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아이구, 답레랑 훈련레스 쓰는 사이에 판이 갈렸네 @@ 온 사람들 다들 어서오고, 자러 가능 사람들은 잘자~~>< 철현주 답레 먼저 올라가구 하냐냥 답레는 곧 쓰게써!
situplay>1597046806>927 우리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건가! 와중에 크저씨는 딱 알아차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봄: 아저씨는 그쪽 오해보다는 딴 오해가 더 위험할 수 있었어요^ㅁ^ 제 머릿속에서 양육비도 밀리셨었거든요!(에큥포즈
situplay>1597046806>932 서연주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실은 긴가민가해서 적었어ㅋㅋㅋ 조심해서 나쁠거 없으니 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 봐봐 그거 진짜 찐했어 ㅋㅋㅋㅋㅋ 내가 시트 내리기 언저리였고, 성하제 이전이었을 테니까... 오 찾았다! 짜잔~ situplay>1597039462>536 히히 그거 엄청 보람있는걸! 새봄이는 서형도 철형도 아주 좋아하고 둘이 행복해지면 더 좋아하니 말이지>< 아이구 그치그치 그럼 병나지 ㅠㅠㅠㅠ 지금보다 덜 열심히 달아줘도 최선 이상이지 않을까 싶더라구! 기우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무리하고 있다면 무리하면 안돼!>< 스레 <<<<<<<<<<< 현실사람 서연주의 체력과 기력 이니 말이야!
다시 말해, 상상하고 싶지 않다면 서형이 울기까지한다면... 꿀이 아니라 수르스트뢰밍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니 놈을 이겨 눈물 콧물... 아, 이게 아니지. 이 노래는 또 왜 갑자기 뇌내재생되고 난리야? 머릿속에서 뜬금없이 재생된 대학시절 묵찌빠를 전공한 노래를 황급히 끄려니, 철현의 놀란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새봄은 멋쩍게 헤헤, 하고 웃었다.
"아, 아시는구나. 기숙사 벽 쿠키 반죽 참말 사건. 맞아요! 그 범인이 레벨 1 때의 저랍니다!"
일부러 과장스레 선언하며 브이자를 눈에 가져다 대고 윙크까지 했지만, 그 때 일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내가 그래서 연구원 선생님들이 지지든 볶는 머리를 까든 다 시키는 대로 하잖아~. 등골이 오싹했던 것도 잠시, 철현이 자신의 칭찬에 반응하는 말에 겸손으로 화답하다, 이내 생각이 복잡한 듯 쓴 웃음을 짓자, 새봄은 아차했다. 실수했다. 형이 내 칭찬을 좋게 받아들여주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기 힘든 일도 없지 않은데. 어쩌지? 새봄은 고민 끝에, 그의 감사 인사를 매개 삼아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고마우면 질문 하나만 대답해줘요. 어떤 게 제일 맛있었어요?"
다른 회사들이 형 안 데려가면 제가 회사 세워서 먼저 채갈래요. 라는 말이 입가를 맴돌았으나, 삼켰다. 위로의 의도가 없진 않아도 진심이다. 하지만, 지금 철형에게 필요한 말은 아닐 테니까. 그저 언젠가는 철형이 이 마음의 숙제를 개운하게 끝낼 수 있기를 나 혼자 바라면서, 친한 후배로서 할 수 있는 걸 해주는 거. 그게 최선이겠지.
"아하하, 그건 그래요. 그래서 미리부터 차이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기도 하구요." "그러게요, 쌤 여자도 좋아하시나? 기회되면 한번 여쭤봐야겠어요!" "여쭤보고, 여자는 안 좋아한다, 미자일 때부터 본 사람은 좀 그렇다 하면 깨끗이 접고, 여자도 좋아하고 3년 뒤에 기회 주실 수 있다고 하면 잘 보여보구요." "...그냥 닥돌하고 차이는 길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방법을 떠오르게 해주다니,"
새봄은 말을 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천재...는 형을 긁을 것 같고. 다른 좋은 말 없을까? 새봄은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얕은 삼국지 지식을 헤집다, 고민끝에 씩 웃으며 덧붙였다.
"역시 형은 우리의 장자방이고 제갈공명, 아니 그 이상이에요! 동서고금 온 우주 제일 꾀주머니요."
《연플》 1호: 천혜우&서성운(93판) 통칭 '심해냥이'와 '칠라'(or 설표) / 비고: 알싸한 맛이 일품 2호: 성여로&최이경(100판) 통칭 '여우'와 '학' / 비고: 달달풋풋 귀여움 3호: 이리라&나랑(118판) 통칭 '카나리아'와 '늑대' / 비고: 힐링커플. 정석. 4호: 이혜성&윤금(121판) 통칭 '백호'와 '금냥이' / 비고: 계약연애(인데 감겼죠?) 5호: 동월&류애린(225판) 통칭 '펭귄'과 '토끼' / 비고: 성하제에서 커플 됨. 와장창을 맡고있음 6호: 이청윤&진정하(231판) 통칭 '오목눈이'와 '민트소녀(해달도 있음)' / 비고: 달달풋풋 귀여움2, 저지먼트 앞에서 공개고백, 동거함. 7호: 강철현&김서연(242판) 통칭 '선배'와 '후배'(철형과 서형...!!!) / 비고: 가장 학생다운 연애를 하고있음. 저지먼트(디트 포함) 앞에서 고백함, 말랑하다 얘들아! * 오른손 제외
《우정, 유사가족, 가족》 3학년 동기조: 최은우&서한양&장태진&이혜성&강철현&현태오 / 1~3학년 저지먼트 생활을 함께 한 동기조. 괴이부: 동월&류애린 / 인첨공의 기이한 현상, 괴이 현상을 쫓음. 동거즈: 성여로&최이경&진정하&이청윤 / 여로의 집에서 동거중. 데 마레즈: 현태오&안희야&천혜우 / 인첨공 초창기부터 존재한 연구소 '데 마레'에서 같이 자라다가 헤어진 사이. 유사가족. / 안희야 시트내림(현태오로 변경) - 희야의 정보는 위키에 안희야 치면 나옴 밈미&먐미: 이혜성&현태오 / 오너끼리 밈미먐미 하던 게 캐한테 옮음(...) 번거로운 우정: 서성운&동월 / 18세 동갑내기 남고생즈(선천적 얼간이들급 우당탕탕 스트레인지 출신: 나랑&윤금&류애린&현태오 / 말 그대로 스트레인지 출신. 랑-태오, 금-태오는 서로가 스트레인지 출신인 걸 알지만 이외의 플레이어들은 '본인이 직접 얘기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양아치즈: 현태오&이리라 / 피어싱(+@로 현태오 문신) 탓에 양아치로 몰림 조깅조: 최이경&진정하(추가바람) / 조깅귀신 최이경의 조깅 모임 자경단: 이혜성이 챕터 2를 기점으로 리더로 자리해 창설한 자경단. 현재 시트캐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호오 불균형즈: 서성운&현태오 / 성운의 아버지로 인해 증오를 품은 태오와 그 사실을 깨달음+한 번의 오해로 빚어진 상호 줘팸관계. 앙숙인 듯 아닌 듯한 애매한 관계. 저지먼트도 저 둘 사이 별로구나... 정도는 어렴풋이 알듯.
《번외 - 잘 쓰이지 않지만 알아두면 일단 대화는 되는 밈》 4학구 의학 박물관: 인체의 신비전 나리: 현태오의 '주인 나리'와 크리에이터의 딸이 소유중인 AI 인공지능 'Nari'의 말장난. 어장에서 주로 쓰이는 것은 태오의 주인 나리. 심해눈깔: 데 마레즈의 눈동자를 달리 일컫는 말. 심해눈깔 뜬다고 하면 120% 이쪽이고 전원 한 성깔 해서+캐릭터들 눈 묘사가 원체 그래서 그렇다... 번외편으로 성운이의 외우주눈알이 있음 여로가또, 철현이또: 여로의 블러핑이 또, 철현이의 블러핑이 또 뇌세포: 캡틴의 설정을 잘 터는 탓에 캡틴의 뇌에서 독립을 못 하는 대학원생들을 일컫는 말(?) 다갓배틀: 제 설정을 털어주세요 계친자: 계수에 미친 자. 훈련해라. 돌깎기: 계수가 더럽게 안 깎이는 구간을 일컫는 말. 조수: 미니 이벤트용 npc로, 모카고 캐릭터들이 이벤트에서 고통받는 주 원인. 일상칼: 찔리면 일상 해야 함. 퇴근: 이걸 해야 뭔가 하는데 우리 어장에는 퇴근 발언이 적은 것이 함정. 인첨공 앞바다: 사람을 인첨공 앞바다에 담근 적이 있나요? (은우: 예.) 어푸어풉푸 꼬로록... 두려워 말라, 심해, 크툴루</clr>: 현재 시트 내린 안희야로 파생된 밈. 걍 산치체크 필요할 때 씀. 볶음밥: 이청윤 호출버튼 철커, 광기의 고3, 철현아! 등등 철현을 부르는 모든 호칭: 철현+조커 고3의 광기 그는 신인가 복복: 상대를 일단 쓰다듬어요 봑봑: 거칠게 다뤄주지 오늘 인물났다 뇌: 캡틴을 부르는 말이자 태오주가 가장 좋아하는 것(?) 크크큭: 암부 그림자의 멤버 '진윤태'의 웃음소리에서 파생된 밈. 크크큭. 얄루: 1레스는 혜우주의 것이다.
한양의 입에서 육사시미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새봄의 목소리가 소프라노에서 하이 소프라노로 훌쩍 도약했다. 단언컨데, 고기 중의 고기는 날고기지! 그 쫄깃한 식감, 살짝 피맛이 나면서도 고소하고 감칠맛나는 그 야생의 풍미! 육사시미는 비싸고, 육회도 육사시미만큼은 아니지만 자주 먹긴 가격적으로 좀 부담스러워서 주에 한번 육회비빔밥 먹는 걸로 한을 풀고 있었는데, 육사시미라니! 한양 선배는 천사야! 이건 나도 기억해놔야지, 기억해놨다가 꼭 얻어먹어야지! 입안에 육사시미의 풍미가 감도는 것 같은 착각에 군침을 꿀꺽 삼키다, 아차했다. 아이고, 이거 평범하게 날고기에 미쳐있는 사람으로 보였다면 차라리 다행이었겠는데?
"히히, 그럼요! 뭐, 안 그래도 좀 이상한 이미지 잡히고 있긴 한데, 그래도 시도 때도 안 가리고 드립치고 다니면 안 좋은 곳을 스칠 수도 있으니까요, 히히. 음, 근데 선배들요? 다들 점잖으신 것 같던데! 아, 진ㅎ... 태진선배하고 철현선배는 좀 많이 재밌으시지만요."
생각하다보니, 철형의 천재적인 사고회전과 내 장난에 토끼뜀을 뛰던 진형이 생각나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내가 임무에 진지하지 못한 건 다 저 형들 때문이라니까! 물론 엄청 재밌고 즐거웠지만. 그러고보니, 진형 다친데는 다 나았으려나? ...그건 그렇고, 앞으로 한 일주일 정도는 은우선배 얼굴을 못 쳐다볼 것 같아. 전투중에 공개고백한 사람으로 오해해버렸잖아~!
"네,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것 같아요. 사랑은 연애감정 말고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요. ...아, 듣고 보니. 세은이가 알면 은우 선배 1초마다 놀림받았겠어요."
세은이는 유독 은우선배한테 장난과 츤츤이 아주 매콤하단 말이지... 그래도 별 탈 없거나 있어도 가족끼리 무마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아유, 그럼요!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되죠. 아웃팅이잖아요. 아까 짝남 아니었냐고 한 것도... 솔직히 아닌 것 같아서 무심코 튀어나온 거에 가깝긴 한데, 더 조심해야죠. 제가 오해한 거라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이니까요. 히히"
아, 그래도 한양선배 이야기하기 재밌으신 분이네, 그리고 육사시미 사 주신다는 천사고! 부부장 선배랑 면담, 이라고 생각하니까 괜히 긴장했는데, 어쩌다보니 면담이 아니라 만담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헐? 한시간 넘게 지났네? 새봄은 시계를 한번 쳐다봤다가 눈이 동그래져서는 한양을 다시 바라보았다.
>>17 새봄주 ...크리에이터 이미지가 새봄이한테 최악이었네요 @ㅁ@;;;; 정정 안 하고 다시 마주했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저도 찾았어요 새봄이가 오해해 버린 게 무리는 아니겠더라고요 ㅎㅎㅎㅎㅎㅎ 선배랑 서연이 응원도 감사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잘 조절해 볼게요 ^^
>>19 한양주 양심처럼 방사선도 분해 가능하면 플레어 때 도움이 될 텐데요... (◀어이어이)
>>48 태오주 ^^;;;;;;;;;; 태오 선배는 2명 나오는 걸론 안 되겠네요. 비슷한 분위기로 3명 나오는 픽크루가 있어야 구현 가능일까요?
>>21 우리캡 새봄: 아저씨, 그치만 들어보세요. 지금은 협박 당하셔서 그런 거라는 거 알지만, 당시에는 제 눈엔 아저씨가 사모님이랑 따님이 위험하다는 걸 아시는데도 미자 하나 납치해서 고등학생들이랑 실랑이 벌이면서 미적거리는 걸로밖에 안 보였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사모님과 따님을 안 사랑하는 걸로 보였죠! ...내친김에 궁금한건데, 나쁜놈들이 우리랑 미적거리라고 시켰어요? 왜 시킨 거래요?(따다다다다
>>26 >>46 우후~~~~ 커플이다 커플~~~~(새봄이 대신 얼레리꼴레리
근데 서연이가 먹여준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봄: 역시 서형, 이 동생보다 한수 앞서가네요!(Tmi: 새봄이가 철현이보고 서연이에게 달다구리 아~하고 먹여주라고 함)
>>39 와중에 보라남매가 저러코롬 사이좋게 파르페를 노나먹다니 새봄: 왜 이렇게 폭풍전야같ㅈ...
이곳은 제 2학구의 스트레인지 구역입니다. 물론 2학구는 나름 관리되는 학구이기에 스트레인지 구역이 그렇게 넓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외되는 공간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그곳을 가면을 쓰고 있는 2인조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옷깃에는 날개 모양 뱃지가 달려있었습니다. 허나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스킬아웃으로 추정되는 집단이 나타났습니다.
붉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가면을 쓴 이가 그들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딱딱한 기계음이 그 공간에 흘러나왔습니다.
"리버티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 이들이 너희들이야? 근데 전혀 환영해주는 분위기가 아닌데?"
"핫! 누가 리버티에 참여를 해? 미쳤다고 그런 위험한 곳에 가입을 하냐? 응?"
"그럼 왜 굳이 그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낸거지? 동료가 되고 싶으니까 여기까지 와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등신아. 당연히 너희를 유인하기 위해서지! 너희들을 잡으면 돈이 꽤 될 것 같거든. 현상금이라던가 말이야. 아주 대놓고 인첨공에 반기를 들었으니, 너희를 잡고 싶어서 환장할 거 아니야. 안 그래?"
"...너무나 예상대로라서 할 말이 없어."
이내 파란색 머리카락을 지닌 가면을 쓴 이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물론 그 한숨소리마저 기계음으로 딱딱하게 들려왔습니다. 이어 그 자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얼핏 봐도 그 수는 20명 이상. 아무래도 이 스트레인지에서 나름 세력이 큰 스킬아웃 집단인 모양입니다.
"예상?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센 척이라도 하려는거냐? 걍 얌전하게 붙잡히시지? 너희들을 붙잡아서 팔아넘기면 돈도 돈이지만... 혹시 알아? 나름대로 대우해줄지? 지금 같은 스킬아웃의 삶에서 벗어나서..."
"...스킵할게. 너희들의 말 들어줄 시간 생각 없어."
이어 파란머리가 가만히 손을 앞으로 내민 후에 탁 신호를 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 둘을 향해서 레이저가 떨어졌습니다. 꽤나 굵은 것이 파괴력이 꽤 될법한 레이저였습니다. 이어 붉은 머리가 손을 위로 올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레이저는 여기저기로 분산되어 그 근방을 말 그대로 싹 쓸어버렸습니다. 강한 폭발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검은 연기가 모든 것을 뒤덮었습니다.
연기가 걷히자 보이는 것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집단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야 할 정도로 부상이 깊은 이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쓸어버리려고 온 거야." "우리들을 잡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하라는 의미로 말이지."
파란머리와 빨간머리는 그렇게 조용히 각각 한마디씩 남기고 뒤로 돌아 천천히 그 구역을 벗어났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들은 뒤를 돌아보는 일 없이 조용히 자신들의 모습을 감췄습니다.
>>51 서연주 히히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서 오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지 뭐야! 그러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공사 구분 하느라고 감정조절은 하려고 할텐데 엄청나게 노려봤을지도! 그치그치!! 그때 은우 완전 절절했다니까~~>< 물론 연애감정만 절절하리란 법은 없긴한데 망상회로가 또 ㅋㅋㅋㅋ 그건 그렇고 별말씀을! 기우인데도 좋게 봐줘서 나야말로 고맙지>< 사실 오래전부터, 서연이는 이미 명실상부하게 서연이 서사의 주인공이라는 걸 느끼면서 보고 있어! 베리 굿이야><
>>0 "후후후... 이번엔 아무도 뺏지 못할 검다..." [고작 키링 하나 때문에 그럴줄은 몰랐거든...] "고작이라녀! 즈한텐 소중한거지 말임다!" [당사자 합의 없이 만들어낸 굿즈가?] "...슨배임이라믄 그정도는 쿨하게 넘어가주실 검다." [대체 어디서 오는 배짱이래...]
투명한 방호재질의 캡슐로 이중삼중 둘러싼 안에는 익숙한 모양의 인물이 캐릭터화 된 키링이 있었고 그 캡슐 하나하나는 제각기 다른 암호체계로 이루어져있다... 라는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확실히 그녀 고유의 알고리즘으로 짜두었으니 어지간해선 열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불안했던 것인지 수시로 암호를 바꾸며 확인하고 있었을까?
[그나저나 기왕 만든거면 본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게 맞는 일이라 생각하거든?] "그치만... 또 누가 뺏어가면 어캐여..." [오레오 말곤 그거 물어뜯을만한 생물은 없다고 생각하거든...] "훈련하다가 더미가 뺏을 수도 있잖아여!" [...그건 생물이 아니라고 태클을 걸어야 할지, 더미가 그걸 탐낼리가 없다고 태클을 걸어야 할지 고민이거든...] "역시 유라는 더미 감수성이 부족함다..." [차라리 신스라도 데려오지 그래?] "인첨공이라믄 한 4세대쯤에 해당하는 모델정도는 있지 않을까여?" [그거야 난 모르거든...]
여학생은 캡슐을 쓰다듬으며 헤실거리고 있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다가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눈을 두어번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52 >>59 새봄주 앗 아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연이로 선배한테 한번 먹여 보고 싶어서 저렇게 만들긴 했는데 그 레스 감안해서 반대로 만들걸 그랬나 봐요 ^^;;; 그러게요. 생각해 보니 연애 감정만 절절하라는 법은 없는데 저도 새봄이 레스 보면서 그 레스 다시 읽으니 망상회로가 뻗치더라고요(먼눈) 아아 그때 못다말에서 언급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 덕분에 서연이 방향성 잡는 데 참고가 많이 됐어요!!!! 서연이나 저나 새봄이랑 새봄주한테 신세를 많이 졌네요 ^^;;;;
>>53 >>66 캡 리버티를 잡으려다 역으로 잡히고 만 스킬아웃들이네요 가면 쓰고 음성 변조도 했으면 파란머리 빨간머리가 가발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능력은 영희랑 비슷하게 포톤 레이저이려나요? 고양이 얼굴 케이크면 캡.......... 그, 얼굴을 잘라먹는 호러 케이크가 되어요오오오오오 989ㅁ898 (머리 싸쥠)
>>56 >>58 동월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콩달콩해요 게다가 토끼 찬조출연까지!!! 잘 어울려요 >< 그 와중에 월이의 천적(???) 오레오는 따로 출연했네요ㅎㅎㅎㅎㅎ
>>60 태오주 @ㅁ@.........(엄지척) 그림도 잘 그리시는 분들은 이런 점이 좋네요
>>61 점례주 어서오세요오오오 이번엔 키링 절대 사수하는 점례가 풋풋상큼하네요~~~ >< 근데 암호 까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ㅁ@;;;;;
>>63 리라주 레시피를 알려 주면 못 따라하지는 않지만 아는 레시피가 없다시피 한 수준...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6^^;;;;;;;;; 근데 크리에이터와 디스트로이어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스트로이어는 음쓰(???)에다가 뭘 넣고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8 @수경주 앗 바쁘신 중에 와주셨네요!!! 그럼 수경이 모습은 부실에 안 보인다고 봐도 되나요?
