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색조 화장 자체는 텔레포트를 통해서 일정 부분 지우는 게 가능해요.. 착색은 지워야 하지만요..." 피부 조직과 화장은 결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화장을 텔레포트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그리고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의외로 접착제같은 것을 제거하는데에도 알맞을 수 있습니다. 바닥에 껌붙었을 때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에요!
"저는.. 이것을 쓰지 않아요. 꽤 스테디셀러이기에 처음 뿌리는 타입의 사람에게 무난하다. 라서요." "저는.. 세르주루텐 라 휘드 베흘랑... 이 지정되었다고 알고 있었어요. 결국 제 것은 아니었다고 납득했지만요.." -저는 미우미우 로블루...가 지정되어 있죠~ 어려운 향수이름이다... 케이스는 희미하게 웃고만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연의 말에 웃음마저도 멈춥니다. 얼어붙은 듯한 표정의 케이스네요. 다행이라면, 살의같은 것은 없다는 거네요. 그런 의도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째서요? 그녀, 케이스가 서연을 고개를 돌려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음을 들려줍니다. 거의 하늘색에 가까운 안광이 없는 서늘한 푸른 눈이 서연을 직시합니다. 답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반응한 걸로 보아서는 답례를 어째서 하려 하냐는 것처럼 들릴 수 밖에 없지요. 무례하리만치 직설적이고 냉랭한 말이었음에도 수경은 어째서요? 라는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난처한 얼굴로
"저는.. 답례는 괜찮은걸요. 그저. 고맙다.. 정도만 해주시면 괜찮아요." 라고 말을 애써 미소지으며 하려 하는 수경입니다. 무언가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모호한 표정을 짓습니다.
-대답해 주셨으면 해요. 티는 답례를 바라지 않을 거에요. 그런 것을 아신다고 해도 계속해서 답례하려 하실 건가요?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티에게 부정적이면서도 동력으로써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요? 눈을 내리깔고 어딘지 처연해보이는 얼굴로 수경과 서연을 바라보는 소녀는 물음을 전하고 대답을 부탁하려 합니다. 수경은 이 말들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향수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나의 울음이 설움 섞인 나의 아픔을 호소하는 것이었다면 태오의 울음은 한이 담긴 절규처럼 들렸다. 소중하디 소중한 나의 남매는 입을 통해서가 아닌, 온 몸으로 표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원했을 뿐이라며. 그저, 이리 터놓을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라며.
열아홉이 아닌 아홉살 그적부터 쌓은 듯한 눈물을 수문 터진 댐마냥 펑펑 내쏟는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까우며, 동시에 애달프고, 진귀했다.
친애하고 애정하기에 더욱 태오를 단지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달래었다.
한참을 이어지던 울음소리 겨우 잦아들어가자 지친 몸 내게 기대라며 조심히 더 당겨 안았다. 겨우 겨우 추스리는 숨소리를 귓가에서 듣다가 잔뜩 물 먹은 솜마냥 무겁고 힘든 목소리가 들려 귀를 쫑긋 기울였다.
지쳐 떨리면서도 천천히 자아내는 화답에 뭐라 표현할 방법 없는 기쁨이 솟구치는 포말 되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수없이 많은 공기방울이 몽글거리며 나를 간질여 지나가나 싶더니 짧게 이어진 고마워, 그 한 마디에 순식간에 파도 되어 나를 휘감더니 그대로 연녹빛 바다로 내던졌다.
따뜻한 지중해의 바다에 잠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그런 벅찬 기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채운 듯, 아니, 채워짐 그 자체였다.
"으응, 나두, 오빠 진짜 너무 좋아."
마음 같아선 길바닥이고 나발이고 신경 안 쓰고 볼 부비며 온갖 애교를 부리고 싶었지만 가장 중요한, 애교 대상자인 태오의 상태를 신경 써서 참기로 했다.
이제 언제든 볼 수 있을 테니까, 애교는 나중이어도 괜찮을거야.
