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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마레.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성운은 주춤했다. 희야와 태오, 혜우 간의 강한 결속의 근원이자, 자신은 나눌 수 없을 이름, 자신의 자리는 없을 곳─ 그것이 자신의 연인의 고향에 대한 성운의 생각이었으니까. 리버티가 학생친화적 연구소에 모종의 경고를 했다는 사실 또한 성운을 한결 더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혼란한 가운데에 외부인인 자신이 공연히 끼어들어 좋을 게 없을 거라 생각했고. 하지만 혜우가 가자고 하는데─ 하고 고민하던 찰나에, 혜우가 핸드폰을 내밀어 저울의 한쪽 쟁반에 무게추 하나를 더 얹었다. 서헌오 박사는 반대하지 않고, 다른 연구소에도 다녀보는 게 견문을 넓혀줄 수 있다며 흔쾌히 긍정적인 사인을 남겨주었다. 결국 성운은, 꽤 오랜만에 다시 여행가방을 싸게 되었다.
그리고 성운이 데 마레에 갖고 있던 생각들은 약간의 변화를 맞았다. 두어 가지는 확고해졌고, 두어 가지는 깨어졌다.
이 곳이 혜우의 고향이라는 사실은 머리로 알고 있었으나, 데 마레에서 지내는 며칠은 성운에게 있어 어떻게 데 마레가 그 끔찍한 생물학적 가족이라는 작자들을 대신해 혜우의 가족이요 고향이 되어줄 수 있었는지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아직 천진난만함을 보존한 채로 그 나잇대의 아이들이 받아야 할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과 때로는 놀아주며 때로는 선생님 노릇을 살짝 체험해보면서 때로는 의뭉스럽고 때로는 살갑기 그지없는 선배와 이야기나누며-“아하하, 아버지가 아시는데 저한테도 안 알려주세요···”- 때로는 사무적인 알터의 연구원들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자상한 선생님들과 이야기나누며 보내는 나날들을 통해, 성운은 데 마레가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어떤 곳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성운은 머리뿐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이 곳이 그들의 고향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에 톡톡히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가 그들에게만큼 자신의 고향이 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자신이 이 곳에서 손님 정도로는 있을 수 있겠다는 어떤 묘한 안도감까지.
그러나 그 때, 마치 불길한 흉조처럼 성운의 귀에 와닿는 하얀 선배의 말이 있었다.
"영웅심리에 휘말린 어린 빛무리들이 성소를 지키겠답시고 올 게야. 삿된 존재들이 아이들마저 노렸다는 소문을 위해." "다만 네가 돕되, 구하지 않는 게 좋을 게야." "저지먼트가 아닌 이 성소의 사제들이 구하는 것이 극작가의 눈에는 더 극적이기 때문에." "희야가 말할 건 여기까지. 희야도 높으신 분께 전달을 받은 거라 말하면 안 되는데, 저지먼트 중에 단 한 명도 전말을 모르고 진행하는 건 영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거든." ( # situplay>1597047152>386 )
······성소는 무엇이고, 사제는 무엇인가. 어린 빛무리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섬뜩한 예언처럼, 선뜻 와닿지 않는 살짝 꼬아놓은 묵시와도 같은 선고에 성운은 잠깐 영문을 모르는 눈빛으로 멍하니 희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지자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아는 데에는─ 샤를리아 참사가 그들의 앞에 현실로 나타나는 데에는 며칠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뛰어다녔다. 데 마레 법인 소유의 승합차들과 기타 급하게 대절해온 차량들에 아이들을 급하게 밀어넣고, 그들을 공중으로 띄워올려서는 부탁받은 안전한 위치까지 빠르게 이동시켰다. 수경이에게 부탁한다면 더 빨리 할 수 있겠으나, 지금 당장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부디 이 피난이 데 마레의 아이들에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쿨버스로 떠나는 즐거운 소풍 정도로 남았으면. 성운은 그렇게 빌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에 더 이상 얼룩이 남지 않기를.