우와.. 사실 날고기는 호불호가 있어서 혹시 안 좋아하나 생각했었는데, 극호여서 다행이다.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아서 다행이야. 이번에는 양은 적당한 걸로 알아봐야겠다. 저번에 정하랑 피자를 먹었을 때는 너무 커서 남겨버렸던 기억이 나버렸어. 사실 아무리 레벨 5이어도, 이거는 좀 아까웠단 말이야. 아흑.. 그때 조금이라도 더 먹을 걸.. 괜히 입 짧다고 사렸어..
" 3학년들은 비교적 점잖은 편에 속하죠! 제가 3학년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고요.. 절대 그런 건 아니고.. 음.. 걔네들 재밌긴 재밌죠. 재밌긴 재밌어.. "
또 말끝을 흐려버리는 서한양. 역시 선배들이 보는 3학년과 동기가 보는 3학년은 다르다는 건가. 하긴.. 후배들의 시선에서는 걔네들은 좀 더 다가가기 편하겠네. 반면.. 나도 느끼고 있는 거지만, 후배들이 처음에 나를 대할 때 은근히 어려워하는 걸 느끼고 있어. 음.. 왜지.. 최대한 편하게 해줬다고 생각했었는데.
" 걔가 알면 정말.. 아, 차라리 말해보는 게 어떨까요? "
한양은 재밌는 생각이 난 듯, 손가락으로 턱을 짚으며 머리 위에는 전구모양의 말풍선이 떠올랐다. 아무리 세상이 흉흉해졌어도, 역시 이런 거는 못 참지. 아니면 애써 이런 생각이라도 해서 현실을 외면하려 하는 것일 수도.
" 엇. 이렇게 얘기하니깐 한 시간이 지났네요. 괜찮아요! 시간을 뺏은 건 아니니깐. 그런데 이제 강아지들 산책시킬 시간이긴 하네. "
바라여 들은 진실이었으나 그것은 너무나 잔혹했다. 어릴 적 순화하여 들려준 동화의 원전을 내 손으로 열어 알아버린 충격, 그 이상이었다.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 또한 나를 바라본다 하였던가.
그저 알고 넘어가기에는, 그로 인해 흘려버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긴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들이부은 것들이 사라진 것이 아닌, 단지 그 위에 덮개를 덮어두었을 뿐이었으니.
다시금 뻗어나온 검푸른 손길이 내 눈을 가리고 내 귀에 소곤거렸다. 드디어 이 심중해를 풀어놓을 때가 왔노라고. 유혹적인 냉기의 속삭임에 손끝부터 얼어들어가는 듯 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저 소리에 나를 맡기면 그러면 정말로 좋을 것 같은데.
새까맣게 물들어가는 나를, 익숙한 부름이 붙잡았다. 검은 동공만 남은 것 같은 눈이 도륵 굴러 태오의 눈과 시선을 맞추었다.
내가 있어서 포기하지 않았다며 나까지 그들과 같아지지 않길 바란다며 나를 생각하는 이도, 그렇지 않겠냐며
"...그, 렇지만."
감각이 멀어지던 손을 태오의 손이 잡아 그의 뺨에 얹자, 흐르는 물기가 손가락 사이로 굴렀다. 미약한 온기였으나 그것만으로도 한기가 스르르 물러났다. 검어진 눈동자에 푸른 빛이 빙글 일렁였다.
그만큼 왈칵 차오른 감정이 더 굵은 눈물 되어 흐르고 걸러지지 못 한 말 되어 흘러나왔다.
"그치만, 그렇다고 아픈 일이 없는 건 아니잖아. 원하지도 않은 미움 받는 거, 좋은 일 아니잖아. 나 그거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맞는 것보다, 그런 시선 받는 거, 누가 나를 그렇게 보는 거, 그게 더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 안단 말야. 그런데, 그런데도 돌아가려고 하잖아. 그러니까, 나 이제 아무 것도 못 하는 거, 싫어..."
설령 태오가 그것들 다 쳐낼 능력을 이제는 가졌더라도 그 사람까지 쳐낼 수 있을까? 결국 제일 큰 문제는 그 사람이잖아?
"그 사람, 형님, 그 옆에 있으면, 태오 계속 아픈 거 잖아. 나, 나 그런 것도 모르고, 그랬는데, 어떡해, 그 사람, 계속 태오 옆에 있으면..."
훌쩍, 섞이기 시작한 작은 울음 탓에 말이 드문드문 해졌지만 말보다 더 진실한 심중은 그대로 태오에게 향했다. 아무리 괜찮다 해도 마음 놓을 수 없는 환경에 대한 걱정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붉은 눈에 대한 불신과 미움, 원망 그리고 자책이 엉망으로 뒤섞여 아이 같은 울음에 섞여들었다.
그리고 새봄이는 크저씨가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면 사식을 닭둘기털로 만들 계락을 꾸미고(두둥
>>80 서연주 에이 둘 다 구현하면 되지 픽크루로든 일상으로든~ (낄낄낄 그치그치! ㅋㅋㅋㅋㅋㅋ 보통 절절한 게 아니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봄: 비엘물 잘 안보는대도 그랬다니까요! 헉, 그거... 내가 더 고마운걸! 그냥 오지랖 부린건데도 도움이 됐다고 해주다니 ㅠㅠㅠ 에이, 나야 말만 조금 얹었고 서연이랑 서연주가 다했지! 새봄이가 치대고 존경해 마지않는 서형은 서연주 머릿속에서 나온거니깐 말야><
>>83 리라주 새봄: 으아앙 정인쌤ㅠㅠㅠ(정인쌤 등 뒤로 숨음)(속마음: 사실 쳐다봐도 레시피가 오염되거나 하진 않지만 용기있는 자가 짝인간을 쟁취하는 법!) 저건 식문화에 대한 모독이에요 ㅠㅠㅠㅠㅠㅠㅠ(찡찡)
안데르: 애초에 저는 요리에는 손을 대지 않는답니다... 수경주: 의외로 요리연습 했던 경험 있어서.. 특정 음식은 나쁘지 않을지도. 수경주: 별거 아니지만 범인....이 아니라 범연구소는 2학구 대체식량 연구소가 아니었을까. 케이스: 그런곳의 음식을 끓여봤자 저게 최선 아니었을까요~
모처럼 교내 미화 활동만 마치고(정식 부원이 되기 전엔 걸핏하면 진상 보게 된다고 불평했는데 몇 번 출동해 보니 이게 꿀보직이었단 걸 알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부실로 돌아온 서연이었다. 근데 제 자리에 웬 봉투가 놓여 있다?
" ? "
열어 보니 갈비 뷔페와 디저트 뷔페를 모두 갈 수 있는 예약권이다.
" ????? "
뷔페 두 군데를 갈 수 있는 예약권이면 장당 10만 원은 거뜬히 넘기지 않나? 이게 왜 내 자리에 있대??!! 어리둥절해서 보니 쪽지가 있다. 식사는 감사...... 수경이구나!! 그대로 머리를 싸쥐고 만 서연이었다. 그건 합쳐서 11만 원 안 나왔는데 이건 한 장당 10만 원 넘잖아............. 이런 식의 출혈이 계속되면 받아 버린 돈 갚기가 불가능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간 가랑이 찢어진다고오오오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파산각이야!!!!!!
그냥 철판 깔고 받아 버려? 솔직히 고민됐다. 선배랑 가고도 싶으니. 하지만... 내가 갚을 수 있는 이상을 꿀꺽하자니 영 양심통이 온다. 이 예약권을 나 좋을 대로 써 버리는 건 떳떳하지 못한 일 같아. 그렇다고 돌려주면 안 받을 테고. 수경이 자리에 둔대도 소용없을 거 같다. 끄아으아... 머리 터지겠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리라의 보고서가 사실이고, 로벨이 수경이를 조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니, 수경이한테 더 개입했다간 리라가 끌려갔던 거기 갇힐지도 모르잖아. 나 이미 로벨이란 암부 수박한테 찍혔을지도 모른다고오오오. 자신의 능력으로는 로벨에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기에 저지먼트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는 한 수경과는 거리를 두고픈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무튼 정리해 보자. 이걸 덥썩 받는 건 양심 창렬이야. 근데 돌려줄 방도는 마땅찮아. 다른 방도를 찾아야 돼. 근데 수경이한테 섣불리 접근했다간 내가 어디로 끌려갈지 몰라.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나 하자. 다른 의미로 철판 깔고 수경이한테 삐대기. 운이 좋으면 그 시간 동안이라도 수경이가 암부 수박 생각은 내려놓을 수 있을지도...? 암부에서 벗어나게는 못 하니 암부와 상관없는 일상적인 일이라도 할 기회를 마련해 봐야지. 저번에 들으니 초밥집도 처음이었던 모양이니까, 이거저거 되는대로 해 보자고. 고로 오늘 커리큘럼은 째야겠다. 서연은 연구원에게 못 가게 됐다고 연락한 뒤, 부실에 구비된 이어셋 등의 통신 장치와 위치 추적 장치를 착용했다. 이러면 만에 하나 이상한 데 끌려가더라도 추적이 가능하겠지.
그런 다음
[ 저기 저기 수경아 수경아 ]> 김서연 [ 고마우면 있잖아 ]> 김서연 [ 나 부탁 더 해도 될까? ]> 김서연 [ 화장품 좀 같이 골라 주라아아아아 ]> 김서연 [ 내가 화장알못이라~~~ ]> 김서연 [ 어떻게 해야 예뻐 보일지 모르겠어!!!! ]> 김서연 [ 지금 사러 갈 거거든!! ☆☆☆☆몰에서 기다릴게!! ]> 김서연
...거짓말은 아니다, 화장품을 살 계획은 없었다만;;;;
/일단은 서연이가 할 법한 걸 던져 보고 자러 갑니다아아아~~~ 일상으로 돌리든 썰풀이로 마무리하든은 수경주 편하신 대로 해 주세요오오오>< (침몰)
"전부 청산할 수 있으면 다행인 일이에요." 수경은 그냥 받은 다음 감사했다는 말만으로도 만족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는 사실을 몰랐지요. 수경은 그 메세지를 받고.. 한참을 고민했을 거에요.
하지만 서연이 간과한 게 있었으니. 수경은 본인 거는 어찌저찌 알아도, 타인의 화장은 젬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고보니까 레벨5의 텔레포트능력자는 화장품도 싹 이동시켜서 세안을 가볍게 할수 있도록 하는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수경은 자신 옆의 케이스를 바라봅니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편이니까요. 일종의 수집 겸 테스트를 해보며 타인에게 실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혹시... 그런 걸 잘 아는 분이랑.. 가도 될까요..?] 이게 될 지 안 될지 모르겠어서, 수경은 조마조마하게 메세지를 보내려 합니다. 만일 허락한다면 수경은 어색하게 서연을 찾아서 그 몰로 향했을 것이고. 수경의 뒤쪽에서 케이스가 살짝 낯을 가리는 것처럼 빼꼼히 서연을 쳐다보려고 하는 것 같네요.
"...알고 있어. 테러라는 것도,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고 죽을 것도. 더 나아가 절대 옳은 행동이 아니란 것도." "...그래서 뭐?" "...내 어머니는 물론이고 언니까지 뺏어간 그 녀석들도, 인첨공도 어떻게 되던지 내가 알바 아니야." "...먼저 방아쇠를 당긴 것은 그 자식들인데 언제까지 총알을 계속 맞아줘야 해?" "...방해할거면 해." "...이제와서 이해해줄 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해받아도 웃길 뿐이니까."
기실 희야는 태오가 연관되었음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태오가 자신과 비슷한 곳에 몸을 담았고, 모종의 관계가 있어 지척에 존재함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 뿐이다. 두 사람은 제단에 친 발을 통해 그림자로만 대화하고, 안드로이드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으나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변성기가 지나 앳되던 목소리가 사라졌어도, 키와 머리가 자라 그림자에 비치는 모습이 다르다 해도. 한쪽이 어렴풋이 추측하던 두 존재는, 서로 달라도 같은 꿈을 꾸었다. 당신 만큼은 이 어둠 속에 발 담그지 못하게 하자. 언젠가 누군가 이 그림자 밖으로 나오면 그럴 수 없게 지켜주자. 암묵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묵인하는 것을 조건으로 거래한 목표였다.
"오빠 보고 얘기해야지. 옳지."
태오는 나지막이 당신을 어르고 달랬다. 눈앞이 뿌옇다 돌아오길 반복하고, 눈꼬리를 따라 굵은 물줄기가 흐르는 이 상황을 아직 뇌가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단지 지금은 당신의 눈물 그치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이 들었으니, 시선을 정확히 마주하며 자신 또한 온기 남았음을 각인시키고자 했다.
"……."
혜우야, 나의 삶은 거학에 드리운 쪽배 하나에 의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명이라는 주어진 해로를 벗어나고자 내 넋이 아무리 노를 저어도 운이라는 너울이 나를 휩쓸어 다시금 정해진 길로, 주어진 섬으로 도달하게끔 해. 나는 그 섬이 결국 편하다 느끼게 되어 안배된 곳에 몸 뉘길 바라고, 그 과정의 폭풍우와 망망대해 나 홀로 있음의 자각이 이젠 두렵지 않아. 익숙하니까. 결국 내 고통은 어디에 있든 변하지 않겠지만, 시선은 여전하겠지만 익숙하게 받들 수 있는 곳이, 내게 가장 낫지 않겠니. 혀는 돌덩이를 얹은 듯 묵직하고, 타고 나오지 못하는 말은 당신의 마지막 문장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못 하는 건 싫다. 당신은 한때 무력했기에, 잃었기에. 어리석게도 두 존재는 지키고자 하여 당신의 의견을 묵살하였기에.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을 거야…."
다만 당신의 손 더럽히는 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고, 부정하던 것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는 것정도는 말할 수 있었다. 걱정과 불신, 미움, 원망, 자책……. 당신이 목을 놓듯 울지 태오는 괜찮다는 듯 뺨에 댔던 손을 천천히 떼며, 상반신을 일으키고자 했다. 원망스레 멱살 잡고자 제 위에 올라탔던 당신을 이젠 달래주듯 품에 안아 다독이려는 손짓과 함께 태오는 고개를 푹 숙였다.
"혜우야, 나는 형님이 원망스러워요. 증오스럽고… 역겹지요. 그 사람이…… 내가 누군지를 일깨웠기 때문에, 내가 빛 속에 섞이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하고, 희야와 나를 동시에 밀어 떨어뜨린 뒤 그림자 속에 가두었기에……. 이따금 내 삶을 그 꼴로 만든 주제에 내 옆에 누워 잠을 청할 적이면 목을 조르고 싶었고, 여러 번 그 사람을 속내로 죽였지요. 그럴 때마다…… 그 사람에게 느끼던 격렬한 감정을 나 자신에게도 느껴요. 동시에…… 나를 여기로 끌어내리고, 깨닫게 했다는 점에……."
태오는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감사와 안도를 느껴요."
"혜우야, 오빠가…… 그 사람을…… 마음에 담았어요."
아프지 않을 것이라 하였던 연유는.
"나를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나의 이해자이기 때문에…… 내가 떨어져도 같이 떨어져줄 것임을 아니까, 이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그 사람이 내 시선을 대신 받아줄 테니까……. 형님은 나를 곁에 둔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겠지요."
그녀가 마주할 때 나름 모습을 바꾸려고 한(머리카락이나 렌즈나.. 옷차림도 좀 화사하게 한다거나..) 수경을 보고 히스테릭 부리면서 이런 꼴로 나타나면 내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줄알았냐 널 보고도(중략) 웃기지마라고 했을 때 한번 용기내서 말했다가 그야말로 눈뒤집히셨던 장면이긴 하네요.
오늘은 모의고사가 있었다. 전엔 모의고사 날은 얼른 찍고 자자고 좋아했다만, 선배한테 성적 얘기하며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았더니 한 문제라도 더 잘 찍고 싶어졌다. 사이코메트리로 정답을 알 수 있을까? 문제 만들 때 정답 오답 정했을 거 아냐! 이건 컨닝도 아니라고!! 그래서 사이코메트리를 써 봤더니, 웬 공장 같은 데서 시험지를 잔뜩 인쇄하고 여러 학교로 운반되는 과정만 잔뜩 나오더라. 아니, 이거 말고 잉크에 적힌 이 문제들을 내는 과정을 보여 달라구!! 글씨들을 짚으며 사이코메트리를 써 봤으나 이번에 나오는 건 잉크에 관한 정보들. 어, 그래. 친환경 잉크구나;;;;;; 수박! 이번 성적도 안 봐도 뻔하다...
오늘의 일기 끗!!
/ 훈련만 달고 현생으로 침몰합니다아아아아~~ (꼬르르륵) situplay>1597046866>154 @수경주 일상이 된 거 같은데요 답레(???)는 저녁에 달아 볼게요오오오
위에서 저렇게 호쾌하게 말하긴 했지만, .dice 12 48. = 17 시간 정도 지났으면 좀 그렇다.
미완성이라 해도 하나된 고독의 재생력과 의외의 의지와 끈기는 영희도 놀랄만큼 강했던 것이였다. 물론, 그것이 뽐어대는 독물과 독가스, 마구잡이로 사지(?)를 휘둘러대면서 흩뿌리는 괴이 때들도 만만치 않았다.
영희는 머리에서 흐르는 땀을 대충 닦았다. 현재 상태는 잠시 고착 상태. 영희가 하나된 고독의 "인간 부분"을 전부 강제로 몸통 부위 에다 마구 쑤셔 넣고(급하게 하느라 팔을 목에다 끼워 버렸다.) 그 위에다 "괴이 부분"을 흠씬 두들겨 패 반죽(?)을한 다음 포톤 레이저로 지져서 거대한 괴이 함박 스테이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수복하고 있었다는게 문제지.
"맛없을것 같구먼."
내가 내가 만든 요리를(???)를 맛없다 할 줄이야. 영희는 한숨을 푹 셨다. 오랜만에 하드한 훈련 이였다.
괴이의 자칭 빨간 악마 사냥 계획대로 영희는 지쳐가고 있었다. 혹시 몰라 많이 가져온 전기 렌턴들도 이제 베터리가 다 나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재생력이야.'
다른것들은 셀프 세X코를 하면서 몇번이나 봤던것을 좀(많이)강화한것에서 그쳤다. 다만 이 재생력 만큼은 가히 초월적이라 봐도 되었다. 재생력만 따지자면 레벨 4는 거뜬히 해먹을 기세였다. 포톤 레이저를 지져버리면, 고열을 가하면 그리스 신화쪽 히드라 마냥 재생력이 느려진다는건 일치감치 파악이 되었지만....아무래도 위력, 즉 "열"이 레벨 2 수준에서는 부족하다.
물론 포톤 스트림 처럼 레이저 여러개를 "겹친" 후에 한곳에 집중해서 거대한 레이저를 만들수 있기는 하지만, 그런짓을 하기에는 처음 부터 들고온 광원들이 부족했고, 할수 있을 터여도 피해 결과만 흉내낼 뿐이지 근본적인 파워는 그대로이다. 포톤 스트림은 여러 레이저를 "겹쳐"서 "집중"해서 쏘는 것이지, 실상은 하나의 거대한 레이저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레이저 처럼 "보이는" 6-12개의 레이저다.
1+1은 2이지, 3이나 4가 되는것이 아니니까.
산에서 무리하게 혹사시킨 자전거의 바퀴와 핸들이 삐끄덕 거리기 시작한것이 였다. 그렇다면?
'1+1은 2. 결코 3이나 4가 될수 없다. 그렇다면 기존의 1을 2로 이끌어내는 수밖에!'
하지만 어떻게? 물론 여기 오기 전에 일종의 실마리가 보인긴 했다만...1은 갑자기 2가 될수는 없다. 전에 했던 레이저 2개를 같은 죄표에서 쏘는 것도 영 시원치 않았으니까.
별안간 갑자기, 영희의 본능에 뭔가 스쳐지나갔다.
'레이저를 방출하는 단계 "전" 에서...?'
1+1이란 수식을 구현하기 전에 미리해버린다면? 그렇다면 허공에서 1을 2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이마를 짚으며 웃는다. 절대 정상인이라고 볼 수 없는 이들이 모여서 이렇게 세상을 구하다니..아이러니하다.
"제일 맛있었던거?" "이거"
철현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적당히 달고 과일이 맛있네."
케이크를 입안 가득 넣고 먹다가 목이 막히면 커피로 넘긴다. 생크림이 입가에 묻자 대충 혀로 흝어버린다.
"너 정도의 능력이면 요리도 할 수 있을 텐데 아쉽네."
값 싼 식재료들, 예를 들어 중국산 싸구려 빵을 가지고 고급 케이크나 밀푀유등으로 바꾸어 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을 칭찬하는 새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시선은 먹을 것에 가있다. 아무래도 맛있는 것 같았다.
쿠키슈 하나를 잡아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바삭한 쿠키와 부드러운 크림이 잘 어울어졌다. 이런! 크림이 너무 많이 들어있었는 지 씹자마자 헤이즐넛 크림이 옷에 떨어졌다. 입안의 쿠키슈를 모두 삼킨 후 옷에 묻을 크림을 손가락으로 대강 흝어 혀로 훔친다. 쿠키슈를 기존에 베어 물었던 방향과 수직으로 향하게 든 뒤 크림을 빨아들이며 한입 한입 쿠키슈를 크게 베어문다. 두 입만에 쿠키슈 하나를 해치운다.
