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넉살 좋게 사양하는 말에서도 배려해 주는 마음이 느껴져, 새봄은 짐짓 히쭉 웃으며 맞장구치는 한편 생각했다. 일정도 있고 하니까 카페 계정에 올릴 거 만들면서 조금씩 다듬다가 잊을만할 때 톡으로 보내서 놀라게 해 줘야지~. 그렇게 흉계를 꾸미던 중, 서연이 기숙사 반죽 사건의 여파에 대해서 걱정하는가 싶더니, 이내 레벨도 오르고 기숙사에 재입사할 수 있게 된 걸 축하해주자, 멋쩍은 한편 고마운 마음에, 새봄은 배시시 웃으며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그도 잠시, 뒤 이어진 질문에, (얼마 전 그 짜디짠 지원금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머쓱하게 웃었다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실은 그거, 기숙사 쿠키 반죽 사건의 여파의 여파예요. 그 사건 때문에 형 말대로 우리 연구소에서 좀 많이 거액을 물어주게 돼서 적자가 크게 났거든요. 그래서래요. 그래도 언제까지나 최저 지원금 주시는 건 아니고, 적자 해결하면 좀 인상해 주시기로 했어요!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저도 고양이 손이나마 보태기로 했고요. 어떻겠냐면."새봄은 짐짓 뜸을 들이더니, 이내 브이 자로 편 손가락을 눈에다 가져다 대며 장난스레 포즈를 취해 보였다.
"저 광고 모델 데뷔해요! ...그거랑 자원봉사도 하구요~."
주말도 사수하기 어려워졌긴 하지만 별 수 있나, 해야지. 달에 10만 원 갖고는 입에 풀칠도 못 하는 걸~. 한편, 새봄은 제 이야기를 경청하며 케이크를 한 입 입안으로 떠넣는 서연을 보며 무심코 그의 반응을 살폈다. 반응이 어떠려나? 한입 크기로 잘린 케이크가 입안으로 자취를 감추고, 서연의 얼굴에 곧장 만족스레 음미하는 낯빛이 떠오르자, 새봄은 안도하는 한편 뿌듯해졌다. 자신이 일하는 곳의 간판 디저트가 흠모하는 형인 서연에게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그의 표정이 능력으로 만든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대접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느끼는 고마움도 있었다. 좀 더 갈고 닦아서 과거사가 궁금해지지 않을 만한 맛으로 만들어야지!...아, 물론 식품에 해당하는 무생물로 만들 거지만. 근데 디스트로이어 같은 XX라면 (라쿠카라차~)라거나, (울지~마요~ 울지~마요~)같은 걸 엄청 맛있게 만들어서 대접하면…. 기분이 꽤 좋을지도?...그건 그렇고, 엄청나게 털어놓은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되게 횡설수설해 버렸는데, 괜찮나? 최대한 조리 있게 설명해 보고 싶었는데, 횡설수설해서 형 기 빤 건 아닐지 걱정이네. 그런 걱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즈음, 새봄의 이야기를 묵묵히, 미세하게 눈빛이 변하는 듯하면서도 끊지 않고 들어주던 서연이, 입을 열자, 새봄은 제 걱정이 기우임을 깨달았다. 동시에, 자기 말을 요약하는 게 그치지 않고, 조심스레 자신의 심정을 조금 더 헤아려주는 사려 깊은 말에, 벌써 코끝이 찡해져 와, 새봄은 차를 한 모금 넘기며 몰래 눈을 깜빡였다. 아이고, 신새봄아. 너 요새 눈물샘이 좀 헐겁다.
그러다, 서연이 이어 꺼낸 이야기에, 새봄은 눈이 동그래졌다. 고백하든, 하지 않든, 폐를 끼치는 건 똑같고 정도와 양상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잔을 내려놓고, 새봄은 토실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서연의 경험담과 뒤 이어진 질문을 곱씹으며, 새봄은 자신의 고민이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선택권을 쥐고 있는 거든 상대에게 넘기는 거든, 옳고 그르냐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고르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리고 선택권을 쥐고 있는 건 나에게 잘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걸 요 며칠 지내면서 깨달았고. 그렇다면, 앞으로 해야 할 건….오분도 채 안 되는, 그러나 새봄에게는 충분했던 시간 끝에 답을 내릴 찰나, 서연이 뒤 이어 조심스러운 투로 입을 열자, 토실이의 귀에 머물렀던 새봄의 눈이 다시 서연을 향했다. 그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새봄의 눈이 미세하게 일렁이기 시작하다, 이내 도로 고개를 숙인 새봄의 움직임에, 그의 앞머리 안으로 가려졌다.