샤를리아 연구소가 있었던 지역에서 매캐한 탄내와 아직도 남아있는 전자기 스파크를 이 악물고 견디며 잔해를 뒤지고 혹시 모를 생존자를 찾아헤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그슬린 대지에는 더 이상 어떤 희망도 남아있지 않다.
“······”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에 검댕이 묻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 아이들을, 무고한 사람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검댕투성이가 될 각오는 마쳤다. 그러나 그 각오와, 그것과 이 차마 글로 온전히 옮길 수가 없는 참상을 만들어낸 구역질나는 사악함을 직시할 때 치밀어오르는 어떤 감정을 마주할 각오는··· 별개였다.
리버티 조우전 당시 그들의 모습을 성운은 떠올려보았다. 무언가 누군가에게서 하얀색의 기운을 뽑아내어 다른 누군가에게 밀어넣던 누군가가 있었다. 성운은 그 모습이 샤를리아에 내리꽂힌 벼락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능력계수가 강한 사람의 계수를 일부 뽑아내어서 다른 사람의 능력계수를 그만큼 강화하는 능력이라고 한다면, 최소 1명의 퍼스트클래스가 리버티에 합류해있는 것은 사실이고, 어쩌면 2명 이상일지도 모르니, 그들의 능력계수를 추출해 일렉트로키네시스트에게 주입했다고 하면··· 단순히 전자기 아크만으로 이런 ICBM 수준의 파괴를 자행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힘으로 가능한 부분이다.
그들이 어떤 절망을 겪었는지 성운은 안다. 어디까지 내몰렸는지도 성운은 안다. 그래서 그들의 감정이 얼마나 뒤틀렸는지, 그들의 울분이 얼마나 깊고 강했는지, 성운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래, 이해까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성운은 그들이 아니니까. 그러나 적어도 인지에까지는 도달해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얼마나 강한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성운은 지금 그 현장을 보고 있다.
결코 그 누구도 옳다고 할 수 없는 방향에 떨어진 어긋나고 그릇된 힘이, 무고한 이들에게 잘못된 파멸을 불러일으킨 이 현장을. 어쩌면, 샤를리아가 아니라 데 마레가 그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를 끔찍하고도 어설픈 절멸의 현장을 말이다.
털썩, 하고, 땅에 떨어진다. 반쯤 숯덩이가 되어버려, 진작에 숨이 끊어져버린, 그 새하얀 연구원 가운도 절반 정도가 타버린, 진작에 눈은 그 초점을 잃어버리고, 팔도 더 이상 팔이 아니라 부패해가는 칼슘과 단백질, 지방 덩어리에 불과한 복합 유기체 덩어리가, 성운의 손끝에서 스륵 굴러서. 그 중지에 굳은살이 배긴 창백한 왼손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 팔뚝이 문득 더 가늘고 가녀려지고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결혼반지가 아니라, 원석 팔찌가 끼워져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지면에 널부러진 머리카락이 갈색이 아니라 진푸른색인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지면이 나직이 덜컥거리는 소리를 냈다. 지이잉, 하고 이명이 강하게 귓전을 때렸다.
저기. 형제야, 알잖아 겪어왔잖아 그게 그렇게나 과분한 일이었을까? 의지와 욕망을 갖는다는 것은 그런 거야 이런 일을 당해야 할 정도로 잘못된 일이기라도 했어? 잘못된 의지와 잘못된 욕망이 만나면 너희가 이런 짓을 자행할 정도로까지 그들이 싫었니? 현실은 이렇게까지 엇나가버릴 수 있어 그저, 그러니 형제야 그저, 나를 실재하게 해줘 그저 너를 자유롭게 해줄게 자신들이 원하는 의지와 욕망, 양쪽에서의 자유를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그리고 우린 많은 것들을 고칠 수 있을 거야 누군가와 함께 갈 수 있는 소박한 낙원을 바랐다는 사실이─ 우리의 하늘을, 우리가 바라는 색으로 다시 칠하는 거야 이 정도의 잘못이었니?
