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같은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가끔은 의지해도 되는 일이지만. 수경은... 의지할 만한 이는 아니에요. 다만 세은이 다른 이들과... 하지만 그런 생각은 세은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면서 분명하게 얘기하라는 말에 흠칫해서 끊기고 맙니다.
".....친구죠"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고 단호하게 친구라는 말을 건네는 수경입니다. 저는 그렇게 여겨요. 하지만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납득한 것 때문이겠지요. 거짓말은 아니지만 근본부터 문제였잖아요? 그 뒤에 붙는 생각들이 어지럽긴 했지만 생각일 뿐. 단호하게 쳐다보는 눈을 바라보지만. 결국에는 눈을 슬쩍 피하려 합니다. 마주하고 피하는 순간. 수경에게는 죄책감이 희미하게 얼굴에 떠올랐다 사라졌을지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게 말을 건넬 수 있는 건 역시.. 달라서일까요" 당연히 친구고 뭐든 해줄 수 있다. 같은 말을 할 법한 건 따로죠. 라고 생각한 뒤.
"항상 생각할 수 밖에 없어도, 즐거울 때도 있었고.. 그런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싶으니까요." 그게 어려웠을까? 어려웠다고 해도...
너도, 혜우도, 정하도, 새봄이도 다 친구야.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 보라를 떠올리며 그 애는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세은은 저도 모르게 떠올렸다. 다른 퍼스트클래스들은 현 사태에서 뭘 하고 있을지에 대해서 문뜩 궁금해졌으나 지금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일단 궁금증을 줄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세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두 팔을 벌려 수경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세은은 조용히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잠깐만, 잠깐만 이렇게 있게 해줘. 그걸로 충분해."
결국엔 제 친구 품에 안겨서, 혹은 자신이 안아서 조금은 진정하고 싶었는지, 그녀는 그렇게 요구했다. 만약 수경이 뿌리치거나 곤란해하지 않았다면 세은은 아마 수경을 십 분 정도 꼬옥 끌어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가 조용히 놓아줬을 것이다. 만약 뿌리치거나 곤란해하는 기색이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굳이 안기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건.. 자신감이 없었는걸요." 그래도 노력해볼게요. 라고 최대한의 진심을 눌러담아 말하려 하는군요.
잠깐만 이렇게 있게 해달라는 말에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그걸 거절할 수 없을 거니까요. 끌어안기면. 조심스럽게 팔을 펼쳐서 같이 껴안듯이... 했을지도요. 수경은 본래라면 다가오거나 하는 것에 흠칫하거나 꺼려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 시간이 참 길었고 짧았습니다. 수경은 정말 괜찮다는 말을 듣고는.
"...지금은 그렇다고 믿어요." "하지만.. 항상 그럴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요.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이란 건 그렇게 변하니까요" 그리고 그럴 때에는 다른 분들이 있을 거니까요. 항상 괜찮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라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 다른 분에 스스로를 넣지는 않은 것처럼. 희미하게 웃으면서 세은의 머리카락을 쓰담쓰담 한번 하려고 시도한 다음 성공한다면 딴청을 피울지도..?
자신을 뿌리치지 않고, 받아주자 세은은 살며시 수경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잠시 그렇게 숨을 고르더니 이내 천천히 떨어졌다. 처음보다는 조금 많이 안정된 표정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몸의 떨림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불안한 마음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오늘의 일은 세은에게 있어서 강한 불안감을 주기 딱 좋았으니까.
"...변하더라도, 지금은 괜찮으니까 된 거야."
조금은 힘이 없는 미소를 보이면서 세은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수경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쓰다듬는 행위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만큼은 받아줄 생각이었는지 세은은 굳이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 대신, 약간의 뾰로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수경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은 평소의 수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뭐야. 어린애 아니거든? 쓰담쓰담은 뭐야. 동갑인데."
흥.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세은은 마치 수경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 살며시 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고,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빠에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할거야. 같이 갈래?"
새초롬한 목소리는 평소 세은이가 내는 톤과 비슷했다. 은우에게 먹을 것을 사달라고 조를 생각인지, 그렇게 말을 하며 이내 그녀는 수경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뿌리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불안감을 완벽히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세은 나름대로 쌓아온 것을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오만함 아닌가? 그래도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것 같다. 에 안도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매우 화를 낸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으니.
"어린애는 아니지만.. 해보고 싶었어요." 복수당하듯이 쓰담당하는 것에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깜박깜박거리네요. 자기가 당할 줄은 전혀 몰랐던 걸까.
"누구라도 잡아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은우 부장님께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하면 뭘 사줄까요..? 디저트 카페같은 거라던가요? 라고 물으면서 그 물음에 같이 가겠다는 의사를 표하네요. 평소 내는 톤과 비슷하다면. 다행인 걸까요...
팔다리가 구겨지고 너덜거린채로 버둥거리는 더미 위에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앉아 휴대폰의 버튼을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뜬금없이 꺼낸 말이었다.
"어떤 생각 말이니?" "즈희가 뇌연구, 정보연구를 한다곤 하지만... 결국엔 인체연구도 하다보니 이런저런 실험이라던가 하지 않슴까?" "뭐... 일단은 그렇지...? 물론 실험대상자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면서 하지만 말야."
살짝 얼버무리듯 말하던 여성이었지만 이미 자신만큼이나, 어쩌면 더 잘 알고 있을 그녀에겐 말을 돌려봤자 소용이 없었을 테다.
"헤에... 그-렇슴까?" "물론 필수적인 부분이라던지는 어느정도의 강제성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야." "그거 되게 커리큘럼 부작용처럼 들리네여." "뭐, 당장 너도 그렇고, 다른 학생들도 머릿 속을 헤집는 것 정도는 겪어봤잖니?" "약간 마시멜로우 같은 느낌이었슴다." "그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온 거니..."
여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그녀는 아래에서 계속 몸부림치는 더미의 머리를 잡아 살짝 힘을 주자 요동치던 움직임이 곧 사라지세 되었다.
"부작용... 맞슴까?" "...어쩌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도 그럴게... 렌즈의 어긋남을 재조정하는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 "그-렇슴까..." "뭐, 그래도 유니크하지 않니~?" "머리색 눈색 바뀌는 걸루두 이미 충분히 유니크함다..."
이번엔 그녀쪽에서 한숨이 흘러나왔고, 깊게 가라앉은 보라색 눈동자는 빛을 흡수하듯 검게 말려들어갔다.
맞댄 이마가 이른 아침 공기에 식었는지 서늘하게 느껴졌다. 파문 없는 수면에 안타까이 떨리는 별빛이 담겼다.
한때 세상 무엇보다 따스하고 다정했던 작은 별이 스스로를 내던져 심해까지 닿아왔던 용감한 별 하나가 지금 이 순간, 너무도 불안히 요동치고 있었다.
내게는 그 고통마저 사랑스러웠다.
"꿈이야. 성운아. 네 마음이, 머리가, 빚어낸 꿈일 뿐이야."
그런 무서운 장면은 그저 눈 뜨면 사라질 허상이라 속삭였다. 맞댄 이마에 온기를 전해주려 살며시 입술을 댔다. 흔적 없는 갑촉을 선명히 남겨주고, 성운의 작은 손을 내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리고 아주 살짝, 둘 사이에 간격을 만들고는 싱긋 웃었다.
스읍, 가볍게 숨 들이쉬고 입술새 사뿐히 나온 소리는, 선율을 담고 있었다.
Dearest, darling, my universe 날 데려가 줄래? 나의 이 가난한 상상력으론 떠올릴 수 없는 곳으로
저기 멀리 from Earth to Mars 꼭 같이 가줄래? 그곳이 어디든 오랜 외로움, 그 반대말을 찾아서
이른 아침, 있는 것이라곤 화사한 햇살과 선득한 아침공기 뿐인 승강장이었다. 그것도 열차가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백색소음조차 숨죽인 승강장에 오로지 성운을 향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세상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나쁜 결말일까? 길 잃은 우리 둘 mm
찬찬히 너를 두 눈에 담아 한 번 더 편안히 웃어주렴 유영하듯 떠오른 그날 그 밤처럼 나와 함께 겁 없이 저물어줄래?
산산히 나를 더 망쳐 ruiner 너와 슬퍼지고 싶어 my lover
필연에게서 도망쳐 run on 나와 저 끝까지 가줘 my lover 일부러 나란히 길 잃은 우리 두 사람
부서지도록 나를 꼭 안아 더 사랑히 내게 입 맞춰 lover Our love wins all, love wins all Love, love, love, love
호흡이 긴 노래의 끝은 차분히 내쉬는 숨소리로 끝을 맺었다. 줄곧 성운을 바라보던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였다. 저멀리 환한 햇살 비추는 하얀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그 어느 것도, 네 탓이 아니야. 성운아. 네 자격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어. 그 날, 별빛 아래 마주했던 그 여름날부터, 너는 내게 유일무이한 사람이야."
나는 손을 꼭 쥔 채로 한 쪽 무릎을 내렸다. 비록 추레한 차림이지만, 이로 하여금 성운의 불안이 녹아내리길 바라며 나보다 작은 연인을 사랑스레 올려다보며 간청했다.
"그러니 나 역시 네 곁에 있어도 될까. 당장 어찌 될지 모를 오늘 이 순간부터, 네 손을 잡고 함께 걸어도 될까. 그 나날 속에서 찾아낼 새로운 행복의 조각을, 너와 함께 해도 될까. 너로 하여금 나를 채우고픈, 모든 순간을 너와 함께 하길 바라는 내 욕심을, 네게 감히 받아달라 해도 될까. 성운아."
금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이어간다. 그 부끄러워하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 중얼거리며 뱉는 그 말조차도 자신에게는 조금씩 변화가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금은 조금 더 많은 감정을 자신에게 내보여줬으면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며 붉어진 당신의 볼에 입 맞추고 싶을 욕망을 간신히 참아내는 대신, 맞잡은 손을 조금 더 꽉 잡아 쥔다. 그렇지만 한 번 붙어버린 마음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는 것이라. 금은 자신의 손등을 쓰다듬는 당신의 엄지를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움직이게 할 수 없도록 잡았을까. 금은 시선을 당신에게 돌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매를 끌어 올린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흔한 로맨스 영화라. 혼자가 아니라 커플로 보는 것은 묘한 기분이라.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하게 데이트를 하는 이들이 많았을까. 예매하는 키오스크에서 받았던 표로 바로 앞의 영화를 끊은 금은 당신의 말에 고갤 돌린다. 마실 거나, 팝콘. 곁눈질로 팝콘 기계가 있는 곳을 보았으니, 달콤한 카라멜 팝콘의 맛을 떠올라, 금은 잠깐 고민하다가 겸언쩍은 듯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어떤 밝은 학생이 앞에 섰다. 학생은 멀쩡히 신분증도 보여주고 금속탐지기도 별 문제 없이 통과했다.
