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나가 알려준 발걸음을 익히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았으나 조금씩 익혀본 결과로는...
"나랑은 안맞는군."
근본이 암살자의 보법. 유용성을 첫째로 치더라도 애초에 행동이 큰 근접격투가인 나와는 그다지 상성이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유용하고 초격에 한한다면 기습도 훌륭하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나... 어쩌겠나 커다란 몸뚱이를 원망해야할 따름이다.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최고에 가까웠지만 내가 바라던 선의 선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기술이었다. 플레나도 나도 아직까지 성장의 여지가 넘친다는 뜻이겠지.
"허면 이걸 어떻게 잘 사용하는가인데..."
우선은 기습이겠지. 암습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기술이니 기습이 가장 유효하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다. 벗의 기술이니 조금 더 나아가는 방식의 사용법이 필요했다. 권능, 폭발시키며 사용하는 타격을 섞어본다. 아직 어설프다. 그렇다면 육체 자체를 빠르게 만든다면? 심장부근에 불꽃의 마력을 응집해 강제로 혈액을 돌려 박동수를 높혀본다. 힘들기는 하지만 속도는 그다지 높아지지 않는 기분이다. ...실패인가.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던 때가. 고통은 한 발 앞서면 무감이 되었지요. 세상은 자신을 미워할 여유나 이유조차 없으며, 자신은 이 넓은 세상에서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윌리엄은 더욱 빛날 가치가 있는 존재들의 곁에서 그들의 빛을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이들의 주변으로, 평안을 지키고자 이를 물고 모든 것을 쏟아내는 이들도 있는 법입니다. 기사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가 아닙니다. 빛을 발하는 평화의 주변에서 현재와 미래를 지키고자 맹세했을 뿐이지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 상태.. 그러니까, 페어리 모드를 쓰지 않은 현 상태는 '인간이 나' 상태 같은 거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페어리 모드'를 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 말은 즉 '페어리 모드'를 쓴 나는 '요정인 나'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이며 동시에 요정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아직 요정으로써 완성되지는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 ...어느 정도 격이 있으면 곧장 나를 요정으로 인식하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나의 새로운 우슨, 랜드렐라를 보았다. 그리고 노움들과, 땅의 요정을 기억한다. 그들이 지녔던 기운, 그들은 땅에 속해있으니 나와는 다르겠지만 요정 특유의 기운 같은 건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요정의 날개와 왕관을 부르고, 눈을 감은 채 '나'를 느꼈다. 다른 요정과의 차이점, 내 안에 존재하는 '요정인 나'를 더욱 깊게 받아들여보려 하였다.
우성은 최근의 수련과 전투에서 무언가 무뎌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기본기'였다. 기의 안정적인 흐름과 통제력 그리고 창술에서의 움직임... 이 모든 것을 합친 진혼룡과 창술의 연계. 사실 이 기본기가 무뎌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일정 이상의 강자의 벽을 넘으려면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단단한 기본기는 필수이지만, 벽을 넘은 후로는 자신의 색이 매우 강해지면서 기본기가 무뎌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특히 심상이란 고유한 능력이 발현됐을 때는 말할 것도 없지.
사실 전투를 떠나서... 어느 분야든지 흔히 말하는 '프로'가 된다면 잠시 자신의 색을 감추며, 기본기를 재건하여서 더 단단하게 구축하고... 자신의 색과 조화를 이루어서 더 능숙해지는 법이니깐.
우성은 최근 들어서 마력이 3만대를 넘기면서, 이 마력을 온전히 통제해야 할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서 다시 초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다시 잡아가기로 결심했다. 진혼룡이니, 음양양립이니, 백령이니, 무반동이니... 지금까지 이리저리 벌려놓고서는 기본기를 재건할 생각을 하지도 못했으니깐 말이야.
우성은 수련의 첫 단계로 호흡부터 시작했다. 호흡은 기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요소였지. 그는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기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하라. 깊은 호흡을 하며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는 것을 느끼고, 그 흐름을 통제하려 노력한다. 기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며, 속도와 강약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의 통제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려고 한다.
