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쉬이 수긍하고 싶지 않았다. 생명이 걸린 일이라는 것은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신이라면 아까처럼 당신들을 안전한 곳으로 순식간에 피신시켜줄 수 있는데··· 그러나, 성운은 알고 있다. 지금 데 마레의 사람들의 얼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저 표정은, 존중받아 마땅할 강인한 의지의 발로라는 것을. 성운은 그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성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마치 아주 일상적인 일이라도 되듯이, 그 다음이 보장되어있기라도 하듯이, 최대한 여상스럽게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남기는 것.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AI가 띄워주는 톡 내용을 따라 천천히 눈 움직일 뿐 혜성은 그 어떤 답변도, 내용도 적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저 말에 반응을 해줄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영상이 비춰질 때쯤 혜성의 한쪽 눈썹이 느리게 위로 치켜올라갔다가 내려갔다. 막 커리큘럼이 끝난 상태여서 머리가 제대로 돌진 않았으나, 영상을 보자마자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론적으로 파악하자면 친학생 성향의 연구소를 리버티가 습격하여 소멸시켰고. 다행히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현장에 은우가 갔다는 건 확인되지만 그 이후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것까지.
"어른인데 말릴 수 없었다, 라."
정말로? 혀 위까지 올라온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혜성은 피던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눌러끄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잠시 허공으로 눈 움직였다. 여전히 톡방에 그 어떤 말도 올리지 않았다. 왜? 라는 대상이 불분명한 물음 때문이었다.
성운은 가방을 뒤적여서 외투 두 벌을 꺼냈다. 언젠가 리라에게 부탁해서 만들어 받은 외투였다. 방수, 방풍, 방진, 방검, 방탄에다가, 투명화 기능까지 달려있는 물건. 본격적인 은신 특화 포토키네시스 능력자의 그것만큼은 되지 않겠지만, 최소한 유의미한 이점을 가져올 수 있을 만한 외투였다.
“나 말이야, 위로 솟아올라서 살펴볼까 하거든. 내 능력이면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까.”
요약하자면, 샤를리아를 공격한 빛은 번개로 추정된다. 그러니깐..아..민우 이 전기쥐돌이 새X... 정말로 2학구를 급습한 거야. 근데 이 녀석들.. 왜 CCTV에 나타나지도 않은 것들이.. 왜 이번에는 찍힌 거지? 설마.. 은우가 2학구로 가는 걸 유도하기 위한 건가? 아니면 숨어서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혼란유도책?
' 하... 은우야.. 씁.. '
일단 얼마 안 가서 리버티가 그 공격을 다시 감행하겠다고 예고했어. 대부분의 사람이면 그 시간에 맞춰서 대응하려고 하겠지만.. 의도를 너무 뻔하게 스스로 유출했어. 너네 진짜로 공격하려는 거 맞아? 안티스킬까지 다섯 부대나 현장으로 갔고..
" 제 생각인데요, 녀석들이 예고를 너무 뻔하게 해서 의심이 가네요. 아마 퍼스트 클래스와 안티스킬을 현장으로 유인해서 발을 묶고, 다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
" 그걸 간파한 윗선에서는 퍼스트 클래스는 개입하지 말라고 하는 거고. 내가 보기에는 이게 의도인 것 같은데요, 3학구장님? 그런데 다른 퍼스트 클래스는 안 왔는데, 은우만 딱 저래 걸렸네. 은우가 저렇게 쉽게 걸려들 친구가 아닌데.. 왜 갔을까요? 2학구에 뭐 있나요? 저는 진짜 모르겠어서. 세은이나 학구장님은 그래도 같은 피니깐 아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
은우의 전언을 듣고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네~ 안 가요~ 안 가~ 저 지금 3학구거등요~ 제가 가지 말라고 통제해도 알아서 들어갈 애들 많아서요. 그래도 저지먼트 본부에는 변수를 대비한 사이드킥 한 명 쯤은 있어야죠. 혹시, 저랑 접선이라도 하실래요? 학구장님? "
선배의 채팅 한줄로 부장이 그간 어떻게 활동했는지 알 거 같아졌다. 첫 면담에서도 부장은 15주년 기념 행사 땐가 혼자 활동하시다 병원에 실려갔다고 하셨었지. 뒤이어 부장님 어디로 가셨냐는 성운이가 묻는 거까지 들으니 빼박이다. 아이고, 두야.