듣게 될 줄 몰랐던 뜻밖의 위로, 그 위로가 가져다준 충격에 가까운 마음의 울림과 그로 인해 걷잡을 새도 없이 터져버린 눈물에, 새봄의 머릿속에도 경보가 울렸다.
오마이갓, 비상사태다. 뭐 된 건 아닌데 큰일 났다. 그것도 내 처신에 따라 꽤 큰일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 눈물 버튼 눌린 건 그날 느낀 충격과 환멸, 그에 비례하는 자괴감에 대한 위로를 받은 거에, 놀라고, 무엇보다 고맙고, 그런 감정들이 날 정통으로 강타해선데, 지금 울면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우는 줄 알고 놀랄 수도 있잖아. 안 그래도 내가 울어버린 걸 봐버려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서형도 뭔가 동요한 거 같고.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서형이 마음을 놓고, 내가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그러나 새봄은 끝없이 이어지던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느라 상기되어 느껴지는 얼굴의 홧홧함, 그보다도 더 뜨끈한 눈물이 몇 줄기고 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생경한 감각으로, 제 얼굴이 현재 엉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새봄은 티슈를 몇 장 뽑아, 제 얼굴을 대강 닦아낸 뒤, 서연을 향해 히쭉 웃어 보였다. 이어 목을 가다듬고, 긴 고민이 무색하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서연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형." "왜 고맙냐면, 갑자기 꺼낸 연애 고민인데 엄청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맙고요," "어떻게 하든 정인 선생님께 폐를 끼치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형이 해준 말이 나한테 발상의 전환이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정할 수 있었어요." "저는 이제, 선택권을 선생님께 드리고 싶어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요." "그리고…."마저 말을 이어 나가려는 찰나, 또다시 눈이 뜨끈해졌다. 새봄은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눈가를 새 티슈로 훔쳐내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힘든 마음까지 헤아려줘서 고마워요." "형 말 들으면서 깨달았어요. 그날 아무것도 못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렸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는 걸요." "그날 이후로, 그때와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계속 생각해 왔는데, 조금씩 되어가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 냈어요. 실은 그 개똥 마시멜로, 태진 형이 아이디어를 준 것도 있고, 만들면서 그 생각 했거든요. 누구든 폭력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면 좋겠다고." "그리고, ...제가 지금 엄청, 가능하기만 하다면 찢어 죽이고 싶고, 그래도 분이 풀릴지 안 풀릴지 모르겠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나중에 만나게 돼도, 최대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아 보고, 때리기보다는 달콤한 걸 주겠다고 다짐할 수 있게 됐어요. 끔찍한 걸로 만든 거겠지만, 그 흔적은 아예 없는 걸로요. 히히."
"아무튼... 제가 운 게, 형한테 엄청 고마워서라는 거, 알아주면 더 고마울 것 같아요." "그리고 나도, 형이 나한테 힘이 되어준 거 보답하고 싶어요. 뭐든 형이 원하는 방향으로요, 히히."
//(이 레스는 곰 발바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대왕 길어졌는데, 편집할 곳은 편집하고 편한 길이로 손 가는 길이로 이어주면 고마워!><(그리고 마지막 대사는 케이크 만드는 법 가르쳐달라는 이야기 서연이가 꺼낼 밑밥 삼아서 넣어봤다 히히 모쪼록 편하게 활용해주면 기쁠거야!)
맞혔다~!! 알아낸 정보를 감당 가능하냐가 문제지 알아내는 거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뿌듯했다. 손대는 대신 입에 담고 맞힌 게 이색적인 경험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앞으로 여차하면 물어뜯기 공격을 하는 척 사이코메트리를 쓸 수도 있을까? 2초쯤 생각해 봤다가 바로 접었다. 바로 보나 거꾸로 보나 손대기가 물어뜯기보다는 덜 수상하잖아;;;;) 이런 합동 훈련 좋은데? 새봄이는 능력으로 음식을 만들고, 나는 맞히면 서로에게 유익할 거 같다.
