에 남아 있기로 했다. 계속해서 연락이 오고 있지만, 무시하고 있다.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사실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을 하려 발을 뻗을 때마다 좌절시킨 것이 자신의 부모요, 자신에게 현재 자금줄을 대고 있는 가문원들이였다. 물론 그 자금줄도 정말 미약하고, 용돈도 때때로 못 받을 수 있지만, 원래라면 그것도 감지덕지하게 받아야 했겠지. 그에 손을 내민것이 신님의 말씀들이였고, 성서였으며, 일부 자신을 자신으로 봐주는 사람들이였다. 그 자들은 그 일을 하다가 걸려서 퇴출당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의문이지만...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다시금 마음 깊이 감사를 하고 싶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자신은.
생각이 길어진다. 역시 이런 상황속에서도 원래 나갈 진도를 예습하려 하니 잡생각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한숨을 쉬며 펜을 놓으니 스텔라가 조잘조잘 말을 걸어온다.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간다. 목표는 슬라임이 있던 곳. 역시 머리가 안 돌아갈 때는 몸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걸어서 도착한 그곳은 아직도 몰랑몰랑한 슬라임들이 많았다. 작은 아이들, 큰 아이들, 색상도 다양하고, 속성도 다양한 아이들. 이들을 이용해, 한가지 훈련을 하려 한다. 스텔라와 살짝 떨어져서, 스텔라는 빛의 입자를 흩뿌려서 아까전까지 이야기한, 작은 슬라임들에게 축복을 한다. 그 광경만으로도 꽤나 귀엽고 입에 미소를 짓게 만들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이다. 자신의 신성력을 운용해서, 작은 슬라임들에게만 치료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다음 치료를 하면서, 그 치료를 한 링크를 끊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 슬라임들이 큰 슬라임들에게 부딫힐때 큰 슬라임에게 신성력이 가지 않도록 신성력을 운용하려 한다. 한 손으로 사각형을, 한손으로 삼각형을 그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이정도는 시작일 뿐이다. 더 운용을 할 수 있어야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고, 록시아 오라버니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 그런 생각이 너무 이어진 탓일까. 그 사건 이후로 계속 자신을 건드리던 생각이 다시금 눈을 뜨고 있다. 희생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 따위에게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하면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은, 달콤한 독사과와도 같이 향내로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 분명, 유혹에 빠져들겠지, 예전의 자신이라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분명히 그 사건때에는 한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마음에 눈이 멀어서 한계의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였지만... 실제로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록시아 오라버니가 있고, 스텔라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이들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은, 자신도 익히 알고 있다. 그 향내가 달콤하고, 그것을 원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가족에게도 도구라 생각되는 파트리샤에게, 희생이라는 것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였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래서는 안된다. 신실함과도 별개로, 자신의 욕망일 지도 모르겠지만. 록시아 오라버니, 스텔라, 가주님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기에, 지금 노력한다. 최선을 다해, 강해지려 한다. 남을 돕고 싶기에, 오라버니를 지키고 싶기에, 스텔라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기에.
작은 슬라임들에게 회복을 연습한다. 잇고, 잇고, 있는다. 하나의 고리를 형성할 때 까지. 그 빛이 꽃을 피울때까지.
그것은, 하나의 별이요, 하나의 빛. 온세상을 전부 비추는 찬란한 빛은 아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하는, 어둠속에서 자신을 보는 따스한 빛무리.
하지만, 이따금씩 이런 빛이 있어 곤란할 때가 있다. 원래 파트리샤의 성정은 사람의 부탁을 거절못하는 데에 있다. 그런 부탁을 한번이라도 거절한다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 그렇기에, 숙제나 과제, 그리고 예습 복습에 낼 시간은 꽤나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그것을 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예습을 할 시간마저 부족해질 것 같았다. 무론 잠 못 드는 밤에 무언가를 하는것도 방법중 하나기는 하지만... 잠 못 드는것과 잠을 안 자는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하나는 조금이라도 쉴수 있다면, 하나는 쉬고 싶은 머리를 혹사해간다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조금은 곤란한 경험이 되고 있다.