아니나 다를까. 세은이는 멘탈이 나가다시피 해서 울먹인다. 부장이 2학구 어딘가, 하여튼 위험한 곳으로 갔다... 어, 이러면 진짜 어떻게 추적해? 2학구 전체를 뒤질 수도 없고, 부장네 댁에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서 부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도 턱도 없이 늦을 텐데???
골이 다 띵해질 거 같은데, 오늘 속보에 나왔던, 2학구 연구소가 순삭되는 현장 영상이 올라왔다. 수박, 피뢰침도 씹어먹는 화력 뭔데?? 그 뉴트로미니컬 에너지라는 걸 벌써 손에 넣은 거야? 아냐. 그랬다면 그거부터 뉴스 속보로 떴을 거야. 그럼 (일전에 4학구의 안티스킬까지 손쉽게 제압한 비결로 추정되는) 그 레벨 증폭 능력자를 이용해서 수를 쓴 거야? 아니, 수는 둘째 치고 리버티 저 수박들... 저런 대량 살상까지 서슴없이 저지르다니. 미친 거 아니냐고 진짜!!!!
그때 부장과 세은이의 외삼촌이라는, 강천호 학구장이 상황 설명을 시도했다. 세은이는 그가 끼어든 것에 격앙된 눈치지만. 어쨌거나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부장은 2학구로 갔다. 인첨공의 대표이사는 퍼클의 개입을 금지했다. 리버티는 다른 연구소도 폭격할 계획이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럼 리버티의 다음 타깃을 방어하러 가셨나?
하지만 이상한 점. 폭격당한 현장에 안티스킬 다섯 부대가 출동했다?? 이미 저 지경이 됐는데 출동한들 뭐하지? 범인, 그니까 리버티가 아직 현장에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면 범인을 잡으러 가셨을 가능성도 있다??
" 리버티의 다음 타깃이 어느 연구손지 알 방도가 있을까요? "
" 아니면 저기 저 영상에 나온 연구소 위치는 어딘가요? "
모르겠고, 그렇게 위험한 데면 부장도 돌아오셔야지. 대표이사가 퍼클의 개입을 금지했다는데 그런데도 개입해 버리시면, 그러다 교전이라도 발생하면 교전 중 사고로 위장해서 칩을 터뜨려 버릴지도 모르잖아!!!
보이스톡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세은과 외삼촌이라 했던 강천호였다. 그리고 톡방에 올라온 영상은, 내가 이미 눈으로 본 샤를리아의 참상이었다.
거기다 은우의 돌발행동 소식까지.
혼란스럽고, 당황하고, 어지러운 대화 속에 문득 관자놀이가 지끈거려 눈을 감았다. 잠시 쨍한 두통이 지나가고 목소리 대신 채팅으로 쳐서 올렸다.
[리버티가 재공격을 하겠다 알린 시간까지 약 1시간 남음] [나는 현재 2학구 체재 중] [샤를리아의 좌표를 올릴테니 조사할 부원은 그쪽으로] [(2학구 내 샤를리아의 위치정보)]
톡톡.
손톱으로 화면을 두어번 두드리다가 재차 적어넣었다.
[리라 선배] [오는 길에 강력한 마비마취약이 내장된 다트핀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주세요] [만들어서 만나는 부원마다 배포 부탁드려요]
[마비마취약은 리버티 생포용입니다] [교전이 필수불가결일 듯 하니 교전 도중 최대한 그들에게 주입해] [격파 및 생포하여 그들의 행보를 막을 수단으로 쓰겠습니다] [생포 성공 시 몸수색을 하여 추적 가능한 기기 등등을 모두 무력화 해야 합니다] [이후 상세는 그 이후로]
톡을 연달아 올려놓고 한숨을 푹 쉬었다. 계속해서 울리고 들려오는 톡을 확인하며, 데 마레 근처를 서성거렸다.