" 이런 방식 좋다. 니가 몇 번이나 능력을 써서 만든 음식인지나, 그 음식이 몇 시간 전엔 어떤 모습이었는지 같은 걸 내가 추적해 나가는 방식이면 너도 나도 훈련이 되잖아~☆ "
그것만으로도 꽤나 큰 수확인데 새봄이는 상품을 가져오겠단다. 진짜 상품까지 준비했었어? 새봄이가 다녀오는 걸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바라보고 있으려니, 새봄이가 까만 리본으로 잘 묶은 갈색 종이 상자를 테이블에 놓고는 상자를 열어 보였다. 다소 뭉툭한 단풍잎처럼 생긴 쿠키들 사이에 갈색 크림을 겹쳐 놓은 과자가 잔뜩이다. 버터 특유의 고소하면서 진한 향과 달작지근한 향에 좀 전에 케이크를 먹었는데도 군침이 돌아 버린다.
" 우와!!! 이건 또 언제 만들었어? "
이거도 능력으로 만들었을까? 새봄이 능력 쩐다. 레시피를 모조리 외워야만 쓸 수 있는 능력임을 생각하면 더 쩐다. 이런 레시피를 언제 다 외웠을까? 굉장한 기억력이야. 그렇게 감탄하고 있자니 새봄이는 만든 방법이 궁금하면 사이코메트리를 써도 된단다. 그러네, 그러네. 이거도 훈련거리가 되겠네.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가 이어지는 얘기에 얼굴이 뜨끈해져 눈 밑까지 가렸다. 선배랑...! 거기까지 생각해 줬구나.
" 으아아, 선배가 되어서 매번 받기만 하니 부끄럽다ㅎㅎㅎ 고마워. "
이런 세심함엔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 밥을 사자니 새봄이의 능력이 먹거리 만들기고. 새봄이가 레시피를 모를 만한 먹거리를 사 볼까? 먹거리를 사는 대신 새봄이는 모를 법한 레시피북이라도 조사해 볼까? 뭐가 됐든 괜찮은 방법을 궁리해 봐야겠다.
/ 오늘 훈련은 다른 내용으로 해서 메이플쿠키는 다른 날 써먹어 볼게요!! 데이트용 수제 과자라니 새봄이 세심해요 ////////////////// (엄지척) 훈련 아이디어도 감사해요 새봄주!!!! ><
입만 열었다 하면 인간 말살이나 정복을 외치니 일단 다무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영희는 그대로 자기 할일 하러 깄다. 거리에는 여러 동물들(코끼리 포함), 유치원생들, 조선시대나 동화나라에서 온것 같은 옷 입고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거의 전부 다 목화고겠지.
그래도 전에 애기비이이임 소동 처럼 큰 옷을 가지고 질질 거리는 사람들은 없어서 다행이다. 유치원생 옷을 구비해 둔 것이 신의 한수인가...
예고 없는 버스킹을 마치고 끌려, 아니 데려가진 곳은 직장동료라는 그들의 스튜디오였다. 말이 스튜디오지 별의 별 도구들이 들어가 있는 흡사 창고처럼 보일 수도 있는, 큰 사무실 같은 곳이었다.
유리벽으로 분리된 녹음실도 있고 심지어 한쪽 구석에는 간이침대도 있어서 여기서 작업하며 숙식을 해결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 작업실에 온 걸 환영해, 이쁜아! 재밌는 거 많으니까 실컷 놀아!"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고. 볼륨 낮춰." "알- 았- 다- 구-" "누가 소곤소곤 하랬냐. 어련해, 아주."
익숙하게 들어가서 각자의 악기들을 내려놓고 떠드는 진과 그들과 달리 머뭇머뭇 들어가 고개만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으니 진이 다가와 선글라스를 휙 벗기며 말했다.
"바깥도 아닌데 이제 이거 끝!" "으악! 아 얼굴 가려야 한다고 씌울 땐 언제고!" "이제 안 가려도 된다니까- 아, 나 저쪽에서 영상 올릴 거 작업하고 있을게- 궁금한 건 쟤네한테 물어봐!"
늘 그렇듯이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낸 진은 저 안쪽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구역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런 소란이 익숙한지, 드럼남은 바로 간이침대로 가서 눕더니 그대로 잠들었다. 딸깍딸깍, 마우스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나직히 울리는 그 안에 선글라스 없이 눈을 깜빡이는 나와 새로운 막대사탕을 까서 입에 무는 베이스남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는 사탕 껍데기를 구겨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더니 멀뚱히 선 나를 보고 말했다.
"내가 애 보는 재주는 없어서. 적당히 이 안에 있는 거 가지고 놀아. 고딩 쯤 되보이는데, 위험한 거 아닌 거 구분 정도는 하지?" "음... 넹." "그래. 냉장고에 너 먹을 만한 거 있으면 먹고."