다음으로, 우성은 창을 잡고 기본적인 자세와 움직임을 연습했다. 찌르고, 베고, 막으며 자신의 자세를 교정하고 타이밍과 감각을 예리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마치 처음 창을 잡았을 때처럼- 기본적인 동작을 반복하며, 창술의 기초를 다진다. 창의 무게와 길이에 익숙해지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속도로 휘두르며, 창의 움직임에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맞추려고 했다.
창술과 기의 통제력을 결합하는 과정은 진혼룡의 기운을 창에 온전히 깃들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성은 기의 흐름이 창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을 썼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기의 흐름이 창끝으로 집중되도록 하고, 공격과 방어 시 기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통제하려고 했다. 이를 통해 진혼룡의 기운이 창술과 더 확실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기본기를 재건해나갔다.
더 거대하고 단단한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튼튼한 기초공사는 필수니깐 말이야.
아카데미 학생으로 살다보면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륙의 동서 모든 곳에서 (대체로)이름 높은 사람들이 오는 만큼, 그들의 특이성과 역사, 관계성이 다양한 '기담'을 낳는 덕이다. 타오르는 사자, 레오넬 가문의 가주 대리가 그 자리를 공고히 했다거나. 그 '사자왕'이 연상되는 신체를 지닌 직계가 어느 무투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 카르마를 이끄는 자리가 아카데미를 다니는 자에게 승계 되었다는 이야기와 동시에, 날개 달린 천사가 어린 용과 함께 한다는 현실에 기반한 소문. 저번 수업에서 진룡파의 대사형이 보스 몬스터를 단독으로 격파하였다는 말과, 같은 가문의 검룡이 진실로 '승천'하였다는 말들. 남운세가에서 하늘을 갈랐다는 비상한 천재에 대한 추측들은 멈추는 일이 없고. 기사 지망생의 굳건함과 실력은 실제 기사보다 훌륭하다는 감탄. 길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요정의 후예, 카르마를 습격한 괴한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동쪽의 나비. 그 외에 이것저것 아주아주 다양한 이야기Tale들.
"..히야아"
좋단 말이지. 이런 영웅담은. 볕 좋은 도서관에서 책을 펼친 채 깃펜을 놀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학기를 보내면서 들은 소문들을 취합하며 빈 노트에 정리했다. 하나하나 보면 볼수록 정말, 역사 속 영웅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즐겁다. 옛 서사시의 작가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물론, 내 글실력이나 지식은 그 명인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썩어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기분 만큼은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지만...신체 일부가 날아가 아카데미에서 떠난 학생의 이야기와, 카르마 영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그 괴한 등, 불길한 이야기도 많았다. 교류전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는 말도 스멀스멀 떠돌다 가라앉았다. 턱을 괴고, 깃펜에 잉크를 적신 뒤 그 '불길한 기록' 위로 줄을 죽죽 그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나쁜 소문을 멋대로 정리하는 건 실례가 되는 이야기니까 이건 머릿속에만 남기자. 잉크가 마른, 그리고 뒤에 번지지도 않은 노트를 덮고 옆에 놓인 책을 집었다. 기록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독서를 하자. 오늘은... 페가서스에 대한 이야기가 좋겠다.
하늘을 나는 날개달린 말. 그 이야기를 탐독하던 기록자는 알지 못하였다. 그의 운명이 점차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페이지가 넘어간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묻지 못했다. 그 땅의 요정의 이름을. 자신이 건넨 수국은 잘 가지고 있을까? 요정의 시간관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직 인간의 시간만 살아봤으니까. 전생..을 선명하게 떠올리면 무언가 변화가 생기겠지? 모비를 부른 채 그 위에 누워 밤하늘을 본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무척 아름다워서, 가끔은 비 없이 조용히 올려다 볼 때가 있었다.
"..모비." {뿌우?} "이 주변에도 어떤 아이가 있을까?"
요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령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를 만들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 몸을 돌려 일어선 뒤 모비의 위에서 가볍게 내려왔다. 물로 만들어진 계단을 밟고 하나 둘 하나 둘. 느릿한 걸음으로 여유롭게, 아카데미에 친구가 있을까? 어디에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강의는 마도학이라거나, 마성학이 있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건 린스마이어 선생님의 이론 수업이다. 정확하고 폭 넓은 이론적 지식은 많은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선생님도 조금 심약하신 듯 하지만, 그 편이 친근감이 드는데다가 무척 좋은 분이시다. 그 린스마이어 선생님의 최근 분위기가, 어, 조금, 날카로워..? 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질문을 하기 전에 열 번 정도 고심하고 다가가게 되긴 하지만.... 그으래도 강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요 근래 '아라크네드'라는 불길한 조직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 아카데미에 있는 한 안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지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공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지만. 노트에 가득한 필기를 다시 읽고, 수업 중 알게 되는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다행이 내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닌지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 대부분은. 어려운 게 없는 건 아니라 종종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러 가기도 하고.