입가에 크림이 많이 묻자 휴지로 닦아 버린다.
다시 달아진 입을 홍차로 쓴 맛으로 바꾸고 에클레어를 들고 먹는다. 에클레어는 쿠키슈보다 먹기 편했다. 한입 한입 베어 물며 크림과 슈를 즐긴다.
티라미슈를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쌉사름한 커피맛과 달콤하고 꾸덕한 크림치즈, 빵이 잘 어울린다. 특히 크림치즈가 굉장히 훌륭했다.
밀푀유도 맛있었다. 크림이 부드럽고 달콤한 것은 당연하고 파이가 달콤하고 바삭한게 정말 잘 어울렸다.
입가의 크림과 빵가루가 묻자 혀로 닦아내고 휴지로 마무리한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혈당 올라 죽을 것 같긴 한데 손이 멈추지 않는다.
>>299 음. 나 전역하려고 하는데, 부대에서 나 전역 전까지 헬보직에서 일하자고 계속 말해서 말이지. 군생활 오래 하겠다는 애들은 계속 편한 것만 시키고 성과금도 잘 주면서, 나한테는 계속 겸직도 시키고 성과금도 개짜게 주면서 전역 전까지 굴리려고 해. 소위 때부터 내 계급이 하면 죽어나가는 보직부터 주면서 굴리더니, 계속 군대에 남겠다는 애들은 세게 굴리면 런치니깐 어차피 전역할 나만 뽑아먹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여서 개역겹더라.
>>308 엑 이게 뭐시여 어차피 나갈 거니까 나가기 전까지 혹사시키는거야???? 심지어 최근부터 그런것도 아니고 옛날부터 계속...?
겸직도 시키고 성과금도 개짜게 주면서<<이거진심개큰분노포인트 이게뭐지..........🫠 완전 화나는데? 계속 있을 사람 아니면 챙겨줄 필요 없다 이건가... 보통 갈 사람한테 그렇게... 일을 몰아서 시켜...????? 크아악 금연 풀릴 뻔한 거 완전 이해되네😒 거 윗분들? 그렇게살지마세요 굴리면 굴리는 대로 돈이라도 잘 주던가 이게무슨경우?????
🥺🥺 진찌 머리아팠겠다 전역 언제쯤 해?? 하냐냥의 빠르고 편안한 전역을 응원합니다 잔뜩복복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홀로 어찌 견뎌왔을까. 심중의 소리는 울음소리에 섞여 뇌를 헤집어 들어오고, 무력함에 몸서리치는 감정이 척수를 타고 흘렀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렇게 울고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금수가 사람을 어떻게 어르고 달래겠냐마는, 지금은 인두겁 뒤집어쓰고 당신의 곁에 인간으로 남아있고자 했다.
"그러니까 괜찮아, 괜찮아……."
아프지 않다. 이 가죽이 벗겨져도 괜찮을 것이다. 야멸찬 시선으로 비늘을 헤집고 화살을 쏘며 칼을 쑤셔 박아도 괜찮다. 언젠가 당신이 역린을 뽑아 가장 여린 살에 직접 비수를 꽂는 순간이 와도. 태오는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실로 괜찮았기에, 견딜 수 있기에, 떨어지더라도 원수 같은 자 붙들어 같이 떨어질 수 있기에. 업화 정도는 감당할 악인이자, 업화를 위해 달릴 악인이기에. 또한 약조하니, 태오는 등을 느릿하게 다독였다. 죽기 전까지는 내 떠나지 아니하리라.
"응. 두고 가지 않아요."
하여 태오는 삶을 위해 끝없이 욕망하고자 했다. 더는 숨지 않는다. 보고 싶다고 하면 굴 밖을 기어 나올 것이고, 언제라도 주변을 도사리며 먼저 모습을 드러내리라. 이제 태오에게는 목에 자의로 달았던 목줄도, 승환이 묶어둔 쇠사슬도 없다. 7평 남짓한 둥지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고위직에게 선물한 안드로이드로 주변을 감시하며 정보를 긁어모으며 방관하기만 하는 처지가 아니다. 언제라도 자유로이 나설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힘과 직위가 있었다.
"……아프지 않아, 편안해… 편안하기 그지없어."
……사근사근 속삭이지만 그 속에 어린 감정을 당신이 모를 리 없다. 일전 목을 조르고 싶고 역겹기까지 하다며 증오로 잘 포장하려 들었지만, 또한 애정의 의미를 담은 듯 스스로에게 반문했으나 이는 애정이라기엔 그 단어가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그 범위가 보편적인 사랑인지를 재고해야 했다. 시선은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틀려 끔찍하기 그지없다. 악의, 증오, 외경, 동정, 애정, 소유욕, 사랑, 탐욕……. 이 모든 것이 한데 섞인 것을 과연 긍정적이고 좋은 단어로 표할 수 있을까.
"한결 선생님은……."
나를 이해하셔. 하고 짧은 말과 함께 태오는 침묵했으나 눈에 일렁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 수 있었다. 직전 서휘에게 가진 것 드러낸 것보다는 덜하지만 앙큼하게도 이 사람도 내 것이구나. 하는 욕심이 비죽 튀어나오니 표정 저도 모르게 유순해진 탓이었다. 정확히는 제 신자 바라보는 영물에 가까우니 결국 한 손에 각각 형제 쥐어버렸음은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떠나지 않아. 하지만…."
그리고 뺨 맞댔을 때, 태오는 눈을 감았다. 그제야 자신이 우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 우윽, 하고 눈물 꾹 삼키는 소리와 함께 가늘게 떨고는 맞댄 뺨에서 고개 움직이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어째서야…?"
후드득, 다시금 눈물이 쏟아졌다. 갑작스럽게, 현실성이 모조리 사라져버린 듯했다. 제 과거와 감정 모조리 쏟아냈음에도 당신은 노성만 내질렀지 돌아서지 않은 탓이다. 어째서? 어째서 떠나지 말라 하는 거지?
"나는…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벌일 건데……. 다시 암부로 돌아갈 건데, 네 앞에서, 추악한 감정을 보였는데. 내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네가 떠날 이유는 충분한데."
이제야 이성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머리가 의문을 한 번 품자 다시금 두려움이 덜컥 치솟고, 작은 친절에도 익숙하지 않은 몸은 당신의 온기에 확신을 얻으라며 충동질한다. 태오는 숨을 가다듬다 내뱉듯이 실토했다.
>>308 에구야 하냐냥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 (뽀담) 아무래도 요즘엔 제대로 된 대우를 안 해준다고들 하니까...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데 그 지탱이 당연한 줄 아는 사람들이 참으로 미웁구나...😔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전역하면 마음 편히 살자구(도담도담) 리라링 말대로 빠르고 편안한 전역 되었으면 하구 그간 정말정말 고생 많았어...(복복이)
>>316 >>318 사실 국가의 대우(봉급,인식 등)도 그렇지만, '알면서도 안 하는 인간'들이 놓친 것들을 '알면서도 하는 사람'들이 매꿔나가야 돌아가는 구조에 질리더라... 이게 우리 부대만 해당된다면, 부대에 질렸다는 표현이 맞겠지. 어쨋든 다들 고맙다. 다들 현생 뿌수자고!!👍👍
괜찮다, 괜찮아. 그 말이 몹시도 듣고 싶었다. 이제 두고 가지 않는다는 말도 더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응, 응, 약속이야, 약속한 거야..."
어쩌면 나라는 존재는 태오에게 약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 몰랐다. 나로 인해 그 사람에게 묶였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가 자꾸만 심중을 일렁였다.
그래도, 그렇다 해도, 태오도 더이상 예전 같지 아니 할 것이었다. 다른 이에게는 몰라도, 내게는 거짓 하나 말한 적이 있던가. 그러니까 나는
"...으응, 그렇구나..."
그 곁이 편안하다는, 태오를 이해한다는 그 말들을 덮개 삼아 내 심중에 덮었다. 교차하는 감정의 표정을 뇌리에 잘 담았고 한층 더 차분해진 그 위에 새로이 엮은 약속을 품었다.
누구든 이 약속을 깨려 한다면 심해에도 절벽 끝자락이 있음을 보여주리라.
툭 맞댄 뺨은 누가 더라고 할 것도 없이 눅눅했다. 나는 눈물로 인해 까끌해진 것까지 말끔히 낫게 했으나 태오로부터 새로이 쏟아지는 눈물에 잠시 멈추었다. 여태 차분했던 것이 놀라울 만큼 떨리는 목소리로 자아내는 말에, 맞댄 뺨을 살짝 눌렀다. 이젠 내가 눈을 살포시 내리감으며 속삭였다.
"역겹지 않아. 전혀, 역겹지 않아."
세상에 둘도 없을 오빠가 역겹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오빠가 한 일들이 나쁜 일인 건 맞지만, 나한텐 그저 내 오빠로밖에 안 보이는 걸. 오빠가 어디 있어도, 뭘 해도, 나한테는 오빠 그 자체인 걸. 오빠가 보여 준 감정들이, 내가 아는 오빠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보여줬는 걸."
한때는, 나를 떠난 이들에게 복수라는 명목으로 스스로를 지워버릴 계획까지 세웠으나 딱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될 단계까지 진행했으나 끝끝내 실행하지 못 하고 폐기해버렸다.
너희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를 아프게 했지만 너희만큼은 다른 누구보다도 아프지 않았으면 했어. 그런 걸 내 손으로 하는 것 만큼 확실한 복수는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할 수 없었어.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가족이니까. 그 옛날에도, 지금도, 미워서 그런게 아니랬으니까. 보이지 않아도 내 앞을 막아 나를 지켜주고 있었음을 지금은 더욱 확실하게 알았으니까.
"이제야 솔직한 오빠를 보게 되서 오히려 기뻐. 고마워. 오빠야."
나는 태오가 내게 해준 것처럼 그의 너른 등을 작게 토닥였다. 그의 손, 그의 등에 비하면 작은 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할 거란 자신은 있었다. 토닥토닥, 상냥히 손을 움직이며 맞댄 뺨을 살살 부빗거렸다.
필히 약조하였다. 짐승된 존재는 인간에게 약조하면 반드시 지켜야만 하니, 태오는 스스로 약조를 건네고, 당신은 그 약조를 받아들였다. 태오가 아직 인간일 적 그 사람과 하였던 약조가 있으니 당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대가로 얻은 눅눅한 뺨, 비늘이라곤 하나 없는 부드러운 인두겁은 소금기 어린 눈물 때문에 축축하고, 어딘가 빳빳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몹시도 안정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덜컥 치솟는 두려움은 불가항력에 가까웠다. 안정이라곤 하나 없는 삶에서 느끼는 인간의 안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태오는 보기보다 겁이 많았다. 그 남자와 똑같다면 똑같은 부분이었다. 온정의 확신을 갈구했고, 피가 이어지지 않았어도, 타인이 보기엔 허울뿐인 관계의 증명을 바랐다. 설령 야멸찬 거짓이라 할지언정, 매몰찬 혐오라 할지언정 태오는 받들고자 했다. 망상이라면 깨어나면 되는 일이요, 실제라면.
"……."
실제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순간 태오의 눈이 크게 홉떴다. 몸이 점차 긴장으로 인해 늘어나고, 높이 뜨인 속눈썹 너머의 균열과도 같은 동공이 수축했다. 크게 뜨인 눈을 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굵은 눈물방울이 후드득 쏟아짐과 동시에, 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이 모조리 무너졌다. 덜덜 떨리던 손이 허공을 더듬다 당신의 어깨를 쥐었다. 설탕으로 만든 공예품이 부서질까, 몹시도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윽, 우윽……."
목이 콱 메는 느낌과 함께 태오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참아야 했다. 꾸역꾸역 집어삼키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당신의 토닥임이 결국 다시 끌어올리려던 평정심마저 무용지물로 만든다. 종이로 만든 배에 바다가 범람하여 젖는 것은 한 순간이고, 덜덜 떨리는 몸과 함께 태오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흐윽, 흑- 윽- 흐어엉-"
숨을 한 번 들이마실 때마다 떨리는 호흡과 함께 뱉는 울음이 있고, 당신의 단어 하나하나가 자신의 심장을 죄어왔다. 주체할 수 없는 비가 내린다.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떨려오던 몸과 함께, 태오는 결국 목 놓아 울었다. 한결의 품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듯 울었던 날보다 더 처량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당신을 꽉 붙들며 않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 끝이 새하얘질 때까지 관절 마디마디에 힘을 주고, 한참이고 울음을 토했다.
가장 잔인한 형벌이자 구원이다. 끝없이 탐욕케 만들고 모든 사람이 부정하던 것을 긍정하였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끔찍했다. 차라리 평생이고 타인처럼 증오했더라면 탐욕하지 않았으리라! 그렇지만 동시에 구원이었다. 가장 아래에 있던 자에게 베풀어진 선행이자, 인두겁을 쓸 때마다 바라던 숙원이었다. 끝내 태오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 악인으로 남더라도 네게는 악인으로 남지 아니하리라고. 약조를 뱉은 이상 도망치지 아니하리라고. 모두 네 덕이다, 이는 은혜다, 이는 구원이다…….
태오는 셔츠의 단추를 채웠다. 느릿한 손길로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던 태오와 달리 서휘는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빗질하다가도, 탈의실의 가림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냥, 어제 들었던 생각인데…… 커리큘럼 과정은 모두 수료하신 건지요."
궁금했다. 태오는 생각보다 서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가 무엇에 시선이 오래 머무는지, 어떠한 일에서 의견을 제법 오래 표명하고 나눌 수 있는지, 심리적인 위축을 어떤 순간에 느끼는지 알지만 정작 일상적인 부분은 몰랐다. 타인들이 무엇을 먹고, 행동하는 등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 알고 내면에 대해 잘 알지 않으려 드는 것과는 정 반대였다. 서휘라는 인물이 자신에 대해 조직원 전체에게도 철저히 숨겨 알리지 않고 공적인 면만 보인 것도 한 몫을 했지만, 적어도 태오는 알 것이라 믿었다.
"흠. 타인이면 모를까 네게 듣자니 퍽 흥미로운 질문이구나."
하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그의 능력이 뭔지는 알았나? 담당 연구원이 있나? 학교는 어딜 나왔나, 사적인 거처도, 대외적인 신분도 지금 겨우 알아내지 않았나? 태오는 단추를 반쯤 잠그던 손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가림막 너머로 경쾌한 목소리가 흘렀다.
"수료는 안 했다." "그럼 담당 연구원이 아직 존재할 텐데, 커리큘럼은……." "그 양반은 내 능력을 처음 시험해볼 때 재료로 써먹었다. 정확히는 거기 연구소 사람들 다."
태오는 저도 모르게 가림막을 확 열어젖혔다.
"뭐라고요?" "세상에, 숭해라! 얘! 그 자기주장 강한 상반신 눈에 안 보이게 하렴! 보여줄 거면 겨울 지나고 까! 그때까진 손도 안 댈 테니까!" "안티스킬이 형님 쫓는 이유가 혹시……." "그건 네가 내 통수를 쳐서 그렇고. 안타깝게도 세미나 가는 버스가 하필 사고가 나서- 죄 죽었지. 비극일 뿐이고, 안타깝게도 나는 혐의가 없단다." "……."
태오는 가림막 뒤로 다시 슬금슬금 들어갔다.
"……왜 죽였나요?" "거슬려서. 그 양반들이 나보고 정신과 진료랑 상담은 필수라고 떠들어대길래."
태오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었지만 굳이 캐묻지 않기로 했다. 인첨공은 악독하고, 그에게도 사정이 있을 테니까. 대신 뭐라도 알려주겠거니 싶어 대화를 이끌어보고자 했다.
"……정신과 진료랑 상담이라면, 나리께서도 뭔가 들었던 걸까요."
또한 실낱같은 공감대를 위해. 태오의 잔잔한 목소리에 가림막 너머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이내 서휘는 가림막을 열어젖히며 태오를 내려다보았다.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손도 대지 않던 단추를 향해 큼직한 손을 쭉 뻗고 하나하나 빠른 속도로 채워주던 서휘는 금세 단추를 목 바로 직전까지 잠그며 눈을 슥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네 들었던 고통은 난 모른다. 그런 건 듣지 않았으니. 단지 내 능력이 지속적인 상담을 필수로 요하기 때문이지." "……상담, 이라면. 형님도 텔레파시 계열인가요." "아니."
서휘는 옷걸이에 걸려있던 조끼를 걸쳐주고, 그마저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끔 단추를 채워주며, 보타이까지 착용을 돕고는 그제야 입을 벌렸다.
"내 받은 것은 처음부터 사람을 죽일 의도로 만들어진 능력이었다. 인첨공의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능력이기도 하지." "……."
태오는 감정을 읽었으나 표하지 않고 팔을 뻗었다. 시선을 마주하고자 뺨을 부여잡아 끌어당기곤, 균열을 닮은 동공을 정확히 바라보자 서휘는 눈을 가늘게 찡그렸다.
"건방져." "늘 묵인하시면서."
뺨을 휙 놓아준 태오는 서휘를 툭 밀쳐내 탈의실 밖으로 나서곤 화장대 거울에 비친 자신을, 그리고 그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서휘를 한 번 보고는 느긋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뭐…… 잘 하셨어요. 통쾌했겠군요."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가자꾸나, 누구 때문에 오늘 쇼가 아주 늦었어." "겨우 5분인 걸요." "5분이나 안드로이드 숨통 붙였잖니."
태오는 자연스럽게 에스코트를 받으며 방 밖으로 나섰다. ……조만간, 한결 선생님이 필요할 것 같다.
신난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씀만으로도 이번주 육회비빔밥은 패스해도 기분 좋겠는걸! 히히. 싱글벙글 웃으며, 새봄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가 들었다. 그러다, 뒤 이어 한양이 제 말에 대답하며 한 말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한양 선배, 점잖은 이미지이시고 싶으시구나! 새봄은 가까스로 웃음을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철형의 천재성이나 진형의 찰진 리액션은 웬만한 사람은 고사하고 유니온도 따를 수가 없을텐데... 라는 말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인간이 산보다 클 수 없다는 것만큼이나 새삼스러운 소리기도 하고.(애초에 인간이 산보다 키가 크면 인간이 아니지 않을까? 아, 키 크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라면 모를까.) 그러던 중, 한양이 이어 세은에게 말해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새봄은 귀를 의심했다. 세은이한테? 진짜로? ...음. 확실히 세은이한테 놀림받는 은우선배는 반응이 재밌을 수도 있긴 하지만, 역시 안되겠다.
"에이, 잘못하면 은우 선배만 놀림거리가 되는 게 아니라 특정 성적 지향까지 얼떨결에 놀림거리가 될 수 있잖아요~ 저희끼리의 비밀로 해요!"
부장 선배,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좀 세심하시지 못하구나! 바쁘셔서 그런 거려나? 뭐, 일단 난 안 말할거다. 장난은 적정선을 지킬 때 즐거운 거니까. 그나저나, 시간을 뺏은 건 아니라시니 다행이기는 한데, 역시 일정이 있으셨네!
이마를 짚고 웃는 철현의 말을 받아 말하는 새봄의 두 눈이 '맞췄죠?' 라고 묻는 듯 기대감으로 초롱초롱 빛났다. 근데 형은 정상인이라기엔 너무 머리가 비상한 거 아닌가?
"아, 이거! 우리 가게 시그니처 메뉴죠~ 혜우 사건 때 제가 능력으로 재현해본 게 이건데, 형이 오늘 먹은 게 본가의 맛이에요! 히히." "생크림도 동물성이고, 딸기도 엄청 비싼걸로 써요! 게다가 설탕 양 조금이라도 모자라거나 넘치면 주방장님이 혼내구요."
그러고보니 오늘도 나형이 주방장님께 잔소리 30분 들었지... 언젠가는 이 가게 주방에도 입성하고 싶지만 그런 광경을 보면 겁난단 말야~. 오픈 시간 이전에 있었던 해프닝 아닌 해프닝을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몸서리치던 중, 철현이 건넨 말에, 새봄은 기쁜듯 방싯 웃음을 머금었다.
"고마워요! 히히. 기숙사 사건 이후로 한동안은 주방의 주 자도 못 꺼냈는데,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용기가 좀 나는데요?"
레벨도 올랐겠다, 능력 컨트롤도 잘 되겠다. 이따 사장님 오시면 한번 비벼볼까?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철현이 무엇이 맛있냐고 묻기 전보다도 더욱 복스럽게, 하나하나 음미하며, 열정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중해서 먹는 모습에, 새봄은 "와우." 하고 나지막이 감탄사를 흘렸다. 우와, 우리 가게 디저트가 그렇게 맛있나? 이 모습을 사장님이자 주방장님이 보셔야 하는데. 그럼 엄청 감격하시면서... 잠깐만, 사장님?