조금은 안심된 생각을 하며, 한 손으로 야상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잠시 바스락거리다가 손끝에 걸려 나온 건 연한 오렌지향이 나는, 부드러운 면 재질의 손수건이었다. 그걸 조심조심 접어 들고서 태오 얼굴에 대주려 했다.
"오빠아, 얼굴 닦자. 고개 들기 싫으면 그대로 있어. 응. 세상에, 땀 난 거 봐. 우리 오빠 이렇게 울 줄도 아는 사람이었네."
조곤조곤 말하며 태오의 젖은 얼굴을 닦아주려고도 했다. 나도 썩 좋은 몰골은 아니었지만, 태오보다는 나았으니까 나보다 태오 먼저, 내 얼굴 닦는 것보다 더 신경 써서 정리해주려 하며 젖은 앞머리를 톡톡 털어주거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귀 뒤로 넘겨주기도 하려 했다. 그러면서 태오가 숨도 몸도 어느 정도 추슬렀다 싶을 쯤, 나직히 말했다.
"이제 괜찮아?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거야?"
혹시나 더 담아 둔 얘기가 있을까 봐 한 손으로 등을 살살 쓸어주며 안색을 살피려 했을 터였다. 얘기도 얘기지만, 태오의 상태가 최우선이었으니까.
화장을 텔레포트로 지운다라, 무지무지 끝장나게 얇은 마스크팩을 딱 그것만 벗겨내는 셈일까? 그렇게나 섬세한 작업까지 가능하면 여러모로 편하겠는데?
" 옷 갈아입고 화장하는 것도 텔레포트로 해? "
아닌가? 시시콜콜한 일에까지 연산 일일이 하느니 몸 움직이는 편이 차라리 낫나? 상상하다 멈칫했다. 혜우 납치 사건 때 새봄이가 흰머리 수박의 옷을 솜사탕으로 만든 거랑 비슷하게(???) 수경이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옷을 텔레포트시켜서 무력화시킬 수 있겠네??(당시에도 사회생활에 대한 의지와 이성이 있는 상대에게나 유효한 방법임이 드러났다만;;;) 거기 생각이 미치자 공연히 제 교복을 꽉 붙들게 되는 서연이었다.
서연이 엉뚱한 생각에 빠진 사이 수경은 향수에 대해 대답해 주었다. 향수는 정말 잘 아는구나. 끄덕이며 듣던 중 쎄해졌다. '지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수경인
"그런 게 허락..되나요..?"
고작 싫은 음식을 안 먹는 걸로도 그런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향수가 지정되었다는 건, 세 뭐시기라는 이름 복잡한 향수를 쓰는 게 강제됐다는 의민가? 케이스도 마찬가지고?;;;; 미친, 그 암부 수박은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몸서리를 치는데 케이스가 확 싸늘해진 얼굴로 서연을 노려보았다.
" 에??? "
어째서냐니? 초면에 신세 졌으니 당연히...! 아차!! 그게 아니라 강제로 뿌려야 했던 향수는 답례로 불쾌하단 의민가??;;;;;;
" 어... 그... 미안해요. 내가 싫은 기억을 상기시킨 거 같네요. 초면부터 실례했어요. 꼭 향수를 주려던 건 아니었고요. 저 도와준다고 시간들 내 줬으니 보답하고 싶었던 건데, 불쾌하게 해서 미안해요. "
근데 어색한 건 수경이의 반응이다. 저렇게 대놓고 물은 말을 못 듣기라도 한 것처럼, 여느 때와 비슷하게 좀은 망설이고 주저하는 듯한 태도로 제 의사만 드러냈다. 심지어 케이스가 다음 질문을 던지는 동안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향수를 구경한다. 뭔데? 이 상황?? 케이스가 수경이의 단짝인지 수경이의 감각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는 감시자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아니, 둘 다여도 이상할 거 없긴 하다.
