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선상에 도착했다. 배 위는 전쟁터와 다름 없었다. 많은 수의 헌터가 해적들과 싸우고 있었으며 그중 몇몇은 보물을 들고 도망가기도 했다. 혹은 피를 흘린 채 목숨이라는 보물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기도 하며. 메시지를 읽은 토고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보고선 폴러베어를 장전한다. 그리고 헬멧을 조작해 그룹 통화로 기능을 바꾸고는 입을 연다.
"한 명만 왕따시키는 것 같아가 기분 쪼까 이상해가꼬 이걸로 의사소통 하제이. 급박한 상황에서 문자 보낼 틈이 어디있나."
얕은 웃음을 비치고는 토고는 우리들과 레벨이 비슷해 보이는 엘리트 해적인 좀비 어인 해적간부를 향해 폴러 베어를 난사한다. 쏘아진 폴러베어는 토가 의도한 듯 그의 축축한 몸체의 바로 아래인 발 부분에 착탄하여 얼어붙었다. 이 상태라면 은신한 그녀가 치명적인 한 방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야기 하면 내는 알렌 니가 좀 더 고집 피울 줄 알았데이. 남아서 사람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린 니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보이고."
"암요. 이 험한 세상에 무사히 잘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겠습니까."
강산은 여선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늙은 선원이 가족을 언급할 때 굳는 여선의 표정을 보았기에, '나서길 잘했군.'이라 생각했다. 이 녀석도 특별반이라 나름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런거겠지.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며, 장난스러운 얼굴로 여선의 바로 옆 빈 의자에 앉는다.
"기왕 온 거 나도 할까? 후후."
그렇게 둘러앉아 포커를 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칩을 많이 따면 좋기야 하지만 그것보다는 긴장을 풀고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했기에...강산은 적당히 칩을 따거나 잃으며 승부를 이어간다... 좀 긴장이 풀리자 같이 포커를 치거나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시 잡담을 하기 시작한다.
- 그런데 이 배의 선장이자 선주라던 사람 말이야. 그 사람은 유럽행 포기 안 할 거 같은데? - 과연 이 배에 같이 탄 다른 VIP 나으리들도 그리 생각할지 의문이구만. - 그러고보니 내가 최근에 수상한 낌새를 봤는데말야....
뭔가 말하려던 사람이 있었던 듯 하지만...
- 아니다. 술김에 잘못 본 거겠지. - 뭐야, 뭘 봤길래 그래. - 아이, 신경 꺼. 잘못 본 거라니까.
...딜러의 눈치를 살피는 듯 하더니 도로 입을 다물어버린다. 강산이 흘끗 곁눈질로 그 사람과 딜러를 살핀다. 그림자 없는 딜러의 눈빛이 묘하게 날카로워 보이는 건 기분탓일까. 포커 테이블에서 소리를 쳤었던 불량스런 항해사 또한 약간 긴장한 반응을 보인다.
이따가 게임이 끝나면 저 사람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강산은 뭔가 말하려다 관둔 선원의 얼굴과 인상착의를 기억해두려 한다.
통화음이 울리자마자 급박한 상황에서 그럴틈이 없냐는 말이 쏟아진다. 린은 두어 번 눈을 깜박거리고 얼어붙은 해적간부를 향해 달려든다. 아니, 정확히는 어둠에 녹아들어 그의 그림자를 타 그 뒤에 나타난다.
그림자 포옹
그림자 길을 통해 이동하고서 반응할 틈 없이 급소를 베어넘기려 한다. 썩은 살이 베이는 그다지 좋지 않은 감각과 함께 한기가 느껴진다. 재빨리 걸음을 디뎌 뒤로 물러서니 0.1초 전만 하더라도 서있던 자리를 언월도가 가른다. 얼음을 언데드 특성으로 부식시켜 잠시 틈을 만들어 움직인 것이다.
"완전히 태워없애야 해요!" 공격을 피해 걸음을 디디며 사방으로 비수를 날려 움직임을 봉쇄하고서 소리친다.
"바티칸에서도 그랬으니까 예상할 수 있던 선택이었어요. 알렌군말이에요." 본인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보인다는 말은 급해서 자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듣지 못한 척 한다. 호흡을 조절하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거의 잘린 목을 덜렁거리면서 언데드가 언월도를 휘두른다. 아마도 지금 하는 얘기를 육지의 알렌도 다 듣고 있을 터였다.
바티칸에서도 사람을 구한다고 보이지 않았던 거로구만? 토고는 알렌이 있을 법한 방향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부끄럽다고 말하는 알렌의 얼굴이 상상된다. 다만, 말하는 투를 보아하니 저쪽도 겨를이 없어보인다. 흠흠, 이쪽도 간부를 상대하느라 고생인데... 태운다라.. 하지만 화속성 공격을 가하려면... 토고는 총탄을 간부를 향해 난사하며 다가간다.
방금 전까지 린이 있던 자리를 베던 언월도를 자신의 몸쪽으로 당긴 간부는 이윽고 언월도를 빙글 휘둘러 총탄을 막아내고 다가오는 토고를 향해 휘두르려고 한다. 그 순간에 토고는 총구 끝에서 화염을 내뿜어 간부의 얼굴을 태우고 아슬아슬하게 몸을 뒤로 빼내어 회피를 시도했다. 촤륵- 핏방울이 허공으로 치솟고 토고의 피부에 열상이 남지만,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다.
"어그로 뺐다!"
린에게 하는 말. 바티칸에서 했듯이 그녀가 다시 은신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뭐, 선상 위의 난전이라면 은신하는 것은 쉽겠지만...
"나도 누가 죽는 건 싫다. 아는 사람이면 더 싫고. 하지만... 선택을 해야하는기다. 우리는 가디언이 아니라 헌터니까. 이득을 취해야지. 그와 동시에 바라고자 하는 것을 이룬다. 그게 최선의 선택 아니겠나?"
그렇기에 토고는 선상에 뛰어들며 보물을 약탈하고 간부를 처치하여 피해를 최소화한다. 라는 이상적인 선택을 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