신성력을 좋아한다는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그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신성력을 만들어 내는것에 조금 더 조의가 깊어진 것 같고, 이 귀여운 아이에게 가장 좋은것만 먹이고 싶었다는 조금의 오기로 순정도도 최대한 순수하게 만들려 노력하지만... 역시 조금 자신의 눈에 부족하다 느껴지는것은,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는 맛있게 먹고 있어서 무엇보다지만... 신님께서 이 아이를 자신과 만날수 있게 한 데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것에, 자신이 부응할수 있을까는...아직도, 불확실하다. 록시아 오라버니도, 가주님도 계신데...어째서 자신에게 온것인지.
... 이제는, 의심하지는 않기로 했다. 자신이 겪어봐서, 얼마나 아픈 경험인지 알기에. 뒤통수를 맞는다면, 그저 자신의 운명이 일찍 찾아왔다 생각하는 수밖에. 지금은...이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우성은 아카데미의 침울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홀로 수련장에 나선다. 그의 신체는 수많은 수련을 통해 단련되어 갔으며, 드디어 신체가 준비가 됐음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제는 진혼룡의 기운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 자신의 수족처럼 쓸 수 있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창이 자신의 몸과 일체가 됐다고 쓰는 것처럼, 진혼룡도 그저 자신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진혼룡의 비늘이 우성의 몸에서 더 돋아나고, 견고해짐을 느끼기 위해서.. 사실은 전의 에필론 선생의 수업에서 배웠듯이.. 기는 결국 모든 과정과 순환되는 것이니, 용아진혼심법을 통해 호흡을 느끼며, 그 호흡으로 '혼화'가 되어 육체는 진혼룡이 스며들어서 비늘이 돋아나는 것이랄까?
우성은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을 고르기 시작했다. 용아진혼심법을 더 깊이 있게 자신의 몸에 펼치려는 것이었다. 깊고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진혼룡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기운이 호흡과 함께 온몸을 순환하도록 유도하며, 기운의 흐름이 마치 혈액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했다. 처음에는 정적인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걸음과 가벼운 달리기로 이어지며 기운의 흐름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진혼룡의 기운이 숨결과 함께 이어지기 위해서 말이야. 우성의 몸은 점점 더 자연스럽게 기운을 받아들이려고 했고, 그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유연해진다.
다음으로 우성은 일상적인 동작에 진혼룡의 기운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식사를 하는 모든 과정에 기운을 결합했다. 그는 모든 동작에 집중하며 기운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유도했다. 진혼룡의 기운은 자신의 일상의 일부가 되도록 말이야. 진혼룡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티격태격 싸우는 것보다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오히려 친해지는 방향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우성은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진혼룡의 기운을 녹여내며, 일상 속에서 기운이 흐르도록 했다. 마치 기운과 하나가 된 것처럼 말이야.
이어서 우성은 조용한 장소에서 명상에 잠긴다. 그는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며 진혼룡의 기운을 느낀다. 마음속에서 기운과 하나가 되도록 집중하며, 기운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유도했다. 우성의 마음과 진혼룡의 기운이 하나가 되도록 말이야. 우성의 마음은 점점 더 평온해짐을 이용해, 기운은 그의 정신과 완전히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우성은 다양한 상황에서 진혼룡의 기운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걷기, 뛰기, 점프, 회피, 찌르기, 베기, 막기 등 다양한 동작을 하며 기운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연습한다. 기운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 개선하며, 상황에 맞게 기운을 조절하려고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진혼룡의 기운이 유연하게 흐르게끔, 의식하지 않아도 흐르게끔 더 움직이고 흐름을 유지하려고 했다.
아카데미는 방학을 맞이했고, 파트리샤는 이 기회를 맞아 조금의 실전 연습을 하러 바깥으로 나갔다. 선생님의 자문을 받고 하는 치료실에서의 사람에 대한 치료를, 병에 대한 약을 처리하는 것과 신성력으로 사람의 외상을 치유하는 것을 도우려 했다. 역시 들어오는 자의 모습은 조금 무서울 정도지만... 그때 그 동굴에서 본 광경에 비하면 참을 만 했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 신님이시여, 어린 양에게 다시 대지를 내딛을 수 있을 힘을..."