그때, 일반인과 별다를 것 없는 성운의 청력으로라면, 원래는 성운에게 들릴 수 없는 소리가 문득 들리는 것 같았다. 빠득, 하고. 성운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창백한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감히 판단하건대, 그 창백함은 절망의 색깔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나긴 어둠을 지나온 사람의 색깔이었다. 많은 절망을 겪고 많은 좌절을 겪고 많은 포기를 겪었으나, 그러나 결국에는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포기를 외면한 채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지를 얼굴에 띄워올린 그런 창백함이었다. 성운의 얼굴에 걸려있는 색과, 그 궤를 같이할 어떤 색 말이다. 성운은 팔을 벌렸다. 그리고 기꺼이 애인의 품에 안기며, 새로 알게 된 친구와 애인을 함께 꼭 안았다.
“저기.”
혜우의 말에 성운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지켜줄게─만이 아니잖아, 바보야.”
하며 성운은, 한쪽 손을 들어서는 혜우의 머리를 삭삭 쓰다듬어 주었다.
“네가 날 지켜주는 만큼, 나도 널 지켜줄 테니까, 그리고 우리에겐 서로 말고도 지키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는걸.”
몇 차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서, 성운은 손을 뻗었다. 떨리지 않게 힘을 꾹 넣은 손을, 성운의 손이 맞잡았다. 여전히 혜우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따뜻한 손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줘, 혜우야. 「같이 지켜내자」라고······”
그리고 성운은 웃었다. 어느 모로 보나 결코 미소가 어울리는 상황도 미소가 뿌리내리기 좋은 상황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 미소는 흐리고 서글픈 것이 되어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은 흔들리지 않았다.
평소대로 커리큘럼을 하러 가고서야 연구원이 피난 갔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없어졌음을 실감하는 기분이란. 텅 빈 시간 덩그러니 놓인 기분을 주체 못한 채 연구원의 연구실로 가 보니, 기기며 주사며 약이 즐비해 있는데 하나하나 매뉴얼이 적혀 있었다. 내 것뿐만 아니라 담당 학생 전원에게 필요한 것들을 다 분류하고 정리한 거 같았다. (혼자서라도 훈련하고 싶으면 하되 자기한텐 일절 연락 말라는 메모는 덤) 과용했다간 부작용이 즉각 나타나니 1/2씩만 먹으라며 똥색약을 쪼개 놓은 꼴에는 실소가 피식 새며 눈시울이 뜨듯해졌다.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놨구나. 저런 마음가짐은 본받아야겠다. 그리 다짐하며 쪼개 놓은 똥색약을 먹었다.
리허설도 없이 시작된, 어쩌면 일생일대의 발언이었다. 내 마음속에 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니, 선생님의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망막에 새겨지듯, 생생하고 선명하게. 선생님은 꽤... 동요한 것 같았다. 안경 너머로, 그러나 두 눈앞에 유리알이 없는 것처럼 올곧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그렇지만 바람 한 줄 불지 않는 호수처럼 고요하던 눈빛에 이는 파문을 바라보는 기분은, 좀 기묘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마냥 동요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내 말을 찬찬히 곱씹는 듯 생각에 잠겼던 정인 쌤은, 뜻밖의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왜 연구원에게 이입하려 하는가, 학생이지 연구원이 아닌데도.
"그러게요?"
문득, 누군가의 심정을 헤아리고 싶어졌던 때를 돌이켜보게 됐다.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그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저와 처지가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하고 싶어지는 거.전에도 제 원래 연구소 분들이나, 제 일터 사장님, 동료 형들한테도 그랬고." "근데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으면 저와 처지가 비슷한 학생들이라도 이해하지 않구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가 봐요."