"...? 왜 이분은 따라 들어오시는거죠?" "그저 보안 절차일 뿐입니다. 들어오시는 목적이 연구원 OO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어서였죠?" "..네. 그렇죠."
<OO 연구원>
"..." "들어가시죠?"
학생은 갑자기 경호원을 뿌리치더니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주사기를 꺼내선 자신의 목에 꽂았다. 그러자 속도가 빨라져선 문을 부수고 들어갈 것 같았다.
"멈춰!"
그때, 철모가 문을 박치기로 부수고 튀어나오더니 학생을 덮쳤다.
"경호를 임무로 받았으니 이 안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학생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철모를 뿌리치곤 경호원을 집어던졌다. 경호원은 벽에 우지끈하고 부딪힌 뒤 기절했다. 철모는 다시 메달려선 슬리퍼홀드 자세로 기절시키려고 했다. 그때,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자 바라보곤 바로 손을 놓았다.
"..크억.."
파란 스카프였다. 달려와선 돌진으로 기절시킨 것이다.
"괜찮아?" "전 괜찮습니다만.. 부하 한명이.."
파란 스카프는 잠시 상태를 확인하곤 기절한 것을 확인하며 괜찮다는 사인을 줬다. 직후 연구원들과 다른 경호원들이 달려와선 기절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최근 리버티 사태로 약물 거래가 줄...면 세상에는 좋을 일이겠지만, 연구원들이 어떻게든 살기 위해, 괴로움을 잊기 위해 사고 팔고 있었으며, 학생들은 연구원들을 죽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쓰기 시작하면서 유통량은 증가했고, 상당히 짭짤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었다.
"어휴... 저 연구소는 뭐 저렇게 원한을 많이 산거야? 아무리 봐도 몇명은 제 명엔 못 죽겠는데.."
한탄하며 들어오는 파란 스카프를 보고 안경은 별 말 없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하아.. 솔직히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잘 막지 않았어?"
파란 스카프의 한탄에 안경이 컴퓨터에서 시선을 때곤 말했다.
"저 녀석들, 살인에 쓰려고 우리 약물들을 쓰고 있잖아. 솔직히 어디에 쓰든 상관 없고 돈이나 벌려고 팔았는데, 그 상대가 우리가 되니까 이게 진짜 괜찮나... 솔직히 좀 걱정 돼." "...그리고 요즘 비사문천이 어르신 측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혹시 막 비사문천이 어르신 측을 꼬드겨서 우리 바로 찬밥 신세도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통 신세가 될 수 있..."
안경은 손을 들어올려 파란 스카프의 말을 막았다.
"첫째로, 약물 문제는 현재의 특수한 상황 때문일 뿐. 우린 돈을 두배로 번다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어르신 측과의 사이도 좀 적당히 걱정해. 보스께 술도 보내주신 만큼 우리 측을 전혀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고 난.. 확신하니까."
실로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비사문천의 수장을 초대한 어르신이라, 스트레인지에서 알면 한바탕 뒤집어질 일이었으나 중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르신의 전령이니 뭐니 통통 튀어온 안드로이드가 비사문천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겠지. 어찌 되었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었다.
─ 그렇지만 위치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안드로이드가 안대를 들었다. 약간의, 아니, 제법 크게 스스로 불러오는 재앙도 당신의 몫이리라. 메트로폴리스로 향하는 길은 안드로이드의 안내가 있다 한들 제법 거친 편이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정체불명의 호버 택시에 태워서는 지하로 안내했을 테니. 안내하는 동안 왁자지껄한 소리와 환호성, 기계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겠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부품이 튈 일은 없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그렇게 당신이 안대를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면 재앙은 마침내 고개를 치들고 환히 웃을 것이다.
"어머, 미인." "얼굴이 가려졌는데 무슨 미인이래요." "내 레이더가 말해줬어. 미인."
그 자리엔 어르신이 없고 태오와 못보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따스한 조명, 고급 진 원목으로 된 기둥과 벽, 아늑한 소파와 푹신한 러그는 20년대, 혹은 50년대 서양 부호의 기조를 따른 듯 우아하고 찬란하다. 못보던 사람, 여인은 소파의 등받이 위로 굳이 기어 올라가 고양이처럼 늘어져 있었고, 태오는 그런 여인이 익숙한지 신경 쓰지 않고 핸드폰만 툭툭 만지고 있었다. 이제 보니 옷차림이 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마는, 확실한 것은 여인과 태오, 두 사람 다 일상적으로 입을 옷은 아니었단 점이다.
여인은 늘어진 상반신을 느릿하게 일으켰다. 붉은 브릿지가 있는 검은 머리카락은 양갈래로 땋고, 붉은 기조의 스모키 화장을 한 여인은 당신을 느릿하게 훑다 장갑 낀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웃었다.
"안~녕~ 미인. 주인님 직속 대리인 라바나랍니다. 능력은 대~충 금강불괴라고 보면 될 걸~ 어찌 되었든, 비사문천에게 뭐 가르친답시고 거래 제안하는 건 의외네~ 나 이런 자리 엄청 싫어하는데 일부러 온 거야!"
태오는 핸드폰을 제 옆에 두고는 여인을 슬쩍 흘겨보았다. 눈을 깜빡이던 태오는 "거짓말도 적당히 쳐야지. 다 들려요." 따위의 말을 툭 던지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그래요, 비사문천은…… 리버티의 폭로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고 주인 나리께서…… 언질을 주셨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제안할 거래는 당신에게……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요."
느릿한 손길이 종이로 된 지도와 서류를 끌어오더니 테이블 위에 펼쳐둔다. 목화고등학교 학생 둘, 월광고 학생 하나, 데 마레의 연구원 하나, 월광고와 연계된 커리큘럼 연구원 하나. 인적사항에는 이름과 나이, 사는 곳과 능력, 레벨이 적혀있고 비고에는 꽤 살벌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여인은 뱀처럼 상반신을 스르륵 기듯 내려오더니 서류를 읽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인첨공 극단주의자들의 선동 사태 이후 지속된 연구원들의 피습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무고한 학생들이 습격 받아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안티스킬은 현장에서 삼인조를 체포했으며, 이들은 범행 동기로 각각 연구원을 감싸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버티가 말한 게 재밌어 보여서 그랬다~는 등의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밝혀져…… 우와~" "들은 대로, 본 대로……. 비사문천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싶은 것 세 가지가 있답니다."
태오는 느릿하게 웃었다.
"우리의 목적은…… 리버티를 서서히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거랍니다. 본디 일부가 전체를 판단짓게 만드는 법이니, 그 일부가 되어주길 바라는 거예요…… 그러니 하나, 섞여서 학생을 습격하든지. 둘, 온건한 데 마레의 연구원을 습격해서 생사불명까지 몰아가든지……." "음~ 우리 미인은 나머지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걸?" "셋, 그래요, 그쪽이 지금부터 배울 것이 있지요." "있지요~" "그쪽…… 자경단이니까요. 범죄에는 손대지 않을 테니 이건 우리가 맡을 테지만……. 이거 하나는…… 기억하는 게 좋아요. 때로는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저열한 방법으로 갈라쳐서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이도저도 아니게 하는 방법이 스트레인지에서 가장 안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요."
물론 이번엔 경우의 수가 다르지만.
"알기 쉽게 설명하지요……. 리버티가 이번처럼 위크니스를 폭로했다면, 너희는 그걸 아는데 제2의 위크니스가 생기지 않을 보장이 있냐며 의심을 심고, 연구원을 죽이라 하면 이참에 열등생이 엘리트를 죽이게 만든 뒤 제3자가 '리버티가 높으신 분과 전쟁병기를 양성하기 위해 일부러 퍼뜨린 거다'라는 소문으로 물을 흐리는 거예요."
더럽게 놀라고. 태오는 생긋 웃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니, 당신들에게 주어진 3번째 선택지는……. 소문을 풀어줘요. 그래, 당신들은 스트레인지로 도망쳐 온 연구원을 지키면서…… 균형을 잡고, 선포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비사문천은 균형을 잡을 수 있고, 스트레인지에서 떠돌지 않고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으며, 잘하면 영역을 넓힐 수도 있겠지요. 좋은 거래 아닌가요." "그러니까~ 인첨공의 목적은 전쟁 병기 양성이라며. 그런데 리버티는 왜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살인을 요구했을까~? 인첨공에서 이걸 노린 거라면? 리버티도 사실 한패라면~?" "애초에 얘기하는 것부터가 이상하지 않느냐며 흔들어요. 혹시나 싶은 마음을 심는 게지요." "헉, 그러게, 네 말이 옳아... 걔네 사실 높으신 분들의 끄나풀 아냐?"
하고 생각하게끔. 핑퐁 이후시점.
한 차례의 대담이 끝난 이후, 여인은 다시금 느릿하게 기어 올라갔고, 눕기가 무섭게 재잘거렸다.
"그런데~ 도련님, 사실 나~ 비사문천이 리버티가 밉다고 하면 좋겠어~ 당연히 우리야 뭐, 돈 냄새 나는 쪽으로 움직이지만 그런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거든." "나도 동의해요. 어찌 되었든 리버티는 주인 나리 입장에서 매출을 올려주긴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하락세라서요." "맞~아~ 개떡락~ 심지어 그런 애들은 주변도 떨어뜨리고 폭삭 주저앉힌다고~ 그러니까 먼저 싹을 뽑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셨을 테고. 우리 주인님은. 걔가 거기 합류하면 한탕 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걸~"
여인은 제멋대로 재잘거리다 뒤에서 태오의 목을 끌어안았다. 태오는 익숙하다는 듯 여인이 편히 붙을 수 있도록 등받이에 몸을 뉘였다.