역시 이런 식으로 무방비하게 만나는 건 안일했나. 후회와 낭패감 속에 서연은 제 가방을 내려놓고는 지퍼를 슬쩍 열었다. 속에서 토실이가 자길 부르냐는 듯 꼼지락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토실이를 달래듯, 아니, 긴장한 스스로를 달래듯 서연은 토실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토실이까지 끌려가진 않게 해야지. 서둘러 오느라 토실이를 미처 못 꺼냈던 건데 그게 차라리 다행이었네. 가방을 가리듯 일어서며 케이스를 바라보는 서연이었다.
" 다만 케이스씨에게 제가 실례한 것과는 별개로 수경이의 입장은 케이스씨가 아니라 수경이와 직접 대화하면서 알아가고 싶어요. 케이스씨 말대로 수경이가 답례를 바라지 않을 사람인 건 알지만, 저도 저대로 수경이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
" 케이스씨가 수경이와 저의 대화를 듣는 거야 수경이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수경이가 지금처럼 얘기를 못 듣는 상태라면, 수경이와 저 사이의 일을 케이스씨한테 말하진 못하겠어요. 그러니 제 대답을 듣길 바란다면 수경이부터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주세요. "
말하면서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다. 나 완전 막 나간다.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케이스를 똑바로 보려고 애썼지만 간 떨린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거 같아 치마를 움키는 척 허벅다리를 꼬집었다.
" 그리고 '그들'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수경이한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란 건 뭐고 동력으로써의 긍정적 영향이란 게 뭔지를 정확히 설명해 주시면 수경이랑 대화할 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지금의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들이라서요. 가능한가요? "
/선택지를 잘 고른 건지 잘 고를 선택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던져 봅니다아아아;;;;;;;;;;
오늘 커리큘럼엔 좀 엉뚱한 분이 찾아왔다. CCTV 제조사의 연구개발팀장이라나? 사이코메트리를 접목해서 사각지대 없이 상시 발동하는 CCTV의 개발이 목적이란다. 사이코메트리가 접촉 없이도 작동하는 동시에 꺼지지도 않는 상태를 지향하는 셈인가? 태오 선배가 늘상 목소리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듯이?? 그럼 잘못 찾아오신 거 같은데. 접촉 없이도 사이코메트리가 발동되려면 못해도 5레벨은 되어야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연구원도 우려를 드러내던데 제조사 팀장은 사이코메트리스트들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걸로 충분하니 협조 부탁한단다. 그래서 오늘은 뇌파 측정용 장치를 잔뜩 연결한 채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 중단하기를 반복했다. 제조사 팀장이나 연구원한테 써 보기도 하고, 커리큘럼실에 있는 사물이나 벽, 바닥에 써 보기도 했다. 외부 기관과 무관하게 하는 훈련과 큰 차이 없긴 한데, 저쪽이 연산할 때와 평상시의 뇌파 차이부터 사이코메트리의 대상이 사람일 때와 사물일 때의 뇌파 차이까지 골고루 필요하댔으니 하라는 대로 해야지.
"화장 하는 건 그냥 하는 편이에요. 마스크팩 같은 종류는 텔레포트로 딱 얹을 순 있지만요..." 마스크팩에 직접 손을 안대고(*겉포장지엔 대야하지만) 얹고 버릴 수 있다..만 해도 편할 것 같은데. 수경은 별 거 아니라는 것처럼 말을 이어갑니다.
"옷은... 좀 복잡한 경우는 텔레포트를 시키기도 하고요.." 하긴 수경의 옷차림은 홀스터같은 것들로 좀 복잡한 타입인 만큼.. 텔레포트 하는 게 더 편해보이는 복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경은 미안해요 라는 말을 듣지 못한 듯.. 향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향수를 바라보는 그 눈은 오묘합니다. 시향해보지는 않고. 그저 몇 가지 둘러보는군요...
-...글쎄요. 저는 티가 저희의 대화를 듣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는답니다.. -사실 여기에서 말을 하기엔... 무겁긴 하잖아요? 물론 그것을 노리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케이스지만. 그 돌려말하는 것 때문에,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는 건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들리는 것과.. 실제 말하는 간극은 큰 편이니까요. 케이스가 마치 동물이 꼬리를 치듯이 눈웃음을 칩니다. 여우같기도 하고 고양이같기도 한 꼬리침.
