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전에 한 번 전화로 말씀드렸었는데요? 쇼코 씨." 독일에서의 식사가 많이 좋으셨나봐요. 심각한 와중에도 빙글 웃으며 농지거리를 하듯 가볍게 웃는다. 토고가 접근하자 화력에 휘말리지 않게 재빨리 몸을 빼고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환각을 준비한다. 총탄이 불을 뿜고 근방이 넘실거리는 화염과 매캐한 연기가 언데드를 둘러싼다. 물론, 실체가 없는 환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런 해도 주지 못하는 거짓일 뿐이지만 분명 잠시의 틈은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성자의 전투에서 그 찰나는 치명적인 일격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연기와 너울거리는 그림자 틈으로 숨은 여인이 언데드가 당황해 헛방을 날리자 그 틈으로 날아든다.
암살
이미 애저녁에 차갑게 굳었어야 하는 몸이 드디어 진정한 안식을 맞아 뒤로 넘어간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거구가 판자 위로 무너진다. 하얀 손에 사체가 허리춤에 걸치고 있던 열쇠 꾸러미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토고 씨의 말씀대로 저희는 언제든지 스스로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는 헌터니까요. 바꾸어 말한다면 각자의 최선은 서로에게 다를 수 있다는 의미지만요." 꾸러미를 풀어 반을 토고에게 던져 넘긴다. 그와 같이 검을 던져 뒤에서 접근하는 유령을 바로 퇴마하는 것은 덤이다. 성법만 제대로 쓸 수 있었다면, 보조를 아예 못받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녀는 신성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더, 더욱 더 많은 믿음을 모아야 했다.
"누군가는 더 큰 선을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여길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천천히 걷더라도 옆에 있는 것을 지키겠다 생각할 수 있을것이어요." 그녀는 그 모든 선택을 그저 지켜본다. 그리고 길을 걷는 자들의 원망을, 세상에 낙오된 이들의 분노를 풀이한다. 말미암아 잘못된 길을 끊는다. 다시 올바르게 되돌려 놓는다. 교주로서 신도에게 끝에 대한 환상을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했다.
"최후의 안식에 거처한 신께서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이에요." 겸사겸사 약탈을 하는 사람이 하는 말치고는 꽤 거창하다. //14
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자는 바보의 희망을. 동화를 모으던 기사들의 이야기를. '희망'과 '꿈'에 대한 두 기사의 입장차이. 반목.
동화의 밤.
진짜 돈 지오테.
".........."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몇번 다물었다가 뜬다.
내 앞의 '지오씨' 는. '카하노 기사단의 대종사 돈 지오테' 는 아니다. 아마도, 그는. 지금.....
'흑기사'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겠지. 그가 찾던 친구. 약속한 친구. 나는 습관처럼 입을 어물정 거리다가. 이내, 부드럽게 웃는다.
"지오씨."
그를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가, 나는 일단 '지오씨' 라고 조심스레 부른다. 왜냐면 그게 우리의 관계였으니까. 그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해주기 전까진, 나에게 있어 그는 '지오씨' 인 것이다.
"저희가 처음만난 날을 기억해요? 쓴 커피를 마시던 제게, 당신은 각설탕 세 개를 추천해줬어요."
어째서일까. 그렇게도 먼 기억이 아닐텐데, 아련해지는 추억인 것은. 그것은 그 뒤에 농도가 진한 삶을 살아서일까. 혹은, 이것이 '추억'으로 변하기 직전인, 그런 상황이어서일까.
"지오씨는 이런 세상에서 편한 웃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렇게 얘기했었죠. 그리고 저는 거기에 공감했어요. 믿지 않으셔도 괜찮지만, 제 안에 가득찬 1세대의 잔혹한 세상이. 거기서 울고 비참하게 죽어간 생명들이. 아이가 아이다울 수 없던 환경이. 나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 심장을 조금 쓰다듬는다. 거기에는 피가 흐르고, 의념이 깃들며, 그리고 더 깊은곳에. 영혼과 의지가 담겨있다.
"확실히, 지오씨의 부탁은 쉽지 않았어요. 나는 그걸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의뢰에서 번 공헌도를 전부 다 쏟았습니다. 제가 하겠다고 자원한 것이지만, 커피 한잔 값으론 상당히 비쌌죠. 사람들은 나보고 '바보' 라고 할거에요."
나는 그렇게 말하곤 미소 짓는다.
"그 때, 당신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무력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지오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계속 바보같이 노력해서, 우연히 만난 바보에게 바보같이 참견해서, 우리는 실 없는 얘기도 죽을 뻔한 위기도 넘어서 지금 여기에 왔습니다. 나를 여기에 이끈건, 바로 당신입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이름과 정체가 달라진다 한들. 그와 내가 보낸 바보같은 시간들은 변하지 않을테니.