말하는게 그렇길래 그도 자러 가나 싶었는데 소파로 가서 앉아 폰을 꺼내는 걸 보고 자는 건 아닌가 보다 했다. 뭐- 만난지 몇 시간 된 사람한테 뭔가 해주길 바라진 않았다. 적당히 시끄럽게 하지만 않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 사무실 안을 돌아다니며 진짜 별의 별 것들을 다 건드려 봤다.
온갖 종류의 피젯 스피너, 어떻게 돌리는 건지 모를 루빅큐브들, 두들긴 철판 같은 악기나 엄청 큰 소리굽쇠부터 엄청 작은 소리굽쇠, 작동 원리를 알 수 없는 와이어 피아노, 키보드 크기의 칼림바, 엄청난 양의 부자재, 비즈, 큐빅, 실링, 유리병, 건조된 풀과 꽃 등등...
보다보니 대부분이 악기거나 관련된 물건들이었다. 혹시 작곡 같은 걸 하는 걸까, 동료라고도 했으니.
그 악기들을 하나하나 뚱땅거려보고 큐빅통에 손을 넣어 휘저어보기도 하고 색색의 왁스를 한 번에 녹여 부어 그 위에 실링을 이것저것 찍어보다가 목이 말라져서 앞서 그가 말했던 냉장고로 갔다.
어울리지 않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라 어울린다 해야 하나 대용량의 커다란 은색 냉장고를 열자 문에 주르륵 꽂힌 각종 술캔들과 각양각색의 눕혀진 술병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홀린 듯 냉장고문에 꽂힌 술캔 하나를 꺼내들자 머리 위에서 쓰읍, 하고 제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꼬맹이, 네가 마실 건 그 밑에 있는 거다." "...칫."
작게 혀를 차곤 얌전히 아래에 있던 이온음료 캔으로 바꿔 꺼냈다. 그걸 들고서 위를 보자, 언제 왔는지 모를 베이스남이 손수 냉장고 문을 닫아주고 소파를 고개짓 했다. 순순히 가서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으니 다시 맞은편 소파로 돌아온 그가 내려놓았던 폰을 들며 말했다.
"너 아까 노래 좀 부르던데, 배운 적 있냐."
절레절레.
"뭐냐. 그럼 독학했냐."
절레절레.
"배운 것도 아니고 독학도 아닌데 그 정도라. 그냥 두긴 아까운 실력이다. 제대로 배워보지 그러냐."
절레절레.
"너 고개 흔드는 것 밖에 못 하냐?"
절레절레.
"허."
그는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시원한 음료수만 쭉쭉 마셨다. 이후에 대화는 더 없었다.
나는 나대로 실컷 놀고, 당분도 섭취하니 노곤해져서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잠깐 누워있을까- 했는데 참 타이밍 좋게 튀어나온 진이 소파로 오는 바람에 잠이고 휴식이고 끝나버렸다.
베이스남에게 잠깐 태클이 걸린 틈을 타 자는 척을 하려고 했지만 딱 눈 감으려던 순간에 걸려버려서 옆에 들러붙어 붕방대는 진에게 시달려야 했다.
"이쁜아! 저거 영상 하나만 올리기 섭한데, 우리 노래 한 곡만 더 부르자! 아니 두 곡, 아니 세 곡!" "아 왜 자꾸 늘어나요? 싫어요. 귀찮아요." "아잉- 이쁜아아아- 따악 한 번만 이 번마안-" "으에에엑... 싫어엇...!"
얼마간 하지 않겠다는 나와 딱 한 번만 해달라는 진의 실랑이가 오갔으나 결국 내가 져버리는 수순이었다. 너무 혹할 만한 대가를 제안해 왔으니까...
"...그럼 딱 세 곡 만이에요? 딱이다?" "모찌롱! 꺄악 우리 이쁜이 최고!" "히이이익-"
그러니까 얼굴이 찌부될 정도로 끌어안는 건 좀 삼가해 줬으면...!
"그런데요." "응?" "진 씨는 왜 맨날 나를 이쁜이라고 불러요?" "음-" "이름 알려줬잖아요." "으음-" "왜 그러는데요?" "음! 있지! 나 이름이랑 얼굴을 매치 못 하거든! 이름을 기억하면 얼굴을 까먹고, 이름을 까먹으면 얼굴을 기억해!" "그게 뭐에요." "히히, 뭐 그런게 있단다-" "뭐야아, 재미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