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순히. 저항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는 분명, 자신의 바람과 믿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것이 그들이 선택한 삶일테니까요. 그러나....
저렇게 무언가를 이뤄내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아직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없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가지고자 욕심을 가지던 게 토고의 행동이었고 위험하면 도망치고, 필요하면 가지려 했으니까요. 그런 이들의 삶에 대해 무어라 얘기할 자격이 있을지조차.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 그럴땐 그냥. 그 사람의 믿음대로 보내주면 된다. "
천자는 그런 토고를 보고 나직히 얘기합니다.
"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도, 그렇다고 반드시 표현할 이유도 없지. 단지 그 모습을 잊지 않고 품을 수 있다면 언제든 답은 찾을 기회가 오기 마련이니까. "
그는 그렇게, 안타미오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의 십자가 목걸이를 조용히 챙깁니다.
" 다만 그를 기다릴 이들에게 그의 마지막을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는 게. 우리들의 보답이 되는 거다. "
" 사람을 다루는 건 여러 요소를 포함하기 마련이지. "
그는 피식 웃으며 얘기합니다.
" 나처럼 모든 것을 내가 원하는데로 다뤄야만 성에 차는 사람도 있고, 미리내고의 학생회장처럼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이들도 있고. 베니온의 사자왕처럼 강렬한 힘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하는 사람도 있다. 선천적은 사람을 다루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
그는 조용하게 답합니다.
" 모두가 사람을 다루는 법을 깨닿진 않는다. "
천천히, 그는 말합니다.
"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를 찔렀다. 아버지는 중경 한가의 보물을 들고 도망치려 했고, 난 그런 인물을 찌르고 방계로써 인정받았지. 직계에선 의념 각성자가 나타나지 않는 탓인지 난 빠르게 중경 한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 두렵거나 힘들지 않아. "
이야기합니다.
" 다만, 그 순간. 아버지를 찔러야만 했던 그 순간. 그 순간만은 여전히 내 고통 속에 존재한다. 그런 '변수'를 만들지 않고싶단 내 생각은 여전히 내 지휘나, 계획의 이유가 되었다. "
그는 가볍게 발을 털어내며 떠날 준비를 하고, 토고를 바라봅니다.
" 왜 그들은 특별반이 되려 했는지. 그리고 왜 그가 너희를 이끌어야 할지. 그걸 알아봐라. 단순히 될 것이다. 머리가 될 법 하다가 중요한 게 아냐. '목적'이 없다면 결국 머리가 잃은 길을 나아갈 뿐이다. "
그는 곧, 채비를 마친 후 토고를 바라보며 웃습니다.
" 또 보도록 하지. 다음에는... 더 성장했으면 좋겠군. "
성자전 이후 토고 쇼코와 천자-자오 한의 대화입니다. 같이 전투에 참가했던 npc 안타미오 사제의 순교와 그로부터 토고가 느낀점에 대해, 또 이후 특별반의 향방에 대해 깊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추천합니다. '토고 쇼코'라는 시트캐의 고민과 성장이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2 당시 중간보스였던 네임드 npc 천자와의 의미있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 부분이라 생생하게 등장인물이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장면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혹자는 말했습니다, 영웅이 없는 사회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한 사회이다.
네 맞습니다, 이 세상은 굉장히 불행한 세상이며 그 무엇보다 영웅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첫 게이트의 등장, 멸망 직전까지 몰렸었던 인류.
많이 안정되어 보이는 지금 상황조차 조금만 들여다 본다면 아주 사소한 계기로 세상이 멸망할 수 있는 더 없이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실건가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무력하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은 무척이나 대단합니다.
누군가는 힘을, 누군가는 재능을, 누군가는 권력을, 누군가는 운을, 누군가는 인연을 가지고 나타는 당신
아마 만족하고 마음편히 살려고 한다면 그냥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안락한 삶을 지낼 수 있겠죠.
하지만 누구보다 영웅을 필요로 하는 이 세상은 당신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끊임없이 닥쳐드는 우연과 필연으로 가득한 운명 속에서 당신은 늘 선택을 시험받습니다.
그 어떤 선택을 하던 모든 것은 당신의 자유이며 또한 책임입니다.
여기 그 동안 우리가 해왔던 선택들이 있습니다.
[항상 우리를 도와주고 헌터를 위하는 UHN에게 특별반의 김태식이 말합니다.] [현재 제 앞에서는 헨리 파웰의 무덤이 불타고 있으며 저는 헌터입니다.] [제가 죽는한이 있더라도 이걸 그냥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에게 내린 말을 취소해주십시오.]