"그야~ 이쪽 판에서 손을 대면 주가가 휘청이니까~ 그런데, 아스트라페는 죽을 운명이었는데 어쩌다 살아서 깽판을 쳤대? 파나케이아 때문인가?" "파나케이아 손길은 닿지 않았답니다. 데 마레와 밀접한들 아직은 그런 사이인 거죠. 주인 나리께서 떠보셨던 걸 걸렸으니 퍽 즐겁겠어요." "오~ 그러면 파나케이아가 언젠가 방해되면 모가지 따라고 하달되는 거야?" "모가지는 꿈도 꾸지 말아요." "왜~? 파나케이아 좋아해? 예전에 보니까 귀엽긴 하던데~" "무슨 소리를. 트리스트람도 있거니와 주인 나리께서는 그 아이 퍽 재밌다고 하신지라 그렇지요……." "트리스트람? 네가 말한 ALTER의 귀여운 흰 솜털 말하는 거지? 걔도 레벨 4라며? 잉~ 무셔. 도련님 있는 곳은 왜 죄~다 레벨 4 밭이야? 꼬와서 다 엎어버리고 싶게." "비사문천이 아직 문 밖에 있을지도 몰라, 말 조심해." "하지마아안~ 싫은 건 싫은 거야. 스트레인지 사람들 대다수가 싫어할걸? 걔네는 운이라도 좋아서 그런 상승세 그래프 인생을 살지, 우리처럼 샹그릴라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에겐 너무너무 꼬와요. 이참에 도련님도 한 알 어때?" "목줄 달린 전쟁 병기 밭에서 최종병기로 거듭나라고?"
여인은 깔깔 웃으며 태오의 뺨을 마구 비볐다.
"난 역시 도련님이 제~일 좋아. 재밌잖아~ 이러니까 주인님이 안 놔주지!" "퍽이나." "아무튼 기대된다~ 솔리스가 있던 순간처럼 재밌었음 좋겠네~"
아 ㅋㅋㅋㅋㅋㅋ아 퇴근하고 아침에 답레 쓰면서 느긋하게 이어볼까 생각했었는데 폭삭 뇌가 치즈처럼 된 상태에서 쓰면 조질 내용을 들고 왔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인했다. 오너가 정치질 초짜임을 보여주지(?)심해냥이 깨어있으면 일찍 잘 수 있길 바래. 아니면 따뜻하게 있구. (어딘가에 있을 심해냥이 봑봑 쓰다듬고 감)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진행 중인 연구는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여 오늘도 한 연구실에서 구성된 연구원들과 한창 몰두하고 있었는데-
"음- 여기, 3번 확인 좀." "오케 확인-" "거기, 배양 쪽은 어때?" "......" "거, 혜우 양?" "......"
한창 배양 진행 중, 두 번이나 불렸는데도 쉽사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옆에서 실실 웃으면서 쳐다보는 인물이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그 인물이란 다름아닌 진이었다.
"아나, 이 진! 니 담당 내비두고 여서 뭐하는데!" "으음? 내 담당? 준이 지금 회의 중이라 할 거 없어서- 히히." "그럼 거 앞에서 지키고 서야지 뭐하는데! 쪼개지 말고 나가라. 어? 우리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냐?" "그치만 할 거 없으아아니 나갈게 나갈게!"
능실능실 웃으며 어떻게든 눌러앉으려던 진을 태도에 빡친 연구원이 으릉대어 쫓아내었다. 후다닥 나가면서도 참 깔끔하게 사라지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배양, 이상 없어요." "오케이-"
연구는 그 뒤로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마무리 되었다.
"...후......"
약냄새와 빡빡한 분위기에서 풀려나자마자 곧장 늘어졌다. 애용하는 복도 의자 엎어져 골골대고 있는데 뭔가 차가운게 찰딱! 하고 뺨에 붙었다. 파드득 몸을 떨며 고개를 들자 진이 웃으며 레모네이드 캔을 내밀었다.
"오늘도 고생했네! 이거 마시면서 쉬어!" "...감사합니다."
빤히 쳐다보다가 음료를 받으며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냉큼 내 옆에 앉은 진이 커피캔을 땄다. 유준이 즐겨 마시는 브랜드의 커피였다. 나 역시 음료의 마개를 열어 천천히 마시고 있으니 옆에서 얘기가 들려왔다.
아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였다.
"다른 연구소나 시설의 대부분은 모르는 얘기였겠지만, 여기 영락에 소속되고 소속이었던 학생이나 연구원들은 애진작에 알고 있었어. 능력자 양성의 목적이 병기화라는 것. 솔직히 빡쳤지. 지들이 뭔데 나를 병기로 쓰려고 해. 하지만 마냥 분노할 수도 없었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인첨공에 들어와 최초의 커리큘럼에 사인을 한 건 나 자신이었으니까."
후우, 내쉬는 숨에 커피향이 낮게 깔렸다.
"당시 내 담당에게 얘기를 들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착각이 들었어. 나는, 바깥에 가족들조차 버리고 홀로 들어왔거든. 지긋지긋한 가족들과 멀어져 혼자서도 잘 살아보겠노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거지 같은 연구소에 걸려 구를 대로 구르다가 겨우 영락에 옮겨져서 한숨 놓는가 싶었더니 이제는 능력자의 실체가 병기라고? 그러니 눈앞이 캄캄해졌지. 괜히 들어왔다, 가족이 지긋지긋해도 바깥이 낫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목소리에 깊은 절망이 한 순간 스며들었다.
"그랬는데, 그 자리에서 담당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봐야 뭐해. 내가 뭘 하든 언제 어디서 얼굴도 모르는 놈들 의향 하나로 나 같은 순삭되는 건데. 그래서 그거 그대로 말했다? 그걸 뭐하러 묻냐고, 기분 X 같다고. 그랬더니 선생님 완전 빵터져서, 보는 내가 어이가 없었지. 뭐야, 이 미친 놈은. 그것도 안 숨기고 툭 내뱉으니까, 선생님이 그러더라. 능력자가 병기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 않느냐. 그렇다면 그 언젠가가 나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 하지 않겠냐. 설령 그게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일이라고 해도, 뭐든 해놓고나면 나한테는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겠냐고."
히히히히! 그제야 경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당장! 은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연구소에 다니며 능력을 기르고 졸업 후에는 당장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어. 소소한 칼럼 같은 걸 쓰는 기자도 겸해서 말야. 인첨공 안, 갈 수 있는 곳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기록했어. 여러 영상을 찍기도 했지. 네가 저번에 성하제 무대에서 쓴 영상, 그거 내가 만든 거다? 특히 마지막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지! 모두가 매일 살아가는 거리의 풍경을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휙, 땡그랑!
빈 캔을 경쾌하게 분리수거 통으로 던져 넣은 진은 앉을 때처럼 훌쩍 일어나더니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나 말고 다른 동기선배후배들도 다 그래! 여기에 나오지 못 하거나 안 나오는 놈들도 있긴 한데, 적어도 모인 애들은 영락을 지킬 거야. 우리는 거창한 대의 따윈 없어. 그냥 우리에게 삶의 목표를 정하게 해준 은혜를 이제야 갚을 뿐인 거니까."
가벼운 손길이 머리 위를 토닥였다.
"그러니까 이쁜 후배도 하고 싶은 대로 해. 듣자하니 저지먼트라며? 나대기 좋은 명분도 있네. 참지 말고 소리 치며 싸워. 저 윗대가리들이 능력자를 그저 병기로 보고 있다면,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그딴 생각 다신 못 하게 완전 뒤집어 버리는 거야! 오케이?"
진이 주먹을 쥐어 내게 내밀었다. 잠시 그 주먹을 바라보다가, 내 주먹을 내밀어 툭 맞댔다. 그 와중에, 저 멀리서 이 망할 기지배 어디갔어- 하는 고함이 들려왔다. 유준의 목소리임을 인지하자 진이 이크, 하며 소리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이쁜아! 나중에 보자!"
그러고 코너를 돌아 얼마 안 지나서 고함투성이 대화가 들려왔다.
"아! 이 진! 내가 희의실 앞에서 기다리랬지!" "하하하하하 자기야 미안!" "이 X이 드디어 미쳤나!!!"
>>303 칠라: “너희에겐 그저 너희 일이었다, 한 마디로 끝나는구나.” “너희가 그 아이에게 무책임하게 저지른 그 모든 고통이, 너희 좋을 대로 너희에게 주어진 말들을 곡해하고 한 아이의 모든 것을 손에 넣어 너희 좋을 대로 이용하려 들었던 그 모든 악덕이, 한 마디로 정말 쉽게도 끝나는구나···?” “그러니 너희도 아주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해. 너희가 너희의 일이라는 명분으로 무엇을 건드리고 무엇을 흔들었으며 무엇을 저질렀는지.”
두 사람뿐, 아무도 없이 텅 빈, 두 사람을 위해서 비워두기라도 한 것만 같은 지하철역 역사가 깊은 심해 위에 뜬 보름달의 달빛으로 물들었다. 떠오르는 태양이 얼마나 이 역사를 환하게 내리쬐고 있건 상관없었다. 여기에는 너와 이 소년 단 둘뿐이었으니까. 성운은 네 품에 머리를 기댄 채로 너를 꼭 잡고 있었다. 세 번째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그 얼굴이, 네 노랫소리에 떨며 흔들림없는 수면 위에서 잘게 바스라져 한 점 물결로 흐트러져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손의 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어갔다.
네 노래가 끝났을 때, 성운은 네 품에서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입술을 벌렸다.
그게 시작됐을 때,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내 안의 무력함 속에서 길을 잃었어. 나는 혼란스러웠고, 모든 걸 쏟아버리고 말았어. 마음 속에 이런 걸 담고 있는 게 나만이 아니라는 걸 찾기 위해서.
내 안의, 하지만 그것들이 쏟아져나간 빈 자리만이, 내게 남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진실이었어. 잃을 것 없이, 갇혀서, 공허하고 외로웠어,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어.
내겐 치료가 필요해, 나는 느껴보고 싶어, 내 생각이 결코 현실이 아니었음을. 놓아주고 싶어, 너무나도 오랫동안 짊어져온 고통을.
치유받고 싶어, 느껴보고 싶어, 진짜 무언가와 가까워지는 감각을. 나는 찾고 싶어, 내가 줄곧 원해온, 내가 속할 어딘가를.
“저기, 동화책에서 읽은 말인데.”
성운이 그 말을 내어놓은 것은, 노래가 모두 끝나고 뒤이어진 말도 다 끝난 후 네 정당한 요구가 입에서 귀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뒤였다.
“혼자서 길을 잃으면 그건 방황이지만······”
네 손 안에 꼭 쥐인 성운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 앞에서 한쪽 무릎을 굽힌 너를 보며, 성운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남아있는 한쪽 손으로 조심스레 네 턱을 감쌌고, 살며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네 입술 위에, 작은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아직 작고 미미한, 흔들림의 여파가 남아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 똑같은 그 온기의 흔적이.