자, 정리해보자. 프... 은우 선배가 2학구의 위험한 곳에 갔단다. 딱 떠올랐다. ...잠깐, 그 테러 터진 지 얼마 안됐잖아. 현장에 갔다고? 왜? 뭐하러? 세은이 어머님 쪽 삼촌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냥 혼란스러웠다. 무어라 대답도 못하고 있으려니,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거 보면 상담센터 선생님께 전화해야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심코 클릭해서 보고 말았다. ...젠장, 좀 힘드네? 그나마 사람 죽는 모습은 안 찍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와중에 낯선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다. 이 아저씨가 어머님 쪽 삼촌이신가보네. 아, 맞아. 보고서에서 이름 본 것 같다. 아무튼 세은이 엄마 쪽 삼촌 아저씨가 횡설수설하시는 사이 세은이가 지르는 새된 소리와 타격음이 이어지더니, 조금 더 상황설명을 해줬다.
말하자면, 은우 선배가 대표이사 말 생까고 다음 테러가 예고된 현장으로 가버렸는데 거기가 어딘지 모른다, 는게 현 상황인 것 같다. 삼촌은 세은이가 못 가게 하시는 중 인것같고, 우리 보고도 2학구로 가지 말라신다.
난 세은이나 삼촌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갈 거다.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동료의 오빠의 생사를 확인하는 데 일조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도 있고, 내가 흠모하고 걱정하는 형들이 다 거기 가시는 것 같은데다, 난 저지먼트니까. 테러범 잡는 것까지는 예상 못하긴 했지만, 뭐, 여기 들어와서 겪은 일들이 다 예상한 일이던가.
@진형 [저요] [2학구 입구로 갈게요]
톡을 남기고, 짐(적군용 식재료와 아군용 식재료, 테이저건, 나이프, 밧줄 등 전투용품 등이 든 보부상백과, 리라 언니가 만들어준 전투용품들)을 챙겨 2학구 근처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주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겠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대중교통이 없으면 뛰어서 갈 거다.
>>941 서연주 그럼그럼! 퇴고도 안 거치고 올렸는데 힘준 부분들 다 찾아줄 정도면 서연주 독해능력 엄청 좋은걸!!>< 히히 별말씀을!! 이제는 새삼스러운 소리지만 메인 스토리 내용 등을 재료로 서연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훌륭하게 만들어내고 있어서 항상 감탄하고 있다구>< 그리고 좋아좋아!>< 아, 그 생각은 못했는데! 그럴싸한걸? 이번 일은 너무 위험해서 부활동으로 치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 ㅋㅋㅋ 맞네맞네! 부장(the 퍼클)이 위험하다! 하면은 무슨일이길래?! 하게 되니깐 말이지 히히
연구소로 향한다. 부르길래 가긴 한다만 그 괴짜들 안위도 약간은 걱정이되고... 그래서 일전의 그 물건을 어떻게 써먹을건데, 라고 물어보려 가는 길이다. 물론, 충격과 열을 흡수하는 배리어를 만드는 것만 해도 더할나위 없이 좋지만... 더 남은게 있는 눈치였다.
아니나다를까,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이 양반들이 그 '나머지'를 준비해둔 모양이다. 저거 봐. 벌써부터 의기양양한 표정들을 하고선. 사상 최초로 든든해 보이는군.
"그래서, 나머지 반은 뭔데요?"
"저번에 보여줬듯이, 공격을 흡수하는 건 확실히 좋지? 더 좋은건 뭘까?"
더 좋은거? 글쎄. 뭐 무지개반사 비슷한건가? 뭐라 말을 하려던 그때, 연구원이 내 말을 잘라버리고 바로 대답한다.