아, 그렇지. 요즘 마력이 확 늘어났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그렇다는 말이지만. 조금 더 마법의 사용이 쉬워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마을이 있는 레오넬 영지의 가주 대리 분도 아카데미에 다니시는데, 엄-청 강하다는 소문이 들린다, 나도 언젠가 저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까?
진룡파의 장문인 '진 안'의 사망처리가 밝혀진 후였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는 진룡파의 대사형인 '하 우성'과 검수인 '진 룡성'이 금기에 취해서, 결국은 장문인의 힘까지 흡수하기 위해서 암살을 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에서의 둘의 인식은 최악보다도 더 최악. 그나마 중립지역이기에 권리라도 누리고 살 수 있었던 것.
우성은 로브를 뒤집어 쓴 채로 복도를 걷는다. 그가 향한 곳은 마공과 마성을 가르치는 '아르돈'이 있는 교무실이었다. 우성은 아르돈에게 가서, 로브를 벗으며 말한다.
"저 다시 왔어요."
그녀는 우성을 적어도 환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시 혹은 경멸 그리고 당황이겠지. 우성은 최근 금기를 버리면서 개안한 백화안을 아르돈 앞에서 보이며,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려주었다. 금기에 취해서 장문인을 죽였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오히려 금기를 전부 버리고 순수한 상태임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준비가 됐을까요...? 본격적으로 마공을 배우고 싶어서요.. 현재 제 단전에.. 음양양립도 거의 다 안정화가 되어가고 있거든요.."
특히 요즘 이론 수업에 학생들이 늘었습니다. 아무래도 곧 시험이라 그런걸까요? 졸업을 노리는 학생들은 더욱 더 혈안이 되어있었기에 교실은 열기마저 느껴질 정도였죠.
아라크네드니 뭐니 하지만, 역시 학생들한테는 아카데미의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 마력랭크 +350
공부 : 성적이 올라간다, 선생님들에게 호감을 사기 쉽다. | [패시브]
situplay>1597047901>230
스텔라의 학습 +2 : 스텔라 관련 보정, 스텔라가 성장한다 | [패시브]
situplay>1597047901>231
천무의 재능 +5 : 공격 최소, 최대값 +100 | [패시브]
situplay>1597047901>232
수읽기 +2 : 회피 최종값 +60, 자신에게 큰 보정, 상대에게 큰 역보정 | [발동계] [쿨 3턴]
situplay>1597047901>233
"우성군? 어서와요."
우성의 소문과 다르게 아르돈은 딱히 당신을 보고는 무시하지도 경멸하지도, 당황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맞이해주었습니다. 오히려 저번에 말한 마공은 어떻게 됐냐던가 하면서 친근하게 묻고 있었죠.
"하하, 저도 마에 가까운 사람이랍니다. 사람의 본질을 보는 힘 정도는 있어요."
아마 당신을 보고 놀라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겠죠. 그녀는 차를 한잔 마시고는 허리숙인 당신을 보며 말했습니다.
"급해보이네요. 그럼 본격적인 마공 수업을 시작해볼까요."
혼마신공 +5 : 공격 최소, 최대값 +120. 음기에 저항 | [패시브] 음양양립 +5 : 음과 양이 동시에 존재해도 반발하지 않는다. | [패시브]
"중요한건 힘을 합치면서도 합치지 않는거에요. 물과 기름을 연상하면 좀 편할까요. 하나로 뭉쳐져있는 힘이 그 안을 자세히 보면 나눠져 있는거죠. 양립하기에 음과 양의 힘을 다 쓸 수 있지만 합쳐졌기에 더 강해진 힘. 태극처럼요. "
situplay>1597047901>234
와이어로 정확하게 상대를 속박하고, 마성을 균등하게 흘려 전신을 파괴한다.