머쓱하게 웃으며 내가 생각한 결론을 말하려니, 선생님은 하나 정정하겠다며, 내가 했던 말 중 일부를 부정했다. 선생님은 부원들 앞에서 강단이나 품위를 챙긴 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다만 담당 연구원이 담당 학생을 대하는 것에 있어 말을 얹는 것이 거슬려 길게 말씀하시게 됐다고. 내가 생각하던 거랑은 조금 달랐지만, 금방 수긍이 갔다. 선생님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제일 잘 아실 테니까.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선생님은 그날의 일을 어린 학생들이 떼로 덤비며 월권을 시도한 것 정도로 받아들인 듯하다. 그래서 강단과 품위를 챙길 필요가 없으셨던 거구나.
실은, 이런 말씀, 모습에서도 난 그날 느꼈던 동경심을 다시 느낀다. 선생님이 굳이 안 챙기셔도 내가 느껴진달까. 일방적인 감상이다. 그래도 말을 더 얹는 대신 "네."하는 대답과 함께 고개만 끄덕였다. 꼭 좁힐 필요없는 의견차니까.
이어, 선생님은 내 고백에 대해 대답해주셨다. 당신은 여성을 연애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씀으로 시작된 답은, 내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절로 끝났다. 나는 학생이지 연구원이 아니고, 더군다나 타 연구소의 학생이기에. 이어, 나와 선생님의 관계는 임시 담당 연구원과 임시 담당 학생, 거기까지만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표해주셨다.
솔직히, 예상했다. 난 선생님을 마음에 담았지만, 선생님이 날 임시 담당 학생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굳이 여쭤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물론, 씁쓸하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3년 뒤에는 제대로 고백해도 되는 상황을, 그게 안되더라도 언젠가는 사적으로 터놓고 지낼 수 있게 되기를 내심 기대했으니까.
언젠가, 나에게 있어서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혼자 돌아본 게 생각났다. 난 선생님의 - 강직하고, 품위있고, 흔들림 없어보이는 모습을 좋아했다. 내가 종종 아무말 할 때마다 어이를 상실하시는 반응도 좋아했다. 솔직히, 선생님과 감정적인 유대를 가지게 되고, 선생님에게 기댈 수 있게 되면, 무척 든든하고, 사는 게 더 쉬워질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니, 내 동경에 가까운 연심을 이루는 가장 큰 감정은 그게 클 거다. 어린 사람이 성숙한 사람에게 가지는 연심이란 그런 측면이 없기는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알고 있었다. 이 마음이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걸.
나는 미성년자다. 그래서 향후 2년하고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은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성인의 지원에 어느정도 기대어 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첨공에서 능력자로 살아내는 게 어디 쉬운가. 그건 퍼클에게도 어려운 것인데.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질 수밖에 없고, 성인이 되더라도 그럴 테지만, 그 의존하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건 물론, 내 생존 가능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꽤 큰 폭으로.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 있기에 난, 아쉽고 씁쓸한 것보다도, 이런 마음들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내 고백이 선생님을 난처하게 할 것을 알고도 지른 것이 죄송했고 - 다시 몇분 전으로 돌아가도 같은 말을 하게 될 거라, 무의미한 사과는 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 명확한 언어로 알기 쉽게 의사를 표해주셔서 무척 감사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을 좋아했고 그 마음을 전한 걸 평생 후회하지 않으리라 자신할 정도로 정도로, 선생님이 무척 멋있고,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여지도 없이 시원하게 차였더라도. ...아니, 그랬기에 더욱.
정인 쌤은 역시 정말 멋진 분이라고 서투른 언어로나마 말씀드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다. 선생님을 잘 알고, 선생님이 신뢰하는 사람의 몫이지.
그래서 고개를 깊이 숙이고, 그저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입장을 명확하게 알려주셔서요. " "임시 훈련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커리큘럼에 지장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에도 사적인 감정으로 폐 끼치는 일 없을 거예요. "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뵐게요!"
조금 더 깊이, 허리까지 숙여보인 뒤, 상체를 일으키며,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를 선생님을 향해 지어보였다. 그러고 뒤돌아서 훈련실 밖으로 나와,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연구소 밖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