새봄의 머릿속에 번뜩이듯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나, 언젠가 철형하고 우리 임무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가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지. 만약에, 철형이 우리 가게 전속 먹방 유튜버가 되어준다면 어떨까? 물론 형은 수험생이니까, 먹방 겸 공부방송으로, 공부하면서 달다구리도 지금처럼 복스럽게 먹어주면서 영상을 찍는 거지. 그러면서 자막으로 형이 솔직하게 느낀 감상을 달거나, 영상 끝 부분에 품평하는 코너를 만들고! 그럼 형은 공부도 하고 달다구리도 먹으면서 돈도 벌고, 우리 가게는 형의 대유잼 먹방으로 입소문 나서 장사 잘 되고! 이거 완전 남다 못해 흘러넘치는 장산데?
...그래도 아직은 비밀로 두자. 사장님 허락 받는 게 먼저고, 사장님 허락 받더라도 형이 수락하기 곤란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사장님한테 허락 받고, 형이 수락하든 거절하든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다음에. 지금은... 아, 마침 궁금한 게 생겼다. 새봄은 싱글벙글 웃으며 디저트를 말 그대로 포식한 철현에게 말했다.
성규와 헤어지고, 난 곧장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온 뒤, 연구소 탕비실부터 빌렸다. 저녁식사시간이 지났을 때라, 청소만 깨끗이 해두면 된다는 조건 하에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의 레시피를 우선 손으로 구현했다. 우유와 설탕, 전분가루로 말캉하고 쫀득한 반죽을 만들어, 코코넛 가루 대신 아몬드 가루가 담긴 넓은 트레이에 부어 펼치고, 한 김 식혀, 동물성 생크림에 설탕만 넣어서 꾸덕하게 휘핑하고, 펴바른 뒤, 수건같은 모양으로 돌돌 말았다. 첫 시도니만큼, 보완점을 찾기 위해서 한 입 먹어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징 하고 울렸다. 성규로부터 온 메세지였다. 난 그만 먹던 걸 떨어트릴 뻔 했다. 성규가 단풍이의 목걸이를 완전히 고쳤다는 내용의 메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방과 후에 성규를 다시 만났다. 물론, 내가 만든 디저트도 가지고. 성규는 목걸이부터 확인하겠냐고 권했지만, 사양하고 내가 만들어온 디저트를 권했다. 왜냐면 성규가 미리 사진을 보내줬기도 하고, 또 답례부터 먼저 하고 싶었으니까. 무엇보다 목걸이부터 확인하면 난 분명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 전에 답례를 하고 싶었다.
성규는 내가 만든 디저트를 한 입 맛보더니, 아무 말 없이 입만 우물거리다, 한 입을 더 먹었다. 표정은 평소와 변함 없었지만, 어쩐지 눈이 조금 발갛게 물든 것 같아,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려니, 성규가 말했다. 어렸을 때 먹었던 게 이게 맞다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자, 난 어느새 달달 외운 레시피를 그대로 읊었고, 성규의 증언 덕에 기존 레시피의 코코넛 가루를 아몬드 가루로 바꾸어 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성규는 그 레시피를 꼼꼼히 받아적고는, 레시피를 어머니에게 물어보는 대신 내게 알아봐달라고 한 이유를 말했다. 들어보니, 곧 성하제고, 성하제 때 어머니가 오시면, 어머니께 물어보지 않고도 추억의 디저트를 만들어내어 대접함으로서, 어머니를 놀라게 하고 싶었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만나자는 요청에 응했고, 거래에 응해줬던 거구나.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려니, 성규는 호주머니를 뒤적였다. 직감적으로 성규가 무엇을 꺼내려는지 깨달은 순간, 이번엔 내 눈이 뜨거워졌다.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성규의 주먹 아래로 손을 내밀자,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목걸이였다. 묵직한 금속 펜던트가 달린.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으며, 에나멜로 장식된 뚜껑을 조심스레 여니,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수줍게 웃고 있었다. 소월 씨의 사진이었다. 몇달 전, 단풍이가 이 사진을 보여주며, 잠긴 목소리로 한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 했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야. 지금도...
그 뒤는 뭐... 뻔하지. 울어버렸다. 가게 한복판에서, 성규랑 사장님이 당황해서 달래는 데도 쉽게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민망하니 이 때의 일은 여기까지만 적겠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지만, 내일은 단풍이랑 그 사건 이후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다. 솔직히,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단풍이한테는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 성규와의 거래가 시작된 날부터 진척사항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 때는 일이 잘 안 되었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유품을 잃어버리게 되어 억장이 무너졌을 텐데, 희망고문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기대하게 했다가 실망시키기도 싫었으니까. 그 선택이 옳았을까? 지금은... 모르겠다. 내일이 되어야 알겠지.
톡을 보내고선 곧장 전철역으로 향했다. 수경이는 텔레포터니 기다리려면 죽어라 서둘러야 했다. 발목은...? 아직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다닐 만하다. 한숨 돌리고 계속 가는데 수경이한테서 답톡이 왔다.
[혹시... 그런 걸 잘 아는 분이랑.. 가도 될까요..?]
일행? 누구지? 로벨 연구소 사람일까? 당장 떠오르는 건 사이코메트리로 봤던, 수경이의 피를 뒤집어쓴 탓에 귀신처럼 보였던 백발 소녀 케이스였다. 리라의 보고서엔 학대 피해자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벨의 하수인이 아니리라는 신용은 못하겠다. 학대 피해자라 로벨이 시키는 대로 다 할 가능성도 있잖아. 의심이 들자 오싹해진다. 이러면서 평범하게 어울려 놀아 본다? 그게 될 일인가?
전철에 타서도 선뜻 답톡을 못 했다. 수경이가 자의로 타인에게 해코지를 할 리 없다는 신뢰야 있다만, 자의대로 움직이지 못할 경우엔? 나로서는 미지의 인물인 일행이나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암부 수박이 나서면? 무섭다. 나름 대비를 했는데도. 하지만 알고 있다. 망설이려면 수경이한테 연락하기 전에 망설였어야지, 이제 와 이래 봤자 뻘짓 중에 뻘짓이다. 지금은 최대한 머리를 비워야 할 때.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서연은 철현과의 대화창을 띄웠다 내렸다를 되풀이했다. 만약을 대비해서 선배한텐 알려 둘까? 정말정말 최악의 경우로 통신 수단이 완전히 두절되더라도 내가 암부 수박 측 사람들과 만날 예정이었단 건 알릴 수 있게? 아니지. 해코지당할 게 확정도 아니고, 공연히 걱정만 끼치잖아. 그렇게 고개를 젓다 멈칫했다. 선배가 지금 나 같은 상황이라면? 근데 내가 걱정할까 봐 숨기면?
" ...... "
폰으로 이마를 누르고 심호흡을 했다. 말씀은 드려 놓자. 죽으러 가는 거 아니니까 최대한 가볍게!!
시현에게 도로 받아온 노란색 노트를 한장 한장 다시 훑어보고 있자면 마음이 울렁거린다. 리라는 노트의 맨 앞과 가장 뒷부분을 뒤적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표지를 덮었다. 머리가 아프다라. 손가락이 짧게 거의 깨끗해진 제 이마를 스쳤다가 내려앉는다. 낡은 노트를 떠난 눈동자는 이내 새로 받은 커리큘럼 스케줄표에 닿았다.
"휴."
낮은 한숨이 입술 끝을 맴돌면 두 종류의 종이는 다시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하나는 당분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고, 하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을 해야 한다니. 심란하게 각종 종이 더미를 훑던 손가락 끝에 또다른 노트 하나가 걸렸다. 연구소들 공부를 하던 노트.
"......"
노란색 노트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멀쩡한 외관이지만 저기에도 딱히 속 편한 내용이 써 있는 건 아니다.
- 웨웅. "응?"
그러던 중 상념에 휩싸여 있던 머리를 깨워주는 울음소리에 리라는 고개를 든다. 약 20분 전 찡찡이의 운동을 위해 그려주었던 움직이는 쥐 인형은 그 조그마한 입에 콱 물려있었다.
- 먉. "아구 잘했어요~" - 므앵. "그래 그래. 간식 줄게!"
리라는 찡찡이의 턱을 긁어주며 한 손가락으로는 쥐 인형의 등에 그려져 있던 별 모양 문양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쥐 인형은 푱! 하는 소리와 함께 연어트릿 2개를 뱉어놓고 쪼그라든다.
>>0 "먼가 슬픈데여..." [뭐가?] "세월이 흐르다보믄 잊혀지는 것들이 말임다..." [너무 오래되어서 찾는 사람이 없는 게임 같은거 말하는 거야?] "ㅖ."
진지한 한마디로 시작된 대화임에도 게임이라는 단어 하나에 무게가 줄어드는건 기분탓이려나, 이젠 보기 드물다는 모 게임의 기판을 손보면서 사색에 잠기던 그녀였다.
[뭐... 애당초 요즘은 아케이드 게임들이 살아있는게 신기한 세상이긴 하거든. 어지간하면 콘솔게임, 온라인 게임이 대부분이고...] "즈가 하는 일도 줄어드는거 아님까..." [너는 딱히 이런거 안해도 충분히 벌어먹을 방향성은 많을거 같거든...] "사는 재미가 줄어들잖아여." [그건... 확실히 좀 그렇네...]
단순한 취미활동도 취미활동이지만, 연구소의 샘플을 위해서도 구비해둔 장비들이 점점 노후화되는지라 어떻게 해야 이걸 계속 보존할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실히 조금은 고민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장치구조 정도는 알고 있으니 재료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구축을 할수는 있지만... 먼가 태세우스의 배 같은 느낌이 듬다..." [지금 와선 그 회사도 망한지 오래고... 더이상 나올수 없는 모델이니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이렇게 샐비지 할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ㄹㅇ이에여..."
한숨을 푹 내쉬던 그녀는 품 속을 뒤적거리다가 예쁘게 토핑들이 박혀있는 초콜릿 막대과자를 꺼내 우물거리고 있었을까?
[...그게 왜 거기서 나와...?] "안줄거에여. 유라는 저어기 폼XX린 푸딩이나 드십셔." [뺏어먹을 생각도 없거든... 그나저나, 왜 갑자기 뜬금없이 빼빼로래?] "? 즈도 멀라여. 갑자기 벌컥 쳐들어와서 주더라구여. 그래서 즈도 저번에 주문했던 키링 줬어여." [그걸 또 즉각 답례를 한다는 것도 신기하네...] "흐음..." [...왜 또?] "아, 별거 아님다. 나중에 멀 주믄 좋을지 생각 좀 하고 있었어여." [좋을 때네~] "유라두 애인 만들믄 되는거 아님까?" [무리~ 나같은 극단적 인도어파는 분명 재미없을테니까~] "에엥... 어딘간 있겠져. 그냥 같이 집안에서 뒹굴뒹굴거리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사람이~" [...전생에 세상을 5번쯤은 구해야 그런 사람을 만나려나~] "몰?루"
>>456 서연주 히히 고마워!>< 호응해줘서 엄청 뿌듯한걸!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다시 말해 나름 반전다운 반전이었던 것 같아서 또 뿌듯하다 히히 그리고 새봄주도 실은 이거구나! 하고 찍으면 열에 아홉은 틀려서 남일같지가... 흑흑 그나저나 서형 철형한테 문자보내는 것도 아주 알콩달콩 하트 뿅뿅이네! 귀여워 귀여워><
>>457 우리캡 아 오너들 입장 이야기였구나!ㅋㅋㅋㅋㅋㅋ 음 그러네 확실히 나도 초기엔 이런 인첨공 폭파해서 수정하자 파였는데 뭔가 스레에서 놀면서 인첨공 안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 이야기를 보기도 하고 내가 직접 쓰기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지더라구>< 지금은 피를 덜 보고 수정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도 어렵긴 하겠다 쪽?
>>468 점례주 아!!! 월이가 만들어 준 빼빼로 >< 다행히 오레오한테 안 빼앗겼군요!!!!(덩실덩실)
>>471 새봄주 서연이나 저나 찍기는 망할 거 같아요...(먼눈) 어쨌거나 어머니를 위해 서프라이즈 준비하고 달다구리 받기 전에 목걸이는 고쳐주는 성규는 스윗했어요!! >< 어... 수경이와의 일상이라 저런 내용 넣어도 되나 망설여지긴 했는데👀👀👀;;;; 서연이 성격에 쫄았으면 연락 남길 거 같다 보니 질러 버렸네요@ㅁ@;;;;;(먼눈)
>>473 캡 눈치없는 척할 때가 많다고 나왔지만 사실 전 눈치빠른 캐를 굴리고 싶어요 제가 눈새라 못 굴리는 거예요오오오오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털푸덕)
>>474 금주 와와아!!!! 파일명 확인해도 안 나와서 에잉 했었는데 찾아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 ><
>>482>>483 서연주 히히 우리 애들 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 그치그치ㅜㅜㅜㅜㅜ 문자는 귀여운데 상황이 짠하더라...88 그래도 역지사지로 자기가 철현이 입장이라면 어떨지 생각하는거 너무 좋더라구! 그리고 두려워하면서도 후배 일에 나서는 것까지 엄청 사려깊구나 했어. 역시 새봄이가 첫 대화만에 짱 좋아하고 따르게 된 서형이야>< 헉 그리고 엠비티아이 찾아줘서 고마워! 내가 새봄이 시트 짜면서 생각한 대로 나왔네>< 신기하다 히히
저지먼트 부원들이 겪는 일을 생각하면 확실하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고작해야 10대들이 벌써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일까?
“주방장이 철두철미하니까 이렇게 맛이 좋구나!”
마지막 남은 케이크를 잘라서 먹는다. 나중에 서연이랑 같이 와야지.
케이크는 안 시킬 거야. 지난번 직접 만들어 준 케이크가 더 맛있었으니까.
하지만 쿠키슈나 다른 슈크림들, 그리고 밀푀유와 형형색색의 빵과자들은 정말로 맛있다. 동물성 생크림과 엄청 비싼 과일! 물론 가격도 엄청 비싸겠지. 직원 할인가로 싸게 해주신건가? 선배가 되가지고 후배에게 얻어먹는게 창피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존심보다 이게 더 맛있다.
“두번째는 쿠키슈. 크고 크림도 많아서 좋아!”
어느 새 마지막 남은 밀푀유까지 입에 넣어버렸다. 바삭바삭한 파이와 달콤한 크림, 그리고 이건...딸기다! 새콤달콤한 과즙이 크림과 파이를 섞어주고 있다.
“마지막이 이거!”
홍차를 들이켜서 입안가득 여운을 남긴다. 쓰디 쓴 홍차, 향은 매우 강해서 이것만 마시기엔 부담스럽다. 그러나 너무나도 단 과자와 함께해서 조화가 이루어진다.
기분 좋게 늘어지며 눈을 감기 시작한다. 혈당스파이크인가 아니면 단순 수면 부족인가 아무래도 둘 다 인 것 같았다.
수경과 케이스는 서연과 만나고... 케이스는 생각보다 낯을 가리는..게 아니라 그냥 피곤해서 잠깐 낯을 가리는 것처럼 보인 모양입니다. 하품을 살짝 하고는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케이스라고 불러줘도 되는걸요~ 사이코메트리로 봤던 것보다는 훨씬 발랄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들리게 하는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수경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타인과 함께인데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려 하네요.
.... 수경이 무어라 말을 하려던 것 같았는데. 케이스가 눈웃음을 치면서 수경과 팔짱을 낀 뒤 서연과 함께 걸어가려 합니다. 화장품 가게로 걸어가서.. 질문을 들으면
-음~ 티는 이 제품군 잘 써요~ 평소엔 선크림 바르고.. 간단한 파운데이션 정도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케이스가 먼저 선수쳐서 말을 들리게 한 뒤, 서연을 빤히 바라보면서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수경은 틀리지 않다는 말을 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선크림 외에는 크게 잘...바르지는 않긴 하죠.
-짠. 이건 어때요? 서연의 톤을 면밀히 분석한 것처럼 하나의 쿠션 테스터를 케이스가 건네보려 합니다.
뜻밖에도 케이스는 쾌활하게 손도 흔들어 보였다. 수경이 뒤에 숨었기에 날 경계하는 줄 알았는데.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잔뜩 경계했던 탓에 그렇게 보였나? 아무튼 덕분에 긴장은 한결 풀어진 서연이었다.
" 아!! 전 김서연이에요. 2학년이고 수경이랑 같은 저지먼트예요. 오늘 신세 좀 질게요~ "
그러고 앞장서던 중 생각해 보니 수경이는 텔레포터라 걸을 필요가 없다. 나 바보네;;;;; 뒤늦은 뻘쭘함에 돌아봤는데, 의외로 수경이는 방글방글 웃는 낯으로 저와 팔짱을 낀 케이스랑 걸어오고 있다. 둘이 단짝인가 보네. 그렇게 생각하니 경계심이 한결 더 누그러들었다. 내가 섣불리 암부 수박 화제를 꺼내지만 않으면 문제없을지도.
덕분에 화장품 매장에 이르러서는 제법 자연스럽게 케이스의 설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근데 '티'가 수경이 가리키는 호칭이야? 레벨 4로 붙는 이명은 '힐베르트'였던 거 같은데 '트'에 귀여운 느낌 주려고 '티'로 바꿔 부르나?
" 와!! 그거만 발라? 난 풀메하는 줄 알았어!! 워낙 예쁘장해서 "
잡티도 없고 속눈썹은 기다랗고 완전 청순미인 자체로 보인단 말이지! 안색은 유독 창백해서 볼터치만은 절대 안 하나 보다 했지만. 암튼 잘 쓰는 건 선크림이랑 파운데이션이란 말이지. 케이스가 가리킨 제품을 눈여겨보다 바구니에 담았다. 선크림은 둘, 파운데이션은 하나. 그러고 나니 케이스가 쿠션 테스터를 내밀었다. 어? 내 거보다 톤이 가벼워 보인다. 받아다가 손등에 발라 보니 많이 티 나지 않으면서 은근히 화사해진 느낌.
" 이거 좋은데요!! 케이스 화장잘알이네요~~ >< "
예상 밖의 수확이네. 이건 사야겠다!! 테스터를 내려놓고 본 제품을 냉큼 담는 서연이었다.
인간의 언어조차 잃고 뱉어내는 울음소리가 울린다. 짐승 또한 상처를 받는다. 모두 체념하고 흘려낸다 해도 희미하게 남는 것은 존재했다. 모래알처럼 작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수년 동안 퇴적되면 거대한 몸집을 드러내기 마련이고, 상자에 억지로 담아 날선 못을 박아낸 날것의 감정은 못을 뽑아내면 피가 흐르기 마련이다. 그동안 억눌렀던 상처와 감정이 모조리 쏟아지는 지금, 태오는 몹시도 처량한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환멸하고 체념했다 한들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삶을 외면하는 방법을 배운 것뿐이다.
얼마나 많은 날을 억눌렀던가. 견뎌왔고, 발버둥 쳤던가. 나를 나로 봐달라는 외침을 몇 번이나 해왔던가. 그것 하나 인정하지 않던 수많은 삶, 겉과 속이 다른 위로, 시선. 악인이 아니노라 부정하면 믿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며 인간과 섞여 살아갈 수 있노라 선언하면 정면으로 부정하였으며, 그 삶을 살아가게 몰아간 주제에 포기한 자신을 악인이라며 사냥하고 제멋대로 보던 인간들. 비정하고 정명함 없는 곳에서 있는 그대로의 인정을, 온기를, 위로를 얼마나 바랐던가.
"우으윽……."
몸은 사시나무 떨듯 바르르 떨려오고, 여전히 숨도 눈물에 젖어 묵직하다. 목 졸린 신음과도 같은 울음소리는 처량함을 넘어 한스러웠고, 눈시울과 코 끝은 이미 새빨갛게 물들었다. 납 섞인 크림치즈처럼 창백하던 피부에 지친 가색과 붉은 기운이 어릴 적, 태오는 암부의 후계자나 이시미, 저지먼트가 아닌 서러운 감정을 꾸역꾸역 삼키는 보통의 청년에 불과했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수많은 고난과 역경, 책임을 견디기엔 아직 성인도 채 되지 못한 청년.
"……."
태오는 눈물로 인해 지쳐 헐떡이며 당신의 어깨를 붙든 손에 애써 힘을 풀었다. 어떻게든 손바닥으로만 붙들고자,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부서질까 싶어 하도 빳빳하게 힘을 준 탓에 희게 물든 손가락에 저릿대는 감각과 함께 혈색이 돈다. 그리고 애써 손으로 당신을 감싸듯 안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물기에 먹먹해지고, 뒤집힐 것 같은 횡격막 탓에 숨을 몇 번이고 들이마시며, 잔뜩 잠기고 지친 기색의 목소리가 파들파들 떨려왔다.
"……오빠, 도, 혜우를…… 흐윽, 정말…… 정말, 좋아해."
다시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태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히끅, 하고 올라오는 숨을 참아냈다. 참은 숨과 함께 훌쩍이며 올라온 숨이 서로 부딪치고, 볼이 잠깐 볼록해지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뱉는 숨에 감정의 갈무리가 묻어 나온다.