"솔직한 심정으론, 죽을 생각은 관두라고 엉엉 울고 싶습니다. 나는 최근에 이미 존경하는 어르신과 이별을 마주했어요. 이제와 친해진 사람의 작별을 다시금 경험하는건, 정말 괴로운 일이겠죠. 그러나 난 그러지 않을거에요. 그게 정말 '지오씨'가 선택한 길이라면, 그게 이 이야기의 종막이라면. 나는 그것을 존중하고 싶으니까."
얘기하다보니, 조금 울고 싶어졌다. 아니, 어쩌면 많이. 아니, 어쩌면 이미 울고 있을지도.
그래도 나는 웃는다. 이런 세계니까.
"그러니 내가 한가지만 부탁하자면. 속죄나, 자책감 같은 것으로 나아가지 맙시다. 당신의 이야기가 긍지 높다고 생각하여 목숨을 걸고 협력한 나를, 바보로 만들지 마세요. 이 이야기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언젠가, 내가 이것을 동화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줄 때. 바보같고, 어딘가 가슴이 울리고, 그러나 그 끝엔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만들고 싶으니까."
치맛자락에 감싸인 채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듣고, 스승님이자 어머니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해 나간다면 언젠가, 무난하게 성주 자리에 오를 지도 모른다.
허나 한결이 망나니같던 어린 시절로부터 뼈저리게 배운 교훈 한 가지. 그것은 다름 아니라 무언가를 손쉽게 얻는다면 그만큼이나 손쉽게 잃을 수도 있다는 담백한 사실이었다.
세상 어느 어머니가 자식이 가시밭길을 걷길 원하실까. 자식의 입에 단 것이 들어가면 자신이 쓴 것을 들이켜도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부모이리라.
그러나. 한결은 제 앞에 거저라는 수준으로 들이밀어지는 스킬북(?)을 바라보며 무언가 구린 냄새가 맡아지는 것만 같았다. 단순히 자신을 소환하는 것이라면, 특별반이라는 이름 하에 그저 데려가기만 해도 됐을 테다. 그러나 부담스러울 정도의 대가를 먼저 쥐어주면서 데려가려 한다는 건? 아무리 성주님이 뒤에서 바라보고 계신다 한들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 정도는 한결 또한 알아챌 수 있었다.
"...호의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UHN에서 이렇게까지 사려깊게 일개 헌터에 불과한 저를 배려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허면,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 에 대해서 말인데... 서로의 기대와 목표를 명확히 이해하고 싶습니다. 제가 정확히 유럽의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알고 말고. 가능성이 없으면 입 밖으로 내던지지도 않았지예. 크크크... 실제로, 내 중경 한가의 후원을 받기도 하고.. 자오 한 금마랑 만나가 같이 바티칸의 소동을 정리한 적 있데이."
슬쩍 떡밥을 던져준다. 그리고... 그간 생각해온 것을 말해보자.
"내 처음엔 궁금했습니데이. 황서비고도 있꼬, 베니온 아카데미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미리내고에 특별반을 만들었을까... 하고." "근디, 다니다가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나니까 아! 하고 알게 되더라고예. 미리내. 신 한국의 제주도 말로 은하수 라고 하던데. 그 말이 참이라고." "우리 헌터들의 개개인의 힘은 약할지언정.. 뭉치면 밤 하늘을 수 놓는 은하수가 되지 않습니까? 그 중심이.... 헨리 파웰이고 말입니다." "특별반 프로젝트는 차세대 헨리 파웰을 만들어내는 거지, 용이나 사자왕을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크크... 금마들은 알아서 냅둬도 영웅이 되고 못해도 준영웅이 되는 아인데.. 그럴 '운명' 을 타고난 아로는 헨리 파웰이 못되제." "그래서 내는 이해한기라. 미리내고에 특별반을 만든 이유. 모든 헌터들을 하나로 모아 은하수를 만들어야 하기에 미리내고가 최적이구나 하는 걸."
토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그와 눈을 마주본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진지하게 입을 연다.
"지금 특별반은 UGN에게 협력 의뢰를 받을 정도로 이름 값을 떨치고는 있제. 다만, 그건 UGN의 입장이고. 헌터들은 우릴 고깝게 보고 있는 거 다 압니다. 그러니까 헌터들에게도 특별반의 위상을 드높일만한 일거리. 고거 따악 하나면... 우리 값어치가 헌터와 가디언에게도 증명되는기라."
저런. 프로의 비즈니스 정신으로 완벽하게 안쓰럽다는 눈빛을 만들어 낸다. 그런들 어찌하랴, 린이 도와주기엔 그녀도 할 일이 산더미다. 적어도 님은? 해고 위기는 아니잖아요???
"... 진심으로 손을 빌려드리고 싶은 바이나, 유감스럽게도 저도 공사다망하여." 형식적인 문구 뒤에 이어질, 오는 길에 전해야 한다 생각해왔으나 쉽지 않은 뒷말을 내뱉는다.