듣기로기는 쉬워보이지만 긴박한 전투. 움직이고 있는 상대를 완벽하게 속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그 문제를 해결시켜준건 뜻밖의 신성으로. 비교적 유연한 컨트롤이 가능한 신성을 와이어에 담아 적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속박하고. 그 이후 마성을 흘리는겁니다. 신성으로 내구가 강화되어 와이어가 마성에 파괴되지 않는 효과도 있죠. 물론 컨트롤 부분에서 더 힘들어지긴 했지만..
「Sin 바인딩 앱소드」 - 적을 속박하여 행동에 역보정, 고정 400 데미지 | [공격계] [쿨 3턴] 「Sin 조곡 +2」 - 공격 최대값 +180, 데미지의 50%를 회복. | [공격계] [쿨 1턴]
훈련을 한다. 훈련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언가를 단련하는 것? 무언가를 익숙해지게 한다는 것? 무언가를 더 강하게 하는것?
그렇다면, 그것은 일상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도 당연하게 쓸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수족처럼 어떤 것을 다룰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훈련이라면, 그것을 훈련 시간에 꼭 할 필요가 있을까. 새로운것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자신 이전의 선조들이 그 필요성에 따라 만든 것이 마법, 신성력을 운용하는 방법. 그리고 선조들이 아니더라도 마수들, 마물들. 그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방어요, 공격. 그렇다면 그것을 배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스텔라가 나는 것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 스텔라가 숨결을 내뱉는것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 그렇다면 그 모습을 따라하고, 제어하는 것도 훈련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훈련을 하는 파트리샤였다.
적당한 물가에 쪼그려 앉은 소년이 고민하고 있다. 투명한 물이 소년의 생각에 잠겨 다소 멍한 얼굴을 그대로 비추었다. 그의 고민이 무엇이냐면, 일전에 본 공간이동의 '요술'에 관한 일이다. 바위벽을 통과하여 이동하고, 광석을 매개로 하여 이동한다. 즉, 그 요정이 속한 영역을 '이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소년 본인도 그런 게 가능하지 않을까? 아주 비슷하진 않더라도 약간 유사성이 있도록..
"...호수."
고민 중 그에게 떠오른 것은 고향의 '호수'였다. 숲으로 둘러쌓인 호수.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그 모든 시간에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품고 보여주는, 영지 사람들이 칭하기를 '요정의 호수', 혹은 '비의 호수'. 시조인 '비의 요정'과 연관이 있다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더랜다. 실제로 소년은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의 요정이, 인간과 발맞추는 삶을 고르고 자신의 영생을 한 번 버렸을 때의 일이 소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회상, 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만큼 인연이 가득한 장소라면, 비교적 쉽지 않을까? 잠시 고민한 소년은 물웅덩이에 발을 디뎠다. 물에서 물로, 여행하는 빗물처럼, '나'의 호수로 갈 수 있도록, 마력을 끌어올려 요술을 사용해본다.
최근에 얻은 '권능'이었다. 아마 이렇게 유용한 권능은 드물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꺼낼 수 있는 개인 도서관이라니, 모든 독서가들의 소원 중 하나일 것이라 장담한다. 나는 곧장, 도서 회랑에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죄 등록시켰다. 사실, 대부분 내가 구입한 것이 아니라 마을의 '선행님'에게서 받은 것들이지만. 아카데미에 온다고 했더니 박수를 치며 기뻐하시고선, 여러 서적을 넘겨주셨지. 나는 흐흥, 흘러나오는 콧노래를 참지 않으며 책등을 톡톡 두드렸다. 오래된 신화의 번역본들이나, 그것을 현대에 재해석한 소설들. 용을 잡은 대마법사의 이야기나, 반대로 용과 우정을 맺은 용사의 이야기. 동쪽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동화를 모아 놓은 동화집.