>>508 >>516 >>524 >>531 철현주 어??? 듣고 보니 능력이랑은 비슷하네요!!! >< 흥미로운 해석 감사해요오오오오 (붕붕방방) ...시트 낼 때는 눈치 빠르다는 설정을 넣었고 저는 지금도 가능만 하면 서연이를 눈치 빠른 캐로 만들고 싶은데요, 제가 눈새라 안 되더라고요.................... (털푸덕)(쥐구멍) 헐 헐 헐 @ㅁ@;;;;;;;; 이건 이어야 될 거 같...////////////////////////////// 잠시만요!!!
>>521 >>527 새봄주 우와우와아아아 세상에 진짜로 챙겨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동포 맞고 날아감) 새봄아 서연주가 그랜절하께!! 두 번 하께!!!!!! 근데... 수제가 아니라 능력제면 원료가 뭔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좋은 분위기 박살;;;) 와우~~ 진짜요? ENTP랑 INFJ가 잘 맞나 봐요 >< 저 결과처럼 둘이 죽이 착착 잘 맞으면 기쁠 거 같아요오오오오(오두방정) 암튼 푹 쉬세요오오^^ 늦었지만 일상도 수고하셨어요오오오오~~
>>534 >>539 >>549 영희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목요일... 그래도 2일만 더 버티시면 주말이에요!!! 출근은 전쟁 나가는 거 맞죠...898ㅁ988 패도패도 일어나는 괴이를 영희가 훈련에서 녹여 버렸듯 영희주도 평일을 녹여 버리시는 거예요!!!!!!!! 두 달 까마득하죠... 그래도 두 달 만에 이 스레가 끝나진 않을 테니 스토리 중에 레벨 4도 거뜬히 찍으실 거예요!!!
본인 게 아니라 내 걸 고르는데도 케이스는 즐거워 보인다. 난 내 거 고르기도 지칠 때 있는데. 쇼핑을 힐링 삼는 사람과 노동 삼는 사람의 차이일까? 그래도 수경이 표정이 여느 때보다 밝아 보이는 건 마음이 놓인다. 평범하게 놀아 보자는 소기의 목적을 그럭저럭 달성한 거 같아서.
" 그랬구나~ "
고개를 끄덕이는 서연이었다. 하긴 청순해 보인다는 건 어떤 의미로는 인상이나 색감이 강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돌이켜 봐도 수경이가 색조 화장을 했던 기억은 없다. 눈에 띄는 색은 선호하지 않나 보다. 반면에 케이스는 화장품을 다양하게 잘 아는 거 같고.
" 응응! 케이스 화장잘알이야~ 쿠션 이거 대박이야 >< "
그렇게 맞장구를 치고 케이스를 보는데, 분명 표정이 생글생글인데도 어째 위화감이 든다. 화장이 숨기고 꾸미는 것이라 좋아한다는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리고 싶은 부분을 가리는 게 화장이니 틀린 얘긴 아닌데, 그래야만 할 사연이라도 있는 거 같은 느낌? 역시 암부 수박과 관련이 있을까? 그런 예감이 스쳤으나 그 부분을 캐묻고 싶진 않아 케이스가 추천하는 립에 주목하고자 했다. 다행히도 케이스의 지적이 예리했던 덕에 주의를 돌리긴 제법 수월했다.
" 듣고 보니 그러네요! 고마워요~~ "
그럼 마스카라까진 필요 없겠다. 케이스가 추천한 제품은 얼핏 보면 살짝 짙은 느낌이긴 한데. 립 쪽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진한 색을 골랐나? 테스터를 슬쩍 입술에 발라 본다. 보기보다 안 진하다. 산뜻해도 보이고. 만족해서 바구니에 담으려니 케이스가 선호하는 화장품은 밝히지 않았단 게 떠올랐다. 어렵네. 좀은 난감한 기분으로 매장을 두리번거리려니 자그마한 향수병들이 눈에 띈다.
" 귀엽다~☆ "
향이 짙은 향수는 안 뿌리느니만 못하지만. 소심하게 찔끔찔끔 손목에 뿌려 보다가 두 사람에게 질문하는 서연이었다.
If waking up to the hardest part is to believe.... We can't go back.... We'll fall away fall asleep Until it's only you and me.... Dream of where we used to be...
"네.. 색조는 많이 쓰지 않아요." 그나마 체온에 반응하는 것은 써본 적 있겠지만, 수경의 체온이 희미한 느낌이라. 잘 안되었을지도.
-향수라.... 향수라는 말을 하는 순간 케이스의 눈이 마치 어둠 속에서 새파랗게 빛나는 것처럼 빛났고 눈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줄지도 모릅니다. 순간적으로 서연은 케이스에게서 희미한 살의와 그 살의에 기반한 행동을 실행할지에 관한 고민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로군요.
"향수요..? 쓰는.. 편이긴 하지만요..." -...향수를 물어볼 줄은 몰랐네요. 어색한 미소를 짓는 수경과... 오묘하게.. 사악해보이는 미소를 지은 케이스지만. 수경이 향수 쪽으로 다가가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모든 기색을 지워버리고는 방글방글 거리는 표정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따라가려 합니다.
"좀.. 상큼달콤한 과일향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소위 말하는 비누향을 좋아하시나요?" 제일 무난한 건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쪽이고요. 라는 말을 하는 수경입니다.
-으음. 학생분께는 까사렐 노아도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샤넬 샹스 오 땅뜨르 오드퍼퓸도... 제법일지도요~ 뭔가 향수 이름이 막막 나오는 것 같습니다.... 케이스는 장난스럽게 향수를 들어올려봅니다.. 수박 별로라는 걸 알았다면 쥬시꾸뛰르 위를 추천해줬을지도.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올영에서 아주 잘보이는 무난하게 좋은 향 까사렐 노아-리뷰 묘사로는 앙고라 니트에 폭 파묻힌 여자애가 쓰는 머스크비누같은.. 샤넬 샹스 오 땅뜨르 오드퍼퓸-리뷰 묘사로는 약간 봄꽃 축제의 소녀같은 쥬시꾸뛰르 위-리뷰 묘사로는 수박화채...
>>591 크으윽 한스럽다🫠 (비늘 빤질빤질)(윤기뱜) 나도 혜우우랑 일상함서 늘어짐 못 느끼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걱정말구 한스럽다 이 몸뚱이... 약발 드럽게 안 받는 이 몸.......... 저주한다 나의 몸......(아무튼 리버티 때문에 계획 망친 극J 현태오처럼 읊조리기)(?)
안 좋아하면 안 발라도 그만이라고 덧붙이다가 순간 오싹해졌다. 기분 탓인가? 좀 전에 케이스가 엄청 냉랭해진 거 같은데. 애써 외면했던 암부 수박에 대한 두려움이 되살아나는 듯해 서연은 바구니에 담아 둔 물품을 확인했다. 선크림 둘, 파운데이션 하나, 립 하나.
그때 다행히 수경이의 대답이 돌아왔다. 향수는 쓴단다. 그러나 정작 서연이 향수알못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화장품조차 알못인데 향수를 알아 봤자 얼마나 알겠는가.(둘 중 굳이 택일하라면 과일향이긴 하겠다. 수박향만 빼고) 지금은 그저 수경이가 향수를 쓴다는 게 반가운 서연이었다.
"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녹차향이야? 너도 그거 써? "
향수 이름 은근 복잡하구나. 혀를 내두를 새도 없이 케이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전문 용어(???)를 구사했다. 까... 뭐? 샤넬이야 모를 수가 없다만 그 뒷말은 뭔지 모르겠다. 그 통에 여러 향수를 들어 보이는 케이스를 보면서도 머릿속에 물음표가 증식한다. 수경이가 쓰는 거랑 케이스가 쓰는 걸 하나씩 사다 답례하려던 거뿐인데 어려워!!!
" 어... 저기 저기 전 향수까진 괜찮고요!! "
" 두 사람은 향수 쓰는지, 쓰면 무슨 향을 쓰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
" 시간 내 줬으니까 답례 정도는 하려고요 "
엉겁결에 실토한 순간 망했다는 예감이 작렬했다. 이러면 수경이가 안 받으려고 할 거 같은데...;;;;
>>521 @신새봄 [ 새봄아 새봄아 ]> 김서연 [ 쿠키 슈 잘 먹었어!! ]> 김서연 [ 매번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 ]> 김서연 [ 난 케이크 쏜다고 쏜다고 ]> 김서연 [ 말만 하고 꿀꺽했는데...;;; ]> 김서연 [ 이번 주 언제 시간 돼? ]> 김서연 [ 비는 시간 맞춰서 너네 가게 갈게!! ]> 김서연
>>609 수경주 끼야아아아@ㅁ@;;;;;;;;;;; 화장품 가볍게 고르면서 찧고 빻고 놀다가 쇼핑몰에서 탕후루 같은 간식 사면서 수경이한테 설탕 코팅도 텔포 되는지 따위의 스몰토크나 걸어 볼 생각이었는데 무거운 걸 연달아 건드려 버렸네요(뻘뻘뻘) 그러시면 저는 일단 들어가 볼게요!!!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느라, 일상 이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색조 화장 자체는 텔레포트를 통해서 일정 부분 지우는 게 가능해요.. 착색은 지워야 하지만요..." 피부 조직과 화장은 결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화장을 텔레포트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그리고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의외로 접착제같은 것을 제거하는데에도 알맞을 수 있습니다. 바닥에 껌붙었을 때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에요!
"저는.. 이것을 쓰지 않아요. 꽤 스테디셀러이기에 처음 뿌리는 타입의 사람에게 무난하다. 라서요." "저는..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이 지정되었다고 알고 있었어요. 결국 제 것은 아니었다고 납득했지만요.." -저는 미우미우 로블루...가 지정되어 있죠~ 어려운 향수이름이다... 케이스는 희미하게 웃고만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연의 말에 웃음마저도 멈춥니다. 얼어붙은 듯한 표정의 케이스네요. 다행이라면, 살의같은 것은 없다는 거네요. 그런 의도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째서요? 그녀, 케이스가 서연을 고개를 돌려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음을 들려줍니다. 거의 하늘색에 가까운 안광이 없는 서늘한 푸른 눈이 서연을 직시합니다. 답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반응한 걸로 보아서는 답례를 어째서 하려 하냐는 것처럼 들릴 수 밖에 없지요. 무례하리만치 직설적이고 냉랭한 말이었음에도 수경은 어째서요? 라는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난처한 얼굴로
"저는.. 답례는 괜찮은걸요. 그저. 고맙다.. 정도만 해주시면 괜찮아요." 라고 말을 애써 미소지으며 하려 하는 수경입니다. 무언가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모호한 표정을 짓습니다.
-대답해 주셨으면 해요. 티는 답례를 바라지 않을 거에요. 그런 것을 아신다고 해도 계속해서 답례하려 하실 건가요?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티에게 부정적이면서도 동력으로써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요? 눈을 내리깔고 어딘지 처연해보이는 얼굴로 수경과 서연을 바라보는 소녀는 물음을 전하고 대답을 부탁하려 합니다. 수경은 이 말들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향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나의 울음이 설움 섞인 나의 아픔을 호소하는 것이었다면 태오의 울음은 한이 담긴 절규처럼 들렸다. 소중하디 소중한 나의 남매는 입을 통해서가 아닌, 온 몸으로 표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원했을 뿐이라며. 그저, 이리 터놓을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라며.
열아홉이 아닌 아홉살 그적부터 쌓은 듯한 눈물을 수문 터진 댐마냥 펑펑 내쏟는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까우며, 동시에 애달프고, 진귀했다.
친애하고 애정하기에 더욱 태오를 단지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달래었다.
한참을 이어지던 울음소리 겨우 잦아들어가자 지친 몸 내게 기대라며 조심히 더 당겨 안았다. 겨우 겨우 추스리는 숨소리를 귓가에서 듣다가 잔뜩 물 먹은 솜마냥 무겁고 힘든 목소리가 들려 귀를 쫑긋 기울였다.
지쳐 떨리면서도 천천히 자아내는 화답에 뭐라 표현할 방법 없는 기쁨이 솟구치는 포말 되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수없이 많은 공기방울이 몽글거리며 나를 간질여 지나가나 싶더니 짧게 이어진 고마워, 그 한 마디에 순식간에 파도 되어 나를 휘감더니 그대로 연녹빛 바다로 내던졌다.
따뜻한 지중해의 바다에 잠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그런 벅찬 기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채운 듯, 아니, 채워짐 그 자체였다.
"으응, 나두, 오빠 진짜 너무 좋아."
마음 같아선 길바닥이고 나발이고 신경 안 쓰고 볼 부비며 온갖 애교를 부리고 싶었지만 가장 중요한, 애교 대상자인 태오의 상태를 신경 써서 참기로 했다.
이제 언제든 볼 수 있을 테니까, 애교는 나중이어도 괜찮을거야.
조금은 안심된 생각을 하며, 한 손으로 야상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잠시 바스락거리다가 손끝에 걸려 나온 건 연한 오렌지향이 나는, 부드러운 면 재질의 손수건이었다. 그걸 조심조심 접어 들고서 태오 얼굴에 대주려 했다.
"오빠아, 얼굴 닦자. 고개 들기 싫으면 그대로 있어. 응. 세상에, 땀 난 거 봐. 우리 오빠 이렇게 울 줄도 아는 사람이었네."
조곤조곤 말하며 태오의 젖은 얼굴을 닦아주려고도 했다. 나도 썩 좋은 몰골은 아니었지만, 태오보다는 나았으니까 나보다 태오 먼저, 내 얼굴 닦는 것보다 더 신경 써서 정리해주려 하며 젖은 앞머리를 톡톡 털어주거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귀 뒤로 넘겨주기도 하려 했다. 그러면서 태오가 숨도 몸도 어느 정도 추슬렀다 싶을 쯤, 나직히 말했다.
"이제 괜찮아?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거야?"
혹시나 더 담아 둔 얘기가 있을까 봐 한 손으로 등을 살살 쓸어주며 안색을 살피려 했을 터였다. 얘기도 얘기지만, 태오의 상태가 최우선이었으니까.
화장을 텔레포트로 지운다라, 무지무지 끝장나게 얇은 마스크팩을 딱 그것만 벗겨내는 셈일까? 그렇게나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하면 여러모로 편하겠는데?
" 옷 갈아입고 화장하는 것도 텔레포트로 해? "
아닌가? 시시콜콜한 일에까지 연산 일일이 하느니 몸 움직이는 편이 차라리 낫나? 상상하다 멈칫했다. 혜우 납치 사건 때 새봄이가 흰머리 수박의 옷을 솜사탕으로 만든 거랑 비슷하게(???) 수경이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옷을 텔레포트시켜서 무력화시킬 수 있겠네??(당시에도 사회생활에 대한 의지와 이성이 있는 상대에게나 유효한 방법임이 드러났다만;;;) 거기 생각이 미치자 공연히 제 교복을 꽉 붙들게 되는 서연이었다.
서연이 엉뚱한 생각에 빠진 사이 수경은 향수에 대해 대답해 주었다. 향수는 정말 잘 아는구나. 끄덕이며 듣던 중 쎄해졌다. '지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수경인
"그런 게 허락..되나요..?"
고작 싫은 음식을 안 먹는 걸로도 그런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향수가 지정되었다는 건, 세 뭐시기라는 이름 복잡한 향수를 쓰는 게 강제됐다는 의민가? 케이스도 마찬가지고?;;;; 미친, 그 암부 수박은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몸서리를 치는데 케이스가 확 싸늘해진 얼굴로 서연을 노려보았다.
" 에??? "
어째서냐니? 초면에 신세 졌으니 당연히...! 아차!! 그게 아니라 강제로 뿌려야 했던 향수는 답례로 불쾌하단 의민가??;;;;;;
" 어... 그... 미안해요. 내가 싫은 기억을 상기시킨 거 같네요. 초면부터 실례했어요. 꼭 향수를 주려던 건 아니었고요. 저 도와준다고 시간들 내 줬으니 보답하고 싶었던 건데, 불쾌하게 해서 미안해요. "
근데 어색한 건 수경이의 반응이다. 저렇게 대놓고 물은 말을 못 듣기라도 한 것처럼, 여느 때와 비슷하게 좀은 망설이고 주저하는 듯한 태도로 제 의사만 드러냈다. 심지어 케이스가 다음 질문을 던지는 동안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향수를 구경한다. 뭔데? 이 상황?? 케이스가 수경이의 단짝인지 수경이의 감각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는 감시자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아니, 둘 다여도 이상할 거 없긴 하다.
역시 이런 식으로 무방비하게 만나는 건 안일했나. 후회와 낭패감 속에 서연은 제 가방을 내려놓고는 지퍼를 슬쩍 열었다. 속에서 토실이가 자길 부르냐는 듯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토실이를 달래듯, 아니, 긴장한 스스로를 달래듯 서연은 토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토실이까지 끌려가진 않게 해야지. 서둘러 오느라 토실이를 미처 못 꺼냈던 건데 그게 차라리 다행이었네. 가방을 가리듯 일어서며 케이스를 바라보는 서연이었다.
" 다만 케이스씨에게 제가 실례한 것과는 별개로 수경이의 입장은 케이스씨가 아니라 수경이와 직접 대화하면서 알아가고 싶어요. 케이스씨 말대로 수경이가 답례를 바라지 않을 사람인 건 알지만, 저도 저대로 수경이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
" 케이스씨가 수경이와 저의 대화를 듣는 거야 수경이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수경이가 지금처럼 얘기를 못 듣는 상태라면, 수경이와 저 사이의 일을 케이스씨한테 말하진 못하겠어요. 그러니 제 대답을 듣길 바란다면 수경이부터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주세요. "
말하면서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다. 나 완전 막 나간다.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케이스를 똑바로 보려고 애썼지만 간 떨린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거 같아 치마를 움키는 척 허벅다리를 꼬집었다.
" 그리고 '그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수경이한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란 건 뭐고 동력으로써의 긍정적 영향이란 게 뭔지를 정확히 설명해 주시면 수경이랑 대화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지금의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들이라서요. 가능한가요? "
/선택지를 잘 고른 건지 잘 고를 선택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던져 봅니다아아아;;;;;;;;;;
오늘 커리큘럼엔 좀 엉뚱한 분이 찾아왔다. CCTV 제조사의 연구개발팀장이라나? 사이코메트리를 접목해서 사각지대 없이 상시 발동하는 CCTV의 개발이 목적이란다. 사이코메트리가 접촉 없이도 작동하는 동시에 꺼지지도 않는 상태를 지향하는 셈인가? 태오 선배가 늘상 목소리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듯이?? 그럼 잘못 찾아오신 거 같은데. 접촉 없이도 사이코메트리가 발동되려면 못해도 5레벨은 되어야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연구원도 우려를 드러내던데 제조사 팀장은 사이코메트리스트들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걸로 충분하니 협조 부탁한단다. 그래서 오늘은 뇌파 측정용 장치를 잔뜩 연결한 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 중단하기를 반복했다. 제조사 팀장이나 연구원한테 써 보기도 하고, 커리큘럼실에 있는 사물이나 벽, 바닥에 써 보기도 했다. 외부 기관과 무관하게 하는 훈련과 큰 차이 없긴 한데, 저쪽이 연산할 때와 평상시의 뇌파 차이부터 사이코메트리의 대상이 사람일 때와 사물일 때의 뇌파 차이까지 골고루 필요하댔으니 하라는 대로 해야지.
"화장 하는 건 그냥 하는 편이에요. 마스크팩 같은 종류는 텔레포트로 딱 얹을 순 있지만요..." 마스크팩에 직접 손을 안대고(*겉포장지엔 대야하지만) 얹고 버릴 수 있다..만 해도 편할 것 같은데. 수경은 별 거 아니라는 것처럼 말을 이어갑니다.
"옷은... 좀 복잡한 경우는 텔레포트를 시키기도 하고요.." 하긴 수경의 옷차림은 홀스터같은 것들로 좀 복잡한 타입인 만큼.. 텔레포트 하는 게 더 편해보이는 복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경은 미안해요 라는 말을 듣지 못한 듯.. 향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향수를 바라보는 그 눈은 오묘합니다. 시향해보지는 않고. 그저 몇 가지 둘러보는군요...
-...글쎄요. 저는 티가 저희의 대화를 듣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답니다.. -사실 여기에서 말을 하기엔... 무겁긴 하잖아요? 물론 그것을 노리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케이스지만. 그 돌려말하는 것 때문에,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건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들리는 것과.. 실제 말하는 간극은 큰 편이니까요. 케이스가 마치 동물이 꼬리를 치듯이 눈웃음을 칩니다. 여우같기도 하고 고양이같기도 한 꼬리침.
-상정은... 잃어버린 자이자 홀로 선 자, 그리고 흐릿한 형체께서는 꽃을 예쁘게 길러내고.. 그 정수를 원할 테니까요. -그것은 기억, 감정, 과거... 그 모든 것을 끄집어내 갈갈이 파탄내고 기반삼기 위해서..였을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들었답니다.. 그리고 위업이자 영원이자 지배자는 홀로 남아 계약을 청산하고 그 머나먼 이상향을 바라보기만 해야겠죠... 생각보다 순순히 말을 들려주는군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이 당시를 사이코메트리 한다면, 케이스의 말은 한 번 더 묻지 않는 이상 들리지 않을 겁니다.