[ 불가. ] [ 즉시 이탈할 것. ]
누군가는 선택했습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경고 속에서도 스스로의 신념을 굽히지 않음을, 그리고 세상은 잔혹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 같은 미천한 인간을 신이란 작자가 주목이라도 해준건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저항할 수단 같은건 없다.
그러니까 저항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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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선택했습니다, 감히 입에 담을 수 없고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악신에게 저항함을, 그리고 그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직접 목도하고 전생의 비극과 현재를 겹쳐보며 혼란에 빠집니다.
네, 이 세상은 자비없고 냉정합니다.
아마 몇몇 분들이 원하는 영웅의 상을 펼치기에는 부적합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UHN에게 묻습니다.] [UHN은 불타는 헨리 파웰의 무덤을 지킬 확실한 수단이 있어 저에게 그런 명령을 내리는겁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UHN은 헨리 파웰을 버리는 것입니까?] [특별반 김태식이 아닌, 헌터 김태식으로서의 질문입니다.] [나를 위해서, 특별반을 위해서 내린 말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저는 당신들에게 받은 혜택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에 따름으로서 나의 한계는 작아졌습니다.] [물러나지 말아야 할 때, 물러서고 싶지 않을때] [그런 순간에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존재의 말로 내 의지를 꺽었습니다.] [한번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나고 그것이 반복되면 그런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겠지요.] [나는 헌터라면 누구나 은혜를 입은 자에게 은혜를 갚지 못하고 도망쳐야합니다.] [그러니 부탁입니다.] [당신들의 말 대로 물러나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내 스승이던 아니면 다른 교관님들이던, 가디언이던 누구든지 불러주십시오.] [헨리 파웰은 이렇게 되면 안됩니다.] [우리가 헨리 파월한테 만큼은 이러면 안됩니다.] [가장 위대한 헌터 조차 이렇게 된다면] [헨리 파웰 보다 못한 다른 헌터들은 얼마나 비참해져야합니까?]
김태식은 세상의 잔혹함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스스로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나아갔으며
생각해. 생각해라. 생각해내라.
아이러니하게도 공포와 절망의 어둠이 영혼을 빼곡하게 덧칠하고 있기에.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해지지 않는. 아주 작은 한조각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다. 깊은 심연속에 의식이 가라앉아 가기에. 그 가장 밑바닥에 파묻혀있는 것을 바라볼 수 있다.
욕심이 없는 내가. 바라는 것이 많지 않는 내가. 왜 포기를 하지 못했냐면. 왜 심신이 엉망이 되어서도 걸어갔냐면.
그 딴거, 간단한 이야기잖아. 내가 한심하게 굴면. 내가 꺾여서 포기해버리면.
내 주변에 있던 소중한 사람들이. 나와 함께 웃기도 다투기도 했던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고, 좋아해줬던 사람들이. 내 앞에서 고귀한 신념을, 인간다운 감정을 보였던 사람들이.
전부. 전부, 바보같아져 버리잖아.
전생의 내게 맡겨졌던 그 아련한 이름들이. 전생에 나를 가르쳐줬던 그 아버지 같은 영감님이. 전생에 나를 좋아해줬던 그 누군가의 여성이. 전생에 내 명령을 따라줬던 그 누군가의 부하들이.
현생에 나를 의지해줬던 그 드래고니안 소녀가. 현생에 나에게 가르침을 줬던 기사단장님이. 현생에 자신의 딸을 맡기며 희생했던 봄의 신이. 현생에 눈 앞에서조차 나를 지키기 위해 상처 입은 대종사가.
전부. 바보같아진다고.
나는. 그것만은 납득할 수 없다.
나는!!! 그것만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어!!!!
나는!!!!!!!!! 설사 신이 강요한다고 해도, 내 영혼이 부숴진다고 해도!!!!! 이 세상 모든 순리가 나에게 그것이 진실이라 압박한다 해도!!!!!
나는!!!!!!!!!!!!!!!!!! 그 사람들이 무의미 하지 않았다는 것을, 결단코 포기하지 않을거니까!!!!!!!
그게, 내 삶이었다!!! 그게, 내 삶이다!!! 그게, 내 삶일 것이다!!!
윤시윤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목도했음에도 끝끝내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 세상은 잔혹하고 잔인하고 냉정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무력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쉼없이 몰려오는 운명들을 해쳐내고 이겨낼 수 있을겁니다.
자, 이제 선택할 시간입니다.
한 손에는 낡은 나무 십자가 같은 것을 들고, 남은 한 손에는 성경책을 든 채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남자. 자오 한은 이 상황이 귀찮은 듯 터덜거리며 걷다가 토고를 바라봅니다.
