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안드로이드의 인격을 결정하는 칩의 조정은 홀로그램 파라미터를 통해 조절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것은 재능의 영역에 달렸다. 시중에 쉽게 보급되는 만큼 마음대로 커스텀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만드는 등 무분별하게 악용될 여지가 존재하여 걸어둔 제약 때문이다. 인첨공 내부에서는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 짓기 위해 아무리 칩셋 조정을 잘 해도 불쾌한 골짜기를 일으키게끔 파라미터를 꼬아두었고, 이 꼬아둔 파라미터 값은 생산되는 칩마다 무작위로 변동되었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최대한 웃는 표정을 만든다 해도, 칩이 이식된 안드로이드는 결국 인간 외적의 것이 인간을 흉내 내는 쎄함에서 불러일으키는 불쾌함을 여과 없이 내보였다.
난공불락의 성, 윤리가 전부 무뎌진 곳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을 불문율…… 안드로이드 수집가나 관련 기관 종사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안드로이드 인격 조정은 인첨공에서 만든 가장 단단한 방어막이라 표하곤 했다.
그러나 5년 전, 갑작스럽게 익명 사이트에 등장한 안드로이드 칩셋 아티스트 레이브는 그 불문율을 당당히 깨부수며 그 이름을 알렸다. 그것도 인첨공이 생긴 이후,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1세대 모델을 사용해서. 사람들은 1세대 안드로이드가 실제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우는 표정을 짓고, 화를 내듯 눈썹을 찡그리고, 처음 작품이 올라올 적, 사랑에 빠진 듯 절절한 표정을 짓는 10초 남짓의 동영상을 보며 조작이 아니냐며 의심했다.누구도 불가능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부정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영상이 업로드되고,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4학구 미술관에서 레이브와의 연락을 통해 다섯 번째 작품을 가져와 세상에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제각기 레이브라는 이름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세기의 천재, 얼굴 없는 예술가, 인첨공이 아니라면 나타나지 않았을 숨은 장인……. 윤리와 비윤리의 선에 걸치고, 기계의 육신을 빌려 관객에게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끝없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기계장치의 창조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찬사에, 레이브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은 이따금 작품이 아닌 레이브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곤 했다. 작가는 과연 이 찬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작가의 sns에는 작품의 사진, 공적인 소식이나 이따금 작품에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 아주 가끔 극야의 서 작가와의 짧은 소통을 제하면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4학구 미술관에서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레이브는 자신에 대한 어떤 질문도 답하지 않았다. 나이, 성별, 사상, 삶, 하물며 좋아하는 음식같은 간단한 호불호까지. 레이브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단 하나,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제외하고.
[삶이자 숨.]
사람들은 그 이후로 레이브에 대해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했다. 아니, 오기로라도 끝까지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단서는 찾기 어려웠다. 자신이 레이브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널렸지만, 진짜 레이브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야, 그 소식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사건사고는 늘 생기는 법. 태오는 책상에서 부스스 고개를 들며 대충 시계의 분만 확인했다.
"무슨 소식이길래 5분밖에 못 잔 사람을 깨우는데……." "뭔 개소리에요? 니 아침부터 대가리 처박고 자던데." "아……." "빡대가리냐?" "아니야 너 이 새끼 오늘 말이 거칠다…? 그래서 뭔데요." "너 뒤질래요? 아니야?" "응 아니에요." "아오! 아무튼, 2학년 3반에 윤성훈? 걔가 자기 레이브라고 하면서 조만간 안드로이드 작품 학교로 가져온다고 하던데요? 혜우가 걔 좋아하지 않아요? 레이브?" "개쩌네. 좋아할 걸요……. 혜우네 집에 작품 태피스트리 있던데." "잠깐, 너 지금 희야 빼놓고 혜우네 집에서 잤어요?" "응." "이 새끼 개*끼네 진짜. 야, 형제 우애 어디갔어?" "지 불리할 때만 형제지."
태오는 고개를 다시 책상에 처박았다. 책상 위에 놓인 상어 인형은 뺨을 대자 푹신하게 눌렸다. 태오가 희야에게서 강탈한 것이었다. 이 새끼는 재밌는 소식을 물어다 줘도 악. 돌려줄 생각을 안 하네, 상놈 새끼. 희야의 툴툴대는 심중의 소리가 들리고, 태오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중지 하나를 치켜 올렸다.