-저니까 다행이죠~ "케이스...?" 다행이죠~ 라는 말은 들린 듯. 어째서 다행이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케이스를 쳐다보는 수경입니다. 케이스는 씨익 웃으면서 향수 말고 다른것도 봐요~ 라고 말하면서 헤어 제품 쪽을 가리킵니다.
그동안 직접 표현할 수 없던 나날을 되새기고 셈하자면 턱없이도 부족한 문장이지만, 외려 그만큼의 나날 동안 품어왔으나 뱉지 못한 문장이었기에 그 깊이만큼은 달랐다. 당신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귀애한다, 떠나지 않고 싶다. 목에 유리가 박힌 듯 뱉지 못하던 여러 문장을 뱉어내니 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풀리는 듯했다.
무겁게 몸을 얽매던 쇠사슬이 모조리 깨져 바닥에 떨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 번 깨버렸기에 앞으로도 몇 번이고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그럴 수 있는 힘이 있거니와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으니. 태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느 정도 갈무리된 감정을 다시금 토해내는 일 없이 삼켜낼 수 있었다.
"……."
희미한 오렌지 향, 얼굴에 닿는 부드러운 재질의 면과 그 너머로 전해지는 손가락의 온기. 태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카락은 눈물에 젖어 얼굴에 몇 가닥 달라붙고, 떼어내면 축축한 뺨에 눈물 지나간 자국이 선명했다. 보드라운 천이 그 흔적을 스치고 지나가 지울 적이면, 태오는 완벽하게 삼켜냈다고 자신 있게 생각하던 감정이 다시금 울컥 치솟으려는 것을 참아내기 위해 무진 애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시큰거리던 코와 눈, 그리고 떨리던 몸이 진정되고 더는 어떤 생각을 해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태오는 입을 다물고 있다 슬쩍 눈만 들어 당신을 쳐다보았다.
"……."
그리고 무언가 얘기할까 말까 고민하듯 시선을 피하더니, 바닥을 말가니 쳐다보다 머뭇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재회한 이후 당신이 봐온 태오는 타고 남은 잿더미와도 같았다. 삭막했고, 뭉근했으며, 미적지근하고 감정이 흐렸다. 초연함을 넘어 어딘가 하나 부족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운 하나 없었고, 동시에 쫓기는 듯 위태롭고 불안정했다. 어딘가로 도망쳐 사라져버릴 것처럼.
"오늘, 일……"
그렇지만 지금 당신이 마주하는 태오는 불안정한 모습을 품고 있지만 도망치지 않을 것 같았다. 단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품게 된 외견의 분위기가 위태롭고 불안정하니, 타인의 손에 붙들리면 제법 어울리겠구나 싶을 뿐 이렇다 할 부정적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창백한 피부에 화장처럼 발갛게 물든 눈시울과 그 주변, 젖은 앞머리, 여덟 팔 자를 그리는 눈썹과 아직 마르지 못해 축축한 속눈썹과 다문 입술. 머뭇거리던 태오는 꾹 다물던 입술을 조심히 뗐다.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게……."
미묘하게 주변을 감싸는 듯하던 독기가 빠지고, 유순하게 당신에게 부탁하던 태오는 결국 시선을 먼저 피했다. 울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는지, 아니면 고해성사 이후 진이 쭉 빠진 건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도 날카로운 인상과 다르게 퍽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625-626 철현주 에? 에에?? 에에에에에??? 서연이가 오바해서 긴장하고 쫄아 버린 걸로 보이지나 않을까를 우려했는데 정반대로 해석을 해주시니 다행이면서도 묘하네요오오오오@ㅁ@;;;;;;;; (흐느적흐느적) 근데 이따 답레로 잇긴 하겠지만 친구를 위해서라기엔 서연이의 동기가 별로 이타적이지 않아서 찔려요👀👀👀 아 그리고 로그라고 하나요? 뇌절로나마 이어봤어요오오오 (털푸덕) situplay>1597046866>598
>>627 로운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체페리 남작이 누군지 몰라서 검색했는데 만화 캐인가 보네요 암튼 두려움을 아는 게 용기라는 말은 용기가 무엇인지를 임팩트 있게 요약한 거 같아요><
>>629 >>630 영희주 오늘의 현생도 치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질문은...영희가 3렙 됐는데 빛이 차단된 공간에서도 광선검을 만들 수 있도록 평소에 채비를 해 둘까요? 아니면 그런 공간에선 육탄전으로 전환할까요? 으와와와??!!@ㅁ@ 진짜로 코스메뉴 구상을 하신 건가요??? 세상에나 감사해요!!!! 그 정도로 공들여주셨으니 정말로 집들이(???) 에피가 한번은 있어야겠는데요👀👀👀
>>631 여로주:3 안녕하세요!! 푹 쉬시고 컨디션 회복하셔야 해요오오오오~~~
>>632 수경주 ......으아 으아아 으아아;;;; 죄송해요 3번 읽고도 제 독해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털푸덕)(백기흔들) 저녁에 다시 차근차근 읽고 이어볼게요......(쥐구멍)
안드로이드의 인격을 결정하는 칩의 조정은 홀로그램 파라미터를 통해 조절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것은 재능의 영역에 달렸다. 시중에 쉽게 보급되는 만큼 마음대로 커스텀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만드는 등 무분별하게 악용될 여지가 존재하여 걸어둔 제약 때문이다. 인첨공 내부에서는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 짓기 위해 아무리 칩셋 조정을 잘 해도 불쾌한 골짜기를 일으키게끔 파라미터를 꼬아두었고, 이 꼬아둔 파라미터 값은 생산되는 칩마다 무작위로 변동되었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최대한 웃는 표정을 만든다 해도, 칩이 이식된 안드로이드는 결국 인간 외적의 것이 인간을 흉내 내는 쎄함에서 불러일으키는 불쾌함을 여과 없이 내보였다.
난공불락의 성, 윤리가 전부 무뎌진 곳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을 불문율…… 안드로이드 수집가나 관련 기관 종사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안드로이드 인격 조정은 인첨공에서 만든 가장 단단한 방어막이라 표하곤 했다.
그러나 5년 전, 갑작스럽게 익명 사이트에 등장한 안드로이드 칩셋 아티스트 레이브는 그 불문율을 당당히 깨부수며 그 이름을 알렸다. 그것도 인첨공이 생긴 이후,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1세대 모델을 사용해서. 사람들은 1세대 안드로이드가 실제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우는 표정을 짓고, 화를 내듯 눈썹을 찡그리고, 처음 작품이 올라올 적, 사랑에 빠진 듯 절절한 표정을 짓는 10초 남짓의 동영상을 보며 조작이 아니냐며 의심했다.누구도 불가능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부정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영상이 업로드되고,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4학구 미술관에서 레이브와의 연락을 통해 다섯 번째 작품을 가져와 세상에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제각기 레이브라는 이름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세기의 천재, 얼굴 없는 예술가, 인첨공이 아니라면 나타나지 않았을 숨은 장인……. 윤리와 비윤리의 선에 걸치고, 기계의 육신을 빌려 관객에게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끝없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기계장치의 창조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찬사에, 레이브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은 이따금 작품이 아닌 레이브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곤 했다. 작가는 과연 이 찬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작가의 sns에는 작품의 사진, 공적인 소식이나 이따금 작품에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 아주 가끔 극야의 서 작가와의 짧은 소통을 제하면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4학구 미술관에서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레이브는 자신에 대한 어떤 질문도 답하지 않았다. 나이, 성별, 사상, 삶, 하물며 좋아하는 음식같은 간단한 호불호까지. 레이브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단 하나,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제외하고.
[삶이자 숨.]
사람들은 그 이후로 레이브에 대해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했다. 아니, 오기로라도 끝까지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단서는 찾기 어려웠다. 자신이 레이브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널렸지만, 진짜 레이브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야, 그 소식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사건사고는 늘 생기는 법. 태오는 책상에서 부스스 고개를 들며 대충 시계의 분만 확인했다.
"무슨 소식이길래 5분밖에 못 잔 사람을 깨우는데……." "뭔 개소리에요? 니 아침부터 대가리 처박고 자던데." "아……." "빡대가리냐?" "아니야 너 이 새끼 오늘 말이 거칠다…? 그래서 뭔데요." "너 뒤질래요? 아니야?" "응 아니에요." "아오! 아무튼, 2학년 3반에 윤성훈? 걔가 자기 레이브라고 하면서 조만간 안드로이드 작품 학교로 가져온다고 하던데요? 혜우가 걔 좋아하지 않아요? 레이브?" "개쩌네. 좋아할 걸요……. 혜우네 집에 작품 태피스트리 있던데." "잠깐, 너 지금 희야 빼놓고 혜우네 집에서 잤어요?" "응." "이 새끼 개*끼네 진짜. 야, 형제 우애 어디갔어?" "지 불리할 때만 형제지."
태오는 고개를 다시 책상에 처박았다. 책상 위에 놓인 상어 인형은 뺨을 대자 푹신하게 눌렸다. 태오가 희야에게서 강탈한 것이었다. 이 새끼는 재밌는 소식을 물어다 줘도 악. 돌려줄 생각을 안 하네, 상놈 새끼. 희야의 툴툴대는 심중의 소리가 들리고, 태오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중지 하나를 치켜 올렸다.
"……안 줘." "아 혜성이가 희야 사준 거라고! 내놔!" "누가 학교에 가지고 다니래요? 압수." "아! 혜성이한테 이를 거야!" "어림도 없지요……. 그래서, 레이브라는 건 믿나요?" "솔직히 그걸 누가 믿어요?" "그렇지요…… 내 재학하며 레이브만 벌써 10명 넘게 본 것 같은데." "그런데 걔는 대학 진로도 안드로이드 공학쪽이래요. 내기 할래요?" "나는 아니다에 걸도록 하지요." "희야도 아니다에 걸 건데?" "……그럼 왜 제안했나요?" "그러게요? 너 엿먹이려고?" "빡대가리는 너한테 할 말인 것 같군요." "응! 그래도 희야는 귀여워!" "……." "뿌우 태오 오빠얌." "아 x발 진짜……."
태오는 못볼 걸 봤다는 듯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더니 악.을 꽉 쥐었고, 희야는 불길함을 직감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후다닥 도망쳤다.
"악!!! 현태오가 뛴다!! 희야 살려!" "너 이리 와, 이 새끼 내가 오빠 소리 들을 건 혜우밖에 없는데 오늘 뒤졌다 닌." "희야 살려!!! 은우야!! 혜성아!! 고릴라야!!! 철현아!! 한양아아악!!!"
책상 아래 핸드폰 속, 진짜 레이브의 게시글에 누군가 답글을 달았는지 무음으로 알림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리라. 그거 들었어?" "뭐가?" "3반에 윤성훈. 걔가 자기 레이브라고 했다던데? 조만간 안드로이드 작품 학교에 가져온대." "응, 그렇구나."
사각사각. 연필심이 종이에 갈려나가는 소리가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를 채운다. 다양한 디자인의 팔찌 도안이 하나 둘 채워져가는 노트를 바라보던 상대의 시선은 이윽고 리라의 얼굴에 꽂힌다. 내리깔린 눈동자는 다가오는 시선과 맞닿지 않는다.
"너 별로 관심 없지?"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뭐. 어차피 사칭일 테니까." "아냐. 이번엔 여태껏 사칭하던 애들이랑 좀 달라. 진로도 안드로이드 공학 쪽이래." "현우 넌 그걸 믿어?" "반반?"
손가락이 종이 위를 스치는 동시에 2차원 스케치가 3차원 현실로 옮겨진다. 리라는 실체화 시킨 팔찌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약간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팔찌 하나, 구슬 팔찌 하나, 큐빅이 둘러진 얇은 금속 팔찌 하나, 참이 줄줄이 달린 사슬 팔찌 하나...
"리라 넌 어떤데?" "흠~ 글쎄. 여태껏 얼굴 없이 활동해온 작가가 갑작스럽게 재학 중인 모교에서 이런 식으로 자기 정체를 밝힌다는 건 좀 이상하게 여겨지네." "뭐, 그것도 그렇지. 하지만 레이브가 언제까지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지낼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난 오히려 인터뷰 같은 걸로 밝히는 것보다 이쪽이 더 그럴듯해 보이는데. 갑자기 서프라이즈로 딱! 예술가 답잖아?"
팔찌의 구슬을 매만지던 리라의 눈동자가 그제서야 마주 앉은 사람에게 닿는다. 반반이라기엔 꽤나 믿는 것 같은데. 하지만 반대로 리라는 특별히 믿기지도 와닿지도 않았다. 익명을 고수하던 사람이 얼굴을 밝힌다면 그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작품에는 온전히 그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닌 제작한 사람에 대한 평가마저 얽히고 설키며 따라붙기 마련이다. 창작자로서 공인이 된다는 건 그런 거다. 결과물과 그걸 만든 사람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그런 부분을 셀링 포인트로 삼아 작품과 하나 되길 지향하는 예술가가 있는 반면, 작품 자체의 메세지가 순수히 전달되기를 바라서 미디어 노출을 극히 꺼리는 예술가도 존재한다. 리라가 생각하기에 레이브는 후자였고.
"그래서 말인데, 학교 끝나고 미술관 같이 갈래?" "왜?" "왜긴? 걔 말이 진짠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원본을 보고 오는 게 가장 확실하잖아." "음~ 그런가? 얘들아! 현우가 수업 끝나고 미술관 가자는데, 방과후에 시간 되는 사람!" '헉 나!' "어 야 잠ㄲ" '나 나!' "와! 갈 사람 많네! 앗. 근데 어쩌지, 난 선약이 있어서... 다녀온 다음에 어땠는지 알려줘!" "아니 잠깐만" "헉 이동수업!" "야!"
노트와 교과서를 들고 반 밖으로 달려나오면 그제야 좀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 리라는 제 팔목에 주렁주렁 달린 하얀색 팔찌 시안들과, 그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붉은색 실팔찌를 바라보다가 이동 수업 교실로 향했다. 웃기지도 않지. 뒷담화나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고작 공연 한 번 했다고 입 싹 씻고 친한 척이라니.
>>698 (복슬해지지 않는 밈미) 그거 같지. 자신들은 서로 안친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주변에서 보고 있으면 쟤네들만큼 잘 어울려다니거나 대화 자주하는 애들 없는 그런 가끔 애들이 너 쟤랑 친하잖아 한번 물어봐; 하면 ? 누가 친하다 그래? 하는 그런 벗어날 수 없는 맏내의 이미지. 오히려 좋아. 항상 짜릿해
>>714 크아악 털이 말리고 말아 이 사악한!(이러기) 환장하겠네 디테일 무슨 일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안햐같아서 빵터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들 셋은 붙혀놓으면 안햐만 텐션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을 것 같아서 귀여웡 3학년들이 이래도 되나
"모른 척 하시고 외면하신다면 인첨공은 본래 그런곳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었을 텐데도..." "그러지 않으셔서 다시 돌아보게 되는 거에요.." 어째서 저지먼트는 다른 의견을 보이는 걸까요. 라는 한탄이자 수경의 마음을 희미하게 움직이는 원인을 생각하게 됩니다. 만일. 대체된 것이 다시 돌아가더라도 다른 반응을 보일 것만 같다...일까요?
"그들은 제가 말하는 걸 배신이라고 생각할 거에요..." "하지만 원하지 않는다...라기보다는.." "이런 것을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두렵다는 것에 가까워요..." 그러나 당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은 전지적 시점으로는 수경에게 있어서. 결국엔 긍정적인 것이 될 것일지도요... 수경은 저 먼 경관을 바라보면서 어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냅니다.
"저는.. 그녀를 인첨공의 밑바닥에 처박아버리고 전부를 유용(流用)한 존재라는 걸 납득했어요..." "그녀의 이름도.. 모습도.. 전부 대체하고 있는 존재니까요." "인첨공에서 제조된... 한 존재의 대체품...인 거죠." 그녀의 첨예한 비난과 당신의 둥둥 뜬 기억들. 즉 당신이 갈기갈기 찢겼다 붙었다는 증거에 가까워보이는 것들이 당신을 납득하게 했습니다.
"원래는 그녀의 여동생격으로 제조되었다고 하셨는데..." 위업이자 황금.. 영원.. 그런 것으로 표현되곤 하는 존재는 그녀의 죽음에 가까움을 납득할 수 없었기에 대체품을 그녀 대신으로 삼으려 했다고 그녀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중얼거림같은 말을 하는 수경은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건 죄책감인지. 아니면 공허함인지. 아니면 용기를 냈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이 그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같은 두려움에 가까울 것인지... 자기 자신조차도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한번 숨을 골라야 합니다.
제 4학구에 있는 안티스킬 본부는 리버티의 공격으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다. 건물이 일부 무너지기도 했으며, 내부는 그야말로 박살이 난 상황인만큼 그 본부를 그대로 쓰는 것은 사실상 힘들었다. 그렇기에 안티스킬 대원들은 임시 본부를 세워서 사용하고 있었으며 ㅡ말이 좋아 임시 본부지. 사실 컨테이너이다.ㅡ 본부는 다시 처음부터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 아니. 민호는 현장 감독을 맡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도 일을 해야 했으나, 그의 능력이 능력인만큼 가상 공간을 펼쳐서 공사를 돕는 역까지 맡고 있었다.
아마 철현이 도착했을 때는 그 작업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민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찾아온 철현을 바라봤다. 어디서 봤더라. 아. 그때... 바로 떠올리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했더니... 에어버스터와 함께 있는 그 아이로구나. 그래. 어서 오렴. 그런데... 아저씨에게 쓰고 남은 에너지를 돌려달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 그때 그거 말인가. 이내 바로 떠올리며 민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자신에게 준 것이 있었지. 그것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일까. 상황파악을 마치며 민호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때 그거라면 아저씨에게 줬잖니. 그럼 아저씨 소유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우리 학생 생각은 어떻니? 아저씨에게 준 것을 다시 내놓으라니.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있니? 이제는 이 아저씨 물건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진심으로 화를 내거나 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목소리에 가볍고 웃음기가 섞인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짓궂은 장난이라도 치려는 모양이었다.
"이 아저씨가 다시 돌려줘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지 않겠니? 그 에너지 가지고 어디에 쓰려고?"
포장 막 뜯었을 때 접혀 있는 팩을 바로 펼치려면 부부장의 염동력 같은 능력이 필요할 거 같아 궁금해졌다. 한편 옷은 텔레포트로 입기도 한다는 답은 수경이 한눈에도 입고 벗기 복잡해 보이는 의상을 입고 다니는 비결(???)처럼 들렸다. 이동, 운송은 물론 공격용, 위협용으로도 활용 가능한데(첫 출동 때 사람을 텔레포트시키는 위치에 따라 추락의 위기로 내몰 수도, 그랬다가 구해 줄 수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일상생활의 자잘한 불편도 해소해 주는구나. 굉장하네.
그렇게 수다나 가볍게 떨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좋았겠으나, 서연이 멋 모르고 향수를 고르려던 게 분위기를 급격히 악화시키고 말았다. 수경이와 한 자리에 있으면서 수경이가 답례를 받을지 말지를 화제 삼았는데도, 정작 수경이의 감각은 차단된 것 같은 상황. 그러면서 수경이가 대화를 듣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 ...... "
역시 이 기괴한 상황은 케이스의 조치구나. 그랬기에 케이스의 미소가 아무리 부드러워도 서연으로서는 반감과 두려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뒤편의 가방에서 토실이가 꼬물거리는 듯한 감각에도 간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지금은 가만있어 줘. 그런 텔레파시라도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식도부터 위까지의 경로가 느껴지도록 목도 타고 속도 타는데, 케이스의 대답이 이어졌다. 상정은 또 뭐하는 수박들이야? 로벨이라는 암부 수박이랑은 다른 패거리야? 예쁘게 길러낸다는 꽃은 수경이? 그럼 상정이라는 자들이 수경이의 정수를 노린단 소리? 수경이의 정수라는 건 수경이의 기억과 감정이고? 서연은 이를 악물며 마른침을 넘겼다. 원래도 둔한데 무서워서 더 안 돌아가는 머릴 억지로 굴리려니 골이 지끈거린다.
" 하려는 말이 뭔가요? "
역력히 떨리는 목소리에 흠칫 목을 감싸쥐었다. 쫄아 버린 티는 안 났으면 했는데, 감출 수가 없네.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 지친다. 쇼핑 따위 하지 말걸. 서연은 진심으로 후회했다. 애초부터 수경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벌인 일이 아니었다. 첫 출동에서 받을 이유가 하등 없는 돈을 받아 버려서, 찝찝함을 덜고자 그 돈과 엇비슷한 가격의 초밥을 샀고, 그런 김에 리라가 쓴 보고서의 진위 여부나 확인했을 뿐이다. 께름칙해도 그 정도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냈다고 털어 버리고 싶었다. 근데 도리어 뷔페 예약권을 받아 버려서, 이대로는 주고받고가 끝이 없을 거 같아서, 평범하게 어울리며 그 핑계로 소소한 물건이나 건넨 뒤 부채감을 버리고 싶었을 뿐이다. 화장품 고르며 실없는 소리나 주고받고 내키면 인생네컷도 찍어 보고 간식이든 커피든 나눠 먹기도 하다 저녁은 그 뷔페에서 해결하면 부채감이 그럭저럭 가시겠거니 했지. 그래. 순전히 내 속 편하자는 짓이었다. 케이스를 비롯한 암부 수박 측을 무서워하고 의심하면서도, 하루쯤은 그런 마음 없이 어울릴 수 있으리라고 착각해서!!