그는 네 입술 위에서 속삭였다.
“둘이서 같이 길을 잃으면, 여행이래.”
그리고 성운은, 팔을 뻗어서, 네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네 얼굴에 와닿는 폭신한 온기와, 코끝에 걸리는 희미한 숲의 향기가 참으로 낯익었다.
“그래. 이 모든 게 다 끝나면 우리 같이 떠나자. 어디로든.”
포옹이 끝나고서야, 성운은 차근차근 덧붙였다. 형용할 수 없는 색. 그나마 가장 가까이 불러줄 수 있는 색이 보라색일 뿐, 보라색이라고 일컫기에는 인간의 인지 바깥을 벗어난 색. 그러나 네 앞에서는 조그만 수국꽃처럼, 차분하고 나직한 색.
별이 제 궤도를 찾았다.
그리고 다른 두 가시를 짓누르고 있던 가장 길고 커다란 가시가, 공포의 가시가 뽑혀나왔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가장 길다란 가시에 짓눌려있던 두 개의 가시가, 성운의 마음에 그대로 박힌 채로 그 끄트머리를 바깥으로 치켜들었다. 분노와 증오라는 이름의 두 자루의 가시가. 성운은 조용히 선언했다.
“위험한 목적지를 정해야겠어.”
제 궤도를 찾아온 별의 빛은 어딘가 더욱 선명하고 날카로운 것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어디로 겨누어지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들의 세상에서 그 뒷면으로 도망쳐버린 이들을 향한 것일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와 너와 네 오라비에게 엮여있는 문제를 향한 것일까, 그들에게 다가올 미래의 위협을 향한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것은, 너를 제외한 모든 것에 겨누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걱정 안 해도 돼. 나도 내 몸 상하는 걸 엄청 꺼려하니깐. 몸에 흉터 하나 나는 것도 저지먼트 생활하면서 꽤 드물 만큼 조심하는 편이야. 물론.. 그 깡통로봇을 제외하면.. 그 동안 안 다친 거 마일리지까지 쌓아서 한 번에 받은 건.. "
14살 때부터 저지먼트 생활을 시작한 서한양. 능력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육탄전 위주로 진압을 해왔으나, 이상하게도 싸우다가 다쳐서 병원에 가거나 치료를 받는 일은 없었다. 본인도 본인의 몸이 상하는 걸 엄청 싫어하기에 기술의 수준을 극한으로 올려둔 것도 있고, 맷집이나 파워가 좋음에도 많이 맞으면 그것이 누적되어서 결국은 몸이 상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그랬을 것이다.
" 에엣 취-!! "
그럼에도 가을 꽃가루 알레르기는 피해갈 수 없었나보다. 가을 꽃가루는 봄의 꽃가루보다 더 지독하다는데, 저걸 어쩌나. 아, 피자에 튀지는 않았다. 신호가 오자마자 냅킨부터 쥐어서 입과 코에 댔거든.
" 에이, 멀쩡하게 나왔으면 됐지. 뭐 얼짱각도라도 있나? 별로 차이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찍는 건가? "
한양은 다리를 꼬고, 핸드폰을 위로 들어올린다. 정작 화면에 꽉 찬 것은 한양의 얼굴 뿐, 포즈는 왜 잡나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나 동물, 풍경 등은 잘 찍으면서 정작 자기자신은 잘 못 찍는 서한양. 이 대사에서부터도 계속 대충 찍을 생각임이 드러났고, 별로 미련도 없음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한양의 인첨스타그램을 보는 30명 내외의 팔로워들은 ' 왜 저렇게 찍어.. ' 라고 생각하며 답답하게 생각하겠지만.
" 레벨 5 지원금 별 기대도 안 했는데, 생각보다 달달하더라. 하지만 추월하는데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몰라.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 지출이 클 때가 있어서... "
그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 본인도 예측할 수가 없어서 문제일 뿐이지. 예를 들어서 진압을 하다가 외제차를 하나 박살내버려서 물어내야 한다던가.. (....) 저번에 4학구의 송전탑을 전부 다 박살내버려서, 은우가 물어냈지만 본인도 눈치가 보이니깐 천천히 갚아나가던가..
" 내가 평소에는 안 이러는데, 오늘은 배가 빨리 채워지네.. 나 신경쓰지 말고 천천히 먹어. 눈치 주는 거 아니니깐. "
나름 정하를 배려한답시고, 접시에 피자 한 조각을 올려놓고는 나이프와 포크로 썰어먹기 시작한다. 물론 배가 부르니깐 천천히, 더 씹어서 삼키려고 했겠지.
성하제가 끝났지만 토끼 메이드들은 남았다. 원래대로라면 축제의 끝과 함께 녹아 사라질 아이들이었지만 의외로 예뻐해주는 친구들이 많았던 터라, 설정을 수정하는 물약? 을 뿌려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축제가 끝난 후 잠깐 동안은 그가 개인적으로 따로 데리고 있어야 했고, 영역을 침범당한 찡찡이또한 매우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그것도 오늘로서 끝.
오늘은 이 녀석들이 새 집을 찾아갈 날이다. 성하제 카페 영업이 종료된 후 집에 데려갔었던 토끼 메이드 군단을 다시금 학교로 데리고 돌아온 리라는 그날 점심시간에 강당 한켠을 빌렸다. 물이 담긴 대야 몇 개, 어쩐지 그린 티가 나는 토끼 메이드 전용 샴푸와 무선 헤어드라이어 몇 개. 그리고 수건 여러 장.
- 야, 저거 뭐야? - 왜 성하제 때 저지먼트 부실에... - 헐... 대박 귀여워...
복실복실한 토끼들이 모여있는 풍경은 강당 안에서 할 일을 하던 선생님과 학생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틈틈히 들려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를 뒤로 한 채, 리라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저지먼트 단톡방
[토끼 메이드 빨래 도와주실 분 & 입양해가실 분 구합니다]> [장소: 목화고 강당]> [일시: 지금 이 순간]> [(사진 - 빨래 도구(?)를 배경으로 바글바글 모여있는 꼬질이 토끼 메이드들의 모습)]>
한마음 정신병원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본 병원은 인첨공의 최대 크기 정신병원으로써, 인첨공의 시대를 앞선 기술력과 많은 인재들이 모여 설립되었습니다. 본 병원은 환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정성스럽게 돌볼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만 저희들의 노력에도, 환자분들이 다치거나 병실을 탈출하는 일들이 자주 생겨, 해당 지침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방문객 여러분과 환자 여러분들 께서는, 해당 지침서를 꼭 숙지하시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1. 당대 최고라 평가받는 의료진들이 여러분의 치료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2층은 의료진들이 당직을 서고, 근무를 하는 곳이므로 2층에서는 되도록 정숙을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2. 신설된 별관은 아직 4~6층의 정신병동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재 별관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6층에서 연결통로를 이용하는 것 외에는 없으므로, 실수로라도 별관의 3층 이하로 내려가지 마십시오.
3. 은색으로 빛나는 문을 발견하셨다면, 즉시 눈을 감고 '저는 환자▮ ▮▮▮다' 를 외치십시오. 빛무리가 사라졌다고 느끼시면 다시 눈을 떠도 좋습니다.
4.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22:00 이후에는 병원 내부를 돌아다녀선 안됩니다. 보호자분들 께서는 22:00이 되기 전에 환자들을 병실 침대에 눕혀주시길 바라며, 해당 사항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병원측에는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5. 자선 냄비를 들고 병실을 돌아다니는 노파를 발견했을 경우, '죄송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돌려보낸 후 간호사를 호출하십시오. 절대로 노파에게 긍정의 뜻을 내비쳐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받는 것은 현금 따위가 아닙니다.
6. 입 부분이 테이프로 막혀있는 환자를 발견하셨다면 절대로 시선을 주지 마십시오. 그것이 당신을 인지하지 않았기를 기도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로 최대한 빨리 가장 자까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구십시오. 해당 상황에 대해서는 1번 항목을 무시하셔도 무방하며, 설명하면 의사나 간호사들도 이해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7. 니트 재질로 된 옷, 이불 등은 엄금하고 있습니다. 절대로 그것들을 병원 내부로 반입하셔서는 안됩니다.
8.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병원은 환자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던가요, 인첨공의 첫 정신병원인 만큼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차 조사 결과 : 한마음 정신병원의 일부 지침서가 오염된 것을 확인. 백해민 부원은 해당사항 확인 후 지침서 교체 조치를 취할 것
리라가 보낸 메세지에 두 번째로 응답한 것은 서성운이었다. 토끼 메이드 빨래라는 말에, 물에 젖어도 좋은 옷까지 챙기면서 성운은 꽤 기대를 했다. 커다란 공기주입식 수영장 같은 데서 토끼들 씻겨주는 게 퍽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혜우한테도 연락이 닿는다면 같이 가보자고 연락을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먼저 강당에 온 성운을 반긴 것은, 공기주입식 수영장에서 토깽이들과 도란도란 복복빨래를 하며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온사방에 흩뿌려지고 있는 때아닌 워터밤 축제와, 여기저기 박살난 천장 잔해가 흩어져 있는 혼돈과 파괴와 망각의 현장이었다. 성운은 기겁한 표정으로 강당으로 뛰쳐들어왔고, 강당에서 복닥대는 인물들의 면면을 황망스러운 눈길로 훑어보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동월과 리라. 음, 알만하다. 강당이 이꼴이 난 게 매우 납득가는 라인업이야. 성운의 얼굴이 해탈한 자의 미소로 변했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내 번거로운 동기들아.”
성운은 손을 뻗었다. 동월이 부숴놓은 천장의 잔해들이 두둥실 떠오르며 강당 한켠으로 차곡차곡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테트리스라도 하듯이 딱 알맞은 모양을 찾아들어가며 차곡차곡 쌓였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물웅덩이 같은 것들도 물들이 공중으로 둥실 들려올라오더니 강당 문 밖으로 둥실둥실 떠가서는, 강당 문 근처의 배수로에 철썩 쏟아졌다.
그러나 성운은 어디까지나 하이드로키네시스가 아니라 자이로키네시스고, 중력을 조절해 바닥에 고여있던 물을 들어올린 것에 불과하며 이미 강당 바닥에 묻고 스며든 물은 성운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는 정하나 로운이 같은 액체 컨트롤에 특화된 하이드로키네시스가 필요한 영역이다. 아니면 리라가 마IN크래프트의 스펀지 같은 걸 그리거나.