치료를 할때마다 하는 기도는 덤이였다. 신성력을 기도 없이 쓸 수도 있다고 하지만, 자신으로써는 그렇게 기도문을 읊는 것이 치료의 진행도에도 꽤나 도움이 되는 것이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자신은 이 사람들을 위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하여, 기꺼이 응하리라.
... 병든 어머니를 치료하여, 조금 상태가 나아진 자가... 자신의 딸을 안아주는 광경을 보았다. 그런 모습은, 자신의 마음에 꽤나 와닿는 것이였다.
자신이 이렇게 일을 하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가장 잘 보이는, 가장 보람을 느끼는 것. 다른 사람의 가족애를 지킨 것.
어제 유진과의 싸움 중, 진혼룡의 기운이 신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하우성은 이제 그 기운을 바탕으로 진혼창용환파식을 더욱 강화하고, 기술의 다양성을 늘리기 위한 수련에 돌입한다.
우성은 깊은 산속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진혼룡의 기운을 창에 집중시키는 연습을 하며, 기운의 흐름을 분석하고 그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창을 휘두르며 기운을 폭발적으로 방출하고, 이를 통해 상대를 강타하는 연습을 반복한다. 기운이 창끝에서 폭발하듯이 터져 나가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의 기운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는 창을 휘두르며 기운을 집중시키고, 그 기운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는 연습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진혼창용환파식의 공격이 더욱 강력해지기 위함이었다. 기운의 집중과 방출을 통해 상대의 방어를 무력화하고,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게끔 연구하고 반복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진혼룡의 기운이 창에 깃드는 것을 넘어, 그 기운이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우성은 다양한 각도에서 창을 휘두르며, 기운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한다. 그는 진혼창용환파식의 기본 동작을 반복하면서도, 그 동작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습한다. 이를 통해 기운이 끊기지 않고 유연하게 이어지며, 연계 기술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수련의 끝은 실전이라던가? 이제 그는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진혼창용환파식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우성은 실제로 마수들을 사냥하며, 진혼창용환파식을 활용한 다양한 전술을 연습했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기운을 창에 집중시켜 강력한 공격을 가한다.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의 연습을 통해 진혼창용환파식의 위력과 노하우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그는 그동안의 연습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운과 창의 움직임을 완벽히 일체화시키려고 했다. 기운이 창에 자연스럽게 깃들어 흐르며, 그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연습한다. 진혼룡의 기운이 창을 통해 폭발적으로 방출되도록 하며, 그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귀급의 벽을 뚫기 위한 두 번째 관문이 있지만.. 너무 성급하게 뚫으려고 하지는 말자. 자신에 대한 정의를 완벽히 내려야 하기에- 너무 성급하게 돌입하면 뚫을지 말지도 모르겠고, 뚫어도 의미가 없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깐.
매일매일 그녀가 하는 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간단하게 복습을 한 뒤 가주 대리의 일을 하고, 시간이 나면 훈련을 조금 한 다음 혼래빗과 짧게 놀아주다가 잠드는 것. 그래도 방학 기간이니만큼 수업을 듣는 시간이 빠져서 일이나 훈련 쪽에서 시간 여유가 좀 생길 줄 알았는데, 축제를 준비한다는 편지가 와버렸으니..
그녀는 고민에 빠진다. 할 일은 태산인데 그렇다고 일 하자고 축제를 포기하고싶진 않다. 남들 다 노는데 나 혼자 기숙사에 처박혀 있는 것만큼 억울한게 어디 있겠는가?
" 21일부터 시작이라.."
편지에 적힌 기간과 달력, 책상 위에 쌓인 서류더미를 번갈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오늘 내일 죽어라 하면 축제 구경정도는 할 수 있을거 같으니까. 밤 샐 각오로 달리면 되겠지
.... 몇 시간이 흘렀을까. 서류에서 눈을 떼 시간을 확인하고, 남은 서류의 양도 대충 체크한다. 좋아, 이 정도면 축제 시작 전까진 다 할수 있겠지. 펜을 내려놓은 그녀는 기지개를 쭉 편 다음 비틀비틀 침대로 향했고, 그대로 쓰러지듯 누운 채 베개 근처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던 루루-소풍을 나갔을때 데려온 혼래빗- 를 꼬옥 끌어안고 눈을 감는다.
