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괜찮냐는 그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해무라도 낀 앙 시야가 흐렸다. 옆에서 걷는 그의 인영에 의지해 가는 방향만 겨우 인지하고서 걸음을 계속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몸 상태가 영 좋지 못하다.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쇳소리는 어느샌가 머릿속에서부터 칭칭 울려대고 있어, 비기질적인 환청은 불안정한 뇌가 소리를 점점 크게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경이 바짝 곤두서게 된다. 귓구멍 뒤에 있는 두개골을 작은 쇳조각으로 연신 두드리고 긁어대는 끔찍한 소음은 청각보다 진동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읍..."
아까의 곳으로 다시 돌아가 쉬자는 말이 반가웠는데, 속이 심히 울렁거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조심히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새나오는 침을 겨우 삼켜내고, 몽롱한 정신으로 한걸음 두 걸음 옮겨놓다 보면 그를 처음 만났던 그늘 아래 서있어. 날이 좋으니 누워도 괜찮겠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폭신한 침대에 등을 뉘듯 몸을 던져 나무그늘 밑, 맨 풀밭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누우니까 조금 살 것 같았다.
"너는 너무 상냥해."
풀밭에 드러누워 눈을 감은 채, 잠꼬대처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나, 숨 안 쉬면 깨워줘야 해. 약속...."
경계심 없이 무겁게 내리감은 눈꺼풀 위로 봄볕의 밝음이 선명히 비쳐듦에도 통제 잃은 의식은 아득하게 멀어져만 갔다.
이제 미하엘은 추락에 있어 달인이 될 지경이었다. 그래봤자 아직 두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추락이었지만, 대부분이 ■번째 추락에서 만족하고 더 이상 추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지금 미하엘은 추락의 달인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차게 뺨을 때리는 바람과 맞은편 하늘에 떠오른 태양이 눈두덩이를 두드린다. 미하엘은 본능적으로 눈 앞에 손을 대 바람을 막았다.
다윈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 공포나 두려움을 느꼈을 테지만, 그는 공포를 거세하기라도 한 것처럼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강하게 훑고 지나가는 바람에 인상은 찌푸렸을지언정 겁 먹고 몸을 웅크리거나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오히려 다윈은 다소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다윈은~ 근처에 없나? 어디 봅시다~ 어라, 저기 도시?
그 여자애는······ 다행이군. 같은 위치에 떨어지진 않는 것 같아. 그나저나, 저기 도시로군.
미하엘은 눈으로 들어차는 바람을 막은 손을 조금만 들어올려 저 멀리 성벽이 둘러진 도시를 바라봤다. 멀리서 보는 거였는데도 한 눈에 도시가 구역별로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으로 나뉘어지는 도시라니. 이번에는 어떤 세계인지 궁금했다.
다윈은 도시의 형태보다는 중앙에 집중했다. 반투명한 원형의 돔이 씌워진 것 같은 모양새. 멀리서 보는 거였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결계다. 굳이 중앙에 결계를 쳐놓았다는 것은, 어쩌면 추락자를 대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한 생각일 수도 있었으나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이 세계에 마법이 있는 거라면 더더욱.
으음~ 다윈은 또 이상한 경계나 하고 있겠네.
······경계는커녕 또 마법소녀가 어쩌고 하고 있겠군.
미하엘은 다윈과 ■번째 함께 추락하고 있었기에 그의 행동패턴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행동패턴이라고 해봤자 주변을 전부 경계하는 게 다였을 테지만. 미하엘은 그가 생각보다 피곤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다윈은 미하엘과 한 몇 번의 추락 동안 한 가지 사실을 알았다. 미하엘은 생각보다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처음보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미하엘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행동했다.
아, 슬슬 바닥이네.
······.
미하엘은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추락자에게 주어지는 기이한 반발력은 추락시의 충격을 완화해 주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미하엘은 추락할 때마다 특정한 자세를 잡곤 했다. 웅크렸다가, 펼친다. 꽃봉오리가 활짝 개화하듯이. 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일련의 행동은 말 그대로 멋진 등장을 꾸며내는 것만 같았다.
다윈은 허공에서 곤두박질치던 자세를 잡았다. 특별히 연습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다소 안정적인 자세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가까워질 수록 그의 자세는 더욱 더 안정이 되었다. 언젠가 그의 추락을 본 사람이 그토록 안정된 자세는 본 적이 없노라며 칭찬한 적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다윈에게 추락은 그다지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으니까.
역시나 이렇게 걷는 것은 무리인듯 싶었다. 대체 옷가게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몸 상태가 안좋아지는건지. 추락의 여파가 뒤늦게 찾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옷가게의 주인장이 뭔가 했다기엔 나오면서도 윈터의 반응이 적대적이진 않았으니까. 결국 더 움직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내가 돌아가자는 말을 하자 그녀도 긍정의 제스처를 취했다.
' 어디 방이라도 잡아야하나. '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면서도 시시각각 나빠지는 그녀의 컨디션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지만 지금 수중엔 아무것도 없었고 방을 잡으려해도 무언가 대가가 있어야했다. 그것까지 할 정도의 시간은 없을것 같아 위태위태하게 걷는 윈터의 몸을 살짝 잡아주면서 천천히 원래 있던 나무 그늘 아래로 향했다. 나무 그늘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뻗어버린 그녀는 상냥하다는 말과 함께 숨을 안쉬면 깨워달라는 좀 오싹한 얘기까지 하면서 금세 잠에 빠졌다.
"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그렇게 자면 감기 걸려요. "
이미 잠들어서 안들리려나. 나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윈터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연구소에서 입던 짧은 가운이니까 그녀의 몸을 어느정도 덮어주는데엔 충분한 크기일 것이다. 대자로 뻗은채 잠에 든 그녀의 옆에 앉은 나는 조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다가 몸을 일으켜 적당한 넓이의 나뭇잎을 하나 손에 넣었다.
" 상냥하다고 하셨나요? "
나는 잎을 반으로 접고선 조금씩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형태가 완벽한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 제가 보기엔 당신도 충분히 그렇답니다. "
어느정도 형태가 잡힌 나뭇잎을 입가에 가져다댄다. 약간의 호흡이 들어가자 나뭇잎에서는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노던 엘프지만 나도 어쨌든 숲의 일족이다. 나는 어릴적 배운 몇가지의 곡을 천천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라 처음엔 조금씩 음을 틀리기도 했지만 금세 안정감을 찾은 선율은 그렇게 그들 주변으로 조금씩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