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은 무자비하게 유에서 무로 만드는 공허의 영역이 혼돈에서 비롯된 힘이라고 추측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혼돈의 파괴적인 면모는 혼돈 안의 공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성이 음양의 균형으로 공의 영역을 찾은 것은 새로운 힘의 개척이 아닌 혼돈의 힘 중 일부를 더 상세히 다루는 법을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성은 이 공허를 혼돈과 독립된 힘이라는 기존의 해석을 던지고, 공허 역시 혼돈의 '파괴'를 담당하는 힘이라는 해석으로 바꿔서 본연의 힘을 내게 하려고 했다.
일단 먼저 혼돈을 통한 파괴의 대상 다양화였다. 지금까지 공허는 우성의 동작이나 상대의 공격 등 물리적인 현상만 지워왔으나, 물리적인 것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 혼돈과 연결시켜서 비물리적인 요소들도 지울 수 있게끔 범위를 넓히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시간.. 그러니깐 과거의 사건이나 상대의 기억 등을 지우는 것이다. 적의 행동을 시간 자체에서 지워버리며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혹은 공간을 지워버려서 그 공간에 있던 적까지 일격에 지워버리거나, 움직임 자체를 막는 방식으로도 가능한지 연구를 해본다. 이를 넘어서 우성 본인이 사용하는 마력의 흔적까지 지워서 적이 우성의 움직임을 관측하지도, 예측하지도 못하게 하는 식으로 활용해보려고 한다. '영'처럼 움직임을 상대의 시야에서 지운다고 해도, 마력의 흐름으로 동작을 읽으려는 센스가 좋은 상대를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깐 말이야.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혼돈의 가장 큰 특징은 '불규칙성' 이 아닌가?
공허의 힘을 정직하게 발동하는 것이 아닌 더 불규칙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공허의 힘을 발동했어도 본격적인 파괴의 시작을 임의로 변동시켜서 적이 언제 무엇이 지워질지 모르는 상태로 만들어서 심리적으로 큰 혼란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또한 연속적 변동을 이용한 방식으로 적을 더 혼동에 빠뜨릴 수 있었다. 공허의 힘을 한 번에 모두 사용하여서 하나만 파괴하는 것이 아닌, 힘을 나눠서 마력의 소모를 줄이면서도 여러 번 발동할 수 있게 조정을 함으로써 경우의 수를 적에게 더 부여를 하며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이번에는 혼돈의 파괴적인 면을 넘어서 창조적인 면을 만들고자 했다. 혼돈의 재창조를 구현한다면 아마도 이 권능들에 자연스레 연결이 되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었다.
먼저 혼령공련의 강화였다. 혼령공련은 자연과 연결되어 자동으로 기를 순환시킴으로써 내력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 권능을 혼돈과 재생에 연관시킬 수 있지 않을까? 혼돈의 힘이 파괴적일 뿐만 아니라 그 파괴 이후 자연스럽게 재생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혼령공련을 통한 재생 능력을 더 강화하거나 재생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적의 본질을 경감시키는 '극지'였다. 이 권능은 대상의 본질을 깎아내는 것으로, 혼돈의 파괴적인 면을 상징했다. 하지만 재생의 측면으로 이를 확장시켜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본질을 깎아낸 후, 그것을 재창조하거나 새로운 형식으로 변화시키는 스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적의 본질을 깎아내서 약하게 만들고, 동시에 자신이나 아군의 힘을 재생시키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파괴와 재창조의 순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말이야. 이 과정에서는 아이러니하게 호기심으로 배운 연금술이 사용될 수도 있고, 본래 두 개 이상의 스킬과 권능을 발동시키면 특수효과가 발동되는 '믹서'를 상대의 힘과 합체해서 재창조를 한다는 해석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엮일 수 있겠다.
세 번째로는 동화였다. 동화는 자연과의 동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를 생명과 죽음의 순환과 연결하여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기존의 우성은 동화를 통한 생사경의 힘을 얻은 거지, 실제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돈의 자유롭고 추상적인 면도 비튼다는 특성을 이용해서 정말로 생과 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 권능을 통해 사라진 생명이나 죽은 힘을 부활시키거나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혼돈 속에서 파괴된 생명이나 사라진 힘을 다시 창조하여 우성의 편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말이야.
마지막으로는 '성 환라' , '극혼백령' 그리고 '진혼 백라'였다. 이 권능과 스킬들의 공통점인 '회복'에 페이스를 맞춘 것들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재생'이라는 거지. 하지만 이 '재생'이라는 해석에서 혼돈의 재창조를 적용해서 재생을 넘은 '강화'로 확장하는 것이다. 본래 근육도 찢어지면 더 강한 근육으로 재생이 된다. 질병에 걸리고 나으면 그 질병에 대한 면역이 강해지는 법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다가 회복되면 정신력은 더 강해지는 법이다. 어떻게 보면 '강화'를 넘은 '적응'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