햇살이 비치는 훈련장, 우성은 기의 흐름을 느끼며 호흡을 가다는다. 목표물은 작은 나무 조각들로,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진혼룡의 기를 창끝에 모아 집중한다. 숨을 고른 후, 나무 조각 하나를 타격한다. 창끝에서 발산된 기운이 정확히 목표를 꿰뚫는다. 우성은 한 손으로 다섯 개의 나무 조각을 동시에 맞추며, 정확성을 높여간다. 훈련 후, 그는 성과를 점검한다. 공격의 정확성을 분석하고, 미세한 오차들을 기록한다. 그는 공격의 속도와 힘을 조절하며, 타겟에 요구되는 적절한 기의 양과 동시에 근력의 소요를 계산해내서 효율적인 전투체계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우성은 수련 파트너와 함께 다양한 방어 기술을 연습한다. 파트너는 다양한 각도에서 공격을 시도했고, 우성은 그에 맞춰 방어 자세를 취한다. 진혼룡의 기를 몸 전체에 분산시켜,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특정 부위에 집중시켰다. 한 번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또 다른 한 번의 움직임으로 방어하는 방식이었다. 실전과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여 방어 기술을 점검한다. 파트너가 약하게 공격할 때마다, 우성은 타이밍을 맞취서 방어해내거나, 강하게 공격할 때면 적절히 회피를 하려고 한다. 수련 후, 그는 방어 간에 했던 실수를 분석하고, 다음 훈련에서 더욱 완벽한 방어를 구현하기 위해 체계를 완성시키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성은 파트너와의 대련을 통해 타이밍 조절 훈련을 실시했다. 파트너가 공격을 시작하기 직전, 우성은 진혼룡의 기로 상대를 혼란시키고, 그 혼란에서 오는 움직임을 예측한다. 공격과 방어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그는 몸 전체의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유지한다. 그는 창으로 파트너의 움직임을 막아냄과 동시에, 이 방어동작에서 나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과 자세로 적절히 반격을 하려고 한다. 우성은 반복 훈련을 통해 타이밍을 몸에 배게 했고, 실전에서도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맞출 수 있도록 했다.
하루가 흐르고, 또 하루가 흐르고...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어느새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시간이 멈췄으면 싶을 정도로 시간은 흘러갔다. 훈련때문에 바빠서 그렇게 느껴진 것이였을지, 아니면 스텔라와의 하루하루가 더는 없을 정도로 즐거워서 그렇게 느껴진건지. 파트리샤는 그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은 신님마저도 어쩔수 없는 것일 것이다. 행복은 불행이 있기에 느껴지는 것이요, 시련은 그것을 극복한 후의 행복을 더 키울 것이니.
다친 자를 보는 것은 조금 익숙해졌다. 역시 무서움이 전부 가셨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그 모습을 자신이, 그리고 이 봉사자들의 모두가 힘을 합쳐서 치료를 한 후에는 괜찮아 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하지만... 이렇게 힘을 합쳐도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명의 환자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꽤나 심각한 상태였던 분이였지만... 역시, 죽음이라는 것은 무섭고도, 슬픈 일이였다. 이상도 하지.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기분은 들지만 슬프지는 않은데.
어쩌다보니 주변에 온통 빨간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피를 마시고(?) 붉어진 채 언제부턴가 따라붙은 이 새빨간 슬라임, 그리고 그 여자가 직접 만든 이 혈화선과 책갈피. 천은 심란스러운 표정으로 셋을 빤히 쳐다보다가, 슬라임이 부채에 올라타자 그 틈을 타 냉큼 방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혈화선은 주인과 멀어지면 울린다, 그렇다면 슬라임이 올라탔을 땐 어떻게 되는가...
