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처음 볼때부터 입고 있던 옷이었어서 그런가 구속복을 입고 있다는 것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사실 팔이 묶여있다거나 그런 것만 아니라면 좀 특이하게 생긴 옷이라고 취급할 수 있을 정도 같았다. 하지만 발목에 아직까지 감겨있는 족쇄와 쇠사슬은 타인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해보였다. 근데 달려있던 쇠공은 어디가고 끊어진 쇠사슬만 저렇게 달랑달랑 매달려있는거지?
" 그나저나 ... 괜찮은거에요? "
나갈때와 다르게 표정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있었던 쇠공은 없어졌고 컨디션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것이 쇠공을 없앤것과 관련이 있어보였다. 자세한 내막은 그녀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으니 알 수는 없었지만 ... 힘을 쓰다가 너무 과하게 써버린 나머지 몸이라도 안좋아진 것일까. 일단 도시를 돌아보자는 말을 해놓긴 했지만 안색을 보니 마음껏 돌아다니기엔 힘들어보였다.
" 아까 그 그늘로 다시 돌아가서 쉬는건 어떨까요? "
한블록 정도 더 나아갔을까, 결국 그녀가 걱정된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도시는 확실히 큰 편이고 오늘이 아니어도 돌아다닐 시간은 많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일단 앞으로도 같이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족인 엘프 다음으로 편한 종족이 수인이니까. 그것은 동맹이 수인이었던 것도 지분이 있었지만 주시자로 있을때 가장 오랜 세월을 같이 한 것이 수인이었다는 것도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 돌아다니는 것은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마침 날씨도 좋으니까 바깥에 누워있어도 괜찮을테고. "
찢어지는 바람 소리가 귓전 때린다. 무거운 풍압이 안면을 강타한다. 짓누르듯이 무거워진 눈꺼풀 간신히 밀어올리자 새파란 창공 눈 앞에 펼쳐진다. 뇌가 상황 채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사지 허우적거리며 무언가 붙잡으려 시도하지만 잡히는 게 있을리 만무하다. 땅으로의 자유낙하. 비슷한 경험은 많았지만, 구름 사이에서 바람을 가르며 추락하는 상황 겪는 건 난생 처음이다. 이렇게 오래도록 떨어지는 중이니 지상에 도달한다면 분명 즉사하겠지. 오랜 삶 동안에도 차마 온전히 느끼지 못했던 죽음의 공포가, 지금에서야 와닿는다. 그동안 숱한 위협과 위험 견뎌냈음에도. 아, 나는 이제 예전만큼 단단하지 못하구나. 잔뜩 무르고 썩어선 죽음 두려워하는 꼴이라니. 어느새 무성한 가지와 나뭇잎들 시야에 들어온다. 이 아래는 숲인가? 나무가 보인다는 건 지상에 가까워졌다는 뜻일 거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곤 두 눈 질끈 감는다. 매섭던 칼바람이 잦아든다. 계속해서 낙하하던 몸도 어느 순간 멎는다. 그리고 척추뼈를 따라 전해지는 극심하고도 압도적인 고통─
─따위 찾아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보아도 그랬다. 아예 아픔마저 느낄 수 없게 된 걸까. 적막이 지속된다. 감긴 눈꺼풀 살며시 뜨니 아까 보았던 새파란 하늘과 푸른 나뭇잎 보인다. 그러나 그 광경은 정적이었다. 마치 끝없던 추락이 끝난 것처럼. 난 지금 살아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죽은 건가.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다시금 몸 움직였지만. 이번에는 예의 추락 따위가 아니었다. 정말로 주먹 한 줌만큼의 움직임.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것보다도 짧은 낙하. 그제서야 감각 제대로 느껴졌다. 몸을 푹신하게 받쳐주는 풀밭, 그 싱그러운 냄새. 팔다리를 간지럽히는, 이슬 머금은 잔디. 천천히 상체 일으키니 예상했던 것처럼 주변에는 울창한 숲 펼쳐져 있었다. 죽음의 공포가 한 풀 꺾이자 그제서야 제게 이런 일 닥친 이유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애초에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모르겠다. 현실이라기엔 너무 작위적이고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한지라. 잘 기억나지도 않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려 머리 붙잡고 끙끙대지만 별 소용은 없다.
하는 수 없이 추락했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만있기만 한다고 궁금증이 절로 해결되진 않을 테다. 주변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마을의 윤곽이 설핏 보이는 것도 같다.
'일단은 저기로 가볼까.'
이런 오지에 자리잡은 마을은 대개 폐쇄적이다. 이방인의 방문 반기지 않을 수도. 그럼에도 뭐든지 해봐야 한다. 이 낯선 장소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