“그런데 일단, 강당 바닥 말리는 건 얘들을 다 씻겨주고 나서 고민할 일인 것 같아─”
성운은 리라에게 손을 내밀어 토깽이 빨래에 쓸 솔과 샴푸를 받고는, 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딱 드럼세탁기 한 드럼에 들어갈 만한 물이 두둥실 들려올라왔고, 그것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품들을 머금기 시작했다. 허공에 띄운 물에 어긋난 방향의 중력장을 배치해 작은 소용돌이 풀(빠지면 딱 간지럽게 빙빙 도는 물에 느긋하게 씻기 좋은 유속의)을 만든 것이었다. 물론 하이드로키네시스가 아니라 연산효율이며 정밀도가 초라하지만, 계수빨로 찍어누르는 거다.
>>446 >>447 호오 알아보셨구만 🤔 공략의 핵심...은 아닙니다! 맨 마지막 줄을 보시면 이해하기 편하실듯! 그리고 확실히 강한 놈이지요 🤔 최고레벨 괴이로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450 성운이가 월이한테 태클을 안걸었어!! (?) 성운아 월이도 닦아버리자 (?)
>>451 TMI) 백해민은 일도 제대로 안한다. 위의 한마음 수칙서가 오염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것만 봐도 알 수 있음. 해민이가 없으면 안될 이유? 일단 아무도 담당하지 않는 한마음을 담당하는게 제일 큽니다. 대충이라도 일을 하고있어서 다행이지, 아무도 관리하지 않으면 실종자들은.... (옆눈)
>>4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돼 성운아 너마저 달관하면 월이는 누가 막니!!!!!!!!!! (경악) 아마 이미 천장 하나 해먹었으니 더 날뛰지는 않지 않을까요... (옆눈) 양심이 있으면 가만 있겠지...
>>459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금쪽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한양이의 금쪽이짓에 질린 괴이가 한양이를 밖으로 강제추방할지도 몰라....
>>460 이번에 올라온 지침서는 월이가 탈출에 성공한 후 '백해민' 이라는 부원이 담당하면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염된 지침서입니다. 따라봤자 좋을게 없죠! 그리고 해당 지침서는 '탈출 지침서' 라기보다는 '행동강령' 에 가까워서, 탈출에는 딱히 적합하지 않은 지침서네요!
>>467 덤비기야 하겠지만... (제가 설계한)괴이는 불합리한 상황을 주력으로 삼으니까요. 그러므로 아무리 특수개체들을 써서 덤빈다고 해도 사실 1:1로 한양이를 이길 수 있을지는... (옆눈) 다만 환상 아닌 환상들을 써서 한양이를 가두는 식으로 진행될 수는 있겠군요. 한양이의 금쪽이 진행으로 인해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오려면 머리 깨나 써야할겁니다.
>>456 아 아 그런 의미로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였나(...)!!!!!!!!! 그 그렇긴 하네 확실히 그러나 크윽(?) 🤔... 해민해민아... 언젠가 만나보길 기대하마 딱밤을 주고 싶군아.
>>45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 말이 너무 좋아 귀여워
>>458 하 이거봐 @심해냥이 너무귀여움... 역시 모카고 저지먼트의 큐트 담당 데려가주면 토끼가 춤을 춥니다
>>460 빨래메이트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그건 아니다! 밥 안줘도 되고 그러므로 배설물도 생산되지 않음! 토이스토리처럼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면 된다~ 털은🤔 안... 빠질걸??? 너무 강하게 복복하면 빠질수도 있지만! 겉에 이물질 묻어서 더러워지면 빨래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오늘 알바는 대략 엉망진창이었다. 진상도 안 왔고 물류 진열할 때 손님이 몰리지도 않았고 쓰레기통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으니 일은 수월했는데도 내내 심란했다. 철현 선배가 사이코메트리로 읽어 달라던 순간이, 그때 손목을 잡혔던 감각이, 알바 시간 다 끝나도록 남아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같이 막 놀던 ○○○도 거북해했을 정도라 웬만하면 누구하고든 물리적 거리를 최소한은 유지할 작정이었는데. 그걸 치고 들어오셨어. 의식하니 손목의 맥이며 가슴이 마구 뛰었다. 얼굴도 완전 화끈거리는 게 종일 땡볕 쬔 거 같다! 이거 진짜 어떤 기분이지? 능력 쓰려고 집중해 봤으나 당연히 무반응;;; 어째 심통난다. 사이코메트리스튼데 왜 정작 내 정보는 안 읽힌대??!
...하고 생각하다 궁금해졌다. 그때 내가 뭘 읽었으면 하셨던 걸까? 그러자 내 멍청함이 새삼 실감났다. 쪽지 구기실 만큼 화나신 이유 안 여쭤봤어;;;;;;; 다시 읽어 봤지만 감은 안 온다.(나 양심 창렬??) 톡으로 여쭤보려다 그만뒀다. 시간도 늦었고 또 끄집어내기 낯없어서. 뭣보다 나 싫어하는 거 아니라셨으니까!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게 노력해 본다고도 하셨으니까! 그럼 됐지!! 그래서 쪽지는 접어다 폰 지갑에 넣었다. 인제 그만 헤롱거려야지.
수업 끝나고도 비몽사몽 졸고 있는데 톡이 울렸다. 단톡방, 리라네. 열어보니 강당 한쪽에 성하제 때 대활약했던 토끼 인형(???)들이 꼬질해진 채 쌓여 있다. 세탁용품도 잔뜩이다. 저거 일일이 다 빨려면 장난 아니겠는데. 가자. 문자 그대로 손빨래만 가능한 주제지만 없는 거보다야 낫겠지.
그래서 강당으로 향했더니 아주 난리도 아니다. 강당 천장은 무슨 거대 로봇이 주먹으로 찌르기라도 한 것처럼 구멍이 났고 (저거 수리 누가 해?) 잔해가 한쪽에 치워져 있는 강당 바닥은 물 반 거품 반이다. 동월이는 세상 해맑게 물 위를 떠다니는 한편 성운이는 중력을 조종해서 물을 허공에다 띄운 인간 세탁기가 되어 있다.
" ...... "
어... 나 할 거 있나;;;? 그냥 조용히 구석에서 손빨래나 해야겠다. 서연은 적당한 대야 앞에 자리 잡고 주변의 토끼 메이드를 하나씩 잡아다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얘네 귀엽네. 리라가 입양해 갈 사람도 구한댔으니 빨래 끝나는 대로 한 마리 정도는 달라고 해 볼까?? 털이 나처럼 갈색인 녀석으로~~
리버티의 공개방송이 있고 바로 다음 날입니다. 퍼스트클래스가 전부 1학구로 호출되었습니다. 왜 호출했는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두가 짐작하지 않았을까요? 그건 은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보나마나 '퍼스트클래스 중 1명이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다'라는 사실 때문이겠지요. 그런 소식을 당연히 그냥 넘길리가 없을테니까요.
차를 타고 1학구로 가는 도중, 슬며시 스쳐지나가는 2학구의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뭔가 이전보다 훨씬 더 경비가 강화된 것처럼 그의 눈에 비쳤습니다. 그도 당연하겠지요. 리버티는 연구원들을 노리는 것 같았고, 2학구는 그야말로 연구원들이 모여있는 연구동 그 자체였으니까요. 특히나 최근에는 '신에너지' 연구를 하는 것 같으니 더더욱 민감할지도 모릅니다. 은우가 듣기로는 원자력 에너지의 1000배는 더 강한 에너지를 개발한다고 하는데, 더 자세히 들은 것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1학구에 은우는 도착했고 그 중 가장 높은 빌딩인 인천 첨단 캐슬 타워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차후 인첨공을 이끌어가게 될 인재들을 육성하고 양성하는 곳이기에 다른 학구보다 좀 더 시설이 좋았으며 건물 역시 훨씬 고급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지금 오르고 있는 인천 첨단 캐슬 타워처럼 말이지요. 120층에 내린 은우는 익숙하게 천천히 앞에 있는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퍼스트클래스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플레어, 디스트로이어, 레드윙, 웨이버. 유니온은 애초에 이 자리에 함께 하지 않으며, 크리에이터는 수용소에 있으니 아무래도 은우가 가장 마지막에 온 모양입니다.
"다 왔는가?"
그리고 저 앞에 있는 책상에 앉아있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인첨공의 높은 분이자 대표이사인 사람입니다.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붉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으며, 배가 불룩하게 나왔고, 얼굴에 욕심보가 잔뜩 붙어있는 그 모습은 어찌보면 두꺼비상입니다. 빈말로도 잘생겼다는 말을 할 수 없는 배불뚝이인 대표이사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리버티 방송은 다들 봤겠지? 그리고 자네들 중에서 1명이 그 녀석들에게 합류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
"......."
퍼스트클래스 멤버 중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대표이사는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여있는 와인잔을 들어올린 후에 은우를 향해 그 내용물을 집어던졌습니다.
"난 자네가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담당학구도 아닌 4학구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일로 설쳤다는 말도 들었는데. 애초에 4학구에서 뭘 한건가?"
"...그게... 보고에도 올렸다시피, 4학구가 멸..."
"자네는 안티스킬이 우습나? 4학구의 퍼스트클래스가 자네 밑으로 보여? 4학구의 문제는 4학구 사람들이 해결하면 되는거지. 왜 자네가 설치나? 어?"
그 목소리는 명백히 적대감이 가득 섞여있었습니다. 이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야말로 폭언과 욕설 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은 명백히 은우를 향해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은우를 굳이 건드리는 것일까요? 아마도 은우의 행동에 대해서 불만이 가득한 모양입니다. 그에 은우는 약하게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표이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나에게 잔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나쁘나? 퍼스트클래스니까 그냥 네 멋대로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보지?"
"아, 아닙니다."
"...흥. 표정 관리 잘 하도록. 어디 그래서 사회생활이나 좀 하겠나? 아무튼 뭐 좋아. 어쨌든 자네들 중에서 한 명이 리버티에게 속해있다고 가정해보지. 그렇다는 것은 자네들 중에서 배신자가 있다는 거 아니겠나? 그렇다면... 그 배신자는 누구일 것 같나?"
"저기요. 애초에 배신자인지 뭔지 정말로 있긴 해요? 이렇게 다 불러놓고 배신자가 누구야라고 해도 답이 나올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은우 오빠 그만 갈궈줬으면 좋겠는데요."