-상정은... 잃어버린 자이자 홀로 선 자, 그리고 흐릿한 형체께서는 꽃을 예쁘게 길러내고.. 그 정수를 원할 테니까요. -그것은 기억, 감정, 과거... 그 모든 것을 끄집어내 갈갈이 파탄내고 기반삼기 위해서..였을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들었답니다.. 그리고 위업이자 영원이자 지배자는 홀로 남아 계약을 청산하고 그 머나먼 이상향을 바라보기만 해야겠죠... 생각보다 순순히 말을 들려주는군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이 당시를 사이코메트리 한다면, 케이스의 말은 한 번 더 묻지 않는 이상 들리지 않을 겁니다.
-저니까 다행이죠~ "케이스...?" 다행이죠~ 라는 말은 들린 듯. 어째서 다행이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케이스를 쳐다보는 수경입니다. 케이스는 씨익 웃으면서 향수 말고 다른것도 봐요~ 라고 말하면서 헤어 제품 쪽을 가리킵니다.
그동안 직접 표현할 수 없던 나날을 되새기고 셈하자면 턱없이도 부족한 문장이지만, 외려 그만큼의 나날 동안 품어왔으나 뱉지 못한 문장이었기에 그 깊이만큼은 달랐다. 당신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귀애한다, 떠나지 않고 싶다. 목에 유리가 박힌 듯 뱉지 못하던 여러 문장을 뱉어내니 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풀리는 듯했다.
무겁게 몸을 얽매던 쇠사슬이 모조리 깨져 바닥에 떨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 번 깨버렸기에 앞으로도 몇 번이고 깰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그럴 수 있는 힘이 있거니와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으니. 태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느 정도 갈무리된 감정을 다시금 토해내는 일 없이 삼켜낼 수 있었다.
"……."
희미한 오렌지 향, 얼굴에 닿는 부드러운 재질의 면과 그 너머로 전해지는 손가락의 온기. 태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카락은 눈물에 젖어 얼굴에 몇 가닥 달라붙고, 떼어내면 축축한 뺨에 눈물 지나간 자국이 선명했다. 보드라운 천이 그 흔적을 스치고 지나가 지울 적이면, 태오는 완벽하게 삼켜냈다고 자신 있게 생각하던 감정이 다시금 울컥 치솟으려는 것을 참아내기 위해 무진 애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시큰거리던 코와 눈, 그리고 떨리던 몸이 진정되고 더는 어떤 생각을 해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태오는 입을 다물고 있다 슬쩍 눈만 들어 당신을 쳐다보았다.
"……."
그리고 무언가 얘기할까 말까 고민하듯 시선을 피하더니, 바닥을 말가니 쳐다보다 머뭇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재회한 이후 당신이 봐온 태오는 타고 남은 잿더미와도 같았다. 삭막했고, 뭉근했으며, 미적지근하고 감정이 흐렸다. 초연함을 넘어 어딘가 하나 부족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운 하나 없었고, 동시에 쫓기는 듯 위태롭고 불안정했다. 어딘가로 도망쳐 사라져버릴 것처럼.
"오늘, 일……"
그렇지만 지금 당신이 마주하는 태오는 불안정한 모습을 품고 있지만 도망치지 않을 것 같았다. 단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품게 된 외견의 분위기가 위태롭고 불안정하니, 타인의 손에 붙들리면 제법 어울리겠구나 싶을 뿐 이렇다 할 부정적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창백한 피부에 화장처럼 발갛게 물든 눈시울과 그 주변, 젖은 앞머리, 여덟 팔 자를 그리는 눈썹과 아직 마르지 못해 축축한 속눈썹과 다문 입술. 머뭇거리던 태오는 꾹 다물던 입술을 조심히 뗐다.
"비밀로, 해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게……."