-그리고, 인간을 사랑한 인어, 엄지만한 공주, 깨진 거울조각과 눈의 여왕, 겨울날의 성냥팔이, 완두콩을 참지 못한 공주님, 자기가 오리인 줄 알았던 백조와, 허영심 많은 임금님. 백조로 변한 왕자, 왕을 구한 밤꾀꼬리
바람을 두르고 달려나가는 페가서스, 겨울과 함께 무도회에 나간 마녀 친우의 복수를 결심한 황금의 뇌룡
지금의 호신기는 그저 몸 주변에 둘러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강도도 딱 그 정도일 뿐. 허나 방어만 해서는 승리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공방일체의 기공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공격이 단순히 막히는 것이 아니라 튕겨낼 수 있거나... 오히려 공격에 응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소 애매한 방향성이었지만 천은 호신기를 운용하며 반탄력을 부여하거나 신체 일부에 국한해 공격에 써먹을 수 없을지를 고민했다.
우성은 아르돈의 가르침 이후, 다음 날 홀로 산 속에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는 음양합일을 저번보다 더 완성시키기 위해서 다시 수련을 시작한다.
우선 우성은 음과 양, 두 에너지가 몸속에서 어떻게 흐르는지 깊이 탐구한다. 처음에는 두 에너지가 서로 충돌하고 반발하면서 혼란스러웠지만, 차츰 아르돈의 조언대로 두 힘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기로 했다. 물과 기름이 하나의 병 속에서 조화를 이루듯, 음과 양의 에너지가 섞이면서도 독립적인 성질을 유지하도록 마인드를 컨트롤하려고 했다.
우성은 깊은 숨을 내쉬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는 음기와 양기를 분리하여 인식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음기는 차갑고 어두운 느낌으로, 양기는 따뜻하고 밝은 느낌으로 느껴진다. 두 에너지를 동시에 인식하며, 각각의 흐름을 따라가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먼저 우성은 음기를 제어하는 연습에 집중했다. 음기는 차분하고 고요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걸로 느껴졌다. 우성은 음기를 몸 전체로 퍼뜨리며, 차분하게 흐르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내면의 깊은 고요함을 느끼며, 음기가 자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조절하려고 한다.
다음으로 양기를 제어하는 연습에 집중한다. 양기는 열정적이고 활기찬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우성은 양기를 몸 전체로 퍼뜨리며, 강렬하게 흐르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뭔지 모르는 열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도 양기가 자신을 삼키지 않게 조절하려고 했다.
우성은 음과 양의 에너지를 각각 조절하는 연습을 반복한 후, 두 에너지를 동시에 유지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반발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조절하며, 두 에너지가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유도한다. 마치 물과 기름이 하나의 병 속에서 섞이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음과 양의 에너지가 몸속에서 동시에 흐르도록 했다.
저번처럼 두 에너지가 서로 충돌하고 혼란을 일으켰지만, 우성은 혼돈을 통해 점차 두 에너지를 합치려고 하지만 저번처럼 어거지로 불안정하게 합치는 것이 아닌, 균형의 경지를 동시에 발동시켜서 서로 합쳐지면서도 음기와 양기가 서로 곡선을 그리며 섞이지 않게 조절하려고 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경계의 선들이 마냥 직선적이고 딱딱하지 않고, 곡선적이고 부드러워야 할 것.
저번 수련과의 차이점이라면, 저번에는 급한 마음에 혼돈으로 불안정하게 강제적으로 서로 섞이면서 합일을 시키고.. 후에 균형의 경지로 불안정한 부작용을 없애는 시도로 아르돈의 가르침대로 '애매한 힘'이 되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혼돈과 심상을 동시에 쓰면서 서로 합일을 시도시키면서도 균형의 경지로 서로 섞이지 않게 밸런스를 조절하려고 시도한다는 것. 물론 결과는 모른다.
우성은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떤 힘이 나왔는지 실험해보자는 심정으로, 방금 만들어낸 기를 창끝까지 흘러들게 만들고..
스텔라는 신성력을 먹고, 신성력을 내뿜는다. 그렇다면 파트리샤 자신도 신성력을 흡수하거나, 주위의 신성력을 모아 정화해 다시 스텔라에게 줄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어, 스텔라가 뿜어내는 신성력을 잠시 다루어보며 정화해보려 했다. 있지 않은가. 내 아이에게는 가장 고급만 먹여주고 싶은 그런 것. 아무런 효과가 없더라 하더라고, 그래도 우리 스텔라가 먹는 것인데 깨끗하게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자신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텔라가 먹는 신성력의 맛이 어떤지 궁금한 것 또한 사실이였기에. 그리고 자신의 신성력으로 시험해보았을때는 그저 낭비를 하는 것 같이 느껴졌기에.