가만히 듣고 있던 보라가 한숨을 내쉬면서 작게나마 항의하듯 이야기를 했습니다. 철준은 이어 한숨을 강하게 내쉬었고 아라는 애초에 다른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플레어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앞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없을 수도 있지. 하지만 있다고 한다면? 나는 말이야. 인첨공의 대표이사로서 인첨공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거든? 그런데 자네들처럼 인첨공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병기가 주인의 손을 떠나 주인을 겨냥하게 되는 꼴을 보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뭐, 좋아. 아무튼 그래서 내가 생각한건데 말이야."
거기서 말을 끊으면서 대표이사는 씨익 웃으면서 퍼스트클래스 전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리버티에 소속되어있는 퍼스트클래스의 목을 따와.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을거고, 진압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희생은 모두 눈감아주겠네. ...즉... 리버티 녀석들을 수십, 수백명을 죽인다고 해도 나는 그냥 정당방위로 처리해주겠다는걸세. 그리고 가장 먼저 잡아오는 이는 내 특별히 그 심장의 칩을 제거해주겠네. 위크니스도 마찬가지로."
"....호오."
"........"
"그 말... 진짜야? 할배?"
디스트로이어는 팔짱을 끼며 재밌다는 듯이 피식 웃어보였고, 이어 아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확인을 구하듯이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표이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명령을 거부하고 멋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병기는 폐기처분해야 마땅한 법 아니겠나? 그리고... 제 일을 하지 못하는 병기들 또한 쓸모가 없으니 폐기처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네. 난. 그래. 겨울이 되면 싹 폐기처분을 할거야. ...알겠나? 겨울이 되기 전까지 성과를 내란 말이야. 이 쓸모없는 병기들아. 너희들의 존재가치를 잊지 마라. ...리버티인지 러브리인지 없애버려. ...그리고 배신자, 혹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들을 죽여라. 알겠나? ...혹시 아나? 지금 너희들 옆에 있는 이들 중 하나가 리버티일지 말이야."
말 그대로 그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리버티를 없애버리라는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퍼스트클래스는 죽이라는 것. 그리고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이는 겨울에 폐기처분을 시켜버릴 거라는 것.
가장 먼저 확실하게 성과를 내는 이는 해방시켜주겠다는 것.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달콤하지만 너무나 가혹한 임무였습니다.
"지금부터 수상한 행동을 하는 이가 있다면 모두 리버티라고 간주해도 좋네. ...싹을 짓밟고 없애버려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수상한 행동을 하는 이도, 배신자일지도 모르는 이도 모두 말이야."
예엣날에 누가 인첨공 부수고 청?와대로 가자고 했는데 진짜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쨌든 대표이사를 세운 건 인첨공이 만들어지기 전 대한민국의 높으신 분일테고 결국 이런 용도로 인첨공을 설립한 것도 어째서 나를 자꾸 혁명가로 만드는가 대표이사 자식아 보라랑 머리색 비슷한 것도 얄미우니 알아서 염색하도록(?)
>>675 정하 : 스트레인지 외곽에 이어진 건물을 여럿 살거에요. 크게. 그리고, 거길 리라언니...나 몇명 더 설득해서 방호거점으로 삼을거에요. 지친 연구원들이나, 학생들이나. 알고있어요. 사람을 모아놓으면 먹음직스러운 먹거리가 된다는거. 하지만 지금 이렇게 분산되어있는것보단 지키기 훨씬 수월할거에요.
정하 : 뉴스를 틀면 나오는건 테러소식밖에 없어요. 저지먼트와 안티스킬은 신뢰를 잃은지 오래에요. 그래서 자금협조따윈 못구해요. 그래서 저 '진정하'가, 개인적으로 '최은우' 에게 빌리는 돈이에요.
>>683 은우:...동화라면 여기서 내가 감동하고 돈을 빌려줘야 되겠지만... 은우:나도 15억이라는 돈을 그런 이유로 빌려줄 순 없어. 은우:어떻게 상환할건지도 전혀 알 수 없고 지금 그 말은 나에게 자선사업을 15억이나 아무런 대가도 없이 하라는 것 밖에 안돼. 은우:그 정도 돈은 대기업도 못 내. 은우:애초에 네가 생각할 정도로 테러투성이 아니다. 지금. (진지)
>>694 정하 : 역시 안되나아~...뭐 수용인원을 좀 줄여야겠네요. 사실 지금도 스트레인지쪽 작은 건물정도는 살 수 있으니까.
정하 : 상환이나 이런쪽은 사실 핑계고, 15억정도 대충 땡겨받으면 선배가 계속 신경은 써줄거 아니에요? 푼돈도 아니고. 그럴생각이였는데... 그리고 생각보다 테러가 많이 안 일어났다기엔. 테러뉴스는 계속 나오고, 그걸로 사람들이 불안해하고있어요... 당장 어제, 하이드로 키네시스 담당 교내연구소에서 장기연차를 낸 사람이 두명이에요
정하 : 만에 하나라도... 진짜 만에 하나라도, 제가 아는사람들이 다치면... 너무 화날것같아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하는거에요.
그...그쵸? 아무리 통장에 몇백억이 쌓여있다 그래도? 통장에 400만원 있다고 15만원 턱 빌려주긴 조금 그렇잖아요? 하지만 드립거리를 찾았으니 >>702 정하 : 아니 근데, 선배 여기봐봐요. 여기 주상복합 건물이 1억 5천 좀 넘거든요? 어차피 좀 수리하고 해야겠지만?(반 무너짐. 크랙있음) 정하 : 근데 15억 구역 일괄매입하면 이것보다 좀더 큰 빌딩 5개가 모여있는 큰 빌라랑 상가가 있는데, 이 블럭 전체가 벽 하나두고 스트레인지랑 외곽 경계잖아요
정하 : 저 1억 5천짜리 건물이 막고있어서 그렇지? 만약 제가 저거 사고나서 철거하면 바깥이랑 직통인 도로가 뚫리죠? 그럼 접근성 좋은....근처 상권이랑 비슷해보면 이렇게 이렇게....
정하 : 원래 솔깃하면 여기까지 준비했는데, 관심 없어보이니까 텄네요~...아 크리에이터 아조씨한테도 한번 여쭤볼까.
>>705 캡 ㅋㅋㅋㅋ 그냥 물을 수 있어도 좋고요~ >< 은우가 높으신 분들에게 반항할 각오를 품을 수 있는 이유요. 칩이 심어져 있는 한 높으신 분들에게 들키는 순간 은우랑 세은이가 비명에 가니까요. 그리고 높으신 분이 그 빌미로 협박하면 높으신 분들에게 반항하다가도 복종해야 하는 입장일 거 같고 그래서... 리버티는 그렇다 쳐도 윗분들한테 계속 저항할 거라고 (비교적 뉴비인) 서연이가 신용할 수 있는 단서가 있나가 궁금했어요 ㅎㅎ
>>707 그래서 대놓고 반항을 하진 못하고 일단 칩을 제거할수 있는 코드부터 얻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 말이 나온 것들도 사실 코드를 얻은 후에 본격적으로 반항 한번 해보자! 이런 느낌이었으니까요. 은우도 대놓고 코드고 뭐고 그냥 엎자라고 했으면 아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을 거예요. 코드를 얻어서 칩을 없앨 수 있다면 은우가 지금 저당을 잡힐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0 "응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버릇이라도 생긴거 같거든...] "%oH..." [하다못해 제대로 한글로 말해줬으면 하는데...] "그치만 평소에두 그렇잖아여." [채팅식 말투를 현실에서까지 사용하는건 너뿐이거든... 슴다체야 그렇다 쳐도...] "차피 능력이나 컨셉에두 딱인 캐릭터구, 좋지 않슴까?" [이젠 메타발언을 밥먹듯 하거든...]
89번째 더미는 그녀에게 굴복해 얌전히 식빵을 말고 있다가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사이에 부속이 하나하나 덧대어져 토끼처럼 변했고, 깨달은 더미가 몸을 일으키려 할땐 이미 늦었던만큼 마치 북극토끼를 연상케 하는 늘씬한 비주얼이 되어있었다.
[...이상해...] "유라는 예술감각을 넘무 모름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걸 전부 현대예술이라고 때려박아 놓는 것도 예술가에게 실례일거 같거든?] "어쩌겠슴까, 즈는 그쪽엔 재능이 없으니까여." [뭐... 최소한 이상한 기계나 터렛이라던가 로봇들을 보내주는 모 회사보단 낫다만...]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더미는 정말 프로그래밍까지 북극토끼처럼 되었는지 이내 두발로 일어서 그녀와 여학생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아야야야야야야!!! 이 간빠진 녀석이!!!]"
그날은 둘이 처음으로 완벽하게 합을 맞추었던 날이었고, 90번째가 다음 엔트리넘버로 새겨졌다.
엄지를 이용해 금의 손등을 슬슬 쓰다듬고 있던 행동이 움직이지 않도록 붙잡는 금의 행동에 혜성은 예매하고 있던 키오스크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도록, 굴려서 느릿하게 한번 깜빡였다. 왜? 하고 물어보려다가 곧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손등을 쓰다듬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혜성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금의 시선을 피해 반대편으로 도르륵, 굴려 피했다.
이 애를 만나면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하나씩 늘어간다. 매일같이 주고 받는 일상적인 문자와 규칙적으로 얼굴을 보며 나누는 별것 아닌 대화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나누는 체온과 간지러운 입맞춤 같은 것들. 눈 가늘게 뜨며 혜성은 제 입가를 손으로 매만졌다. 연인들이 주고받는 행동들에 한번도 의아함을 가진 적 없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니까.
"팝콘? 팝콘이랑 음료수- 두개 같이 나오는 세트 메뉴면 괜찮아? 음료수는 뭐로 할래?"
혜성은 금이 저지먼트가 했던 카페에서 받은 걸로 추정되는 표로 예매표를 구매하는 걸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시선을 움직여 주변을 잠시 둘러봤다. 자신들처럼 비슷하게, 아니면 똑같이 표를 구매하거나 포스터들을 보며 영화를 고르거나 팝콘 판매처에서 팝콘을 구매하는 커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사람들이 보면 자신들도 커플처럼 보일까. 생각도 잠시, 금의 말을 들은 혜성은 살짝 웃고는 팝콘을 파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물음을 던졌다.
금이 콜라로도 괜찮다고 답한다면 주문을 하고 계산을 마친 뒤 카라멜 팝콘 한통을 금의 품에 안겨주려 했을 것이다.