그때 수경이가 케이스의 마지막 말은 들었는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감각이 돌아왔...다? 케이스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헤어 제품도 보자며 딴청이다. 그 순간, 분노와 모멸감이 치밀었다. 그 감정이 케이스를 향한 것인지 스스로를 향한 것인지까진 알 수 없었으나, 이 쇼핑이 헛짓거리라는 의식만은 뚜렷했다. 서연은 내려놓았던 제 가방의 지퍼를 잠그고 다시 맸다. 그러고는 앞서 바구니에 담았던 제품들을 모조리 제자리에 갖다놓은 뒤, 뷔페 예약권이 담긴 봉투를 수경에게로 내밀었다.
" 미안, 수경아. 쇼핑하자는 거 거짓말이었고, 내 진짜 용건은 이거야. 나 이거 못 받겠어. 아니, 받기 싫어! "
" 저번에 초밥, 그거 전에 우리 점포에 출동했을 때 니가 줬던 현금에 맞춰서 산 거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받은 돈이라, 나한텐 내 의사와 무관하게 진 빚 같아서 그 빚 청산하고 싶었어. "
" 근데 초밥 값의 두 배는 되는 예약권을 받게 되니 당혹스러웠어. 네가 뭘 바라고 준 게 아니라는 점은 알지만, 내 입장에선 겨우 갚은 빚이 두 배로 불어난 셈이라 부담스러워. "
" 근데 그냥 돌려주면 니가 안 받을 거 같고, 이 금액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기엔 경제력도 부족해서, 오늘 하루 같이 놀면서 네 화장품도 좀 사 보려고 했어. 저녁엔 이 예약권을 쓸 생각이었고. 그렇게라도 빚진 기분 덜고 싶었어. "
" 그랬는데... 못하겠다. 너랑 케이스씨가 관련된 그 기관에 해코지당할까 무섭고 케이스씨도 무서워서. 이렇게 무서워하는 주제에 아무렇지 않은 척 어울리려 드는 건 가식이고 기만이잖아. 그니까 그냥 내 희망사항 다시 한 번 말할게. "
" 나, 이거 받기 싫어. 네게 그럴 의도가 전혀 없는 것과는 상관없이, 이건 나한테 강제로 떠안는 빚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 돌려줄게. "
/ >>639에서도 밝혔지만 서연이의 동기는 결코 이타적이지 않았습니다......(죽은눈)
철현의 준 적이 없다는 그 말에 민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안경을 손으로 살며시 정리했다. 그리고 안경알 너머로 가만히 철현을 바라봤다. 꽤나 당돌하기 그지 없는 이라고 민호는 생각했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그때 그걸 돌려달라니. 설마 이렇게 나올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당연히 자신으로서는 딱히 필요없는 물건이었다. 에너지가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걸 확보해야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은 그 외에도 다른 에너지원이야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공장과 발전소라. 하지만 그 에너지를 사주려고 할까? 이 아저씨가 생각하기엔 안전한 에너지인지 알 수 없어서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 같은데. 그리고 나에게 팔겠다니. 이 아저씨는 굳이 필요없는 에너지인걸. 보아하니 돈이 궁한 모양이로구나."
눈을 반짝이며 에너지 거래를 제안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민호는 가만히 팔짱을 꼈다. 그리고 철현을 바라보더니 역으로 제안했다.
"이 아저씨도 입장이 입장이라 당당하게 사줄수는 없고... 그러면 여기서 일을 조금만 도와주겠니? 그러면 최저임금의 2배로 해서 확실하게 하루 일당을 줄게. 어떻니?"
아저씨는 공무원이라서 이런 것으로 사기도 못 쳐.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철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과연 어떤 답을 할까. 궁금하다는 듯, 그의 눈길이 철현의 몸을 살며시 훑었다.
>>644 >>662 철현주 (퍼엉)(이미 영혼이 나간 참치입니다)(잔해물 쓸어내기) 아........당함량 실화인가요 //////////////////////////////////////// 잇고 싶은데 제 필력과 머리가 산화해 버렸어요@ㅁ@ 선배가 이렇게까지 달달한 캐였을 줄이야??!!??!! 하루마다 깜짝깜짝 놀라요오오오오오............. >< 서연이는 딸기푸딩 나왔어요~☆
>>744 새봄주 ^^;;;;;;;;;;;;;;;;;;;;;;;; 엄...... 그냥 넘어가기 아깝더라고요👀👀👀👀 (긁적긁적) 서연 : ? 무생물인 물체여야 음식으로 바뀌는 거 아냐?? 토요일엔 바쁘시군요@ㅁ@ 시간 맞출 수 있게 되는 대로 제가 일상칼을 써 보겠어요!!!
situplay>1597046866>745 @신새봄 알콩달콩 잘 먹었냐는 문자에 볼이 붉어지고 동공이 흔들리는 서연이었다. 설레고 흐뭇하고 뭉클하고 간질간질하던 거랑 별개로 떠올리니 어쩐지 부끄러... 한편으로는 2주나 쉬어야 했을 만큼 후유증이 심했는데도 복귀하자마자 축하부터 해 준 새봄이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 화요일 빼고 5시 이후? ]> 김서연 [ 오케이!! ]> 김서연 [ 출발 전에 연락할게~~>< ]> 김서연
혜성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복종_순종_굴종_맹종 >> 이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질거라고 생각할텐데...이혜성의 기본 골대는 순종. 타인의 의견에 별다른 반대를 하거나 상황에 대한 반항이 크지 않거든. (근데 속내는 다름. 겉과 속이 다른 사람 맞음) 곧 죽어도 굴종이나 맹종, 복종은 안할 성질머리기도 함. 얘도 만만치않은 또라이니까.
자캐의_가장_큰_고민거리는 >> 1.졸업하고 뭐하지 2.미래가 캄캄함. 3.기타 스트레인지에서 하는 활동에 대한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뭐가 있나. 4.들켰을 때 뭐라고 설명한다? 굵직한 고민거리가 많다.
>>829 그렇다면 은우가 상대라면 어떻게 하나요? (어?) 그리고..1~2번은 고등학생이 할법한 발상인데...3~4번은...8ㅁ8 (토닥토닥) 역시 혜성이에게 안티스킬 루트가 빨리 열려야만...(안됨)
833새봄의 모험 ~ 에필로그 《중요한 건, 그 다음》 Part.1
(l7U9cMk7Mk)
2024-05-10 (불탄다..!) 23:19:50
...한숨도 못 잤다. 단풍이 유품은 당연히 성하고 말끔하고 (그래도 겁이 나서 악세사리용 튼튼한 비닐 지퍼백, 천으로 된 파우치에 이중으로 봉해두고, 지금은 필요 없어진, 레벨 1일때 연구소에서 지급한 능력 제어장치도 차고 자리에 누웠었다. ) 단풍이한테 전화했을 땐 목소리가 가라앉아있긴 했지만 화난 기색은 덜했다. 무엇보다 전화를 받아준 게 기적이고. 목걸이를 고친 건 성하제 전인데, 이제야 연락이 닿았으니까. 못 자서 말이 헛나가거나 그러면 안되는데... 평일이라면 수업시간에라도 자겠지만, 얄짤없다. 오전에 만나기로 했거든. 가기 전에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야지. 능력 어제 마시다 만 물을 에스프레소로 만들기 위해, 텀블러를 쥐고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텀블러는 그대로, 물만 커피로 만들기 위해서. 한모금 넘기니, 지독한 쓴맛과 달달한 향만 느껴지는 걸 보니, 성공이다. 얼추 정신이 들자, 씻고 준비한 뒤 연구소를 나와 단풍이와의 약속장소인, (내 일터이기도 한) 블랑 엣 느와르로 향했다.
일하고 있는 동료 형들에게 인사하고,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나를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단풍이가 좋아하는 아이스 페퍼민트 티를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자니, 창 밖 멀리서부터 단풍이의 새빨간 머리칼이 시야에 들어왔다. ...긴장된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단풍이는 가게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와서는, 곧장 내가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내가 인사도 꺼내기 전에, 단풍이는 내 맞은편에 털썩 앉아 자기 앞에 놓인 음료를 말 그대로 원샷해버리더니, 일언반구도 없이 몇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그러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거, 네가 제어할 수 있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 알아."
"그 목걸이..." 단풍이의 목소리가 갈라지다 뚝 끊겼다가, 희미하게 떨리며 다시 이어졌다. "...너도 알다시피, 나한테 정말 소중한 물건이었어."
"그런데, 그 목걸이도 소중하지만, 너도 나한테 소중해. ...소월이 이후로, 처음 마음을 연 녀석이니까. ...그러니까, 그 일은 용서해보도록 노력할게."
"...그 대신..."
"...딱, 한 대만 맞자!!"
한쪽 눈에서 불이 번쩍 튀는가 싶더니, 몸이 뒤로 기울어지며 나자빠졌다. 가방부터 몸으로 감쌌다. 아이고, 나단풍. 이 성질 급한 친구야. 이걸 얼마나 고생고생해서 고쳤는데. ...아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솔직히 생각보단 고생 덜 했다. 성규가 심성이 착하고 기억력이 좋았던 덕이지. 역시 난 운이 꽤 좋은 것 같다.
소중한 연인이 살아간 유일한 증거를 나 때문에 잃었는데도, 죽빵 한대로 용서해 줄 만큼, 마음이 넓은 친구가 생겼으니까. 선하가 죽은 이후엔, 동료라면 모를까... 친구는 안 두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도.
근데 주먹이 진짜 맵긴 맵다. 반사적으로 맞은 볼을 감싸니 제법 부어오른 게 느껴졌다. 그래도 지금은 아픈 볼이나 만질 때가 아니다. 놀라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장님과 형들에게 "잠시만요." 라고 양해를 구하고,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다, 똑바로 섰다.
4학구의 절반을 날릴 에너지. 즉, 자신과 관계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역시 자신의 것이 아니냐는, 누가 봐도 참으로 억지스러운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여전히 장난을 치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그의 입가는 조금도 내려오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이 녀석. 참 당돌하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보다 굿위치? 그게 누구지? 그런 생각을 잠시 하기도 하지만 레벨4 능력자 중 하나겠거니 생각하며 민호는 혼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레벨5와는 다르게 레벨4의 이명은 세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편이었다. 사실상 퍼스트클래스 정도는 되어야 대중적으로 유명해지고 그 이외의 레벨5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레벨4보다는 유명했다. 즉... 레벨4의 이명에 대해서 민호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다.
"아니. 괜찮아. 이 아저씨의 능력이면 노동하는 몸이 아니어도 노동하는 몸처럼 움직일 수도 있어."
살짝 그에게 한번 더 권유를 해보는 듯 했으나 이어 민호는 껄껄 웃으면서 안경을 손으로 올렸다. 그리고 허공에 키보드를 치는 시늉을 했다. 이내 초록색 필드가 잠시 펼쳐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철현의 바로 앞에 그때 자신에게 준 그 장치가 나타났다.
"이거 말이지? 가져가렴. 하지만 이상한데 쓰거나, 엉뚱한 데 사용하면 체포할지도 모르니까 이 아저씨 실망시키지 말렴. 알겠지?"
아저씨. 안티스킬이야. 학생 믿고 주는거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껄껄 웃음소리를 냈다.
>>833 이야...이걸 용서해주네...물론 새봄이가 좋은 친구인 건 맞지만 연인의 유품을 없애버렸는데..역시 우정.. >>829 혜성아!!! 레벨 4면 어디든 모셔갈꺼야!!!!! 그러니 나쁜놈들 먼저 쓰러뜨리자!!!! >>826 딸기푸딩!!!! 진짜 잘 어울려요!!!! 겸손한게 특히요!!! >>818(응답이 없다. 당함랑으로 죽기전 마지막 불꽃이었나보다)
>>0 "호에에에~~~" [그런 반응 바라고 한게 아니거든...] "hoeee~~~" [혀를 굴리라는게 아니거든...] "거참 많은걸 바라네여 유라는..." [아니, 오히려 안 바라는데?!]
그녀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기계를 다루는 것엔 나름 일가견이 있던 여학생인만큼 의도적으로 통제불능의 상태에 놓여진 더미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모습은 꽤나 볼만한 거리였을지도. 한다면 하는게 비단 그녀뿐만은 아닌 건지, 몸을 움직일만한 일들은 최대한으로 미루고 어물쩡 넘어가며 하루종일 자신의 능력과 싸운다고 해도 역시 위기에 처하면 개구리도 뱀을 무는 법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깜짝 놀랐거든... 분명 입력된 대로만 행동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인첨공 사양이라고 자가학습 능력이라도 있는걸까?] "...글쎄여? 사실 생각해보믄 그동안 하자품이 하나도 없던게 말이 안되는거 아님까?" [상식적으론 말이 되는데 비즈니스적으론 좀 그렇거든... 뭐, 난 딱히 상관 없긴 하거든. 그정도야 점례 너도 충분히 조정할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하면 이렇게 말하고. 보통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민호는 생각했다. 적으로 돌리면 조금 피곤한 상대일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을 했으나, 어디까지나 생각만 할 뿐. 그는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진 않았다. 이내 들려오는 물음. 무한한 체력과 뛰어난 암기력, 사고력을 얻을 수 있냐는 말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네 코드를 분석해서 읽어낼 수 있다면 내가 만든 공간 내에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이 아저씨는 가급적 사람의 코드는 읽지 않으려고 해. 그건 내가 함부로 건들면 안되는 영역이니 말이야."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도 있거든. 읽으면.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 그 표정이 묘하게 섬뜩했을지도 모른다. 이어서 보여주듯이 움직이는 키보드를 치는 듯한 손동작까지. 그리고 그의 시선은 철현을 가만히 향하고 있었다.
"응? 아하하. 아니지. 이 아저씨가 다시 채워넣은거야. 비슷하게 말이야. 어쨌든 에너지만 다시 집어넣으면 되는거잖니. 안 그래?"
아무리 그래도 에너지를 안 쓴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살며시 두 손을 휘저었다. 그 와중에 거래를 요구하는 그의 당돌한 모습에 그는 다시 안경을 손으로 정리하면서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아저씨에게 얼마를 원하는거니? 제시를 해보지 않겠니? 그리고 오지덕 박사? 알지. 그 꼰대 대마왕은 아저씨는 별로 안 좋아해."
이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살며시 주변을 살피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철현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스스로 자살하도록 몰고 갈 수도 있는 능력자야. 이 아저씨는 그 꼰대와는 별로 안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 꼰대는 왜 묻니?"
>>838 혜성주 아... 레벨이 높아서 양지로 나갈 수는 있지만 언니한테 양지로 나갈 생각이 없는 게 문제인가 보네요... 어렵네요@ㅁ@ >>843의 캡 말씀대로 안티스킬이 된다면??!! k직장인인가요 @ㅁ@;;;;;;;;;;;;;;
>>839 >>845 >>858 >>863 새봄주 어떻게 놀려야 잘 놀렸다고 소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기발한 얘기들이 나올지 두려운데요👀👀👀👀 별말씀을요@ㅁ@;;;;;;;; 여느 사람이었다면 용서하기 힘들었겠다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는걸요 사이가 좋고 나쁘고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잃은 게 너무 커서요... 단풍이랑 새봄이의 유대가 정말로 특별하구나 했어요 오렌지푸딩!! 리액션 잘해 주는 거 감정이 풍부한 거 집중력이 좋은 거 인싸인 거는 잘 맞아 보이는데요!!! 부실 과자집 대신에 부장 책상을 케이크화........................... 새봄아아아아아아아
>>851 >>853 >>869 영희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 불금 좋으네요 아침시간일 거 같은데 하루만 더 버티시라요!!! 호기심이 많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장 선다, 동정심과 정이 많다... 같은 점은 잘 맞는 거 같고 비판에 민감하다나 상처를 잘 받는다나 걱정이 많다는 건 안 맞는 거 같아요 히히 으악??!!??!! 영희야아아아아아아 새봄이랑 콤비가 잘 맞는군요????
>>859 철현주 와!! 이렇게 오지덕 박사에 대해 알아내나요??(팝콘)
>>862 한양주 지적 능력이 우수한 건 맞아 보이는데요? 독립심 강하고 냉철하고 팀에서 리더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인간관계에 쿨하고............ 잘 맞지 않나요? ㅎㅎㅎㅎ
>>867 캡 ................................................. 사람을 자살하도록 아 싫다 무섭다 저희 데플 없는 거 맞죠???????;;;;
"저는 그 곳이 아니면 다른 곳을 생각하기도 어려워했으니까요." 그들이 수경의 존재 자체가 쓰기 좋은 장기말로 만들어진 존재라고 그랬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들었던 것처럼.. 갈 곳이 없다고 여겼으니까요.." 골칫거리. 덤. 부산물. 그런 말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이가 아니면 결국 수경이라는 신분은 물거품마냥 사라질 것이라 여겼으니까. 그녀가 결국 마음을 독하게 먹어서 목숨을 끊기로 한다면 인첨공 안에서 살아있는 유령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가정을 보았던가요? 여느 차일드 에러같은 이들도 다 있는 것조차 없이... 라는 그것은...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의 대체품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제법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딸이라는 명목 하의 자료라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시는 로벨 님과.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입을 다문 분...
"조금 달라요. 납득하지 않은 자.. 위업이라고 하거나. 혹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분이 그녀를 제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버리신 거라고 했답니다..." 태진의 말을 조금 고치자면 대단한 분이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수경을 대역으로 세웠다. 가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니... 원본..이라고 해야 할까요? 수경은 살아 계셨고. 저와 마주할 때마다 저를... 끔찍하게 여기고 계세요..." 비난과 살의와 증오를 마주하면 두려워지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옅어져가는 기분입니다. 사실 그녀를 위해서라도 마주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걸 행하는 건 로벨이지.
"그렇게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네요." 그 말에 어쩐지 웃음이 나옵니다. 심각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하얗게 미소짓는 모습이 모든 것을 떨쳐낸 것과도 비슷할까요?
"그래서...원래는 정말 유령처럼 있으려 했는데..." 결국 그걸 못해서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라는 속삭임이 들릴까요? 저지먼트가 원인이 되고. 마음이란 게 있기에 당신을 조금 보게 되어서, 그걸 못하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란.
일종의 좌표지정을 복잡하게 해야하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닐 겁니다... 수경은 복잡하긴 해서 레벨 4는 되어야 가능해진 일이지만요.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아니 그게 아닌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런 주고받음이 수경의 기억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게 상정이 원하는 방향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고. 듣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도청 위협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빙빙 돌리니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 케이스는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 다시 한번 추락하는 걸 느끼며 다시 능력으로 정신을 다시 고양시키려 합니다. 계속해서 쓰다보면 계수가 오를것도 같은 기분이 들 정도에요. 울렁거림이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과의 짧은 연결같아요.
-정말이지...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어요... -말을 잘 하지 못하기나 하고... 한숨쉬는 듯한 케이스. 하지만 그 말들은 얼핏 보면 서연을 향하는 것 같이 보였지만 자조적인 고개 떨굼을 생각해보면 케이스 자신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케이스가 굳이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고 해도 이미 암부라는 것이 그럴 수 있다고 증명하는 것과도 같으니까요. 그걸 케이스가 단 한번도 원한 적 없었다고 해도.
"그런..." 수경이 서연의 말을 듣고 머뭇거립니다. 예약권을 건네는 서연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강제로 떠맡는 빚이라면 오히려 남기지 않는 게 아닌 건가요?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고로 예약권 산 건 제가 산 거에요~ 티가 부탁한 거였거든요. -안타깝게도 티는 온라인으로 뭔가를 사는 건 누군가를 통해야 해서 말이지요~ 케이스는 눈치없는 척 슬쩍 끼어들어 수경이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군요.
"...미안해요." 전부 다 잘못된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수경은 서연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고는 한두걸음 뒷걸음질쳤습니다.
"저..전... 그저.. 잘 썼다는 것만 들으면 됐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차라리 그냥 먹고 입 닦아버리면 수경에게는 더 가볍게 훌흘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었겠지만. 세상사 그렇게만 될 순 없는 일이다. 케이스는 한숨쉬면서...
-이렇게 된 이상. 필담이라도 하러 카페라도 가실래요? 전 오늘 하루 행적을 되짚음당하면서 처벌 받고 싶지는 않아서요... 오 이제까지의 말 중 가장 솔직한 말이로군요.
"이 아저씨 월급의 1%? 글쎄. 이 아저씨가 한달에 받는 돈이 꽤 많아서 말이야. 거기의 1%라고 해도... 아니. 그보다 이거 아저씨의 돈 뜯어가는 것은 아니니?"