해가 저물고, 아카데미의 밤이 깊어갈 무렵, 하우성은 수련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의 수련은 그동안의 모든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자신의 심상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그는 고요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우성은 눈을 감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진룡파에서의 수련, 수많은 전투에서의 감정들... 그 순간순간이 하나하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강한 감정과 중요한 가치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그 안에서 반복되는 주제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장 강하게 느꼈던 감정은.. 역시 혼돈과 질서였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도 모르던 정체성의 혼란, 글도 다 익히기 전에 부모가 마수에게 죽어서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체를 계속 잡아서 흔들던 기억, 생소하고 튀는 외모에 마수라며 아이들이 던지는 돌을 맞았던 기억, 같은 핏줄의 친척에게 우성은 남이라며 문전박대를 당한 기억.. 이때부터였던가...
"......."
"어쩐지.. 이 망할 기운이 그때부터 느껴진다 했어..."
"진룡파에서는 재능이라고 받아줬지만.. 나에게 이 힘은..."
하지만 진룡파에서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한다. 다시 처음부터 하나 둘 씩 잡아가면 된다는.. 누군가의 자상한 목소리.. 그래.. 장문인이었어. 이때부터 날뛰는 기운을 잡아가기 시작했고, 선과 악의 구분이 거의 다 사라질 때 쯤의 인격도 다시 잡혀가기 시작했고, 다시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서 지내는 법을 배워가며 지금의 우성이 될 수 있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물론 진룡파에서는 기운이 쎄하다며, 사실상 파문을 목적으로 아카데미에 입학시켜서 거의 그곳에서만 지내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들에게 원망 하나 갖지 않고, 멀쩡히 지낼 수 있었던 건.. 장문인의 말 덕분이었어.
밤이 깊어지자, 하우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는 이번 심상 수련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자신을 얼마나 소모시켰는지 깨달았다. 혼돈과 질서, 진혼룡의 기운을 온전히 신체에 녹여내기 위한 수련들은 대단히 힘들었고, 그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소모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수련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하우성은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기로 결정한다. 우선 깊은 잠을 취하며 신체의 피로를 풀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몰두하기로 한다.
우성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으로 몸을 풀어주었다. 심호흡을 하며 몸 구석구석까지 기운이 순환되도록 하니,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혼룡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기도 했다.
신체를 충분히 이완시킨 후, 우성은 한적한 정원으로 나가 주변의 자연을 즐기며 산책을 했다.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천천히 걷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들의 지저귐, 잔잔한 물소리 등이 심신을 진정시키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 우성은 체력을 회복하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는 체육관을 찾아가서 검을 들었다. 아, 무공으로써의 수련이 아니다. 그저 취미이자 스포츠로 즐기려는 검도일 뿐...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이루는 활동이었으며, 내면의 혼란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검을 휘두르며 그는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날카로운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그의 몸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동작을 이어간다. 집중력과 체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검도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시킨다.
마음을 다잡는다. 심성이 강해진다.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사실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강하게 해야 하는것인지 생각을 거듭하다가 자신이 어제 몸을 담고 있었던 유령의 집... 아니, 유령의 집들이라는 부스를 떠올렸다. 어째서 파트리샤가 그런 생각에 도달했는지는 파트리샤로도 불명이지만, 생각하면 바로 계획에 옮기는 그녀로써는 그 부스 초입에 이르고서야 이성을 되찾게 되었다. 대체 무슨 이상한 계획이고, 파트리샤는 왜 그 자신의 계획이 옳다고 생각했는가. 파트리샤 바보, 멍청이. 멍청이...
왁.
"히잇-"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아버린 파트리샤였다.
처음 스텔라를 만났을 때... 그 조금 전이라고 해야할까. 그 오염된 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았을때. 그때 정화의 아티팩트를 이용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아는 것 보다는 더 광범위한, 그리고 더 강한 정화력이 있었다. 자신에 정화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 상황은 아직도 당황스러울 정도. 그렇지만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반영되었을 것이라 생각, 한번 그쪽을 단련하려 생각한다.
오염된 숲 외곽에 가서, 정화를 시도한다. 아티팩트의 힘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책을 보기도 했고 교육을 선생님한테 조금 받기도 했다. 완벽히 이해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시도해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