미묘하게 주변을 감싸는 듯하던 독기가 빠지고, 유순하게 당신에게 부탁하던 태오는 결국 시선을 먼저 피했다. 울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는지, 아니면 고해성사 이후 진이 쭉 빠진 건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도 날카로운 인상과 다르게 퍽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625-626 철현주 에? 에에?? 에에에에에??? 서연이가 오바해서 긴장하고 쫄아 버린 걸로 보이지나 않을까를 우려했는데 정반대로 해석을 해주시니 다행이면서도 묘하네요오오오오@ㅁ@;;;;;;;; (흐느적흐느적) 근데 이따 답레로 잇긴 하겠지만 친구를 위해서라기엔 서연이의 동기가 별로 이타적이지 않아서 찔려요👀👀👀 아 그리고 로그라고 하나요? 뇌절로나마 이어봤어요오오오 (털푸덕) situplay>1597046866>598
>>627 로운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체페리 남작이 누군지 몰라서 검색했는데 만화 캐인가 보네요 암튼 두려움을 아는 게 용기라는 말은 용기가 무엇인지를 임팩트 있게 요약한 거 같아요><
>>629 >>630 영희주 오늘의 현생도 치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질문은...영희가 3렙 됐는데 빛이 차단된 공간에서도 광선검을 만들 수 있도록 평소에 채비를 해 둘까요? 아니면 그런 공간에선 육탄전으로 전환할까요? 으와와와??!!@ㅁ@ 진짜로 코스메뉴 구상을 하신 건가요??? 세상에나 감사해요!!!! 그 정도로 공들여주셨으니 정말로 집들이(???) 에피가 한번은 있어야겠는데요👀👀👀
>>631 여로주:3 안녕하세요!! 푹 쉬시고 컨디션 회복하셔야 해요오오오오~~~
>>632 수경주 ......으아 으아아 으아아;;;; 죄송해요 3번 읽고도 제 독해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털푸덕)(백기흔들) 저녁에 다시 차근차근 읽고 이어볼게요......(쥐구멍)
안드로이드의 인격을 결정하는 칩의 조정은 홀로그램 파라미터를 통해 조절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세부적인 것은 재능의 영역에 달렸다. 시중에 쉽게 보급되는 만큼 마음대로 커스텀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존 인물과 비슷하게 만드는 등 무분별하게 악용될 여지가 존재하여 걸어둔 제약 때문이다. 인첨공 내부에서는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분 짓기 위해 아무리 칩셋 조정을 잘 해도 불쾌한 골짜기를 일으키게끔 파라미터를 꼬아두었고, 이 꼬아둔 파라미터 값은 생산되는 칩마다 무작위로 변동되었다. 날고 기는 사람들이 최대한 웃는 표정을 만든다 해도, 칩이 이식된 안드로이드는 결국 인간 외적의 것이 인간을 흉내 내는 쎄함에서 불러일으키는 불쾌함을 여과 없이 내보였다.
난공불락의 성, 윤리가 전부 무뎌진 곳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을 불문율…… 안드로이드 수집가나 관련 기관 종사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안드로이드 인격 조정은 인첨공에서 만든 가장 단단한 방어막이라 표하곤 했다.
그러나 5년 전, 갑작스럽게 익명 사이트에 등장한 안드로이드 칩셋 아티스트 레이브는 그 불문율을 당당히 깨부수며 그 이름을 알렸다. 그것도 인첨공이 생긴 이후,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1세대 모델을 사용해서. 사람들은 1세대 안드로이드가 실제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 우는 표정을 짓고, 화를 내듯 눈썹을 찡그리고, 처음 작품이 올라올 적, 사랑에 빠진 듯 절절한 표정을 짓는 10초 남짓의 동영상을 보며 조작이 아니냐며 의심했다.누구도 불가능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부정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영상이 업로드되고,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4학구 미술관에서 레이브와의 연락을 통해 다섯 번째 작품을 가져와 세상에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제각기 레이브라는 이름을 뇌리에 각인시켰다. 세기의 천재, 얼굴 없는 예술가, 인첨공이 아니라면 나타나지 않았을 숨은 장인……. 윤리와 비윤리의 선에 걸치고, 기계의 육신을 빌려 관객에게 인간에 대해 질문하고 끝없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기계장치의 창조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찬사에, 레이브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은 이따금 작품이 아닌 레이브라는 작가에 대해 궁금해하곤 했다. 작가는 과연 이 찬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작가의 sns에는 작품의 사진, 공적인 소식이나 이따금 작품에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 아주 가끔 극야의 서 작가와의 짧은 소통을 제하면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4학구 미술관에서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레이브는 자신에 대한 어떤 질문도 답하지 않았다. 나이, 성별, 사상, 삶, 하물며 좋아하는 음식같은 간단한 호불호까지. 레이브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단 하나,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제외하고.