"말 안해도 다 알어. 방금 너 무지개반사 뭐 그런거 생각했지?"
연구원이 아니라 점집 해야겠는데. 하지만 확실히... 뻔한 이야기다. 그럼 진짜 그렇게 하려고? 건틀렛 하나에 그걸 다 담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들 뒤로 아예 로봇이 나머지 건틀렛 한짝을 들고 있다. 거 내 앞으로 지원금 많이 나온다지만... 아, 여긴 인첨공이지. 저정도는 뭐 얼마 안하겠다.
"비슷한 물건이야. 하지만 그런 말 알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하는 말..."
"...퀴즈인가요? 그런거 젬병인데."
"에이, 그냥 대충 끼워맞춘 비유지. 간단하게 말해서, 왼손으로 방어해서 공격을 흡수해. 그 다음엔..."
척 봐도 임시변통으로 연결된듯한 와이어로, 건틀렛의 양쪽이 이어져 있다. 왼쪽 건틀렛의 배리어에 벽돌을 떨어트리자 벽돌만 퉁, 하고 튕겨져 나간다. 와이어를 통해 뭔가가 오른쪽 건틀렛으로 전해지는건 육안으로도 볼 수 있었다.
"제가 예상하는 그건가요?"
연구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로봇이 휘두른 오른쪽 건틀렛의 너클 부분이 탄도 젤리에 닿자, 묵직한 충격과 함께 움푹 패이는 것이 보였다. 어디다 쓰고, 어떻게 쓰는건지는 꽤 직관적이었다.
"다만, 이건 겉으로 보기보다 꽤 무거워. 평범한 사람 완력으로는 그냥 엄청나게 무거운 수갑이나 다름없지." "거기다, 실제로 착용하게 되면 에너지를 사용자의 근육을 통해서 전달하게 될거야. 더 효율적이고 강한 근육이 필요하겠지?" "또, 결국에는 주먹질을 해야 하는거니까 거기에 숙련이 될 필요도 있고. 종합하면...?"
나는 앞으로 걸어가 와이어를 해체하고, 두 건틀렛을 손에 껴 본다. 확실히 묵직하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면, 평범한 장갑이나 다를 바 없는 무게다. 앞에 말한 것들을 종합해본 결과, 대충 알 것 같다. 이들이 왜 이런걸 만들었는지.
"딱 절 위한거군요."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 연구소에서 네게 주는 첫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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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 탄도 젤리랑 이것저것 어떻게 다 치울거예요? 청소 로봇이랑은..."
라고 하며 연구실의 한쪽 구석을 보자, 완전히 방전되어서 충전중인 청소 로봇이 보였다. 아니, 방전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대체... 평소에 뭘 하길래 청소 로봇이 저만큼 혹사가 된거지?
그것을 알아챈 때에 연구원들은 가만히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쓰레받기와 빗자루다.
"잘 부탁한다, 인핸스드 스트렝스."
결국, 나는 그날 선물이고 뭐고 연구실 대청소를 해야만 했다. 에이 씨, 결국 겸사겸사 이러려고 부른거잖아!
“아. 그거······” 성운의 표정이 씁쓸하게 비틀렸다. “내 눈으로 직접 봤어. 지금 나랑 혜우가 데 마레에 있거든. 샤를리아 연구소가, 당했어.”
성운은 자신이 직접 외투를 걸치려 했으나, 외투를 입혀주는 혜우의 손길에 얌전히 몸을 맡겼다. 성운은 남아있는 외투 한 벌을 혜우에게 내밀었다. “이런 걸로 커플룩을 하고 싶진 않았는데.” 고약한 농담을 한 성운은, “필요하면 너도 입어. 리라가 만든 거니까 불 조심하고.” 하고 덧붙였다. 성운은 외투의 투명화 기능을 활성화했다. 주변의 배경에 성운의 윤곽이 녹아들며, 이내 사라져 버린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게. 너도 위험하다 싶으면 나한테 연락해줘야 해. 널 데리고 도망칠 수 있도록···”
성운은 투명해진 채로, 땅을 박차고 2학구의 수평선 높이 솟구쳐올랐다(화난 디스트로이어가 달려오지 않을 만한 한도 내에서). 그리고 발 밑에 놓인 2학구의 시가지를 부유해다니며, 어딘가 수상한 움직임이나 수상한 인물, 수상한 현상은 없는지, 안티스킬 부대는 어디쯤 있는지, 은우가 있음을 알리는 징후는 없는지 공중정찰을 개시했다.