"안타미오 사제님께서 전투 끝에 순교하셨습니다." 먼저 소식부터 전한다. 말을 맺는 혀끝이 메말랐다. 마지막에 본 그의 모습은 분명 후련해보였지만 그럼에도 그 뒤에 남아 부고를 전해야 하는 사람의 기분은 씁쓸한 법이었다. 예스러운 어투를 버리고 평범하게 격식을 차리고 말한다.
"약속된 자리로 돌아가셨으니 찾아 헤메던 시온에 다달을 신앙의 길을 찾으셨음이라. 이를 지켜보고 도움을 받은 자로서 예를 차리고 싶습니다." 조심스레 토함을 내려놓는다.
"서류에 대해서는 애석하게 생각하지만 떠나간 분들과 희생된 시민을 기리는 것이 먼저라 생각되어 실례를 범하겠습니다." "혹여 힘드시다면 도움을 청할 다른 사제님의 향방을 알려주시었으면 하여요."
>>699 대답은 없습니다. 그 대신, 돈 지오테의 이름을 쓰는 그의 고개가 깊게 바닥을 향해 내려앉았을 뿐.
그는 말 대신 그 짧은 모습으로 많은 무언가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원망이나 불만이기도 했고, 불안함과 미안함이기도 했으며. 시윤을 통해 작은 안도를 느꼈음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마음을 다잡은 듯 창을 잡았을 겁니다.
"모든 동화가 행복하지는 않지."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는 이야기를 내뱉습니다.
" 교훈을 위해서든. 아니면 아이들에게 원하는 말을 듣게 하기 위해서든. 동화는 바뀌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해. 하지만 말이다. "
아직 물기가 묻어나는 머리카락을 털어내면서 그는 웃음을 짓습니다.
" 썩 나쁘진 않은 이야기였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구나.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팔찌를 빼내더니. 시윤의 손목에 채워줍니다.
" 카하노 기사단은 무언가를 통해 서로를 표시하지 않았다. 그것은 괜한 소속과, 깃발 따위로 우리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단지. 동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자. 그것이 우리들의 목표였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는 팔찌로 우리들을 표시하곤 했지. "
그는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 후련한 미소를 짓습니다.
" 이야기를 지켜 이후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라. 카하노 기사단의 맹세야. 거짓된 불의에 참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무기를 들어라. "
곧, 시윤의 손목에 있던 팔찌가 천천히 시윤의 팔로 스며듭니다!
▶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 윤시윤 ▶ 부기사단장 '???'의 추천으로 카하노 기사단의 평기사로 입단했습니다. 카하노 기사단은 동화를 수호하며 그 이야기가 이후의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하는 기사도를 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도에 따라 행동할 때 캐릭터의 모든 스테이더스에 12를 추가합니다. ▶ 기사도 명예 수치를 쌓는 것으로 카하노 기사단의 비전을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윤시윤의 기사도 명예는 0입니다. ▶ 카하노 기사단의 기마술 - 태그 : 말 을 소유한 무언가에 탑승할 시 C랭크의 기마술을 가진 것으로 판정합니다. 말 위에서는 적의 공격에 의한 밀려나기 등의 판정을 일부 무시합니다. ▶ ??? - 기사단의 계급이 증가하거나, 명예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될 경우 개방됩니다.
".....나는 행복한 동화가 좋습니다. 누군가는 현실성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에 짓눌려 아이가 억지로 어른이 되는 것은 웃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 말입니다."
조금은 아이가 투덜거리듯. 그의 동화에 대한 이야기에 답변하고는. 이어지는 말에 마주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니까....저도, 나쁘진 않은 이야기였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썩 나쁘진 않은 이야기.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고. 이상이 모두 이루어지진 않았고. 원망도 불만도, 불안함도 미안함도, 슬픔도 이별도. 모두 담겨있지만 그 끝에는 어딘가 나쁘진 않았다면.
그걸로, 되었다.
나는 천천히, 내게 새로운 '이름' 이 주어지는 것을 느낀다. 이미 이 어깨에 짊어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것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짓눌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그 무게야말로 내가 허리를 펴고 서서 달려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은.
나란 인간이, 그런 녀석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존경하는 어르신에게 아이를 맡게 되었습니다. 또한 잊혀진 이야기를, 기억해주지 않는 이름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손목을 몇번 더 쓰다듬다가, 눈 앞의 부기사단장. '지오씨'를 본다.
"밝고 순진 무구한 아이에게...나는, 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어르신이 네게 보여주려고 한 세상은 사랑스럽다고. 그러니 활짝 웃으며 자라달라고.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저 윤 재클린 시윤은, 여기서 맹세합니다. '이야기를 지켜 이후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것을'."
"끝까지 가봅시다. 지오씨. 우리 카하노 기사단, 하나의 이야기의 끝맺음을. 그 것을 내가 받들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 전승해나가겠다고. 기사단의 일원으로써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