[삶이자 숨.]
사람들은 그 이후로 레이브에 대해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했다. 아니, 오기로라도 끝까지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단서는 찾기 어려웠다. 자신이 레이브라 주장하는 사람들은 널렸지만, 진짜 레이브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야, 그 소식 들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작은 사건사고는 늘 생기는 법. 태오는 책상에서 부스스 고개를 들며 대충 시계의 분만 확인했다.
"무슨 소식이길래 5분밖에 못 잔 사람을 깨우는데……." "뭔 개소리에요? 니 아침부터 대가리 처박고 자던데." "아……." "빡대가리냐?" "아니야 너 이 새끼 오늘 말이 거칠다…? 그래서 뭔데요." "너 뒤질래요? 아니야?" "응 아니에요." "아오! 아무튼, 2학년 3반에 윤성훈? 걔가 자기 레이브라고 하면서 조만간 안드로이드 작품 학교로 가져온다고 하던데요? 혜우가 걔 좋아하지 않아요? 레이브?" "개쩌네. 좋아할 걸요……. 혜우네 집에 작품 태피스트리 있던데." "잠깐, 너 지금 희야 빼놓고 혜우네 집에서 잤어요?" "응." "이 새끼 개*끼네 진짜. 야, 형제 우애 어디갔어?" "지 불리할 때만 형제지."
태오는 고개를 다시 책상에 처박았다. 책상 위에 놓인 상어 인형은 뺨을 대자 푹신하게 눌렸다. 태오가 희야에게서 강탈한 것이었다. 이 새끼는 재밌는 소식을 물어다 줘도 악. 돌려줄 생각을 안 하네, 상놈 새끼. 희야의 툴툴대는 심중의 소리가 들리고, 태오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중지 하나를 치켜 올렸다.
"……안 줘." "아 혜성이가 희야 사준 거라고! 내놔!" "누가 학교에 가지고 다니래요? 압수." "아! 혜성이한테 이를 거야!" "어림도 없지요……. 그래서, 레이브라는 건 믿나요?" "솔직히 그걸 누가 믿어요?" "그렇지요…… 내 재학하며 레이브만 벌써 10명 넘게 본 것 같은데." "그런데 걔는 대학 진로도 안드로이드 공학쪽이래요. 내기 할래요?" "나는 아니다에 걸도록 하지요." "희야도 아니다에 걸 건데?" "……그럼 왜 제안했나요?" "그러게요? 너 엿먹이려고?" "빡대가리는 너한테 할 말인 것 같군요." "응! 그래도 희야는 귀여워!" "……." "뿌우 태오 오빠얌." "아 x발 진짜……."
태오는 못볼 걸 봤다는 듯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더니 악.을 꽉 쥐었고, 희야는 불길함을 직감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서 후다닥 도망쳤다.
"악!!! 현태오가 뛴다!! 희야 살려!" "너 이리 와, 이 새끼 내가 오빠 소리 들을 건 혜우밖에 없는데 오늘 뒤졌다 닌." "희야 살려!!! 은우야!! 혜성아!! 고릴라야!!! 철현아!! 한양아아악!!!"
책상 아래 핸드폰 속, 진짜 레이브의 게시글에 누군가 답글을 달았는지 무음으로 알림이 나타났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