사실 스텔라가 옆에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일 터이다. 이정도로 신성력이 모이는 방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기껏해야 기도실 정도려나. 그래도 주위의 신성력을 운용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스텔라도, 자신도.
모래사막보다도 바짝 말라 갈라져버린 바닥 위에서 얼굴에 피칠갑을 한 거대한 여자가 크게 소리쳤다. 이곳 저곳에 피를 흘리며 널부러진 레슬러들의 모습과 과할정도로 피가 묻은 주먹에서는 대충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가늠하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주변을 떠나기는 커녕 두려움에 떨면서도 흥분한듯한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 이렇게 쓰러진 벌레놈들이 네놈들보다 낫다는건 알고있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몸에 꽃힌 비와 그녀에게 사용되었던 둔기들이 경기장 이곳 저곳에 굴러다니며 그녀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는 상태를 증명했음에도 그 귀기서린 모습 자체가 도전자들의 기를 꺾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여인은 흥분한듯 이미 쓰러진 격투가를 들어올려 박치기를 하더니 이내 종이를 던지듯 여러 격투가들이 쌓인 곳에 던져버렸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방금 전까지 강하다 이름높았던 격투가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피를 흘리며 웃는 여자의 무엇을 믿고 목숨을 넘긴단 말인가. 격투가들도 관중들도 이곳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그정도로 머리가 나쁜이들은 없었다.
"원한은 묻지 않겠다! 죽이려 들어도 된다!!! 네놈들이 원하는 만큼!!!"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언제나 선역으로 등장하던 격투가의 캐릭터 체인지는 관중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합을 맞추기는 했다지만 평소보다 과격하고 폭력적인 언행, 평소의 그녀가 주력으로 삼던 베이비 페이스의 히어로쇼가 아닌 원초적인 폭력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열을 올리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덕분에 오늘의 전적은 10전 10승. 새벽 동이 틀때 시작된 경기는 마침내 예정된 도전자 전원의 줄행랑이라는 역대급 결과와 최악의 악역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남기고 끝을 맞이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연기 좋더라? 갑자기 기획 변경을 하고싶다고 할때는 무슨 일인가 했는데 이정도면 앞으로도 부탁하고싶을 정도여."
"선배님들의 지도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아쉽지만 이 역할은 저랑은 안맞는것 같습니다."
"음, 너는 평생 선역만 했으니까. 그럴수는 있겠다 싶었는데. 무슨 심경변화라도 있던거냐?"
"최근에 좀 다른 방식을 선택해볼까 한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악역을 때려잡는 악역이라는 한마디에 어쩐지 목에 가시가 박힌 것 마냥 소화가 되지 않았다. 분명 그날 날 죽이려 들었던 자신을 재해라고 칭하던 남자는 괴물같이 강했고 그를 제압한 선생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악이라.
"대련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재해라고 불릴정도의 강함. 그리고 그 강함에 대해 필요한 댓가. 그것이 인간성이라고 한다면. 조금 망설여졌다. 스스로가 나아갈 길을 누군가에게 맡겨버리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재해라 불리더라도 위험해보이지 않는 이 역시 있음을 알기에.