"……안 줘." "아 혜성이가 희야 사준 거라고! 내놔!" "누가 학교에 가지고 다니래요? 압수." "아! 혜성이한테 이를 거야!" "어림도 없지요……. 그래서, 레이브라는 건 믿나요?" "솔직히 그걸 누가 믿어요?" "그렇지요…… 내 재학하며 레이브만 벌써 10명 넘게 본 것 같은데." "그런데 걔는 대학 진로도 안드로이드 공학쪽이래요. 내기 할래요?" "나는 아니다에 걸도록 하지요." "희야도 아니다에 걸 건데?" "……그럼 왜 제안했나요?" "그러게요? 너 엿먹이려고?" "빡대가리는 너한테 할 말인 것 같군요." "응! 그래도 희야는 귀여워!" "……." "뿌우 태오 오빠얌." "아 x발 진짜……."
태오는 못볼 걸 봤다는 듯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더니 악.을 꽉 쥐었고, 희야는 불길함을 직감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후다닥 도망쳤다.
"악!!! 현태오가 뛴다!! 희야 살려!" "너 이리 와, 이 새끼 내가 오빠 소리 들을 건 혜우밖에 없는데 오늘 뒤졌다 닌." "희야 살려!!! 은우야!! 혜성아!! 고릴라야!!! 철현아!! 한양아아악!!!"
책상 아래 핸드폰 속, 진짜 레이브의 게시글에 누군가 답글을 달았는지 무음으로 알림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리라. 그거 들었어?" "뭐가?" "3반에 윤성훈. 걔가 자기 레이브라고 했다던데? 조만간 안드로이드 작품 학교에 가져온대." "응, 그렇구나."
사각사각. 연필심이 종이에 갈려나가는 소리가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를 채운다. 다양한 디자인의 팔찌 도안이 하나 둘 채워져가는 노트를 바라보던 상대의 시선은 이윽고 리라의 얼굴에 꽂힌다. 내리깔린 눈동자는 다가오는 시선과 맞닿지 않는다.
"너 별로 관심 없지?"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뭐. 어차피 사칭일 테니까." "아냐. 이번엔 여태껏 사칭하던 애들이랑 좀 달라. 진로도 안드로이드 공학 쪽이래." "현우 넌 그걸 믿어?" "반반?"
손가락이 종이 위를 스치는 동시에 2차원 스케치가 3차원 현실로 옮겨진다. 리라는 실체화 시킨 팔찌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약간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팔찌 하나, 구슬 팔찌 하나, 큐빅이 둘러진 얇은 금속 팔찌 하나, 참이 줄줄이 달린 사슬 팔찌 하나...
"리라 넌 어떤데?" "흠~ 글쎄. 여태껏 얼굴 없이 활동해온 작가가 갑작스럽게 재학 중인 모교에서 이런 식으로 자기 정체를 밝힌다는 건 좀 이상하게 여겨지네." "뭐,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레이브가 언제까지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지낼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난 오히려 인터뷰 같은 걸로 밝히는 것보다 이쪽이 더 그럴듯해 보이는데. 갑자기 서프라이즈로 딱! 예술가 답잖아?"
팔찌의 구슬을 매만지던 리라의 눈동자가 그제서야 마주 앉은 사람에게 닿는다. 반반이라기엔 꽤나 믿는 것 같은데. 하지만 반대로 리라는 특별히 믿기지도 와닿지도 않았다. 익명을 고수하던 사람이 얼굴을 밝힌다면 그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작품에는 온전히 그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닌 제작한 사람에 대한 평가마저 얽히고 설키며 따라붙기 마련이다. 창작자로서 공인이 된다는 건 그런 거다. 결과물과 그걸 만든 사람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그런 부분을 셀링 포인트로 삼아 작품과 하나 되길 지향하는 예술가가 있는 반면, 작품 자체의 메세지가 순수히 전달되기를 바라서 미디어 노출을 극히 꺼리는 예술가도 존재한다. 리라가 생각하기에 레이브는 후자였고.
"그래서 말인데, 학교 끝나고 미술관 같이 갈래?" "왜?" "왜긴? 걔 말이 진짠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원본을 보고 오는 게 가장 확실하잖아." "음~ 그런가? 얘들아! 현우가 수업 끝나고 미술관 가자는데, 방과후에 시간 되는 사람!" '헉 나!' "어 야 잠ㄲ" '나 나!' "와! 갈 사람 많네! 앗. 근데 어쩌지, 난 선약이 있어서... 다녀온 다음에 어땠는지 알려줘!" "아니 잠깐만" "헉 이동수업!" "야!"
노트와 교과서를 들고 반 밖으로 달려나오면 그제야 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리라는 제 팔목에 주렁주렁 달린 하얀색 팔찌 시안들과, 그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붉은색 실팔찌를 바라보다가 이동 수업 교실로 향했다. 웃기지도 않지. 뒷담화나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고작 공연 한 번 했다고 입 싹 씻고 친한 척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