처음에 2학구가 언급됐을 때는, 홀로 그림자와 전면전이라도 하러 가셨나 싶었다. 현 시점 리라의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2학구의 위협 중 가장 큰 건 오지덕 박사였으므로. 하지만.
"......윽."
핸드폰이 바닥을 구른다. 가공할 과학기술이 낳은 휴대용 단말기는 그 정도 충격으론 흠집 하나 나지 않았지만 반대로 리라의 마음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단숨에 폐허가 된다. 연구소 하나가 빛과 함께 소멸했다. 안드로이드도, 파워드 슈트도. 매우 높은 확률로, 그 안의 사람들도...
속이 울렁거린다. 핸드폰을 도로 집어올리는 손이 견딜 수 없이 떨렸다. 하지만 또다시 떨어뜨릴 수는 없으니, 부러 붙잡은 손에 힘을 준 리라는 입을 닫고 이어지는 말들을 들었다. 입을 여는 순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서.
"......하나 묻죠. 세은 후배님이 연락하지 않았다면 저희한테는 전부 숨기려고 하셨습니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위험성을 동반한 은우 선배님의 부재도?"
밭은 호흡이 몇 차례 지나간 후에야 나온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동요만큼은 숨길 수 없어 떨림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걸 미안하다는 말 하나로 덮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하, 만약 세은 후배님이 연락하지 않았다면 저희는 모든 게 다 박살난 뒤에야 이 거지 같은 사태를 전해들었겠네요. 개입하지 못했다는 자책은 평생을 갔을 테고요. 그게 맞다고 보시나요? 이럴 거면 봄에 그 문서는 왜 보여주셨던 겁니까? 이제 와서 방관자나 되라고 말할 거면 애초에 그때부터 개입할 여지를 주지 말고 철저히 숨겼어야죠!"
시야마저 울렁거린다. 리라는 입술을 꾹 깨물어 뒤집어지기 직전인 속을 고통으로서 잠재운다.
"은우 선배님이 갑자기 2학구로 향한 이유는 뭐죠? 윗선에서 개입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기로 결정했다면 분명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안티스킬 부대는 또 무슨 말인지도 궁금하고요. 단순히 사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출동한 건가요? 그게 아니면, 뭔가 실마리가 있어서?"
그런데 왜 개입하지 말라고 한 거지.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그간 보아왔던 윗선의 움직임대로라면 당연히 퍼스트클래스를 먼저 파견했을 텐데. 어째서?
"......연락은 안 되나요? 지금 은우 선배님이 거기로 간 걸 아는 사람은 3학구장님과 세은 후배님 뿐인 것 같으니 가급적 그쪽에서 계속 연락을 시도해주셨으면 합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희 쪽에서 하면 안 받으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시선을 톡방 화면으로 돌리면, 혜우에게서 온 메세지가 있다.
<[리라 선배] <[오는 길에 강력한 마비마취약이 내장된 다트핀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주세요] <[만들어서 만나는 부원마다 배포 부탁드려요]
[확인. 그렇게 할게요.]>
들고 나온 스케치북에 양탄자를 그려 실체화 시킨 리라는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운 후 보이스톡 모드인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세은 후배님, 만약 은우 선배님이 전화든 메세지든 받으시면요."
양탄자가 떠오른다. 목표는 2학구. 종이를 넘겨 인공눈물처럼 개별적으로 부러뜨려 사용할 수 있는 다트핀을 그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