《코드네임 '라바나'》 별건 아니구. 리버티 훼방 놓는 기간 동안 화끈하게 써먹다 죽을(...) 모브입니다요...
스트레인지 안드로이드 투기 도박장 메트로폴리스의 경호원 중 하나고, 어르신의 개인 호위 업무를 맡을 정도로 그 능력은 발군. 나이는 비밀이라는데 사실 성인임. 붉은 브릿지에, 검은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진한 스모키 화장과 주황색 눈동자가 특징. 키는 174정도. 차갑게 생겼는데 성격이 경박하고, 제멋대로에, 말고 많고, 자타공인 메트로폴리스의 말썽쟁이.
능력은 본인의 신체를 광물화하여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할 수 있지만 실제 측정 레벨은 3을 목전에 둔 아슬아슬한 2. 스캔하면 3이었다가 하락하고 3이었다가 하락하고 지금은 아예 스캔을 안 하는 중. 샹그릴라 복용자, 싸움 좋아함.
태오가 14살이 될 때 새로 들어왔고, 스트레인지에서 혜우가 돌아다닐 때 태오가 다시 돌려보낼 적이면 멀리서 지켜보면서 .oO(우효~ 병든 미인~ 어이어이 아름다운 미인이 둘이나 붙어있잖냐! 이게 웬 횡재냐!) 이러고 있었음. 미인 좋아함. 어르신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깜. 어르신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따를 정도인데, 예전에 한 번 털린 이후로 '세상에, 강한데다 미인!'이라며 푹 빠진 탓.😏
>>0 아. 망했군. 이건 확실히 망했다. 타박상? 괜찮다. 그 정도 고통이야 참는데 익숙하다. 자상? 좀 따끔한 정도지. 하지만 이거. 음, 이게 문제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뚫고나온건 누구든 망했다고 하겠지? 괴이에선 탈출했지만, 아무래도 더 이상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다.
울컥,
입에서 붉은 액체가 쏟아져나온다.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아, 하늘 파랗다. 더럽게 파랗네. 뭔가 점점 회색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 아.... 또 부르기 싫었는데. "
@천혜우 [살쾡아. 나 곧 죽어...]
@류애린 [애린아 나 아파.] [보고싶음.]
현재 위치와 함께 문자를 보내고서, 힘없이 폰을 떨군다. 여기서 눈을 감으면 다시는 못뜨려나? 그럴 순 없지. 아직 죽으면 안된다. 할 일도 많고, 이제서야 털어낸 일도 있는데. 이런데서 죽으면 웃음거리밖에 안된다...
아. 망했군. 이건 확실히 망했다. 타박상? 괜찮다. 그 정도 고통이야 참는데 익숙하다. 자상? 좀 따끔한 정도지. 하지만 이거. 음, 이게 문제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뚫고나온건 누구든 망했다고 하겠지? 아아, 서글픈 인생아. 하지만 괜찮다. 아주 조금 나온거고, 폐가 상한 것도 아니니. 이 정도는 대충 잘 집어넣으면 낫지 않을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아, 애린이다. 괴이에서 탈출한지 얼마나 됐다고 마중을 나온걸까? 그냥 지나가던 길이려나. 대충 인사나 하고, 응급처치를 하러 돌아가도록 하자.
" 좋은 아침. "
핏기가 없는 얼굴, 어딘가 힘이 없는 목소리. 괜찮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나가자. 스스슥
데 마레가 최근 연구원 피습사태에도 학생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으나, 아니무스에서는 정작 파견이 중단되어 커리큘럼을 일시중지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스운 일이다. 또한 한결 선생만 안타깝게 된 일이기도 하다. 태오가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데 마레의 소장 안승환이 윤리위원회를 열어 연구원 백한결에게 징계를 내렸고, 온몸이 으스러진 뒤 호전되는 동안 병문안도 오지 못하고 근신처분을 받은 한결은 피가 바짝 말랐을 것이다. 그리고 퇴원하기도 전에 리버티 사태가 터졌으며, 이 기회를 틈타 아예 멀리 떨어뜨리자 판단한 승환은 지금처럼 커리큘럼을 중단시켰다.
"이건…… 곤란한데."
제법 괜찮은 시나리오를 썼더니 이런 면에서 심히 곤란하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우리 형님께 판을 깔아드리고, 저지먼트에게 약간의 이득을 주며, 리버티를 천천히 갉아먹을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 태오는 손 위에 놓인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한결에게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던 손길 뒤로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지만 태오는 눈을 감아버리기로 했다.
"……."
좋은 사람이긴 하다. 같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무언가를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이따금 편안한 안정감이 비틀린 인두겁의 위치를 제자리로 두고 이것이 인간이 사는 법이라고 이끌어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짐승은 아무리 천 년을 수련한들 영원히 짐승으로 남고, 인첨공에서도 영원한 순수함은 없다. 이 안정감을 결국 내려놓고 어그러뜨려야만 했다. 눈을 감고 안정을 찾아갈 적, 누군가 뒤에서 태오의 어깨에 스르륵 기어오듯 기댔다. 태오는 익숙하게 제 왼쪽 어깨에 기대듯 고개를 파묻은 사람의 머리에 제 머리를 툭 기울여 기댔다.
"네 이것도 제법 익숙해." "누가 하도…… 달라붙어서요, 네." "무얼 하고 있었니?" "당신 속 읽기. 들리는 것이라곤 영양가 하나 없지만." "우스워." "네에."
태오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한결의 이야기를 꺼낼 이유는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힐 일도 없다. 한참을 머리에 기대거나 고개를 돌려 머리카락에 얼굴을 맞대기를 잠시, 태오는 다시금, 그리고 의아한 듯 눈을 끔뻑였다. 어깨로 퍼지는 온기, 어쩐지 묵직한 느낌이 드는 두 눈, 그리고 흐려지는 시야와…….
"……당신 나한테 뭘 한…." "뭐긴 뭐야. 네 생각이 깊어보여 특단의 조치를 썼지." ─ 진짜 뱀 같은 녀석이네. 따뜻해졌다고 5분도 안 되어 잠든다고? "아, 젠장."
꽉 쥐어진 주먹, 날카롭게 벼려진 시선은 평소에 느끼던 동월의 체온만큼이나 싸늘하게 와닿았지만 그녀는 그것이 결의에 가까운 감정이라 판단했기에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좋은 정신임다! 물론 가장 좋은건 그래도 몸 조심하는 거구, 그보다 더 좋은건 그럴 일이 없도록 하는 거겠지만여!"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다 괴이란 것이 조심한다고 해서 다치지 않는 것도 아니겠지만... 정말 말이 씨가 된다면 기왕이면 좋은 말을 해두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한마디였다. 물론 플래그 브레이커인 동월이 과연 어떤 의미로 플래그를 부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머, 그렇다구 어거지로다가 반하게 한다느니 그런걸로 무리해봤자 본말전도니까 말임다? 게다가... 잘은 모르겠지만서두 이미 공략 성공, 이란 느낌인데 업적작 할거 아님 느긋한게 좋잖아여~ 아, 혹시 예전에 얘기 안했었슴까? 즈는 시작부터 호감도 최대치 상태라구여. 그저 루트 해금 방식이 조금 까다로울 뿐이었고 말임다."
여전히 영문모를 말을 늘어놓는 그녀였다. 물론 당당한 표정과 행동도 잠시... 강하게 끌어안자니 왠지모르게 불안하고, 그렇다고 설렁설렁 포옹하느니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동월이 빈틈 없이 타이트하게 안아드는 느낌에 그녀는 여러 의미로 호흡이 느려지게 되었지만 그것이 얼굴로까진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서로 밀착해있는만큼 숨겨지지도 않았겠지만,
"헤헤... 즈도 잘부탁다림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다는듯이 귓가에 들리는 나지막한 한마디. 비록 그녀에게 있어 그럴듯하게 꾸며낸 것 말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감정이라 해도, 분명 보랏빛 시선의 테두리를 넘어 주변으로는 철 지난 벚꽃잎이 선명한 분홍빛과 함께 퍼져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응! 바로 그검다! 좋은 정신 2스텍! 또 금방 슨배임식 귀차니즘으루다가 빠질거 같지만서두... 머, 증말루다가 그런다믄 즈가 때찌할 뿐임다."
당장 자신 역시 좀처럼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들이 있거늘, 어떻게 동월을 탓할까. 시간은 많은만큼 천천히 둘러보며 찾으면 그만이었다.
"적어두 3학구에선 즈보다 엄청난 사람은 없을거라 자부함다. 머, 사실 즈가 평범한 '여고생' 같은 분위기는 아니란건 알지만여?"
...있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두려운 일이다.
"스읍... 생각해보니 그렇네여... 져도 진게 아니라니... 이거 완전 사기 아님까? 우우~ 방장사기맵~"
따지고 보면 져도 진게 아닌만큼 승리는 피차 마찬가지일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란건 늘 그러했으니까,
"...에반데여."
외우는건 잘하지만 듣는건 못하기에, 다만 멋들어지게 잠들 자신은 있다는 말에 그녀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게 동월의 기본양상이었으니 이제와서 뭐라 할수는 없겠지만, 그 어떤 지식이래도 결코 허투루 다루지 않는 그녀이니만큼 조금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을까.
"어... 냉팩까진 좀 에바인거 같구 말임다. 그건 제대로 안아주는게 아니잖아여. 그 면적만큼의 손실률을 참을 수가 읎슴다. 한시간 정도는... 머, 괜찮으려나여... 앞으루 더 단련하겠슴다!!!"
그렇다고 정말 한시간이 지나면 칼같이 떨어질 그녀도 아니겠지만... 사람 일은 모르기에 주먹까지 꽉 쥐어보이며 열의를 내비췄다.
"포에~ 그런 일이 있었나여? 기억이 나는거 같기두 하구... 안나는거 같기두 하구~?"
물론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러 휘어진 눈매와 가라앉은 색상만큼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치만 역시 수르스트뢰밍은 억지루 먹이진 않을 거니까여~ 그렇다구 오르톨랑 같은 쵸큼 비윤리적인 것도 먹일 생각은 없슴다."
무엇보다 그런걸 먹을 수는 있는 걸까? 백보 양보해 보라색맛 카레라 할지라도 솔직히 그녀 역시 감히 다시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그렇네여! 이번에야말루 최고의 선택지를 고르고 싶슴다! 진정한 첫 데이트니까여!"
