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가들은 특수한 무언가를 쓸 수 있지 않나? 내는 념이 있다지만 말이다. 으음, 실체가 없는 적을 공격하는 기술이나 아이템도 없는기가?"
쉽고 빠른 길을 택하고 싶은 토고는 물리(성불)을 택하고 싶지만, 그가 그런 방법을 선택할 수 없다면 조사를 통해 그들을 성불시킬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도 고려중이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배를 둘러보고 바다내음이 나는 안개를 들이마신다. 입 안에서 짠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일단 돌아다녀보자. 귀신이 한두명도 아닐기고, 한 번으로 족하는 의뢰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배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정 시간대가 되면 출몰하는 유령들. 그러면 유령과 함께 그들의 흔적 또한 드러날 것이다. 그 흔적을 더듬다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결은 속성도, 념도, 분쇄도 그 무엇도 깨우치지 못했었으니까.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적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거싱라면 자신이 있었으나, 귀신과 같이 영체 형태의, 실체가 없는 것은 한결에게 있어 아직 취약한 쪽에 속했다.
"아무래도 직접 발로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이 돌아다니시겠습니까, 아니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따로 돌아 정보를 가져오는 쪽이 나을까요?"
선택권을 토고에게 넘겼다. 같이 돌아다닌다면 더 세밀한 탐문이, 따로 돌아다닌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여선의 말에 다른 인원들이 반박을 못 하고 입을 다문다. 결국 이 문제는 그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포기해서라도 목숨을 부지하느냐, 아니면 이 항해를 더욱 위험하더라도 고향 땅을 밟을 마지막 기회로 삼느냐.
'네 생각은...그렇구나.'
강산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때.
- 하지만....
침묵을 깨고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 항로가 이 꼴이 된 걸 아니까 그러는거지. 한번 내리면 다시 배건 비행기건 탈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선원이었다. 하늘, 바다, 육지의 모든 길이 예전보다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험해졌으니,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고향에 돌아갈 길이 없다고. 텔레포트 포탈 게이트가 등장하기 이전의 때였으니 당대라면 그렇게 생각할 인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긴 했다.
- 자네도 타지 생활하면서 고향 생각 한번쯤 해봤을 거 아닌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립거나 걱정되지는 않어?
입을 열었던 노인이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며 여선에게 말한다. 여선을 테이블에 끌여들였던 껄렁한 선원은 못마땅한 얼굴이지만 말을 끊지는 못한다.
"물론 생각나죠. 그렇지만..."
강산이 여선의 뒤를 이어 조용히 테이블에 다가와서는 말한다.
"고향 걱정도 살아있어야 할 수 있는겁니다. 바다에서 죽으면...물고기밥, 아니 몬스터 밥이 될 뿐입니다."
저들 귀향파의 마음 또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기에, 대화에 낀다. 한 손에 마도로 잠시 만들어낸 작은 빛 덩어리를 올려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이런 세상이잖습니까. 살아있다보면...혹시 모르잖아요? 좀 더 살 만한 세상이 되고 고향으로 가는 새로운 길이 생겨날지?"
...그는 살아남은 인류의 후예로써 그가 아는 미래의 희망을 흘려본다. 그의 말을 들은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생각이 많아진 듯한 표정이다. 또 다시 포커 테이블이 침묵에 잠기고.
-...게임을 계속하실 분 계십니까?
잠자코 있던 딜러만이 조용히 입을 열어 묻는다.
//9번째. 괜찮아요 잘 하고 있으세요! 그래도 너무 여선이만 말하는 것 같아서 강산이 투입...! 이후 가능하다면 다툼을 중재하고 선상 쿠데타 떡밥을 얻는다든가...도박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는다든가 해서 쿠데타를 저지하는 전개로 가면 좋을 거 같아요.
확실히, 한결은 회피한다던가(신속 180), 몸으로 맞아 버티는(건강 170) 쪽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마도쪽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영성이 높은 편도 그닥 아니긴 했지만...
"예. 그럼 공격은 맡기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토고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다. 귀신의 공격을 그런데 몸으로 막을 수 있을까...? 지형지물을 이용해 공격한다면 파편을 쳐낸다거나 하는 식으로 앞에서 전열을 맡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테지만. 알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스멀스멀... 형체없는 일렁거림이 아지랑이들처럼 꾸물거리더니 이내 빈민들의 형태를 취했다.
이런 것을 알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선원을 봅니다..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이미 희생을 치른 이상 더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겠습니까?
"...." 그러나 타지 생활을 하면서 가족이 생각나지 않냐는 말에는 멈칫하고 맙니다. 그야. 진행이나 그런 곳에서 생각을 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보편적으로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다지... 이끌리지는 않습니다. 그때 강산이 끼어들자 눈을 깜박이기는 하지만. 슬쩍 넘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렇죠.. 살아있어야 할 수 있죠.." "어떤 입장에서는 험한 길을 오기보다는 무사한 것을 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는 알기는 하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기를 바라면서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기에 말을 꺼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하더라도. 숙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는 공평한 게이머이긴 하니까요.." 시름은 잊고. 간단하게 게임을 해보는 건 어때요? 라고 말을 합니다.. 이 게임은 그들은 모르지만 우라에게는 정보를 얻는 창구가 될 수 있겠지요... 얼마나 얻을 수 있었을까요?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소리가 선체 내에 울려퍼진다. 슬픔이란 감정을 자극하는 곡소리는 정신 공격의 일환처럼 느껴졌다. 정신이 조금 무너지는 듯 하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슬픔이란 감정이 조금씩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거... 지체할 수 없겠는데.."
아무리 약한 정신공격이라고 하더라도 오래 노출되며 위험하다. 라는 것이 토고가 내린 결론이다. 물리로 성불시키든, 다른 방법으로 성불 시키든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령이 나타남에 따라 배 곳곳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가령, 못 보던 물건이나 낡은 방 등이 생겨났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2:1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따지자면 해적선으로 침투하는 것이 확정된 사항이다. 다만,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는 신념이란 걸 지닌 이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고집부렸다. 딱히 어느 쪽을 택하든 토고는 상관없다. 보물만 얻을 수 있다면! 저기 봐라. 헌터들이 벌써 해적선으로 침투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토고는 총을 들고선 멀리서 날아오는 대포탄을 맞추어 공중에서 폭파시킨다. 검은 연기가 하늘에서 퍼지고 뒤이어 검은 탄환이나 화살등이 날아왔다.
그것들은 선택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강요하듯 날아왔다.
"빨리 택하는 게 나을걸. 사람을 돕든가 약탈을 하든가. 사람은 줄어들고, 보물도 줄어들테니까 말이다. 내는 일단 나아간데이. 나머지는 통신 채널로 이야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