주먹을 휘두른다. 폭발을 넣고, 근육으로 버틴다. 뼈가 고통을 호소하지만 그것을 전부 받아줄 시간이 내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언제 봉인이 풀릴지 모른다. 아라크네드의 전면적인 행동. 다른 이들이 그것과 만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조바심. 조바심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레오넬은 불과 사자. 나는 그 어느 하나라도 되어있을까. 아버지나 제나처럼 거대한 화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지도 못한다. 세상을 집어삼킬듯 타오르는 겁화를 다루는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어머니나 스승님처럼 완력적으로 완숙하지도 못했다. 어디를 보더라도 부족하기만한 모습. 여전히 화를 삭힐 수가 없어 점점 주먹의 속도를 높히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휘두른다. 그냥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근육이 부족하면 키우면 되고 체력이 모자라면 운동장이라도 몇번 돌면 되지만 애초부터 재능이 없는 것 만큼은 몇번을 해도 개화시킬 수 없었다. 그 탓에 어린 시절에는 내가 정말 아버지의 딸이 맞는지를 의심한 적도 있었지. 문제를 외부에서 찾으려 했기에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방금까지 흘려내던 선배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피로가 쌓여있던거겠지. 놓쳐서는 안된다. 선배는 검술가로 어린 시절부터 몇번 정도 같은 경기에 나가고는 했다. 주로 팀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버릇을 알수 있다. 피로가 쌓인 팔은 선배의 말을 듣지 않는다. 평소였으면 날카롭게 들어왔을 검격은 눈에 띌정도로 느렸고 그때를 틈타 품안에 들어간다. 거리를 벌리려는 선배를 쫒듯 풀컨택트를 유지하며 바디를 집중적으로 구타한다. 점점 자세가 흐뜨러지고 이윽고 선배가 바닥에 쓰러졌지만, 멈추지 않는다. 한쪽 팔로 선배의 목을 짓누른채 계속해 공격한다. 스파링이었다면 쓰러뜨린 시점에서 그만두었겠지만 이건 정당한 대련이다. 선배는 무기를 들었고 경기내내 온갖 무기를 몸으로 받은 적수공권의 나에게 패배했다. 그뿐.
아카데미 내에 자리한 공원 벤치 적절한 곳에 앉아서, 펜을 놀리던 중이었다. 동쪽 사람도 아닌데 검은 머리가 눈에 띄게 선명한 학생이 내게 말을 걸었다. 친한 친구인 장 보델. 나름 성이 붙은 귀족이지만, 그런 건 잘 모르고 친해져서 그럴까? 그나마 귀족 중에서는 편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책을 좋아하는 친구였고. 하지만 경어가 나오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내 옆에 주저앉은 장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네 이야기니까 멋대로 훔쳐볼 생각은 없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네" "아하하.."
나름 선을 지켜주는 사람이라 늘 고맙다. 멋대로 훔쳐가서 보더라도 나는 어쩔 수 없을 텐데. 호기심이 가득한 장의 표정을 보며 뺨을 긁적이다가 말을 골랐다.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을까. 펜을 놀리는 게 아니라 입 밖으로 내는 건 고칠 수 없어서, 늘 조금씩 만드는데에 시간이 걸린다.
"엄밀히 말하면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세상의 이야기라고할까.." "무슨 말이야?" "..요즘 있잖아요? 가만히 있다보면 여러 이야기가 들리잖아요? 카르마의 새로운 가주, 성녀에, 레오넬의 가주 대리가 유독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다가 어느 인물은 무투대회에서 우승했고... 동쪽의 이야기는 아직 잘 모르지만.. 저번 수업에서 단신으로 보스를 쓰러뜨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듣기 싫어도 들려요. 진짜 용이라거나, 하늘을 갈랐다는 사람도 있고. 문학에서나 볼 법한 신실한 기사에 요정의 환생, 그림자 속의 암살자. 어느 메이드는 악마란 소문이 있고 린스마이어 선생님에게도 어떤 비밀이 있을 게 분명하고. 아라크네드란 집단에 대한 소문도 범람하니.." "흠흠. 그렇구나." "응. 그러니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르고, 평화롭다. 이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언젠가 밤보다 그늘지게 가라앉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두각을 드러내는 특수한 인물들과 세상을 위협하는 강대한 적. 일어나는 사건사고들.
"저는 지금, 영웅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후대에 전할 기록을, 이야기로 남기고 싶어요. 그러면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다소 두꺼운 노트를, 아직 '이름 없는 책'의 표지를 쓰다듬었다. 그러니 이 책에 이름을 줄 생각은 아직 없다. 마지막 마침표가 없는 이야기에 제목을 붙이는 건 너무 성급하니까.
"...네 이야기는 쓸 생각 없어?" "에에.. 언젠가는 쓰겠죠? 사실, 아이디어는 좀 있는데." "...그 말이 아니긴 한데.. 뭐 됐나. 아무튼, 무슨 이야기인데?" "아직은 말 못해요!"