단순한 만남, 모임이라는 의미를 넘어 으레 쓰이는 의미로서의 좋아하는... 좋아할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거 알아? ...물론 알고 있겠지만... 그래서 내가 당신을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니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 느려진 발걸음. 들릴듯 말듯, 그저 입술만 움직일 뿐이라 느껴질만큼의 목소리. 보랏빛에 더해진 검은 기운은 얊게 휜 시선과 함께 어긋남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훈련에 매진하는 김영희. 영희 답지 않게 무려 오늘은 집중(!!!)을 하고 있었다.
"......"
가늘게 뜬 눈의 시야에 들어온건, 다 먹은 체리 콜라 캔 6개.
"....핫!"
짦은 기합소리와 함께, 6개의 레이저가 그녀의 오른손에서 동시에 동시에 캔들을 꿰뚫었다..... 맨 왼쪽의 캔 1개를 제외하고는.
충격으로 날아간 5캔을 두고도, 그을렸지만 바람구멍은 나지 않는 캔을 보며, 영희는 새로 나온 체리맛 우유가 품절된것 마냥 투덜거렸다.
"에잇. 아직 6개는 무리였건가....?"
포톤 레이저는 분명 능력상 유용하고 멋있었다. 당연히 빔 쏘는 능력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영희는 엄연한 레벨 1, 그 출력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당연히도 능력의 출력 면에서는 자신 보다 높은 레벨 보다 떨어질테고, 무슨 온라인 게임 마냥 같은 레벨 끼리 적으로 만난다는 법칙 같은건 없다.
그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한 것 중 하나가 "연속으로,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이다. 적이 주먹 한대로 쓰러지지 않으면 두대, 세대 먹여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그래도 6개는 힘들단 말이지..."
그렇게 볼을 부풀리며, 휴식을 취할겸 옆에 있던 새로운 체리 콜라 캔 하나를 따서 단숨에 들이켰다. 주위에는 오늘 해치운 .dice 87 100. = 89 개의 구멍난 콜라캔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물론 그 내용물들은 영희의 뱃속에 있고.
익숙한 패턴의 진동음과 함께 온 메시지, 하지만 내용을 굳이 열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읽힐 수밖에 없었다.
"......"
머리카락에 엉겨붙은 붉은 잉크, 무언가를 동여매고 있었던 손에도 똑같이 묻어난 흔적, 단지 그녀의 것이 아니었을뿐 그것은 아주 천천히 산화되어가고 있었다.
[......]< [에반데여.]<
"방금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생긴걸 다행으루 생각하셔야겠네여."
벽에 기대어 있는 것은 그 산화된 흔적의 주인, 굽이쳐 흐르는 옅은 라벤더 빛깔에도 그 자국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손을 들어 여성의 가슴 정중앙을 향해 밀치듯 뻗자 그 충격 때문인지, 그녀의 능력 때문인지 스파크와 함께 작은 폭발이 있었고 회로가 타는 매캐한 냄새와 방금 막 뱉어진 진득한 쇠비린내가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차마 여기라고 2주규칙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 그만두겠지만, 나한텐... 우리한텐 수십명과 8개월짜리만큼의 앙금이 아직 더 남아있으니까, 도망칠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 거야. 만약 그럴거면 다시는 마주치지 않길 바라는게 좋을거고,"
여학생에게 휘어잡힌 머리카락은 부분부분 새까맣게 그을려있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눈빛을 알 수 없이 가느다란 시선을 가진 인물은 그저 목구멍 속으로 울려퍼지는 알수 없는 감정이 담긴 웃음과 함께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하마터면 미래에 결혼식이 아니라 영결식을 할뻔 했네여. 남들 다 가는 리스폰 장소도 못가는 양반이 참 가지가지 하고 있단 말임다... 그러니까 즈 같은걸 가지는거 아님까."
최단거리로 가로질러 도착한 곳에는 마찬가지로 연락을 받았는지 익숙한 모습... 혜우가 있었다. 아니, 애초에 이 꼴로 두사람에게나 연락을 보낼수 있을 정도인게 용했을까? 여러모로 종잡을수 없는 인물이었다.
간신히 아직은 시체가 아니라 사람임을 알리는 그의 모습을 보던 그녀는 혜우에게 조금 씁쓸한 시선을 보냈다.
"이럴 때마다 매번 미안해질 정도임다... 아시겠지만서두, 원래 좀 이런 사람이에여. 또 보나마나 티 안나믄 숨기려구 했겠져."
잘 다쳐오는 편이란 말이 졸지에 문제아로 필터링될수 있는 발언, 그렇다고 방금 전까지 뱉어낸 독설만큼 냉정한 표정은 또 아니었다.
"아니면, 들켜도 침바르면 낫는다느니 하는... 10년 전 나도 안믿었을 법한 얘기만 한다던가, 그치? 그 네타, 이미 철 지난데다 재미 없으니깐.
...설마 구멍뚫린 게시판을 포스트잇으로 가렸던 것처럼 지금도 그게 될거라 생각한건 아니지?"
여러군데 자잘하게 다친것으로 보이는 정도로 다 죽어가는 사람마냥 문자를 보낸건 아니었을테니, 그녀는 희멀건하게 뜨여 핏기가 사라져가는 뺨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대었다.
"...만약 정말 그럴 작정이었으면 관자놀이도 마저 뚫릴 각오를 하는게 좋을지도 몰라."
걱정스러운 표정과는 다르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꽤 신랄했기에, 어느쪽이 진심인지는 듣는 것만으론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단지 다홍색의 빛깔이 무겁게 가라앉은 시선만 볼수 있었을 뿐,
"선생님." "왜." "내가 죽어달라고 하면 죽어줄 거에요?" "또 또 뜬금없는 소리 한다. 네가 죽여달란다고 순순히 죽여줄 인물이긴 하고?" "어- 그렇긴 해요. 솔직히 그냥 죽이는 건 시시하죠. 아슬아슬하게 살려놓는 쪽이 훨씬 난이도도 높고 그만큼 보상감도 큰데, 픽픽 죽여대면 좀 그렇지." "그러게나 말이다. 덕분에 갇혀 있는 그 양반만 죽어나지만." "에이, 제대로 수복 다 해주잖아요. 훌륭하게 역할을 다하고 있는 거라구요." "그게 역할이라면 나는 절대 너한테 죽여달라고 안 한다." "어련하시랴. 아."
대화 중 뜬 톡을 보고 소파에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곧 죽는다니, 하여간 이 선배란 놈은.
"선생님, 내 키트 꺼내주세요. 병원에 올타입 수혈팩 하나 대기요." "또 누가 부르냐? 옛다." "저지먼트에서요. 그럼 다녀올게요." "오냐. 주변 조심하고."
은백색 아타셰 케이스를 받아들고 타다닥 빠르게 걸어 연구소를 나섰다. 가는 길에 부설 병원에 들러 급히 요청한 수혈 키트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이 선배한테 불리는 거 오랜만이네.
선선한 가을의 한낮은 조금 서둘러 뛰어도 딱 덥지 않을 날씨였다. 조금만 지나면 서늘한 바람 슬슬 불며 안 그래도 예민한 내 체온을 사정 없이 낮출 것이었다. 올 겨울은 제발 작년보다 덜 추웠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톡으로 보내진 좌표에 도착했다. 같이 연락을 받았는지, 뒤이어 도착한 애린을 보고 싱긋 웃어주곤 곧장 깨끗한 임시 매트부터 펼쳤다.
인첨공의 기술이 좋긴 좋아- 딸깍 한 번이면 토퍼 매트리스 정도는 짜잔이라니까.
"괜찮아- 이러려고 배운 공부고 능력이니까. 그리고 부실에서 피냄새 풀풀 풍겼을 테니까 어떻게든 들켰을 거야. 내가 그 냄새에 민감하거든. 그러길래 평소에도 나오면 재깍재깍 좀 부르지. 나 참."
이 지경 아니면 부르질 않는다며 쓴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애린에게 하체를 좀 받쳐달라 부탁했다.
"하나 둘 셋 하면 옮기는 거야-"
보아하니 상태 처참한데, 그냥 바닥에 두고 시술을 할 수는 없으니까. 애린의 도움을 받아 깨끗한 매트 위로 옮기고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했다. 빠른 손길로 마취제부터 주사하고, 메스를 꺼내기 전에-
"도중에 눈 뜨면 귀찮아질 거 같으니까 눈 좀 가리고 있어줘."
애린에게 그런 부탁을 하고 시술에 착수했다. 의료용 가위로 사정없이 웃옷을 반 갈라서 가장 심한 부상의 상태를 확인했다. 피범벅인 상체와 튀어나온 뼈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기웃거리며 상태를 살폈다.
"음- 흐음, 음, 깔끔하네."
출혈에 비해 큰 부상이 아니다, 라는 말을 참 가볍게도 중얼거리곤 뼈가 나온 옆구리 밑에 조심스럽게 두툼한 탈지면을 댔다. 특제 매트가 피를 다 흡수해주고 있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다시금 절개와 접합을 가할 부위를 면밀히 살피며, 애린을 향해 말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그런 마인드로 살았을 사람이야. 하루아침에 바뀌는 거 쉽지 않지. 그러니 네가 계속 끌어당겨서 바꿔. 관자놀이는 훅 가니까 뚫지 말고. 나 죽은 거는 못 살린다?"
농담 같은 어조로 말하곤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오른손으로 옆구리를 살짝 절개함과 동시에 부러진 뼈를 접합, 뼈의 원상복구를 진행하며 절개한 부위도 빠르게 수복해버리면-
"휴! 끝났다. 이제 포션 먹을 시간이다. 이 선배님아."
전보다 한층 능력으로 간단히 시술을 마치곤, 자잘한 상처들도 이참에 싹 회복시켰다. 그리고 지체 없이 수혈 키트에서 수혈용 혈액팩과 수액팩을 하나씩 꺼냈다. 옆에 간이 링겔을 설치해 팩을 걸고 월의 팔뚝에 가차없이 바늘을 꽂으며 태연한 얼굴로 애린을 향해 말했다.
"월월이 팩 꽂아놓고 우리끼리 뭐라도 먹고 올래? 마취 고려하면 한 시간? 걸릴 건데."
물론 농담이라고 덧붙였지만.
"기다리는 동안 너희 얘기나 들어볼까. 어쩌다 그런 사이가 됐는지?"
애린이라면 가리지 않고 얘기해 줄 거 같고, 면전에서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아무 저항 없이 듣기만 하는 것 만큼 월이에게 효과적인 벌(?)은 달리 없지 않았을까. 못 들었다면 아쉽겠지만!