고급 스테이크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넘어서서 가족 타령까지 하는 것에 민호는 두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철현을 바라봤다. 어허. 이 학생. 생각보다 당돌하네. 그런 혼자만의 생각을 빤히 하면서 그는 눈을 가만히 깜빡였다. 이 인첨공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저 패기가 조금 탐이 나기도 했기에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어디 가서 소문내지는 말렴. 아저씨가 빚을 진 것이 있으니까 도와줄수는 있는데... 그래. 뭐, 기분이다. 나중에 계좌만 알려주렴."
조금 더 도와줄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비밀로 하렴. 비밀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이야기를 하며 그는 쉿- 소리를 냈다. 한편 철현의 추론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만능은 아니야. 그 박사의 능력은... 참으로 무시무시하지만 길어봐야 3~4시간 정도라는 단점이 있거든. 그리고 마음을 닫으면 통하지 않아. 물론 사람인 이상... 마음을 닫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퍼스트클래스들은... 익숙해."
겪고 있는 현실이 현실이잖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민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마치, 저지먼트의 부장인 은우조차도 그것이 익숙하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민호는 싱긋 웃었다.
"아무튼 이 아저씨는... 역시 그 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럼에도 어울릴거라면 이건 기억해두렴.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감정이 문뜩 떠오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감정은 반드시 부정하고 부정하고 또 부정하렴."
이어 그는 살며시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 자신의 눈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안경을 살며시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918 (담요 속에서 죽어있음) 아니 짤 제공 받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퇴근하고 오면 비때문에 죽어있느냐고 이벤트 참여가 불투명해지는데 크악
>>922 아 왜째서 있는건데 색깔은 왜 또 저래
925새봄의 모험 ~ 에필로그 《중요한 건, 그 다음》 Part.2
(ApjN7wFZRg)
2024-05-11 (파란날) 00:59:23
내가 건넨 주머니를 받아든 단풍이의 표정은... 한마디로 아주 묘했다. 쳐맞고 일어나서 고맙다는 말부터 하냐, 혹은 뜬금없이 이걸 왜 주냐는 황당함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거 설마... 하는 기색이 약간 첨가된 그런 느낌? 단풍이의 손이 잠시간 떨리다, 이내 주머니를 열고, 그 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설마, 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 단풍이는 펜던트의 외관을 확인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미친" 하고 중얼거리더니, 황급히 지퍼백에서 꺼내 뚜껑을 열었다. 어떤 마음일까. 펜던트 안쪽을 보는 단풍이는... ...우, 울어? 단풍아? 단풍이는 펜던트를 꾹 쥐고, 삽시간에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하고, 울음기로 잔뜩 이지러진 목소리로 빽 소리질렀다.
"야, 이 미친 X아!! 고쳤으면 고쳤다고 말을 해야지!!! 왜 내가 때릴 때까지 가만 있어, 있길!!"
그 벽력같은 외침에, 아차 했다. 으이그, 다섯대 이상 맞아도 싼 일을 저질렀는데도 한 대만 치고 용서해줘놓고 울면 어떡해. 나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단풍이에게 꼭 해야만 하는 말이 있으니까.
"한 대도 너무 싸지, 단풍이 넌 그동안 훨씬 아팠잖아. 내가 내 능력을 제대로 제어 못해서 벌인 일 때문에. 그러니, 미안해. 이유가 뭐였고, 지금 목걸이를 고친 거랑은 관계없이, 내가 그 날 너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줬어. 정말 미안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가, 들고 단풍이를 향해 어색하게나마, 어쩌면 울음을 참느라고 웃는 것 같지도 않은 몰골이겠지만, 웃어보였다.
"그리고, 고마워. 나 때문에 그동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힘들었을 텐데도, 용서해주겠다고 말해줘서. 그리고 날 여전히 소중한 친구라고 말해줘서..."
그 뒤로는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단풍이가 가게가 떠나가도록 울기 시작했거니와,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다행히도, 안티스킬은 안 왔다. 내 생각엔 사장님이 대강 상황을 눈치채신 것 같다. ...그래도 죄송하니까 이다음에 뭔가 선물이라도 할 작정이다. 실컷 울고 나서는 당연히 쫓겨났고, 단풍이랑 기숙사까지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한 게 산더미였고. 단풍이는 정말로 내가 목걸이를 고쳐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용서해주려고 했다니. 이 마음에 어떻게 해야 보답할 수 있을까. 답이 나오질 않아, 그냥 단풍이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커리큘럼을 받고, 연구소의 주선을 통해 성규를 만나고, 거래하게 되고, 그런 일련의 모험들을. 묵묵히 듣던 단풍이가 입을 열었다.
"너도 욕 봤네. 정신 없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 내 목걸이까지 신경썼어?" "당연하지. 그 목걸이가 어떤 물건인지 내가 알잖아. 이미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평생 용서받지 못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기억을 더듬으니, 그 때 나를 버티게 했던 한 문구가 떠올랐다. 단풍이랑 같이 보면서 기가 막혀하기도 하고, 때로는 엉엉 울기도 했던, 엄청 고전 드라마의 대사. (그러고보니 TMI지만, 그 드라마 주인공이자 그 대사를 말한 캐릭터, 저지먼트에 닮은 사람 있다!)
"그 다음이 중요한 거잖아." "그래서, 너한테 목걸이를 고쳐서 돌려주는 것만 생각했지." "아! 다시는 같은 사고 안 내게 조치하는 것도." "그러다보니 레벨 3도 됐다? 이제 레벨 2 때부터 제어장치 없어도 자는 동안 아무일 없어, 히히."
그 말에, 단풍이가 반색했다.
"진짜? 야, 그럼 다시 나랑 방 같이 써도 되겠는데?"
아이고, 단풍아... 이런 기쁜 순간에 찬물을 얹고 싶진 않았지만, 어쩌겠나. 구라 칠 수도 없고. 그냥 말해야지.
>>877 서연주 히히 그렇게 말해놨지만 아직 구상중이야>< 그 때가 왔을 때 기발한 놀림이 떠오르길 바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서연주가 말한 대로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해도 너무 큰 걸 잃을 뻔한 사건이었지... 그리고 실은 단풍이가 한참 화낼때 빌런같아 보일까봐 쫄았었지 뭐야! 의도된 대로 다 나와서 다행이야 ㅋㅋㅋ 호평 고마워! 히히 맞아, 서연이 푸딩도 문구 읽어보니까 찰떡이더라! 특히 위에서 두줄! 근데 서형은 생각도 깊게 하고 행동도 확실히 하는데~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로젝트 헥센 하우스는 이제 막 시작했다구~><(즉석에서 붙인 이름주의
"이 아저씨도 거기까진 모르겠는걸. 내 능력에 대해서야 이것저것 알지만, 남의 능력에 대해선 아무래도 잘 알 수 없으니 말이야."
그 관련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 민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퍼스트클래스라고 한들, 안티스킬이라고 한들 결국엔 연구원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았기에 그는 명확한 답을 해주진 못했다.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민호의 도움을 받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허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뭐... 정확히는 이 아저씨도 표현하기 힘들어. ...이 아저씨의 경우에는 정말 말 그대로 마음을 꾹 닫고,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매몰차게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단계까지 가지만... 이것도 마음의 문을 닫았다...라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뭔가 더 명확하게 가르쳐줄 수 없다는 듯,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이것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어 귀를 막는 것은 어떻냐는 그 말에 민호는 어깨를 다시 한번 으쓱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아저씨도 그보다 더 많이는 몰라. 그 꼰대가 이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지는 않거든. 나는 그저 기본적으로 알려진 정도로만 이야기하는 것 뿐이야. 그 이상의 정보는 주기 힘들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쩌지?"
그 말은 적당히 피하거나 귀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 관련은 모르는 것이 맞는지, 그는 면목없는 표정을 지었다.
/타인의 능력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이는...그 아무도 없기에! 여러분들도 은우의 능력의 한계는 잘 모르는 것처럼! (옆눈)
신나게 웃으면서 계좌를 보내는 철현의 모습에 민호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렇게 응수했다. 참으로 뻔뻔하지만, 그럼에도 당당한 모습이 꽤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런 인첨공이기에 이런 학생도 한두명은 있어야지. 그렇게 결론을 지으며 민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낸 후에 돈을 일부 보냈다. 아마 그의 계좌에 들어간 돈은 .dice 200 600. = 340 만원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보다는 조금 덜했을 수도 있고, 조금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준 이유는 특별히 없었다. 그저 민호의 변덕이었다.
"하지만 역시 아쉽네. 최저임금의 2배로 줄테니까 여기서 일해볼 생각은 없니?"
보다시피 해야 할 일이 많거든. 이어 그는 엉망이 된 안티스킬 본부와 수용소를 가리켰다. 특히 한양이 박살낸 벽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직 저기까진 복구가 되지 않은 것일까.
"...뭐, 그거와는 별개로... 가족이 있으면 소중하게 여기렴. 이런 인첨공이니 말이야."
한번 죽거나 하면 정말로 다시는 못 보는 곳이거든. 그런 말을 조용히 남기면서 그는 가만히 철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1.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는가?」 신념이란 뭘까요? 나는 신념이 있는 걸까요? 그걸 알 수가 없네요... 저는 사고방식을 배웠기에 붕 떠 있으면서도 생각보다 현실적인 사고로 굽어내리살피는 시선을 가졌으면서도. 맞춰진 시선을 븥잡고 있으니까요... 2. 「우연히 만난 옛날 지인이 자신을 못 알아본다면?」 ─그게 정답이지 않나요? 3. 「누군가의 집에 놀러갔다가 물건을 망가뜨린다면?」 ─왜 그런 질문을 하시나요? 망가뜨렸다니요?
수경이에게 예약권을 넘기는 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빚 갚는 게 우선이면서 어울리고 싶은 척하고 무서워하면서 의심 안 하는 척하는 거 이제 못 해! 안 해!!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릴 벗어나 암부 수박하고든 상정이라는 수박하고든 엮일 의사 1도 없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때 좀 전까지만 해도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케이스가 돌변했다. 한숨 쉬며 고개 숙이는 모습이 그저 평범하게 풀 죽은 아이 같았다. 잔뜩 날이 섰던 서연에게도 느껴질 정도의 변화였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그래서 머뭇거리는 사이 수경이가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리도 아니다. 받아도 괜찮다 류의 얘기로 옥신각신할 여지를 없애고자 타협의 여지라곤 없는 말을 골라 썼고 그러느라 다소 거친 말도 섞였으니, 여리고 순해 본인 의견을 내세우길 어려워하는 수경이로선 듣기 힘들었을 거다.
그렇다고 무를 생각은 없었기에 그대로 수경이의 손에 예약권을 쥐어 버리려다 케이스의 말에 멈칫했다. 온라인 구매를 못 한다? 수경이 컴퓨터는 잘 다루는 거 같았는데. 타자도 빨랐고. 전자 기기를 못 다루는 것도 아닌데 온라인 구매를 못할 이유가 무엇?? 처음에야 본인 인증에 계좌 연결에 귀찮은 거 투성이다만... 어?! 봉투를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수경이 본인 인증이 안 돼? 그럼 학교 입학은 어떻게 한 거야??
그때 잔뜩 움츠러든, 차마 강하게 내뱉지도 못하는 듯한 사과가 침울하게 울렸다. 나보다 훨씬 큰데도 뒷걸음질치는 모습이 어쩐지 자그마하게 느껴진다. 한숨을 내쉬고 안경을 고쳐 쓰는 서연이었다. 수경이가 뭔갈 바라고 돈이나 뷔페 예약권을 줬던 게 아니란 거야 나도 안다. 그저, 내게도 내 입장이 있기에, 수경이의 의도한 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뿐.
" 니가 부담 주려던 게 아니란 건 알아. "
" 아마 첫 출동 땐, 내가 일당 날아갔다고 투덜댔으니 돈이 필요한가 보다 짐작했고 마침 돈을 갖고 있었으니 줬겠지. "
" 이 예약권도, 초밥집에서 얻어먹었다고 생각해서, 그게 마음에 걸려서 줬을 테고. "
" 근데 마음에 걸렸던 건 나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나로선 이유 모를 돈을 받아 버렸으니까. "
" 초밥 먹은 게 마음에 걸렸을 테니 알겠지만, 주는 쪽 못지않게 받는 쪽에게도 수긍할 만한 이유가 필요하잖아. 친하거나, 거래를 했거나, 언제라도 받은 만큼 내어 줄 준비가 되어 있거나, 뭐 그런 거. "
" 근데 그때 우린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별 교류가 없는 사이였잖아? 그랬기 때문에 네게 그런 의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빚진 기분이 들었던 거야. 초밥은 그래서 샀고 것도 내멋대로 억지 부려서 간 거니까, 그걸 얻어먹은 걸로 계산하지는 않아 줬으면 해. "
공포감이 누그러들어선가 제 듣기에도 좀 전에 비해 조곤조곤한 말투다. 그렇게 예약권을 수경이에게 돌려주려는데, 케이스가 제안해 왔다. 카페? 여기서 실랑이하는 거보단 그 편이 낫긴 하겠다. 근데 처벌이라니? 하루 행적에 따라 암부 수박이나 상정 수박한테 처벌받기도 하는 걸까?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소리 내어 대화하는 게 안전하지 않단 의미임은 알겠다. 앞서 케이스의 얘기 중에 내가 오해한 것도 있는 모양이니 거기서 좀 더 차분히 얘기해 보자.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 안내할게요. "
그렇게 카페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면, 자리마다 배치되어 있는 주문용 기기를 통해 메뉴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서연은 샷 추가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평소 같으면 샷 추가까지는 안 하겠지만 오늘은 카페인이 좀 더 필요할 거 같았다. 그 뒤 폰의 메모 앱을 열어 수경이와 케이스에게 보일 내용을 적고는 폰을 들어 보였다.
[ 수경이랑 이것저것 주고받게 된 이유는 좀 전에 말한 대로인데요, 그와 관련해서 제가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영희주 @새봄주 맞아!!! >>912 영희 훈련 레스 읽다가 생각난 건데 3레벨부턴 10만원에서 99만원 사이로 지원금 나와요오오오오오 >< 저 예전에 서연이로 다이스 굴렸다가 대박쳐서situplay>1597044116>243 그 금액만큼 받는다고 땅땅했었어요 ㅋㅋㅋㅋㅋ
>>922 혜우주 ..................제가 잘못 봤나요? 진짜 해파리로 만든 잼이에요????? @ㅁ@;;;;;;;;;;;;;;;;;;;
>>925 >>942 새봄주 이유가 뭐였고 피해를 복구했더라도 당시에 줬던 상처는 달라지지 않는다... 맞는 말이네요. 새봄이 사과 멋있다. 글고 그 다음이 중요하다라는 대사는 어느 드라마에 나왔을까요? 가상 드라마인가요? 아니면 진짜 현생 드라마? 그 드라마 주인공과 닮은 저지먼트 부원은 누굴까요👀👀👀 (궁금궁금) 에이!! 캐한테 화내는 NPC라고 다 빌런이겠어요? 화내는 이유가 중요한 거죠!! 단풍이 새봄이 앞으로도 잘 지내길 응원할게요오오오오 >< (야광봉)
>>962 철현주 ...........................마지막 문장에서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선배 수완이 좋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947 >>963 캡 떠오르는 마음은 뭐가 됐든 무조건 부정하라니 무슨 스님식 도 닦기도 아니고오오오오오@ㅁ@ 뭘까요;;;;;;;;;;;;;
"...뭐? 진짜? 그 둘이 뛰어다니고 있다구? 우리 구경갈까?" "근들갑 에바야- 간다고 뭐가 되겠어?" "그치만 가면 보기라도 할 수 있잖아. 혹시 알아? 어쩌다 눈에 들어서 연락처 교환이라도 할 수 있을지?" "까르륵 얘 뭐래니! 근데 그러면 진짜 좋긴 하겠다, 그 선배들, 소문은 별로여도 생긴 건 진짜 예쁘고 잘 생겼구-" "맞아 맞아, 친해지면 진짜 좋을 거 같지, 안희야 선배랑 현태오 선배-"
드르륵!
거칠게 밀어내는 의자 소리에 떠들던 애들이 흠칫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계속 폰을 보며 교실을 나갔다. 애들이 모인 앞문이 아닌, 뒷문으로 내가 나간 뒤에는,
"...쟤 뭐야? 재수없게. 레벨 5 찍었다고 아주 콧대가 하늘을 찌르겠네!" "그러게. 교실에선 말도 안 하고 맨날 폰만 보고. 쟤만 보면 밥맛 떨어져." "그렇긴 한데, 너네 그거 알아?" "응? 뭔데 뭔데?" "그, 선배들이랑 쟤랑 같은 연구소 출신이래. 엄청 친하다던데?" "진짜? 어머 왠일, 쟤 꼬리 칠 줄도 알았어? 와 꼴값한다 증말." "오빠동생 하는 거 같던데, 그건 아니지 않아?" "혈연도 아닌데 무슨 오빠동생이야. 쟤 집에서 버려졌다는 소문도 있던데, 여기서 새살림 차리려고 아주 그냥 있는대로 끼부렸나 보네." "하여간 자존심 높은 것들이 뒤로 더하다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휴! 야, 기분 나쁜 X 땜에 내 기분까지 잡쳤다. 우리 매점이나 가자." "그래 그래- 난 딸기 우유 마셔야지." "난 커피 우유." "그럼 나는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한참을 그렇게 떠들던 여자애들은 이내 교실에서 나가 매점 쪽으로 사라졌다.
그 즈음, 나는 3학년 교실층으로 가서 한참 추격전 벌이는 중일 희야와 태오 시야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선
"오빠- 나 왔지롱."
하고,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희야를 향해 이리 오라며 팔을 벌리곤 품에 쏙 들어오거든, 안아 들어서 태오에게 데려다줬겠지.
희야에게 억울한 시선 받아도 뭐, 또 먼저 장난쳤겠거니 하는 합리적 의심은 확신이자 사실이었을 테니까.
키득대며 놀다 내 교실로 돌아갔을 터였다. 몇몇 애들이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봐도, 전부 무시한 채로 내 자리에 앉아 다음 수업 준비나 했겠지.
".....그랬군요.." 어물거리고.. 그래서 그랬다라는 것을 듣고 나서는 자기가 결국 강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알아서, 예약권을 내민 것을 받으려 합니다.. 내가 잘못한 거에요. 어떻게 그런 감정을 가지게..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발치를 적시고 언젠가는 턱밑까지 차오르겠지만. 지금은 아직 발치에 불과하니까요. 가라앉힐 수 있을 겁니다. 케이스가 잠깐 수경을 보다가. 톡톡 건드리자. 희미한 행복감이 차오릅니다. 지금은 적절한 처방이로군요... 예약권을 돌려받은 건. 언제든 쓸 수 있으니까 케이스는 그걸 어떻게 쓰든 상관없어할 거고요.
-궁금한 게 많은 얼굴이시네요.. 발랄한 톤이지만 표정이 풀죽고 침울하니까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본래 목소리도. 본래 말투도 전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달달한거어~ 케이스는 달달한 것을 시키고. 수경은.. 적당히 에이드종류를 시키려 하네요. 그리고 메모장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수경과 케이스.
-...감정이 강해지는 걸 로벨 님이 원하는 건 맞지만.. 이런 주고받기는 보통 긍정적 영향을 주는데.. -상정은 부정적인 걸 원하는 거라서 지금의 주고받기가 이어지는 걸 상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에요... -아... 하지만 티가 보통 호구같을 정도로 과하게 주려 하는 건 사실이긴 해요.... -그리고... 초커 슬롯 중에는 도청이 있을 수 있어서 저나 필담이 아니면 도청될 수 있어서 대화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던 거에요... 케이스가 눈치를 보면서 슬쩍 말하려고 합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려고 노력한 듯이. 좀 말이 느려졌군요. 긴장한 티가 납니다. 그리고 수경은... 말이 없습니다.. 둘 다 풀이 잔뜩 죽어있군요.
아 못찾겠다. 로벨 전남편이 대충 나한테는 끝났다고.. 그랬었잖아.. 같은 말 한 거... 어차피 이제 안나올 분이시긴 하지만
우리 딸은 죽었다면서. 나한테는 장례식도 이미 끝냈다면서 참석도 못하게 했잖아요. 근데 지금 저 4학구를 박살내려던 뭔가를 크리에이터와 함께 저지한 저지먼트에서 멀쩡히 있는 쟤는 뭐냐라는 말이었던. 죽었다는 거 듣고 아무리 이혼한 상태지만 장례식도 찾아오려다가 이미 다 끝냈고 당신이랑은 이제 연관조차도 끝이군요 듣고 제법 좌절하셨는데 저지먼트에서 활동하는 거 보고 사레가 들리고 로벨 찾아올만했다.
tmi 2.
수경이 id카드는... 파손직전입니다. 재발급하라고 알람오는 건 죄다 무시하고 있어요.. 인증 당연히 거의 안되고 겨우겨우 연지 연구원(진호나.. 동백 소장님)이 등록해놓은 걸 통해서 현금만 좀 쓸 수 있을 느낌. 텔레포터니까 다행이지 다른 능력이었으면 자전거를 애용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