주변에 만발한, 물로 이루어진 수국을 바라보며 앓는 소리를 냈다. 자주 만들다보니 이제 만드는 것 자체는 익숙해졌지만, 별 능력이 없는 단순한 수국이라는 건 조금 아쉽다. ..요술이란 담당하는 속성에 관해 강력한 장악력을 행사하는 요정의 힘. 물을 통해 포탈을 만들거나. 모비를 부르면 나오는 바다, 그리고.. '비'. 그 모든 것이 요술이라면, 이런 '꽃'에 힘을 담는 것 역시 요술이 아닐까?
카셀라가 준 정체불명의 구슬을 매만진다. 요정이 만든 물건... 아직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특수한 힘을 담아 만들 수 있다는 걸 안다. 물론 이렇게 오래도록 남는 진짜 '물건'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었다. 돌핀이나, 레인 콜 같은, 아군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기술.
"..좋아."
노력을 해볼까? 효과는....음... 그거까지 노릴 수는 없겠지..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
우성은 안정적인 음양합일을 이룬 후, 자신의 심법에 대한 깊은 의문에 빠졌다. 룡혼진마심법은 진룡이 혼돈을 삼킴으로써 진혼룡이 되어 용아진혼심법으로 변화한 것이고, 그 기운이 더욱 진해져 현재의 룡혼진마심법이 되었다. 이 심법은 잘못하면 마의 기운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잘 제어하면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어하지 못하면 마기에 취하는 위험이 따른다. 이는 우성에게 금기와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그는 자신의 심법을 더욱 교정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정자에 앉아 차분히 명상하며 심법을 이용한 호흡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 깊고 진한 호흡으로 리미트를 풀어내듯이 시도했다.
우성은 스스로의 의지로 마의 기운을 제어하기 위해 심법의 본래 힘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최근에 성립해낸 음양합일을 통해 호흡의 음기와 양기의 균형을 무의식적으로도 조절했다. 이는 '제어'라는 리미트를 없애서 마의 기운에 빠질 걱정 없이 출력을 증가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음양합일로도 모자라다면, 심법에 '균형의 경지'를 입혀 진마의 균형을 잡으려 했다.
이렇게 호흡을 하던 중, 그는 다시금 의문에 빠졌다. 진룡심법에서 용아진혼심법, 그리고 룡혼진마심법으로 변한 원인은 단순히 혼돈만이 원인은 아닌 것 같았다. 우성은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혼백저'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심법의 균형을 잡으면서도, 백령의 힘을 꺼내기 시작했다.
우성의 목적은 내면의 진혼룡이 삼킨 혼돈을 백령으로 정화시키려는 것이었다. 진혼룡의 혼돈을 정화해서 순수한 '진룡'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진혼룡을 정화하는 것이 아닌, 진혼룡이 삼킨 혼돈을 정화해서 더 순수한 혼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는 깊은 호흡과 함께 내면의 기운을 느끼며 백령의 힘을 끌어올렸다. 백령의 힘은 생과 사를 잇는 강력한 에너지로, 이를 통해 혼돈을 정화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우성은 내면에서 진혼룡의 기운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세심하게 탐구했다. 혼돈의 기운이 탁해지지 않도록 백령의 힘을 조절하며 정화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검은 불꽃이 넘실거리는 훈련장 한가운데. 여우 귀와 꼬리를 한 제나가 드러눕는다. 구미화에서의 불꽃 강화는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순수한 "불꽃" 만을 강화하는 거였구나. 안 될것 같다고 짐작은 했지만 결과를 보니까 조금 시무룩해진 그녀였을까.
애초에 변신 시간 자체도 너무 짧아서 뭘 하는것도 힘들고, 계속 반복해서 그런지 체력도 슬 딸리는것 같고. 그 새 변신이 풀리고 주인의 몸 위에 축 늘어진 언니 여우를 뽀담뽀담하며 한숨을 내쉬던 그녀의 눈이 훈련용 표적에 남아있는 검은 불꽃으로 향했다가, 제 몸 위에 누워있는 여우를 향한다.
만약에, 이 불꽃 자체를 여우에게 먹이면 어떻게 될까.
소환수는 소환사의 마력을 먹는 존재. 지옥의 불꽃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제나 자신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
" ........ "
가장 가까운 곳에 피어있는 검은 불꽃을 손 위에 올린 제나는 언니 여우를 향해 손짓하더니, 긴장 반 기대 반의 표정으로 불꽃을 먹여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