" 바티칸 관광은 별로 재미가 없을 거다. 아쉽게도 관광지가 불타고 있어서 말이다. "
"관광지가 불타고 있는 건 그거 나름대로 재미있는 상황 아니가? 크크... 바티칸이 이런 쑥대밭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이건 선물이데이. 무라. 맛은 있드라. 맛이 진한게 적어도 기분 전환은 될기다." "그리고 뇌물이기도 하데이. 이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나? 하는 뇌물."
" 재밌는 이야기로군. " " 이 일의 원인을 알고 있다는 말 아닌가. "
급박한 상황 속 아무도 모르는 뒤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생각대로 판을 짜나가시겠습니까?
한 소년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발에는 해골을 두고, 왕좌에 앉은 채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신은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 가져가거라.
그는 손을 뻗어 린의 이마에 손을 가져댑니다.
빛은 하나의 형태로 린에게 스며듭니다. 그것은 쥬도로부터, 린에게 안배된 것입니다. 곧 그것은 린에게서 하나의 형태로 이뤄집니다. 작은 날개와 깊은 죽음을 살라먹은 한 자루 검. 린은 그것을 들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습니다.
- 네게 주어진 것.
린은 그것을 '아즈하Aszka'라 부릅니다. 모든 죽음은 근원으로부터 이어지는 길이며 그로 하여금 각자가 바라는 안식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두는 자신이 바라는 안식을 위해 걸음을 내딛고, 그 걸음의 끝에서 어린 왕의 판결에 의해 다시금 먼 길을 돌아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길을 다시 걸어야 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어린 왕은 그런 이들 중에서도 자신의 신하들 중 자신의 이름을 가장 높혀 부르는 제사장에게만은 그 길을 벨 수 있는 검을 제공합니다.
- 품으라. 나의 딸, 나의 첫 제사장. 나시네여.
이것은 당신이 인정받았음을 말합니다.
아즈하Aszka(?) 당신이 당신의 신에게 받은 권능의 일부.
이 검을 잡은 순간 당신은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무엇이라도 당신의 손에 죽음을 맞을 것이고 그것은 죽을 수 있는 것과 죽을 수 없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망라한 죽음일 것입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 속에서 나시네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념의 일부를 잘라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죽일 수 있겠고, 자신의 혈육을 죽인 이들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시네의 본능은 이 검을 휘둘러 그 모든 것을 끊어내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난 채로 이 검을 휘두르기만 한다면 자신은 바라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테니까요. 그만한 권능이 자신의 손에 있습니다. 이 순간만이라면 나시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힘을 휘두름,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바랄 수 있는 진정한 지배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시네는 고개를 젓습니다. 자신의 아버지, 제사 받으시는 자. 위대하신 분께서는 당신에게 이것을 주며 말하셨습니다.
안식을 주어라.
나시네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립니다.
아니면 자신이 모시는 신의 권능을 하사 받고 신의 뜻을 집행하시겠습니까?
강산은 손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강산은 그것으로 얼굴을 쓸어냅니다. 무섭고, 두렵습니다.
겁쟁이인 주강산은 이 곳에서 죽을 것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주강산은 이 곳에서 친구를 잃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주강산은 저 자에게 죽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두렵고, 분노하며, 슬픔을 느끼고. 그 모든 것은 단지 강산의 감정일 뿐입니다.
강산은 눈을 감습니다. 시각이 차단됨에 따라 두려움은 사라져갑니다.
더이상. 흘러가는 대로 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나의 '바람'대로 살 것이라는 것을 새기며.
그때. 강산의 손에 무언가가 잡힙니다.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도기 코인입니다. 그 우스운 듯 하면서도 정감 있는 형상을 보며 강산은 주먹을 꽉 쥡니다. 자신을 지나간, 자신과 함께한 인연들에게 '바라며'.
빈센트와, 여선과, 우빈. 세 사람의 눈이 모두 강산을 향합니다.
순식간에 망념화할 것이 분명할 세상 속에서, 오직 강산의 의념만이 이 공간을 채워나갑니다.
강산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립니다. 전능감? 우열감? 그 무슨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손을 뻗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심연으로, 강산은 손을 뻗습니다. 아마도, 삼촌이라면 이런 상황에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 나는. "
공간이 깨지고, 심연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 이 공간의 존재를. "
하나의 의념기, 그리고 증폭이 필요 없을 수천이 넘을 강력한 의념이 공간 전체를 휩씁니다!!!
" 부정한다. "
엘 데모르
모든 것이 산산히 부숴지고, 하늘 높게 떠오른 달만이 이 전투가 얼마나 길어지고 있는지를 추측할 수 있게 만듭니다.
" 말도... 안... 돼...... "
식인귀는 절망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뒤덮은 불꽃 속에서 녹아내리며 네 사람을 바라봅니다. 죽음에 발악하듯 달라드는 식인귀의 발 아래가 엘 데모르에 의해 수없는 거리로 '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